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농촌개발정책의 변천 과정에 대한 비판적 검토

1)

김 정 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1. 서론

2000년대 이후 농촌개발 정책의 내용, 추진체계, 접근방법 등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농 업생산 기반 및 농촌 주민 생활환경 정비에 중점을 두었던 정책의 내용이 다양해졌다. 도 농교류, 농촌관광, 지역특화산업 등 새롭게 부각된 농촌의 다양한 사회 경제 활동을 촉진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다루어졌다. 정책 추진체계도 지방분권화의 길을 꾸준히 걸었다.

농촌체험관광 마을 육성 정책에서 도입한 공모제 방식이 확산되어 여러 농촌개발 정책 사 업에 적용되었다. 이후에도 신활력사업 실시, 광역 지역발전특별회계(이하, ‘광특회계’로 약칭) 지역개발계정의 포괄보조금 제도 도입을 계기로 정책 추진체계는 지방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편되었다. 주민 참여와 지역 내 다양한 주체의 자발적 협력을 강조 하는 ‘상향식 접근방법(bottom-up approach)’과 지역 특성을 살린 사업 추진을 강조하는

‘지역 접근방법(territorial approach)’이 다수의 농촌개발 정책 사업에서 근간을 이루는 방 침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는 점도 중요한 변화였다. 이 같은 농촌개발 정책의 다차원적 변 화가 남긴 공과는 무엇인가?

이 글에서는 최근 10년여 동안 이루어진 농촌개발 정책의 변화와 성과를 살펴보고 시사 점을 제시하려 한다. 글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그 동안의 농촌개발 정책 전개 과정 을 정리해본다. 둘째, 그러한 변화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 의견도 제시할 것이다. 셋째, 2000년대에 추진된 몇 가지 농촌개발 정책 사업의 성과를 간략하게나마 분석한다. 마지막 으로,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향후 농촌개발 정책의 발전 방향을 몇 가지 제시하면서 글 을 맺을 것이다.

1) 이 글은 정부 지원을 받아 수행 중인 ‘농촌 지역 활성화 정책의 평가와 발전 방안’ 연구를 계기 로 수집한 자료와 관계 전문가들의 의견에 바탕을 둔 것이다. 연구가 아직 끝나지 않았으므로, 이 글에 제시한 자료들은 잠정적인 것임을 밝혀둔다.

2. 지난 10년 동안의 농촌개발 정책 전개 과정

2000년대는 농촌개발 정책이 큰 폭으로 재편된 시기이다. 농촌개발 정책의 범주 안에서 예전과는 다른 목표를 갖는 정책 사업들이 여럿 등장했다. 그리고 1개의 기본법2)과 2개의 특별법3)을 비롯하여 현재 농촌개발 정책 사업의 추진 근거인 법령들은 대부분 이때에 제 정되었다. 농업 생산기반을 확충하거나 농촌 주민의 기초 생활환경을 정비하는 정책이라 고 관행적으로 인식되던 ‘농촌개발 정책’에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 변화였다. 그러한 변화 를 정리해 본다.

이 기간 동안 농업 부문 밖에서 새로운 경제활동 기회를 탐색하고 도전하는 노력이 본 격적으로 진행되었다. 그 배경에는 ‘WTO 체제 출범 이후에도 농업만으로 농촌 지역의 경 제적 발전을 견인할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과 농촌 지방자치단체의 다각적인 경제 활성 화 노력이 있었다. 농가 수준에서는 농외소득을 증대하고 농촌 지역(시 군) 수준에서는 지 방자치 시대를 맞아 경쟁적으로 농업 이외 부문의 시장을 개척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농 촌관광 및 지역특화상품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었다. 이 두 부문에 대해 중앙정부는 관련 정책 사업을 크게 확대하였다.

