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최근 입법평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입법평가제도는 유럽을 중심으로 발달한 제도로서 영미법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규제영향평가나 정책평가와 유사한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다.
입법평가제도는 법규범의 현실적합성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된다. 법규범은 다양하지만 체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각각의 법규범에 대해서 여하히 평가할 것인가가 논의의 핵심이 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국가체제와도 관련성을 가지게 된다. 즉, 연방국가의 규범체계와 단일국가의 규범체계가 각각 상이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단일 국가이라 하더라도 분권형 국가와 집권형 국가의 경우에도 규범체계가 상이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단일국가이면서 분권형 국가를 지향하고 있으며, 특히 1990년대 후반 들어 본격화되고 있는 지방분권의 흐름은 규범체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물론 종래의 조례제정권의 범위와 한계에 관한 논의가 여전히“법령의 범위안”이라는 규범틀 속에서 머물러 있지만, 멀지 않은 장래에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가 실현될 것으로 예상 되는 관점에서 본다면 조례의 규범력은 법령의 그것과 필적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입법평가제도의 도입을 논의하는데 있어서“조례”에 대한 입법평가를
입법평가의 실험과 조례에 대한 입법평가의 필요성
최 환 용 (행정법제연구부 부연구위원)
우선적으로 고려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본 고에서는 입법평가제도 도입 논의에 있어서 평가의 대상을“법령”에 한정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면서“조례”에 대한 입법평가제도의 도입을 실험적인 차원에서 제언하고자 한다.
Ⅱ
(1) 입법평가의 개념 및 기능
입법평가라 함은 일반적으로 입법적 성격을 지닌 국가적 조치에 대한 평가, 즉 실질적 의미에서의 법률에 대한 평가를 의미한다. 이 경우 법형식을 구비한 규범이 전체 적용 영역에 대하여 미치는 재정적 및 비재정적, 의도적 및 비의도적 영향 전반을 분석하는 것으로서 이것은 사전적, 병행적 및 사후적 평가를 포괄하는 것을 의미한다.1)
이러한 입법평가제도는 복잡해지고 다원화되고 있는 국가와 사회의 관계 속에서 법규 범이가지는 의미와 기능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또한 법치행정의 과잉으로 인한 통치체계의 과도한 법규범에의 의존현상과 규범의 홍수현상 등과 같은 입법을 둘러 싼 문제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여 그 상세한 실태의 해명을 위한 적절한 예방수단과 효과 적인 억제방법을 개발하기 위한 과정으로서 입법의 합리화기능, 입법정책의 타당성과 정당성 확보, 과도한 입법에 대한 자기통제적 기능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다.
(2) 평가대상에 따른 유형화
입법평가의 대상은 법규범이며, 일정한 체계를 갖추고 있는 법규범은 통치체계와 연관 되어 있다. 연방국가의 경우에는 연방의 고유한 규범체계와 주의 규범체계가 각각 독립 적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때로는 상호 모순관계에 놓이기도 한다. 단일국가의 경우에도 분권화의 정도에 따라 자치단체의 자치법규와 법령과의 관계는 어느 정도의 긴장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입법평가는 평가의 시기에 따라 ① 규율대안을 기초로 한 사전적인 평가절차인 사전평가,
1) 박영도, 입법평가의 이론과 실제, 한국법제연구원, 2007, pp.33-34
② 초안의 법형식을 기초로 한 사전적인 부가평가인 병행평가, ③ 통용되는 법령의 효력을 기초로 한 회고적 평가절차인 사후평가로 구분된다.2)일반적으로 입법평가는 위의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되며, 각각의 유형에 따라 평가의 대상이나 평가방법을 달리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평가시기에 따른 입법평가의 유형화는 법령의 초안 단계부터 법령의 시행 단계에 이르는 과정을 추적, 평가함으로써 각각의 단계에 적합한 정보를 입법자에게 제시 하는데 유용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입법평가는 그 평가의 대상을 법규범으로 하기 때문에 법규범의 특성을 적절히 고려하여 유형화할 필요가 제기된다. 즉, 법규범은 일반적으로 법률→시행령→시행규칙
→지침 등의 행정규칙→사안에의 적용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가운데 어떤 규범을 대상으로 평가할 것인가에 따라 그 평가방법이 달라질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기본 적으로 법규범을 평가한다고 할 때, 이 전 규범체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 다. 그러나 때로는 현실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규범체계만을 대상으로 평가하는 것이 효율적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조금 관점을 달리한다면 국가의 법령체계와 지방자치단체의 규범체계를 구분하여 평가 하는 경우도 상정할 수 있다. 특히 조례는“법령의 범위”안에서 제정된다는 한계를 가지 지만, 반대로 법령의 공백을 보충하는 긍정적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통상 국가의 법령체계를 구성하는 일부분이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조례에 대한 입법평가 또한 경시할 수 없는 분야라 생각된다.
