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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평>
아스퍼거인이 보는 또 다른 세상 : 아스퍼거 증후군 소설로 읽기
김 춘 옥 (광성하늘빛학교 교사)
인천에서 16살 소녀가 8살 초등생을 잔혹하게 살해했다는 뉴스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 지난
3월말이었다. 며칠 후 16세 소녀가 용의자로 체포된 후 정신감정을 받았는데 조현병을 앓았다
는 말도 있었고 아스퍼거증후군이라는 뉴스도 들려왔다. 짧은 시간 만에 가해자가 아스퍼거라 는 결론을 내리는 정신감정절차 자체에 대해 의문이 생겼지만, 전혀 모르는 대중들에게는 내가
조현병에 대해 갖는 막연한 두려움 못지 않게 아스퍼거증후 군이 살인을 저지를 만큼 무서운(?) 질병으로 분류되는 선입 견만을 갖게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그 뉴스를 접하면서 처음 든 염려였다.
이후에 후속뉴스를 통해 가해소녀가 아스퍼거관련 책을 읽고 있고 재판에서 유리해지기 위해 그런 척 했을 가능성 이 제기되어 유야무야되었지만, 과연 아스퍼거증후군을 가진 사람이 감정적 공유가 어렵다는 이유로 사이코패스와 비슷 하게 다뤄지고, 잔혹한 살인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을까? 아 스퍼거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어떤 모습으로 생활 속에서 급 작스러운 사태(사건이나 사고)를 당면하고 행동하게 될까?
살인만큼이나 충격적인 돌발사건이 생기면 어떻게 반응할 까? 정말로 의도한다면 살인 등의 행위를 무감정적으로 계 획적으로 수행하는데 적합한가?
조디 피코의 장편소설 <거짓말 규칙>은 아스퍼거증후군 을 가진 청소년과 살인사건이라는 소재를 통해 우리에게 이런 의문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접근하고 상상해볼 수 있게 해준다. 그것도 아주 다행스럽게 스릴러라는 장르를 통해.
- 책제목: 거짓말 규칙 - 저 자: 조디 피코 장편소설 - 역 자: 엄일녀역
- 출판사: 포레/ 2017년 발행
특수교육논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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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컵 헌트는 올해 18살로 고등학생이면서 3살 터울 아래인 동생 테오와 엄마 에마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이다. 범죄를 다룬 ‘크라임 버스터스’란 드라마에 빠져서 모든 방송분을 제시간에 봐야만 하고 114화의 대사를 외우며, 방송에 나오는 주인공과 대결해 누가 먼저 범인 을 맞추는지가 중요하고, 옷장 안엔 무지개 색깔별로 옷을 정리해야하고, 지나친 소음이나 번쩍 이는 불빛과 종이 구기는 소리를 극도로 싫어하고 일정변경도 두려워하며, 짝수나 신체접촉과 주황색에 대해 극도의 예민함을 보인다. 더군다나 자신이 생각하는 바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 시, 허벅지에 손을 파닥거리면서 두들기고 발작을 일으킨다. 반면 쉽게 외울 수 없는 영화 대 사, 평범한 지식이라고는 할 수 없는 광대한 과학과 범죄 수사에 대한 지식들과 언어에 대해서 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짐작하겠지만 제이컵은 자신만의 공간에 갇혀 있고 타인과의 감정 교류를 이어가지 못하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이다.
한 예로 외할아버지의 죽음을 두고 동생 테오가 할아버지는 과연 죽은 뒤에 어떻게 될까를 물었을 때 보통 사람들은 천국이나 평안한 안식처 같은 말을 하면서 대화를 이어나가겠지만 제 이컵은 사실 그대로만 말한다. 시체가 부패되고 구더기와 여러 가지 미생물들에 의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서 질문한 사람을 질겁하게 한다.
이런 제이컵의 싱글맘인 엄마 에마는 자신의 일생을 오로지 제이컵에게 쏟아부었고 제이컵 이 보다 자립적 생활을 하기 위해서 '규칙'을 만든다. 자기가 어지른 것은 자기가 치운다, 거짓 말하지 않는다, 하루에 두 번 이를 닦는다, 형제를 돌본다 등. 또, 제이컵에게는 과외교사로 대 인 관계술을 가르치는 대학원생 제스가 있는데 제이컵에게는 엄마 외에 또 다른 친구이자 친밀 감을 느끼게 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던 제스가 급작스럽게 주검으로 발견됨으로써 제이컵의 생 활과 가족이 사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며 이야기는 예측불가능하게 전개된다..
