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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절 1997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 발전국가의 변화

2. 분석 결과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해 본다면, 위기 이후 한국 국가의 성격 전환은 발전국가를 (위기 이전보다) 더욱더 벗어나고 일탈하려는 성향이 두드러지 는 것으로 집약할 수 있다. 즉, 국가 성격 전환의 이러한 성향을 합쳐보면 한국의 국가는 위기를 거치면서 ‘신자유주의 탈발전국가’로서 유형과 성격 이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분석으로 찾을 수 있는, 한국에서 금융위기 이후 나타나고 있는 신자유주의 탈발전국가로 서의 특징들을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조명래, 2002, pp. 365-367).

첫째, 신자유주의 탈발전국가는 국가 조절의 지향이 과거와 같이 양적 성장과 발전을 위한 생산요소의 배분이나 사회계급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개방화 시대의 국민경제의 국제 경쟁력을 도모할 수 있 도록 사회체제 전반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고자 한다.

둘째, 그런 만큼 조절 양식에서는 국가 역할이 시장기능과 경쟁원리를 존중하고 실현하는 데 역점을 둠으로써 이른바 신자유주의 경향을 띠고

있다. 과거 발전국가에서도 시장질서를 존중했지만, 개입 방식에서는 ‘시 장 질서형성’ 자체를 위해 반시장적인 방식과 직접적인 개입 방식에 의거 했다면, ‘신자유주의적 탈발전국가’에서는 ‘시장기능 활성화’를 위해 시 장경쟁 방식이나 간접적인 개입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셋째, 탈발전국가의 지배적인 이념은 신자유주의지만, 시장의 자율성 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서구의 신자유주의와 달리 일정 정도의 국가개입 을 통해 시장질서와 기능이 유지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시장질서와 시 장기능이 시장 자체의 자율적 조절에 의해서라기보다 국가의 간섭과 조 절을 매개로 유지된다는 점에서 탈발전주의 국가의 신자유주의는 질서자 유주의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시장주의를 택하면서 국가에 의해 조절 되는 것은 시장에 대한 믿음이 불완전하고 시장 자체가 아직도 공정한 게 임을 할 만한 여건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 서 ‘신자유주의적 탈발전국가’는 시장의 공정한 게임과 질서를 규제하는 이른바 ‘규제국가(regulatory state)’와 비슷하다 할 수 있다.

넷째, 국가개입을 매개로 한 시장질서와 규범의 유지는 국제경제에서 수출주의 경제의 경쟁력을 도모하는 것을 궁극적으로 지향한다. 시장 경 쟁력을 전제하는 만큼 ‘신자유주의적 탈발전국가’의 조절에는 ‘시장에 대 한 조절’과 ‘시장을 위한 조절’의 요소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 다. 전자는 발전국가의 유산이라면, 후자는 발전국가의 유산을 벗어나 시 장 자체에 의한 조절체제로 나가는 경향의 반영이다. 이 점에서 한국의 신자유주의 국가는 서구의 신자유주의 국가 유형인 규제국가와는 다르다 고 할 수 있다. 즉, 한국의 신자유주의 국가는 국가주의(개입주의)를 바탕 으로 시장주의 조절을 활용하고 있는 중간적이면서 과도기적 성향을 띠 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이러한 전망을 하게 되면, 신자유주의적 탈발전국가는 국가 역할의 약화

내지 위축을 의미하면서, 동시에 지구경쟁 시대 자국의 상품생산과 유통을 위한 조절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이중의 측면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전자는 이른바 ‘세계화(Globalization)’의 강화로 국가 역할이 위축되는 것을 전제한다면, 후자는 지구경쟁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시장관 리자’ 혹은 ‘경쟁촉진자’로서의 국가 역할이 새롭게 강화되는, 그래서 국가 주의가 부활하는 것을 전제하기도 한다(Jessop, 2003). 위기 이후 한국의 진행상황은 ‘규제국가’ 혹은 ‘지구주의의 유형’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연구의 질문 자체가 아직 진행 중인 질문이다.

제4절 결론

본 연구는 한국의 국가가 ‘신자유주의적인 규제국가’로의 가속화된 경 로를 타고 있는 ‘신자유주의 탈발전국가’로 전환하고 있고, 그에 따라 국 가의 역할이 일방적으로 최소화되고 있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이것을 100%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의 ‘경향성’으로서 이러한 상황이 진행되고 있음이 명백하다는 점이다. 이 논문은 이를 ‘발 전국가의 긍정적 속성의 회복’이라는 개념으로 포착하려 했고 실증적인 연구를 통해 ‘발전국가의 변화 과정’도 추적하고자 했다.