Ⅲ
(1) 조례에 대한 입법평가의 실익
다음으로 입법평가의 대상에 따라 법령에 대한 입법평가와 조례에 대한 입법평가로 구분 하는 실익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규범의 효력이 미치는 대상에 관한 문제이다. 법령은 전국적으로 통일적인 사무나
2) 박영도, 앞의 책, p. 131
규제를 설정한다. 즉, 법령의 규율사항은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조례는 주 민을 대상으로 하여 구속력을 가진다. 법령에 대한 입법평가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지는 모든 국민을 수범자로 하여 그 영향을 평가해야 하지만, 조례는 당해 지방자치단체에 거주하는 주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해당 규범에 대한 수범자의 인식이나 이해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가 용이하다.
둘째, 규범의 효력이 미치는 지역적 범위에 관한 문제이다. 법령은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며, 전국적으로 효력을 미친다. 이 경우 특정지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해서 법령이 잘못되었다고 평가할 수 없으며, 전국 평균적인 영향을 파악하기 때문에 지역간 형평성 등은 고려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그러나 조례는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권이 미치는 지역적 한계를 가지기 때문에 입법의 필요성이나 유효성 등의 기준에 덧붙여 협동성, 참여 가능성 등의 평가기준을 설정하기가 용이하다.
마지막으로 입법평가방법론을 체계화하기 위한 실험의 장으로 조례에 대한 입법평가가 유용하다는 점이다. 앞에서 제시한 것처럼 조례는 법령에 비해서 수범자의 수가 상대적 으로 적고, 지역적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입법평가를 위한 방법론을 구현하기에 용이 하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또한 입법평가결과에 대한 신뢰도 제고나 피드백이 비교적 용이하다는 점도 조례에 대한 입법평가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측면이라 생각된다.
(2) 조례에 대한 입법평가 기준
조례에 대한 입법평가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논의되고 있는 법령에 대한 입법평가제도를 현실적으로 구현하는데 도움이 된다. 조례에 대한 입법평가를 통해서 평가방법론을 체계화 하고 평가기준을 확립하고, 나아가 입법평가의 필요성과 유용성을 입증해 나가는 과정이 요청된다고 할 것이다. 우리와 입법체계가 유사한 일본에서는 지방분권을 추진하면서 조례에 대한 입법평가의 필요성에 대해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3)여기서는 지면관계상 일본에서 조례에 대한 입법평가의 기준으로 제시되고 있는 몇 가지 사항에 대해서 소개
3)
하고자 한다.4)
① 필요성
필요성이란 대응하고자 하는 과제에 비추어서 당해 입법이 본질적으로 필요한가에 관한 기준이다. 특히 입법의 목적이 적절한가를 판단하는 평가이며 나아가 행정법규의 경우는 행정이 어떤 움직임 개입을 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가를 묻는 것이다. 왜냐하면 행정법규는 사인의 권리제한이나 집행상의 비용을 수반하는 것이 통상적이기 때문에 사인간의 조정에 의해서 대응할 수 있거나 입법이 아닌 예산에 기초한 사업 등으로 대응할 수 있다면 입법의 필요성은 없게 된다. 이렇게 입법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사회적 사실을 일반적으로 입법사실이라 하고 이러한 입법사실이야말로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물론 필요성의 정도의 문제가 있으나 본질적으로 필요성이 결여되거나 희박하다면 그 다음의 기준에 의한 평가 자체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에 필요성의 기준은 제일 먼저 검토 되어야 할 것이다.
② 유효성
유효성이란 당해 입법이 제시한 목적의 실현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가, 과제의 해결에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는가에 관한 기준이다. 앞의 필요성의 기준과도 관련되는데 대응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더라도 어떤 대응책을 취한 경우에 어느 정도의 효과를 낳는가는 별개의 문제이며, 따라서 유효성의 문제로 평가해야한다.
종래 법학에서 논의되었던 실효성확보수단은 주로 규제적 입법이 어느 정도 준수되는 가, 위반행위를 억지 또는 시정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며, 실효성확보수단으로서 형벌, 행정상의 강제집행 등을 검토해 왔다. 여기서 말하는 실효성은 규제의 직접적인 효과를 문제로 하는 것으로 유효성의 일부를 구성하는 것으로 본다.
유효성의 평가를 함에 있어서는 목적실현의 정도를 정량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바람직 하지만 일반적으로 입법의 목적이 복잡하고 또한 정성적인 것이 많기 때문에 목적실현의
4)
정도를 하나의 정량적인 지표로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일정한 대표 적 또는 대체적인 지표를 설정하고 그 변화를 측정·검증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③ 효율성
효율성이란 당해 입법의 집행에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드는가, 같은 목적을 실현하는데 보다 적은 비용으로 끝날 수단은 없는가에 관한 기준이다. 이런 비용에도 법의 운용에 해당하는 집행기관 내부의 비용과 집행기관 외부의 비용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내부적 비용은 법을 집행하는 직원의 인건비, 보조금 등의 사업비 등이며, 외부적 비용에는 주민 이나 기업에 부과되는 세금이나 보험료, 시설정비 등의 의무나 권리가 제한됨에 따른 일실 이익을 들 수 있다.
