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정책연구총서 2002-23
윤리문제연구원 설립에 의한 인문학적 소양 함양을 위한 사회교육 활성화
방안
인문사회연구회
한국교육개발원
인문정책연구총서 20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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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문제연구원 설립에 의한 인문학적 소양 함양을 위한 사회교육 활성화
방안
황경식 이정전 구영모 유호종
인문사회연구회
한국교육개발원
사업」 일환으로 수행한 연구과제 중 하나입니다.
본 보고서에 수록된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 며 인문사회연구회와 한국교육개발원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인문사회연구회는 2002년도 인문정책연구사업으로 수행한 연구결과를 총 서로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인문학의 위기를 근심하고 인문학의 르네상스를 소원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총서의 발간을 축하하고자 합니다. ‘인문정책’이 라는 자못 생경한 용어에도 불구하고 분야별로 연구주제를 발굴하고 실용성 있고 실천가능한 정책대안을 마련하기 위하여 애쓰신 연구진, 연구사업의 기본방향의 제시는 물론 연구과제의 심사와 평가를 담당해온 인문정책연구 위원회 위원, 아울러 예산을 운영하면서 효과적으로 연구지원해 주신 한국 교육개발원에 충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에 인문학 연구, 교육, 사회적 활용 등 3개 분야의 정책대안을 제시한 연구결과물들은 관련 분야의 정책수립자 및 전문학자, 학회 및 단체에 유익 한 자료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시도된 ‘인문정책’ 연구이므로 충분히 만족할만한 결과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하여 인 문정책연구의 범위를 정하고, 부문별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공감대와 연 찬의 기회, 인문학자와 사회과학자가 공동연구한 학제간 연구, 출연연구기 관과 각급 대학의 인문학 연구기관간의 연구협력이 이루어졌다는 점 등에서 적지 않은 의의가 있다고 믿습니다. 이번 연구결과물이 필요로 하는 모든 분 들에게 공급되어 한국 인문학의 위기극복과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02년 12월 인 문 사 회 연 구 회
이사장 김 인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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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 윤리문제 연구원 설립의 배경과 목적
실용학문의 여세에 밀려 학문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인문학이 죽어가고 있으며, 특히 그중에서도 인문 분야의 기초학이라 할 수 있는 철학이 쇠퇴 하고 있다. 이는 단지 학문의 한 부문이 역사의 배경으로 사라지는 것에 그 치는 것이 아니고, 인간다운 삶의 가치와 의미에 대한 성찰의 종언이요, 인 간다운 삶을 지탱하는 윤리와 도덕의 솨락을 의미한다.
근래에 이르러 국가 경쟁력은 단지 군사력과 경제력에 의해서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역량이나 도덕적 수준에 의해 평가되어야 한다는 자각 이 부상하고 있다. 이런 시각에서 최근 신뢰 등 도덕성은 단지 의무로서 부 과되는 것이기 보다는 생산성의 기반이 되는 바, 사회적 자산(social capital)으로서 요청되고 있다. 따라서 현행 한국 사회에서 제기되는 도덕 적 문제들을 분석, 진단하고 그것을 해결, 대처하기 위해 우리의 도덕적 자 산과 역량을 점검, 통합하는 노력은 절실히 요구되는 사회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인문학 및 철학의 쇠퇴는 대학 강단에 있어 철학 과목에 대한 간심이 급 격히 하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철학과가 축소 조정되거나 폐과되 는 현상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 같은 교과 및 학과에 대한 위기의식을 극복하기 위해 각 대학 철학과에서는 나름의 자구책을 강구하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그래서 보다,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관심에 근접하는 철학과목을 구상, 개설하여 학생들의 현실적, 실천적 관심에 부응하는 교과목이 되고자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나름으로 성공적인 학교도 상당 수 눈에 뜨인다.
최근, 보다 실천적이고 응용적인 철학 과목의 개설과 관련하여 대학 강당 에는 작은 변화이기는 하나 큰 의미를 갖는 현상들이 관찰되고 있다. 어떤 대학에서는 성윤리와 관련된 과목이 개설되어 학생들의 상당한 관심을 모으 던 중, 결국에는 그 과목이 필수 과목으로 발전되었다. 다른 학교에서도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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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대학 역시 기획 과목으로 개설된 생명·의료윤리 과목이 개설된지 3년 만에 수강생이 2,000명에 이르고 있어 200명 단위 10개 반으로 나누 어 강의하고 있다. 이는 철학과목을 이수하는 학생 총합 3,500명 중 60%
를 상회한다 하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어서 개발된 정보사회와 사 이버 윤리도 300여 명을 상회, 분반을 실시하고 있다. 실천 및 응용윤리에 대한 학생들의 이 같은 관심에 대응, 다음 학기에는 경영윤리, 성윤리, 실천 윤리 등이 개설될 예정이다.
이 같은 현상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결국 학생들이나 일상인들 사이에 인문학적 관심이 없다기 보다는 그러한 관심을 충족시킬 현실성 있 는 인문학적 프로그램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나아가 이 같은 잠재된 인문학 적 관심을 일깨우고 충족시킬만한 교육 프로그램, 교육자, 교재 등의 개발 이 시급하고도 절실함을 자각하게 된다. 굳이 학교 뿐만이 아니고 일반 사 회에 있어서도 당면하는 갖가지 윤리적 문제 상황을 이해, 분석하고 그를 해결, 대처해 나가는 교양 프로그램은 동일한 관심과 주목을 받을 것이라 확신한다.
나아가서 이 같은 인문학적, 철학적, 윤리적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 인력을 양성하며 교육 자료를 제공하는 등 이러한 과제를 수행할 연구 기구 의 설립이 절실히 요망된다. 이러한 기구는 현실의 각종 윤리적 문제를 분 석, 진단하고 그것을 과제로 책정, 심층적인 연구를 하며, 도출된 처방과 성 과를 출간, 학교 교육뿐 아니라 사회 교육에 있어 크게 이바지 할 것으로 판 단된다.
이상과 같이 인문학, 철학, 윤리학적 소양 함양을 위한 사회교육을 활성 화하기 위해 요구되는 기구로서 한국 윤리문제 연구원(가칭)의 설립과 관련 되는 제반 사항이 우리의 연구대상, 혹은 목적이 될 것이다. 우선 이러한 기 구 설립의 필요성과 관련해서 국내의 사정을 살피고 그러한 기구가 주로 수 행하게 될 과제 및 연구분야, 그리고 그러한 과제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구의 조직 및 재정문제, 나아가 외국의 유사 사례를 대비 연구하는 일 등이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빈번히 제기되는 윤리문제에 대한 심층 연구를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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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기관의 연구 활동과 성과의 시행을 효율화하기 위해서 그것이 국책기관 이 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첨단 과학 기술의 발전과 정보화의 진행에 따른 사회변화에 대처할 새로운 정책대안을 제시하며 법제화를 위한 토대연 구를 수행할 씽크 탱크(Think Tank)로서의 윤리문제 전문 기관의 설립은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미국의 The Hastings Center는 가장 대표적 사 례이다.
인간 게놈 연구와 인권에 관한 세계 선언에 있어서와 같이, 최근 사회윤 리 문제들에 관한 국제 규약이 체결되는 추세이며, 이에 국가적인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 윤리문제 연구원은 우리나라가 이런 국제적 추세에 시의 적절하게 대응방안을 제시하는데 필요한 기초연구 및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 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21세기 지구촌의 지도적 선진국가 진입은 현재 한국사회의 규범 수준에 서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삶의 질적 고양뿐 아니라 앞서 언급했듯, 사회적 생산력과 효율성 제고 한 사회의 도덕적 역량이 일정 수준에 이르렀을 경우 에만 가능하다. 윤리와 사회발전의 이 같은 상호 연관에 관한 장기적이고도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며, 이 같은 연구는 국책 연구기관의 안정적 토대 위에서만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나아가서, 서두에서 설명 되었듯이 이러한 국책 연구원은 오늘날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인문학의 위기 상황과 젊은 인문학 연구인력의 어려움을 생산적으로 해결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2. 한국 윤리문제 연구원 설립을 위한 연구 및 결과
이상과 같은 한국 윤리문제 연구원 설립의 배경과 목적 아래, 우리 연구 자들은 우선 기왕에 유사한 배경과 목적 아래 설립된 연구원 사례들을 탐 색, 한국 윤리문제 연구원 벤치마킹을 위한 기초 연구에 착수했다. 유사 연 구원 사례들을 검색한 결과, 국내에서는 비슷한 문제의식 아래 설립된 한국 정신문화 연구원을, 미국에서는 비록 소규모이긴 하나 내실 있는 연구기관 으로 알려진 Hastings Center를 선정하고, 그 설립 목적이 유사할 뿐만
- iv - 킹의 주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한국 정신문화 연구원은 유호종 연구원이 주로 조사하였고, 미국 Hastings Center는 직접 방문한 적이 있던 구 영모 교수가, 그리고 일본 도덕과학 연구소는 7년 전 방문한 적이 있던 황 경식 교수가 주로 분담하기 로 했다. 황 교수는 도덕과학 연구소가 최근 개최한 지구촌 공동윤리의 모 색이라는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 최근 활동 성과와 관련된 자료들을 입수하 였다.
