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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골리스의 문화적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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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상대주의적 다원론에서의 해석 기준의 문제

1. 마골리스의 문화적 신화

1.1. 문화적 신화

해석의 기준은 해석의 타당성과 객관성을 보증하기 위한 것이다. 마골 리스에게서는 본질적 속성이 역사 속에서 계속 변화하기에 결국 해석의 객관성은 잠정적으로 안정되게 기능하는 문화적 공간 안에서 보장되는 것이다. 즉 해석적 기준이 문화적 관행 속에서 얼마나 견고하고 보편적 으로 지지되는가의 문제이다. 문화적 관행의 성격과 안정성에 대해서 그 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시나 회화나 인간의 삶이나 역사적 사건을 해 석하는 것은 그것의 지향적으로 현저한 특징들을 우리 사회의 역사적 에 토스 안에서 해석적으로 호의적인 방식으로 위치시키는 것이다. 그 역사 적 에토스란 우리가 그 안에서 우리의 삶의 형식이나 삶의 세계 혹은 에 페스테메 혹은 아비투스, 전통 등으로서 구성하고 재구성하는 것이다 .”245) 이러한 에토스들은 “우리를 둘러싼 문화적 세계의 상대적으로 고정된 부분”246)이다.

245) WWA, pp.136~137.

246) WWA, p.137.

이러한 것들을 마골리스는 “문화적 신화”라고 부른다. 즉 마골리스에 게서는 문화적 신화가 해석의 객관성과 안정성을 보증하는 것이다. 상대 적으로 오랜 기간 동안 특정 사회에서 형성되어 안정적으로 기능해온 문 화적 배경들에 대해 마골리스는 ‘신화’란 표현을 쓰는데 카톨릭주의, 맑시즘, 프로이트주의, 해체론 등과 같은 관점이 그 대표적인 예들이다.

단테의 작품을 카톨릭주의에 의거하여 해석할 수 있고,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창작 이후에 나타난 프로이트주의에 의거하여 해석할 수 있 다.247) 이 때 정신분석학적 전제나 카톨릭주의가 참이어야 하는지는 상 관이 없다. 이러한 관점이 동원되는 것은 그것이 참이어서가 아니라 해 석을 위한 근거로서 단지 적절하기 때문이다. 또한 동일 작품에 대해 다 수의 문화적 신화들이 해석 관점으로 작용할 수 있고, 각 해석은 모두 동등하게 타당할 수 있다. 또한 문화적 신화의 적용은 꼭 해당 문화권에 국한되거나 문화권내에서 광범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마골리 스는 단테와 같은 서양 예술에 불교와 같은 것도 신화로서 적용될 수 있 다고 말하며, 서아프리카의 가면이 큐비즘의 주제가 된다면 큐비즘도 그 러한 신화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문화적 신화라는 합의되고 지배적인 관 념들은 관행 안에서 안정적으로 해석적 속성들이 귀속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지향적 속성의 변화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골리스가 문화적 신화를 언급한 것은 원래 해석상의 상대주의의 필요 성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문화적 신화와 관련된 맥락적인 지향적 속성들은 부과되고 변화가능한 것들이며, 때로 동등한 개연성을 가진 양 립불가능한 문화적 신화들이 경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마골리스에게 서 문화적 신화는 문화적 속성 자체의 가변성과 상대주의의 필요성 및 동시에 관행 속에서의 상대적인 안정성을 말하고자 하는 개념이다.

그런데 이러한 마골리스의 문화적 신화를 다른 측면에서 주목하는 의견 들이 있다. 노비츠와 캐럴은 문화적 신화를 해석적 기준의 재해석, 속성 의 고정성 및 해석적 의미 결정에 도움되는 개념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이들은 문화적 속성은 본질적인 속성이고 문화적 신화는 이 본질적인 속

247) AP, pp.148~151.

성을 발견하게 하여 포괄적이고 수렴적인 해석에 기여하는 것이므로, 반 드시 상대주의를 요청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노비츠는 문화적 신화는 문화적 전통에 대한 지식을 제공하여 작품의 정확한 의미 고정에 기여한 다고 보며, 캐럴 역시 유사하게 문화적 신화는 작품의 맥락주의적 해석 을 위한 토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들에게서는 문화적 신 화가 오히려 상대주의를 반대하고 일원론을 지지하게 하는 것이 된다.

