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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대상으로서의 규제와 보장국가적 규제 - 한국법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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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칼럼

42 · 법연

개혁대상으로서의

규제와 보장국가적 규제

- 규제개혁과 입법평가 국제학술회의와 관련하여 -

Ⅰ. 글머리에

지난 8월 23일에 한국법제연구원 개원 22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가 개최되었으며, 주제 는 “규제개혁과 입법평가 : 성과와 전망”이다.

주최 측의 김유환 원장의 Host Intro Speech(규제개혁에 기여하는 입법평가의 정착을 위 한 구상)에 이어, 여러 나라에서 초청된 저명한 학자들의 Keynote Speech와 관련 전문가 들의 지정토론이 있었으며, 마지막으로 청중에게 질문의 기회가 주어졌다.

초대받은 청중의 한 사람인 필자는 Jan Ziekow(독일 Speyer행정대학원) 교수에게 “규제 를 논하는 경우, 최소한 자본주의 2.0 시대의 규제(개혁대상으로서의 규제)와 자본주의 4.0 시대, 즉 보장국가(Gewaehrleistungsstaat)에서의 규제(보장국가적 규제)를 구분하여 논할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요지의 질문을 하였으며, 긍정적인 대답을 얻은 바 있다.

이하에서 위 문제에 대한 필자의 소견을 적어보기로 한다.

Ⅱ. 자본주의 4.0론 및 보장국가론

“자본주의 4.0”이란 컴퓨터 소프트웨어 버전(version)처럼 진화단계에 따라 숫자를 붙일 때 네 번째에 해당하는 자본주의를 의미하며, 그러한 용어가 영국 언론인 칼레츠키(Anatole 김남진

- 학술원 회원 전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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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etsky)의 같은 이름의 저서(Capitalism 4.0: The Birth of a New Economy, 2010; 위선주 옮김, 2011)에서 유래함은 주지의 사실로 보고 싶다.

칼레츠키에 의하면, 자유방임의 고전자본주의(1.0), 1930년대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 수정자본주의(2.0), 1970년대 말 시장의 자율을 강조했던 신자유주의 (3.0)에 이어 등장한 자본주의가 4.0에 해당하며, 나 폴레옹 전쟁이 ‘자본주의 1.0’을, 1930년대의 대공황 이 ‘자본주의 2.0’을, 1970년대의 경제 위기가 신자 유주의로 불리는 ‘자본주의 3.0’을 초래하였으며, 2008년의 금융 위기와 최근의 양극화가 ‘자본주의 4.0’ 시대를 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따듯한 사 회를 지향하는 “자본주의 4.0”은 시장의 자율적 기능 을 존중하되, 유능하고 적극적인 정부가 있어야만 시 장경제가 존속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칼레츠키가 말하는 “자본주의 4.0론”은 미국 및 유럽을 모델로 한 것이기에,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 되기는 어렵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칼레츠키는 인터뷰(조선일보 2011. 9. 16, A6)를 통해서 한국에서의 자본주의의 발달 역시 4단계로 구분할 수 있음을 밝힌 바 있다.

“한국은 성장속도가 빨랐던 만큼 자본주의 발전단 계를 아주 빠르게 거쳐 왔다.”, “일본식민지 시대를 겪은 한국에서 자본주의 1.0단계는 뚜렷하지 않지만 자본주의 2.0단계는 1960년대 정부주도의 수출드라 이브 정책을 펼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자본주의 2.0단계는 공적인 영역보 다는 대기업을 앞세워 정부가 민간을 이끌어가는 독 특한 형태였다.”, “1997년 말 불어 닥친 아시아 외환 위기 이후 한국은 정부주도의 개발정책보다는 성장 기반을 다진 대기업들이 신자유주의적 경제체제에 빠르게 적응해 갔다.”, “글로벌 무한경쟁의 자본주의 3.0시대에 세계시장을 무대로 손색없는 경쟁력을 확 보한 기업들이 다수 등장했다는 것은 한국이 얼마만 큼 자본주의 발전단계에 잘 적응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위와 같은 칼레츠키의 진단을 참고로 하여, 일단 한국이 “자본주의 4.0단계”에 이르렀다고 전제하는 경우 연상되는 것이 근년 독일 공법학계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보장국가(Gewaehrleistungsstaat), 보장행정(Gewaehrleistungsverwaltung)에 관한 논 의이다.

그 보장국가ㆍ보장행정이라고 함은, 국가 또는 행 정이 임무를 일방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사인 (기업, 단체 등 포함)에게 위임ㆍ위탁하여 또는 사인 의 자율적 규제 내지 공사(公私)협력을 통하여 수행 하되, 국가 또는 행정은 그들 임무가 올바로 수행되 는 것에 대한 보장책임, 즉 준비책임, 포착책임, 완충 책임 등을 짊어짐을 말한다(상세는, 졸고 “자본주의 4.0과 보장국가ㆍ보장책임론”, 學術院通信, 2011. 1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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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칼럼

44 · 법연

Ⅲ. 자본주의 2.0시대의 규제와 3.0시대의 규제완화

한국은 1945년 주권을 회복할 당시만 하더라도 세 계 최빈국의 하나였으며, 한국전쟁이라는 미증우의 참화를 겪고서도 비교적 단시일 내에 산업화와 민주 화를 달성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에서의 급속한 산업화가 정부주도의 성장정책 에 힘입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과정에 서 경제, 환경 등에 대한 각종의 규제법규가 양산되 었는데, 1963년 11월에 제정된 [공해방지법]을 위시 한 수많은 환경 관련 법률(환경정책기본법, 자연환경 보전법, 대기환경보전법, 수질환경보전법, 소음ㆍ진동 규제법,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오수ㆍ분뇨ㆍ축산폐수 의 처리에 관한 법률, 해양오염방지법, 폐기물관리법,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환경개선비 용부담법, 환경ㆍ교통ㆍ재해 등에 관한 영향평가법, 환경분쟁조정법, 환경기술개발 및 지원에 관한 법 률, 환경친화적 산업구조로의 전환촉진에 관한 법률 등)의 제정, 개정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상세는, 졸 고 “환경법의 변천과 기본원리”, 考試硏究 2004. 3.