이들 세 연구소에 대한 조사 및 분석 평가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 다. 한국 정신문화 연구원은 태생적인 설립목적의 편향성과 더불어 재정적 인 국가 의존도가 과다한 이유로, 언제나 연구 방향이 정권의 이념에 따라 좌우되는 성향을 보였다. 근래에 이르러 한국 정신문화 연구원은 이념적, 규범적 연구 보다는 한국학적 연구에로 방향이 축소 조정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국 윤리문제 연구원은 규범적 연구를 지향하면서도, 재정의 정 부 의존이 불가피할 경우 정문연의 딜레마를 극복하는 일이 제 1의 과제로 등장하게 된다. 따라서 한국 윤리문제 연구원은 국가의 재정적 지원을 받으 면서도 정권의 간섭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정부 부서에 배속될 가능성을 타 진해야 한다. 나아가 비록 한국 윤리문제 연구원이 설립 초기에 재정적 국 가 의존이 불가피하다 할지라도, 점차 자체 사업이나 민간 자본의 출연에 의존함으로써 국가 의존도를 줄여가는 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구 영모 교수가 분담한 Hastings Center는 비록 제한적인 주제에 국한 된 것이기는 하나 바람직한 연구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국가 정책의 자문 과 관련해서도 공신력을 쌓아가고 있는 연구 기관이다. 단지 재정적으로 민간 지원에 의존하는 관계로, 전체 연구소 규모나 연구 분야가 제한되고 소규모 연구소의 면모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며, 교육이나 출판 등에 의한 자체 수익사업 분야도 빈약한 실정이다.
황교수가 방문 조사한 일본 도덕과학 연구소는 한국 윤리문제연구원이 벤치 마킹 하기에 적합한, 가장 모범적인 연구소로 평가되었다. 우선 본 연구소는 연구, 교육, 출판 등의 활동에 균형 있게 투자하고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으 며, 특히 그 활동 방향이 윤리를 주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조할 만한 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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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있는 연구소이며, 상당한 재산가인 창립자의 민간 자본으로 시작한 점에 서 재정적인 문제에 걱정이 없으며, 더욱이 연구소 활동에 동조하는 많은 기 업인과 기업에 의한 후원금 또한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이상의 사례 연구를 통해, 한국 윤리문제 연구원 설립과 관련해서 우리 연구자들이 내건 결론은, 그 활동에 있어서 크게 1) 연구활동, 2) 교 육활동, 3) 출판활동으로 나누고 조직 또한 활동에 부응하는 1) 연구부, 2) 교육부, 3) 출판부로 구분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재정은 설립 초 기에는 1) 정부보조에 의존하되, 차츰 2) 자체 수익사업과 3) 민간 후원에 의한 의존도를 강화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론지었다. 이를 좀더 세 분해서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1. 연구활동 (연구부) 1)한국 윤리문제 연구 2)연구소 내 정기 세미나 3)국내 심포지엄 개최 4)국제 심포지엄 개최 2. 교육활동 (교육부)
1) 학교교육 지원 (초, 중·고등, 대학) 2) 사회 및 평생교육 지원
3) 기업 및 직업윤리 연수 (전문직) 4) 교사 및 교육자 연수
5) 공개 교양강연
6) 언론을 통한 시청각 교육 3. 출판활동 (출판부)
1) 연구성과 자료집 2) 각종 교육 및 연수교재 3) 일반인 교양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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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론···1
제Ⅰ부 윤리문제연구원 설립의 필요성 ···5
1장 인문학과 윤리학 ···5
2장 우리 사회 구성원의 윤리적 소양의 실태와 그 원인 ···7
3장 윤리적 소양의 함양을 위한 윤리연구소의 필요성. ···14 제Ⅱ부 국내외 기존 연구원 사례 분석, 평가···19 1장 도덕과학연구소 관련 보고서 ···19
2장 헤이스팅스센터 관련 보고서···73
3장 한국정신문화연구원 ···86
제Ⅲ부 윤리문제 연구원의 활동 및 조직···94
1장 활동···94
2장 조직 ···113
제Ⅳ부 윤리문제연구원의 재정 및 존립형태 ···114
1장 재정 ···114
2장 존립형태 ···116
제Ⅴ부 연구 및 교육 내용의 예시 ···120
1장 직업윤리···120
2장 환경교육···125
3장 경제윤리 ···139
참고문헌 ···150
영문초록···153
서 론
지난 몇 년 동안 우리 나라의 인문학을 규정하는 말로 가장 많이 쓰인 것 이 ‘위기’였다. 이 인문학의 위기의 양상은 대학 강단에 있어 철학과목에 대 한 관심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철학과가 축소 조정되 거나 폐과되는 현상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이 (1) 인문학 관련 교육의 양 적 축소, 인문학 전공 학생의 감소, 교양으로서의 인문학 수강자의 감소, (2) 인문학 연구의 위축, 인문학자의 생활 기반 약화 등에 의해 인문학자의 축소 및 연구집중도 감소, (3) 사회 전반에서의 인문학에 대한 관심 및 소 양 저하 등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이렇게 교육과 연구의 양 적 축소를 의미하는 인문학의 위기 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만약 인문학이 오늘날 더 이상 사람들에게 별 필요가 없는 것이라면 이러한 인문학의 활동 위축은 불가피한 구조조정의 과정이고 이런 흐름을 위기로 규정하여 막으려 하는 것은 기존 인문학계의 기득권 지키기 이상의 의미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문학의 연구와 교육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상당한 정도로 행해져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인문학이 다루는 주제와 그 효과 때문이다.
인문학은 ‘인간에 관한 학문’ ‘인간의 정신적 삶, 역사 및 사회를 연구하는 학문’ ‘인간임, 인간됨, 인간다움을 다루는 학문의 영역’ 등등으로 정의되는 것으로 인간, 삶, 세계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들에 대해 탐구 를 하는 학문이다. 이런 물음들은 인류의 역사 내내 논의되어 왔지만 완결 된 대답이 내려지지 않았고 또 그 성격상 완결된 대답이 내려질 수 없는 것 이다. 하지만 이런 물음과 탐구는 그 자체로 인간의 삶을 폭넓고 깊이있게 만드는데 꼭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로 하여금 이런 물음과 탐구를 하려는 태도를 심어주는 것이 필요한데 이런 태도가 인문학적 소양의 중요 한 부분을 이루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태도의 형성은 인문학 연구와 교육 이 활성화될 때 성공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다.
인문학은 또한 비판적, 창조적, 종합적인 사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사 고의 습관과 능력을 키우게 한다. 이런 사고 습관과 능력을 갖추는 것은 인
문학적 소양의 또 다른 중요한 부분으로 이런 사고 습관과 능력들은 사회의 각 실용적인 분야들에서의 활동에서 토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런 기반을 갖춘 인력이 종사해야 그 실용적인 분야들이 장기적 전체적인 면에서 발전 할 수 있다.
