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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법제연구원 청사를 위한 설계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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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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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설계경기란 건축의 업역에서 보면 일상적인 일이지만 항상 부자연스러운 무언 가가 있다. 원래 건축설계란 근본적으로 의뢰(commission)의 행위이다. 건축주가 직 접 건물을 설계할 수 없으니 전문가에게 그 업무를 위임하여 자신의 집을 대신 짓게 하는 것이다. 여러 제품을 앞에 놓고 마음에 드는 것을 구매하는 일반 대량생산물품과 는 그 구매의 과정 자체가 다르다. 왜냐하면 건축물은 하나의 대지에 축조되는 유일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뢰행위에 있어 중요한 것은 상호 간의 신뢰이다. 건축주 와 건축가는 신뢰를 바탕으로 작업하는 관계라는 뜻인데 이는 물건이 없는 상태에서 미리 계약하고 돈을 지불하되, 작업이 완료되어도 여전히 주문한 물건을 손에 쥐지 못 하는 특수한 상황 때문일 것이다. (설계도만으로 지어질 집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건축주는 거의 없다.) 따라서 신뢰가 없이는 일을 맡기지 못하는 것이다. 건축설 계경기가 부자연스러운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건축주가 누구에게 설계를 줄 것인가 를 결정할 때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의뢰행위가 아니라 객관적 기준과 평가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 집에 거주할 살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심사위원)이 결정하 는 것이니 건축주 입장에서 보면 불편한 일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건축설계경기의 판을 짜는 것과 운영을 하는 것 그리고 당선자를 결정하는 일은 이러한 불편함을 최소화하여 의뢰 행위와 객관적 평가 사이의 넓은 간극을 메워 주는 중요하고도 전문적인 일이다. 필자는 국내외 다수의 건축설계경기를 운영한 경 험을 바탕으로 하여 한국법제연구원 신청사 건립을 위한 설계경기를 진행하였으며 운 영의 책임자로서 그동안 있었던 여러 가지 사실들에 관해 기술하고자 한다.

지침과 규정

설계경기에 있어서 지침과 규정은 필수적인 사전 준비 작업이다. 지침은 건축가들 이 설계행위를 하는 데 있어서 기준이 되는 정보를 제시하는 것이며 건축주와 건축 가가 지어질 건축물에 대해 나누게 되는 이야기를 미리 정리하여 다수의 건축가들에게

새로운 법제연구원 청사를 위한 설계경기

김동현 세종대학교 건축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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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를 가지고 올지 예측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건 축주와 건축가가 서로 깊은 대화를 나누며 공감과 신 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필요한 것인데 설계경기란

며 자문위원단과 연속적인 회의를 통해 본 설계에 있 어 가장 중요한 점들을 추려해낼 수 있었는데, 다음과 같다.

설계 과제 도출 배경

국내 최고의 법제 전문연구기관으로서의 한국법제연구원을

상징하고 연구원이 지향하는 가치를 표현 법제연구원에 대한 일반인의 인지도가 낮음 기존 연구원건물과 차별화 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

연구단지 안에 많은 연구기관이 이주하여 연구시설을 신축 함에 따라 법제연구원만의 차별성을 부각시킬 필요성이 있음

·상징성과 차별성의 제시

설계 과제 도출 배경

주어진 예산과 공기를 모든 면에서 고려한 합리적인 설계 안을 제시

공사에 배정된 예산과 연구원 이전일정은 이미 정해져 있어 변경될 수 없으므로 예산과 공기 측면에서 문제없이 진행되 어야 함

일반적인 재료와 공법을 사용하면서도 동시에 건물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건축 공간 및 재료사용의 아이디어 제시

예산과 공기의 제약으로 인해 재료 및 공법 등을 일반적인 수준에서 결정함에 따라 건물 퀄리티의 저하가 우려됨

·합리적이면서 수준 높은 계획안의 제시

설계 과제 도출 배경

연구공간의 증축 및 확장, 전용에 대비한 공간계획

연구원의 이전으로도 기존 공간수요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많고 연구원의 채용도 점차 증가됨으로 인해 신축건물의 공간부족 현상이 가까운 미래에 발생할 수 있음 미래의 행정수요와 사무환경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단위공간의 유연성을 확보

