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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대론과 비토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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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예비적 고찰

2. 작품 해석에 관한 다양한 이론적 입장들

2.2. 토대론과 비토대론

당한 기준을 검증하고 정립하는 데 관심을 기울인다. 한편 다원론은 해 석 자체의 다양한 본성과 목적을 추구하며, 다양한 해석들이 작품의 해 석으로서 타당하게 설명될 수 있도록 하는 데 관심을 기울인다. 형식적 으로 일원론과 다원론은 구별되지만, 때로 스테커처럼 그것의 양립가능 성을 주장하는 입장도 있음을 보았다. 스테커의 경우 일원론의 이상을 추구하면서도 모든 해석적 행위가 참을 목적으로 추구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예술작품의 해석 목적은 풍부한 감상, 가치의 증진 등일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복수의 허용가능한 해석들이 있을 수 있다고 하여 일원론과 다원론을 다원론이라는 포괄적인 틀 안에서 화해시키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일원론은 명쾌한 논리적 설명을 제공할 수 있지만 실 제 관행에서 단일한 해석이 어떻게 가능하고 타당한지에 대한 충분한 증 명을 하기 어렵고, 다원론은 해석의 다양성과 창조성을 잘 지지할 수 있지만 역시 해석의 타당성과 그 기준 문제를 설명해야 한다. 특히 충돌 하는 해석들과 경합하는 기준들의 타당성 문제 및 양립불가능한 해석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의 제시가 과제가 된다.

는 궁극적 근거인 어떤 토대를 발견하려고 하는 입장을 말한다. 이러한 토대론은 형이상학적, 인식론적 측면에서 모두 생각할 수 있는데, 형이 상학적인 관심에서는 세계를 이루는 근본적인 불변의 본질, 스스로의 존 재를 다른 존재에 의지하지 않는 자립적이고 궁극적인 토대로서의 실재 와 같은 것이 있다고 믿는 입장이고, 인식론적인 추구에서는 지식을 추 구하는 데 있어서의 자명하고 자기 확증적인 토대를 추구하는 관점을 말 한다. 토대론자들은 진리와 우리의 지식을 정당화시켜주는 토대를 발견 하여 회의주의와 혼란을 피하고자 한다.53)

이러한 입장을 예술작품 해석의 문제와 관련지어 보면, 토대론적 해석 이론은 해석에서 그 의미를 결정하는 근거로서의 토대를 밝히고 그에 의 거하여 작품의 의미를 확정하고자 하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토대론 적 해석 이론에서는 작품 의미 결정의 근거가 고정불변하며 작품에 본질 적, 결정적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믿으며, 해석은 이러한 근거를 올바르 게 밝혀서 작품의 의미를 확정하는 작업이다. 또한 작품 속에 있는 이러 한 의미의 근거는 해석의 참/거짓을 판별하는 기준이 된다.

대표적인 토대론적 해석 이론으로 허쉬의 의도주의와 비어즐리의 신비 평을 들 수 있는데 이 입장들은 또한 대표적인 일원론의 입장이기도 하 다는 점에서 일원론과 토대론이 이론적 밀착 관계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일원론은 그 하나의 올바른 해석을 타당한 것으로 만드는 근거 즉 해석의 토대를 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품의 의미가 불분명하거나 둘 이상의 해석이 경쟁할 때 의도주의는 작가의 의도를, 신비평은 작품 내 의 형식적인 구성, 유기적 관계, 언어의 관습적 의미 등을 의미 결정의 근거로 한다. 이들은 정확한 작품의 의미는 하나로 정해질 수 있고 그러 한 해석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궁극적인 토대를 상정하고 있으며 그 토 대를 통해 해석의 참/거짓을 판별하고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핵심적인 것은 토대론적 해석 이론들은 작품 의미의 근거를 작품 속의 고정된 본질 속에서 찾고자 한다는 점이고, 설사 인식론적인 난점이 있 더라도 우리가 발견해야 할 의미의 근거가 작품 속에 본질적으로 있다고

53) 김진엽, ‘토대론적 해석 이론 : 의도주의와 형식주의’, 『서울대 인문논총』 제 37집, 1997, pp.82~84.

