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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발이란 축제로 해석된다. 축제란 모두가 모여서 어울리는 것으로, 계층이 사 라진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계층의 붕괴는 민중이라는 이름으로 통합됨을 의미한 다. 민중이라는 이름은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 다시 말해 기득권 사회나 계층적 사 회에서 특정계층의 위치를 부여받지 못한 인물들의 위치로 모두가 같아짐을 의미 하는 것이다. 일상적 삶에서라면 사회적 신분이나 계급에 의해 엄격히 구분될 인간 관계가 카니발 특유의 질서에 의해 전혀 새로운 유형의 인간관계로 변모한다. 카니 발이 진행되는 동안 사람들은 카니발 특유의 친밀감에 의해 모두가 평등하게 되는 것이다.56) 카니발은 감사나 진지한 어조, 명령 허락 등에 얽매이지 않으며 유쾌함 과 바보짓의 시작을 알리는 단순한 시도로 열리는데, 이는 카니발의 모든 분위기에 있어 유쾌함으로 나타난다.

김소진의 소설은 특별한 사회적 현상을 소재로 삼지 않는다. 오히려 특별한 사회 적 사건이나 현상을 제외시키거나 그런 사회적 현상들을 경험하지 못하는, 느끼지 못하는 소외된 민중들의 삶 그 자체를 소설화 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소진의 소설 에 나타나는 민중이라는 어떤 인물들인가. 눈여겨 볼 수 있는 것은 김소진 소설에 나타나는 인물들은 대부분 계층을 부여 받지 못한 존재, 또는 하위 계층이라 불리 어지는 인물들이다. 카니발의 중심은 민중이며 그 민중은 김소진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이다. 기득권 사회에서 만들어진 계급과 현대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계급의 그들은 언제나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었다. 특히 1990년대 이전까지의 소설 작품에서 조차 계급적 구분이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다.57)

56) 김욱동, 위의 책, p.240.

57) 80년대까지 유지되어오던 거대담론의 주제적 측면에서 한국문학사의 단적인 실패를 알 수 있다. 즉, 거대담론으로서 가지는 주제, 민족과 민중이라는 거대한 주제만을 문학에서는 인정하고 그러한 거대담 론 외의 문학적 실험에 대해서는 외면했던 것이 사실이다. 결국 문학에서 조차 계급이 존재했다는 것은 80년대까지 유지되어 오던 거대담론과 함께 파벌주의 문단 역시 이러한 문학의 계급적 구분을 갖게 하

김소진의 소설은 이러한 계급적 구분을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그의 작품에 나타 나는 계급적 구분은 카니발의 이미지를 통해 붕괴시켜 버린다. 카니발적 이미지들 은 공통적으로 모두가 양가치적 의미를 포함함으로써 카니발을 실현한다.

1) 1) 1) 1) 카니발적 카니발적 카니발적 카니발적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카니발을 비롯한 민속 문화가 사회적 현상이라고 한다면 ‘그로테스크 리얼리즘’

은 그것을 문학에 표현한 심미적 양식이라 할 수 있다. 그로데스크의 의미에 있어 정신적이고 이상적인 것, 고상한 것을 물질적이고 구체적인 지상의 차원으로 끌어 내리는 구실을 한다. 김소진 소설에 나타나는 카니발적 이미지를 찾기 위해서는 우 선 카니발 문학에 대하여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카니발 문학이란 사회현상적인 카 니발이 문학적으로 흡수되고 의미화 된 것이다. 또한 카니발적 의미화는 카니발적 이미지를 통해 보이게 되는 것이다.

카니발 문학은 높은 것, 영적인 것, 추상적인 것을 끌어내려 물질적 차원인 ‘대 지’와 ‘몸’의 세계로 환원시킨다. 물질적 세계로의 환원은 위대한 것과 신성시 되는 모든 것을 물질적인 것과 육체적인 이미지, 즉 하찮은 것으로 나타내게 된다. 이렇 게 상부의 위대한 것들이 하부의 하찮은 것으로 환원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카니발 이 사회의 모든 규범과 구속에서 벗어나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김소진의 소설에 등 장하는 이러한 하부로의 환원은 작게는 그들이 살아가는 인물들 사이에, 크게는 그 들이 두려워하는 권력과의 관계에서 나타나게 된다.

카니발 문학에서는 카니발적 특징인 환원, 또는 전복이 이미지화 되어 나타나고 있다. 카니발적인 이미지는 공통적으로 육체적 하부와 연결되고 그 이미지들은 생 명, 죽음, 배설, 음식물 등으로 나타나게 된다. 카니발 문학에서의 이러한 이미지들 은 항상 무엇을 부정하거나 저항하는 의미에서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카니발의 이 미지는 사회에 대한 전복과 전도, 풍자와 해학적인, 또한 양가치적인 의미로 나타 나게 된다. 이러한 기능을 통해 카니발적 이미지들은 카니발의 또 다른 의미로써 작용하게 된다.

김소진 작품에 민중들이 사용하는 카니발적 이미지들은 현실을 파악할 수 있는 강력한 예술적 무기가 될 수 있고, 진정으로 넓고 깊은 리얼리즘의 기초가 될 수

는 이유가 되었던 것이다.

