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니컬라이팅-제품설명서 글쓰기
제품설명서, 마케팅문서, 연구보고서, 논문, 각종 매뉴얼 등 관련 글을 쓰는 사람을 테크니 컬라이터(TechnicalWriter)라 부르며 이들이 쓰는 글을 테크니컬라이팅(TechnicalWriting) 이라한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을 테크니컬커뮤니케이션(TechnicalCommunication)이라고 한 다. 정리하면 테크니컬 커뮤니케이션이란 타인과의 효율적인 정보 전달을 위해 정보를 분석 하여 최대한의 객관적인 부분을 정보설계(InformationDesign)로 구조화하고, 구조화된 정보 를 나열하고 가공하여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출판(Publish)하는 일이다.
테크니컬커뮤니케이션은 실제 생활을 살펴보면 이미 수십 년의 역사와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선 테크니컬커뮤니케이션은 생소한 분야일 뿐만 아니라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 전문가로 분류되고 있진 않다. 반면 미국, 호주, 캐나다, 영국, 이스라엘, 인도 등 이 분야에서 거의 7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국가들을 보면, 단체와 협회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대학에서는 전공 학과는 물론, 석 박사 과정이 개설되어 있어 이 를 이수해야 전문 분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매우 특화된 영역이다.
테크니컬라이터가 하는 일 중 제품설명서 글쓰기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제품설명서는 엔 지니어가 개발한 제품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기술문서를 뜻한다. 제품설명서는 생산자, 제품, 소비자 사이에서 제품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 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정보전달의 역할에서 발전되어 제품 의 일부분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법적인 책임까지 부여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이유로 제 품설명서의 글쓰기는 그만큼 신중함이 요구되는 일이 되었다.
제품설명서의 글쓰기와 일반 글쓰기의 차이점
테크니컬라이팅은 큰 범주에서 글쓰기(Writing)의 한 부분에 속한다. 작가가 독자와 커뮤니 케이션(Communication)을 하기위한 방법으로 글쓰기를 한다는 부분은 같다. 하지만 가장 뚜렷하게 차이가나는 부분은 ‘사실만을 다루느냐?’ 와 ‘사람의 감정에 호소하느냐?’이다. 테 크니컬라이터는 자신의 창작(Creative)을 배제하고 사실만을 서술해야 한다. 설명글의 뼈대 를 세우고 글과 삽화의 유기적인 구조를 만들고 단어와 문장의 규칙을 정하여 서술하는 것 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혹은 사용자의 행동을 분석하여 글을 쓴다는 것은 창작 (Creative)과는 다른 행위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사용자의 행동을 분석하는 것도 최대한 사실에 입각하여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설명해야 한다. 테크니컬라이터가 쓰는 글은 세계 어느 나라의 글로 번역되어도 의미와 뜻이 바뀌어서는 안 된다. 해당 문서 가 다국어로 번역되어도 그 의미나 단어가 바뀌면 안 된다는 것이다. 번역자가 번역중 원문 의 애매모호한 문장 때문에 문장의 일부를 임의로 번역한다면 처음 문서를 서술한 서술자의 의도가 왜곡 혹은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테크니컬라이팅은 그 용어의 의미 그대로 ‘기술 문서 작성’ 이라고 명명할 수 있다. 기술 (Technical)이란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문적이란 의미를 갖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아 는 글쓰기와의 차이점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하는데, 글쓰기가 자유로운 형식을 바탕으로 상상 혹은 생각과 같은 주관적인 입장을 담고 있다면 테크니컬라이팅은 반대로 객관적인 사 실을 근거로 형식에 맞추어 작성하게 된다. 이와 같은 특성 때문에 수식어가 거의 사용되지 않으며, 모호한 표현을 사용해서도 안 된다.
또한 일반적인 문서에서는 그다지 비중이 높지 않아 보이는 목차, 참조, 색인 등의 구성 요 소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시와 같은 ‘시적 허용(문학적 허용)’ 이 배제되므로 맞 춤법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제품설명서의 글쓰기는 여러 가지 기술이필요하다. 또 소비자와 생산자의 매우 다양한 욕구 를 충족시켜줘야 한다.
소비자에겐 이해하기 쉽게 써야하고, 제품의 특징과 안전에 대한 주의사항 등 정확한 정보 를 전달해야한다. 그리고 제품 사용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독자에게 전달해야한다.