전제한다는 점이다. 인식론적인 측면에서 볼 때 해석의 과정에서 의미는 해석자에 의해 판단되고 귀속되는 것이지만, 그 귀속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작품 속의 불변적인 근거들이라고 보는 관점을 택하는 것이 이론적 으로 건전하다고 이들은 믿기 때문이다.

2.2.2. 비토대론적 해석 이론

비토대론적 해석 이론은 대상의 의미를 규정하는 고정적인 본질이 있다 는 생각을 거부하고, 역사적/문화적 상대성과 해석에 따른 의미의 변화 를 수용하는 입장이다. 비토대론은 해석적 대상들이 본질적 본성이나 속 성을 갖지 않으며, 그 속성들은 우연적인 것이라고 본다. 비토대론적 해 석 이론의 배경이 되는 입장들로는, 예술의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실 천적 측면에 새롭게 관심을 기울이고자 하는 흐름들, 해석학, 후기구조 주의, 맑시즘 등에 근거한 유럽 대륙의 이론들이 있다. 영미권에서는 프 래그머티즘에 기반한 해석 이론들이 대표적인데, 프래그머티즘 해석 이 론은 고정적인 본질을 명확히 밝히고, 이미 규정되어 있는 의미의 발견 이라는 수직적인 의미의 해석을 중시하는 토대론적 전제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프래그머티즘은 궁극적인 실재나 지식의 근거가 되는 외재적 토대 와 같은 것을 추구하는 토대론적인 입장을 거부하고, 진리, 지식, 실재, 합리성과 같은 철학적 개념은 우리의 경험에 의해 구성된다고 본다. 프 래그머티즘에서 진리나 지식 혹은 고정불변의 본성, 그것에 기반한 동일 성 등 우리가 실재라고 믿고 있는 것들은 이미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 라, 우리와 세계의 상호작용 속에서 우리의 목적과 필요에 따라 언어적 개념이나 동의에 의해 구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들은 수정과 재해석 이 가능하다. 심지어 과학적 지식도 하나의 해석과 같은 것으로서, 이미 주어졌거나 정해진 토대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다. 이렇듯 프래그머티즘 은 세계를 경험하고 인식하는 데 있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간의 행위 와 해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는 점에서 비토대론적이다.54)

54) 프래그머티즘의 전반적인 특징에 관해서는 다음을 참고할 수 있다. 김진엽, ‘가다 머와 프래그머티즘의 만남’, 『미학연구』 제 2집, 1996, 신현주, ‘예술작품의 의

그러나 프래그머티즘은 해체론이나 후기구조주의와 같이 극단적으로 비 토대론적인 것은 아니다. 프래그머티스트들은 세계에 논리적 필연성이나 토대적 본성은 없지만, 대신에 실제적인 확실성을 구성하는 개연성과 변 화하고 논쟁이 가능한 역사적 규범이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이들 규범 은 우리의 언어적 실제나 다른 사회적 실제를 규제하고 상대적으로 역사 화되었지만 일종의 본성으로서 기여하게 된다.55) 프래그머티즘이 해체 론과 다른 또 하나의 측면은 이론과 실천의 관계를 보는 관점이다. 프래 그머티즘에서 이론은 실천적인 변화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면서 실천과 보다 밀접하게 호흡하고 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비평과 제안을 실행한다 는 점에서 비토대론적이지만 후기구조주의와 같은 극단적인 비토대주의 이론과는 다르다.56) 프래그머티즘에서의 이론은, 토대론에서처럼 불변의 필연적인 원리들을 드러내거나 자명한 최종적 정당화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상황들 속에서 하나의 우연의 산물로서 실천에 대해 비판적 반성으로서의 역할을 지속하는 것이 된다.57)

