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가 예상대로 공화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공화당은 하원의석 60석을 추가하여 70석을 잃은 민주당을 여유 있게 누르는 다수당이 되었고, 상원 의석의 차 이도 10석에서 4석의 근소한 차이로 좁히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번 의회 권력구조의 변화는 1938년 이후 가장 클 뿐 아니라, 미국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의 반전으로 기 록되고 있다. 2년 전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선출되게 하고 상하원을 석권했던 민주당 으로서는 충격적인 참패라고 아니할 수 없다. 함께 실시된 주 단위선거에서도 공화당 은 주지사를 24석대 26석의 열세에서 31석대 18석의 큰 차이로 역전시켰을 뿐 아니 라, 공화당이 지배하는 주의회를 10개 추가하였다. 이 결과는 2년 후 선거에서 공화 당에 유리하게 작용하므로 오바마의 재선이나 민주당의 의회 장악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이런 반전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중간선거는 정권에 대한 유권자의 견 제와 불만심리를 반영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번 선거 패배를 설명하기에는 한참 모자 란다. 유권자 불만의 가장 큰 원인은 경제회복이 더딘 데 있을 것이다. 오바마 행정 부와 민주당은 공화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GM과 크라이슬러에 대한 구제금융과 경기 부양에 8,000억 달러 이상에 달하는 자금을 쏟아 부었다.1)) 이는 부시 정권 말기에 금융권 구제금융 7,800억 달러에 추가된 금액으로 그 이전부터 크게 불어나 있던 재 정적자를 거의 3배에 달하는 1조5,000억 달러, GDP 대비 83% 수준으로 불려놓았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은 집권 당시의 7%에서 9.6% 수준으로 올라와 있다.
실업률이 별로 개선될 기미를 보여주지 않자, 오바마 정부는 2,500억 달러의 추가투 입을 제안하고 있다.
사실 경제회복이 지지부진함을 모두 오바마 정책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다소 불공 평한 점이 없지 않다. 집권하자마자 경기부양법을 밀어붙인 것은 이전 정권말기에 닥 친 금융불안으로 공황상태에 빠져드는 민심을 수습하고 경제를 안정시키려는 의도였 고, 그런 면에서는 오바마 정권이 긍정적 평가를 받을 만하다. 문제는 정책이 재분배 방식에 의존하여 단기간에 일자리 창출과 경기회복을 이루겠다는 목표에 치중했다는
1) GM 등에 제공된 구제금융으로 500억 달러, 그리고 오바마 경기부양 패키지인 총 7,880억 달러가 투 입되었으며, 후자는 세금감면 2,880억 달러, 실업수당 연장과 교육비 및 의료비 보조금 2,240억 달러, 투자, 융자금 및 양여금과 같은 연방정부 지출 2,750억 달러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 중간선거 결과의 의미와 교훈
장대홍 (한림대학교 재무금융학과 교수) 2010-11-11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2) 정부 주도의 일자리 창출은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렵고, 늘어난 재정적자는 필연적으로 세금 부담을 늘릴 것이기 때문에 민간소비와 투자가 쉽게 늘어나지 않고, 이는 다시 실업률의 정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이번 중간선거 결과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티파티운동(Tea-party movement)에 많은 미국인이 호응한 것은 그들이 재정적자와 세금부담의 증가, 미래에 대한 불확실 성의 증대뿐만 아니라, 정부 개입의 확대로 시민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음에 항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선거 전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 진행자인 글렌벡이 주도한 워싱턴 항의집회에 수십만이 참여하고, 정부개입과 납세 부담을 축소시켜 후손에게 보다 자 유로운 사회를 물려주자는 그들의 호소가 설득력을 발휘한 것이다. 선거와 동시에 실 시된 여론조사는 57%의 투표자가 작은 정부를 지지한다고 응답하였다.
민주당의 이반 바이 상원의원은 최근 민주당의 패인을 집권 당시의 유권자의 위임 사항(mandate)을 확대 해석하고, 불황기에 경제회복보다는 의료개혁과 같은 사회개 혁 정책에 몰입한 전술적 실책에 있다3)는 견해를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전자의 근거 로 2008년 선거의 출구조사에서 나타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고 있는 데, 투표자 의 22%가 자신을 “리버럴(liberal)”이라고 대답한 반면 32%가 “보수층”, 44%가 “중 도 또는 온건층”이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민주당에서 선거의 승리를 “정 치구도의 재편(political realignment)” 또는 “새로운 진보 시대의 도래(New, progressive era)”로 자축한 것은 무리한 자기합리화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오바마와 펠로시-리드4)를 주축으로 하는 민주당 지도부는 이를 근거로 민주당식 개혁정책을 밀어붙이려고 했던 것이다.
바이 의원이 전술적 실책으로 꼽은 의료개혁법의 강행은 미국인들의 사고방식을 뚜 렷이 나타낸다. 잘 알려진 대로 미국의 의료비는 너무 비싸서 수천만 명이 의료보험 가입을 포기한다는 이유로 개혁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고, 민주당의 리버럴 정 치인들은 이를 유럽식 보편적 복지 개념으로 해결해야 할 의제로 여겨왔다. 오바마는 주요 선거공약이었던 의료개혁을 리버럴 개혁의 본보기로 조기에 달성하고자 하였다.
