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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소비에티쿠스에서 호모 푸티누스로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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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199~220 ISSN 2671-5384(Online)

호모 소비에티쿠스에서 호모 푸티누스로의 진화 *

- 규정요인과 속성을 중심으로 -

1)

강 봉 구**

• 요 약 •

푸틴 대통령의 사실상 집권 20년을 경과하면서, 푸틴주의를 지지하거나 수용하는 러시아인들이 공유하는 발상, 사고와 행동의 속성들이 포착되고 있다. ‘새로운 유형의 러시아인(a new type of Russian)’이 등장한 것이다. 소련 해체 이후 법적 공식적으로 소멸된 호모 소비에티쿠스는 ‘호모 포스트-소비에티쿠스’를 거쳐, 늦어도 2010년대 중 반 이후로는 ‘호모 푸티누스’로 불릴 수 있게 진화되어 왔다. 이 호모 푸티누스 현상 은, 게센(M. Gessen)이 소환한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재현인가? 이 논문의 목적은 호 모 푸티누스의 규정 요인과 속성은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그것들과 어떤 차이점이 있 는가를 규명하는 데 있다. 호모 푸티누스는 자유자본주의 세계체제와 자유주의 국제질 서에 지각생으로 편입된 러시아 사회가 당면한 현실(‘러시아식’ 민주주의와 자유자본 주의의 특성)을 반영한 환경적 규정요인과 이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대응이 빚어내는 상호작용을 통해 구성되어 왔다. 동시에 이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온 러시아 권력 엘리트의 정치적 상징작용 및 대중 조작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 푸틴주의가 제 모습을 갖추어감에 따라 호모 포스트-소비에티쿠스는 점점 더 정형화 된 호모 푸티누스로 구체화되어 왔다. 본 논문은 호모 푸티누스의 등장은 이전보다 더 다면적이며 복합적인 국내외적 환경 속에서 일어난 것임을, 또 그것들이 규정하는 이 해관계와 의미 체계 역시 러시아 대중의 경제생활 및 이념적・정서적 선호에 따라 체 현되어 왔음을 확인하였다. 그 결과 호모 푸티누스의 공유 속성들 역시 소련 시기와는 다른 미래 진화 과정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주제어:호모 소비에티쿠스, 호모 포스트-소비에티쿠스, 호모 푸티누스, 푸틴주의, 러시아적 시스테마

**이 논문은 2018년도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에 의해 연구되었음(과제번호: 2018S1A6A3A02024971).

**한양대학교 HK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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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서 론

마샤 게센(M. Gessen)은 자신의 책 미래는 역사다: 어떻게 러시아는 전체주의가 되 었는가 1)에서 푸틴주의 하의 러시아가 전체주의가 된 것은 소비에트 사회주의의 산물인 호모 소비에티쿠스(homo Sovieticus)가 21세기에 재등장한 결과라고 해석하였다. 게센은 현대 러시아 정치체제에 대한 자신의 도발적 규정의 주요 논거로서 호모 소비에티쿠스를 소환함으로써 문화・문명론적 관점에서 서방과 러시아의 차이점에 관심을 가진 평자들은 물론 주요 서방 언론의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2)

소련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그 사회를 살았던 호모 소비에티쿠스 그리고 소련 해체 이 후의 호모 포스트-소비에티쿠스의 의식과 행태를 분석하여 소련사회와 그 이후 러시아의 진로를 이해하는 데 단초를 얻고자 했던 대표적인 인문적 시도로 알렉산더 지노비에프 (A. Zinoviev)의 소설 호모 소비에티쿠스3)와 스베틀라나 알렉산드로브나 알렉시예비치 (S. A. Alexievich)의 세컨드 핸드 타임: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최후4)(알렉시예비치 2016, 해외 출간은 2013년)를 들 수 있다. 이 책들의 출간은 구 사회주의권 사람들의 실제 삶 의 모습, 사회와 자신에 대한 인식, 그것의 현재적 의미 등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1982년에 출간된 지노비에프의 호모 소비에티쿠스 는 소비에트 사회주의 실험의 쇠락 기에 현실 사회주의의 모습과 그 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인간의 모습을 담은 것이었다.

회고의 시점에서 이와 대비되는 알렉시예비치의 저작은5) 소련 붕괴 후 체제전환의 격랑 시대를 생존해 온 구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과거 사회주의 체제 속에서의 일상사와 공권 력에 대한 기억, 과거의 체험에 대한 현재적 재해석, 사회주의 붕괴 이후 도입된 자유자 본주의적 시장경제체제 하에서의 적응 경험, 그리고 구체제와 현체제에서의 사회・경제・

1) Gessen, Masha, The Future is History: How Totalitarianism Reclaimed Russia, New York: Riverhead Books, 2017.

2) Гудков, Лев, “Путинский рецидив тоталитаризма”, Pro et Contra, No. 18, май-август 2014г., pp.129-147; Beer, Daniel, “The Future is History by Masha Gessen Review  ̄ Putin and Homo Sovieticus”, The Guardian, November 18, 2017; Fukuyama, Francis, “In Masha Gessen's ‘The Future is History,’ Homo Sovieticus Rises”, The New York Times, October 3, 2017; Glasser, Susan B.,

“Putin's Russia, Guided by the Totalitarian Past, Has No Future”, The Washington Post, October 5, 2017.

3) Zinoviev, Alexander, Homo Sovieticus, Boston: The Atlantic Monthly Press, 1985.

4) 알렉시예비치, 스베틀라나, 세컨드 핸드 타임: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최후 , 서울: 이야기가 있는 집, 2016.

5) 이 책은 체제전환 20년을 경험한 구 사회주의권 주민들의 회고와 재평가를 통해 현실 사회주의가 개인에 게 어떤 모습, 어떤 의미였으며, 인류사 최초로 ‘글로벌’이란 이름하에 실현된 단일 세계자본주의체제 속 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호모 소비에티쿠스에게 과거의 기억과 경험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를 천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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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삶에 대한 비교 인식 등을 통해 약 70년에 걸친 마르크스-레닌주의적 사회주의 실험이 평범한 개인, 사회 및 세계에 미친 영향과 그 의미가 무엇이며, 호모 소비에티쿠 스 유산으로부터의 길고도 어려운 탈피 과정을 어떻게 이루어낼 것인가를 재성찰하도록 자극한다.

게센의 경우, 그리고 다수 서방 언론들은 지속성과 안정성을 가진 푸틴의 리더십과 푸 틴주의에 대한 지지자들이 공유한 속성들을 두고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재활 혹은 재현으 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호모 푸티누스 현상을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복귀로 진 단하는 것은, 여러 가지 유사한 특징들의 재현에도 불구하고, 단순화의 위험성이 뒤따른 다. 양자가 형성된 배경인 환경적 차이점을 고려하면서 푸틴주의적 시스템의 작동과 재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정치 문화와 의식에 대한 비판적 검토가 필요하다.

이 논문의 목적은 호모 푸티누스의 규정 요인과 속성은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그것들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를 규명하는 데 있다. 이를 통해 호모 푸티누스의 등장은 단순히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재현이나 부활로 설명할 수 없는 다면적이며 복합적인, 변화된 국 내외적 환경 속에서 일어난 것이며, 그 결과 공유 속성들 역시 소련 시기와는 구분되는 이해관계와 가치 추구, 의미체계 그리고 미래 진화 과정을 가질 수밖에 없음을 밝히고자 한다.

