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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그래피티 또는 스프레이캔 아트라고 불리우며 엠싱(랩), 디제 잉, 비-보잉(힙합댄스) 등과 함께 힙합의 4대 요소로 알려져 있는 이 낙서벽 화는 현대벽화에 있어 매우 첨예한 논쟁의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현대벽화 에 있어 가장 적극적이고 독립적 성격을 갖는 이 벽화형식은 60년대 말 미국 의 흑인가에서 출발했다. 초기에 자신의 이름이나 이니셜 또는 소박한 이미 지의 단순한 낙서에서 출발하여 70년대를 거치며 내용적이나 양적으로 엄청 난 속도로 확장된다.

초기에 욕설이나 조롱 등 백인사회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휘갈겨 쓰던 스

프레이는 하나의 예술도구가 됐고 스프레이 색상만도 300~400가지에 이르 게 되었으며, ‘세이모’라는 태그로 유명한 장 미셀 바스키아와 키스헤링 등 전문 낙서가들이 앤디 워훨과 같은 대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도 이 때부터이다.23) 하지만 그래피티는 걸직한 예술가를 배출함으로써 예술이라는 사회적 지위를 받았음에도 여전히 사회적으로 합법화되지 않은 불법행위이자 가장 명확한 반대자들을 둔 예술형식이다.

스타 예술가로 졸지에 주류사회에 편입된 뒤의 두 젊은 예술가가 결국 주 류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사례는 이 낙서화가 갖는 주류사회와 기성문화에 대한 거친 저항성과 길들여질 수 없는 자율성이라는 태내적 속성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힙합문화가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90년대 이후 그래피티는 아시아나 남미 같은 제3세계에까지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고 국내의 경우에도 90년대 말부 터 조심스럽게 출현하여 지금은 그리 어렵지 않게 만나는 현대벽화의 한 형 식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2 .현대벽화의 사회적 기능

이상에서 보았듯이 벽화는 다양한 목적에 의해 제작되며 그 과정(예산의 출처, 제작주체, 내용 등등) 또한 여러 방식에 의해 진행된다. 또한 이렇게 제작된 벽화들은 그 제작과정을 통해서 또는 그 결과를 통해 사회 속에는 다 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과 결과가 반드시 명확히 분리되 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현대벽화가 갖는 축제 또는 놀이의 기능은 결과 보다는 과정을 통해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지만 그 결과물로서 벽화는 도시의 물리적 환경으로 개입 또는 편입됨으로써 도시경관 또는 문화 환경으로서 가 능하게 되며 경우에 따라 사회적 논의를 발생시키기도 함으로써 다양한 기능 을 수행한다.

23) 한겨레 21, 「‘경범죄’ 저지르는 예술가들」, 2000. 10. 19, 329호

1)미술과 대중의 매개기능

20세기 초 활발하게 전개된 현대미술은 외형적 성장과 조형적․미학적 성취 에도 불구하고 대중으로부터 스스로를 소외시킴으로서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 는 고립적 상태를 자초했다. 이제 대중은 너무나 쉬운 풍경화 또는 정물화조 차도 판단하기를 거부하며 예술과 대중의 위계를 확고히 하고 있다. 이러한 현대미술의 한계와 병폐에 대한 반성은 60년대 이후 다양한 실천을 불러 일 으켰으며 6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현대벽화의 흐름은 이러한 노력의 한 방향 으로 작용한다.

국내에서도 요즘 공공미술에 대한 논의와 실천이 활성화되는 이유도 이러 한 점에 근거하고 있다. 이러한 공공미술의 논의의 중심에 현대벽화를 포함 한 환경미술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미술과 대중의 관계회복은 경 험과 참여 그리고 관심이라는 선상에 놓여 있다. 이는 현대미술에 있어 대중 과의 관계단절은 그간의 미술이 이러한 대중의 참여와 경험을 제한하고 있었 으며, 그로 인해 미술의 변화에 대해 대중의 이해도 저하가 무관심 또는 예 술과의 위계로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전제로 할 때 현재벽화는 대중의 가장 일상적 공간에 개입하 여 시각적 경험을 유도하며 더불어 대중을 직간접적 미술행위자로 끌어들임 으로써 대중의 미술에 대한 경험과 이해를 높인다. 또한 이를 통해 미술과 대중간의 위계를 해소하고 관심을 촉발시킴으로써 다시금 대중을 미술에 있 어 가장 강력한 후원자롤 전환시키고 있는 것이다.

시각예술로서 미술은 인간에게 있어 가장 가까이 있는 그리고 익숙한 표현 수단이자 환경이다. 현대벽화는 이러한 대중과 미술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2)사회적 발언 기능

사물을 본다는 행위는 언어보다 선행한다. 어린이는 말할 수 있기 전에 사 물을 보며 인식하게 된다. 그만큼 이미지는 때로 언어보다 강력한 소통수단 이 된다. 이는 우리가 마을의 담벼락에서 자주 보게되는 소변금지라는 글귀 보다 가위를 그려놓은 이미지에서 더 강력한 인상을 받게 되는 것과 같은 것 이며 이 경우 단지 소변금지라는 메시지만이 아닌 부가적 상상력을 촉발시킴 으로써 때론 그 이상의 의미를 생성해 내기도 한다.

현대벽화에 있어 이러한 기능은 60년대 이후 지역사회벽화로부터 경험하게 되며 국내의 경우에 있어서도 80년대 활성화된 민중미술계열의 활동인 걸개 그림이나 벽화들에 서 확인된다.

이러한 벽화들은 그 과정에 있어서 하나의 이슈를 공유하고 있는 집단의 결속력을 강화시키며 동시에 결과물로도 그들의 의지를 표현한다. 또한 이러 한 벽화들은 직접적으로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지우고자 하는 이들과 지키고자 하는 이들을 통해 사회적 논의를 활성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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