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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부양 가족의 허구성

가족임금제는 가족 중 남성 한 사람에게 ‘가족을 유지하기에 충분한 임금’

을 주는 제도이자 남성=생계부양자 이데올로기를 내포하는 것이다(이영자, 2005). 가족임금은 남성중심 가부장적 가족의 물적 토대로, 이의 성립으로 여 성은 남성에게 의존적인 존재가 되었으며 또한 노동시장에서 이차적인 노동 자로 전락하는 근거를 마련하게 된다.

그러나 글로벌 자본주의 경제체제로의 이행기에서 가족임금에 기반한 남성 의 생계부양자 모델에 위기를 초래한다. IMF로 인한 대량실업 사태는 남성 의 경제적 기반의 근본 자체를 흔드는 노동시장 구조의 변화를 초래하였다.

이는 가족구성원 간의 갈등을 야기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공사 영역으로의 성별분업, 그에 기반한 성역할 관념은 고실업 시대 가족의 해체, 아동 및 청 소년 문제 등을 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가구주가 늘어나고 여성임금이 생계부양에서 점점 더 중요성을 갖게 되면서 남성생계부양자에게 지급되는 가족임금제는 비현실성

과 모순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처럼 남성 생계부양자 가족모델의 현실성이 없어지고 그 경제적 토태가 침식당하는 현실에서도 남성 생계부양자 이데올 로기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경제 위기 아래서 국가는 시장 영역에서 발생한 문제를 가족이라는 비시장 영역에서 해결해 주기를 요구하 고 있다(조순경, 1998).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남성중심의 온 정주의와 가부장적 기족이데올로기는 여성을 일차적 희생양으로 삼는 현상으 로 나타난다(이영자, 2005).

그러나 가족임금제와 남성생계부양자 이데올로기는 생계노동을 해야 하는 여성들이 늘어날수록 남성을 포함한 가족 전체의 생계를 위협하는 것이며 결 국 가부장적 가족의 재생산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노동시장에서 여성 의 배제와 차별을 조장하는 남성부양자 모델은 여성의 생계능력을 필요로 하 는 가족의 현실적 요구와 모순되는 것이며, 이러한 모순은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심화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남성 생계부양자 이데올로기는 남 성의 부양능력 상실에 따른 가족해체의 위기(가족원의 가출, 별거, 이혼)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이영자, 2005).

또한 실업은 단순히 소득의 상실을 의미하는 경제적 현상만은 아니다. 경 제 위기 상황에서 실업은 기존의 사회 문화적 가치 체계를 뿌리째 흔들 수 있는 일종의 문화적 현상이기도 하다. 기존의 성역할, 그에 기반한 가족 윤리 및 가족 체계 자체의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예들 들어 결혼은 이 전과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된다. 특히 여성에게 결혼은 더 이상 경제적 생존 을 위한 대안이 되지 못한다. 이를 위해서 남성의 평생 고용이 어느 정도 보 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조순경, 1998).

<표 8>을 보면 1998년 결혼에 대해 73.5%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2002년 69.1%로 감소하였고, 반면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경우는 1998년 23.8%에서 2002년에는 27.2%로, 그리고 ‘결혼에 반대’하는 경우는 1998년 1.3%에서 2002년 1.9%로 증가하였다. 이제 결혼은 일종의 ‘선택’으로

생각되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결혼에 대한 애착이 여성에게서 더욱 약 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표 8> 결혼에 대한 태도 (단위: %)

연도 성별

결혼에 찬성

해도좋고, 안해도 좋다

결혼에 반대

모르겠다 반드시

해야한다

하는 것이 좋다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말아야 한다

1998 전체

33.6 36.9 30.5

39.9 42.6 37.4

23.8 1.1 18.4

0.7 28.9 1.4

0.2 0.1 0.2

1.4 1.4 1.5

2002 전체

25.6 29.5 21.9

43.5 47.8 39.4

27.2 19.9 34.1

1.7 0.9 2.6

0.2 0.2 0.3

1.8 1.7 1.8 통계청, 사회통계조사결과, 각년도

이로 인해 공사영역의 이원화에 의거한 성별분업과 이를 토대로 한 가부장 적 가족모델이 위협을 받게 된다. 더 나아가 성별분업의 부담을 여성 일방에 게만 전가시키는 가족모델은 여성으로 하여금 결혼이나 양육의 부담을 기피 하게 만들 소지가 많다. 최근에 와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저출산의 문제는 바로 이러한 상황을 대변해주는 것으로 여성의 조건의 악화가 결국은 가부장 적 가족의 위기와 사회 재생산의 위기를 유발한다는 것을 항변해주고 있다 (이영자, 2005).

제4장 저출산의 강제적 구조화와 출산기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