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산업의 회고와 전망
박영탁 한국기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
제조업의 심장, 기계산업
인간의 몸에 혈액 공급 역할을 하는 심장의 기 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계산업 은 한 나라 제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산 업으로 자동차, 조선, 철강, 전자 등의 생산설비와 엔진 등 부품을 공급하고 제품의 품질을 결정짓는 주력 기간산업으로 가히 제조업에서 심장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기계산업은 전체 산업에 서 차지하는 연관효과가 매우 크고 기술 및 자본 집약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체 산업을 선도 하는 역할을 하며, 선진국이 되기 위한 필수산업 이기도 하다.
지난 2010년 3월 21일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Warren Buffet)이 국내 기계업체(금속절삭가공 기계)인 대구텍을 방문하여 1,000억원을 추가 투 자키로 하여 화제를 모았다. 워런 버핏은 기자회 견에서 “IT기업은 미래 모습을 그리기 쉽지 않다”
며 10년 후 불투명성 때문에 “IT기업은 우리의 투
자 대상이 아니며, 이러한 전략은 앞으로도 변하 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런 버핏을 통해 언 론과 국민들에게 기계산업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 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무역적자 산업에서 무역흑자 산업으로 전환
정부가 경제개발을 막 시작할 때인 1967년에 기계공업을 비롯하여 철강 등 중공업을 중점적으 로 육성하기 위해 「기계공업진흥법」을 제정하였 다. 한국기계산업진흥회(이하, 진흥회)는 동 법을 근거로 1969년에 설립되어 지금까지 정부와 기계 산업 간의 가교역할과 우리나라 기계산업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며 기계산업을 대표하는 단체로 자 리매김하여 왔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공업화 정책으로 대 규모의 설비투자가 필요했고, 1960~70년대에는 국산화율과 품질 수준이 낮아 우리 기업들이 일 본기계 등 외국산기계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정 책 과 이 슈
그때부터 2003년까지 40여 년간 일반기계는 대일 무역적자의 주범으로 지목되었다.
정부는 1980년 「기계공업진흥법」을 근거로 정 부와 민간출연금으로 ‘기계공업진흥기금’을 조 성하여 개발자금 용도로 중소기업을 지원하였 다. 1985년까지 538개사에 305억원을 지원하였 으나 1986년 기계공업육성법이 공업발전법으로 통합되면서 공업발전기금으로 흡수되었다. 진흥 회에서는 시제품 개발사업의 기계부문을 담당하 여 2008년까지 지원하였으며 기업에서는 기계류 국산화와 기술개발촉진 자금으로 사용하였고 오 늘날 기계업계에서 성공한 상당수가 동 자금의 수혜자이기도 하다.
그동안 진흥회는 정부 지원과 회원사의 적극적 인 참여 속에 기계류·부품·소재의 국산화 사업 을 비롯하여 핵심 기술개발 사업, 해외시장 개척 을 통한 국산기계 수출증대 사업, 회원사 상호 간 의 이익증대 등 우리나라 기계산업이 발전하는데 많은 공헌을 해오고 있다.
또한, 기계산업인들은 그동안 국내 기계산업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여 기계산업의 핵심 인 일반기계는 2004년에 사상 처음으로 6억 3,600 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였으며, 2015년 수출 467 억 달러 세계 8위로 성장하는 쾌거를 이루었고, 무역흑자 156억 달러를 달성하여 수출효자 산업 으로 톡톡히 자리매김 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정 부의 지속적인 기계류·부품·소재의 국산화 정책 에 힘입어 수입대체를 이루었고, 업계의 적극적 인 기술개발 등 국산화 노력과 좁은 내수시장에 만 만족하지 않고 중국, 베트남 등 해외 신흥시장 을 꾸준히 개척한 결과이다.
제조업 기반 없는 성장은 사상누각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 기반이 없는 서비스업 성장은 사상누각이며, 미국뿐만 아니라 서유럽 국가들도 다시 제조업 기반강화 에 앞 다투어 나서고 있음을 볼 때, 한 나라의 경 제가 건전하게 성장·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 엇보다 제조업 부문이 내실 있게 발전해야 한다 는 것을 새삼 생각하게 한다. 또한 기술력을 기 반으로 한 제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청 년실업 문제를 해소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 이다.
