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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질적인 모(母)문화의 긴장 속에 위치하기

문서에서 비영리 - S-Space - 서울대학교 (페이지 66-74)

‘교육 활동의 긴장’이 어떤 분야에서 자신과 수준이 다른 타자와 소통 을 시도할 때 발생되는 긴장을 말한다면(김한미, 2012), 교실에서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구성원들 간의 소통에서는 일종의 ‘문화적 긴 장’ 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 공통적으로 목표하는 문화를 ‘학습’하는 상황에서는 다양한 문화 간 접촉이 있다 하더라도 일상생활세계에서 발견 할 수 있는 심각한 갈등이나 대립 상태까지 발현되지 않는다. 목표문화에 진입하여 살아가고자 하는 학습자들에게 한국어 교실에서의 학습은 생존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양한 모(母)문화 맥락을 가진 학습자들 이 공존하는 교실에서는 필연적으로 문화의 ‘다름’으로 인한 현상들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교사들은 이러한 긴장 상태에서 일종의 곤란함을 겪 기도 하고, 이에 대처해나가며 경험을 쌓아가기도 하였다.

‘모문화의 다름으로 인한 학습자 간의 긴장’은 주로 동일한 문화적 배 경을 가진 학습자들끼리 ‘무리지어’ 있는 상황에서 발생하였다. 한국어 교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은 같은 모문화를 가진 학습자들끼리 모여 있는 경우이다. 학습자들은 수업 중이나 쉬는 시간에 주로 모국어로 소통 을 한다. 한 교실 내에서 학습자들의 국적별 분포는 유동적인데, 특히 국 적이 편중되는 경우에는 비교적 같은 국적의 학습자가 없는 소수의 학습자 들이 “소외” 혹은 “무시당하는” 상황이 발생되었다.

학습자들의 국적 비중은 문화적 긴장이 형성되는 ‘배경’으로 작용하기 도 하였다. 이수빈은 학습자들이 수업시간에 모국어로 “갑자기” 이야기 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였다. 이들의 대화를 알아들을 수 없는 소수의 학

습자들이 자연스럽게 “소외”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이수빈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학습자들의 대화를 그때마다 “제재” 할 수는 없다고 언급하 였다.

문화적인 면에서도 막 자기네 나라의 말을 갑자기 수업시간에 막 중국어 로 이야기하거나 막 러시아어로 이야기할 때가 있어요. 그거를 제재를 할 수가 없는 거에요. 근데 이제 그 와중에 캄보디아분, 태국분, 한분씩 있으 신 분은 조금 외롭죠. 소외를 느끼시죠. 아무래도. (이수빈, 04)

동일한 모문화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문화권의 학습자들끼리 무리가 형성 되는 경우도 있었다. 김진선이 가르쳤던 반은 한 명의 중국인 학습자와 그 외 대부분은 동남아 지역에서 온 학습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김진선은 동남아 지역의 학습자들이 “자기네들끼리” 이야기하는 등 중국인 학습자 를 “따돌리는 듯한” 모습을 보면서, “이러면 안되는데... 이게 뭐지”와 같이 당혹스러움을 느꼈던 경험이 있었다. 김진선은 동남아 지역의 학습자 들이 언어가 비슷하지는 않지만, “정서적”으로 중국과 다르기 때문에 이 런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다고 생각하였다.

중국 친구가 한명 밖에 없었어요. 그니까 나머지 친구들은 뭐 캄보디아도 있고, 캄보디아에서도 그 요즘에 결혼... 캄보디아에서도 많이 오시더라구 요. 그리고 한분은 방글라데시인가 보통 여기 동남아 지역 친구들이 나머 지는 대부분이었어요. 그랬더니 이 나머지 친구들이 또 중국 친구를 약간 이제 좀 뭐라고 해야 하나... 따돌리는 듯한? 자기네들끼리 막 얘기하고.

그리고 동남아지역의 친구들은 언어가 비슷하지는 않지만요 정서적으로 중국이랑 또 틀려요. 굉장히 틀려요. 그래서 걔네들은 또 걔네들끼리 금방 어울리더라구요. …(중략)… 이제 제가 발음을 가르쳐주고, 이제 다 해보라 고 시켜요. 시키면 발음이 안되면... 제가 계속 얘기하고 따라하라고 얘기 하면 약간 이제 그 동남아 지역 친구들이 약간 무시하는 듯 비슷하게...

