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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본 논문은 이명박 정부 하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국가발전 전략을 이행하기 위한 대표적 정책수단으로 도입되었던 배출권 거래제가 원래의 제도적 취지에 부합되는 공익이론이 아니라 현실적인 역학관계에 의한 포획이론에 부합된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가 치관, 행정조직, 집행방식이라는 세 가지 기준을 이용해서 제도의 도입 초 기에 진행되었던 규제포획 현상을 밝혀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다음과 같은 정책적 문제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즉, 국내에서 배출권 거래제가 산업계에 의해 포획된 상태라면, 당초의 제도 적 취지가 왜곡된 규제를 폐기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극단적인 주장이 제기될 수도 있다. 선행연구는 한국이 실패했던 유럽연합의 1기 배출권 거래제를 모방했다며 비판한 바 있다(김태은, 2015). 이 연구에 따르면 문 제가 많았던 유럽의 거래제를 한국이 모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온실 가스 감축과 관련해서 서로 다른 요구가 충돌하는 당시의 딜레마적 상황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실패한 거래제를 모방했을 뿐만 아니라 피규 제자에 의한 포획까지 이루어진 상태라면, 해당 정책을 폐기하는 방안도 고려되어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본 논문에서는 다음과 같이 가치관・행 정조직・집행방식이라는 측면에서 검토했을 때, 국내 배출권 거래제가 비 교적 잘 작동하는 편이라고 판단된다.

첫째, ‘집행방식’이라는 측면에서는 산업계의 규제포획이 비교적 심각 하지 않았었다. 할당량의 적절성과 관련해서 절반에 가까운 243개 업체가 이의를 신청했었지만 환경부는 단지 40개 업체의 이의 제기만을 수용해 주었을 뿐이다. 또한 이의신청에 불복해서 행정소송이 제기되기도 했지 만, 사법부는 행정부의 입장을 대부분 지지해주었다. 즉, 20건의 행정소송 가운데 석유화학업계와 시멘트업체가 제기한 두 건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 분의 청구가 기각되고 말았다(박형욱, 2017).

둘째, ‘행정조직’과 관련해서는 주무관청의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된 상

태이다. 물론 환경부에서 경제・산업 부처로 전담기관을 이전했던 규제포 획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였다. 왜냐하면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제도 본연 의 취지가 무력화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문재인 정부 들어 2018년 1월부터 배출권 거래제의 총괄기능을 환경부가 맡을 수 있 도록 부서 조정이 이루어졌다.38) 물론 배출권 할당도 다시 환경부가 전담 하게 되었으며,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도 원래의 상급기관이었던 환경부 산하로 재편되었다. 결과적으로 지금은 배출권 거래제를 본연의 취지에 맡게 규제할 수 있는 기관으로 주무관청이 복원된 상태이다.

셋째, ‘가치관’이라는 측면에서는 한국 정부의 경우 공익이론이 어느 정 도 적용 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 왜냐하면 산업계의 심각한 규제포획에 도 불구하고, 탄소 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39) 유럽 거래제의 1기에 노출되었던 문제는 기업에게 배출권이 과잉 할당됨 으로써 발생했던 탄소 가격의 폭락이었다. 즉, 값어치가 사라질 정도로 배 출권이 넘쳐나면서, 거래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었다. 다만 유럽에서는 거래제의 1기가 탄소 시장의 시범적 운영에 목적을 두었기 때 문에, 2기부터는 다행히도 과잉할당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었 다. 선행연구에서 지적되었듯이 한국도 유럽의 배출권 거래제를 모방하기 는 했지만, 다행히도 과잉할당의 문제를 신중히 고려했던 덕분에 유럽 1 기의 가격 폭락 같은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었다(김태은, 2015; 유인식, 2018; 환경부, 2019).40)

38) 환경부, 2018.1.2., “온실가스 감축 정책, 국민과 함께 만든다,” 보도자료.