생산자에겐 비용절감의 차원에서 가능한 간략하게 작성하면서도 충분한 정보를 담고 있어야 한다. 문장은 통일된 구(句)와 단어의 사용으로 재활용성을 확보하여 번역비용을 절감 할 수 있어야 한다. 수정과 보안도 손쉽게 할 수 있어야한다.
제품설명서 글쓰기 방법과 문제점
제품설명서는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 해도 되는 일과 해선 안 되는 일, 꼭 해야 하는 일 등 을 확실하게 구분하고 전달해야한다.
문장은 단문을 사용해야하고 한 문장에선 한가지의 역할만 지시해야한다.
애매모호한 설명으로 독자로 하여금 제품 사용에 오류를 일으키게 해선 안 된다. 이는 작게 는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으며 크게는 소비자의 생명까지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원칙들을 지키며 제품설명서의 글쓰기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초등학교에서 대학까지 짧게는 12년에서 길게는 16년, 혹은 그 이상 한글을 읽고 쓰는 것 을 배웠지만 위와 같은 글을 쓰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다. 대학 혹은 대학원에서 논문의 글 쓰기를 배운 것이 고작이다. 이 정도의 실력으로 회사 내의 업무보고서나 연구 결과에 대한 학술보고서를 쓰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근래 기술글쓰기에 대한 기법을 연구하고 전파하는 임재춘(영암대학교 객원교수)이란 분이 있다. <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마이넌, 2003), <한국의 직장인은 글쓰기가 두렵 다>(북코리아, 2005)의 저자인 임재춘은 과학기술부 원자력실장으로 근무하던 중 글을 잘 못 써 물러났다고 한다. 그 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국제원자력기구에 파견 근무를 하면 서 테크니컬라이팅을 접하게 되었고 미국의 실용글쓰기인 ‘힘글쓰기(Power Writing)'을 한 국에 도입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힘글쓰기’는 모호하고 부정확한 언어사용을 문제시 하며
‘효과적인 의사전달’이란 목표아래 새로운 글쓰기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새로운 글쓰기 방식이란 ‘읽는 사람 위주의 글쓰기’, ‘알기 쉬운 글쓰기’, ‘간결한 글쓰기’에 바탕을 둔다. 이것은 테크니컬라이팅 글쓰기 방법과 맥락을 같이한다. 참 쉬운 일인 것 같
다. 책 두 권 읽고 이 같은 글쓰기를 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 소비자들은 제품설명 서를 거의 읽지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는 제품설명서를 읽으면 무슨 소리인지 더욱 모르겠 다고 한다. 한국 사람이 한글로 쓰고, 만든 것인데 왜 그럴까? 그것은 교육의 부재 때문이 라 생각한다.
제품설명서의 내용이 소비자의 안전을 책임지며 문장 하나하나가 법적으로도 문제가 되는데 정작 테크니컬라이터들은 ‘효과적인 글쓰기’를 정식 교육기관에서 배운 적이 없다. 오랜 경 험으로, 혹은 선진외국회사에서 일했던 경험으로, 아니면 회사 내부의 교육을 통해 제품설 명서를 만들고 있다. 제품설명서는 문자화되어 책자 혹은 전자문서 형태로 만들어져 소비자 들에 의해 읽혀진다. 내수 제품설명서와 달리 수출을 목적으로 하는 외국어 제품설명서는 글쓰기부터 영어로 쓰여야하지만 고급인력에 대한 비용의 부담과 짧은 일정 때문에 국문을 영어로 번역하여 만들어지고 있다. 글쓰기의 훈련이 안된 라이터들이 어색한 문장을 만들게 되고 이 어색한 문장을 외국인이 번역을 하게 된다. 이런 공정에 의해 한글 제품설명서와 전혀 내용이 다른 외국어 제품설명서가 만들어지게 된다. 이런 제품설명서를 외국인들이 읽 으며 한국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걱정이 앞선다. 또 한국 기업, 제품에 대한 신뢰 도는 어떻게 될 것인가?
