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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기업지배구조의 결정요인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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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06-14

각국 기업지배구조의 결정요인 비교

: 경로의존성과 정치 ․ 역사적 특수성

김 용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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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기업지배구조의 결정요인 비교

1판1쇄 인쇄/ 2006년 12월 15일 1판1쇄 발행/ 2006년 12월 21일

발행처․한국경제연구원 발행인/ 노성태 편집인/ 노성태

등록번호/ 제318-1982-000003호

(150-75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28-1 전경련회관 전화3771-0001(대표), 3771-0057(직통) / 팩스 785-0270~1

http://www.keri.org

ⓒ 한국경제연구원, 2006

한국경제연구원에서 발간한 간행물은 전국 대형서점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구입문의) 3771-0057

ISBN 89-8031-419-1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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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간 사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대기업집단 정책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이른바 4대부문 개혁(기업지배구조, 금융, 노동시장, 공기업) 중 나머지 3개 부문의 개혁은 완결되었지만 기업지배구조부문에 대한 개혁 노력은 ‘시장경제 선진화 정책’이란 이름으로 계속되고 있다. 대기 업집단 정책 중 가장 중요한 요소인 기업지배구조 관련정책이 기 업의 경영환경에 끼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그간 학계에서의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논의는 특정 기업지배구 조와 해당 기업의 경영성과 간의 상관관계를 따지는 실증연구 위 주로 진행되어 왔다.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최근의 정책을 보면 공 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순환출자 억제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이 정책에 따르면 대기업집단을 통할하는 패밀리가 직접 투자한 자본금의 비중으로 계산되는 실질 소유권(Cash-Flow Rights)과 관 계사를 통해 순환출자를 함으로써 패밀리의 직접투자 자본금 비 중을 훨씬 능가하는 지배권(Controlling Rights) 간의 격차가 클수록

‘후진적’이다. 때문에 이 격차를 ‘의결권 승수’라 부르고 이를 줄이 려는 정책이 실행되어 왔다.

본 연구는 이러한 기존의 연구나 정책과는 다른 시각에서 비롯 되었다. 과연 실질 소유권과 지배권 간의 격차의 존재를 후진적이 라고 보는 것이 올바른지 의문을 제기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논의 와 구분된다.

본 연구는 기업지배구조의 글로벌 스탠더드가 존재하고 이를 준수해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지배적 시각에 대해 과연 기업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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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의 국제적 기준이 존재하는지, 각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기업 의 소유 및 지배관련 제도와 관행은 그 국제적 기준을 따라 동일 한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때문에 대 단히 시의적일 뿐 아니라 논쟁적이다. 또, 기업의 의결권에 관한 국제적 기준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1주1의결권 주의가 과연 모 든 국가에 적용되고 있는 보편타당한 원칙인지에 대해서도 많은 사례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으로 많은 시 사점을 준다.

본 연구에 따르면 기업지배구조의 국제적 기준으로 거론되고 있 는 ‘영미식 기업지배구조 관행’(Anglo-American Corporate Governance Practices)은 미국과 영국 이외의 국가에서는 지배적인 지배구조로 자리잡고 있지 않다. 여기서 ‘영미식 기업지배구조 관행’이라는 것 은 주식의 광범위한 분산, 전문경영인에 의한 기업의 지배, 다수 의 사외이사에 의한 이사회의 구성, 기업의 주된 목표로써 주가와 배당규모의 중시, 기업경영권 시장의 활성화 등의 제도와 행태를 지칭한다.

본 연구는 미국 이외의 국가,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많은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이 영미식 기업지배구조와 상이한 기업지배구조 를 갖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해당 국가 기업들의 소유 구조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이렇게 상이한 소유구조가 형성된 이유는 기업을 둘러싼 정치적․역사적 여건이 달랐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한다. 각 국가별로 금융자본-산 업자본 간 역학관계가 상이하게 발달해 왔다는 것도 중요 여건 중 하나인 것으로 인식한다.

기업 외부의 여건과 역학관계가 기업지배구조를 둘러싸고 각 나라별로 내부 주주와 외부 주주, 종업원, 외부 이해관계자(채권은 행 및 지역사회) 간의 힘의 균형이 상이하게 나타나게 만들었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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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물이 각 국가마다 고유한 기업지배구조를 형성한 것으로 본 연구는 파악한다.

