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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상대성과 양립불가능성의 해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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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마골리스의 이론에 대한 비판과 논쟁들

2. 상대주의와 다치 논리의 문제

2.1. 해석의 문화적 상대성

2.1.1. 문화적 상대성과 양립불가능성의 해소 문제

마골리스의 강건한 상대주의에 대해 일차적으로 제기되는 비판은, 마골 리스가 주장하는 양립불가능한 해석의 문제는 실제로는 양립불가능한 것 이 아니라 해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비어즐리는 상대주의 자체에 대해 다음과 같은 논박을 펼친다. 상대주의는 결국 어떤 측면에 관한 상대주 의의기 때문에 비어즐리는 그것을 술어의 다항성(polyadicity)을 고려하 면 해결된다는 것이다. 어떤 술어가 n항 차원에서 양립불가하게 된다면 또 하나의 변항 (n+1)항을 도입하여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그것 이다. 예컨대 문장 (1) 헨리는 배가 고프다 와 (2) 헨리는 배가 고프지 않다가 있을 때 이 두 문장은 모순임에도 불구하고 둘 다 참이 될 수 있 다. 바로 ‘t라는 시간에’라는 변항을 도입해서 1항으로 보이는 술어를 다음과 같은 2항 술어로 만든다면, (1)과 (2)는 모순을 피하면서 모두 참이 될 수 있다. (3) 헨리는 오전 11시에 배가 고프다와 (4) 헨리는 오후 1시에 배가 고프지 않다는 양립가능하며 모두 참이 될 수 있다. 즉 어떤 대상에 대한 술어 P를 n항 술어로 보는가, (n+1)항 술어로 보는 가에 따라서 입장 차이들이 있을 때, n항 술어일 때는 참/거짓이 결정되 지 않아서 진리값이 보존되지 않는다면 (n+1)항 술어로 보아서 그 모 순을 해결할 수 있고, (n+1)항 술어의 적용이 타당한가 하는 것은 일반 적인 경험에 의거하여 판정된다.184) 위의 예의 경우 사람은 시간이 지

184) Beardsley, Monroe C. "The Refutation of Relativism." JAAC 41:3, 1983,

남에 따라 배가 고파지고 식사에 의해 그 배고픔이 해결된다는 일반적인 상식 때문에 술어를 (n+1)항으로 보는 것은 정당화되고 모순의 문제는 해결된다.

이것을 미적 판단의 문제에 적용하면서 비어즐리는 (n+1)번째 변수의 범위에 사람 개인들 혹은 사람들의 그룹들을 포괄시키는 이들을 상대주 의자로 규정하고185), 특히 후자 즉 사회나 집단에 따라 미적 판단이 달 라지는 경우에 주목한다. ‘작품 x는 좋은 y이다’186)에 대한 판단이 상충될 경우 변항 z를 추가하여 ‘작품 x는 z의 관점에서 좋은 y이다’

로 말할 수 있는데 상대주의자들의 경우는 z를 특정 사회나 집단으로 본 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대주의자들은 어떤 대상은 한 사회에서는 미적 가치를 지니고 다른 사회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허용하는데, 비어즐 리는 이것을 잘못이라고 본다. 폴록의 <가을의 리듬>이 예술적으로 좋다 /좋지 않다의 판단은 1950년대 이전과 1960년대 이후 혹은 서양권이나 구소련, 반투 족 등을 변항 z로 하여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하거나, 셰익 스피어의 <햄릿>은 힌두어만을 이해하는 사람은 그것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므로 예술적으로 좋은 작품이 되지 못한다거나 하게 되는 상대주의 자들의 입장에 반대하면서, 비어즐리는 적격성(eligibility)과 유효성 (availability)을 구별함으로써 반박하고자 한다. 비어즐리는 ‘예술적으 로 좋음’과 같은 성질은 적격성의 형태로, 그것을 이용하고 선택하고

p.265.

185) Ibid., p.266.