이 글의 전개는 먼저, 선행연구와의 연관성 그리고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호모 푸티누 스로의 진화를 보는 시각을 밝힌다. 다음으로, 호모 소비에티쿠스가 지금까지의 관련 선 행 연구들에서 어떤 의미로 사용되었는지에 관한 개념적 고찰, 환경요인 및 속성을 재검 토할 것이다. 이어서, 호모 푸티누스를 규정한 러시아식 민주주의(주권민주주의)와 국가 주도 자본주의 및 약탈적 자본주의라는, 신러시아를 규정한 새로운 환경요인의 고찰, 그 리고 이 규정요인과의 정서적・인지적 상호작용으로 형성되어 온 호모 푸티누스의 속성들 을 전자의 사례를 염두에 두고 설명할 것이다. 상이한 구조・환경과 상이한 행위자에 대 한 통시적 분석을 통해 외관상 유사해 보이는 호모 푸티누스의 속성들이 호모 소비에티 쿠스와는 다른 국내외적 환경 속에서 발현된 것이며, 그것이 어떤 면에서 후자와 다른 이해관계와 가치 및 의미체계를 갖는지를 검토하고자 한다. 결론에서는 요약 및 호모 푸 티누스의 진화에 대한 간략한 전망이 개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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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선행연구 및 문제를 보는 시각

국내의 호모 소비에티쿠스에 대한 선행 연구와 관련하여 보자면, 인문학 영역에서 지 노비요프의 호모 소비에티쿠스론 검토6)와 호모 소비에티쿠스와 호모 포스트-소비에티쿠 스의 내면을 전쟁과 약자의 목소리에 초점을 두고 다룬 알렉시예비치의 5부작에 대한 연 구가 있다.7) (한국어로의 번역작업으로는 상기 알렉시예비치의 소설, 세컨드 핸드 타임: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최후 ). 그러나 국내외 인문학 분야에서의 호모 소비에티쿠스와 호 모 포스트-소비에티쿠스를 다룬 문헌의 출간과 활발한 담론의 전개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구소련 지역연구의 사회과학 분야에서 이러한 인문적 담론의 수용과 사회과학적 적용 노 력은 매우 희소한 편이다. 이와 비교하여 해외에서는 호모 소비에티쿠스 담론이 함의한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함의 및 최근의 부활 배경, 그리고 이에 대한 정치 및 사회학적 관 점의 논의가 나오고 있으나, 소비에트 사회와 대중에 대한 ‘더 중립적이고 비방적 관점이 아닌’ 분석틀의 탐구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8), 호모 소비에티쿠스가 ‘푸틴의 사람들’로 진 화의 근거가 되는 유의미한 통계 자료 제시9) 등에 머물고 있다. 21세기의 호모 푸티누스 를 형성해 온 환경과 그 속성에 대한 시론적 분석이나 연구는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연구는 호모 소비에티쿠스에 대해 언급된 선행 연구의 이해 위에서 호모 푸티누스 등장의 환경과 그 속성을 시론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사회과학 분야에서 소홀히 된 연구 공백을 메우려는 새로운 시도이다. 이 시도는 오래된 호모 소비에티쿠스 담론에 현대 ‘푸 틴주의’ 러시아의 현실에서 등장한 호모 푸티누스 현상을 중첩해 봄으로써, 현대 러시아 에서 푸틴주의 시스테마의 정착과 지속 및 전망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확대・심화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이 학술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최근 러시아의 헌법개정 국민투표(2020.

07.01)는 과반을 훨씬 넘긴 78%의 찬성으로 통과되어, 푸틴은 6년 연임의 대통령직에 2024년에 다시 출마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점을 감안하면, 집권 기간 동안 푸틴주의적 시스테마는 지속될 것인바, 호모 푸티누스의 규정 요인, 속성 및 정치적 지향성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될 것인가는 푸틴 대통령의 재임기간은 물론, ‘푸틴적 러시아(Putinite Russia)’

6) 심지은, “지노비요프의 호모 소비에티쿠스론 읽기”, 비교문화연구 , 21집, 2010.

7) 심지은, “붉은 인간의 전쟁: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5부작과 러시아혁명”, 러시아연구 , 제27권 2호, 2017.

8) Sharafutdinova, Gulnaz, “Was There a ‘Simple Soviet' Person? Debating the Politics and Sociology of 'Homo Sovieticus’”, Slavic Review, vol. 78, no. 1, 2019.

9) Gudkov, Lev and Eva Hartog, “The Evolution of Homo Sovieticus to Putin's Man”, The Moscow Times, October 1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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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러시아 사회의 진로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다.

체제전환 이후 4반세기가 경과하면서, 자유주의자들의 기대와는 반대로, 러시아에는 개 인의 자발적 참여와 책임 위에서 운영되는 민주주의 정치와는 거리가 먼 시민형이 등장 하였는데 이 현상은 무엇보다 푸틴 시대에 질서와 안정의 강조, 러시아의 강대국화 주장 등 국가중심주의의 복귀와 관련이 있다.10) 푸틴 대통령은 집권 초기 법의 독재, 강한 국 가와 강력한 지도자, 권력의 수직화, 강대국 러시아의 재건 등 국가성의 강화를 강조하는 슬로건을 내걸었다.11)유코스 사건(2003), 주권민주주의 담론 형성(2005~2007) 및 이후 국가발전의 진로에서 러시아의 독자성이 더욱 강조되었으며, 여기에 ‘보수적 국제주의’12) 로 통칭되는 국내외 보수주의 규범 옹호13) 등을 국정의 주요 원칙으로 첨가하면서 푸틴 주의는 더욱 공고화되었다. 초기의 푸틴주의는 물리력과 교조적 강압에 의해서가 아니라 상당부분 자발적 지지와 동의 기반 위에서 정당성을 확보하였다. ‘강한 국가’라는 정치 슬로건에 대한 대중의 자발적 지지는 대부분 1990년대 옐친시대의 무질서와 치안부재, 불안정에 대한 반발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푸틴 대통령의 국정 원칙과 정책을 지지하거나 최소한 그 통치에 동의·순 응하는 새로운 유형의 사람들이 생겨났으며, 여론조사들이 보여주는 바대로 푸틴 집권 이후 현재까지 장기간 60% 이상의 안정적인 지지기반이 유지되고 있다.14) 대중의 지도 자 푸틴에 대한 지지의 강도 그리고 푸틴주의 이념의 내면화 정도와는 별개로, 서방 선 진 사회의 보통 시민들이 공유한 특성들과는 구분되는, 푸틴주의를 지지하거나 수용하는 러시아 보통 시민들이 공유하는 발상, 사고와 행동의 특성들이 포착되고 있다. ‘새로운 유형의 러시아인(a new type of Russian)’이 등장한 것이다. 소련 해체 이후 법적 공식 적으로 소멸된 호모 소비에티쿠스는 구체적으로 명명되지 못한 ‘호모 포스트-소비에티쿠 스(homo post-Sovieticus)’를15)거쳐, 늦어도 푸틴의 3기 집권기인 2010년 중반 이후로 는 ‘호모 푸티누스(homo Putinus)’로16) 불릴 수 있게 진화되었다.