참조).

경제가 발달함에 따라 정부의 몸집이 커지고, 사인 과 기업의 능력이 향상된 한편으로 “정부주도”, “정 부의 개입”이 도리어 비능률, 부패의 온상이 되기도 하였으며(정부의 실패), 그에 대한 역풍으로서 각국에 서 규제완화, 시장주의가 고창되기에 이르렀는바, 우리

나라에서의 “신자유주의”, “규제완화”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 법]이라 할 수 있다. 1995년 초에 제정되어 그 후 여 러 차례의 개정을 격은 동법은 ① 창업 및 공장설립 에 관한 규제완화(2장), ② 의무고용의 완화(3장), ③ 수출입에 관한 규제의 완화(4장), ④ 검사 등의 완화 (5장), ⑤ 진입제한 등의 완화(6장)에 관하여 상세히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신공공관리론(New Public Management) 도 이 시대에 대두한 행정개혁론이라 할 수 있는데, 권한의 하부이양, 계약제와 실적평가제의 도입, 인사 ㆍ예산제도의 개방화ㆍ자율화, 민간위탁 및 민영화의 확대, 지방분권 등을 그 구체적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에 관한 상세는 홍준형, ‘신자유주의가 한국경제 에 미친 영향과 행정법제의 대응’, in : Law and Economic Development in the East Asia(Ⅱ), [Co-works 2011 of NRCS, Korea, 2011], 159면 이하 참조).

Ⅳ. 자본주의 4.0, 보장국가적 규제의 모색

자본주의 3.0의 시대,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시장경 제가 한국을 비롯하여 각국에서 풍성한 부의 축적을 가져오기는 하였으나, 빈부의 격차를 비롯한 양극화 현상, 실업자의 양산 등 각종 부작용을 낳음으로써 다시금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 시 되는 4.0의 시 대가 도래하였다. 그렇다고 자본주의 4.0시대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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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 정부의 역할이 자본주의 2.0시대에 있어서와 같 은 사회, 경제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 개입, 규제와 같 은 것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자본주의 4.0시대에 있어서는 우선 일반 시민의 생 활 및 지식수준과 기업의 역량이 향상되어 있는 반면 에 정부의 인적 재정적 능력이 한정되어 있음으로써 자본주의 2.0시대에 있어서와 같은 정부에 의한 직접 적 개입이나 규제가 필요하지도 가능하지도 않은 점 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역할은 사회, 경제에 대한 직접적 권력적 개입이 아니라, 되도록 비권력적 간접적 개입의 형태를 취하며, 민영화를 비롯한 사화 (Privatisierung), 공사(公私)협력이 널리 요청된다. 축 구시합을 예로 든다면, 정부(공무원)가 선수로서 직접 시합에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 여 후보선수로서 벤치에 앉아 있으며, 선수의 부상 등에 대비하여 의료요원으로서 시합의 현장을 지켜야 하는 것과 같다(이러한 비유에 관하여는 졸고 “현대 국가에서의 행정 및 행정법학의 역할과 과제”, 學術 院通信, 2012. 7. 참조).

독일의 문헌들이 오늘날의 행정활동을 제어 (Steuerung)로 표시하고 그에 따라 “제어학으로서의 행정법학(Verwaltungsrechtswissenschaft als Steuerungswissenschaft)”이 제창되고 있는 사실, 우리나라에서 최근 새로운 가치 확립과 “형평과 효율 의 조화”가 강조되고 있는 현상(이에 관하여는 전재 경, “형평과 효율의 조화 : 경제정의를 중심으로; 경제 ㆍ인문사회연구회 협동연구총서” 11-24-01, 2011.

10. 참조)도 자본주의 4.0, 보장국가론과 무관하지 않 다고 생각된다.

Ⅴ. 규제영향분석·입법학의 창달

[행정규제기본법]은 ‘규제의 대상과 수단은 규제의 목적 실현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가장 효과적 인 방법으로 객관성·투명성 및 공정성이 확보되도록 설정되어야 한다’(동법 제5조 3항),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규제의 존속기한 연장 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하려면⋯ 규제영향분석을 하 고 규제영향분석서를 작성하여야 한다’(제7조 1항)고 규정하고 있다.

생각건대, 자본주의 4.0시대, 보장국가에서의 규제 내지 제어(Steuerung)는 자본주의 2.0시대의 규제와 는 성격과 내용을 달리하기에 그에 적합한 사전적 사 후적 규제영향분석 내지 정책평가를 필요로 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전술한 8월 23일의 “한국법제연 구원 개원 22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는 관련 지식과 기술의 함양에 기여하였으며, 최근에 발간된 전문서 적들(김유환, “행정법과 규제정책”, 2012; 박영도/홍 의표, “법령에서의 이행비용측정을 위한 기법연구”, 2012; 박영도, “입법학입문”, 2008; 박영도/장병일,

“입법평가 입문”, 2007. 등)이 규제영향분석, 입법평 가(정책평가 포함)에 대한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을 기 대하기로 한다.

참조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