중국친구가 하면은 발음 정확하지가 않아요.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요. 그런데 다른 지역 친구도 마찬가지인데... ’그게 아니고 이거잖아‘ 이 러면서 자기네들이 막 해요. 근데 그 발음도 틀렸어요. 그리고는 자기네들 끼리 막 웃는 거에요. 그런 식으로. 그래서 ’이게 왜 이러면 안되는데...

이게 뭐지‘ 그니까 약간 지역적으로 많이 편중되게 학생들이 모집이 되거 나 클래스가 형성이 되면 그런 부분들이 알게 모르게 있더라구요. (김진 선, 07)

권희경은 학습자들이 각자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가지고 교실에 진입 한다고 느꼈다. 학습자들 사이의 교류가 일정 시간이 흐르면 진전이 있지 만, 눈에 보이는 벽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하였다. 권희경은 학습자들이 쉬는 시간이나 모르는 것이 있을 때에도 서로 소통을 잘 하지 못하는 모습 을 보았다. 이에 대해 권희경은 “문화가 너무 다르다”고 표현하였다. 의 사소통 교류의 정체 상황에서 권희경은 센터장님과 함께 같은 국적끼리 반 을 편성해야 하나 생각해보는 등 모문화가 다른 학습자들이 잘 어울리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다국적이 있다 보니까 많이 어색하죠. 서로 간에. 한국어를 배우러 왔지만 거기에 무수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것처럼 느껴요. 벌써 이쪽은 고려 인들이 앉아있으면 이쪽은 난민들이 앉아있는데. 그것도 서로 수업할 때, 이렇게 전달하라는 수업하잖아요. 그렇게 할 때 처음에는 조금 이렇게 말 을 안해요. 같이 안어울려요. 안친해서. 어색해서 둘 다. 만약에 베트남 사 람끼리면 뭐 자기네들이 말도 섞고 금방 그럴 텐데 언니 동생 하듯이 하 는 것 같은데... 좀 그렇지 않더라구요. 그 사람들은 문화가 너무 다르다 보니까 그런지. 그런 점에서 거리감이 느껴져요. 그러고 이제 수업 이외에 도 뭐 브레이크 하잖아요. 커피 브레이크 할 때도 같이 안 어울려요. 같은 반인데 잘 못 어울리고 자기네들끼리 어울리고. 그런 게 조금 시기가 지나 면, 제가 그 반을 맡은 지가 1년 째인데 진전은 있어요. 그래도 근데 이제 그게 눈에 보여요. 서로 말 안 섞는다는 거. 쉬는 시간에. 근데 이제 뭐 수업한 내용도 글씨 같은 거. 발음 같은 거 물어보는데, 잘 안 물어보죠.

그래서 같은 국적만 해야 되는 건가... (권희경, 04-05)

모문화가 같은 학습자들끼리의 ‘무리지음’은 교사들이 학습자들을 국 적별로 ‘전형화’하는데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다. 교사들은 특정 행동이나 성향이 학습자 개인의 고유한 것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지만, 교육 경험을 쌓으면서 축적된 학습자들의 특성을 국적별로 ‘전형화’하기도 하였다.

이혜란은 베트남 학습자들의 경우 수업시간에 떠드는 일이 많음을 언급 하며, 학습자들의 성향을 주로 국가별로 이야기하였다. 남경선은 러시아 학습자들의 “성향 자체”가 일단 잘 웃지 않는다고 느꼈다. 또한 러시아 학습자들이 많은 경우 분위기가 좋지 않았고, 스스로 “긴장”하게 된다고 생각하였다. 남경선이 언급한 “성향 자체”란 교사의 경험적 축적에 따라 스스로 상정하게 된 학습자들의 문화적 특성을 지칭한다.