있다. 이러한 민중적 이미지들은 현실을 자연주의적이고, 순간적이고, 공허하며, 무 의미하고 분산된 모습이 아니라, 현실의 생성 과정 그 자체와 그 의미, 그리고 이 러한 과정의 방향을 포착하게 만들어 준다. 민중 축제적 이미지 체계의 심도 있는 보편적 성격과 명료한 낙관주의는 여기서 유래하는 것이다.58)

(1) (1) (1) (1) 배설물배설물배설물배설물

문학 작품에서 유쾌하고 즐거운 세계는 물질적이고 육체적인 이미지에 의해 나 타난다. 바흐친은 라블레의 작품을 통해 그로테스크한 육체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스스로 자라서 그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며 그 부위들은 서로 분리된 육체 들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육체와 세상 사이의 한계를 초월하는 곳이다.

먹는 것, 마시는 것, 배설하는 것, 그리고 다른 신체 작용들 그리고 성교, 임신, 출 산, 성장, 노화, 병, 죽음, 사지절단, 한 몸에 의해 다른 몸을 빨아들이는 것, - 이러한 행위들은 신체와 바깥세상의 경계 또는 노쇠한 신체와 새로운 신체 사이의 경계에서 일어난다. 이 모든 행위들에서 삶의 시작과 끝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59)

바흐친이 말한 카니발적 육체 중 그 가치를 높이 평가했던 것은 개별화된 신체 의 경계를 허물 수 있는 기관이다. 경계를 허무는 기관 즉, 성기, 비만의 배, 입, 항문 등은 문학작품에서 카니발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기관과 연 결되어 있는 이미지들 역시 카니발적 세계관을 포함하며 배설물 역시 카니발적 이 미지로 사용된다.

김소진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환원의 양상은 첫 번째로 배설에 의한 가치의 하락 이다. 바흐친은 라블레의 작품에서 가르강튀아의 배변의 장면을 ‘가르강튀아는 인 간의 모든 행위 중에서도 가장 동물적인 배설 행위를 통해 천상의 세계를 더럽히 고 있는 것’으로 설명한다.60) 가르강튀아의 배설은 중세의 모든 공식적인 이데올 로기를 육체적이고 물질적인 차원으로 평가 절하시키고 있는 것이다. 김소진 소설 에 등장하는 배설물의 기능 역시 이와 비슷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데 작품에 나

58) 미하일 바흐친, 이덕영, 최건영 옮김, 위의 책, p.330.

59) 미하일 바흐친, 이덕영, 최건영 옮김, 위의 책, p.270.

60) 김욱동, 위의 책, p.255.

타나는 배설물61)의 가장 큰 특징은 그 시대의 가장 숭고한 것을 가장 하찮게 생각 한 ‘무엇’으로 바꾸어 버리게 되는 것이다.

①「벌레는 단 과육 속에 깃들인다」

「벌레는 단 과육 속에 깃들인다」의 화자인 ‘나’와 신랑인 ‘영권’은 신혼집에 도 둑이 들어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된다. 하지만 그들이 잃게 된 것은 그들이 가지고 간 신혼살림에 의한 것이 아닌 냉장고에 남겨진 배설물에 의한 것이다.

아무튼 그는 입을 꽉 다물었다. 나는 울 수도 화를 낼 수 도 없었다. 도둑맞은 건 신 혼살림이 아니라 바로 시혼 그 자체였다. 나는 그때 우리들의 신혼 기분이라는게 다름 이 아니라 새로운 가구와 찻잔과 전자제품들이 얼마나 빚지고 있는가를 절감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냉장고의 냉동실을 열어본 나는 가득 들어차 있던 고깃덩이 대신 덜 렁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봉지를 끌어내렸다. 그것은 절도범들이 미처 손대지 못하고 간 고깃덩이가 아니고 사람의 것인지 짐승의 것인지 아니면 어떤 찌꺼기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배설물 같은 것을 꽁꽁 올린 것이었다. (…) 순결해야 할 우리 신혼을 잔인하게 덮친 참을 수 없는 모욕이었다.62)

카니발적 이미지의 특징은 높은 것을 아래로 끌어 내리는 힘을 가지고 있다. 배 설물 역시 이러한 추상적으로 높은, 이상화된 모든 것을 현실로의 하향을 가능하게 한다. 신혼살림은 그들에게 단순히 함께 사는 공간이 아니다. 모든 세기에 가장 아 름다운 것으로 여겨지는 사랑으로 시작하는 결혼과, 그러한 아름다움이 나타나는 신혼집은 절도범들이 남긴 배설물에 의해 빚더미로 가득한 집일뿐이다. 배설물은 무엇보다도 익살맞은 물질이자 육체적인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모든 고상한 것들을 격하하며 육화(肉化)하는 데에 이보다 더 적절한 물질은 없는 것이다.63) 작품에서

61) 카니발의 이미지들은 이원적으므로 교체와 급변의 양극을 함께 지니고 있다. 이 양극이란 탄생과 죽음 (생명을 잉태한 죽음의 이미지), 축복과 저주(죽음과 소생을 동시에 소망하는 축복 속의 카니발적 저주), 칭찬과 욕설, 젊음과 늙음, 상승과 하강, 정면과 후면, 우둔함과 현명함을 일컫는다. 카니발적 사고의 두 드러진 특징은 대조와 유사성에 따라 선별된 쌍상의 이미지들이다.이러한 기괴함은 카니발적 카테고리 의 독특한 표현이며 관습적인 것의 위반이며, 상궤로부터 이탈한 삶이다. 앞으로 사용된는 카니발적 이 미지는 이러한 의미를 포함하고 있음을 기억하여야 한다.

62) 김소진,「벌레는 단 과육 속에 깃들인다」,『신풍근 배커리 약사』, 문학동네, 2002

63) 미하일 바흐친, 이덕영, 최건영 역,『프랑수아 라블레의 작품과 중세 및 르네상스의 민중문학』, 아카 넷,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