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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개체와 지칭적 동일성의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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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마골리스의 이론에 대한 비판과 논쟁들

1. 속성의 변화와 작품 정체성의 문제

1.3. 구성주의에서의 속성 변화와 작품 정체성 문제

1.3.2. 작품 개체와 지칭적 동일성의 구조

길이의 직선, 곡선, 색깔과 같은 물리적 속성을 통해 구현되는 의미론적 인 속성은 부과에 의한 것이라고는 해도 작품 바깥에 있는 속성은 아니 다. 꽃병의 그림으로, 얼굴의 그림으로 작품을 보게 하는, 작품 안의 속 성이다.

이러한 속성은 실재론적 입장에 의거하여 작품의 안팎 어느 쪽에 있는 속성이라고 말할 수 없다. 따라서 스테커의 구성주의의 딜레마나 내적/

외적 속성을 구분하려는 물음 자체가 부적절한 것이며 이것은 구성주의 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관점인 실재론적인 입장이 반영된 물음으로서, 그 이면에 견고하고 독립된 해석 대상을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구성주의에 서는 해석이 해석의 대상을 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 제기 자체가 부적절한 것이 된다. 새로운 속성의 귀속에 따른 속성 변화를 설 명하는 측면에서 구성주의가 실재론적 입장보다 장점이 있다고 보는 것 은, 이러한 새롭게 부과되는 속성을 단지 작품의 밖으로부터 임의적으로 덧붙일 수도 있고 간단히 제거해 버릴 수도 있는 사소한 것으로 설명하 지 않는다는 점이다. 필자는 해석에서 진정으로 의미 있고 때로 작품 정 체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속성들의 변화 가능성을 허용하면서 이 속성들을 진지하게 취급한다는 점이 구성주의의 중요한 이론적 장점이라 고 여긴다. 이것은 해석 문제에 대해 속성실재론보다 더 나은 설명력을 보이는 부분이다. 따라서 필자는 스테커가 고정된 본질로 보는 견고한 속성과 변화가능한 사소한 속성을 구별하는 방법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며 구성주의는 그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고 본다.

제이다 .... 문화적 개체들은 지향적 속성들을 소유하면서 역사화되기 때 문에 나는 그것들을 이력들과 같은 것으로 본다. 문화적 개체는 비록 물 리적 대상들이 가진 경계를 결정짓는 본성(nature)들을 결여하고 있지 만, 그럼에도 객관적인 해석을 지지하기 위한 이력(career)상의 충분한 단일성을 가진다. 그러나 문화적 개체의 단일성은 그 자체가 다소 느슨 하고 변통적(ad hoc)이고 변덕스럽다. 그 개체는 예술작품이나 텍스트 자체가 가지는 해석의 역사에 의해 개정가능한 구성물이다”172)라는 마 골리스의 말을 참고하자.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마골리스가 작품의 개별화를 결정짓는 핵심 적인 것을 본성이 아니라 이력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마골리스에게 있어서 이력은 어느 시점까지 작품에 귀속된 본성들을 단순히 정리한 것 이 아니라 그 개별적인 특수자(particular) 안에 있으면서 그 특수자를 구성하는 것으로서 본성들을 정리해 주는 것이다.173) 본성과 이력은 계 속 변화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정리는 잠정적이지만, 대상은 계속 변화 하는(inconstant) 본성을 소유하면서도 단일한 이력을 구성할 수 있다.

즉 이를 통해 우리는 마골리스의 단일성은 본성이 아니라 이력에 핵심적 으로 의존하는 개념임을 알 수 있다. 마골리스에게서는 단일하게 지속되 는 이력 속에서 변화하는 본성들을 하나의 개체에 귀속시키고 그 이력으 로써 동일한 대상을 안정적으로 지칭하도록 하는 행위가 작품의 정체성 과 개별화 문제를 결정하며174), 이것은 라이프니츠적인 동일성 개념을

172)WWA, pp.89~90.

173)HTCW, p.137.

174)덧붙여 마골리스는 “문화적 개체들은 이력들을 가지며 오직 이력일 뿐이다. 이 대 상들은 본성을 결여하며 이력일 뿐인 본성들을 가진다”라고 말한다. (HTCW, p.142) 이 말은 일견 용어상의 문제로 인한 혼동을 초래할 수도 있지만, 역사 속 의 변화와 이력을 상대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본성(nature)'과 술어(predicate)는 실재론자들에게서 고정적이고 시간초월적인 차원에서 생각되는 것인데, 이러한 본성과 술어에 대응하는 것이 마골리스에게서는 이력인 셈이다. 마 골리스에게서는 우리가 사용하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개념들도 실제로 그런 것이 아니라 단지 담화의 목적상 객관적이고 불변의 것으로 여겨질 따름이기 때문에, 문 화적 개체의 본성과 이력은 결국 사회 구성원들에 의해 구성되는 것이다. 마골리스 는 “본성과 이력의 실재론은 우리의 삶의 형식(Lebensformen)의 합의적인 관행 과 합치하여서만 단언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HTCW, p.152)

대신하여 작품 정체성의 유지 문제를 충분히 감당하며 정체성 관련 비판 들을 불식시킬 수 있다고 필자는 본다.

