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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노래 전승의 의의 및 특징

문서에서 꿩노래 사설 연구 (페이지 53-77)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꿩노래는 크게 단형과 장형의 유형으로, 그리고 장형은 다시 암수갈등형과 시집살이형으로 유형을 구분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민요를 기능요와 비기능요, 동요와 성인요의 입장에서 분류하고 연구하다보니 이 모든 유형을 총체적으로 다룬 연구는 그다지 없었다. 이에 이 글은 우리나라 남 한 일대 전국적으로 조사한 자료들을 재정리하여 전승양상을 살피고 유형을 분 석하였다.

그러면 이 장에서는 꿩노래 전승의 의의를 살피도록 하겠다. 특히 유형 분석을 통해 제주도의 꿩노래가 다른 지역과는 구별되는 특징이 있어 그 내용을 정리해 보기로 하겠다.

대부분의 민요가 그렇지만 꿩노래 역시 당시의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으며, 또한 적극적으로 고발하고 비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꿩노래의 유형이 다양한 만큼 창자 간 소통이 활발하게 이루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꿩노 래가 판소리, 가사, 소설, 설화 등 타 장르와의 교섭에서 발전하였으며, 또한 꿩 노래의 각 유형 안에서도 교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이 절에서는 현실 비판, 소통의 매개체, 개방적 수용방식의 세 측면에서 꿩노래 전승의 의의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1) 현실 비판

민요는 백성들의 노래이며, 그 노래에는 민심이 담겨 있다. 민요를 향유하는

담당층은 사회의 피지배 계층으로 현실의 고통을 감내하기도 하고, 빠르게 변화 하는 사회에 적응하기도 하며, 때로는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내는 주역이 되기도 한다. 게다가 다양한 매체가 존재하는 현대와는 달리 과거에는 민요만큼 여론을 형성하기에 좋은 매체도 없었을 것이다. 민요가 개인 창작이 아니라 집단 창작인 만큼 당시 백성들의 의식 세계를 살펴보는 데에 민요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밖 에 없다.

민요에서 현실을 드러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인천 제물포 살 기는 좋아도 / 왜놈의 등살에 못살겠네 // 함경도 원산이 살기는 좋아도 / 쪽바 리 등살에 못살겠네”라고149) 하면서 일제 강점기 하에서 받는 고통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게다가 ‘왜놈, 쪽바리’라는 어휘를 구사하여 분노를 표출하고 있 음을 알 수 있다. 또다른 현실 반영 기법으로는 “석탄백탄 타는데 / 연기만 펑펑 나구요 / 요내가슴 타는데 / 연기도 김도 안난다”고150) 하면서 나라를 잃은 망국 의 한을 석탄과 백탄이 타들어 가는 것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꿩노래는 가난한 민중의 삶을 단형으로, 여성의 지위 향상을 희구하는 것을 장 형 중 암수갈등형으로, 시집살이의 어려움에 대한 고발을 장형 중 시집살이형으 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삶을 꿩에게 빗대는 방법을 통하여 우의적 으로 현실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조금 더 들여다보면 각각의 유형은 등장인물 간에 대립구도를 달리하 여 현실을 반영하고 비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단형의 꿩노래는 장끼의 신세를 중심 내용으로 하며, 장끼와 가장 대립되는 인 물형으로 포수가 등장한다. 물론 기본형에는 화자가 장끼에게 ‘어찌 살았나’ 묻 고, 장끼는 ‘어떠한 것을 먹고, 어디서 자고, 그럭저럭 살았다’고 하여 특별한 대 립구도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왜 장끼에게 그러한 질문을 던졌는가 생각해 보면, 장끼는 늘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꿩은 매 등의 포식자뿐만 아니라 포수에 의해 목숨을 잃는 일이 많았다. 포수의 위협을 피해 지내다보니 편안히 지내지 못하고, 어딘가에 숨어 살아야 하며, 먹는 것도 기껏해야 콩 한 알, 팥 한 알 주워 먹으며 목숨을 연명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궁핍한 하층민의 삶과 직결

149) 임동권, 한국민요논고, 민속원, 2006, p.68.

150) 임동권, 위의 책, 2006, p.67.

되며, 포수라는 지배층의 횡포에 속절없이 당해야 하는 피지배 계층의 삶이 반영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암수갈등형 꿩노래는 현실의 부조리를 꼬집으면서 더 나아가 불평 등한 현실을 개혁하고자 하는 의지가 돋보이는 노래라고 할 수 있다. 암수갈등형 꿩노래에는 까투리와 장끼의 갈등 관계가 나타나는데, 까투리의 말을 듣지 않았 다가 장끼는 목숨을 잃게 된다. 이때 까투리는 당대 여성을, 장끼는 당대 남성을 대변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즉 이 노래는 단순히 조선시대 남성이 여성의 조 언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것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여성의 지 위가 낮았음을 드러내는 것이라 하겠다. 심지어 장끼는 죽어가면서까지도 까투리 의 말을 듣지 않은 자신을 탓하지 않고, ‘상부(喪夫)한 가문에 장가를 든’ 때문이 라며, 끝까지 까투리를 탓하고 있다. 그것은 일종의 언어 폭력이라고 할 수 있으 며,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높은 지위를 이용해 여성을 얼마나 핍박하였는지 여실 히 보여주고 있다.

