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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주의/관습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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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예비적 고찰

2. 작품 해석에 관한 다양한 이론적 입장들

2.1. 해석적 일원론과 다원론

2.1.1. 해석적 일원론

2.1.1.3. 맥락주의/관습주의

다음으로 고려할 입장은 맥락주의(contextualism)이다. 맥락주의는 예

했거나, 주제와 소재가 작가의 의도를 투명하게 반영하기 어려웠다거나하는 등의 이유로 완성된 작품이 작가의 의도를 적절히 드러내지 못하고, 때로는 작품 자체의 구조상 전혀 다른 의미를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 (3) 의도의 실현 성공 여부가 작 품의 가치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의미도 미 적으로 가치 있을 수 있고, 때로는 그것이 작가가 의도한 의미보다 더 훌륭한 경우 도 있다. (4) 의도가 작품을 해석하는 유일한 방법인지에 대한 의구심이다. 작품은 완성되면 그 나름의 독립된 가치와 내적인 유기적인 통일성을 가지게 되어 감상자 는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새로운 의미를 작품 안에서 발견할 수 있다.

술작품이 특정한 시공간적인 좌표를 가지고 문화적 맥락내에서 창조되었 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것은 단토(A. Danto), 월튼(K. Walton), 월하 임(R. Wollheim), 데이비스(S. Davies), 레빈슨(J. Levinson) 등 많은 이론가들이 지지하는 입장이다.34) 대표적으로 단토는 예술계(the artworld)란 개념으로 예술작품이 특정한 제도와 맥락 속에서 창조된다 는 점에 주의를 환기시켰고, 작품의 표준적인 의미와 관련된 표면적 해 석(surface interpretation)은 작품의 본질적인 의미 규정에 관한 해석 으로서, 의미 결정에 있어서 특권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창작자가 특정 한 문화적 맥락 속의 행위자임을 주목한다. 작가의 창작 행위는 그가 속 한 사회의 믿음과 관습 아래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작품의 기본적인 의미 해석은 창작 맥락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요구된다는 것이다.35) 월하임 또한 작품을 역사적 창조자에 의한 생산물로 이해하려 한다. 그는 작품 의 맥락에 관한 검색(retrieval)을 통해 우리는 작가의 의도 및 의도와 관련된 우여곡절들, 당대의 미적 규범, 매체의 혁신, 예법, 이데올로기, 과학적 세계관, 상징 체계, 전통 등을 고려하여 의미를 파악해야 하고, 이러한 맥락적 정보의 신뢰성에 의거해 해석은 사실적 주장으로서 참이 된다고 말한다.

한편 레빈슨은 예술작품을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특정한 개인에 의 해 고안된 인간의 생산물인 대상이나 구조, 인공품”36)이라고 강조하며,

34) 예술작품에 대한 맥락주의적 입장과 관련된 대표적인 문헌으로는 다음을 참고할 수 있다. Levinson, Jerrold, "Aesthetic Contextualism." Postgraduate Journal of Aesthetics 4:3, 2007; The pleasures of aesthetics: Philosophical essays.

Ithaca, NY : Cornell University Press, 1996; Currie, Gregory, "Work and text." Mind, 100, 1991; Walton, Kendall L., "Categories of art." The philosophical review 79:3, 1970; Wollheim, Richard. Art and Its Objects,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0; Davies, Stephen, "Definitions of art."

The Routledge Companion to Aesthetics, 2001; "Interpreting Contextualities." Philosophy and Literature 20:1, 1996; Stecker, Robert.

Artworks: Definition, Meaning, Value. Penn State Press, 1997; Danto, Arthur Coleman. The transfiguration of the commonplace : A philosophy of art, Harvard University Press, 1981.

35) A. Danto, The philosophical disenfranchisement of art, chap.2. PP.51~53.

36) J. Levinson, Music, Art & Metaphysics : Essays in Philosophical Aesthetics, Ithaca, Cornell University Press, 1990, p.98.

이것은 예술작품에 대한 정의적 언급일 뿐 아니라 이러한 관점은 예술작 품의 해석과 가치 평가의 방식을 결정한다고 말하고 있다.

