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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기지 심리안정프로그램에서 도출된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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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와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한 면접을 통해 강릉기지 사고 후 시행된 심리안정프로그램의 여러 문제점들을 알 수 있었다. 강릉기지 사례 이후에도 네 차례 조종사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으나 강릉에서 시행했던 프로그램이 보완된 사항 없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고, 시간 이 지날수록 조종사들의 심리지원에 대한 중요성 인식을 망각하여 프 로그램에 민간 심리상담사가 파견되지 않는 등, 그 범위가 오히려 줄 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강릉 사례에서 도출된 문제점들은 현재에 도 동일하게 지속되거나 또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조사 과정을 통해 도출된 문제점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고위험군 관리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조종사, 실무자 공히 가장 크게 인식하고 있던 문제가 고위험군 조종사 관리 문제였으며, 고위험군에 대한 부실한 관 리로 인해 조직과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프로그램의 효 과가 무색해지는 정도에까지 이르기도 했다.

초기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진행했던 실무자들은 고위험군 분류를 이 후에 철저한 비밀보장을 원칙으로 하였으나 프로그램 진행과정에서 지휘관리 문제를 들어 여러 지휘관들이 고위험군 명단에 대한 문의를 해왔다. 뿐만 아니라 기무를 비롯한 기타 관리 부서들에서도 고위험군 의 명단과 상담결과 등에 대해 끊임없이 문의를 해오면서 담당자가 곤란한 상황에 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안정프로그램이 실무자들 이 오랜 시간동안 강릉기지에 머무르면서 직접 관리할 수 없는 일시

적인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프로그램 종료 후 자대로 복귀하면서 지휘 관리 측면에서 꼭 필요한 최소한의 지휘관 몇에게만 고위험군 명단을 알렸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조종사들이 결국 모 두 드러나게 되었다.

고위험군 조종사들 중에서 잠시 비행을 쉬기 위해 보직이동을 원 했던 조종사들에게는 인사조치가 취해졌고, 그렇지 않은 조종사들 중에서는 비행을 계속하기를 원하는 데도 당시 고위험군 조종사로 분류되었다는 이유로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오랜 기간 비행을 하 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쟨 고위험군이야, 당사자가 비행하겠다고 해도 “아니야, 좀 더 있어.” 지금 와서 얘기지만 그땐 뭐 이렇게 해서 이 렇게 해야 돼. 라고 말만하고 결국 방치했어요. 어디든 보내 놓으면 끝. 그런 게 싫었어요. (…) 당시 프로그램을 진행했을 때 지휘관이나, 전대장님, 대대장님은 고위험군을 케어(care) 해주시는 것 같았어요. 첫 사고 있고, 두 번째 사고 난 거 영 향 받은 것 이해하고, 배려하고…. 배려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것들이 한시적으로만 되고 지휘관이 바뀌잖아요. 바뀌 면 그 사람들(고위험군)은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되는 그런 것…. 개념 없는 아이들, 이상한 애들로 봤다고 해야 하나.

왜 그 사람들이 이런 상황이 됐는지, 현재에서만 판단하지, 조직적 측면에서 케어(care)받는다는 느낌 없고, 고위험군이 더 피해를 보는 느낌이에요. (…) 관리 안 되는 애들은 내보 내고 비행 안 시키면 되는 걸로. 조종사들이 그걸 원하는 게 아닌데. 관리자적 측면이 더 컸던 것 같아요. (B씨, 조종사)

심리안정프로그램을 주관하고, 사고 발생 단계부터 프로그램 시행 하는 과정을 모두 지켜본 지휘관들은 고위험군 조종사들의 상태를 충분히 이해하고 복지나 인사관리 등에 있어서 많은 배려를 하였으 나 이후 지휘관들이 바뀌면서 고위험군 조종사들을 ‘문제가 있는 조종사’, ‘관리 대상’ 정도로만 여기고 관리자적 입장에서의 편 의에 더욱 치중하는 것으로 느껴지도록 대우를 한 것으로 보인다.

또 한 가지 문제는 고위험군의 분류 과정에서 드러났다. 고위험군 분류는 1차적으로 정신건강진료 팀에서 실시한 사건충격척도 등의 PTSD 선별 도구로 심리적 불안이 높은 조종사들을 고위험군으로 분류 하고, 2차적으로 심리안정프로그램 진행 중에 심리적 불안상태가 높은 것으로 보이는 조종사들이 실무자들에 의해 임의적으로 분류되었다.

그런데 2차적 분류과정에서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조종사들은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객관적인 평가 절차가 아닌 임의적으로 지목되는 느 낌을 받았고, 고위험군 분류를 거절했으나 비공개로 진행된다는 말을 듣고 수용하였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고위험군이 모두 공개되어 불 만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는 심리안정프로그램에서 우선적으로 고위험군 관리에 있어 철 저한 신원 보장을 통한 신뢰의 형성이 절대적이며, 고위험군 분류를 함에 있어서 당사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객관적인 절차 수립이 필 요함을 보여준다.

2) 인식의 문제

우리나라는 심리적 처방에 대한 인식이 낮은 편이며, 군인을 비롯 한 소방공무원, 경찰 등의 유사직군에서는 강한 정신력을 직업의식

의 바탕으로 하므로 심적 외상의 심각성과 중요성에 대해 더욱 과소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문제들이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드러 났다.