10) Ziegler, Charles E., “Russia as a Nationalizing State: Rejecting the Western Liberal Order”, International Politics, vol. 53, no. 5, 2016, pp.555-573.

11) 김선래 편저, 푸틴 4.0: 강한 러시아 , 서울: 한울아카데미, 2019.

12) Sakwa, Richard, “The International System and Models of Global Order: Liberal Internationalism vs. Conservative Internationalism”, Russia in Global Affairs, vol. 17, no. 3, July-September 2019;

Sakwa, Richard, “BRICS and Sovereign Internationalism”, Strategic Analysis, vol. 43, no. 6, 2019.

13) Kaylan, Melik, “Kremlin Values: Putin’s Strategic Conservatism”, World Affairs, May/June 2014, pp.9-17.

14) 최우익, “푸틴3기 국민의식의 변화와 푸틴4기 전망”, 김선래 편저, 푸틴 4.0: 강한 러시아 , 2019, p.230,

<그림 7-5> 푸틴대통령 지지율 추이.

15) Levada, Iurii A., “Homo Post-Sovieticus”, Sociological Research, vol. 40, no. 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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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의 주요 내용은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개념, 환경요인 및 속성을 고찰한 다음, 호모 푸티누스를 형성해온 변화된 환경적 규정요인들과 속성에 대한 탐구로 구성된다.

여기서,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속성에 대한 연구 관심은 인간학적 사유로만 관심을 제한 하는 것이 아니라, 소련 현실사회주의가 부과했던 환경적 규정요인들과 이들의 영향에도 조명을 부가할 것이다. 다음으로, 호모 푸티누스 형성의 규정요인과 속성에 대한 연구방 법은 먼저, 개혁・개방 이후 러시아사회와 러시아인이 직면했던(자유자본주의적 생산과 소 비의 가치사슬이 후발 자유자본주의 러시아에서 생성한) 러시아적 특수성을 천착할 것이 다. 러시아인들은 서구 모델의 자유민주주의와 자유 시장경제를 도입하였지만, 그들이 실 제로 그 속에서 생산하고 소비했던 것은 초기단계의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였다. 러시아에 도입된 자유민주주의 제도에는 그 제도에 참여하고 운영의 주체가 되어야할 책임의식을 가진 공민적 시민이 부재하였으며, 권력과 부를 매개로 새로이 재편된 인적 네트워크의 위력이 공정한 법치와 공권력을 대신하였다. 법치 없이 자유를 보장한 시장을 지배하며 횡행한 것은 민낯을 가리지 않는 약탈적 자본주의의 불법과 폭력이었다.17)

1990년대를 현대판 ‘동란의 시대’로 만들었던 이러한 정치경제적 풍경은 푸틴 대통령 이 집권한 2000년대에 들어 러시아 대중의 정치・사회 의식 변화를 자극한 기본적인 환 경이 되었다. 그러므로 본 연구는 러시아에 ‘고유한(unique)’ 것이 아니라, 서구의 정치・

경제 제도가 뒤틀리고 변형된 결과인 ‘러시아식’ 민주주의와 자유자본주의의 특성을 호모 푸티누스의 환경적 규정요인으로 간주한다. 러시아 사회현실을 반영한 환경적 규정요인 과 러시아인들의 대응이 빚어내는 상호작용을 통해, 그리고 권력엘리트가 미디어를 이용 하여 조종하는 정치적 상징작용의 개입을 통해 호모 포스트-소비에티쿠스의 세계인식과 태도가 형성된다. 이러한 상호관계적 맥락을 단초로 하여, (천연자원 개발 및 가공 산업 에 특화된 자연독점 기업들의 국유화 및 주권민주주의 담론 형성을 통해) 푸틴주의가 제 모습을 갖추어감에 따라 호모 포스트-소비에티쿠스는 점점 더 정형화된 호모 푸티누스의 모습으로 진화하고 구체화되어 왔다.

16) ‘호모 푸티누스(homo Putinus)’ 대신에 ‘호모 푸티니쿠스(homo Putinicus)’를 사용하는 논자들도 있으나 여기서는 원문 표현의 인용시를 제외하고는 주로 사용되는 ‘호모 푸티누스’로 통일하였다.

17) Handelman, Stephen, Comrade Criminal: Russia's New Mafiya, New Haven and London: Yale University Press, 1995; Volkov, Vadim, Violent Entrepreneurs: The Use of Force in the Making of Russian Capitalism, Ithaca and London: Cornell University Press, 2002; Satter, David, Darkness at Dawn: The Rise of the Russian Criminal State, New Haven and London: Yale University Press,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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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개념, 환경요인 및 속성의 재고찰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재소환을 점화한 게센의 주장의 논점은 러시아는 소련 시기에 형 성된 심리적 굴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입은 사회이며 러시아인들은 자신의 과거에 포박되어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호모 소비에티쿠스는 완전히 사멸되 지 않은 채 푸틴주의 하의 21세기에 다시 재활하여 러시아가 다시 스탈린주의적 전체주 의로 회귀하는 데 주요 동인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스탈린주의적 전체주의의 작동 기제 중 하나는 적을 만들어 내고 찾아서 제거하는 것인데, 게센은 푸틴이 2012년 대통령직에 복귀하는 것과 함께, 부활한 호모 소비에티쿠스와 권력 기관들이 내부의 적을 만들어 내 고 박해하는 마녀사냥을 시작하였으며, 2013년 반동성애법의 제정이 첫 사례였다고 설명 한다. 물론, 푸틴주의 하의 러시아가 전체주의 국가라는 게센의 진단은, 많은 논평자들이 지적하듯이, 과장된 것이다.18) 그러나 푸틴에 대한 지지, 푸틴주의적 통치의 메커니즘을 지칭하는 ‘러시안 시스테마(Russian Sistema)’를19) 지탱하는 것은 호모 소비에티쿠스적 속성의 변형된 재등장 때문이라는 문화론적 접근방법에 기초한 설명은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이러한 해석은 호모 푸티누스 현상의 역사적 연원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이를 통 해 호모 소비에티쿠스와 호모 푸티누스 양자의 형성 환경과 속성에 대한 더 심화된 이해 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호모 소비에티쿠스는 소비에트 사회주의 체제가 만들어낸 하나의 ‘새로운 인간 유형(a new human type)’20) 혹은 “70여 년의 세월 동안 ‘마르크스-레닌주의 실험소’에서 만들 어진 ‘독특한 인간 유형’”21)을 말하는데, 사회주의 건설, 또 사회주의적 삶의 방식에 적합 한 인간을 양성할 수 있으며 해야 한다는 인간 개조의 발상(the idea of human remaking) 으로부터 등장하였다.22) 로가체프스키(A. Rogachevskii)는 이를 두 가지 모순적인 이미 지를 나타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나는 사회주의적 현실주의의 교본에 나오는 마초적 인 볼셰비키 수퍼히어로이며, 다른 하나는 고귀한 예외적 특성들은 찾아보기 어렵고 원

18) Fukuyama, op. cit.; Glasser, op.cit.