효율성의 평가에 대해서는 비교적 정량적인 방법을 취하기가 용이하며 특히 내부적 비용의 경우에는 정량적 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외부적 비용은 시설정비 등의 의무 부과에 따른 부담은 정량적 평가가 가능하나 권리제한에 따른 일실이익은 정량적 평가가 곤란한 측면이 존재한다.
④ 공평성
공평성이란 정책목적에 비추어서 정책에 의한 효용이나 비용이 공평하게 배분되고 있는가, 불평등한 취급이 있지는 않는가를 평가하는 기준이다. 본래 공공정책은 공공적인 목적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목적의 실현과 더불어 개개의 국민에게 있어서 공평한 것이어야 한다. 나아가 입법의 경우는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련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평성의 기준은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그렇다면 공평한 자원의 배분이란 어떤 의미일까. 이를 어떤 학자는 배분지향적 평등 과 분배지향적 평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배분지향적 평등이란 피배분자의 특성이 아닌 배분되는 재화 또는 부의 재화에 한정해서 배분이 이루어지는 경우를 말하며, 여기에도 배분되는 재화 또는 부의 재화가 산술적으로 같음을 요구하는 객관적 평등과 재화·부의 재화를 받을 기회가 비배분자 모두에게 배분될 것을 요구하는 기회적 평등이 있다. 이에 대해서 분배지향적 평등이란 피배분자의 특성에 주목하여 배분되며, 그것과의 관련 속에서 평등명제를 발견하는 것을 말하며 여기에도 오로지 피배분자의 분배상태를 고려하는
주관적 평등, 일정한 객관적 기준에 기초한 서열에 따르는 서열적 평등, 그리고 비배분자의 분배에 비례해서 배분되는 비례적 평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5)
역시 공평성의 평가에 대해서는 그 기초가 되는 사실, 즉 누구에게 어느 정도의 재화?
부의 재화를 배분되고 있는가 등의 사실에 대해서는 정량적으로 파악할 수 있지만 공평 성 자체는 정성적 방법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⑤ 협동성(참가성)
협동성 또는 참가성이란 법의 집행에 있어서 집행기관에 의한 대응뿐만 아니라 주민 또는 전문가의 참가나 집행기관과 시민단체 등의 협동을 어느 정도 이루고 있는가에 관한 기준이다. 역시 협동성의 평가도 협동의 체계나 그 배려의 유무·효과 등에 착안하여 정성적인 방법으로 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⑥ 적법성
적법성이란 당해 입법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가, 사법절차에서 입법의 효과가 부정될 가능성은 없는가에 관한 기준이다. 적법성의 기준은 본질적으로 입법이 가지는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적법성의 요청은 판례나 기초적인 법이론에 비추어서 판단되어야 하며, 이런 측면에서 입법사실의 유무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⑦ 종합적 평가-기준 상호간의 관계
입법의 적부에 대해서는 이상의 여섯 가지 기준에 의한 평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렇지만 평가의 척도가 다르고, 평가결과도 정성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것들 을 단순히「합계」로서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곤란하다. 예를 들어 유효성은 뛰어 나나 효율성은 떨어지는 법률안이 있다면 반대로 효율성은 뛰어나나 공평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어느 기준을 어느 정도 중시할 것인가는 평가자 내지 입법자의 판단에 맡겨져야 한다.
결국 입법평가는 평가 자체를 확정적인 결과를 도출하려고 하기보다는 입법자에게
5)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서 그 판단을 도와줌과 더불어 결정의 이유 등에 대해서 국민에게 설명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Ⅳ
이상과 같이 일반적인 입법평가의 개념과 유형을 살펴보고, 평가의 대상에 따른 유형 화를 하나의 질서 속에 있지만 상대적으로 독립되어 있는 법령과 조례를 중심으로 시도 해 보았다. 그리고 조례에 대한 입법평가를 시도함으로써 법령에 대한 입법평가가 제도 적으로 정착될 수 있는 가능성을 고찰해 보면서 지방분권의 추진에 따른 조례입법평가가 논의되고 있는 일본의 평가기준을 정리해 보았다.
입법평가는 새로운 영역으로 이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입법 평가의 필요성이나 유용성뿐만 아니라 그 평가방법론이나 평가기준 등도 정립되어 있지 않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속에서 법령이라는 커다란(?) 규범 보다는 실험하기에 적절한 규모의 규범, 즉 조례를 대상으로 하는 입법평가를 시도해 봄으로써 평가방법, 평가기준 등을 정립하고 이를 통해서 입법평가의 제도적 필요성을 확보해 나가려는 노력이 요청된다.
학문으로서의 입법학 또는 입법평가학을 현실에서 실현해 봄으로써 현실과의 괴리를 보완해 나갔을 때 비로소 입법평가제도가 정착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고민을 던져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