근래에 이르러 국가 경쟁력은 단지 군사력과 경제력에 의해서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역량이나 도덕적 수준에 의해 평가되어야 한다는 자각 이 부상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사회구성원들 간의 신뢰 등 도 덕성이 갖는 사회 비용 절감 효과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듯 사회 구성원의 인 문학적 소양은 생산성의 기반으로도 작용하는 바, 사회적 자산(social capital)으로서 요청되고 있다.
인문학이 인문학적 소양 함양 등에 갖는 이런 의의와 가치를 따져 보았을 때 인문학의 위축을 극복해야 할 사태로서의 위기로 파악하는 것은 올바르 다. 하지만 이것이 기존에 우리사회에서 행해졌던 것과 같은 형태의 인문학 의 위축을 막고 이를 증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진정한 형태의 인문학과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인문학간에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우리 인문학은 상당부분에 있어서 서구의 이 들을 직수입하여 소개하는 데에만 그쳐 ‘대리점’이니 ‘판매점’이니 하는 불명 예스러운 이름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우리와는 다른 상황을 기반으 로 개발된 서구의 이론들을 우리의 현실에 그대로 적용시키다보니까 그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으며 그래서 이러한 올바른 인식에 대한 사회의 도움 요청을 충족시켜 주지 못해 왔다. 그리고 이런 현실과의 괴리는 인문학계 내부가 인맥, 당파, 독단적이고 배타적이며 감정적인 태도 등 바람직하지 못한 인간관계의 형태를 온전시킬 수 있게 만들었다.
우리 인문학의 이런 양상들이 그것의 위축을 가져왔다. 흔히 우리 인문학 의 위축 원인으로 ‘BK21에서의 지원 축소’, ‘학부제’, ‘정부의 고등교육정책 혹은 교육개혁정책에서 나타나는 인문학에 대한 무시와 실용학문에만 편향 되어 있는 연구지원정책’ (세미나 자료22)등이 지적된다. 하지만 이런 정책 들은 그 자체가 위에서 지적한 더 근본적인 원인들에 의해 나타난 결과이며 이 결과가 다시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즉 우리 인문학의 의 의와 가치, 필요성에 대한 사회의 회의가 이런 정책으로 표현된 것이며 이
정책이 다시 우리 인문학을 위축시키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실제 우리 사회의 다른 성원들이 인문학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부정했던 것도 인문학적 소양이나 진정한 인문학에 대한 것은 아니라 할 수 있다. 물론 세속화, 물질화가 번창한 우리 시대에서 인문학적 문제의식과 인문학적 소양의 필요성에 대한 관심이 약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많은 사람 들이 여전히 세계와 인간 삶의 구조 및 의미에 대한 뿌리깊은 관심과 물음 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현실의 인문학은 이에 대한 답은 주지 않고 추상적 이고 난해하고 공허한 이야기만 하므로 이를 배척하게 된 측면이 강하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에서 문제된 ‘인문학 위기’는 실제로는 ‘기존 한국 인문학 의 위기’일 수 있다.
우리 인문학이 기존의 형태를 답습한다면 이것이 위축되고 부정되는 것 은 부정적인 현상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인문학의 진흥과 장려는 우 리 인문학이 기존의 형태와는 다르게 인문학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고 ‘우리 사회의 인문학적 소양 함양’ 등 그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과 그렇게 하려는 의지 하에서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이런 변화의 노력들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가령 각 대학 철학과 에서는 학생들의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관심에 보다 근접하는 철학과목을 구 상, 개설하여 학생들의 현실적, 실천적 관심에 부응하고자 고군분투하고 있 으며 나름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학교도 상당수 눈에 뜨인다. 어떤 대학 에서는 성윤리와 관련된 과목이 개설되어 학생들의 상당한 관심을 모으던 중 결국에는 그 과목이 필수 과목으로 발전되었으며 다른 학교에서도 성윤 리, 사이버윤리, 영화와 철학, 문학 속의 철학 등의 교과목이 학생들의 호응 에 힘입어 크게 부상하고 있다. 또 다른 대학 역시 기획과목으로 개설한 생 명·의료윤리, 정보사회와 사이버 윤리 등이 큰 호응을 얻고 있어서 실천 및 응용윤리에 대한 학생들의 이같은 관심에 대응해서 계속해서 경영윤리, 성 윤리, 실천윤리 등을 개설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은 아직도 우리 인문학 전체로 본다면 부분적인 것으로 더 전체적이고 근본적으로 행해질 필요가 있다.
본 연구진은 가칭 ‘한국윤리문제연구원’이 이런 노력을 효과적으로 해 나 가게 할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 연
구원을 우리의 인문학이 본연의 모습을 찾고 또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인문 학적 소양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서 제안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 저 이 보고서의 I부에서는 윤리문제연구원의 필요성을 자세히 살펴 본다.
Ⅱ부에서는 유사한 성격의 국내외 연구단체들을 살핌으로써 본 연구원 설립 시 주의할 점을 파악해 본다. Ⅲ부에서는 본 연구원의 활동 및 조직을 Ⅳ부 에서는 연구원의 재정 및 존립형태를 구상해 본다. 그리고 마지막을 Ⅴ부에 서는 본 연구원에서 연구하고 교육할 내용에 대한 예를 제시한다.
제 I 부 윤리문제연구원 설립의 필요성
1장 인문학과 윤리학
본연의 인문학의 회복과 우리 사회 구성원에 대한 인문학적 소양을 배양 하는데 있어 왜 인문학 연구소가 아닌 ‘윤리 연구원’가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의문은 인문학과 윤리학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 를 알게 되면 풀리게 된다.
1. 인문학적 소양의 핵심으로서의 윤리적 소양
인문학적 문제의식은 최종적으로 삶에 대한 규범 제시로 귀결된다. 물론 역사와 사회, 세계 등에 대한 통찰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그런 통찰 이 실천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었을 때 더 큰 의의를 가질 수 있다.
인문학에 대한 기존의 규정들에서도 이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인간이 인 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가를 묻고 대답하고자 하는 학문’, ‘인간이 과연 어 떤 가치와 어떤 지향성을 지니고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을 추구하는 것’, ‘존재하는 모든 것을 비판적 검토의 대상으로 삼고 인간다움의 본질에 대한 반성과 인간의 바람직한 삶의 모습을 추구하는 학문’ 등등의 인문학에 대한 기존의 규정들은 인문학의 정점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규범제시 에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실제로 문학, 철학 역사 등 인문학에 속하는 모든 학문들은 상당한 실천 적 함의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인간과 세계가 어떠한 모습인가’가 상당정 도 ‘우리는 행동해야 하는가’를 규정짓지 때문이다. 하지만 후자의 문제에 답하기 위해서는 역시 전자의 문제에 대한 답변만으로는 안된다. 따라서 후 자의 문제를 일차적 과제로 삼는 학문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윤리학이다.
이 윤리학은 인문학의 다른 분야들이 갖고 있는 실천적 함축들을 명백히 하 고 종합하여 우리 삶에 대한 규범을 제시한다. 따라서 윤리학은 인문학 전 영역의 정점이며 그 발전의 척도이다. 또한 윤리학은 거꾸로 다른 인문학들
에 대한 관심을 자극시키고 그 필요성을 상기시킨다.
윤리학과 인문학의 이런 관계는 한 개인의 인문학적 소양과 윤리적 소양 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인문학적 소양을 이루는 것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때 ‘세계와 삶에 대한 진지한 관심과 탐구의 태도’, ‘이런 탐 구를 해 낼 수 있는 사고습관과 능력’이라 할 수 있는데 그 각각의 핵심을 이루는 것은 각각 ‘바람직하고 올바른 삶에 대한 관심과 탐구의 태도’ 및 ‘올 바른 삶이 무엇인지 사고하는 습관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 인데 후 자의 이 두가지는 바로 윤리적 소양을 이루는 요소들인 것이다. 따라서 인 문학적 소양 함양의 핵심적인 내용은 바로 윤리적 소양 함양으로 인문학적 소양 함양을 위해서는 우선 윤리적 소양 함양을 할 필요가 있다.
