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이 집행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률의 근거, 즉 법률의 수권을 필요 로 한다는 것이 법률유보의 원칙이다. 헌법에서도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으며, 지방 자치법에서는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고 의무를 부과하거나 벌칙을 규정하는 조례를 제정할 때에는 반드시 법령의 수권이 있어야 함을 규정하고 법령유 보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예컨대, 공과금의 부과, 행정강제수단의 확 보, 행정벌의 부과를 규정하는 조례는 반드시 법령의 근거를 요한다.34) 이와 같은 법령유보의 원칙은 법령에 저촉되지 않는 한, 어떠한 행정행위 도 허용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비록 기존 법령에 저촉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법령의 적극적인 수권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이 원칙의 고유한 의미가 있 다.35) 법령유보의 원칙 아래에서는 국회의 입법권이야말로 행정행위에 정 당성을 부여해 주는 가장 전통적인 수단으로 법률을 들고 있다.
독일에서는 「연방법은 주법을 깨뜨린다(Bundesrechtblicht Landes-recht)라고 하는 원칙(연방헌법 제31조)과 아울러 「법률은 조례를 깨뜨 린다」라고 하는 원칙이 관철되고 있어 법률과 조례에 의한 이중기준이라는 문제가 생길 여지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36) 따라서 국가의 법률보다 33) 김성호, 조례제정권 범위 확대 방안,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보고서, 1999, pp.
15-35.
34) 홍정선, 「지방자치법학」, 법영사, 2002, p. 209.
35) 藤田宙靖, 「行政法」, 東京 : 靑林書院新社, 1982, p. 48.
36) 다만 이상과 같은 지배적인 생각에 대해서는 최근 일부 학자에 의해 반론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예컨대 K.U. Meyn에 의하면, Gemeinde의 조례제정권은 기본 법 제28조 2항에 의하여 직접 Gemeinde에 추이된 권한이며, 더구나 동조 제2항 1문 에서 말하는 「자치의 권리」라 함은 자치체에 인정된 권한영역과 그 행사를 위한 규율수 단을 합친 실체로서 파악될 수 있으므로 결국 기본법 제28조 2항은 이러한 실체로서의 법정립(즉 조례정립) 권능을 의회의 수권을 요하지 않고 Gemeinde에 부여할 것으로
엄격한 규제를 가할 수 있는 이른바 추가조례37)같은 것은 특별한 법률의 Gemeind-liche Selbstverwaltung und Demokratie, AöR., 1988, S.19ff).
37) 서원우, “조례제정권의 범위와 한계”, 「고시계」, 1993년 3월호.
38) 서원우, “지방자치의 헌법적 보장”, 「고시연구」, 제20권 제6호, 1993. 6, pp. 29-33.
39) 서원우, “지방자치단체의 법적지위”, 「法曹」, 1993년 1월호 참조.
40) W. Reinhart, Gewaltenteilung in Staats-und Kommunalverfassung-sreeht, Diss. Mannheim, 1984, S.53.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조례제정권은 헌법 제117조 제1항에 의해 직 접 보장된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능이며, 지방자치법 제15조는 그것을 단 순히 확인하는 규정이라 할 수 있다. 헌법 제117조 제1항, 지방자치법 제 15조 단서규정과 관련하여 조례의 제정에 있어서 법령유보가 어디까지 적 용되는가 하는 것은 조례의 법적 지위와 제정범위에 따라 정해진다. 즉, 이와 같은 논리는 국가행정에서는 법률이 그 정당성을 부여하고, 지방자치 행정에서는 조례가 그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귀결에 이르게 된다.42) 그럼 에도 불구하고 그 단서에서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부과에 관한 사항이 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을 요하도록 제한한 것은 지방자치단체 의 자치권행사를 실질적으로 억제하는 위헌적인 조치라 할 수 있다.43)
이와 같은 법령유보규정은 자치행정에 수반되는 자율적인 입법권, 즉 자 치입법권의 중요사항을 별도로 법령유보하고 있어 조례제정권의 범위를 지 나치게 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각 개별법과 심지어 지방자치법 속에 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 이유는 지방자치법상 규 정되어 있는 사무배분원칙 및 국가사무와 광역자치단체사무의 구분 기준과
「중앙행정권한의지방이양촉진에관한법률」에서 제시한 사무배분 원칙과 기 준을 법령제정 시 입법상의 원칙으로 적용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 과하고 일방적으로 법령을 제정하였다는데서 기인되고 있다. 따라서 엄격 한 법령유보원칙을 법상 국가-지방간 역할분담기준에 따라 법령을 제개정 하지 않고서는 정당한 조례제정권의 범위를 확보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과 제이다.
지방자치의 중요사항을 법령유보론적 원칙을 적용하여 법률유보함으로 인하여 조례제정권의 범위를 제약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무리 한 해석이라 할 수 있다. 첫째, 조례는 법률에 준하는 법규범으로서 민주 적 정당성을 가지므로 법률유보에 의해 제정되는 행정입법과 구별되는 법 규범이다. 둘째, 주민의 권리제한, 의무부과는 주민의 대의기관인 지방의 회에서 제정되는 조례에 의해서만 가능하며, 이는 근본적으로 법령의 소관 사항이 아니라 조례의 소관사항이다. 예컨대 지방세의 징수자는 지방자치 42) 김명길, “조례제정권의 범위”, 한국공법학회 제32회학술발표회, 1992, p. 20.
43) 서원우, 전게논문, 1993. 6, pp. 14-33.
단체이고 납세의무자는 국민이 아니라 주민이며, 벌칙 준수의무자도 주민 이므로 이와 관련된 지방자치의 본질적 사항까지 법령유보하여 조례제정권 을 제한하는 것은 명백한 지방자치권 침해이며 위헌의 소지를 가지기 때문 에 이와 관련된 조례제정권의 범위확대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법상 규정된 입법원칙에 따라 조례유보사항을 무원칙적으로 법령유보 하지 않기 위해서 는 입법소관사항을 지키면서 조례제정권의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