이렇게 경로의존성과 역사성이란 인식에 기초해서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를 둘러싼 최근 논란을 살펴본다면 이른바 ‘글로벌 스탠 더드’(Global Standards, 국제적 기준)로 받아들여지는 영미식 기업지 배구조가 우리가 당연히 본받아야 할 규범이라고 단정하기 어렵 다는 게 본 연구의 인식이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기업지배구조의 글로벌 스탠더드로 인식되고 있는 제도는 영․미 고유의 역사적 경험에서 비롯된 특수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 제도는 미국과 영국의 기업소유 및 의결구조의 특수성과 그것을 만들어 낸 제반 정치․사회적 여건을 반영한 산물일 뿐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영 미식 기업지배구조를 본받아야 할 ‘좋은 관행’(Best Practices)으로 이해하고, 이를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적용시키려 노력하 는 것에는 근본적인 오류가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의 성과를 진작시켜, 궁극적으로 국민경제의 지속적인 성 장과 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이 진정한 개혁이라면, 외환위기 이후 최근까지 기업지배구조를 둘러싼 개혁조치는 진정한 개혁과는 상 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 본 연구의 인식이다. 지난 2000년 이래 나타나고 있는 기업의 설비투자 부진현상과 단기적 안목의 경영행태 등은 외환위기 이후 시행된 기업지배구조 개혁 등 잘못 된 경제개혁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는 것이 본 연구의 주장이다.

때문에 본 연구는 기존의 경제개혁 작업에 대한 근본적인 재인식 이 필요하다는 정책적 함의를 제공한다.

이 연구의 제안 세미나에 참석하여 좋은 논평을 해 주신 삼성 경제연구소의 최인철 박사, 중간평가 세미나에 참석하여 훌륭한 지적을 해 주신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이우성 박사, 연구의 진행 과 방향에 대해 많은 도움을 주신 한국경제연구원의 황인학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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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본부장과 제안 및 중간평가 세미나에 참석하여 질문과 관심 을 표명해 주신 한국경제연구원의 여러 연구위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또 서면을 통해 이 보고서의 내용을 개선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신 익명의 두 분 논평자에게도 감사를 표한다. 끝 으로 본 보고서의 연구내용은 저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본 연구 원의 공식견해와는 무관함을 밝혀 둔다.

2006년 12월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노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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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례

요 약/ 13

제1장 서 론/ 21

제2장 기존의 연구에 대한 검토/ 29 Ⅰ.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과거의 연구 / 31 1. 1970, 1980년대의 미국의 연구동향 / 31 2. 1990년대의 변화된 연구동향 / 32

Ⅱ. 지배적 이론으로서의 수렴이론(Convergence Theory)/ 34 1. 경제통합과 기업지배구조 수렴 / 34

2. 자본시장으로부터의 압력 / 36 Ⅲ. 수렴이론에 대한 대안(代案)이론 / 38 1. 경로의존성 이론 / 38

(1) 구조추동형(Structure-Driven) 경로의존성 / 39 (2) 규제추동형(Rule-Driven) 경로의존성 / 43 2. 정치적․역사적 특수성 / 44

제3장 세계 주요기업의 지배구조와 국가별 기업지배구조 특징/ 47

Ⅰ. 지배주주(Blockholder) 모델과 광범위한 분산형(Widely Held) 모델 / 49

Ⅱ. 적대적 인수합병과 관련한 기업지배구조의 5개 유형 /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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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식이 분산되어 있으나 적대적 인수합병이 어려운 모델 (W2)/ 54

(1) 스페인의 방코 산타데 센트럴 히스파노(BSCH S.A.)의 사전 방어장치 / 55

(2) 영국과 네덜란드의 합작기업인 로열더치셸의 사전 방 어장치 / 58

(3) 알리안츠생명과 뮌헨재보험의 사전 인수합병 방어장치 / 59

(4) 네덜란드의 로열 어홀드의 사후 방어장치 / 60 (5) 독일 폴크스바겐의 사전 인수합병 방지장치 / 62 2. 차등의결권을 통해 지배주주의 지배권을 보장하는 모델

(B2)/ 64

(1) 영국 미디어 재벌 로더미어(Rothermere)의 사전 방어장 치 / 65

(2) 노보 노르디스크 A/S의 차등의결권 / 66 (3) 스웨덴 발렌베리 그룹 / 68

(4) 이탈리아의 텔레콤 이탈리아 그룹 / 70 Ⅲ. ‘1주1표’주의에 대한 검토 / 72

1. 다중의결권 혹은 차등의결권 제도 / 74 2. 의결권 상한제(Voting Right Ceilings)/ 76 3. 소유권 상한제(Ownership Ceilings)/ 77

4. 그 외 우선주(Priority Shares), 황금주(Golden Shares), 주식예 탁증서(Depositary Receipts) 등 / 78

Ⅳ. 각국의 다양한 의결권 제도 현황 / 81 1. 영국: 무의결권 주식의 발행 / 81

2. 프랑스: 장기 보유자에게 1주2표 부여 / 86 3. 스위스 /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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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스페인 / 90 5. 이탈리아 / 92 6. 네덜란드 / 94 7. 스웨덴 / 96 8. 그 외 국가들 / 98

제4장 주요국가의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역사적 검토/ 103 Ⅰ. 기업지배구조 비교연구의 중요성 / 105

1. 미국의 기업지배구조 / 112 2. 독일의 기업지배구조 / 117 3. 일본의 기업지배구조 / 129

4. 한국의 기업소유 및 지배구조의 형성과정과 정부의 역할 / 136

제5장 요약과 시사점/ 143 Ⅰ. 요약 / 145

Ⅱ. 시사점 / 150

참고문헌/ 154

영문초록/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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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차 례