교실 내에서 학생의 성향의 문제도 있지만, 학생들 본인들 사이에서는 좀 그런 게 있어요. 주로 인천 지역이 중국하고 베트남, 필리핀 분들이 가장 많아요. 그러다 보니까 이제 인원수로 따지면 중국과 베트남이 거의 이제 많은데 서로 이제 약간의 알력이라고 하려나요... 약간의 그런 것도 좀 있 구요. 또 베트남 학생들의 경우 자기들끼리 수업시간에 떠드는 일이 많아 요. 자기 모국어로. (이혜란, 03-04)

성향 자체가 일단 안 웃으니까.. 사람들이 좀.. 처음부터 무서워한다고 해 야 할까. 러시아 사람들이 많으면 좀 긴장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 딸 이 지금 러시아어 전공이라서. 러시아어 강의를 하거든요. 근데 이제 그런 얘기를 하더라구요. 러시아 사람들이 좀 그렇다. 그게 저만 느낀 건 아니었 나봐요. …(중략)… 그 때 러시아 분만 4~5명 있었어요. 딱 그분들끼리만 돌아다니고 그랬었어요. 그때가 그냥 분위기가 안좋았어요. (남경선, 12-13)

남경선은 한 국적의 학습자들이 편중되어 있는 반편성에 대해 ‘부정 적’으로 생각하였다. 여러 국적의 학습자가 섞여있는 상황에서는 학습자 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으며, 이 때문에 학습이 촉진될 수 있다 고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무조건 “배타적인” 관계의 나라가 공존해있 을 때 분위기가 좋아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였다. 이처럼 동일한 모문화를 가진 학습자들의 ‘무리지음’은 다른 모문화를 기반으로 두고 있는 학습 자들과의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데 장애요소가 되었다.

국적이 다양할 때, 너무 사람들이 한 나라만 많이 있으면 좀 부정적인 것

같아요. 자기네들끼리 모여서 말하고 그런 게 있거든요. 그니까 뭐 다양하 면은, 소수가 많이 섞여 있는 게 가장 긍정적인 것 같은 게 아무래도 한국 어로 얘기를 해야 해요. 그니까 그렇게 하면 언어가 빨리 느는 것 같아 서... 그게 좋구요. 그 다음에 이제 부정적이라고 그러면 무조건 배타적인 나라가 있으면 조금 분위기가 안좋아지는 것 같긴 해요. 특히 그런 나라들 이 많이 있을 때. (남경선, 12)

이처럼 문화권별로 편중되게 반이 형성되어 ‘학습자 간 긴장’이 발생 할 때, 교사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한국어 교실의 반편성은 주로 언어 능 력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학습자들의 국적별 비중은 예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양한 문화 정체성의 공존으로 인한 긴장 상태는 학습자들 간 서로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때에도 나타났다. 한국이라는 동일한 모문화를 가지고 있는 학습자들과 달리 서로 다른 모문화 맥락을 갖고 있는 학습자 들은 역사적으로 충돌이 있었거나, 모문화의 맥락에 비추어 이해할 수 없 는 부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수빈은 특정 어휘를 설명할 때 “조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언어는 누적된 문화의 소산이기 때문에 교사들은 필연적으로 ‘언어에 담 겨있는 문화적,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언어’

란 단순한 기호 체계가 아니라 사회적, 역사적 의미를 품고 있는 상징적인 체계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수빈은 언어에 “문화적인 면이 빠질 수가 없다”고 언급하며, 역사적 갈등 관계에 있었던 국적의 학습자들을 함께 대할 때에는 한층 조심스러워진다고 하였다.

일본분이 이제 오신거에요. 처음 한분. 그래서 그게 이제 지지지난주였나.

중국분들이랑 이렇게 얘기하다가, 중국이 거의 다수에요. 그런데 갑자기 2~3주 전에 자기는 일본 좀 싫다고 근데 다행히 일본 어머님이 안 오셨던 때였어요. 그래서 만약에 그 분이 그 얘기를 들었으면, 조금 위험하지도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조심히 해야겠다. 왜냐 면 이게 언어가 문화적인 면이 빠질 수가 없잖아요. 역사적인 것도. 이거 는 옛날에 이렇게 해서 이렇게 사용이 된 거에요. 라고 설명을 하다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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