한국의 발전국가는 1997년 금융위기 이전에도 변화하고 있었고, 그 변 화양상은 ‘탈발전국가’의 방향성을 지니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규제국가’의 개념으로 한국 발전국가의 변화를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 것 에서 볼 수 있듯이, ‘탈발전국가’의 방향성이란 결국, 한국의 발전국가가 여러 가지 요소로 인해서 발전국가의 긍정적 요소로 평가 받을 수 있었던

‘국가능력성’, ‘국가자율성’이 약화되고 있었고, 그 근본적인 배경 속에는

각 주체들 간의 약화된 ‘내부응집력’, ‘연계된 자율성’이 있었으며, 또한 관료들의 ‘관료적 합리성’은 점점 약해져 가고 있었다는 것으로 그 변화 의 특징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과정 속에서 금융위기 가 찾아왔고, 따라서 그 극복 과정은 약화된 여러 긍정적인 발전국가적 속성을 회복하기 위한 과정이었다고도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서, 금융위기의 극복 방법으로 주로 실시된 ‘금융개혁’은 결국 한국에서 는 긍정적인 발전국가적 속성을 회복하기 위한 과정이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연구의 기본분석에서 살펴본 것처럼 ‘공적자금’과 ‘금융감독 체계 개편’이 국가의 목적에 부합하는 결과를 달성하지 못했고, 그 과정 속에서 관료들은 시민들의 신뢰를 더욱 잃게 되는 상황을 맞이하였다. 다 시 말해서,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긍정적인 발전국가의 속성을 회복하 여 국가의 역할을 강화하고자 했던 국가의 의도는 성공하지 못했고, 국가 의 역할이 최소화되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이다. 공적 자금의 투입보다는 회수에서 국가의 역할이 중요했지만 잘 회수되지 못했고, 금융감독체계 개편에서도 결국 국가의 개입이 최소화되는 방향으로 개혁이 진행되었으 며, 관료들은 그 자신들의 잘못된 행동으로 시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 다는 것이다. 발전국가의 대표적 속성들은 모두 금융위기 이전보다 더 약 화되었고, 이는 결국 국가를 시장의 규제자가 아닌 시장에서 활동하는 또 하나의 경제 주체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던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았던 심층분석에 의하면, 금융 위기 이전에 ‘탈발전국가’로의 전환을 가속화했던 여러 요소들이 금융위 기 이후에는 이러한 방향성에 더욱더 강한 영향을 미치면서 결국, 한국의 국가가 ‘신자유주의적 규제국가’로의 방향성을 강하게 가지는 ‘신자유주 의적 탈발전국가’로 변화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는 결과를 도

출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새로운 지배연합이 나 관료제 안의 내부적 분열은 나아지지 않았고, 신자유주의적인 관료들 은 국가기구를 지배하는 위치에까지 오르게 되었다. 결국 이런 것들이 국 가의 전환을 ‘신자유주의’적으로 진행하고자 하는 정책 조합으로 나타나 게 되었기 때문에, ‘신자유주의적 규제국가’로의 빠른 전환을 막아보고자 했던 국가의 의도는 성공하지 못했었다고 분석할 수 있었다. 또한 금융위 기 극복 과정에서 국가-(시민)사회, 국가-세계체제, 국가-금융 간의 역학 관계와 상호대응이 금융위기 이전에 이미 많이 침식되었던 ‘국가의 능력’

과 ‘국가의 자율성’을 어느 정도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지 못했고, 오히려 ‘신자유주의적 규제국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수행하 면서, 발전국가의 긍정적 요소를 어느 정도 복원하고자 했던 국가의 의도 도 성공하지 못했었다고 분석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이러한 연결고리는 결국 한국 관료제의 변화가 1997년 금융 위기 이후 실시된 금융개혁이 성공하지 못했던 가장 중요한 요소였음을 보여 준다.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국가가 발전국가의 속성을 회복하고자 했던 여러 정책들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결국 발전국가의 속성을 가지고 있지 않던 한국 관료제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내부적 으로 실제 관료들의 구성에서 ‘신자유주의적 패러다임’을 신봉하는 관료 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었고(Song, 2016, p. 135), 관료들의 신념이 더 이상 예전과 같이 공적 이익을 사적 이익에 우선하지 않게 되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관료제의 변화는 결국 한국 국가의 전환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음을 추론할 수 있다: 즉, 관료제의 변화는 한국의 국가가 금융위기 이전부터 경험하고 있던 ‘탈발전국가’로의 전환 과정을 가속화했던 가장 주요한 원인 중에 하나였다는 것이다.

결국, 이 연구의 분석은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한국의 발전국가가 금

융위기 이전의 ‘탈발전국가’로의 변화 과정을 ‘보완과 수정’ 속에서 겪었 던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적인 규제국가’로의 가속화된 경로로 갈아타

융위기 이전의 ‘탈발전국가’로의 변화 과정을 ‘보완과 수정’ 속에서 겪었 던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적인 규제국가’로의 가속화된 경로로 갈아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