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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통한 사유의 숲과 사물

문서에서 기억을 통한 사유의 숲 표현 연구 (페이지 38-44)

Ⅳ. 본인 작품에 대한 분석

1. 기억을 통한 사유의 숲과 사물

유년시절 속에 자연은 누구에게나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 속에서 시간과 경 험을 토대로 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관점은 각자 다를 수 있다.

“기억은 순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천천히 응고 되 어 오래된 기억은 자세한 것도 있고, 대략적인 것도 있어 정서적으로 중요한 사 건은 더 강하고, 오래 지속되며, 그 사건을 직접 경험하든지, 목격하든지, 어떤 매체를 통해 보고 듣든지 등 오랜 시간이 지나도 쉽게 기억한다.”53) 이처럼 기억 은 지나간 과거로 정확한 기억보다는 사실과는 다른 기억을 받아들일 수도 있으 며, 혹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심적 반응으로 감정의 동요를 불러일으켜 그 기억 으로 심적 평화를 얻기도 한다.

1) 제주의 숲

제주는 화산섬이라는 생태학적 가치로 높게 평가받고 있으며, 원시적인 자연요 건을 갖추고 있다. 현대인의 삶에서 벗어나 정서적 안정과 힐링을 위해 제주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으며 다양하고 다채로운 제주의 자연 풍경은 예술가 들의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제주도는 한라산을 기점으로 어느 방향을 가든 곶자왈과 나무들이 울창한 숲과 만날 수 있다.

곶자왈은 제주 섬의 허파라 할 수 있는데 자연그대로의 모습으로 생명의 에너 지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나무들과 덩굴식물이 엉켜서 무질서하게 보 이지만 자세히 보면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의지하며 살아간다. 다양한 식물들과 야생초들이 자연속의 규칙대로 조화를 이루는 곶자왈은 독특하고 신비스런 하모 니로 조형적 풍경을 보여준다. 그리고 숲마다 조금씩 다른 경관들의 요소들은 계 절에 따른 다양한 시각으로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신비스러운 풍경들은 “한라산을 중심으로 62개의 크고 작은 하천들이 형성되어 있으며, 360여개의 기생화산들은 해안에서 한라산 정상부까지 분포되어 있어 숲과 초원을 이룬다. 특히, 동부와 서부지역에는 용암류지에 형성된 숲인

53) 제임스 L. 머가, 박소현 ‧ 김문수 옮김(2012),「기억과 감정」, (주)시그마프레스, pp.89~139.

‘곶자왈’이 분포하고 있다.”54)

2) 유년시절 놀이터로서의 숲

삶과 죽음을 생각하게 하는 장소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작품에서 풍경은 따뜻한 색감과 공간의 구분이 없이 초현실적인 회화로 표현하기도 하였다.

숲은 일정한 법칙과 규칙을 갖고 독특한 생명력의 에너지를 뿜어내듯이 본인의 작품에서도 그러한 일정한 법칙이 있다. 유년기에 겪었던 과거의 숲이 바탕이 되 어 현재의 삶을 보여주며 미래를 이어주는 표현으로 재구성하였다. 이러한 숲에 사물이 배치되어 무한한 상상을 하게 되는 사유의 숲으로 존재한다.

3) 사유의 숲과 사물

자연과 숲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고대 이후 그리스 철학자들로부터 서서히 학 문적인 기초들이 세워지기 시작하면서 숲에 대한 새로운 시각에 눈을 뜨게 되었 다. 미에 있어서 정신적인 면을 강조했던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1770~1831)은 창작자의 창작 의도나 창작 정신이 들어있는 작품의 예술미가 진 정한 미이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는 것은 자연이 갖는 생명력을 표현한 것”58)으로 창작하는 예술가의 정신적인 면을 강조했다. 이는 작품의 진정한 예술 미와 자연에서 보여 지는 자연미는 서로 조화로움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이 전달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자연의 생성과 소멸이라는 변화로 예술가들은 회상을 통하여 사유하고자 한다.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1976)는 회상을 선물에 비유하여 "회상 (Andenken)이란 우리가 그것을 원하기 때문에 선사받은 선물이며, 우리가 자기 자신 안에서 사려되어야 할 것으로 되어 있는 그러한 것을 원할 때, 비로소 우리 는 사유를 행할 수 있다고 한다."59) 하이데거의 말처럼 회상은 사유를 행할 수 있는 어떠한 사건의 기억으로 그 기억을 회상하며 예술가에게는 새로운 창조의 행위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사건이 중요하든 평범하든 기억해 낸다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 다. 새로운 경험은 우리가 과거 경험과 관련지어질 뿐 아니라 세상에 대한 우리 의 일반 지식과도 관련되어 ‘기억하기re-membering', ’상기하기re-collecting', '회 상하기re-calling' 같은 용어는 우리가 특정한 일을 기억하거나 이야기 할 때 정

58) 김기원(2004), 전게서, pp.150~151.

59) 마르틴 하이데거, 권순홍 옮김(2005), 전게서, p.51.

확히 반영하며,60) 이러한 기억과 상기, 회상을 통해 회화로 표현하기도 한다.

숲에 갈 때 마다 잠시 쉴 수 있는 의자에 앉아 있다 보면, 어렸을 때 숲에서 놀 이 하면서 갖고 싶고 앉고 싶었던 의자와 소꿉놀이 사물들을 생각하게 된다.

그 마음속 사물은 상상 속에 존재하는 추억의 물건들이지만, 현재의 내가 앉아 쉴 수 있고, 소꿉놀이 했던 음식과 그릇은 실제로 이용 가능한 사물들로 전환되 어 그 사물들로 인해 숲은 더욱 풍요롭고 따뜻한 사람들과의 소통의 장소가 되 어 사유의 숲이 된다.

이러한 배경의 작품으로 <그림 24>는 사실적인 풍경과 유년시절 상상 속 숲이 함께 공존하는 숲이다. 일상적이지 않은 식탁이 놓여 있는 공간으로 내면과 현재 의 삶을 반영한 것으로 ‘소통’에 영속성을 지니면서 사유하는 숲으로 표현하였다.

이렇듯 본인의 상상 속 숲에는 ‘티 테이블’이 존재하고, 특별한 마법의 의자가 있어 사람들이 금방이라도 등장할 듯 여기 저기 즐거운 웅성거림이 들리는 상상 을 하며 전체적으로 숲을 평화롭게 설정하여 표현되기도 한다.

이러한 마음속 상상의 숲은 언제나 그 자리에 존재하여 따스한 햇살이 나무들 틈에서 틈으로 다가와 어린 시절 안정을 줬던 숲이 되며, 더 이상 공포의 대상이 아닌 사유의 숲이 된다. 사유의 숲은 생명과 활력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초록색 숲과 청보라 색 꽃들의 향기, 그리고 새소리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공간으로 표현

60) 제임스 L. 머가, 박소현 ‧ 김문수 옮김(2012), 전게서, p.178.

<그림 24>「초대」, 2020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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