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d's Pivot’ ... 여전한 시장 이슈, 과연 증시에 호재일까?
美 연준(Fed)은 지난 5월 2~3일 이틀에 걸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0.25% 인상하여 목표 범위를 5.00~5.25%로 끌어올렸다([자료 1] 참 조). 3월 FOMC 성명서에서 시장을 긴장하게 만들었던 문구(The Committee anticipates that some additional policy firming may be appropriate in order to attain a stance of monetary policy that is sufficiently restrictive to return inflation to 2 percent over time)가 5월 성명서에서 삭제되자 시장은 즉각적으로 연준의 금리인상은 그야말로 막 바지에 이르렀고 조만간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이른바 ‘Fed's pivot’에 대한 기대 를 키웠다. ‘추가적 정책 공고화’ 운운의 ‘some’ 부문이 사라지고 ‘충분히 제약적인’ 금 리 수준을 정책목표로 삼는다던 연준이 ‘sufficiently restrictive’ 부문도 삭제했으니 이 제 추가적인 금리인상은 없거나 기껏해야 25bp 정도로 한 차례 더 올리는 것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인 셈이다.
* jopok5298@nate.com
[자료 1] 5월 FOMC 주요 내용과 시장의 연말 기준금리에 대한 예상(5/4)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내용에서도 이러한 시장의 기대가 과도한 것은 아 님이 확인되었다. 그는 앞서 살펴본 성명서 문구의 삭제는 ‘중요한 변화’임을 인정했고, 미국의 경제상황에 대한 판단도 경기침체(recession)보다는 경기 연착륙(soft-landing) 의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다만 연내 금리인하로 통화정책의 물꼬를 돌릴 것인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인플레이션이 그렇게 빨리 내려가지 않을 것이기에 금리인 하는 적절하지 않다고 시종일관 “금리인하는 아직 아니다!”라는 스탠스를 유지하였다 (☞ 이후 시차를 두고 지역 연방은행 총재들의 금리 정책에 대한 언급들이 있었는데, 추가 금리인상에 소극적인 인사들은 있었지만 그들도 금리인하를 선호한다는 태도는 내비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위 [자료 1]의 아래 부분이 보여주듯이 시장은 금년 마지 막 12월 FOMC에서는 기준금리가 현 수준보다 적어도 50bp 이상 낮은 레벨로 인하될 것으로 프라이싱 중이다.
[자료 2] 여전히 끈적한(sticky) 인플레이션
[자료 3] 5월 19일 ‘금리인상 중단(Pause or Skip)’을 시사한 파월
FOMC 이후 발표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지표는 정점을 치고 내려오고는 있었지만
여전히 절대 레벨이 연준의 정책 목표에 비해 턱없이 높은 편이다([자료 2] 참조). 국 제유가의 하락으로 헤드라인 CPI는 많이 낮아졌지만 (유가 급등 시에는 그토록 연준 이 시장 보고 참고하라던) 근원(Core) CPI는 아직도 5%대 후반에 머물고 있는가 하면 클리블랜드 연준이 산출하는 ‘16% Trimmed Mean CPI’는 6%를 넘는 등 인플레이션은
아직도 끈질기다(☞ 유로존을 비롯한 미국 이외 지역도 인플레이션 지표의 하향 안정 세는 미진하고 불안하다. 중국의 경우는 예외이기는 하나 중국의 전년 대비 마이너스 (-) 3.6%까지 가라앉는 4월 생산자 물가지수는 인플레이션이 잡혔다고 안도하기 보다 는 경기침체 내지 급하게 찾아오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자아낸다). 뿐만 아니 라 5월 19일 연준이 주최한 한 컨퍼런스에서 파월 의장은 6월 FOMC에서 금리인상이 없을 것임을 시사하는 등 시장은 이래저래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걱정은 줄여 나가고 있다. 그러나 [자료 4]는 과연 연준의 ‘피벗(pivot: 금리인상에서 금리인하로의 전환)’이 증시에 마냥 호재인가에 대하여 고민을 요구한다. 역사적으로 연준의 금리인 하는 경기침체와 더불어 증시의 급락에 대응하는 정책 카드였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 다. 이는 연준이 금리만 내려주면 증시가 랠리를 펼칠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와 어긋 나는 현상이다.
[자료 4] ‘Fed's pivot’과 증시 간의 상관관계
▮ 진통을 겪는(척 하는?) 미국의 ‘국가부채 한도 상향’ 이슈
공포감을 자아낸다 할 정도였던 작년 연준의 금리인상 칼날은 금년 들어 많이 무디 어진 것이 사실이다. 3월 중순 무렵 시장을 강타했던 미국과 유럽의 은행권 위기에 대해서도 여전히 경계해야 할 부분은 없지 않지만 시장은 애써 외면하는 분위기다.
