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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르고 정확한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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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예비적 고찰

1. 예비적 정리와 해석의 문제들

1.4. 해석의 종류와 목적

1.4.1. 올바르고 정확한 해석

우선 정확하고 올바른 해석은 일차적으로 작품의 의미를 밝히는 해석이

며 표준이 되는 해석이다. 올바른 해석은 해석 대상에 대한 참인 진술이 며, 해석의 이상을 정확한 의미 규명에 둘 때 우선적으로 추구된다. 이 때 관련되는 통상적인 이론적 문제들이 있는데, 편의상 앞에서 구분하였 던 세 종류의 해석을 기준으로 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a) 적절한 최상의 해석은 정확하고 올바른 의미를 규명하는 해석이며 작품에 대해 참인 해석이다. b)의 부차적 해석은 해당 작품의 해석으로 인정되면서 거짓은 아니지만 정확하고 표준적인 의미는 아닌 해석이다.

c)의 해당 작품의 해석이 아닌 해석은, 설사 새롭고 창조적인 해석이라 고 할지라도 해당 작품에 귀속시킬 수 없거나 참이 아닌 해석들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작품에 대해서 a), b), c)의 성격을 가진 해석적 진술 들이 모두 제시되는 것이 가능하다.

이 경우 해석에 관한 이론적 문제에서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것은 a), b)의 해석과 관련된 문제이다. a)의 경우 가장 먼저 제기될 수 있는 문 제는 올바르고 정확한 참인 해석은 하나로 수렴될 수 있는가 혹은 다수 가 있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작품에 대해 제시되는 다양한 해석들 가운데서도 동등하게 정확하고 타당한 다수의 해석이 있을 경우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올바른 해석은 오직 하나만 있으며 다수의 동등한 해석 들이 결국 하나의 종합적인 해석으로 수렴될 수 있다고 본다면 해석적 일원론, 다수의 동등한 해석을 모두 인정하면서 그 어느 것에도 우선성 을 두지 않는다면 해석적 다원론의 입장이 된다.

여기에서 다수의 해석을 인정할 때 특히 문제가 되는 경우는 논리적으 로 양립불가능하면서 각기 타당한 해석들이다. 이 때 양립불가능한 해석 들 중 하나만을 올바르고 적절한 표준적인 해석으로 지지하고자 한다면, 해석적 기준의 문제가 제기된다. 해석적 기준은 어떤 해석을 참으로 다 른 해석을 거짓으로 혹은 어떤 해석을 표준적인 해석으로 다른 것을 부 차적인 해석으로 구별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예컨대 <나사의 회전>에 서 등장 인물이 실제로 유령을 보았다는 해석과, 유령을 보았다는 환영 에 사로잡힌 것이라는 해석 혹은 실제로 유령을 보았거나 유령의 환영을 보았다는 두 해석이 모두 가능하도록 의미가 열려있다는 해석, 이 세 가

지 해석은 서로 상충된다. 셋 중 어느 것이 참인 해석인지는 해석 기준 에 따라 달라지고, 해석의 목적과 미적인 가치를 고려하여 그 외의 해석 들을 부차적인 해석으로 인정할 수 있다. 이 때 어떤 기준을 우선시할지 가 논쟁거리이다.

한편 양립불가한 두 해석을 모두 타당한 표준적인 해석으로 인정하고자 할 때, 참/거짓의 이치논리로는 모두 참이 될 수 없기에 논리적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에 대한 적절한 이론적 설명이 요청되고 해석의 진리 값 문제를 둘러싼 논쟁들이 관련된다. 반면 하나를 부차적인 해석으로 볼 때는, 부차적인 해석에 대한 진리값 및 표준적 해석과의 모순된 관계 를 적절히 설정해주어야 하는 이론적 과제를 안게 된다. 예컨대 레오나 르도의 회화 <성 안나와 성모자>에 대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적 해석 의 경우를 들어본다면, 프로이트는 그림 속의 성모 마리아와 성 안나의 특이한 자세 및 배치와 성모 마리아의 겉옷에서 보이는 독수리의 형상, 레오나르도의 수기 등을 참조하여 이 회화는 레오나르도의 두 어머니에 대한 애정과 그의 동성애적 성향, 예술가로서의 자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고 해석했다. 이러한 해석은 이 그림에 대한 표준적인 해석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 작품이 제단화의 틀을 취하고 있고 성모자라는 흔한 성서적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아기 예수와 어린 양의 상징, 성모의 자세 등을 고려할 때 이 작품은 종교화이고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아기 예수의 의지와 아들을 걱정하는 자애로운 성모의 마음을 드러낸다고 보는 해석 이 통상적으로 표준적인 해석이 될 것이다. 프로이트의 해석은 이 표준 적인 해석과 논리적인 모순 관계에 있지 않으며 양립가능하고 작품의 의 미를 보다 풍부하게 해 주지만 표준적인 해석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해석은 아니라는 점에서 b)의 부차적인 해석의 전형적인 예가 될 수 있 다. 그렇다면 이러한 해석의 경우 참/거짓의 문제가 어떻게 되는지, 그 결정 기준은 무엇인지 혹은 참/거짓 외의 적절한 설명이 있는지의 문제 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프로이트의 해석은 작품의 텍스트와의 대 응, 작가에 대한 간접적이고 광범위한 증거들에 비추어 볼 때, 해당 작 품의 해석으로 성립되므로 c)의 해석은 아니다. 이 때 해석에 동원된 문

화적 상징의 적절성이나 작품의 전체적인 주제에 비추어 표준적인 해석 은 아니지만 거짓인 해석도 아니므로 참인 해석 대신 “그럴듯한 해석”

이나 “일리있는 해석”이 될 수도 있다.

요컨대 위와 같은 예들은 해석적 진술의 참을 판정하기 어려운 경우들 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참/거짓을 벗어나는 해석들의 지위에 관한 문 제를 제기한다.

해석적 진술의 참/거짓을 결정하는 문제는 해석적 대상의 정체성 문제 와도 관련된다. 참인 진술은 본질적인 속성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해석이 이루어지는 층위, 해석의 구조, 작품과 텍스트의 구별 문제 와 관련된다. 예컨대 루빈의 꽃병/얼굴 그림처럼 해석에 따라 전혀 다르 게 이해되는 작품의 경우, 꽃병의 형상으로도 얼굴의 형상으로도 볼 수 있는 흑백의 형태라는 동일한 텍스트를 혹자는 꽃병 그림으로 혹자는 얼

그림으로, 혹자는 꽃병/얼굴로 양의적으로 해석 가능한 그림으로 보았다 고 가정하자. 이 때 작품은 이 텍스트와 동일한가, 세 해석자는 각기 다 작품을 산출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것은 해 석이 작품의 어느 층위에 개입하여 어떻게 작용하며, 작품의 안에 있는 속성과 바깥에 있는 요소는 어떻게 구별되는가라는 문제 및 이러한 경우 를 잘 설명하는 논리적 모델은 어떠한 것인가의 문제 또한 제기한다.

어떤 해석이 해당 작품에 대한 해석인가 혹은 새로운 대상을 창조하는 가의 문제는 b)의 부차적 해석과 c)의 해당 작품의 해석이 아닌 것을 나누는 기준의 문제이기도 하다. 해석이 해석 대상의 위상과 밀접한 관 계가 있다고 할 때 해석이 가리키는 대상이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해당 작품에서 심하게 이탈할 때는 해당 대상에 대한 적절한 해석으로서의 자 격을 잃어버리거나 다른 해석적 대상을 창조하게 될 것이지만, 여기서 주목할 것은 그 경계 역시 애매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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