맥락주의에서는 예술작품은 본질적으로 역사적으로 구현된 대상이고, 작품이 만들어지고 수용되는 일반적인 맥락을 떠나서는 예술적 지위, 동 일성, 미적인 성질과 의미를 말할 수 없다. 레빈슨은 작품이 특정한 시 점과 장소에서 만들어질 때 구성된 바가 변하지 않고 고정된다고 보기에 작품의 의미는 창조 당시의 기원의 맥락에서 결정된다고 생각하며, 그는 이렇게 한번 고정된 작품의 의미가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달라질 수 있 다고 보는 상대주의에 명백히 반대한다.37) 레빈슨과 같은 이러한 맥락 주의는 해석적 일원론을 강하게 지지한다.38)

여기서 주의할 것은 해석에서 맥락을 고려하는 것은 보다 복잡한 측면 을 고려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레빈슨과 같은 확고한 맥락주의는 해석적 일원론에서 해석적 기준을 제시하는 하나의 입장이지만, 해석에서 맥락 을 고려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광범위하게 지지되기 때문에 맥락을 고려 하는 모든 입장을 레빈슨이 말하는 바와 같은 맥락주의로 규정할 수는 없다.39)

또한 맥락을 고려하는 것은 작품의 창작 당시의 총체적인 상황과 기원 을 강조하는 입장으로서 의도주의와 밀접하게 관계된다. 레빈슨 또한 의 도에 대한 입장과 관련해 가설적 의도주의자이기도 하듯이, 레빈슨을 비 롯한 맥락주의자들에게 있어서 기원의 고려는 특정한 맥락 속에서 행위

37) J. Levinson, "Aesthetic Contextualism." pp.4~5.

38) 다만 레빈슨의 경우 창작 당시의 맥락적 속성만이 아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의 예술사적 의미나 평가와 관련된 미적 속성들도 고려한다는 점을 덧붙여야 하겠 다. 이러한 레빈슨의 맥락주의는 작품이 역사적 맥락 속에서 가지게 되는 예술적 속성이나 시간이 흐르고 해석의 역사에 따라서 가지게 되는 맥락적 속성들을 작품 의 표준적인 의미로서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맥락주의와는 차이가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레빈슨은 실재론자로서 이후 시간과 역사와 관련된 속성들 도 창작 당시에 이미 결정되어 있고 그것은 시간이 흘러야 발견될 수 있는 것으로 서 이후에 드러났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특정 작품이 바로 그 시간과 장소에 서 창작되었기 때문에 그러한 역사적 의의와 가치를 갖는 것이라고 본다는 점에서 레빈슨은 일원론자이면서 맥락주의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39) 예컨대 데이비스와 같은 입장은 기원적인 맥락을 명백히 강조하는 입장이지만, 해 석적 다원론을 지지한다.

하는 작가라는 행위자를 제외하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 서 맥락주의자들은 어떤 형태로든 해석에 있어서 의도 또한 중요하게 고 려하며, 작품의 기원적 상황을 해석적 의미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맥락주의는 의도주의와 종종 함께 고려된다. 다만 의도주의는 기원적 맥 락 속에서 작가의 행위 측면에 주목하여 작가의 의도에 대해 해석 근거 로서의 우선성을 부여하지만, 맥락주의는 작가가 ‘특정한 시공간, 언어 적 문화권에서 통용되는 관습과 관행에 따라’ 행위한다는 측면에 주목 하여 상대적으로 의도보다 맥락을 더 강조한다. 맥락주의에서는 특히 작 가가 해당 문화권의 일원으로서 자신도 명백히 의도하지 않은 채로 무의 식적으로 작품에 불어넣는 의미들이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따라서 의미 결정에 있어 언어·문화적 관행과 관습을 작가의 심리적 의도보다도 더 우위에 놓게 된다는 점에서 관습주의(conventionalism)와도 공통점이 있고, 실제 의도보다도 문화적 관행 속에서 의도될 수 있는 가설을 지지 하는 가설적 의도주의와도 상통하는 점을 가진다. 관습주의는 개념적으 로 작품이 창조된 장소에서의 언어와 예술에 대한 관습이 작품의 의미를 보증하는 데 충분하다고 보는 입장을 가리킨다. 의도주의, 맥락주의와 마찬가지로 관습주의 역시 창작의 기원을 중시하면서 예술작품을 언어적 발화나 특정 문화권 속에서의 행위와 유비적인 것으로 본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관점은 발화자/창작자가 의도한 의미보다는 발화에 초점을 맞 추어 해당 언어문화권 내에서 그 발화가 의미할 수 있는 바와 의도 자체 를 분리한다.