다만 금년 하반기에 접어들기 전에 넘어야 할 허들이 하나 시야에 들어와 있는데, 잊 을 만하면 다시 회자되는 미국의 국가 부채 한도(debt ceiling) 상향 이슈이다([자료 5]
참조). 미국의 국가 부채는 이미 우리 돈으로 4경(京: 兆의 만 배)을 넘어섰는데, ‘패권
국가’ 미국에 ‘기축통화’ 달러이다 보니 무한정 달러를 찍어내어 이 문제를 해결하겠
다고 덤빈들 짐바브웨나 아르헨티나와는 조금 다른 대우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기 도 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미국 또한 미안하기는 한지 의회에서 정하기로 되어 있는 부채 한도를 소진하면 주기적으로 이러한 정치적 소동을 겪으면서 금융시장에 노이즈(noise)로 작용하곤 한다.
[자료 5] ‘4경 원’을 넘어선 미국의 국가부채
재닛 옐런 美 재무장관은 미국 정부가 지급 불능에 빠지는 이른바 ‘X-date’가 이르 면 6월 1일이 될 수 있다면서 정치권의 조속한 부채한도 상향 합의를 촉구하고 있다.
하원의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에서는 부채한도를 상향하는 조건으로 바이든 행정부 의 내년 이후 예산 부문의 지출을 대폭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후 변화에 대처하 는 것을 정치적 구호로 삼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고자 내세운 전 기차 구매자에 대한 연방정부의 보조금 지급이나 학자금 대출 상환 탕감을 문제 삼고 나오니 집권 민주당 측에서는 부채한도 늘이자고 이러한 요구를 들어주기에는 정체 성과 선명성에 타격을 입게 된다. 그렇다고 반대급부 없는 일방적인 부채한도 상향 합의는 내년 대선(大選)을 앞둔 공화당이나 어렵사리 하원 의장에 오른 캐빈 매카시 의원 입장에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사안이다. 오바마 대통령 당시인 2011년 8월에도 국가부채 한도를 문제 삼아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하면서 금융시장에 충격을 준 바 있지만, 당시 증시의 두 달 정도에 그친 하락은 저가매수에 나선 세력들에게는 이후 7년 가까이 이어진 대세상승 장을 누릴 수 있는 큰 기회였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러한 시나리오를 기대하는 세력 들이 시장 내에 적지 않다.
[자료 6] 요즘 미국은... 우리가 알던 그 미국이 아니다!
[자료 6]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 정도의 사안인 미국의 국가부채 문제보다 더 심각 한 미국의 현 주소를 일부 표현하고 있다. 팬데믹 기간 중 불법적으로 미국의 남부 국경을 넘어오는 이들을 추방할 수 있었던 ‘Title 42’가 만료되면서 멕시코 접경 지역 을 통해 불법 이민자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데에다 부지불식간에 펜타닐에 중독되어 미국의 도시마다 좀비처럼 걸어 다니거나 쓰러져있는 사람들이 즐비하고, 미국의 치 안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토록 트럼프 대통령을 깎아내리던) CNN에 출연하는가 하면, 보수 채널의 선두 주자였던 Fox의 간판 앵커 터커 칼슨이 해고당하고, ‘Freedom of speech’를 표방하며 트위터를 인수한 뒤 예전 같았으면 접하 기 힘든 뉴스와 자료, 동영상 등을 세상에 공개한 일론 머스크가 조지 소로스를 ‘문명 을 파괴하고자 하고 인류를 미워하는 사람’으로 비난하며 서로 척을 지는 등 지금 미 국의 돌아가는 양상을 보노라면 우리가 알던 그 미국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 주가나 금리가 오르고 내리는 것 이상으로, 달러가 강해지고 약해지고의 문제 이상으로, 이 는 우리와 우리 후손들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가 아닌지?...
▮ ‘스태그플레이션’의 조짐 ... 자사주 매입에 버티는 증시(?)(!)
작년 10월 중순 바닥을 찾은 뒤 반등에 나선 글로벌 증시는 금년 들어서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물론 3월 들어 미국의 지역은행들이 파산 혹은 대형은행에 인수당하고 국제금융시장에 몸담아 온 사람들이라면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정도까지 는 아니라 하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놀라움을 느낄 만한 UBS의 크레딧 스위스(Credit
Suisse) 인수 등의 은행권 위기를 거치면서 흔들리는 장세도 잠깐 있었지만 오랜 시장
격언인 “5월에는 팔고 떠나라(Sell in May, and go away)”가 무색해지는 증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자료 7~8]은 미국이나 유럽 할 것 없이 서비스업 경기는 호조를 보이 는 와중에(☞ 그 만큼 서비스 부문에서의 임금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은 고 조) 제조업 경기는 추세적으로 위축되고 있어 경기침체 와중에 인플레이션은 높아져 가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료 7] S&P Global 발표 미국의 PMI 추이
[자료 8] 유로존과 영국의 PMI 추이
美 연준을 비롯한 대다수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은 여전히 긴축(tightening) 스탠스 를 유지하고 있고, 미국의 국가부채 한도 상향 이슈도 상황에 따라서는 국제금융시장 에 충격을 몰고 올 수 있는 데에다 지표상으로도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계속 압박 하고 있는 가운데에도 우상향 기대감을 내비치는 증시 동향... 이 수수께끼에 대한 일부 해답은 [자료 9]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자료 9] 역대급 규모로 진행 중인 미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자료 10] 다우존스 지수(DJIA 30) 구성 주요 종목들의 주가 동향
차트 인용: 연합 인포맥스(5/22 장 마감 후), 이하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