2. 윤리학의 역할과 다루는 문제
윤리적 소양 함양은 윤리학의 연구 및 교육이 활성화될 때 가능하다. 그 렇다면 윤리학의 연구 및 교육은 어떻게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이를 밝히기 위해서는 먼저 윤리학이라는 학문이 어떤 학문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인생은 크고 작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러므로 선택을 잘 하는 것은 삶을 사는데 매우 중요하다. 바람직한 선택들이 모여서 바람직한 삶이 되는 것이 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선택이란 어떤 선택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 서 바람직한 선택이란
(a) 자기의 이익을 잘 증진 (b) 도덕적 정당함
의 두 요소를 갖춘 행위를 선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윤리학이란 본래 사람들이 이 행위 선택을 잘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 탐구 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위의 두 물음을 잘 해결하도록 도우려 한다. 이를 위해
(1) 사람들이 자기 이익을 잘 증진시키도록 하기 위해 진정한 이익(좋음, 선, 가치)은 무엇인가와 그것을 잘 증진시키는 방법을 탐구한다.
사람들은 흔히 피상적이거나 일시적인 좋음을 진정한 좋음으로 잘못 아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해 진정한 가치를 밝히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단기적인 이익과 한 측면에서의 이익에만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대해서 장기적인 이익과 전체적인 측면에서의 이익을 보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영역의 탐구를 흔히 가치론이라 한다.
(2)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정당화되는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어떤 행위가 도덕적으로 옳고 어떤 행위가 그른 것인가, 의무이고 아 닌가를 올바르게 밝혀야 한다. 이런 판단은 결코 쉽지 않으며 때로는 가장 깊은 지혜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도덕적으로 행위하려 는 동기를 가지고 있음에도 이런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해 실제로는 그른 행위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따라서 이런 문제들에 대한 본격적 이고 학문적인 탐구가 필요한 것이다.
(3) 그런데 사람들은 때로 (1) (2)의 문제들에 대한 답을 정확히 알고 있을 때에도 바람직한 선택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자기 이익과 도덕적 정당성이 충돌을 할 때 자기 이익을 중시하기 때문이 다. 자기 이익을 추구하려는 본능이나 욕구는 사람들에게 자연적으 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그 이유를 물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도덕 적으로 정당한 행위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으므로 자기 이익과 도덕 적 정당성이 충돌할 때 사람들은 ‘왜 도덕적 행위를 하기 위해서 내 이익을 포기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갖게 되고 이 의문을 해결하지 못할 때 도덕적으로 행위하지 않게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윤리 학은 이 물음 즉 ‘왜 도덕적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답하고자 한 다.
2장 우리 사회 구성원의 윤리적 소양의 실태와 그 원인
1. 우리 사회 구성원의 윤리적 소양의 실태
윤리적 소양은 곧 행위자가 바람직한 행위를 선택하게 하는 기반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 구성원의 윤리적 소양의 정도는 우리 사회 구 성원이 과연 바람직하게 행위 선택을 해 나가는가를 살핌으로써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행위 선택이 얼마나 바람직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판단하는 한 방법은 이들이 윤리학의 세 물음에 대해
서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1) 에 대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 사람들은 일종의 ‘가치관의 혼란’을 겪었 다. 사회의 급속한 변화와 전통 가치관의 붕괴 속에서 개인주의적 가치와 공동체주의적 가치 사이에서의 갈등이 있었으며 특히 ‘편리함’이나 ‘풍족함’
과 같은 물질적 가치와 정신적 가치 사이에서 혼란을 느꼈다. 물론 실제로 는 물질적 가치를 추구할 때가 훨씬 많지만 그래도 마음 한켠으로는 물질만 을 중시하는 것에 대해 꺼림직하게 느끼고 무언가 중요한 것을 상실하는 것 이 아닌가하는 회의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가치관은 훨씬 더 명료해 졌다. 그 것은 개인주의와 물질적 가치의 전면적 인정이라 할 만한 것이다.
1980-90년대 변혁운동은 상당한 공동체 지향적 성격을 띠고 있었는데 공 산권의 몰락과 우리 사회 민주화의 진전에 따른 변혁운동의 쇠퇴는 곧 공동 체보다는 개인을 중시하는 가치관의 전면적 확산을 가져왔다. 그리고 ‘부자 되세요’라는 인사말의 유행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물질적 가치에 대해서 이제 는 더 이상 거리낌이 없이 그것을 아주 중요한 가치로 수용하고 있다. 가령 의료계의 경우 내, 외과 등 사람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술이지만 돈은 상 대적으로 덜 버는 소위 ‘메이저과’와 의료적 중요성은 떨어지지만 돈은 많이 버는 피부과 등 소위 ‘마이너과’ 중에서 메이저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자부 심이 컸으나 지금은 반대라고 한다.
이런 개인주의와 물질주의는 우리 사회 대다수의 가치관이 되고 있다. 물 론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다른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그들의 수는 소수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는 여러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하다기 보다는 이런 가치관이 주류인 정도를 넘어 거의 단일한 가치관이 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이것은 이전 시간의 ‘가치관 혼란’을 극복했으되 부정적으로 극복한 것이 아닌가 생각게 하는 점이다.
(2)에 대해서
행위 전반에서 볼 때 ‘도덕적으로 옳은 행위는 무엇이고 그른 행위는 무엇
인가’는 물음에 대해 인류 사회는 상당히 광범위한 합의를 이루어 냈고 그 합의 내용은 옳아 보인다. 가령 ‘모든 사람들에게 기본권이 있음을 인정해 주는 것은 옳다’, ‘남에게 정도 이상의 피해를 주는 행위는 그르다’. ‘정당한 이유 없이 사람을 차별을 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와 같은 판단들이 그 런 것이다.
하지만 현대에도 여전히 그 정당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행위들이 있 고 더 나아가 현대에 들어서 비로소 그 윤리적 정당성이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들이 발생하는데 이는 우리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새로운 문 제제기는 컴퓨터와 사이버 영역, 의료영역, 생명공학영역, 환경영역 등에서 발생한다. 가령 2001년 의사협회가 의사윤리 지침을 시안을 제시하면서 불 거졌던 ‘임신중절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말기환자 치료중단을 허용해도 되 는가’를 둘러싼 논쟁, 그리고 생명윤리자문위원회 등에서 제안한 생명공학 관련 법안을 둘러싸고 발생한 ‘치료와 연구를 위한 배아 복제는 허용될 수 있는가’ 등의 논란이 그것이다.
이런 분야들에서 이렇게 새로운 문제들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의 료분야를 예를 들면 의료분야에서의 규범 미비는 첫째 인류가 지금까지 경 험한 적이 없는 전혀 새로운 상황들에 대해서는 그에 적절한 규범을 세울 계기나 시간이 이전에는 없었던 것이다. 가령 이미 죽음의 과정에 접어든 환자에 대해서 과거의 의료는 의학적으로 별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따 라서 환자와 환자의 가족들에게 이제 죽음을 맞을 준비를 하도록 알려 주어 환자는 가족들에게 둘러싸인 채 유언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숨을 거두었 다. 그런데 지금의 의료는 죽음의 단계에 접어든 환자라도 약물투입, 투석, 호스를 통한 음식물과 수액 제공, 심폐 소생술 등의 적극적 조치를 취하여 죽음의 시기를 미룰 수 있다. 하지만 이때 연장되는 삶이란 무의식적이거나 매우 고통스러운 것이며 이제 환자는 수많은 바늘을 몸에 꽂고 의료기계에 둘러 싸인 채 가족과 동떨어져 외롭게 죽어가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바로 이전에는 제기되지 않았던 문제, 즉 ‘임종이 가까워 진 환자에게 적극적 치 료로 생명을 연장시키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치료중단을 하는 것이 좋은가’
라는 물음이 제기된다.
둘째 현대 의료에서의 규범 미비와 갈등의 이유로 의료분야가 그 규모면
에서 매우 커지고 복잡해 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의료가 좀더 단순했던 시절 적용되던 규범의 변화를 요구한다. 가령 과거에는 한 환자에 대해 한 의사가 전담하여 진료하였으나 지금은 여러 분야 의사들과 간호사, 의료기사 등이 함께 참여하는 팀단위 의료를 펼칠 경우가 많다. 이렇게 현 대에는 의료인들간의 관계가 단순히 ‘같은 일에 종사하는 사람’에서 벗어나
‘서로 역할분담을 하여 협동하여 일을 해 나갈 사람’으로 바뀌었다. 그러므 로 이제 동료 의료인들을 대하는 태도나 규범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라 는 물음이 제기되는 것이다.
