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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신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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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쉬의 작품에서 무용수는 행위 및 움직임을 통해 강렬한 신체의 에너지를 발산시킨다. 무대에서 무용수는 자신들의 열망과 절망, 두려움과 고통 등 인간의 내면으로부터 터져 나오는 감정을 강렬한 신체 움직임으로 드러낸다. 무용수의 신체에서 품어져 나오는 강한 에너지는 아르토의 잔혹극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르토는 “철저한 극단적 액션(action)”과 “감각에 호소하는 육체적 표현”

으로 관객을 충격에 몰아넣고, 인간의 무뎌지는 원초적 감각을 깨우고자 했다.97) 바우쉬의 작품에서 무용수는 신체의 에너지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춤을 추고, 이러한 강렬한 체험으로 관객들을 작품에 완전히 몰입하게 한다.

작품 <봄의 제전>에서는 한 여성 무용수가 빨간색 의상을 입고 흙으로 뒤덮 인 무대 위에서 강하고 격렬하게 움직이면서 신께 제물로 간택된 희생자의 감정 을 표현해낸다.

[사진 3] 작품 <봄의 제전>에서 강렬한 신체

이 여성 무용수는 약 5분 동안 쉬지 않고 매우 격렬하게 움직인다. 그녀는 죽 음의 운명 앞에서 두려움과 고통의 감정을 쏟아낸다. 상체에 힘을 주어 긴장 상 태를 몸으로 표현하다가, 머리와 몸통을 격하게 앞뒤로 젖혔다 접기를 반복한다.

팔 동작은 크고 빠르며 강하게 연결하고, 바닥으로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선다.

97) Antonin Artaud, 잔혹 연극론 (서울: 현대미학사, 1994), 126.

이 여성 무용수는 자신의 에너지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발산시키며 춤을 이어 가다가 결국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에서 그대로 바닥으로 엎어져 쓰러진다. 이 작 품에서는 독무뿐만 아니라 군무에서도 자신이 제물로 간택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신체 움직임으로 격렬하게 표현한다.

이렇게 무대에서 몸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은 “진정한 몸의 주인” 으로서 무 대의 강렬한 에너지를 관객에게 전이시키는 것이며, 관객은 자신의 몸이 그 순간 그 공간에서 전이되는 생명력을 얻어 응답하는 참여적인 관객이 되는 것이다. 또 한, 몸은 순간성을 지닌 실재하는 몸이 된다. 이것은 아르토의 잔혹극에서 잔혹 이 “재현에 대한 반대어”인 것처럼, 몸은 본래 항상 예측 불가능한 순간성과 현 재성을 가진다. 그러므로 무대 위에서 몸과 움직임을 통한 강렬한 에너지는 근본 적으로 재현할 수 없는 특성을 가진다.98) 이러한 재현하지 않은 몸의 현재성과 순간성은 바우쉬의 작품에서 볼 수 있다. 작품 <1980>에서는 한 여성 무용수가 피곤하다고 외치며 무대를 50번 이상 돈다. 걷거나 뛰는 단순한 동작이지만 긴 시간 동안 지속되자 그녀는 숨이 차서 더는 그 동작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 그래서 여성 무용수의 ‘피곤하다’라는 말은 긴 시간 움직임을 통해 자신 의 에너지를 소진 시켜서 연기가 아니라 실제 피곤한 상태가 되고, 이것은 실제 자신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극한의 에너지와 감정인 것이다.99)

바우쉬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강렬한 에너지의 신체성은 무대에서 무용수가 강 하고, 빠르게 달리면서 벽에 자신의 몸을 던지거나 바닥에 쓰러지면서 나타난다.

또한, 상대방의 몸을 억압하는 행위, 좌절된 무용수의 몸, 자신을 통제하는 에너 지에 저항하는 움직임은 거듭 되풀이되고 그 행위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강렬한 몸의 에너지가 발산된다. 더 나아가 무용수들은 실제로 에너지를 모두 소모하여 한계에 부딪히고 더는 동작을 이어가지 못하며 무너지는 몸의 형태, 의도와 상관 없이 터져 나오는 불규칙하고 거친 숨소리와 젓은 땀이 섞여 그대로 노출된다.

그리고 관객은 무용수의 격렬한 신체의 움직임을 단순히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 현존하는 에너지가 전이되어 잠재된 몸의 감각을 깨우며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강렬한 신체성은 바우쉬의 극단화 표현에서 두드러지며 매우 중 요한 특성으로 볼 수 있다.

98) 김효, “아르토와 몸,” 한국연극학 no. 14 (2000): 343-344. 353-355.

99) Elizabeth Wright, (2000) 앞의 책, 176.

제4장 극단화 표현의 특성 및 작품연구

‘극단화’는 ‘한계의 끝’, 더는 나아갈 수 없는 막다른 처지, 길이나 공간, 행위 등 이 진전될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바우쉬 작품에서 무대 위 행위자 가 웃는 행위를 할 때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웃음을 멈추지 않는 것, 신체를 벽에 부딪치는 행위자가 지쳐 쓰러질 때까지 멈추지 않고 벽에 부딪히는 것, 인물의 성 격이 전혀 드러나지 않게 기괴할 정도의 극단적 무표정과 무감각, 갑자기 혹은 점 층적으로 폭발하는 분노, 슬픔, 고독 등의 극단적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 등을 극단 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브레히트 서사극에서 유머를 극단화하여 엽기 혹은 아 이러니를 드러내게 하는 방식이나 직접적인 극단화 개념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아 르토의 잔혹극에서 “극단적 액션”100)으로 몰고 가는 잔혹하고 과격한 표현 등도 극단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아르토의 잔혹함은 신체 및 모든 표현수단을 활용 하여 관객에게 충격을 선사한다. 그러한 충격적 방식의 표현은 어떤 행위 및 상황 을 극단화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바우쉬의 극단화도 공격적이고 폭 력적인 광기에 사로잡힌 행위를 통해 관객을 불편한 충격으로 몰아넣는다.

바우쉬 작품에서는 무용수의 육체적 행위나 움직임, 말, 노래, 음악을 통해 특정 한 상황과 장면을 극단적으로 몰아넣는다. 극단적 표현은 빈번히 바우쉬의 연극춤 에 대해 ‘사실적이며 객관적 방식의 표현’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현실 적인 것과 거리가 멀어진다. 오히려 관객은 극단적 표현을 통한 지나친 왜곡과 비정상적인 표현으로 거부감과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바우쉬가 특정한 장면에 극단화 표현을 삽입시키는 것은, 단순한 볼거리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구성하는 중요한 표현방식의 하나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바우 쉬의 극단화 표현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극단화 표현을 구성하는 요소를 찾아내 야 한다. 결국,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극단화 표현의 공통요소는, ‘두려움과 갈 등’, ‘반복과 변화’, ‘대립적 충돌과 결합’ 등 세 가지이다. 따라서 본 장에서는 이 세 구성요소가 극단화 표현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작품에 기술되는지 작품을 분석하고 극단화 표현의 특성을 논의하였다.

100) Antonin Artaud, (2004) 앞의 책, 126.

제1절 극단화 표현의 요소와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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