의료개혁법은 지난 6월에 공화당의원 전원이, 그리고 과반수의 여론이 반대하는 가운 데 통과되었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복잡한 내용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오 바마-민주당 정책에서 가장 인기 없는 정책의 대명사가 된 것은 관련된 의료, 제약,
2) 오바마 경기부양 패키지(Obama Stimulus Package)의 내역을 보면 저소득층 소득보조와 세금감면 실 업수당 지급연장, 고물차 폐기와 신차 구입금 보조, 의료비 및 대학등록금 보조, 생애 최초 주택구입 시 저리융자 지원, 중소기업 저리융자 지원, 모기지 상환 보조 및 주택압류 구제, 지방정부 교육 예산 지원 등과 같은 재분배 성격의 프로그램이 전체 예산의 92%를 차지한다. 한편, 장기적으로 경제회복 에 도움이 되는 교통인프라 개선과 대체에너지 개발에는 고작 650억 달러가 배정되었을 뿐이다.
3) Evan Baye, “Where Do Democrats Go Next?,” New York Times, No.2, 2010.
4) 하원의장 Nancy Pelosi와 상원총무 Harry Reid.
보험업계의 로비에 밀려 의료비의 인하 문제는 그대로 둔 채 의료보험 가입을 강제로 의무화하도록 입법되었다는 데 있다. 다수의 미국인들에게 이는 기존 의료혜택을 축 소시키거나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며, 무엇보다도 자유선택의 기회를 빼앗는 부당한 정부 개입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거가 그렇듯이 승패를 좌우하는 유권자층은 중간층 또는 온건한 입장을 취하는 중도성향의 유권자다. 미국의 경우 이들은 공화, 민주당의 어디에도 소속되기 를 거부하는 독립성향의 유권자(independents)로 불린다. 그들의 비중이 커진 것은 역대 정부와 정치권의 무능과 비효율성에 대한 혐오감을 반영한다. 그들의 반 집권세 력 투표성향은 부시정권하의 중간선거에서도 나타났으며, 2008년 선거에서는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탄생시키고, 민주당이 의회를 석권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미국 의 독립성향 유권자는 인종이나 이념적으로 편향되어 있지 않지만, 대부분의 미국인 들이 전통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핵심가치는 그대로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유별나게 정부의 간섭을 싫어하고 자립정신(self-reliance) 을 존중하는 가치관이다.
차기 하원의장이 확실시 되는 공화당의 베이너 의원
5)
이 선거 직후에 한 연설을 보 자.6)
그는 연설에서 미국을 미국답게 만든 가치, 즉 경제적 자유, 개인의 자유, 그리 고 개인 책임을 말하면서 정부 차원의 투자사업 같은 것은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오 바마 정책의 비미국적인 성격을 공격하는 중 더듬거리며 다음과 같이 자신의 이야기 를 하면서 울먹이기 시작하는 장면이 텔레비전을 통해 그대로 방영되었다.“저는 일생 동안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려고 노력했습니다. 저는 마루 청소부터 시 작해서 웨이터일, 식당 바텐더 일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막노동과 밤일을 해 가면서 학교를 다녔고, 조그만 사업체를 운영하는 데 정열을 쏟았습니다.”
어느 누구도 그의 연설 장면을 흉보거나 비난하지 않았다.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은 독립성향 유권자들이 “변해야 돼(change)”와 “할 수 있어(yes, we can)”라는 구호를 들고 나온 오바마를 선택하였다. 이런 선거구호가 크게 어필 했었지만, 경제와 사회 전반에 국가 개입을 확대하려는 오바마와 민주당식 개혁에 대해 미국 사회의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제 그들은 민주당식 개혁정책이 세금을 거 둬 써버리는 구태의연한 방식일 뿐 민간경제의 자생적 고용회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는 의구심을 갖게 된 결과 크게 실망하고 있다. 그것은 결국 소득재분배 정책이며, 자립정신을 해치고 민간기업의 영역을 축소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눈덩이처 럼 불어나는 재정적자와 가중되는 세금부담을 항의하는 티파티운동에 대해 호응하기
5) 존 베이너는 20년 경력의 오하이오주 하원의원으로 현재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이다.
6) Roger Cohen, “American Dreamland,” New York Times, No.4.에서 인용.
시작한다. 유권자들의 성향을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는 하원의원 선거 결과는 이를 잘 보여준다. 감세와 국가개입 억제를 들고 나온 공화당은 현직을 단 2석 잃은 반면, 무 려 60석을 더 보태 다수당의 지위를 탈환한 것이다.
이번 선거가 다음 선거결과나 향후 미국의 진로에 어떻게 이어질지는 전망하기는 어렵다. 오바마 정부는 기존의 개혁정책을 고수하려 할 것이고, 상원은 여전히 민주 당의 지배하에 있다. 미국의 동서부 해안과 주요 대도시의 대부분은 여전히 민주당 세력권에 있고, 미국의 고용사정이 개선된다면 여론의 변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오바마의 재선도 가능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하원과 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의 약 진이 두드러진 곳이 불경기와 실업 문제가 가장 심각한 오하이오, 미시간, 펜실베이 니아, 인디애나와 같은 중서부 지역과 그 인근이라는 점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민주 당식 정부 개입이 큰 호응을 얻지 못함을 반증한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인구 및 인 종분포가 변수가 되겠지만,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자유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미국 의 정치적 성향에 큰 변화가 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성향이 지속되는 한 이코노미스트지의 지적대로 미국이 유럽식 복지국가로 퇴행할 가능성은 없고, 여전히 부강한 국가로 남기에 충분한 저력을 가지고 있다.
눈을 돌려 우리나라의 사정과 대비해 보자.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최근 미국 중간 선거 결과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서민경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는 것이라며, (한나라당도) 일자리 만들기에 주력해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였다.
그가 말한 일자리 만들기가 소득재분배에 치중하는 포퓰리즘 정책에 머물지 않기를 바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