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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과학 기술 중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주체들이 대립하고 있는 원자력발전에 관련한 보도를 매체 성격별로 비교하고, 매체 별 차이가 나타나 는 매체 사회학적 요인들을 심층인터뷰를 통해 규명해 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본 연구는 기존 연구가 매체 간 보도 성향의 차이를 규명하는 양적 연구 에 다소 치중되어 있었고, 프레임 분석을 통한 질적 차이를 규명하는 연구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는 점에 착안해 기획되었다. 물론 언론사의 기사 생산 과정을 심층 인터뷰를 통해 규명한 연구도 존재하지만(차재영․ 이영남, 2006;

조성경, 2010) 양적 연구로 규명해 낸 결과를 토대로 질적 연구 방법인 심층 인터뷰를 수행해 결과가 나타나게 된 근본 요인을 알아 본 연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본 연구는 이런 점에서 양적 연구와 질적 연구의 한계를 상호 보완해 좀 더 정확히 사회 현상을 반영할 수 있는 혼합적 연구 방법(mixed-method)을 사용했다는 데에서 이론적, 방법론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Greene, 2007). 이 혼 합적 연구 방법은 질적 연구 방법이 흔히 범할 수 있는 전체주의적 오류를 양 적 연구 결과 나타난 객관적인 결과로 보완해 줄 수 있다. 이런 방법을 이용한

본 연구의 구체적인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언론 매체의 정치적, 지리적 차이에 따라 프레임 유형, 논조, 취재원 활용 경향이 각기 다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단 <고리 원자력 발전 소 블랙아웃 사고>가 원자력 발전소 종사자들의 안전문화 의식 결여로 일어 난 사고였기 때문에 보수 언론, 진보 언론, 지역 언론 모두 책임 규명 프레임 이 높은 비율을 보였다. 하지만 보수 언론은 경제 효용 프레임, 정부의 정책 의지 프레임이 높은 비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진보 언론은 환경 안 전 프레임과 갈등 대치 프레임이, 지역 언론은 민주 합의 프레임과 환경 안전 프레임이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는 각 매체별 성격에 따른 사회 문화적 맥락 에 부합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보수 언론과 진보 언론의 프레임 유형 차이는 원자력 발전 관련 현안 해석에 있어 신문사 조직의 정치적 성향에 근거한 것 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민주 합의 프레임과 환경 안전 프레임이 높은 비율을 차지한 지역 언론의 경우, 원자력 발전소 인근 지역의 주민을 주 독자층으로 하는 언론사란 지역적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주민들이 원자 력 안전 규제 정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주민 보상 문제와 같은 끊임없 는 노력이 벌어지는 등의 사회 문화적 맥락에 기인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 이다.

보도 기사의 논조 역시 매체의 성격에 따라 달리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 다. 보수 언론은 긍정적, 중립적, 부정적인 기사가 비교적 고르게 분포된 반면, 진보 언론은 부정적인 기사가 90%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 역 언론은 중립적인 논조의 기사와 부정적인 논조의 기사가 3:7의 비율을 차 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언론사의 원자력 발전에 관한 입장이 서로 다 르다는 것을 말해준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고리 원자력 발전소 블랙아웃 사고>는 부정적인 이슈이기 때문에 각 매체 간의 논조의 차이가 드러나지 않 았지만, 사건 수사가 종결되면서부터는 각 매체 별로 논조가 나뉘기 시작했다.

이는 매체 별 취재원 활용 경향과 결부해 설명할 수 있다. 보수 언론은 행정부 요원과 원자력 관계자의 취재원 활용이 높은 것으로 드러나, 기사 중 상당량

이 정부의 원자력 관련 정책과 사고 수사에 집중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진보 언론은 다른 매체에 비해 시민단체의 취재원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

<고리 원자력 발전소 블랙아웃 사고> 이후 시민 단체 활동의 취재를 늘리면 서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 입장의 기사를 생산했다. 지역 언론은 시민단체와 원자력 관계자 취재원이 다른 취재원보다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 났다. 이런 취재원 활용은 지역 언론의 기사 논조 분포와 연결 지을 수 있다.

지역 언론은 주 독자층이 원전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원자 력 발전에 대해 근본적으로 비판적인 기사를 쓸 수밖에 없지만, 한수원 본사 와 원자력 안전 위원회와 같은 원자력 관련 기관 관계자들의 지역 언론 기자 접촉은 비판적 기사와 함께 중립적인 논조의 기사가 생산되는 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심층 인터뷰 결과 밝혀졌다. 이는 또한 프레임 유형 중 정책 의지 프레 임이 진보 신문 보다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하나의 원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둘째, 각 매체 별 기자와의 심층인터뷰를 통해 원자력 관련 보도의 프레임 유형, 논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가운데 조직 외부적 차원의 정부 방침, 시 민 단체, 원자력 관련 기관, 지역구 정치인, 여론, 독자층의 영향이 가장 큰 것 으로 드러났다. 보수 언론은 보수 정부의 방침이 원자력 관련 보도 프레임과 논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고, 진보 언론은 주로 활용하는 취재원인 시민 단체의 영향, 그리고 정부와 독자층의 영향이 원자력 관련 보 도 프레임과 논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역 언론은 지 역 주민과 지자체, 시민단체와 원자력 관련 기관의 영향이 원자력 관련 보도 프레임과 논조를 구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고, 전국 언론의 보도 프레임과 논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앙 정부의 방침은 중요한 요인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조직 외부적 차원의 요인은 조직 내부적 차원에서 원자력 관련 기사의 논조와 보도 건수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인터뷰 결과 밝혀졌다. 보수 언론은 전술하였듯이 보수 정부의 방침에 따라 언론사의 입장이 정해지고, 이는 사설과 칼럼과 같은 의견 기사에 나타 난다고 언급했다. 이를 통해 보수 언론의 기자들은 신문사의 원자력 발전에

