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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절 가족부양 주체에 대한 이론적 관점

1. 구조기능론(Structural-functionalism)

구조기능론에서 바라볼 때, 가족은 사회 구성원을 생산해서 사회의 틀 에 부합하게 양육하고 조율하며 질병이나 노화로 인해 독립적 생활이 불 가능해진 구성원을 보살펴야 하는 주체이다. 그리고 그러한 제반 역할이 가족 안에서 이루어질 때 가족의 틀이 무난히 유지되고 사회가 무리 없이 굴러갈 수 있다고 본다(이여봉, 2008). 그래서 가족성원들이 각자 자신의 위치에 부합하는 역할을 통해 상호 의존하면서 가족 단위의 역할을 얼마 나 잘 수행하느냐에 따라 해당 가족이 얼마나 기능적인지가 평가된다. 이 는 “이상적 가족이란 기본적으로 애정과 조화 및 가족성원 간의 만장일치 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각자의 관심과 이익보다는 가족 전체의 이익을 위 해 협동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구조기능론은 남편이 경제활동을 하고 아내는 가사와 양육 및 부양에 주력하면서 살아가는 가족을 모범체로 상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서구 의 산업혁명 이후 남성 노동력에 기초한 2차 산업에 주력하던 시대, 즉 가 족과 일터가 분리되고 여성이 노동 일선에서 소외되었던 시대에 출현한 모델이다. 한국의 경우에도 여성의 역할을 집안에서의 양육과 부양 그리 고 봉제사와 접빈객 등 보조적 역할에 한정했던 조선시대 이래 근자에 이 르기까지 이러한 틀에 부합하는 가족을 이상적으로 여겨왔다. 그런데 이

러한 모델은 가족 안에 부양서비스의 요구에 즉각 응할 수 있는 여성이 늘 대기하고 이를 경제적으로 뒷받침하는 남성가장이 가족 밖에서 분투 하고 있음을 전제로 한다.

구조기능론적 시각에서 바라보면, 가족원에 대한 부양은 가족의 책임 이고 부양의 실패는 가족의 잘못이라고 진단된다. 그래서 가족의 부양능 력과 상관없이 가족부양 역할을 충족하지 못하는 가족은 비난의 대상이 되고 그에 관한 처방 역시 가족책임 의식을 회복하고 전통적 가족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수렴한다. 그리고 가족의 보호 테두리에 속하 지 못하는 경우만 선별적으로 사회가 지원하는 것으로서 이 경우 공적 지 원대상은 사회적 낙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오늘날 다방면에서 구조기능론적 전제에 대한 수용성이 약화되고 있 다. 개인주의 사고가 확산되면서 전체로서의 가족을 위해 개인의 관심 과 이익을 희생해야 하는지에 관한 의문과 거부가 확산되고 있다. 사회 적으로 성별 역할분리가 강조되던 과거와 달리 여성의 사회활동이 증가 하고 남성 역시 의식주와 관련된 서비스 구매가 자유로워진 시대에, 부 부간 역할분리 및 상호의존에 기초한 제도적 가족의 당위성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맞벌이 부부가 보편화되고 비혼가구가 증가하며 자녀수가 현저히 감소하는 상황으로 인해 집안에 머물면서 부양역할을 전담할 수 있는 인력이 없는 것도 현실이다. 그래서 과거의 가족에게 기대해 오던 부양의 상당 부분을 오늘날의 가족은 감당할 의지도 능력도 상실하였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족책임론이 사회 안에서 큰 목소리를 내는 동안 가족은 내부적으로 피폐해지고 외부적으로 파열음을 내고 있 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구조기능론에서는 가족이 쇠퇴하고 있다는 진단을 할 수 있다.

2. 갈등론(Conflict Theory)

갈등론은 가족을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서 사회적·개인적 합의에 의 해 존속해 가는 제도로서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가족은 소수 기득권층 의 필요에 의해 인위적으로 구성된 것으로 간주한다. 그리고 구성원을 공 급하고 양육하며 부양해야 하는 제반 역할을 가족 안에 밀어 넣어 강요함 으로써 가족과 가족 안의 개인이 고통 받고 갈등할 수밖에 없음에 주목한 다. 즉 사회가 구성원에 대한 부양을 가족에게 미룸으로써 개별 가족의 부양능력 차이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부양부담 및 부양의 질과 결과에 있 어서의 사회적 불평등이 하나의 이슈가 된다. 그리고 가족에 떠맡겨진 부 양부담을 소화하기 위해 가족 안의 부양서비스 주체가 치러야 하는 개인 적 희생과 그로 인한 가족 관계의 질 약화에 주목한다.

갈등론에서는 부양과 관련된 사회적 불평등과 과중한 가족부담 그리고 개인적 희생을 완화하는 방안으로서 가족 밖 사회의 부양 역할 즉 공적 지원범위와 역할이 확대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그럼으로써 다양한 상황 에 처한 가족들이 과중한 부양부담에서 벗어나고 피부양자들에게 주어지 는 부양의 질 역시 가족상황의 차이에 따른 불평등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즉 갈등론에서 바라본 부양의 공적 지원 대상은, 부양 필요 가 있는 모든 계층에 폭넓게 해당된다.

가족규모가 축소되고 가족형태가 다양화되며 개인적 독립성이 강조되 고 가족 상호간의 거주 거리 역시 멀어진 오늘날, 가족에 대한 부양의존 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부양의 성패를 가족의 능력이나 의지에 돌리는 구조기능론보다는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 하는 갈등론이 오늘의 상황에 더 잘 부합하는 시각일 수 있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가족적 책임보다는 개인적 행복을 더 중시한다는 점에 비추

어, 정서적 부양을 제외한다면 부양의 축은 점점 더 사회적 책임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런데 사회적 부양기능 확대와 질적 수준 강화를 위해서는, 사회적·인 적 인프라의 구축과 더불어 이를 지탱할 만한 세원 확보 및 감시체계가 필요하다. 한편에선 가족부양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데 동의하지만, 사 회적 부양을 위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데 관해서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고민해 봐야 한다. 이는 사회적 부양 의무 및 피부 양 권리 그리고 가족적 책임의 범위와 관련하여 한국 사회의 의식구조가 어느 지점에 도달해 있는지에 기초하여 접근되어야 할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