요컨대 프래그머티즘은 사유와 사유 대상의 가변성, 맥락적 측면, 사회 역사적인 실천적 구성을 강조하면서 토대론적이고 비역사적인 본질에 반 대하는 비토대론적 성격을 띠고 있다. 프래그머티즘은 최근 분석 철학의 자기 비판 및 새로운 흐름, 또한 유럽 대륙 이론들의 호소력에 반응하면 서 전통적인 분석 미학과 대륙 미학의 중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58) 마골리스의 상대주의적 해석 이론은 영미권 전통에서 이러한 비토대론적

미와 의도의 상호관계에 관한 연구 - 실용주의를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2002, 1장, R. 슈스터만, 『프라그마티즘 미학』, 김진엽, 김광명 역, 북코리 아, 2009.

55) R. 슈스터만, 『프라그마티즘 미학』, pp.164~165.

56) 후기구조주의에서는 이론이 고정불변의 안정된 지식이 아니라 사회적 조건과 권력 에 따라 통용되는 상대적인 체계임을 강조하며, 후기구조주의에서의 담론은 세계와 대응하고자 하지 않고 세계와 상관없이 시공간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의미 작용 을 한다. 후기구조주의와 프래그머티즘 모두 비토대론적 입장이라는 점에서는 공통 적이지만, 후기구조주의에서는 실천을 인도하는 이론이 객관성과 합리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프래그머티즘보다 약하며 시공간의 변화에 따른 작용상의 가변성을 더 강조 하고 있다.

57) Ibid., p.121.

58) Ibid., p.18.

프래그머티즘의 성격을 보여주며, 유럽 철학의 관심과 통찰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제 해석의 문제와 관련된 의미론적 측면에서의 프래그머티 즘 해석 이론의 특징을 정리할 수 있다. 우선 프래그머티즘 해석 이론은 진리과 객관성의 문제에 있어서 대응 이론(correspondence theory)을 거부한다. 해석적 진술과 명제는 작품 속의 불변적인 사실과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해석적 의미를 작품에 귀속시킬 때 해석적 참과 같은 진 리, 객관성, 지식은 공동체 내에서 동의되는 관점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 각한다. 또한 작품의 정체성 문제에 있어서도 프래그머티스트들은 하나 의 독립된 대상으로서의 작품의 개념을 해석의 전제로 삼지 않는다. 프 래그머티스트들은 형이상학적으로 독립된 대상은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접근할 수 없는 것이며, 그것들이 존재한다는 주장은 의미가 없 다고 생각한다. 해석의 대상은 행위하는 인간의 사고의 대상이며, 이것 은 인간이 사용하는 개념의 견지에서 생각되지 않고는 그 대상이 있을 수 없다고 보기 떄문이다. 따라서 프래그머티스트들은 해석의 대상은 최 소한 부분적으로라도 해석 자체에 의해 구성된다고 본다.

이러한 프래그머티즘 해석 이론에 속하는 입장들로 스탠리 피쉬, 슈스 터만, 로티, 마골리스 등을 들 수 있다. 피쉬는 해석은 발화 의미를 이해 하는 것이며 해석적 의미의 참을 결정하는 근거는 해석적 공동체의 규범 과 관습, 개념적 틀, 가정의 집합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해석은 이 러한 것들에 따라서 참/거짓이 결정되고, 이러한 가정이나 관습, 개념적 틀의 권위는 해석적 공동체가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는지의 여부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서 문화 상대성을 인정한다. 로티는 보다 반본질주의적 인 관점에서 해석적 대상에 대한 탐구는 대상의 본성에 대한 무엇을 찾 는 것이 아니고, 의미는 해석자가 자신의 믿음과 욕망의 망 안에서 대상 에 부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믿음과 욕망은 상대적이고 가변 적이며, 이에 따라 해석적 의미 또한 변화하며 해석의 대상도 재구성될 수 있게 된다. 슈스터만 역시 작품이 고정되고 결정적이고 기술적 (descriptive)인 속성을 소유한다는 생각을 거부하고, 저자의 의도나 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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