대한 태도를 인지하고 신문사 입장에 맞는 기사를 발제하게 되는 순환적 구조 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진보 언론 역시 보수 언론의 보도 내용에 비판적인 입 장을 견지해야 한다는 의식 때문에 원자력 정책에 비판적인 취재원을 활용하 게 되고, 이는 기자들끼리의 취재원 공유 현상으로 이어진다고 언급했다. 그 결과 진보 언론의 원자력 관련 기사는 비판적 논조의 기사가 높은 비율을 차 지하고,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환경 안전 프레임이 주요 프레임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지역 언론 역시 지역 주민의 여론을 의식해 데스크에서 기사의 수위 를 조절하고, 보도 건수를 늘리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인터뷰 결과 밝 혀졌다. 종합해보면, 원자력 관련 보도는 조직 외부적 차원의 다양한 이해관계 주체들이 보도 프레임이나 논조에 영향을 미침과 동시에 조직 내부적 차원의 데스킹이나 취재원 활용 경향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기자 개인이 결정할 수 있는 기사 가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치는 순환적 연결고리 형태를 가지는 것으 로 밝혀졌다.

선행 연구 결과 미디어의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 프레이밍은 원자력 발전에 대한 극단적 공포로 이어지고, 이는 원자력 발전의 과학적이고 실제적인 안전 성과는 상관없이 대중들이 원자력을 무조건 반대하도록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 다(심준섭․김지수, 2011). 또한 송해룡과 동료들의 연구(2013)에선 사회 구성 원들이 위험을 직접적으로 체험하기보다 사회의 정보 소통 체계를 통해 위험 을 인식하는데, 미디어는 그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주장했다. 칼퍼슨과 동료들(Karperson, Jhaveri & Karperson, 2001)은 원자력 관련 사고는 한 번의 사 고만으로 비정상적인 위험이 존재한다는 위험인식을 형성하며, 이런 위험 인 식은 부정적이며 단순한 사건 중심의 매스 미디어 보도에 의해 이를 회피하도 록 낙인화(stigmatization)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맥락에서 언론이 과학 기술 위 험을 객관적 사실에 의거해 저널리즘의 원칙에 따라 보도하는 것은 매우 중요 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본 연구의 심층 인터뷰 결과 드러난 것처럼 위험을 수반한 과학 기 술에 대한 언론 보도는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기보다 갈등 보도에서 나타나는

특성과 같이 각 이해관계자가 지각하는 위험 현실을 재구성하는데 더욱 초점 을 맞추고 있었다. 이런 결과 매체 성격에 따라 편향적인 취재원의 활용과 상 이한 보도 프레임을 보이는 것을 양적 연구방법인 프레임 분석을 통해 검증했 다. 이는 언론 보도가 프레임의 현저성을 강조함으로써 현실을 재구성하고 있 고, 이는 뉴스 제작 과정 등의 내부 요인과 사회, 문화, 정치, 경제 등 외부 요 인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다는 엔트만(Entman, 1993)의 주장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본 연구는 위험을 수반한 과학 기술이자 우리 사회의 대표 적 갈등 현안인 원자력에 관련한 보도가 객관적 저널리즘 원칙에 의해 보도되 기보단 사회의 다양한 주체들에 의해 재구성되어 대중들에게 전달됨을 양적, 질적 방법을 혼합한 혼합 연구 방법을 통해 검증하였다. 향후 연구로 프레임 연구의 또 다른 축인 수용자 개인 프레임(individual frame) 부분에 초점을 맞춰 수용자가 원자력 보도를 접한 후 원자력에 대한 인식 변화와 구전 의도를 매 체 성격 별로 나눠 비교를 하는 실험을 진행해 매체 별로 상이하게 구성되는 원자력 관련 보도가 수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규명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참고문헌 ■

경향신문 (2013). 환경운동연합 “국민 78%, 원자력 발전소 안전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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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 (2001). 신문 상품의 속성에 관한 정치경제학적 고찰. 언론과학연구, 1권, 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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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박홍원 (2011). 방송 저널리즘 통제 요인에 관한 연구: 직능 및 방송사별 차이를 중심으로. 언론학연구, 15권 1호, 5~30.

김원용․이동훈 (2004). 신문의 보도프레임 형성과 뉴스 제작과정에 대한 연구.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