우리 의료는 현대 서구 의료가 일반적으로 봉착하는 규범 미비에 따른 문 제 이외에도 추가적인 문제들을 안고 있다. 즉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 한 의료제도, 의료인에 대한 보상의 적절선, 진료결정권을 둘러싼 가족과 환자의 관계 등 의료영역의 기본을 이루는 것들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가 안되어 있는 상태이다.
의료에서의 정당성 판단을 어렵게 만드는 이런 ‘새로운 상황’ ‘복잡화’ 조 건은 우리 사회의 다른 분야들에서도 상당히 많이 발생한다. 생명공학 분야 가 그 대표적인 문제이며 정보화와 사이버 분야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런 새롭게 부각되는 문제들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아직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고 있는 합당한 규범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각 개인도 판단의 혼란을 겪교 있다.
(3)에 대하여
우리 사회의 많은 성원들은 도덕적 평가가 분명한 행위에 대해서도 그 평 가에 일치하게 행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도덕적 판단대로 행위할 때 자기이익이 감소된다고 생각하는 경우에 그러하다. 그 이유는 그들이 ‘나 에게 손해인데도 나는 왜 도덕적으로 행위해야 하는가’에 대해 답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행위가 비도덕적인 줄 알면서도 그 행 위를 하는 것이다. 가령 ‘지역 감정에 의거한 행위는 그르다’. ‘뇌물을 받고 편의를 봐주는 것은 그르다’ 는 등에 대해 다 동의하면서도 실제 자기 문제 가 되었을 때는 이런 판단과는 반대로 행위하는 사람들이 많다. 월드컵을 계기로 ‘인맥 없애기’의 긍정성과 당위성을 다 공감하면서도 실제로는 이를
타파하지 못하는 것도 인맥을 통한 자기나 집단의 부당한 이익 추구를 포기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도덕적 판단과 실제 행위의 불일치 문제는 과거에도 계속 있어왔다. 하지 만 과거에는 사후심판이나 인과응보에 대한 믿음이 강하였고, 또 사람들이 서로를 잘 알고 있어서 비도덕적 행위에 대해 비난과 같은 도덕적 제재들이 금방 행해 졌다. 따라서 사람들은 당장 손해가 나더라도 도덕적으로 행위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반면 현대에서는 더 이상 인과응보를 믿지 않게 되고 또 익명적인 관계가 많이 생기면서 이런 이유들이 더 이상 작용하지 못해 이런 불일치의 정도가 심해진 것이다.
또한 종교적이고 초월적인 차원에 대한 지향의 감소와 세속화도 ‘이유발 견’을 어렵게 한 한 이유가 되고 있다. 고등 종교는 단지 ‘나중의 더 큰 보상’
이외에도- 아마도 그 종교에 더 본질적인 것으로- 이 이유를 제공한다. 그 것은 나와 남의 절대적 분리를 넘어서게 하는 경지와 차원이다. 나와 남의 구분을 하지 않게 될 때 ‘왜 도덕적이어야 하는가’는 ‘왜 내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가’의 질문처럼 필요없는 질문이 된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지향과 추구가 현저히 감소되어 있는 상태인 것이다.
대신 ‘도덕적 행위가 당장은 손해인 것 같지만 결국 자기이익이 된다’라는 논리만이 도덕적으로 행위해야 할 이유를 제공해 준다. 그러므로 자기 이익 과 도덕적 행위가 장기적이고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도 불일치할 수 밖에 없 는 상황에서 - 그런 상황은 별로 발생하지 않을 수 있지만 대신 파급력이 큰 결정적인 상황일 가능성이 크다-는 더 이상 도덕에 따라야 할 이유를 제 공해 주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대체로 ‘도덕적이어 야 할 이유’에 대한 답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 윤리적 판단의 결함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결과
위에서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윤리적 소양을 이루는 주요 부분인 윤리 적 판단능력이 만족하다고만 할 수는 없음을 살펴 보았다. 이런 판단에서의 미비함과 결함은 판단자 자신의 선택과 행동이 바람직한 것이 못되게 만들 며, 사회 전체에 대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 온다. 먼저 (1)과
관련해서, 개인과 물질만을 중시하는 가치관은 인간의 고차원적 가능성을 상실시키고 고차원적 행복의 향유를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물질 의 양은 한정되어 있는데 모두 이를 선호하는 단일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을 때 치열한 경쟁에 따른 갈등과 고통이 커질 수 밖에 없으며, 더 많은 물질을 얻기 위한 끊임없는 개발이 이루어져 자원 고갈과 환경 파괴가 가속화된다.
가치들 중에는 경쟁과 갈등을 유발시키고 개발을 가속화시키는 가치와 평화와 공존을 유발하는 가치가 있는데 물질적 가치는 전자의 대표적인 형 태이다.
(2)와 관련해서 도덕적 정당성과 정당하지 못함을 잘못 판단할 때 사회 에 큰 피해를 끼칠 때가 있다. 가령 2000년 의료계의 진료중단사태 때 전 공의를 포함한 상당수의 의사들은 당시의 상황에서 의사파업이 정말 정당화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사회의 많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처럼 사 실은 그렇지 않다면 그 상당수 의사들은 옳음, 그름에 대한 잘못된 판단 때 문에 온 나라를 극심한 불안과 대립, 혼란 상태로 몰고 간 셈이 된다. 그리 고 (3)과 관련해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도덕적이어야 할 이유를 발 견하지 못함으로써 ‘수인의 딜레마’와 같은 효과 발생한다. 즉 서로 믿지 못 하고 서로 자기 이익만 추구하다보니까 결국 서로 손해만 보게 되는 것이 다. 가령 단적인 것이 선거이다. 자기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서로 연고가 있는 정치인, 나라 전체에는 어떻든 자기 집단이나 지역에 도움이 될 정치인을 뽑은 결과 수준 낮은 정치가 극복되지 못한 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3. 윤리적 판단 결함의 원인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윤리적인 문제들의 판단에 있어서 이 런 결함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판단들은 그들의 가치관, 인생관, 세 계관과 직결되어 있는 근본적인 성격의 판단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삶에 영 향을 미치는 무수히 많은 요인들이 바로 윤리적 판단에 있어서의 결함의 원 인으로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즉 우리 민족의 고난에 찬 현대사, 남북 분단 등의 시대 상황 등등이 모두 작용했을 것이다. 가령 남의 것을 빼앗거
나 훔치지 않고서는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들을 반복적으로 겪은 사람은 이 제 더 이상 그런 상황이 아닌 경우에도 그런 행위들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윤리적인 문제들의 판단에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결함을 보이 는 이유는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지만 그 중 이 연구와 관련해서 주목해야 할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우리 나라의 기존 윤리학의 연구 및 윤리 교육에 있어서의 문제점이다.
우리의 기존 윤리학계는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차원에서 윤리를 논할 뿐 현실의 구체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으며 그래서 현실 의 문제들에 대해서 선택을 해야 하는 사회의 일반 구성원들에게 거의 영향 을 미치지 못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70-80년대에 메타윤리학에 치중한 것이다. 이 당시는 독재세력과 민주화세력, 보수세력과 변혁세력이 맞부딪 치면서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바를 두고 논란과 대립,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나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윤리학계의 한 부류는 적극적인 규범 제시를 보류 내지 포기하는 서구의 메타윤리학을 수입하여 뒤따라 논의하는 데 골몰한 것이다.
이렇게 윤리학에 대한 학문적이고 이성적인 통찰을 행할 수 있는 학자 집 단은 현실을 외면한 상태에서 사회 구성원들의 행동에 적극적으로 영향을 미치려고 노력한 것은 권력집단과 그 반대의 변혁세력이었다. 전자는 국민 윤리라는 국가 이데올로기 교육의 강제적, 전면적 실시를 통해서 후자는 ‘의 식화 교육’이라는 저항 이데올로기 교육의 실시를 통해서 이런 시도를 하였 다. 그런데 이런 이데올로기의 교육은 모두 객관적이고 공정한 관점과 합리 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통해 사고를 해 나가도록 유도하기보다는 특정한 지향점을 정해 놓고 사람들을 몰아가기 위해 반복 주입을 한다거나 감성에 호소하는 등의 방법을 동원한 것이다.