농촌관광 부문이 농외소득 증대에 기여할 잠재력이 있다고 인식하고 정부가 정책 사업 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였다. 관광농원, 농어촌휴양단지, 농촌민박마을 등 의 정책 사업이 추진되었다. 그러나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4) 농촌개발의 관점에서 농촌관광 정책에 대한 요구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이다.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농촌관광 시장이 크게 성 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되었다. 주로 일본이나 유럽의 사례에 대한 고찰에 바탕을 두

2) ‘농업 농촌 기본법(2000년 1월 1일 시행, 現 농어업 농어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을 말한다.

3) ‘농림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산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2004년 6월 6일 시행)’과

‘국가균형발전 특별법(2004년 1월 1일 시행)'을 말한다.

4) 관광농원 조성사업은 일찍이 1984년부터 추진되어 2002년에 이르기까지 전국 491개소가 조성되 었지만 약 30%에 가까운 관광농원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했으며, 경영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관광농원들도 당초의 정책 위지인 도농교류와 지역 활성화에는 크게 기여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농어촌 민박마을 조성사업은 1991년부터 시행되었으나 정책 사업의 내 용이 민박을 목적으로 하는 농어가 주택 개보수 또는 증개축에 필요한 자금을 융자하는 것에 불 과하여 농촌관광 활성화에 기여한 부분이 제한되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농어촌휴양단지 조성사 업은 1989년부터 시행된 사업으로 기초 지방자치단체장, 한국농어촌공사, 농협 등이 일정 규모 의 휴양단지를 조성하여 분양하거나 임대하는 사업이었으나 사업 수요가 매우 저조했다(박시현 등, 2003).

고 농촌관광 시장의 성장을 전망하며 농촌지역 활성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왔다(유상오 등, 1998; 김범수, 1999; 임득춘, 2000; 강성일, 2000). 1980년대 말 이후 농 외소득 시책의 일환으로 농가 민박 개발을 위한 정책 사업들이 시작했으나, 그렇게 조성 된 농가 민박 서비스의 품질이 낮다는 비판이 있었다. 그리고 지역의 자원을 활용하는 농 촌개발 정책이라는 관점에서 농촌관광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논의가 일었다. 지방자치단 체 가운데에서는 전라북도 순창군이 앞서서 ‘그린 투어리즘(green tourism)을 지역발전의 핵심 전략으로 하는 계획을 수립하기도 했다.

그 흐름에 부응하여 농림부는 2001년 5월 ‘농외소득 증대 중장기 추진 계획’을 수립하 여 농촌관광을 향후 농외소득원 개발을 위한 중요한 정책 수단으로 채택하고 그 일환으로 2002년부터 마을 단위 농촌관광 개발 정책 사업을 시작하였다(박시현 등, 2003). 농림부뿐 만 아니라 행정자치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농촌진흥청 등 중앙정부의 여러 부처들도 2000년대 들어 마을 단위 농촌관광 관련 정책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표 1). 이후 9년 동안 약 1조 4,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1,500개가 넘는 농촌관광 마을을 조성하였다.

이들 ‘농촌체험관광 마을 사업’은 우리나라 농촌관광 시장에서 중요한 상품 서비스 공급 자 유형 가운데 하나로서 ‘마을’이 자리매김하도록 그리고 농촌개발 정책 사업에 있어 주 민 참여 또는 상향식 접근방법을 확산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관련 법규의 제정 및 개정 연혁을 통해서도 2000년대 들어 ‘농촌관광’이 농촌개발 정책 의 한 영역으로 정립되었음을 알 수 있다. 1999년에 제정되고 2000년 1월 1일부로 시행된

‘농업 농촌 기본법’에서 ‘녹색관광 및 휴양자원의 개발’이라는 표현을 통해 정부와 지방자 치단체가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할 의무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5) 그런데 2004년 3월 5일 제정된 ‘농림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산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에서는 제35조(도시와 농산어촌의 교류 확대)를 통해 이런 정책의 목적이 농촌의 지역경제 활성 화에 있음을 밝히고 구체적인 정책 사업의 범위를 열거할 정도로 강조된 언명이 등장한 다.6) 2008년에 이르러서는 ‘도시와 농어촌 간의 교류촉진에 관한 법률(2007년 12월 제정)’

5) 이는 2009년 10월 2일 개정된 동법 제51조에서 다음과 같이 더 분명하고 확대된 형태로 표현되 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농촌의 사회 경제적 활력을 증진하고 도시민의 농촌 생활에 대한 체험과 휴양 수요를 충족시킴으로써 도시와 농촌의 균형발전과 농촌 주민의 소득 증대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지역의 특색을 살린 농촌관광, 농촌체험, 농업 관련 자연학습 및 휴양자원의 개발 등 도시와 농촌의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 시행하여야 한다.”