19) Ledeneva, Alena V., Can Russia Mosernise?: Sistema, Power Networks and Informal Governance,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3.

20) Irimie, Rada Cristina, “Homo Sovieticus: the European Journey of the New Man”, Polis: Revista de Stiinte Politice, vol. 2, no. 1, 2014, pp.152-167; Rogachevskii, Andrei, “Homo Sovieticus in the Library”, Europe-Asia Studies, vol. 54, no. 6, 2002, pp.975-988.

21) 알렉시에비치, 앞의 책.

22) Fitzpatrick, Sheila, Everyday Stalinism. Ordinary Life in Extraordinary Times: Soviet Russia in the 1930s,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1999, pp.6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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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적인 욕망을 가진, 매우 평범하고 투명하며 유연하고 복종적인 인간으로 이해된다. 전 자가 공식적인 선전 개념이라면, 후자는 소비에트 체제의 사회주의적 인간 개조 프로젝 트의 실제 의도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23)

그러나 현실에서 소비에트적 인간으로서 통용되는 호모 소비에티쿠스는, 극소수로만 존재했던, 영웅적인 사회주의적 인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사회주의 체제가 만들 어낸 평범한 보통 시민(the average citizen of the Soviet Union)을 나타내는 용어이며, 소련 사회의 보통 사람들, “원대한 사상 때문이 아니라 그냥 살고 싶어한”24) 평범한 시 민들이 공유한 특성이 하나의 스테레오타입으로 존재함을 전제한다. 특히, 반세기 이상의 사회주의 실험의 산물인 소련 말기에, 특히 정체(停滯)와 안정으로 특징되는 브레즈네프 시기와 그 이후에, 소련 시민에 대한 일종의 스테레오타입을 의미하는 호모 소비에티쿠 스의 특성을 공유한 사람이 많았다는 의미이다. 이런 방식의 이해를 통해, 호모 소비에티 쿠스는 분석적 학술적 탐구의 대상으로서 구체성을 갖게 된다. 물론, 어떤 경우라 하더라 도 호모 소비에티쿠스는 호모 사피엔스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며, 호모 사피엔스 의 다른 다양한 하위 유형들과 차이점보다는 유사점을 더 많이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서방에서 그리고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민주적 시장경제 체제의 착근을 과제로 안게된 중/동유럽 국가들에서 호모 소비에티쿠스 개념은 대부분 부정적 의미로 사용된다. 호모 소비에티쿠스 정신구조(mentallity)를 소련의 현실 사회주의 실험 실패의 주요한 문명적・

문화적 원인으로 간주한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 입장은 중/동부 유럽 국가들의 탈 공산주의 이행 과정의 지체 혹은 파행적 진행의 원인이 문명적 무능력에 있다고 보고, 그것을 멀리는 근대 이전의 문화적 유산, 가까이는 현실 사회주의 하에서 진행되었던 ‘허 위 근대성(fake modernity)’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으로 본다.25)이것은 자본주의적 시장 화 과정에 뒤처지거나 도태되어 사회구조의 하층에 위치한 사람들이 그렇게 된 주요 원 인 중의 하나가 문명적 무능력이며26) 그 문명적 무능력은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흔적을 여전히 체현하고 있는데 기인한다고27) 보는 시각이다. 그러므로 호모 소비에티쿠스적 속 성은 서방 선진사회를 모델로 한 후발 근대화 도정의 장애물이나 제약요인으로 여겨진다.

23) Rogachevskii, op. cit., p.975.

24) 알렉시에비치, 앞의 책, p.10.

25) Sztompka, Piotr, “Civilizational Incompetence: The Trap of Post-Communist Societies”, Zeitschrift für Soziologie, vol. 22, no. 2, 1993, pp.85-95.

26) Ibid.

27) Wojciech, Wozniak, “From Underclass to Homo Sovieticus: Human Constraints towards Modernization”, Praktyka Teoretyczna, vol. 13, no. 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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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맥락에서 ‘호모 소비에티쿠스 신드롬’은 “반제도적인 정신구조(mentality), 법에 대한 무시, 낮은 노동 윤리 등으로 특징되며, 공산주의 시기로부터 내려온 정신적 잔존물 혹은 문화적 지체 현상을 의미하는 것이다.28)

그러나 이와 같은 명명 혹은 정의는 문제를 내포한다. 성격 속성에 대한 본질주의적 이해 방식은 하나의 개념적 설명으로서 구성된 명칭에 의존함을 의미한다. 즉, 그 주요 속성들의 개념화와 작동화는 연구자에 의해 구성되고 한 사회에 부과되기 때문이다. 이 러한 이해 방식은 인간성에 대한 보수주의 그리고 체제 내에서의 변화 가능성을 저평가 하는 정치적 함의를 담고 있다. 말하자면, ‘보통의 러시아 시민들(an average Russian citizen)’을 특징지우는 가치 지향성과 성격 속성이 러시아의 현대화 지체와 자유민주주의 착근 실패에 책임이 있음을 은연중에 시사하기 때문이다.29) 이와는 달리 이 글에서는, 사회 구성원의 이해관계와 가치 지향(value orientation) 및 정체성이 세계와 행위자 간의 상호작용의 결과로서 지속적으로 재구성된다고 보기에, 호모 소비에티쿠스와 호모 푸티 누스의 속성에 대한 이해는 본질주의적이기 보다는 구성주의적이다.

통상 호모 소비에티쿠스는 약 70여 년 간 소비에트연방의 일원으로 살아온 사람들에게 서 특징적으로 드러나는 소비에트식 발상・사고・행동을 공유한 집단을 지칭한다. ‘호모 소 비에티쿠스’라는 명명이 현실에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구 소련에서 그리고 동유럽의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삶의 대부분의 시기 혹은 적어도 생각과 태도의 원형이 형성되는 성장기를 보낸 사람들이 서로 닮았으며 서방 사회의 사람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사고와 행동 방식의 특성이 있다는30) 전제 위에서 가능하다. 이런 이해 방식은 유리 레바다(Yurii Levada)로부터 시작되어 레프 구드코프(Lev Gudkov)로 계승된 ‘소박한 소비에트인(the simple Soviet man)’에 가까운 것이다.31)

그러나 사고와 행동 방식에서 공통성을 상당 부분 공유한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와 내 용은 스탈린 시기, 흐루쇼프 시기, 브레즈네프 시기 및 고르바쵸프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피할 수 없다. 대별한 시기에 따라 소비에트 시민들의 사 고방식과 태도가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에서는 정체의 시기 로 특징되는 브레즈네프 시기 이후로 소련 사회주의 체제의 이념과 운용 방식에 어떤 본 질적인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소련 말기에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특성이 가장 완숙한 형

28) Garapich, Michal P., “Homo Sovieticus Revisited ̄Anti-Institutionalism, Alcohol and Resistance among Polish Homeless Men in London”, International Migration, vol. 52, no. 1, 2014, pp.100-117.

29) Gulnaz, op. cit. p.191.

30) 알렉시에비치, 앞의 책, p.8.

31) Sharafutdinova, op. cit., pp.18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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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로 드러난다고 가정한다.