이상 보았듯이 사람들로 하여금 객관적이고 공정한 관점에 서게 하고 합 리적 사고능력을 개발하도록 할 수 있는 학자 집단은 우리사회의 구체적인 문제들에 대한 도덕적 연구과 교육을 방기하였다. 반대로 이데올로기 세력 은 학문적 연구없이 이미 특정한 이데올로기를 전제하고 이를 교육을 통해 적극적으로 주입하려 하였다. 이런 상황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올바른
도덕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손상시켰을 것이며 그 결과 지금 보는 것 처럼 그들의 도덕 판단에 결함이 나타나게 되었을 것이다.
3장 윤리적 소양의 함양을 위한 윤리연구소의 필요성.
1. 윤리적 판단 결함 극복의 일반적 방안
우리 사회 성원들이 윤리적 판단에서 결함을 보이게 된 원인이 다양하므 로 이런 결함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다방면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기존의 윤리학이 그 연구와 교육에 있어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 우리 사회의 윤리적 판단의 결함의 중요한 원인이었던 만큼 윤리학의 연구와 교육에 있어서의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1) 문제 중심의 윤리학으로의 전환
윤리학의 궁극적 목적은 실천에 있다. 즉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 이익을 잘 증진시키면서도 윤리적으로 정당한 행위를 하도록 돕는 학문이 윤리학이 다. 따라서 윤리학의 연구는 이런 목적 달성을 잘 할 수 있도록 그 구체적인 연구주제와 연구순서가 달라져야 한다.
그러므로 때로는 도덕에 대한 가장 일반적이고 근본적인 논의가 우선적 으로 필요한 경우도 있으며 때로는 메타윤리학적 탐구가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특히 오늘날의 우리 사회의 경우 윤리학의 고유 목적을 잘 달성할 수 있는 것은 문제 중심의 윤리학이다.
문제 중심의 윤리학에서 다루는 문제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것 이 당연하다. 가령 60년대 외국 저널을 보면 핵무기 문제에 대한 탐구가 많 이 눈에 띈다. 핵무기 보유와 확대의 정당성 여부 등이 논해진 것인데 이는 그 시대 인류에게 가장 위협이 되었고 따라서 인류의 현명한 대처가 가장 시급히 요구되었던 것이 이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윤리학이 다루어야 할 문제는 바로 우리의 문제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 문제들은 상당부분 현대 인류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
제이기도 하다. 생명공학의 발전에 따른 인간 존엄성의 위기나 환경 파괴에 따른 인류 생존의 위협 등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가 그러한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우리 사회에 고유한 윤리적 문제도 있다. 가령 의료현 장에서 의 환자의 자율성 존중과 관련해서 서구에서는 의사에 의한 자율성 침해만이 문제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에 못지 않게 가족에 의한 자율성 침해가 문제되고 있다. 이외 의사들의 고가약 처방, 높은 비율의 낙태와 제 왕절개 시술 등도 우리 사회의 고유한 윤리적 문제들이다.
따라서 현대 인류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문제와 함께 이런 우리의 고유한 문제들에 대해서 우리 윤리학은 어떤 처방이나 지침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 다. 이럴 수 있기 위해서는 기존처럼 외국의 학문적 성과를 단순히 받아들이 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외국의 성과를 참고로 하되 우리 현실에서 문제를 발 견하고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학문적 태도와 노력이 필요하다.
(2) 도덕적 태도와 사고능력의 배양으로서의 윤리교육
교육에 있어서도 학생들이 생활 속에서 윤리적 갈등을 느꼈던 것을 찾아 내게 하고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게 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기존의 규범이나 덕목(‘모범 답안’)을 단지 주입하려는 것은 의미가 없다.
또한 윤리적 문제에 대해 배우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마련하 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나라의 경우 현재 중, 고, 대학교까지는 양적으로나 마 윤리적 문제를 접할 기회가 있지만 그 이후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평생 교육과 사회교육(연수프로그램)으로 윤리교육이 시행되게 할 필요가 있다.
2. ‘윤리문제 연구원’의 창설 필요성
문제 중심의 윤리학과 윤리적 사고 능력 배양으로서의 윤리교육 방법론 개발은 우리 사회 구성원의 윤리적 소양 개발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따라 서 이런 윤리학과 교육 방법론 개발을 위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하는 데 이를 위한 방안 중 중요한 것이 가칭 ‘한국윤리문제 연구원’의 창설이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이런 문제 중심의 윤리학과 윤리교육방법 연구의 활성 화는 이 연구에 종사할 연구 인력의 지속적 확보를 필요로 하는데 이를 가 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이 윤리연구소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윤리학과 윤리교육 방법 연구에 필요한 학자의 수 는 상당히 많다. 교육, 산업, 환경, 정보 등 현대 사회의 많은 분야에서 시 급하게 논의되어야 할 윤리적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 문제들을 기본적으로라 도 다루는데만도 상당한 전임 연구 인력이 필요하다. 그 때문에 미국 등에 서는 윤리학자가 철학자의 40%를 넘는 등 윤리학 종사자의 수가 상당히 많다.
하지만 우리 나라의 경우 윤리학을 종사하는 사람들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따라서 이런 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이들이 생계의 위협없도록 고정적인 보수를 받고 연구할 수 있게 해주는 장의 마련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에서 윤리학자가 부족한 것이 윤리학의 필요성에 대한 학자나 예비학자들의 자각부족이라기 보다는 ‘윤리학을 해서 생계를 꾸려갈 수 있는가’에 대한 의심에서 연유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책 윤리연구소는 생계의 걱정없이 윤리학을 연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줌으로써 윤리학자의 양성과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 물 론 그렇더라도 윤리학자의 양성에 다른 길이나 더 효율적인 방법이 있다면 굳이 국책 윤리연구소가 이 역할을 해 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런 길이나 방법은 없어 보인다.
먼저 이런 연구소가 민간 자원에 의해 설립이 된다면 굳이 국가가 나설 필요가 없겠지만 현재 우리 나라의 상황을 비추어 보았을 때 필요한 규모를 갖춘 윤리연구소가 민간의 기부 등을 통해서 설립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국공립이나 사립을 막론하고 현재의 대학에서 윤리학 전공에만 대 폭 지원을 강화하여 교수 수를 많이 뽑는다는 등의 정책을 시행하리라고 예 상하기도 힘들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그 필요만큼 윤리학 연구자를 양성하 는데 필요한 비용을 제공할 수 있는 집단은 국가만이 있을 뿐이다.
물론 국가가 비용을 대되 국책 연구소가 아니라 대학 지원 등의 간접지원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가령 대학에서 윤리학 학자를 교수로 뽑는데 필요
한 비용을 국가가 대는 것 등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다른 학문분야나 인문학의 다른 전공들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터인데 이에 대해 설득하 는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유사하게 어느 대학에 이 런 지원을 해야 하는가를 놓고도 형평성에 대한 상당한 문제제기가 있을 것 이다.
이상을 고려했을 때 국책윤리연구소는 우리나라의 실정에서 윤리학 연구 와 교육방법론 개발을 할 수 있는 학자를 확보하고 육성할 수 있는 가장 실 제적인 방법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윤리적 소양 개발에서도 효 율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국책윤리연구소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법과 제도, 정책의 개폐가 윤리적 근거와 바탕 위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윤리적 검토와 평가를 하는 데에도 꼭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 나라는 이 런 법, 제도, 정책의 변화가 문제되는 분야에 대한 전공학자나 법학자들만 관여해서 이런 제도나 법률을 정비해 왔다. 그 결과 정당성 면에서 결함을 가지거나 현실 작동성이 떨어지는 법이나 법조항, 제도가 나타나는 경우들 이 있었다. 가령 최근 제정된 보건의료기본법에서 의사의 진료거부금지라는 강한 의무를 다른 보건의료서비스 종사자에게 확장시켜 보건의료서비스 제 공거부 금지의무를 부과시키면서도 의사가 누리는 높은 권리에 대응하는 반 대급부는 부여하지 않아 정당성 문제가 발생하는데 만약 법 제정시 윤리학 자가 참여하여 윤리적 검토를 했더라면 이런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았을 지 모른다.