6) 이 조항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열거하고 있는 시책들은 다음과 같 다. 농산어촌 관광자원의 개발, 농산어촌 관광에 대한 교육 및 홍보, 농산어촌 관광과 친환경농 림어업의 연계, 농산어촌 관광마을의 육성, 도시지역 주민과 농산어촌 주민간의 자매결연, 도시 지역 주민의 농림어업 농산어촌 체험 장려.

이 시행되었다. 이 법령은 농촌관광과 관련된 정책의 범위를 더욱 구체화하고, 정책 사업 시행 관리 평가 등에 관한 상세한 규정을 정리하고, 관련 교육 및 전문인력 양성이나 도 농교류 지원기구의 지정 등에 관한 세부사항을 담고 있다.

소관 부처 정책 사업 시작연도 실적 투입예산 비고

농림수산 식품부

어촌체험마을 2001 102 681 공모제

녹색농촌체험마을 2002 442 884 공모제

농촌마을종합개발 2004 176 6,405 공모제

행정안전부 정보화마을사업 2001 370 1,658 공모제

아름마을 2001 23 435 공모제, ‘03년 종료

문화관광부 문화역사마을 2004 13 239 공모제, ‘09년 종료

농촌진흥청 농촌전통테마마을 2002 170 340 ‘ 공모제, ’09년 종료

산림청 산촌생태마을 1995 270 2,944 공모제

합계 1,566 13,586

자료: 국무총리실 정책분석평가실. 2009.

주1) 실적은 2009년 말을 기준으로 조성 중인 것까지 포함한 마을 또는 권역 수이다.

주2)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 산촌생태마을 조성사업, 정보화마을 사업, 문화역사마을 사업 등은 당초에 농촌관광을 사업의 주된 목적으로 추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사업이 실행되는 과정에서 대부분 숙박형 체험마을 형태로 변하였기 때문에 ‘마을 단위 농촌관광 정책 사업’의 범주에 포함시켰다.

표 1. 마을 단위 농촌관광 정책 사업 추진 현황

(2009년 말 기준, 단위: 개소, 억 원)

지역특화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 정책 사업은 1980년대 말부터 시작된 농림부의 농촌 가공산업 육성사업과 농촌특산단지 육성사업에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다. 이 사업은 농 산물의 새로운 수요를 개발하고 부가가치를 제고하여 농가소득과 대외 경쟁력을 향상시 키며, 원료 농산물의 수급조절과 가격 안정을 도모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었다(박석두 김 태연, 2004). 1990년대 중반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농가의 농외소득 증대를 목적으로 하던 ‘농산물 가공’ 분야 정책 사업에서 ‘농촌 지역의 특화상품 생산 및 판촉’을 촉진하려 는 목적의 정책 사업으로 내용이 전환되거나 신규 정책 사업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 작했다. 행정자치부의 ‘1군 1명품 육성사업’과 ‘향토지적재산을 활용한 지역특화상품 개 발 시범사업’, 중소기업청의 ‘지역 특화산업 육성사업’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이처럼 지역특화산업을 육성하려는 정책 사업들이 시작된 것은 지방자치제 실시를 배경으로 한 농촌 지방자치단체들의 지역경제 다각화 노력에 대한 중앙정부의 대응으로서 자연스러운 변화였다. 이처럼 1990년대 이후 농림부, 행정자치부, 중소기업청 등이 지역특화산업 관련

문서에서 2011 제3차 농어촌지역정책포럼 (페이지 105-144)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