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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성 변화와 작품 개체성 유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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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마골리스의 이론에 대한 비판과 논쟁들

1. 속성의 변화와 작품 정체성의 문제

1.2. 제한적 다원론과의 논쟁 및 가변적 속성의 문제

1.2.1. 속성 변화와 작품 개체성 유지 문제

먼저 허쉬에 대한 마골리스의 비판을 살펴보겠다. 의도주의자 허쉬는 의도로써 의미의 기준을 하나로 확립하려는 일원론자인데, 앞 절이 아닌 여기서 다루는 것은 마골리스의 허쉬 비판을 통해 일원론적인 허쉬의 주 장에서도 속성의 변화와 그것에 따른 정체성의 문제가 야기된다는 점을 보이고자 하는 것이다. 우선 주목할 것은 허쉬가 ‘의미(meaning)’ 외 에 맥락적인 요소를 고려하여 ‘의의(significance)’를 구별함으로 써151) 다양한 해석적 의미를 수용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문학 적 텍스트가 가지는 원래의 “언어적 의미”와 어떤 외적이거나 특수한 관점에 따라 상대적인 이차적 “의의” 간의 구별이다.”152) 이것은 일견 비어즐리가 해석과 부과를 구별하여 표준적 해석 이외의 다양한 해 석적 시도들을 이론 안에서 설명하려 한 것과 유사해 보인다. 마골리스 는 허쉬의 토대론적 입장에 반대하지만, 허쉬가 문화적 변화에 따른 새 로운 해석적 의의를 인정한다는 것이 전형적인 해석적 일원론과 속성실 재론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한 점에서 허쉬는 속성의 불

151) E. D. Hirsch. Jr., "In Defense of the Author", Intention and Interpretation, G.

Iseminger ed., Temple University Press, 1992, pp.17~18.

152) E. D. Hirsch, Jr., Validity in Interpretation,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1967, p.216 WWA, p.75 재인용.

변성과 작품의 견고한 정체성을 엄격하게 주장하는 비어즐리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우선 허쉬는 작품 속의 고정된 속성 대신 작품의 외연적인 기호들을 해석하는 행위자와 과정에 주목한다고 하면서 마골리스는 다음 과 같이 말한다. “허쉬의 관점에서는 문학 작품들은 일련의 단어들 (혹 은 “기호들”)을 읽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상상적으로 “구성된다”는 것을 언급할 가치가 있다.”153)

마골리스의 이러한 지적이 주목할 만한 것은, 허쉬의 입장은 새로운 의미의 수용가능성을 보여주면서 결과적으로 작품의 개체성을 약화시키 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라 마르세예즈>가 프랑스인들 사이에서는 2차 대전 중의 파리를 나치에게 점령당했다는 국가적 수치를 나타내는 상징적 의의를 획득하게 되었다는 것은, 해석의 배경을 반영하여 새로운 의의를 만들어내는 예가 된다. 마골리스는 이러한 허쉬의 주장은 결국 비어즐리가 고수하고자 하는 독립의 원칙을 위배한다고 지적한다. 허쉬 가 작품을 구성하는 언어적 기호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의 미를 재구성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은, 발화, 해석의 기능을 주목함으로 써 엄격하고 견고한 개체성, 작품 테두리에 대한 규정에서 다소 벗어나 도록 한다는 것이다. 물론 허쉬는 의도를 의미 결정의 근거로 하여 결국 해석을 통해 재구성된 작품 개체의 고정성을 지키려는 것이지만, 마골리 스는 허쉬의 이론에서 의도가 가지는 지향성을 부각시킨다. “의도적이 거나 지향적인 것은 물리적인 것으로 성공적으로 환원할 수 없다. 예술 과 언어는 그 자체가 명백히 인간의 자아들에 의해 “발화”된다”154) 고 하면서 마골리스는 의도와 관련된 측면은 물리적으로 고정적인 속성 으로 환원되지 않는 지향적인 것임을 지적한다.

따라서 작품은 더 이상 물리적으로 고정된 속성 집합으로서의 개체가 아니라 마치 발화와 같이 해석가능하고 소통적인 것이 된다. “허쉬는 처음부터 문학 작품이 독립된 개체라는 생각을 해체함으로써 환원적인 모델을 피했다. 허쉬는 자연 과학에서의 엄정함과 같은 일종의 객관성 (사실 객관주의)을 회복시키고자 한다. 허쉬는 해석학자들처럼 역사적

153) WWA, p.76.

154) WWA, p.76

문화의 객관적 장르를 상기시킴으로써 저자의 의도를 회복시키는 데 충 분한 자원들을 주장한다. 그래서 허쉬는 개체의` 분석으로부터 언어적 기호의 개연적인 의미들로 이행한다. 허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하 는데, 의미의 가정된 “개연성”이 어떤 관념적으로 고정되거나 독립된 의미들로 수렴되는 것이 보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의미들은 영원히 역사 의 흐름에 붙잡혀 끌려 다니고 허쉬가 상기시키는 장르들은 발명과 개정 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되는 구성물들일 수밖에 없다”155)는 마골리스의 말은 그러한 요점을 압축해서 드러내고 있다.

이것을 달리 말하면, 허쉬의 이론은 언어의 화용론적 성격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지칭과 술어의 귀속에 있어서 비어즐리만큼 견고한 개체로 서의 작품 모델을 고수할 수 없으며, 문학적 장르와 같은 것도 상대적으 로 불변적으로 취급될 뿐인 것이기에 결국 지향적 속성의 변화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선 마골리스가 이러한 방식으로 허쉬의 일원 론 이면에 있는 또다른 가능성을 지적하는 것은, 비어즐리가 해석 외의 부과를 설명한 것보다 더 구체적으로 다양한 의미의 획득 과정을 설명하 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필자는 허쉬의 주장에 대한 이러한 마 골리스의 지적이, 일원론인 비어즐리와 허쉬의 이론 모두 각자의 방식으 로 다양한 해석을 포용하며 비수렴적인 해석들에 대한 이중적인 관용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본다. 비어즐리의 부과나 허쉬의 의의는 올바르게 확립된 해석, 의미와 양립불가할 수도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자 하는 것이고 마골리스는 이를 통해 이것이 비수렴적 해석을 선호하는 관 행이 자기모순적인 것으로 생각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자신 의 다원론을 방어하고 있다. 또한, 허쉬가 작품을 발화나 의사 소통의 기호로 보면서, 해석적 환경의 변화에 따른 다양한 해석들을 의의로서 포괄한다는 것은 견고한 작품 개체성을 우선시하지 않는 것이라는 마골 리스의 지적은 타당하다. 즉 다양한 지향적, 문화적 속성을 인정하면서 일원론, 개체성을 견고하게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 따라서 속성실 재론과 일원론이 다양한 해석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고 하면 할수록 이

155) WWA, p.80.

론적인 견고한 틀은 유지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 또한 중 요하다. 필자는 작품 정체성과 관련된 비판에 대한 첫 번째 방어로서 일 원론자 허쉬에 대한 마골리스의 공격을 검토하였는데, 이것은 첫 번째 비판에 대한 마골리스 본인의 직접적인 답변이기도 할뿐 아니라, 속성 변화와 작품 정체 문제에 대한 반대 이론들의 난점 또한 보여주는 것으 로서 일차적으로 적절한 반론을 제공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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