인식의 문제는 세 가지 측면으로 나눌 수 있는데 심리 문제에 대 한 상부의 인식부족, 심리적 불안정이나 심리상담에 대한 조종사들 의 인식부족, 사고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인식부족문제이다.

상부의 인식부족문제는 실무자들과의 면담에서 많이 지적되었다.

강릉기지 사고사례가 있기 전부터 조종사들에 대한 심리지원의 필요 성을 인식하고 지원방안을 만들어 제안을 한 사례가 있었으나 이에 대한 상부의 인식 부족으로 제도 수립이 진행되지 못하였다. 강릉기 지에서도 첫 번째 사고 발생 후 의무 실무자가 조종사들의 심리 안 정을 위한 대책의 필요성을 느끼고 정신과 군의관 파견 요청 등, 조 종사 심리지원 문제를 다시 제기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아 의무 실무 자가 자체적으로 조종사들을 대상으로 PTSD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 는 것에 그쳤다.

상부의 인식부족은 고위험군 관리에서도 드러났는데, 앞서 고위험 군 관리 문제에서 지적했듯이 3월과 6월, 당시 사고를 함께 경험하 지 않았던 지휘관들은 고위험군 조종사들의 심리상태에 대한 이해나 배려를 하지 않고 ‘문제 있는 조종사’ 정도로만 인식하고 ‘관리 대상’으로 분류하여 관리자적 입장의 편의에 따라 관리되었다.

두 번째로 조종사들의 심리상담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인한 막연한 거부감, 또는 불안감이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심리안정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했을 때, 고계급 조종사 중 몇 명은 조종사들이 그런 프 로그램을 받는다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해 반대했으나 프로그램 종료 후에는 프로그램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 었다. 이는 심리 상담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심리적, 정신적으로 이 상이 있는 사람으로 인정된다는 잘못된 인식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상담은 받고 싶은데 망설이거나 꺼리는 느낌을 받

았다는 실무자의 응답을 통해서도 심리상담에 대한 인식부족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초기 정신건강진료 팀의 심리검사에서 고위험군으로 분류 되지 않았던 몇몇의 조종사들이 상담을 진행하면서 심리적 불안이 심한 것으로 나온 경우는 자신의 불쾌한 심리상태를 인정하거나 표 현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경향이 작용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사고를 경험한 조종사들의 심리상태를 이해하지 못하 는 주변 사람들의 인식문제이다.

가장 많이 생각나는 건, 주위사람들이 계속 물어봐요. 이 런저런 뜬소문들, 사람들이 맞냐, 어땠냐, 하면서 만나는 사 람들이 계속 물어봐요. (…) 사람들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유가족이나 같이 대대에 있던 사람들, 친분 있던 사람들, 고인과 관계가 깊었던 사람들은 특별히 주위 사람 들도 배려해서 가능한 잊을 수 있게 해주고 그래야 하는데 우린 그러지 못하는 것 같아요. 호기심, 궁금하고, 여러 얘 기들이 있으니까, 알고 싶으니까 대놓고, 특히 계급 높은 분 들이 쉽게, 거리낌 없이 와서 물어봐요. (A씨, 조종사)

미 국방부에서 작성한 외상 후 스트레스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는 외상성 사건이 일어난 후에 환자들이 해당 사고 당시의 감정에 대해 재진술(Debriefing)하는 것이 환자들의 심리상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증상에 대한 평가 과정에서 사건 당시 상황 의 기분에 대해 재진술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26). 사고로 인한 조종 사들의 감정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는 주위 사람들이 그 때의 상 황에 대해, 또는 근거 없는 소문들에 대한 의문을 물으면서 조종사

26) Department of Veterans Affairs & Department of Defense(2010), VA/DoD Clinical Practice Guideline for The Management of Post-Traumatic Stress,

들은 당시의 감정이 떠오르게 되고, 주위 사람들의 억측이나 소문으 로 인해 그로 인한 원망, 분노의 감정까지 더해지게 된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동료의 비행사고를 경험한 조종사들의 심리 상태를 이해 또는 배려하지 못하고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에 대한 자신의 궁금함을 풀기 위해 아직 심리적 안정을 찾지 못한 조종사들 에게 본인들의 의지와 관계없이 상황을 계속 복기하는 결과를 불러 오고, 또한 조종사들의 사회적 지지에 대한 인식의 감소를 야기하여 심리적 불안정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행사고와 직 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사람들의 인식의 전환 또한 조종사들에 대 한 심리지원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이다.

3) 주관부서 및 통합체계의 부재

사고 발생 시, 비행단 의무요원들이 초기 사고현장지원단을 맡고, 심리안정프로그램은 정신과 군의관 등 의무 요원들로 구성된 정신건 강진료 팀과 민간 심리상담 전문가들이 진행하는 심리상담 활동으로 구성되어 의무 요원들과 상담 요원들이 함께 진행하게 된다.

심리에 대한 정신과의 의학적 치료와 상담 치료는 많은 부분이 유 사한 것 같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원 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사전에 실무자들 간에 이러한 부분에 대한 합 의가 이루어져있어야 하고, 통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당시에 조금 껄끄럽긴 했어요, 통합 진행하는데 있어서…, 살짝 원활하지 못한…. (…) 책임소재나 조직, 이런 게 급조 한 거예요. 애매하죠. 그런데 이걸 상시기구로 만들 수 있을 지 모르겠어요. (…) 중구난방으로 뭔가 조금씩 발을 담그고 있는데 그걸 체계화해서 하나의 목표하는 바로 활용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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