먼저,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속성 형성에 영향을 미친 소비에트 사회주의체제의 환경요 인은, 사회주의 이념, 공산당 중심의 국가주의, 항구적 전시체제의 유지 등 세 가지로 대 별 가능하다.

첫째, 현실 사회주의 이념: 소비에트 시민은 인류사 최초로 공산주의를 목표로 한 거 시 담론의 틀 속에서 일상적 내러티브를 구사하고 더 나아가 사회주의의 발전과 공산주 의 건설이라는 역사적 대실험에 참여하고 있다고 믿었던, 개척자적 열정과 사명감을 가 졌던 국민이었다. “사회주의는 사람으로 하여금 역사 속에서 살도록 강요”하였으며, 소비 에트 시민들은 침략을 일삼는 제국주의적 자본주의와 타락한 자본으로부터 “러시아가 세 상을 구원할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를 구원할 것이다!”32)라는 (정도는 차이는 있겠지만) 소명 의식까지 갖고 있었다고 평가된다.

둘째, 공산당 중심의 국가주의: 소련 체제에서는 국가 및 집단적 가치가 개인, 개인의 자유보다 우선하였다. 국가가, 더 정확히는 공산당이 현실 사회주의를 공산주의로 인도하 는 지도력의 총화이자 동력을 제공하는 견인차로 간주되었다. 이 교조적 원칙은 선험적 인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누구도 의심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것이었으며,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모든 대중이 이를 확신하고 준수하였다. 소련에서는 “당이 곧 국가이다.”

소비에트 인민과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지도하는 당과 지도자 없이는 독점자본주의적 제국주의에 포위당한 사회주의 조국의 생존은 불가능하다. 더 나아가, 소련 시민들은, 당 의 영도 없이는, 사회주의를 고도로 발전시키고 그에 내재한 모순을 극복하여 국가가 소 멸되는 최종 단계인 공산주의 사회로의 진입은 불가능하다는 교조적 원칙과 신념을 공유 하고 있었다.

셋째, 항구적 전시체제의 유지: ‘전시체제’란 전쟁 중의 비상한 사회운영 규범과 제도 를 총칭한다. 평상시의 전시체제란 언제라도 적의 위협이 상존하기 때문에 전쟁 발발 가 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쟁에 대비해야 하는, 전시에 버금하는 ‘상시 동원체제’ 혹은 ‘전시 동원체제’를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소련은 “평화로운 시기에도 항상 전치체제”33)를 유지 했던 사회였다.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속성은 이와 같은 사회주의 이데올로기, 국가-사회 관계, 냉전기 자본주의체제와의 경쟁 구도 등과 긴밀한 연관을 반영한다.

첫째, 가치, 태도 및 행위 기준의 이중성과 공적/사적 영역 사이의 현저한 괴리.

32) 알렉시에비치, 앞의 책, pp.49-50.

33) 위의 책,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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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소비에티쿠스는 공적 영역에서의 가치 및 행동 기준과 사적 영역에서의 그것이 다른, 즉 이중의 기준을 갖고 있으며 이중적 사고에 익숙하고 그것을 각각의 환경에 다 르게 적용하였다. 혁명 이후 소비에트 사회주의가 권력과 사회의 작동 원칙과 규범을 위 로부터 강제하였지만, 그것은 러시아 사회의 발전 수준에 부합하지 않는 외삽(外揷)이었 으며, 동기부여, 자발성 및 민주성의 기준에서 착근에 실패하였다. 공적 이데올로기가 사 회 현실을 제대로 규율하지도 정당화하지도 못하게 되자, 형해화된 사회주의 이데올로기 와 현실 삶의 괴리는 더욱 커지게 되었다.

둘째, 기생적 국가-개인 관계.

개인의 생계와 복지 문제를 거의 전적으로 국가에 의존하는 이러한 관계는 ‘이즈쥐벤 체스트보(изживенчесво)’로 표현된다. 쉽게 말하자면, “그들은 봉급주는 체 하고 우리는 일하는 척 한다.” “그들은 우리를 돌보아 주는 체하고 우리는 그들을 존중하는 척 한다.”

호모 소비에티쿠스가 가부장적 국가에 의존하고 종속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소련 사회주 의의 경제・정치적 구조와 연관되어 있다. 소련에서 국가는 재화의 공식적 분배자이며 거 의 독점적인 생산자 역할을 하였으며, 모든 도시 시민은 국가와 연관되어 국가를 위해 일했고, 국가는 한시도 쉼없이 개인의 삶을 간섭하고 통제하는 조절자 역할을 하였기에, 국가의 허가와 승인 없이는 가장 단순한 일상의 삶을 영위하는 것조차 불가능했기 때문 이다.34)

셋째, 정치적 수동성과 준봉주의.

소비에트적 후발 근대화 과업의 시급성, 외적의 위협과 침입으로부터 사회주의 수호 등은 중앙집권적인 강한 국가와 강력한 철권 통치에 대한 필요성을 부각하였다. 가부장 적, 집단주의적, 국가중심주의적 전통은 권위주의적 정부와 강한 지도자를 편하게 수용하 고 그에 의존하도록 만드는 한 요인이 되었으며, 그 이후에는 개인의 적극적 발의보다는 지도자와 상부의 결정에 순응하는 수동성이 내면화되었다. 전체주의 체제하에서 계획과 명령에 따르는 것이 일상화되었고, 공적 영역으로부터 퇴각하여 사적 영역에 안주하며 가정과 일상의 평온함을 유지하는 데 주된 관심이 있었다. 체제의 부당성과 부조리에 대 한 저항보다는 기존 질서와 관행의 준봉에 익숙하며 그것이 장기 지속되어 하나의 정치・

사회적 태도로 굳어지게 되었다. 억압적 통치 형태와 부조리한 사회체제를 개선하려는 노력보다는 현재 상태에 안주하고자 하였으며, 개인의 삶과 사회/국가 체제를 선택의 자 유를 통해 변화할 수 있다는 인식과 의지가 부족하였다.

넷째, 외부세계에 대한 열등감・공포 콤플렉스와 제국적 자부심의 착종.

34) Fitzpatrick, op. cit., 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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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소비에티쿠스는 외부세력의 침략에 대한 경계와 공포 그리고 자본주의 국가들로 부터 포위되어 있다는 ‘포위된 성채’ 신드롬을 공유하였다. 혁명 직후의 내전에서 외세의 침공과 백군 지원, 히틀러의 침공은 그 신드롬을 현실로서 입증하는 사례였다. 결과적으 로 외부의 적대 세력 규정과 전쟁에 대한 대비 뿐 아니라, 제5열로 표현되는 ‘내부의 적’

찾기가 상시적으로 되풀이되어 일어났다. 특히 스탈린 시기의 숙청과 공포정치는 희생자 와 가해자 모두에게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트라우마를 남겼다.

외부세계와 연관된 동전의 다른 한면은 사회주의의 종주국이며 강대국인 소련의 국제 적 위상으로부터 가지게 되는 자부심이다.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로서 체제 생존을 위한 군사력 강화, 사회주의 이념의 확산과 우방국 확대를 위해 서방과 영향력 경쟁, 세계 도 처에서 대리전 지원, 냉전기 동안 서방과의 경쟁 구도가 지속됨으로써 소극적으로는 생 존을 위한, 적극적으로는 영향력 확장을 위한 강대국의 위상 확보와 그로부터 느끼는 사 회주의 조국에 대한 자부심이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정체성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였다.