기계산업은 자본·기술 집약산업인 동시에 고 용창출 효과가 큰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독일 등 선진국에서도 히든챔피언 기 업이 많은 산업이며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국가 경제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국내 에는 3만 2,000여사의 기계업체가 있으며, 대부 분이 중소기업으로 100만명 이상의 고용을 담당 하고 있다.
국산화로 함께 갑시다. 일자리 창출은 덤
필자는 산업 현장에서 모기업이 국산화 노력을 강화함으로써 국산화 과정에 참여했던 협력 기계 류·부품·소재 업체들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경우를 자주 본다. 생산라인 증설 시 국산장비인 경우 기간단축은 물론 투자비용도 훨씬 저렴하 다. 부품조달뿐만 아니라 생산라인 설비에 고장 이 생겼을 경우 즉각 수리가능하다. 국산화는 기 술무역수지 개선은 물론 내수활성화에 의한 또 다
른 일자리 창출로 선순환 고리를 만들고 전·후방 산업의 동반성장까지 가능케 한다. 반도체, IT 등 전방산업이 잘 나갈 때 후방산업에 대해서도 관심 을 가지고 키워나간다면, 국내 제조업 생태계가 글로벌 경쟁력 우위를 지속하면서 국내 부가가치 와 외화가득률을 높이고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기계류·부품·소재산업은 독일, 일본 선 진국과 비교하면 기술격차가 적지 않고 기본 설 계, 핵심 부품·소재·소프트웨어 등 첨단 분야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국내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기능인력 부족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하고 있 다. 그러나 이들은 현행 법·제도하에서는 5년 이 상 국내에 체류할 수 없기 때문에,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들은 출국 조치에 따라 제3의 경쟁국으로 넘어가게 된다. 결국 5년간 체화된 기술이 숙련 기능공과 함께 후발 경쟁국으로 고스란히 이전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기술인력 의존도가 높은 기계류·부품·소재산 업을 선진국형 블루오션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 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기술·기능인력 수급에 대
한 종합대책과 함께 대학생들의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전환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기계산업이 나아갈 방향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리 제조업의 대내외 경영환경은 그리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장기적 인 저성장을 특징으로 하는 뉴노멀 시대 진입으 로 국내 경제성장을 리드하던 수출 주력산업을 비 롯한 제조업이 위협받고 있다. 더불어 TPP 등 메 가 FTA를 통한 경제통합 가속화로 세계 무역구조 가 재편되고 글로벌 가치사슬이 급변하고 있다.
메가 FTA는 역내시장 확보, 분업체계 구축 등 생산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나 자국 내 기업의 해외생산 증가와 부품의 글로벌 소싱 증가에 따른 국내 일자리 감소라는 국가적 측면에 서의 부정적인 효과도 예상된다. 우리나라를 비 롯한 미국, 독일, 일본, 중국 등 세계 제조강국들 이 제조업 혁신을 통해 제조업체를 자국 내에 머 물게 하기 위해 치열하게 몸부림치는 이유가 여기 에 있다. 국내 기계산업은 전체의 99% 이상이 중
정 책 과 이 슈
소기업이며 특히 뿌리산업은 대기업 종속형 구조 가 강해 매우 영세한 실정이다. 변화를 수용하기 위한 준비도 미비하다. 따라서 최근의 통상환경 변화는 수출과 해외생산 역량이 부족한 우리 중소 기업에 시장축소, 경쟁심화, 단가하락이라는 3중 고를 안겨줄 여지가 크다. 나아가서는 국내 산업 공동화까지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경제통합, 무 한경쟁과 신산업혁명 시대에서 자국산업 보호라 는 위협과 함께 재편되는 글로벌 가치사슬로 편입 할 수 있는 기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 는 어떻게 해야 할까?