또한 당시는 여성의 정절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는데, 꿩노래의 여러 이본에서 는 까투리가 개가하는 화소가 나타나기도 하여 여성의 재혼에 대한 인식이 변화 해 가는 과도기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한계가 드러나는데, 개가를 하는 대상이 노루인 경우, 까투리가

“소상도 아니가고 / 대상도 아니갔는데 / 후개(後嫁)말이 웬말이냐?”라고 물었지 만, 노루는 “갑자을축 계축생 / 오늘날이 좋사이다 / (말로) 허고 업고 가버”렸 다.151) 까투리의 개가 의지가 반영된 것이 아니라 이 역시 강압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또는 동류인 장끼와 재혼을 하더라도 “다리 ​​착 어신 꿩(다리 한쪽 이 없는 꿩)”으로152) 비정상적이다. 이는 여성이 개가를 하는 경우에는 정상적인 집안에는 가기가 어렵다는 한계를 드러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권영호는 치장(治裝), 뒤늦은 조문객의 등장과 소란, 남성의 희롱, 청혼과 같은 사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단기적으로 일어나는 것들로서 과부가 된 여성 이 하층의 일상적 현실에서 겪게 되는 반영의 결과로 보기도 하였다.153)

151)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구비문학대계 5-2 전라북도 전주시편, 1981, pp.113~116. <부록>

2-가-(1) 참조.

152) MBC, 한국민요대전 제주도민요해설집, 1992, pp.47~49. <부록> 2-가-(9) 참조.

153) 권영호, 기속시 ‘치기사’와 장끼타령의 관계 , 신라학연구 4, 위덕대학교 신라학연구소,

그리고 시집살이형 꿩노래 역시 시집살이를 하면서 고단한 삶을 살아야 하는 며느리의 처지를 한탄하고 시집식구들을 꿩의 부위에 비유하여 고발하는 내용으 로 현실 비판적이라 할 수 있다. 이때는 며느리와 시집식구들 간의 대립구도를 형성하여 현실을 비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시집살이형 꿩노래와 관련하여 서영숙은 시집간 여자들의 좌절과 기대

154)에서 시집식구-며느리 관계 서사민요의 유형구조를 기대우위형, 좌절우위형, 양면복합형으로 나누어 살폈다. 즉 시집살이형 꿩노래는 기대우위형으로 벙어리 라고 오해를 받고 친정으로 쫓겨가던 며느리가 꿩을 보고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고 다시 시집에서 잘 살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대부분의 시집살이요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면서 자신이 겪는 시집살이를 매 운 고추에 비유하기도 하면서 시집식구들을 비판하기도 하는 데에 그치고 만다.

그에 비해, 비록 중간에 삽입된 꿩을 분육하는 내용이 시집식구들을 비판하는 대 목이라고 해도 끝내는 행복한 결말을 맺고 있는 점이 다르다.

이에 대해 서영숙은 좀더 적극적인 해석을 했는데, 벙어리라는 오해가 풀린 후 다시 시집에 들어갔을 때 분명 시집살이를 대하는 며느리의 태도는 노래를 부르 기 전과 노래를 부른 후가 달려졌을 것이라고 하였다. 즉 노래를 부르기 전의 삶 이 자신을 부정하는 비주체적인 복종의 삶이었다면, 노래를 부른 후는 자신의 의 사를 표현할 줄 아는 주체적인 소통의 삶이었을 것이라 보고 있다.155)

따라서 서영숙이 소박 당할 뻔하다가 다시 시집으로 돌아가게 된 것을 며느리 는 그저 안도하고 순종적인 삶을 살아간 것이 아니라, 좀더 자신의 삶에 적극적 이고 주체적인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추측한 것에 동의한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시집살이요는 현실을 비판하고는 있지만, 개혁을 할 의지는 별로 드러나지 않는 다. 같은 의미에서 시집살이형의 꿩노래가 불린다면 시집살이요를 굳이 다른 유 형으로 부르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다른 시집살이요와 달리 시집살이형 꿩노 래가 행복한 결말로 맺게 된 데에는 좀더 주체적인 삶을 희구하는 여성의 바람 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2000, p.152.

154) 서영숙, 한국 서사민요의 날실과 씨실 - 우리 어머니들의 노래, 역락, 2009, p.83.

155) 서영숙, 앞의 글, 2011, p.54.

2) 소통의 매개체

민요는 집단의 정서가 반영된 것이다. 개인의 창작이 가미되는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집단이 함께 공유하면서 타인의 의식 세계에 점차 영향을 주면서 확장되게 되고, 그 확장된 의식이 집단에 전파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또 하나 의 집단의 정서가 마련되는 순환의 구조를 띠게 된다.

단형의 꿩노래는 여러 위험으로부터 자기와 자기 가족들을 보호하고, 하루하루

단형의 꿩노래는 여러 위험으로부터 자기와 자기 가족들을 보호하고, 하루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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