흔히들 글이란 한 나라의 문화수준을 알 수 있는 척도라고 한다. 이런 불완전한 제품사용설 명서가 계속 만들어진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일 것이다. 우리나라 국어정책을 정하고 전파 하고 있는 ‘국립국어원’에선 ‘국어문화학교’란 것을 운영하고 있다. 또 김문오연구사의 <안 전 설명문의 실태 연구>(국립국어연구원. 2004), <제품 설명서의 문장 실태 연구I>(국립국 어연구원. 2002), <제품 설명서의 문장 실태 연구II>(국립국어연구원. 2003)등 책자도 출간 되었다.(비매품) 이 같은 교육과 저서들이 마땅히 배울 곳이 없는 테크니컬라이터들에게 좋 은 참고서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국어문화학교’는 공무원들의 글쓰기를 중점적으로 교육하 고 있고 책자들은 문장 내 외래어를 무리한 한글쓰기로 고쳐 써 실무에 바로 적용하기 어렵 다는 아쉬움이 있다.
글쓰기 지침에 대한 교육이 왜 중요한지 예를들어보면 문장의 논리적 연결을 위해 김온양
<매뉴얼 쉽게 만들기>(예동이, 2005)은 접속사의 명시적 사용을 제안하는 반면, 임재춘 (2003),은 접속사의 빈번한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또 김온양(2005: 137)에서는 ‘이것, 그 것, 그’등과 같은 대명사의 사용을 억제할 것을 명시하고서 같은 책 164쪽에서는 “문장이 길어지거나 구와 구가 연결될 때 주어를 반복적으로 어색하게 삽입하는 것 보다는 ‘이것’,
‘저것’과 같은 지시어를 사용하라”고 적고 있다. 이는 동일한 어휘들을 지시어와 대명사라는 상이한 명칭을 쓰고 있을 뿐 아니라 일관성 부족한 원칙을 제시하고 있어 지침이 필요한 테 크니컬라이터들에게 오히려 혼란을 주고 있다. 책임 있는 교육이 필요한 부분이다.
또 우리 실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외래어는 정확한 표준을 제시하고 보급해줬으면 한다. 실 례로 운전자에게 길을 안내해주는 자동항법장치(Navigation)가 있다. 정확한 한국어 표기는
‘내비게이션’이다. 하지만 ‘네비게이션’이란 틀린 용어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 다. 표준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발 빠르게 전파시키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라 생각된 다.
얼마 전 ‘통제언어 산학협동 심포지엄’에 참석한 적이 있다. 이 학회가 연구하는 ‘통제언어’
란 한글기술문서의 ‘가독성’과 ‘번역 수월성’을 목적으로, 최소한의 규정으로 문장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연구하고 한글규정을 만드는 것이다. 흥미로운 분야였다.
또 ‘KITSA'(한국어IT용어표준화학회)에선 일반적으로 쓰이는 IT용어에 대해 각각의 정의를 규정하고 한글화하는 작업을 했다. 이 결과물이 IT용어의 번역뿐만 아니라 관련문서작업에 서도 유용하게 쓰이길 희망하고 있다.
그밖에 다양한 분야의 학회 및 단체들이 ‘한글의 정확한 쓰임과 발전’을 위해 연구 및 활동 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일은 정부기관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요구되는 부분이며, 특히 한 글 글쓰기 분야는 ‘국립국어원’의 지원이 시급히 요구되는 상황이라 생각한다. 얼마 전 ‘MS IT용어포럼’ 준비를 위한 미팅에서 ‘국립국어원’이 한글관련 지원 사업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는 반가운 얘기를 들었다.
‘국립국어원’의 다양한 활동에 대해 외부에서 잘 모르고 있으므로 많은 홍보가 필요할 것이 란 걱정이 앞서지만, 이런 ‘한글 글쓰기’ 관련 지원활동이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에도 많은 도 움을 줄 것이라 기대한다.
2008년 03월 26일 오인희 (주)테코이온 대표 STC Korea Chapter 대표
참고문헌
김문오 <제품 설명서의 문장 실태 연구II>(국립국어연구원. 2003) 김온양 <매뉴얼 쉽게 만들기>(예동이, 2005)
오인희 <초보 테크니컬라이터를 위한 테크니컬커뮤니케이션>(테코이온, 2007) 임재춘 <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마이넌, 2003)
통제언어와 기술문서 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팀 <통제언어 모형 개발의 필요성과 방향>(심 포지엄회지,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