이제 이들의 주장들을 검토함으로써 해석적 기준으로서의 문화적 신화의 의의, 다원론에서의 해석적 기준의 위상을 보다 분명히 하고자 한다.

1.2. 문화적 신화와 맥락주의적 일원론의 관계

먼저 문화적 신화가 의미를 수렴시키는 해석적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 다는 노비츠와 캐럴의 주장을 차례로 살펴보겠다.

노비츠는 마골리스의 문화적 신화는 기술적 진술의 근거가 됨으로써 하 나의 견고한 해석적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앞서 노비츠는 마골리스 가 해석의 개념을 넓히고 있다고 비판했음을 언급한 바 있다. 노비츠는 문화적 배경에 대한 지식이 해석의 진위를 가려서 설명적 해석248)에 기 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잭과 콩나무>에 대해 하나의 문화적 신화인 맑시즘에 근거한 해석을 내릴 수 있을 때, 노비츠는 “문화적 배경은 해 석의 내용과 목적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이것은 특수한 설명적 목적을 가진 개별 해석의 참/거짓과는 관련이 없다. 다만 목적은 다양할 수 있 고 그것도 일종의 퍼즐이다. 설명적 해석의 적절성은 어떤 퍼즐을 풀려 고 했느냐에 대한 참 거짓을 가리게 해준다...설명적 해석은 문화와 작품 의 관련성을 설명적으로 결정하려 하려는 것이다. 작품이 어떠한 문화적 배경과 관련이 있는가 하는 것은 진위의 문제이고, 작품의 한 측면에 대 한 순수한 설명적 해석이다”249)라고 말한다. 즉 노비츠에 의하면 문화 적 배경은 다양한 해석의 목적의 적절성과 진위를 판별하며, 작품의 참

248) 이 논문 2.1.1.3절 주 41 참조.

249) Novitz, "Towards a Robust Realism." p.175.

인 기술과 더 포괄적인 수렴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며 해석의 진위 판정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요컨대 노비츠는 문화적 신화가 해 석에 적절하면 참인 해석을 산출하므로 상대주의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한 다.

따라서 노비츠는 작품이 문화적으로 창발된 개체라는 마골리스의 입장 이 오히려 일원론에 대한 훌륭한 전제가 된다고 본다. 노비츠는 “작품 이 어떤 속성을 갖는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은 특정 물리적 대상이 특정 예술작품을 구현한다는 것이 정당화되는 문화적 전통에 의존한다는 마골 리스의 말을 상기하면, 유효한 문화적 전통에 대한 지식은 어떤 문화적 속성이 작품에 내적인지 외적인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250)고 하 고 있는데, 이러한 노비츠의 견해는 결국 마골리스가 말하는 문화적 측 면을 검증을 통해 작품 내적으로 고정된 속성의 문제로 환원하여 작품에 대한 이치 논리적 기술, 나아가 일원론적 해석을 확립하고자 하는 것으 로 이해된다.251)

250) Ibid., p.176.

251) 여기서 핵심적인 것은 노비츠가 사실상 외부의 해석적인 관점을 작품의 본질적 의 미와 관계된 것으로 끌어들인다는 점이다. 사실 일반적으로 <잭과 콩나무>에 대한 맑시즘적 해석과 같은 것은 비어즐리식으로 말하면 부과된 해석이지 표준적인 해 석이 아니다. 그러나 노비츠는 이것을 부과라고 보지 않는 것이다. 노비츠의 이러 한 주장은 마골리스가 말하는 문화적 신화들에 대한 다른 일원론자들의 견해와도 다르다는 점이 흥미롭다. 마골리스의 신화 논변에 대해서 다른 해석적 일원론자들 은 상대주의를 반대하고 정확한 해석적 의미를 추구하는 맥락에서 반대를 표했다.