이것이 21세기에 소비에트 노스탤지어를 만들어내는 주요한 기둥 중의 하나가 된다.

IV. 호모 푸티누스의 규정요인 및 속성

1. 호모 푸티누스의 환경적 규정요인

호모 푸티누스의 경제활동 및 일상사는 과거 호모 소비에티쿠스와 완전히 다른 환경에 놓여 있으며, 전자는 그 새로운 환경의 구조적 제약 속에서 행위자로서 그 속성을 발현 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첫째, 푸틴주의 하의 현대 러시아 사회에는 세계관적・사회공학적 신념과 해석체계로서 교조적 공식이데올로기가 부재하다. 시민들은 세계관, 가치, 사회정치적 조직 및 그 작동 원칙을 규정하는 사회주의와 같은 거대 이데올로기가 부재한 환경에서 행위한다. 러시아 시민은 푸틴주의와 정부에 대해 적극적인 정치적 반대자로 나서지 않는 한, 어떤 이념적 제약이나 강요가 없는 환경에 처해 있다. 형해화된 사회주의 이념의 신봉을 가장하기 위 해 가치, 태도 및 행위 기준의 이중성을 체화할 필요도 없으며, 그로 인해 공적/사적 영 역 사이의 현저한 괴리를 체감하지도 않는다. 파시즘이 개인과 사회의 대부분의 영역을 관장하는 경우에도 전체주의적 독재체제와는 거리가 멀다.

둘째, 글로벌한 환경, 단일한 세계경제체제, 자유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질서가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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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관통하고 있다. 러시아 경제 역시 사상 최초의 단일 자유자본주의 세계체제 속에 서 교역, 투자, 개발 및 경제협력을 통해 세계시장과 가치사슬의 한 행위자로 운영되며 국제 요인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명목상 사회주의 건설의 주체이며, 사실상 당의 명 령에 따른 객체였다면, 현대 러시아에서 호모 푸티누스는 능력에 따르는 대중적 ‘소비의 주체’이다. 호모 푸티누스는 지위와 직위에 따라 재화와 서비스의 처분권으로부터 파생한 호혜적 물물교환 체계인 블라트(blat)35) 대신에 화폐가 모든 소비행위를 결정하는 세계에 살고 있다. 또 러시아 시민들 역시 자유자본주의 체제의 과잉생산의 결과 소련 시절의 소비재 결핍과는 상반된 상점의 풍요를 누린다. 경제 활동에서 서방국가들과 비교할 때, 여전히 국가영역의 비중과 역할이 크지만, 사적 경제 활동의 영역이 소비에트 시기와 비 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되었다. 호모 푸티누스는 생계와 복지를 위해 국가에 기생하지 않아도 되는 다양한 활동 공간을 갖게 된 것이다.

셋째, 현대 러시아 국가는 과거 소련과 비교하여 물리적 억압기구의 규모에서 훨씬 축 소되었고, 주민 통치, 통제 및 관리에서 직접적인 폭력 사용의 빈도와 정도 역시 크게 줄 어들었다. 동서 대결과 소통의 자유를 제한했던 ‘철의 장막’이 제거된 지 오래이며, 정부 가 적대적이라고 규정한 몇 몇 해외 언론 매체들을 제외하면, 러시아인들은 인터넷을 비 롯한 다양한 정보 환경에 자유로이 접속할 수 있다. 러시아 역시 글로벌한 개방 정보 환 경에 놓여 있기에 정부는 이를 무리하게 차단하려 하기보다는 서방 정부 및 매체들과 정 보전쟁을 수행하는 방편을 택하고 있다. 과거 ‘철의 장막’ 속에서 외부 세계의 정보에 폐 쇄되어 있던 호모 소비에티쿠스와는 완전히 다른 정보환경에 처해 있다.36) 호모 푸티누 스의 정부 측 해석에 대한 외면적 순응성은 외부 세계의 시각에 무지해서라기보다는 ‘더 러운 전쟁’으로 불리는 정보전의 이전투구에 논평하거나 관여하고 싶지 않기 때문인 경 우가 많은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므로 외부 세계와 차단되었던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경 우와 달리 호모 푸티누스의 러시아 사회와 외부 세계에 대한 인식과 대응은 상황의 변화 에 따라 유연하게, 쉽게 변화될 수 있는 성격을 가진 것이다.

2. 호모 푸티누스의 속성

1) 강력한 지도자와 강대국 신드롬.

푸틴 집권 초기의 정치 슬로건, 즉 강한 국가와 강력한 지도자, 권력 수직화 등은 여전

35) Ledeneva, op. cit., pp.85-114.

36) “‘Homo Putinus’ ̄the Successor to ‘Homo Sovieticus’, Yakovenkok Says1”, Euromaidan Press, August 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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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 유효하다. 그것이 현대판 ‘동란의 시기’로 비유되는 개혁・개방의 시기 그리고 옐친 시 기를 거치면서 질서와 안정을 희구하는 평범한 러시아인들의 요구에 부응하였기 때문이 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가는 체제전환기의 무법적 혼란상은, 옐친 대통령이 법 위에 있는 거대 자본과 올리가르흐들을 ‘비합법적 권력중심(illegitimate centers of power)’

이라고 경고하고 이들에 의한 국가포획의 가능성을 우려할 정도였다.37)

호모 푸티누스는 푸틴이라는 강력한 리더십이 없는 러시아가 마주할 새로운 혼란의 가 능성을 두려워한다. 이들은 참여와 자기 결정, 책임이 따르는 부담스러운 자유와 민주주 의보다는, 정치와는 거리를 두고 일상을 영위하기만 하면 되는 푸틴적 권위주의 체제가 훨씬 편하고 안정적이라고 판단한다. 대외적으로 호모 푸티누스의 강대국 신드롬은 국내 적으로 최소한의 복지와 안정과 더불어 ‘소비에트 노스탤지어’의 두 기둥 중 하나를 구성 한다. 탈냉전의 조건에서 군사력만으로 특히 핵전력만으로 초강대국은 물론 강대국의 대 접도 받기 어렵다. 그런데 러시아는 경제력과 소프트 파워 기준으로 강대국이 되기에 부 족하다. 이 부분의 열패감을 메워 보려는 보상 기제가 강대국 신드롬이다. 모스크바는 외 교력과 군사력으로 국제문제에 대한 자신의 위상을 드높이고자 해 왔다. 자신들이 ‘근외 지역’으로 부르는 탈소 공간의 갈등이나 분쟁 사태는 말할 것도 없고, 시리아 내전 개입 (2015년 9월), 이란의 핵문제 타결 중재, 시리아 내전에서 이란과의 군사 협력, 인도와의 방위산업 협력 등 전통적인 군사・안보 협력 관계를 이용하여 최소한의 개입 비용을 지불 하면서 최대의 선전 효과를 의도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몇 가지 모스크바의 외교적 군사적 성공 사례는 호모 푸티누스에게 조국의 강대국 지위를 확인해 주는 징표 역할을 해 왔다.