이렇게 법, 제도의 창설, 개선의 방향과 목적을 정하는데 있어서 윤리적 고려는 필수적이다. 그런데도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것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것은 이런 법, 제도나 정책의 검토에 대한 윤리적 고려를 적극적으로 해 줄 연구자 집단이 뚜렷하게 존재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집단이 이런 과제를 수행해야 할까? 대학에 교수 나 강사로 존재하는 윤리학자들이 있으나 그 수가 제한되어 있으며 그들이 속한 단체에서 부여받은 역할이 이미 있고 또 각자의 관심 주제들이 따로 있어서 별다른 계기가 없더라도 그들이 스스로 이런 과제를 본격적으로 수 행하리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또한 대학의 특성상 대학에서의 연구는 법
과 제도를 직접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윤리적 검토보다는 더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윤리학 연구가 행해지기 쉽다.
이런 상황에서 한 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도는 생명윤리자 문위원회처럼 당장의 국가적 필요가 있을 때 그때그때 위원회를 설립해서 이 위원으로 그들을 선정함으로써 필요한 윤리적 논의를 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위원회는 운영 시간이 짧기 때문에 폭넓고 깊이있는 학문적 탐 구를 거치지 못하고 결론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많고 사안에 따라 그때 그 때 새롭게 위원회가 결성되므로 이전 위원회의 연구가 잘 축적되지 않고 전 문성이 확보되지 않는다.
이러한 한계는 사안에 따라 그때 그 때 연구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방식으 로 이 과제를 해결하는 데에서도 나타난다. 연구 프로젝트는 항상 있는 것 이 아니며 또 프로젝트에 지원한다고 꼭 그 프로젝트를 맡게 될 보장이 없 기 때문에 대학의 윤리학 교수나 강사는 이런 프로젝트에 지원하고 이를 수 행하는 것은 그들의 주된 업무로 간주하지 않아 전문성이 떨어진다. 그리고 프로젝트가 달라짐에 따라 그 구성원도 달라져 연구 성과의 축적도 안되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법과 제도, 정책의 개폐에 있어서 그 때 그때 제대로 윤리적 검토와 평가를 해 내기 위해서는 이런 과제를 장기 간에 걸쳐 전문적이고 반복적으로 해 낼 학자 집단이 필요한데 이런 학문집 단을 확보하는데 있어서도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바로 국책 윤리연구소의 설립이다.
제 Ⅱ 부. 국내외 기존 연구원 사례 분석, 평가
1장. 도덕과학연구소 관련 보고서
1. 도덕과학연구소 (The Institute of Moralogy)
도덕과학 연구소는 치구로 히로이케(廣池千九郞) 박사에 의해 1926년 세워졌으며, 일본 동경 근교 치바현 카시와시에 위치하고 있다. 이는 사회 교육을 위한 비영리 기관으로, 문부성에 등록되어 있으며, 50,000여 명의 개인회원과 5,000여 명의 기업 및 단체 회원을 가지고 있다. 주요 활동은 (a)도덕과학에 근거한 평생교육진흥, (b)도덕과 윤리에 대한 연구, (c)각 종 출판사업, (d)해외활동으로 나뉜다.
(a) 평생교육진흥 (Promotion of Life-long Learning)
도덕과학 연구소는 세개의 평생학습센터를 가지고 있다(치바현 카시와 시, 기푸현 미주나미시, 그리고 군마시 타니기와). 이 센터들은 다양한 과 정, 강좌, 기타 학습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중 일부 과정은 특히 기업체 대표, 신입 노동자, 학교 교사, 젊은이 등을 위해 기획되어 있다.
이 같은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체계적으로 도덕과학(moralory)을 공부하며, 인생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추구하고, 보다 고차적 형태의 성품 을 도야하며, 그들의 사적, 공적 생활에 있어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할 기본 토대를 습득하게 된다.
이 연구소에 참여하는 개인 회원과 기업 및 단체 회원은 500여 개의 지 부를 중심으로 조직되어 있으며, 일본 전역에 걸쳐 신도덕 클럽으로 불리는 자발적 단체로 되어있다. 그들은 자신의 사생활에서 도덕을 실천할 뿐만 아 니라 지방정부와 협조하여 평생교육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기여하게 된다.
각 지역에 있어 도덕과학 연구소 지부와 신도덕 클럽들은 도덕과학 협회 라 불리는 단위를 구성한다. 각 협의처는 지역활동을 증진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구상하고, 각 공동체에 있어 이를 실행하기 위한 효율적 정책을 채 택한다.
(b) 도덕 및 윤리연구
연구소는 새로운 도덕과학(moral science)으로서 도덕적 과학 (moralogy)를 확립하기 위해 이론적 연구와 더불어 실천적 연구를 수행한 다. 또한 연구소는 도덕과학에 기초한 교육을 증진하기 위한 기초작업으로 서 교육학적 연구도 개발하며, 도덕과 경제활동을 통합하기 위해 경제학과 기업관리 등도 연구하며 설립자인 히로이케의 도덕과학 사상도 다양한 시각 에서 연구한다.
이 같은 연구의 결과는 도덕과학 학술회의에 발표되고, 또한 도덕과학 연 구(STUDIES OF MORALOGY)라는 정기 간행물에 게재된다. 또한 도 덕교육, 직업윤리, 생명의료윤리, 생태윤리, 정보 윤리 등의 주제들을 중심 으로 연구소 부설 여택 대학에서 국제 학술회의도 개최한다.
그 몇 가지 사례를 열거해 보면, 1987년 도덕교육에 대한 국제학술대회, 1989년 아시아 경제와 문화에 대한 학술대회, 1991년 기업윤리에 대한 동 경 국제 학술대회, 1995년 도덕교육에 대한 제 2회 국제 학술대회, 1996 년 기업, 경제, 윤리에 대한 제 1차 국제 학술대회, 1997년 현대의학과 의 료윤리에 대한 국제 심포지엄 등이다.
(c) 출판사업(Publishing)
본 연구소는 도덕과학에 기초한 교육활동과 연구활동을 진작하기 위해 책들을 출판하고 테이프를 제작한다. 그리고 사회를 위해 도덕의 긴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각종 교재 및 자료집, 가이드북 등을 출간한다.
(d) 해외 활동(Overseas Activities)
워싱턴 D.C.에 소재하고 있는 문화교류 레이타쿠 연구소(RICE)는 미국 과 일본간의 보다 나은 상호이해를 위해 활동하고 있으며, 일본 문화와 언 어를 소개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도덕과학 국제구호 위원회 (MIRC)는, 특히 제3 세계에 있어서 인도주의적 운동을 위해 설립되어 각 종 구호 및 원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2. 도덕과학(Moralogy)이란?
도덕과학(Moralogy)라는 말은 도덕과학 연구소 설립자인 치쿠로 히로 이케(Chikuro Hiroike)에 의해 고안된 전문 용어이며, 1928년 출간된 그의 저서 도덕과학 논문집(Treatise on Moral Science: A First Attempt to Establish Moralogy as a New Science)에서 처음 사용되 었다. 2002년 최고도덕론(Toward Supreme Morality; An Attempt to Establish the New Science of Moralogy)라는 제목으로 영역된 이 논문집의 서두에서 히로이케는 도덕과학을 관습적 도덕(conventional morality)과 최고의 도덕(supreme morality)간의 비교 연구를, 특히 그 원리, 실질, 내용 등과 관련해서 중심적으로 수행하면서, 동시에 그 각 도덕 의 실천적 결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일을 목표로 한 새로운 과학으로 규 정한다. 이러한 규정이 보여주듯, 관습적 도덕과 최고의 도덕은 도덕과학에 있어서 중대한 요소를 구성한다.