비어즐리는 “잭과 콩나무”에 대한 맑시즘, 프로이트주의, 기독교적 알레고리 해 석이 모두 가능해도 이것들은 부가일 뿐 순수한 해석이 아니라고 하는데, 이에 따 르면 마골리스의 신화가 해석에 개입하게 되면 이것은 모두 왜곡을 일으키는 부가 가 되는 것이다. 허쉬 또한 이러한 해석들은 작품의 의미와 선호하는 이론과의 관 계를 알려주지만 작품의 의미 자체를 알려주지는 않는다고 하면서 해석은 역사/문 화와 작품의 연관성을 알아내는 문제가 아니고 말하고 있다. Beardsley, The Possibility of Criticism. pp.43~44, E. D. Hirsch, Validity of Interpretation, pp.140.

이에 대해 노비츠는 비어즐리와 허쉬의 이와 같은 견해는 해석적인 목표를 놓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설명적 해석을 추구하면서 작품 의미의 퍼즐을 풀이해나가는 데 있어서 문화와 작품의 관련성에 대한 적절한 지식은 작품의 설명적 해석을 가 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문화와 작품 간의 관련성은 작품의 어떤 면에 대 한 순수한 설명적 해석의 일부이지 부가가 아니라는 것이 노비츠의 생각이다.

Novitz, "Towards a Robust Realism." p.175.

캐럴 또한 유사한 견해를 제시한다. 캐럴도 문화적 신화의 안정적인 성 격에 주목하면서, 맥락주의적 해석252)을 위한 토대로 기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캐럴은 어떤 문화적 신화가 특정 작품 해석에 적절하다면, 단 토의 “깊은 해석(deep interpretation)”253)과 같은 것을 적절한 해석 으로서 다시 재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준다고 말한다. “마골리 스의 신화 논변은 예컨대 프로이트주의나 맑시즘 같은 다양한 종류의

“깊은 해석”의 위상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지속적인 신념 체계가 참 이건 아니건 실행가능한 역사적인 해석처럼 말이다. 이런 깊은 해석이 재해석되고 재독해되는 것은 주목할 만한 것이며, 역사적 해석으로서 복 권된 깊은 해석은 수용가능한 것이다. 또 깊은 해석이 신념 체계 이전에 도 만연한 이미지와 관념과 연결된다면 시대착오적인 것도 아니다. 그것 은 맥락적인 정보의 원천으로서 다시 고려할 만한 역사적 직관을 허락하 기 때문이다.”254) 예컨대 보들레르의 시를 카톨릭주의라는 문화적 신 화를 배경으로 해석하는 경우, 보들레르 시의 표면적 의미와 주제들은 카톨릭주의적인 것이 아니지만 카톨릭주의는 보들레르와 그의 독자들이 활동하던 당시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실제로 유럽 문화에 스며들어 있던 것이므로, 그러한 문화권에서 나고 자란 보들레르가 무의식적으로 따르 는 관념, 규범, 사용하는 이미지 등을 카톨릭주의에 의거하여 해석할 수 있다. 이 때 카톨릭주의는 역사적 사실이고 보들레르 시의 카톨릭주의적

252) 캐럴은 ‘역사적 해석’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고 있는데 역사적 맥락에 의해 뒷받 침되는 참인 해석을 의미한다. 이것은 I장에서 언급한 맥락주의적 해석과 같은 개 념이다.

253) 단토의 “깊은 해석”은 해석이 작품을 구성한다는 단토의 입장에서 작품의 표준 적인 의미와 관련된 표면적 해석(surface interpretation)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존재론적으로 작품을 구성하는 표면적인 해석과는 달리 작품의 본질적인 의미 규 정에 관한 해석이 아니다. 표면적 해석은 작가의 의도에 지배되고 예술작품의 생산 의 역사에 의해 보증되는 것으로 해석 작업을 위한 실제의 정확한 틀이 된다. 깊은 해석은 작가가 작업한 사회의 문화와 관행을 고려하여 그 속에서 활동한 행위자라 는 측면에서 표면적 해석에서 드러나지 않는 작가의 무의식적 의도를 재해석하는 것이다. 이것은 원래 작가의 심리적인 의도가 작품의 해석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러한 깊은 해석은 작품의 의미를 풍부하게 하는 번외적인 해석이 되거나 부차적인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254) N.Carroll, ‘Myth and Logic of Interpretation’,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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