건강한 산업생태계 조성
첫째, 건강한 산업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제 조업 생태계에서 금형, 주조, 용접, 열처리 등 뿌 리산업을 비롯한 기계산업은 전자, IT, 반도체, 자 동차 등 전방산업의 품질과 성능을 결정짓는 핵 심 기반산업이다. 주요국들이 기계산업에 전폭적 인 R&D지원 및 육성으로 생산라인의 해외이전을 최소화하려는 것은 산업생태계 유지를 위한 노력 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살 아남기 위해서는 가격경쟁력을 비롯한 생산효율 성, 적기공급, 기술우위 등의 숙제를 해결해야 한 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 지원과 업계의 공동대응이 해답이 될 수 있다. 최근 우 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첨단금형산업 육성기반 조성사업은 그 좋은 사례다. 올해 부천 금형센터 가 완공되면 산학연이 공동으로 고정밀화, 고효 율화 금형기술개발과 시험생산, 마케팅, 교육훈 련 등을 담당하여 전후방 산업과 연계발전을 도 모해 나가게 된다. 여기에 수요처인 대기업까지
함께 참여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일본 역시 금형 등 뿌리기술의 글로벌소싱으로 자국 내 금 형산업의 공동화를 겪었으나 최근 오키나와에 금 형기술센터와 기업들이 모이는 생산거점을 만들 고 기업 간 협력으로 이러한 상황을 탈피하기 위 해 노력 중이다.
해외 스마트 A/S체계 구축
둘째, 해외 공동 A/S체계 구축 및 스마트화가 필요하다. 기계류 및 관련 부품은 제품 자체만의 경쟁력보다는 신속한 유지보수, 지속적 공급능력 등 사후관리가 구매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다. 그 결과, 제조업의 부가가치는 기존의 전통적 제조분야보다 제품에 대한 유지보수 등 서비스부 문에서 더 많이 창출되고 있다. 과거 우리는 국제 원조자금을 빌어 농기계를 동남아에 수출하고도 A/S 미흡으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이미지만 실추 시키는 우를 범한 경험이 있다. 중국시장에서도 스마트한 사후관리 서비스를 강화하여 시장을 꾸 준히 확대해 나가는 일본 K사 등 기계업체들을 주 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사후관리 역량이 부족 한 중소기업들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해외 A/S망 구축이 필요하다. 지난해 기계산업 유통 선 진화 및 서비스화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설립한 한국기계거래소와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 한 대기업이 협력하여 스마트 A/S체계를 구축해 나간다면 견실하고 빠른 수출경쟁력 확보가 가능 할 것이다. 더불어 대중소기업 상생 생태계 조성 은 덤이다. 최근 금형업계가 멕시코에 사후관리 를 위한 공동 A/S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좋은 선례로 볼 수 있다.
마케팅 확대
셋째, 국내 전시회의 글로벌화와 시장개척단 파견 등 마케팅 지원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공 작기계 등 기계류 완제품은 부피가 크고 중량물 인 경우가 많아 해외 전시회 참가를 위해 많은 비 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은 제 품의 일부나 카탈로그만을 전시하는 경우가 많 아 품질과 기술력을 제대로 홍보하기 어려운 것 이 현실이다. 따라서 기계업체의 경우 특히 국내 전시 활용도가 크고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전시회의 경우 해외 유력바이어 유치 역량 부족 으로 국내 잔치로 끝나는 전시회가 허다한 상황 에서 정부의 국내 전시 지원예산마저 2014년 이 후 계속 줄고 있어 사정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새로운 글로벌 공급처를 찾고 있는 해외 기업을 시장개 척단과 같은 마케팅 수단을 활용하여 적극 발굴 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발굴한 유력바이어를 국 내 전시회로 유인하여 제품뿐만 아니라 기업의 역량과 기술력을 동시에 보여 줄 때 효과를 극대
화할 수 있다. 더불어, 해외 전시참관을 위한 아 웃바운드 여행상품이 성행하고 있는 것처럼, 해 외바이어 유치를 위한 국내 여행과 전시회 참관 을 연계한 인바운드 여행상품도 적극 개발되어 야 할 것이다.
기계산업의 風迅鳶騰
(바람이 거셀수록 연이 높게 난다)
지난해 우리 기계산업은 중국, 유럽 등 글로벌 경기침체 지속과 엔저 영향 등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기계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계속해 왔다. 하지만 어떠한 어려 움 속에서도 산·학·연·관이 혼연일체가 되어 기 술개발을 통한 고성능화·고부가가치화 및 국산 화 촉진, 금형 등 뿌리산업 육성, 지재권 중심의 기술획득전략 강화, FTA 활용, 신흥시장 개척의 글로벌 마케팅 역량을 강화한다면 우리 기계산업 은 어려운 여건을 기회로 삼아 다시 한 번 높게 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