3,000쪽 이상의 전 9권으로 된 이 논문집에서 히로이케는 관습도덕의 성격을 해명한다. 비록 관습도덕은 형식적으로나 지적으로 여러 경우에 걸 쳐 규정되고 있기는 하나, 그것은 본질적으로 인간 존재의 자기-보존의 본 능, 자기-중심적, 이기주의적 경향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강조한다. 따라서 히로이케는 관습도덕은 여러 측면에서 불완전하고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지 적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최고 도덕, 이른바 세계 4대 성인(즉, 소크라테스, 예수 그리스도, 사캬무니, 그리고 공자)에 의해 실행된 최고도덕은 위에서 언급 한 이기주의적 성향으로부터 전적으로 자유로우며 자비심(benevolence) 에 바탕을 두고 있다. 히로이케는 이상의 성현들의 생애와 가르침에 기초가 되는 도덕의 공통된 핵심을 최고 도덕이라 부르고, 그 내용을 다섯 가지 원 칙으로 체계를 갖추어 제시한다
이 원리들에 대한 히로이케의 추구는 단지 지적인 차원에서가 아니라 깊 은 의미에서 실천적인 것인데, 이는 언제나 자기 자신의 인간적 쟁점에 의 해 입증된 것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는 논문집의 말미에서 최고 도덕의 요약을 100개 이상의 목록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가 적은 바에 따르면, 여
러 해 동안 나는 세계 성인들의 교설, 신조, 실행 등에 대해, 특히 그 실질 과 내용에 관해 연구를 계속 실천해 왔다. 각 단계마다 나는 멈추어 서서 생 각했다. 이 경우에 신의 의지에 맞게 행동하고 성인들의 가르침에 따르며 안전하게 현재의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도를 써야 할까? 나는 그 실질적 내용을 간명한 언어로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그것을 구성하기 위 해 들인 시간은 오래고도 점진적인 것이었다.
도덕 과학을 확립함에 있어 히로이케의 의도는 각 개인들이 최고도덕을 실행하게끔 권장함으로써 이 세계에 진정한 평화와 행복을 실천하는 일이었 다. 그는 이 같은 목표를 세우고서, 첫째로 그러한 도덕의 내용과 원칙들을 명료히 하고, 둘째로 그러한 진정한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서 최고 도덕의 실행이 얼마나 중요하고 효율적인가를 보여주고자 했다.
3. 최고도덕(Supreme Morality)의 원칙들
치쿠로 히로이케는 최고 도덕의 다섯 가지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1) 이기주의를 거부하는 원리(Principle of Renunciating Egoism) 관습적 도덕(Conventional Morality)은 자기 보존의 본능에 기반을 두 고 있드며, 그것은 종종 현실적인 인간의 활동과 사회에서 이기적인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이 같은 이기주의적 경향은 갖가지 고통, 갈등, 대립, 투쟁, 극단적 경우에 있어서는 국가들 간의 전쟁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따라서 우 리 마음 속에 있는 이기주의와 이기적 경향을 제거하는 것은 최고 도덕으로 나아가는 첫 번째 단계이다. 도덕과학은 우리 마음 속에 있는 자기 중심적 이고 이기주의적인 성향을 제거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 정의와 자비의 원칙(Principle of Justice and Benevolence) 세계의 성현들은 우주의 법칙이나 신의 의지를 따랐다. 그들의 실제 마음 이나 행위는 모든 인간들과 이들을 밑받침 해주는 삼라 만상들을 포함해서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을 향한 깊은 사랑과 자비로 특성화된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모든 존재들을 향한 그들의 공평하고 조건 없는 사랑과 자비는 그 들 시대의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그들로 하여금 신의 존재를 믿게끔 인도했 으며, 신의 본성이 정의롭고 자비롭다는 점을 믿게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신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것은 사람들의 독단과 종교적 관련에 상관 없이 이 같은 정의와 자비를 사회 생활 속에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3) 의무 우선의 원칙(Principle of Duty Precedence)
개인의 권리보다 의무를 우선시하는 생각은, 우리가 얻는 것은 우리가 기 울인 노력의 결과라는 취지에서 세계의 성인들로부터 유래하는 것이다. 이 러한 생각은 여러 연구 분야들의 과학적 증거들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인간 행복의 증진을 위해서도 실천적으로 합당하다. 세계의 성인들은 모든 인간 들의 진정한 행복을 증진하기 위해서 전심전력을 다해 일함으로써 이 같은 원리를 몸소 보여 주었다. 이러한 원리에 따르면,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현 실화 시키기 위해서도 우리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4) 은인을 신봉하는 전통의 원칙 (Principle of Ortholinon)
Ortholinon이라는 말은 히로이케가 창안한 말로서, 인간 공동체에 있어 서 본질적으로 중요한 도덕적 행위의 면면한 전통을 의미한다. 이것은 성인 들의 자비로운 정신을 본받아 인류의 신체적, 사회적, 정신적 삶을 창출하 고 발전시킨 은인(benefactor)들로 이어지는 지속적 전통이다. 그러한 전 통은 크게 세 범주로 구분되는데, 첫째는 조상들과 부모로 이루어진 가족 은인들의 전통이다. 둘째는 국가 생활에 통합, 질서, 안녕을 가져온 국가의 지 도자들과 같이 국가의 상징적 존재들로 이루어진 국가적 은인들의 전통이다.
셋째는 정신적 은인들의 전통인데, 이는 우리의 정신을 일깨우는데 기여한 사 람들로 이루어진 선현들의 전통이다. 이러한 전통을 이루는 은인들에게 우리 의 감사를 표현하고 그들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 우리들의 의무이다.
5) 인간 정신의 각성 원리(Principle of Enlightenment of Human Minds) 세계의 성인들은 인간의 각성과 구원을 위해 노력했다. 우리는 자주 이기
적 성향으로 나아가는 인간 정신을, 성현들이 보여준 지혜와 도덕에 바탕 하여 개발하는 것이 중대한 일이다. 이 같은 개발의 내용은 위에 언급한 원 리들로 구성된다. 도덕과학에 있어 강조되는 것은, 최고 도덕을 자신의 삶 속에서 실천하고자 노력할 뜻을 갖는 사람들은 인간 정신을 개발하는데 헌 신해야 하며, 이는 또한 우리 자신의 도덕적 성품을 완성하는 기본적인 방 법이라는 점이다.
4. 연구소 설립자 히로이케
히로이케 지쿠로(廣池千九郞)는 도쿠카와 이에야스(德川家康)에서 시작 되는 에도시대(江戶時代, 1603-1867)의 마지막 해인 1866년 3월 29일 일본 규슈의 오이다현(大分?)에서 태어났다. 그는 메이지천황(明治天皇)을 비롯해 다이쇼천황(大正天皇)을 거쳐 쇼와천황(昭和天皇)의 시대까지 살았 으며 1938년 6월 4일 타계하기까지 일본인의 도덕 형성에 지대한 업적을 이룬 일본에서 보기 드문 사상가이며 성인(聖人)처럼 산 인물이다. 그에 관 하여 좀더 자세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히로이케 지쿠로는 나가소이 소학교(永添小學校)를 13살에 졸업하고 머 리가 매우 영리하여 중학교 과정을 1년 정도에서 마치고 소학교 조교로 근 무하게 된다. 그러나 면학에 불탄 소년 히로이케는 당시 유명한 한학자 오 가와 간쇼(小川含章)를 만나게 되고, 그가 운영하는 레이타쿠관(麗澤館)에 들어가 한문, 고전 등을 공부하게 된다.
그 후 초등사범과 졸업시험에 합격하고 19살에 초등학교 교사가 된다.
초등학교 교사를 하면서 많은 독서를 하게 되며 이때에 초등학교 도덕교과 서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26세에 초등학교 교사를 그만두고 교토(京都) 로 나가 역사학자가 되고자 역사와 고전 공부에 전력을 다한다. 이 때 히로 이케는 ꡔ사학보급잡지ꡕ라는 월간학술잡지를 발간한다.
29살 때 일본의 고사(古事)를 모은 일본 최초의 백과사전인 고지루엔(古 事類苑) 51권의 편찬에 참여하게 되어 동경으로 오게 된다. 이러한 가운데 에도 그는 끊임 없이 불교 등의 공부를 계속하며 36세에는 와세다대학 강사 가 되어 중국의 문헌을 가르치기도 한다. 41살에 고지루엔 백과사전 편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