2) 정치적 수동성, 준봉주의 및 시민사회로부터의 퇴각.

푸틴주의가 일관되게 진흥해 온 정치 운동 및 이념은 러시아 민족주의, 애국주의를 두 기둥으로 삼는 국가주의이다. 개인, 소규모 공동체보다 최상위 공동체인 국가의 가치를 절대시하는 경우, 관제 동원의 기획에 적극 참여하는 소수를 제외하면, 나머지 시민들은 정치와 공공 영역 그리고 시민사회로부터도 퇴각하는 정치적 수동성으로 귀결되기 십상 이다.

크렘린의 정치적 대중조작 및 동원전략은 양면적이다. 강한 소비에트 노스탤지어를 가 진 구세대, 글로벌 경제 침체 그리고 장기간의 대러 경제제재로 인해 구직난에 직면한

37) Hoffman, David E., The Oligarchs: Wealth and Power in the New Russia, New York: PublicAffairs, 2003, p.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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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 대도시의 사무직 및 자영업자들, 굴뚝 산업 지역의 제조업 노동자들, 농촌 지 역의 주민들 등에 각각 맞춤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그 특징은 사안별로 정치적 동원 전 략을 구사하지만, 그 동원의 정도는 과도하게 분출되어 통제가 어려워지지 않도록 관리 되는 ‘제한된 동원’이 주를 이룬다. 러시아에서 선거 등 정치적 현안이 있는 시기에 활발 함을 보였던 ‘전러시아국민전선’, ‘나쉬’ 등도 모두 제한된 동원 전략의 산물들이다. 소련 시대와 달리 관제 동원 행사나 과업 참여가 의무적이지도 않을뿐더러 참여하지 않더라도 그로 인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없다.

관제 동원의 적극 참여층을 제외하면, 대다수의 시민들은 공공 및 시민 참여 행위와 거리를 두고 있다. 가정, 취미, 동호회 등 정치 및 공공 영역과 별개인 다양한 사적 활동 영역과 개인의 공간으로 퇴각이 자유롭다. 최근의 여론조사는 정치적으로 적극적인 자유 민주주의자, 강경 보수주의자, 공산주의자는 러시아 주민의 15%에 불과하다. 대다수 러 시아인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으며, 향후 정치에 더 개입하고 싶은 의사가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85%의 주민들은 없다고 응답하였다.38) 이러한 현상은 정치로부터의 자기소외 뿐 아니라 미약한 시민사회로부터의 퇴각이며 자기소외이다. 이러한 현상은 NGO 활동에 대한 정부의 규제와 억압과도 연관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체제 전환과 민주적 이행을 시 작한 지 약 30년이 경과한 현재까지 시민사회의 성장이 너무나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 다. 어떤 면에서는 옐친 시대와 비교하여 더 퇴보한 실정이다.

3) 러시아 정교: 호모 푸티누스의 종교 정체성

러시아인의 종교는 정교라는 등식이 확산되어 왔으며 대다수에게 수용되고 있다. 레바 다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당신의 삶에서 종교의 역할에 대해 러시아인의 74%가 중요하 다고 말했으며, 역할이 없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22%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자신을 ‘종교 적’이라고 간주하는 응답자가 77%에 달하는 가운데, 이들 중의 약 40%는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고 답한다.39) 신자들의 대다수는 1년에 한 번 정도 예배를 드리러 교회를 찾 거나 종교 행사에 참여하는 정도이니, 이런 수치를 신앙심의 정도로 평가하기는 어렵지 만, 그 수치는 많은 러시아인들이 자신의 종교 정체성을 정교로 수용하고 있음을 보여준 다. 적어도 정교회는 어느 정도 러시아 사회의 도덕적 토대이자 기준의 역할을 하고 있 는 것이다.40) 푸틴 시대에 들어 러시아 정교와 권력과의 밀착이 더욱 강화되어 왔다. 그

38) Gudkov and Hartog, op. cit. 39) Ibid.

40) 라승도, “경배의 줄: 러시아 새해의 종교적 풍경”, 라승도의 Russia Watch, no. 12, 2014년 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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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다보니 정교회가 ‘성모의 허리띠 전시회’(2011년 11월), ‘동방박사 선물 전시회’(2014 년 1월) 등을 열어 러시아인들의 신앙심과 종교적 관심을 자극하는 행사도 정치적 시각 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잦은 성물 전시회가 주민들의 불안과 불만을 신앙과 기적의 힘을 바라는 것으로 해소하려는 정치공학적 의도로 의심받는 것이다.41)

4) 포위된 성채 신드롬과 내외부의 적 찾아내기.

러시아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으로부터 ‘포위된 성채’라는42) 위기의식이 상시적으로 강 조된다. 특히 러시아는 2003년 말부터 시작된 색깔혁명 이후 포스트 소비에트 공간의 권 위주의 정권들을 친서방 정권으로 교체하려는 서방의 의도를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호 모 푸티누스는 발트3국에 이어 조지아, 우크라이나 등 구소련 지역 국가들로 나토의 확 장 시도, EU의 동방파트너십(EaP, 2009년 5월 출범) 프로그램을 앞세운 영향력 확장 시 도 등을 러시아의 전통적 영향권역을 축소하고 압박하려는 지정학적, 지전략적 의도의 증거라고 간주하는 크렘린의 시각에 동의한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유로 마이단 시위를 부추기고 쿠데타로 집권한 신정부를 지원해 온 미국 등 서방국가들뿐 아니라 국 제적 민주주의 증진에 종사하는 INGO도 적으로 규정된다. 해외 국가나 단체의 재정 지 원을 받는 국내의 NGO들도 대부분 ‘해외 에이전트’로 분류되어 감시와 통제의 대상으 로, 심할 경우에는 해외 적대세력과 내통하는 제5열로 의심받고 있다. 러시아에 적(敵)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동의율은 1995년 40%에서 2015년 64%로 증가하였다. 푸틴 이 집권한 2000년 이후에 이 응답율은 한번도 60% 아래로 내려온 적이 없다.43) 앞서도 언급한 반동성애자 입법 및 길거리에서의 동성애자 공격 행위들은 동성애자들을 ‘우리’와 다른 ‘그들’로 타자화 하는 것이며, 이들을 사회의 도덕적 건전성을 위협하는 ‘새로운 적’

으로 규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지금까지 제시된 푸틴주의 지지자들의 스테레오타입으로서 호모 푸티누스가 공유한 속 성들을 개관한 위 내용들을 보면, 푸틴주의 시스테마의 작동 및 재생산은 소비에트 시기 와는 완전히 판이한 환경 속에서 이루어지며, 최소 행위자인 호모 푸티누스의 속성들은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그것과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푸틴주의 러 시아에서 두드러진 호모 푸티누스 현상에 대해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재활이나 재등장의

41) 라승도, “러시아, 기적을 꿈꾸는 사회로 가는가?” 라승도의 Russia Watch, no. 3, 2011년 11월 30일.

42) Lipman, Maria, “Putin’s ‘Besieged Fortress’ and Its Ideological Arms”, in Lipman, Maria and Petrov N., eds., The State of Russia: What Comes Next?London: Palgrave Pivot, 2015, pp.110-36.