책은 무척 두껍다. 들고 다니기에는 부담스럽고 무거운, 782페이지짜리이다. 하지만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결코 무겁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며, 아스퍼거증후군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작가의 자녀 중에 자폐성향 아동이 있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정교하고 현실감 있게 제이컵의 행동과 사고에 대해 묘사해 놓아서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책의 전개 구성이 제이컵과 남동생 테오, 엄마 에마, 그리고 제이컵을 변호하게 되는 올리버, 그리고 제이컵을 살인혐의로 구속한 리치 경찰의 관점으로 다양하게 서술됨으로써 아 스퍼거증후군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점과 타인의 입장을 살펴보게 해준다.
엄마인 엠마는 제이컵과 테오를 버린 남편 대신에 신문에 칼럼을 쓰면서 생계를 유지하면서 두 아들을 키우고 특히 제이컵에게 장애에도 불구하고 사회인으로 살도록 최선을 다한다. 스스 로 제이컵이 있음으로 해서 강해지고 부지런해졌다고 하지만 한편 제이컵으로 인해 겪는 좌절 과 혼돈을 토로한다.
동생인 테오는 동생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은 먹자고 요청할 수 없으며, 장애를 가진
김춘옥 / 서평: 아스퍼거인이 보는 또 다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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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을 가졌단 사실을 알고 나면 주위의 친구가 없게 되는 상황, 엄마의 신경이 온통 형에게 쏠 려 있기에 형에게 느끼는 이중감정, 아빠와 아들이 해 볼 수 있는 낚시조차 경험해 보지 못한 채 성장해 온 테오의 이야기는 많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제이컵의 관점에서 볼 때 평범한 사람들이라 부르는 우리들이 어떻게 묘사되는지도 흥미롭 다. 자신에게 한 약속을 저버린 같은 반 여자 친구에게 제이컵 나름대로의 규칙에 따른 행동을 보인 것은 오히려 정학처분을 받게 되고, 사건에 관해 제이컵이 보이는 반응들은 제이컵으로 하여금 강력한 용의자로만 더욱 몰아갈 뿐으로 제이컵이 보는 세상에서는 이해할 수 없고 원칙 에 어긋나는 사회일 뿐이다.
변호사나 수사담당 형사의 관점을 통해서는 법이나 사건과 관련되어 특별한 사람을 다루는 한계 또는 파급 효과가 어떻게 다뤄지는지도 볼 수 있다. 제이컵처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심 문을 위한 절차와 필요에 따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조치, 정확한 의사소통을 위한 다양한 접 근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 이러한 점을 악용하는 비장애 증인들의 위험하고 이기적인 행동들에 대해 과연 법이란 체계는 이를 중재할 수 있기는 한가에 대한 생각거리도 보게 된다.
‘거짓말 규칙’은 장애아를 둔 가정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상 하나하나의 묘사를 무척 공들 이고 섬세하게 현실감 있게 하였으며, 그러면서도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문장 속에서 울컥하 게 하는 보편적 감정들이 녹아져있다. 일례로 장애우에 대한 대우가 선진국답게 잘 이루어졌다 는 미국이라 할지라도 슈퍼마켓에서 발작을 일으키는 아이를 보는 시선들 속에 엄마 엠마가 감 당해야 하는 마음과 행동들은 현실 속의 이웃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느끼게 한다.
제스의 주검이라는 한가지 사건을 두고 각 인물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서술하는 내용을 통해 스스로 아는 만큼만 인정하거나 보며 합리화하는 과정을 경험하며, 다른 사람은 어떻게 느끼고 보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고, 특히 작가가 아스퍼거증후군을 가진 청소년의 입장에서 주변사람이나 사회가 어떻게 보이는지를 특수교육전공자가 보기에도 설득력 있게 묘사해 놓았 다는 점은 작가의 관찰력과 감정이입능력에 감탄하게 한다.
인천초등학생 살인사건의 가해소녀가 아스퍼거증후군 진단을 받았다는 뉴스에서 유발된 질 문, 정말 아스퍼거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가해자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반대로 피해자가 될 수 있을 뿐, 가해자는 될 수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을 읽고 난 다음에도 그것에 대한 결론은 내릴 수 없다. 다만, 이 소설은 우리에게 아스퍼거증후군을 가진 청소년의 관점과 사고 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관찰해볼 수 있게 하며, 주변 인물들의 입장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782쪽의 책 무게가 가볍게 느껴질 만큼 재미있고 스릴감 넘치게, 일상과 사건 속에서의 아스퍼
거증후군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조디 피코의 ‘거짓말규칙’을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