맥락주의와 관습주의 자체는 의도주의나 텍스트중심주의만큼 해석적 일 원론의 입장에 강하게 기울어 있지는 않다. 맥락주의나 관습주의로 분류 되는 이론적 입장들은 이론가들에 따라 레빈슨처럼 해석적 일원론을 분 명히 지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텍스트중심주의나 형식주의적 입장에 대 비적으로 맥락과 관습을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고려하는 다양한 이론적 입장들 모두를 포괄하고 있다.40) 여기서는 해석적 일원론에서 의미 결

40) 예컨대 데이비스는 작품의 기원적 맥락을 중시하는 맥락주의(그의 용어로는 context theory)를 지지하면서도 해석적 다원론을 지지하고자 한다. 특히 그는 작 품 해석에서 문화적 맥락을 고려하는 입장들을 기원적 맥락주의(original context

정 기준의 일부분으로서 기원적 맥락을 중요한 근거로 삼는 입장들이 있 다는 것을 언급하였다.

이상으로 해석적 일원론의 기본 주장 및 대표적인 일원론적 입장들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여기서 덧붙여야 할 것은 해석적 일원론자들이 한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도 작품의 미적 가치의 증진, 깊이 있고 풍부한 작품 감상을 위해 다양한 해석들이 있음을 인정하고 종종 고무한다. 다만 이들은 작품에 대한 정확하고 표준적인 해석, 다양한 해석들 속에서 기준이 될 수 있는 해석은 하나이거나 혹은 다양한 해석들이 포괄적인 차원에서는 하나로 수렴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적 일원론은 해석 문제에 대한 하나의 이상이고, 실제 관행에서 정보 부족, 양립불가한 해석의 문제 등 으로 인해 그 이상이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 관행과 잘 부합하 면서 관행을 적절히 설명하는 것 또한 이론에서 기대하는 미덕 중 하나 이고, 이렇게 볼 때 해석적 일원론은 이상으로서 명쾌하고 분명한 만큼 이나 복잡다단한 실제 관행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는 약점을 가질 수 있 다. 해석적 일원론자들은 이러한 점을 인지하고 있고, 실제 관행에 부합 하도록 해석적 다양성에 관한 설명을 이론 내에 수용하고자 부차적인 해

theory)와 현대적 맥락주의(modern context theory)로 구분함으로써, 작품의 해 석에서 고려되는 맥락이 창조 당시의 맥락만이 아니라는 점에 주의를 환기시킨다.

전자는 본문에서 언급하는 작품의 기원과 관련된 맥락주의이고, 후자는 상대적으로 텍스트의 측면을 강조하여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의미의 변화를 주장하는 입장, 수용 자의 맥락이 해석에 개입하는 측면을 고려하는 맥락주의이다. 전자의 입장에 전통적 인 맥락주의나 의도주의, 관습주의들이 포함된다면 후자의 입장에는 마골리스의 상 대주의나 프래그머티즘, 포스트모던적 해석 이론과 해체론 등까지 포함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데이비스는 작품의 기원적 맥락을 해석적 기준으로 고려하고 자 하지만, 적절한 관습과 관행에 의해 해석적 제한을 받는 작품의 의미가 하나 이 상 다수가 가능하다고 본다는 점이다. 그는 저자가 의도한 의미는 그러한 해석적 제 한 안에서 가능한 의미들 중 하나라고 보아 의도주의의 측면을 수용하면서도 다른 한편 맥락과 미적 가치에 따라 추구된 해석들도 인정한다. 물론 데이비스는 이러한 해석들에 대해 참/거짓을 따질 수 있다고 보며 어떤 해석이 작품에 적법하게 귀속되 느냐의 기준은 분명하다고 본다. Davies, Stephen, "Interpreting Contextualities."

Philosophy and Literature 20:1, 1996, pp.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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