연구원의 조직은 항구적인 조직이 아니며 개편이 잦고 이에 따른 연구원 내 이사가 빈번함

획일적인 업무 공간 분위기를 탈피하여 공간적으로 풍성하고 쾌 적하면서도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실내 환경 조성

기존 건물의 경우 연구원의 행태 및 업무형태가 고려되지 않 은 건물이어서 공간적 즐거움이나 쾌적성, 또한 이에 따른 연 구효율 향상 등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움

·연구원 공간의 유연성과 쾌적성의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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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은 지침과는 달리 다수의 건축가들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설계경기의 운영방법을 지시하 는 것으로서 본 설계경기에서는 다음과 같이 몇 가 지 주목할 점이 있었다.

규정과 지침의 조합이 적절하지 못하다면 설계경 기에 있어서 다수의 위험요소가 드러날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무관심 설계경기이다. 규정이 공정하 지 않거나 지침이 과도하여 건축가들의 관심도가 떨 어질 경우 설계경기 참가자 수가 적어지게 되는데 이런 경우 시간과 경비 면에서 크나큰 손해일 수밖 에 없다. 또한, 규정이나 지침의 조합에 따라 다양한 아이디어가 들어오지 못하고 대동소이한 작품이 접 수되는 경우도 있으며 어떤 경우는 능력이 되지 못 하는 건축가가 선정되어 프로젝트 수행에 차질이 발 생하는 등 여러 가지 위험요소들을 예측하고 제어해 야 하는 것이 규정과 지침의 역할이다. 쉽지만은 않 은 작업이다. 경험적으로 보았을 때, 프로젝트의 건 축적 의미를 최대한 홍보하고 잘 작성된 지침으로 건축가들의 창의적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항목을

설계 과제 도출 배경

주어진 대지의 여러 조건과 주변상황을 올바로 해석하여 유 효한 배치대안의 제시

신축대지의 면적이 주변에 비해 작고 형태도 좁고 길어 설 계에 불리한 면이 있음

인접대지의 타 연구원과 함께 만드는 연구단지의 경관적 측면을 고려하고 인접공간의 효율적 활용과 지속적 개발 가능성 확보

‘연구기관 간의 연계로 국가정책연구의 시너지 효과 제고 및 주요 기능과 연계된 지역거점으로 육성’이라는 상위계획상의 도시개발 방향에 부합

·주변 환경과의 조화

설계 과제 도출 배경

지속가능하고 현실적이며 건축적으로 유효한 친환경 및 에너지절감 설계방안 제시

공공기관 에너지절약 추진지침 등 각종 관련 법령으로 인해 친환경 건축물 설계대상

에너지 효율적 건축물의 구현에 수반되는 공사비의 상승 요인을 원천적으로 최소화하고 설비의존적인 기존 기술을 대체할 수 있 는 새로운 건축계획 및 설계 기술의 제시

설비나 장비 의존적인 친환경설계의 경우 공사비의 상승요인이 될 뿐 아니라 준공 후 유지비가 과다하게 투입됨으로 인해 지속성의 측면에서 합리적이지 않음

·환경적으로 우수한 건축의 구현

·설계경기 제출물의 경우 설계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선에서 최소한으로 간소화

·프로젝트에 대한 적절한 흥미와 동기를 제공하여 유 능한 건축가들의 참여 독려

·건축가들의 설계경기 참여에 따른 적절한 보상과 참가자 및 심사위원의 익명성을 유지하여 공정한 설 계경기 진행

·대외적으로 명망 높은 심사위원을 섭외하되 심사과 정 및 결과의 공개로 대외적 공신력 확보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건축가 선 정 및 계약을 위한 제반환경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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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배치하며, 또한 적절한 보상과 설계요구조건 을 제시하였을 때 성공적인 설계경기를 유치할 수 있었다.

본 설계경기는 접수결과 73개 팀이 접수하였고 작 품은 19개 팀이 제출하였다. 이는 최근 행해진 설계 경기뿐만 아니라 이전의 선례를 고려해도 상당히 많 은 수의 작품이 접수-제출된 경우라 할 수 있겠다.