186) 비어즐리는 이 논변의 예시로 ‘예술적으로 좋다(artistically good)’이란 술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해석이라기보다는 명백히 가치 판단적인 술어로, 여기에 서의 비어즐리의 논의는 미적 가치 판단의 상대성 측면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 러나 가치 판단 명제의 모순과 양립불가능성, 술어항의 구조가 해석의 경우와 다르 지 않고, 또한 비어즐리는 이러한 가치 판단을 내리는 근거와 관련하여 특정한 종 류의 만족을 제공하는 대상의 “능력(capacity)”을 언급하고 대상 속에 있는 것 은 특정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유효성(availability)을 가지는지 여부를 떠나 불변하 는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비어즐리의 이 논변은 해석적 의미를 속성과 결부 시켜 설명하는 논의의 맥락에서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즉, 가치 판단의 상대성 에 관한 비어즐리와 마골리스의 논의를 해석의 문제로 가져와도 무방할 것이다. 핵 심적인 것은 가치 판단이든 해석이든 그 명제가 이치 논리의 범주에 해당하는 것 이 되는지를 둘러싼 문제이다.

감상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서 예술작품 안에 불변적으로 내재하는 것이다. 반면 유효성은 z라는 사회의 구성원들이 그것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지 여부의 문제이다.187) 즉 <햄릿>의 예술적 좋음은 그 작품의 적격한 성질이지만 힌두어만 이해할 수 있거나 드라마/연극의 개념이 없 는 사회에서는 유효하지는 않은 성질이 된다. 비어즐리는 <햄릿>의 예술 적 좋음은 참(truth)으로서 그것이 이용될 수 있든 없든, 즉 유효성과는 관계없이 작품에 언제나 똑같이 남아 있는 것이고, 문화 상대적인 것은 유효성이지 적격성이 아니라고 말한다. 따라서 비어즐리에게서는 폴록의

<가을의 리듬>이 예술적으로 좋다/좋지 않다는 적격성의 측면에서 둘 다 참일 수 없다.

예컨대 넓은 단색 바탕의 캔버스에 세로 줄이 그어진 바넷 뉴먼의 작품 은 복잡한 도시 속에 살고 있는 이에게는 매우 개방적이며 공허하고 수 직선이 강렬하게 느껴질 것이지만 광활한 환경 속에 살고 있는 에스키모 족에게는 그 작품이 특별히 개방적이고 공허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 고 상대주의자들은 말할 것이다. 또한 그들은 베르니니의 <성 테레사의 법열>에 대해서도 다른 미적 특질들을 말할 것이다. 어떤 이는 차갑고, 건조하고, 시적 영감이 없다고 보며, 어떤 이는 세속적인 정열로 가득한 작품이라고 말하고, 또 어떤 이는 진실한 신앙심과 신비주의를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비어즐리는 미적 특질을 이렇게 다르게 귀속 시키는 것은 꽤나 다른 특질들을 가진 별개의 <성 테레사의 법열>들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본다.188) 비어즐리는 바넷 뉴먼과 같은 경우도 다른 사회에 따라 다르게 판단되는 같은 작품이라기보다는 별개의 작품으로 보며, 이것은 매우 상이한 미적 특질의 귀속, 그에 따른 해석이 작품 정 체성의 문제를 논의하게끔 하는 것이 된다고 말한다. 요컨대 이렇게 참 의 문제를 유효성이 아닌, 객관적 속성과 관련된 적격성에 두는 이러한 비어즐리의 주장은 고정불변의 속성과 이치 논리를 고수하는 본질주의, 객관주의에 입각하고 있다. 비어즐리는 서로 다른 해석적 판단은 이 속 성들의 파악이나 발견 여부의 문제라고 본다는 점에서 일원론을 굳건히

187) Ibid., p.268.

188) Ibid., pp.269-270.

유지한다.

이러한 비어즐리의 주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반론에 직면하게 된다. 우 선 비어즐리가 주장하는 적격성은 대상의 객관적 성질이 아니라 문화 상 대적인 것이라는 점, 두 번째는 비어즐리가 공격하고 있는 상대주의는 마골리스가 말하는 강건한 상대주의를 오해한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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