일반적으로 미학적 논의에서 작품 정체성은 고정된 속성과 그것에 기반 한 견고한 개체로서의 식별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마골리 스의 이러한 입장은 다소 이론적으로 당황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마골리스는 작품 정체성은 근본적으로 지칭의 문제라고 보기 때문에 견 고한 개체의 모델을 양보하는 것을 큰 문제로 보지 않는다.175) 실제로 뒤러의 판화 작품이나 시와 같은 문학 작품은 고정된 개체가 없어도 우 리가 작품 정체성을 확인하는 데 문제가 없다. 수많은 판화의 예시와 문 학 작품의 판본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텍스트들의 존재는 작품의 지칭적 동일성을 중요하게 담보할 수 있다. 다만 유념할 것은 마골리스 는 텍스트 자체만으로는 작품 단일성을 온전히 담보할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I장에서 작품과 텍스트의 개념을 정리하면서 확인하였 듯이, 우리는 시와 같은 문학 작품을 수적으로 구별되는 개체로 간주할 때, 통상적으로 몇 줄의 문장을 포함하는 구성적 구조를 우선 떠올리지 만 그 자체와 작품을 동일시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언어적인 구조와 함 께 지향적 속성들이 작품의 정체성 문제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일성의 개념은 우리가 해석 행위를 통해서 귀속시키는 지향적 속성이 전제될 때 작품 정체성 문제에 있어서 동일성 옹호자들의 공격에 맞설 수 있다.

마골리스의 이러한 설명만으로 불만족스럽다면 지칭적 동일성의 문제와 속성 집합의 구조를 보다 명쾌하게 설명하기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라마르크의 설명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해석에 의해 구성된 대상’과 ‘작품’을 편의상 개념적으로 구별하는 것인데, 라마르크는 해석적 의미 귀속에 의해 구성된 대상 즉 ‘해석-대상’과 속성의 변화

175)WWA, p.95. “엄격하게 고정된 단일한 개체가 있을 필요가 없다...또한 식별할 수 있는 해석적으로 고정된 무엇도 있을 수 없다. 우리가 고정된 지시체로 생각하는 것은 해석의 과정에서 전제되고, 개정되고, 견고하게 자리잡힌 것이다.” 마골리스 의 이 말은 라이프니츠적 실체적 동일성을 사실상 포기하지만, 그것이 작품의 정체 성 확인에 있어서는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를 겪으면서도 한 작품으로 일컬어지는 통상적인 의미의 ‘작품’을 구 별한다.176) 라마르크가 말하는 해석-대상은 존재론적인 차원에서 하나 의 해석이 작품에 귀속시키는 속성의 집합을 본질적으로 가지는 개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예컨대 ‘p임’이라는 속성과 ‘p가 아 님’이라는 속성을 각각 귀속시키는 해석들이 구성한 해석-대상들은 서 로 다른 것이다. 그러나 그 속성의 차이를 제외하고 다른 충분히 수많은 공통된 속성들을 가지는 두 해석-대상은 해석 공동체 안에서 단일한 작 품으로 지칭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해석-대상은 비록 해석에 의해 산출된 것으로 각 해석에 한정 되기는 하지만 고정된 속성 집합을 가진다. 작품은 다수의 해석이 제시 될 때 그 해석의 경우에 해당하는 서로 매우 비슷한 속성 집합을 가진 동수만큼의 해석-대상을 가지게 된다. 실재론자와 온건한 구성주의자들 의 차이는 서로 ‘작품’으로 일컫는 대상이 다르다는 것이다. 실재론자 들은 작품을 고정불변의 속성 집합을 가진 해석-대상과 같은 것으로 생 각하지만, 구성주의자들은 이러한 해석-대상의 집합을 묶어줄 수 있는 다른 층위의 개체로 상정하고 지칭하게 된다. 이 때 작품은 다수의 유사 한 해석-대상들 사이에서 매개적으로 규정되는 개념이 된다. 마골리스 를 비롯한 구성주의자들이 예술작품의 존재론적 모델에 대해 말할 때 이 러한 해석-대상과 작품의 개념을 분명하게 구별하여 말하지 않고 혼용 하고 있다는 점이 비판을 받게 되는 부분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해석 대 상과 작품의 구별은 작품의 지칭적 동일성의 구조를 좀더 분명하게 설명 할 수 있고, 동일성과 단일성이 적용되는 대상도 분명하게 해 준다. 해

176) P. Lamarque, "Objects of interpretation." p.111. 앞 장에서 작품과 텍스트의 개념을 말하면서 작품의 텍스트 자체를 동일시하는 굿먼식의 관점과 작품과 해석 을 동일시하는 관점을 구별했다. 라마르크의 이 관점은 후자의 입장을 구조적으로 드러내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개별 해석에 따라 작품을 엄격하게 개별 화하면 급진적인 구성주의의 입장이 되어 반직관적인 결론이 초래되기에, 각 해석 이 투사하는 작품, 즉 해석-대상은 라이프니츠적 동일성의 측면에서 서로 미묘하 게 구별되는 다수가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미묘한 차이가 완전히 새로운 작 품을 낳게 되지는 않으므로 이러한 해석-대상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상위의 단일한 작품 개념이 필요하다. 이 해석-대상들과 작품의 관계 및 전체적인 작품 정체성의 확인의 설명에 적합한 것이 지칭적 단일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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