43) Gudkov and Hartog, op. c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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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보다는 변화된 국내외적 환경 요인들을 고려하면서 객관적인 학술적 검토가 필요한 이유이다.

V. 결 론

푸틴 대통령의 사실상 집권 20년을 경과하면서, 푸틴주의를 지지하거나 수용하는 러시 아인들이 공유하는 발상, 가치 지향성, 세계관 등이 정형화되어 왔다. ‘새로운 유형의 러 시아인(a new type of Russian)’이 등장한 것이다. 이로써 소련 해체 이후 법적 공식적 으로 소멸된 호모 소비에티쿠스는 ‘호모 포스트-소비에티쿠스’를 거쳐, 늦어도 2010년대 중반 이후로는 ‘호모 푸티누스’로 불릴 수 있게 진화되어 왔다.

호모 푸티누스는 자유자본주의 세계체제와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지각생으로 편입된 러 시아 사회가 당면한 현실(‘러시아식’ 민주주의와 자유자본주의의 특성)을 반영한 환경적 규정요인과 이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대응이 빚어내는 상호작용을 통해 구성되어 왔다.

동시에 이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온 러시아 권력엘리트의 정치적 상징작용 및 대중 조작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 푸틴주의가 제 모습을 갖추어감에 따라 호모 포스트-소비에티쿠스는 점점 더 정형화된 호모 푸티누스로 구체화되어 왔다.

이처럼 호모 푸티누스로의 진화를 추동한 주요 환경요인은 첫째, 시민들은 세계관, 가 치, 사회정치적 조직 및 그 작동 원칙을 규정하는 사회주의와 같은 거대 이데올로기가 부재한 환경에서 행위한다. 어떤 이념적 제약이나 강요가 없는 환경에서 공적/사적 영역 사이의 현저한 괴리를 체감하는 경우는 드물다. 둘째, 러시아 경제는 단일 자유자본주의 세계체제 속에서 세계시장과 가치사슬의 한 행위자이며, 국제 요인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능력에 따르는 대중적 ‘소비의 주체’로서 호모 푸티누스는 소비재 결핍과는 상반 된 상점의 풍요를 누린다. 셋째, 현대 러시아 국가는 물리적 억압기구의 규모에서 훨씬 축소되었고, 국가-개인 관계에서 직접적인 폭력 사용의 빈도와 정도도 크게 줄어들었다.

정부가 적대적이라고 규정한 몇 몇 해외 언론 매체들을 제외하면, 러시아인들은 인터넷 을 비롯한 다양한 정보 환경에 자유로이 접속할 수 있다.

다음으로, 푸틴주의 하의 새로운 러시아적 인간형으로서 호모 푸티누스가 공유한 속성 들은 강력한 지도자와 강대국 신드롬, 정치적 수동성과 준봉주의 및 시민사회로부터의 퇴각, 민족종교로서 러시아 정교, 포위된 성채 신드롬과 내외부의 적 찾아내기 등으로 정 리된다. 이런 속성들은, 결정론적 혹은 본질론적으로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상기한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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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규정 요인의 변화에 따라 모두 쉽게 변화될 수 있는 것들이다. 더군다나 동서 이념/체 제 대결의 엄혹한 구도 속에서 철의 장막 속에 갇혀 있던 호모 소비에티쿠스와 호모 푸 티누스의 처지는 너무 다르다. 후자의 러시아 사회와 외부 세계에 대한 인식과 대응은 상황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쉽게 변화될 수 있는 것이다.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속성이 체제전환을 시작한 지 약 20년 후에 다시 재현되었다는 것이, 그리고 호모 푸티누스의 속성이 전자 속성의 변형된 재현으로 보이는 것이 후자 속성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보장 하는 것은 아니다. ‘변형된 재현’은 다만 현재 푸틴주의 시스테마가 최소한의 복지와 안 정, 개인적 자유를 보장하는 한에서만 재생산을 기대할 수 있다. 상술한 호모 푸티누스의 속성을 규정한 환경 요인들이 변화되어 푸틴주의 시스테마가 제공하는 편익들이 러시아 보통 시민들의 인내의 한계를 벗어날 경우, 과거보다 더 빠르고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그 속성들은 새로운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이 논문의 목적은 호모 푸티누스의 규정 요인과 속성은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그것들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를 규명하고자 하였다. 상기와 같은 분석을 통해, 호모 푸티누스의 등장은 브레즈네프 이후 소련의 국내외적 조건과는 너무 다른, 그리고 당시보다 훨씬 더 다면적이며 복합적인 국내외적 환경 속에서 일어난 것임을 확인하였으며, 또 그것들이 규정하는 이해관계와 의미 체계 역시 러시아 대중의 경제생활 및 이념적・정서적 선호에 따라 체현되어 왔음을 확인하였다. 그 결과 호모 푸티누스의 공유 속성들 역시 소련 시 기와는 다른 미래 진화 과정을 가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현재 집권 4기의 푸틴 대통 령은 임기는 2024년까지이며, 헌법 개정에 따라 다시 12년을 재임할 길이 열려 있다. 새 로운 집권 기간 동안 러시아의 권력 엘리트는 푸틴주의 시스테마를 유지하고자 할 것이 지만, 호모 푸티누스 속성의 환경적 규정요인과 행위자의 대응은 변화에 열려 있다. 호모 푸티누스의 속성, 특히 정치적 지향성의 진화 방향은 푸틴 대통령의 재임기간 뿐 아니라

‘푸틴적 러시아(Putinite Russia)’ 이후 러시아 사회의 진로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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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bstract 】

Evolution From Homo Sovieticus to Homo Putinus : Focusing on the Defining Factors and Attributes

Kang Bong-koo

In the course of Putin's virtually 20 years of power, the characteristics of ideas, thoughts and actions shared by Russians who support or embrace Putinism have been captured. A

‘new type of Russian’ appeared. Homo sovieticus, which was officially extinguished after the dissolution of the Soviet Union, passed through the “Homo post-Sovieticus” and has evolved to be called Homo Putinus at least since the mid-2010s. Is this Homo Putinus a resurrection of Homo Sovieticus recalled by M. Gessen? The purpose of this paper is to identify the differences between the defining factors and attributes of Homo Putinus and those of Homo Sovieticus. Homo Putinus has been constructed through the interaction between an environmental regulatory factor that reflects the realities of the Russian society (characteristics of 'Russian style' democracy and liberal capitalism) and the response of Russians to it. At the same time, the political symbolism and manipulation of the Russian power elite, which had been actively involved in the process, also played a decisive role.

Homo Post-Sovieticus has been increasingly embodied as Homo Putinus, as Putinism has taken shape through this process. This paper suggests that the appearance of Homo Putinus has occurred in a more multifaceted and complex domestic and international environment than before, and that the interests and semantics they define have also been embodied in accordance with the Russian public's economic life and ideological and emotional preferences. As a result, Homo Putinus's shared attributes are also likely to have a future evolutionary process that is different from the Soviet era.

Key Words

: Homo Sovieticus, Homo post-Sovieticus, Homo Putinus, Putinism, Russian Siste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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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문투고일:2020년 7월 17일 / 논문심사완료일:2020년 8월 10일 / 게재확정일:2020년 8월 19일

참조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