심사의 과정은 더욱 흥미진진하였는데 보통의 경 우 하나의 작품이 대체적으로 심사과정 중에 당선작 으로 윤곽이 드러나는 반면 본 설계경기에서는 끝까 지 그 결과를 알 수 없는 난상토론과 투표 끝에 당선 작이 선정되었다.

제출된 작품을 대략적으로 분류해 보면 배치의 방 식에 따라 일자형과 중정형, 집중형 그리고 분동형 으로 나누어졌는데 당선작 및 우수작 등 다수의 작 품이 중정형을 선택한 것으로 보아 본 대지의 가장 적절한 배치형식이 중정형임을 알 수 있다. 중정형의

다른 장점은 내정을 가진다는 점이다. 내정은 중정 형 건물의 중심부이기 때문에 법제연구원 공간의 가 장 중요한 공간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 부분이 변화 하지 않는 무표정의 정적인 공간이 되는 것을 피하 기 위해 당선작은 인근 공원으로 한쪽 입구를 개방 하여 적극적인 연계를 도모하고 있다. 그 연계의 수 법이 전체 내정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으며 다양한 변화의 동력이 되고 있다. 어찌 보면 대중에게 폐쇠 적인 이미지의 법제연구원이 앞으로 보다 활기있고 친근하며 대중적 소통의 이미지를 가질 수 있게 하 는 주된 건축적 장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법제연구원 측에서 앞으로 중정을 설계자의 의 도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며 이는 많은 변화가 필요한 일로서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가의 여 부이다. 한편, 상대적으로 단조로운 입면은 중정과

심사광경

당선작(박제유, 제이유 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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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되고 있다. 이는 법이라는 위엄 있지만 정확한 이미지의 공간을 감싸야 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우수작도 비슷 한 입면을 제시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 론 다른 작품에서는 이러한 입면을 좀 더 활기차고 변화 있는 쪽으로 해석하는 시도들이 있었지만 당선 작의 경우에는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 결과, 무게감이 있고 조용한 입면이 인상적이지 만 동시에 단조로울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심사위 원들로부터 제기되었고 당선작에 대한 심사평에 보 완사항으로 기재되었다. 하지만, 이는 건축외벽재료 의 종류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일 것이며 다른 이미지 로 전이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는 유동적인 부분이 어서 아직 논하기는 이르다는 판단이다. 이러한 우 려는 기존의 법 관련 기관의 건물에서 보여지는 이 미지가 너무 엄숙한 일색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 지만 창문의 비례와 형태 그리고 재료의 종류 및 취 급방법을 디자인 단계에서 적절히 발전시켜 나간다 면 오히려 고급스러움으로 역전될 수 있을 것이다.

화려한 형태로 치장한 주변 연구원 건물과의 대비도 볼만한 점이다.

넓은 매스와 공간을 소유하게 되었지만 반대급부 로 긴 동선과 단조로운 복도도 같이 나타난다. 하지 만, 동선이 짧아야지만 효율적이라는 생각은 항상 유효하지는 않다. 특히 법제연구원과 같은 연구소 건물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보는 관점의 문제이다.

어차피 법제연구원 건물이 행정복합도시로 이전 하게 되어있는 것이므로 새로운 도시에서 새로운

법제연구원의 역할을 찾아나가야 할 터인데 이 과 정에서 건물을 어떻게 공간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의 과제는 여전히 법제연구원의 몫으로 남아있다.

법제연구원의 모든 식구들은 앞으로 새로운 건물과 공간 속에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공간을 점유하는 과정에서 전과는 다른 질서와 위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며 공간과 관련한 기억을 쌓아 나가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모 든 노력을 모아 장소를 만들어 나간다는(place- making) 점이다. 법제연구원의 장소성이 이번 현 상설계의 당선자가 제시하는 대로 올바르게 실현되 기를 현상설계를 주관한 사람의 입장에서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이제 설계도의 청사진은 마련되었 다. 앞으로 남은 시공과정을 잘 마쳐 좋은 건축과 공간을 소유하게 되시길 바라며 이 새로운 환경이 역시 좋은 행위와 생각을 만드는 밑천이 될 것임을 굳게 믿는 바이다.

픽2

우수작(조영돈, 유선건축사사무소)

참조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