39) 유럽 탄소 시장의 붕괴를 목격했던 국내에서도 과다 할당으로 인한 가격 폭락을 우 려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았었다. 시민단체에서도 ‘할당의 정치’를 통해 과다 할당될 위험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가격 폭락은 발생하 지 않았다. 즉, 산업계가 정부를 포획하는 할당의 정치는 국내에서 심각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박환일, 2010; 이정필, 2015).

40) 국내에 탄소 시장이 도입되었던 첫 해에 배출권의 거래가 적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 도 할당량이 부족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산업계에서 우려했던 배출권의 부족 사태도 발생하지 않았었다. 왜냐하면 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정부가 배출권의 가 격을 1만 원으로 설정했었기 때문이다(정인혜, 2015; 채종오・박선경, 2016; 조현진・

김하나, 2016). 실제로 2015년 1월 12일에는 8,640원에 거래가 이루어졌었지만, 이 후로는 1만 원이 유지되었으며, 같은 해 12월 21일에는 11,700원을 기록했었다(기

결론적으로 한국의 배출권 거래제는 규제포획에도 불구하고 지구적인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공익에 기반해서 제도가 어느 정도 적절히 운영되었던 것으로 판단된다.41) 즉, 국내에서 배출권 거래제는 포획이론 뿐만 아니라 공익이론도 상당부분 적용 가능한 상황이다.42) 그렇다면 이 제는 1기 배출권 거래제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보다 나은 방향으로 제도 를 운영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즉, 지금까지의 규 제포획에서 벗어나서 공적인 취지에 보다 부합되도록 제도를 운영하는 방 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산업계의 규제포획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 로 국제 탄소 시장과의 연계를 제안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한국 정부를 넘어서는 초국가적인 탄소 시장이 등장할 경우에는 규제기관에 대한 기업 의 포획이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5년 12월에 개최된 제 21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된 ‘파리협정’은 개별 국가의 탄소 시 장을 국제적으로 연계・확대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었다. 물론 근거 규정만 마련된 상태이며, 초국가적인 국제 탄소 시장의 실체는 아직 까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43) 그렇다면 한・중・일 동북아 차원의 탄소 시장을 연계하는 것도 하나의 시범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처럼 단기적 실현가능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탄소 시장은 인류가 지구온난화를

획재정부, 2014.9.2., “배출권거래제는 2015년부터 시행,” 보도자료).

41) 불가능성 정리로 노벨상을 수상했던 경제학자인 케네스 애로(Kenneth Arrow)의 경 우에도 생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미국의 규제정책이 비교적 잘 작동하는 편이라고 설 명한 바 있다(한겨레, 2017.2.24., “케네스 애로, 규제가 제 구실 하고 있다”).

42) 이처럼 배출권 거래제가 공익에 기반해서 어느 정도 운영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제 도의 설립 취지인 공적 목표가 달성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실제로 최근 자료에 따르 면 배출권 거래제의 시행 이후인 2015년과 2016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모두 전년 대비 0.2% 증가한 상황이어서, 감축 효과를 판단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배출 권 거래제의 온실가스 감축 성과와 관련해서는 이후에도 비판이 제기될 수 있으며, 지속적인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문재인 정부하에서 환경부로 변 경된 주무관청에 대한 산업계의 포획 시도가 다음 정권에서 다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환경단체들의 대비도 필요할 수 있다(환경부, 2018).

43) 국내에서도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의 제36조 ‘국제 탄소 시 장과의 연계’ 조항에서 법적 근거가 마련된 상태이다.

해결하기 위해 채택해야 할 정책수단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게다가 개별 국가의 규제권을 초월하는 국제 탄소 시장이 조성된다면, 한국 사회가 겪 었던 규제포획의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김용건・공현 숙, 2011; 김은정, 2013; 노동운, 2015; 이지웅, 2016; 김길환 등, 2017;

노상환,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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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