<표 3-1> 적대적 인수합병 관련 지배구조의 5개 유형 / 53

<표 3-2> BSCH의 이사회 구성 / 56

<표 3-3> BSCH의 주요주주 / 57

<표 3-4> 로열 어홀드의 다양한 적대적 인수합병 방어장치 / 61

<표 3-5> 인베스터가 보유한 계열사의 현금흐름권과 의결권 (2005년 9월 30일 현재) / 69

<표 3-6> 유럽 각국의 의결권 상한제도 / 77

<표 3-7> 유럽 각국의 소유권 상한제 / 78

<표 3-8> 유럽 각국의 우선주 현황 / 79

<표 3-9> 유럽 각국의 황금주 도입 현황 / 79

<표 3-10> 영국 대표 상장기업 80개의 다양한 의결권 제도 / 82

<표 3-11> 프랑스 대표 상장기업 42개의 의결권 구조 / 87

<표 3-12> 스위스 대표 상장기업 17개의 의결권 구조 / 89

<표 3-13> 스페인 대표 상장기업 17개의 다양한 의결권 구조 / 91

<표 3-14> 이탈리아 대표 상장기업 25개의 다양한 의결권 구조 / 93

<표 3-15> 네덜란드 대표 상장기업 21개의 다양한 의결권 구조 / 95

<표 3-16> 스웨덴 대표 상장기업 16개의 의결권 현황 / 97

<표 3-17> 오스트리아 대표 상장기업의 2개의 의결권 현황 / 98

<표 3-18> 벨기에 대표 상장기업 9개의 의결권 현황 / 98

<표 3-19> 덴마크 대표 상장기업 5개의 의결권 현황 / 99

<표 3-20> 핀란드 대표 상장기업 5개의 의결권 현황 / 99

<표 3-21> 독일 대표 상장기업 34개의 의결권 현황 /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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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3-22> 그리스 대표 상장기업 7개의 의결권 현황 / 101

<표 3-23> 아일랜드 대표 상장기업 6개의 의결권 현황 / 101

<표 3-24> 룩셈부르크 대표 상장기업 2개의 의결권 현황 / 101

<표 3-25> 노르웨이 대표 상장기업 5개의 의결권 현황 / 102

<표 3-26> 포르투갈 대표 상장기업 4개의 의결권 현황 / 102

<표 4-1> 미국․독일․일본 대표 자동차기업의 소유관계 / 106

<표 4-2> 마이크로소프트와 GE의 오너십(2002년 현재) / 116

<표 4-3> 430개 상장사의 25% 이상 주요주주의 수 / 121

<표 4-4> 430개 상장사 주요주주의 유형별 분류 / 121

<표 4-5> 2003년 현재 독일 상장기업의 소유구조 / 122

<표 4-6> 4개 이상 상장사의 주요지분을 가진 주주 명단 / 123

<표 4-7> 일본 기업의 주식소유구조(1970~2000) / 132

<표 4-8> 일본 금융기관의 주식보유 현황(1991) / 133

<표 4-9> 5+3 원칙과 제도변화 / 139

<표 4-10> 30대 대기업집단 소속사 간 채무지급 보증액 추이 /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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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차례

<그림 2-1> 기업지배구조의 정치적 결정과정 / 45

<그림 3-1> 25% 이상 의결권을 가진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상장기업의 국가별 비율 / 50

<그림 3-2> 과반수의 의결권을 가진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상장기업의 국가별 비율 / 51

<그림 3-3> BSCH 은행의 2003년 6월까지 기업지배구조 / 55

<그림 3-4> 로열더치셸의 기업지배구조 / 58

<그림 3-5> 알리안츠생명과 뮌헨재보험의 상호 주식보유 / 59

<그림 3-6> 로열 어홀드의 지배구조 / 60

<그림 3-7> 독일 폴크스바겐의 지배구조 / 63

<그림 3-8> 영국 미디어 그룹 DMGT의 기업지배구조 / 66

<그림 3-9> 노보 노르디스크의 기업지배구조 / 67

<그림 3-10> 스웨덴 발렌베리 그룹의 피라미드 시스템 / 68

<그림 3-11> 텔레콤 이탈리아의 피라미드 시스템 / 71

<그림 3-12> 유럽 300대기업 중 1주1표 원칙의 의결구조를 가진 기업의 비율 / 72

<그림 3-13> 차등의결권을 보유한 유럽 300대 기업들 / 75

<그림 3-14> 현금흐름권과 의결권 사이의 괴리 정도 / 76

<그림 3-15> 스웨덴의 차등의결권 비중 / 97

<그림 4-1> 독일 주요기업들 간의 주식 상호보유 현황 / 119

<그림 4-2> 독일 기업지배구조의 특징 / 120

<그림 4-3> 독일 증권거래법에 따른 의결권 공시의 범위 / 126

<그림 4-4> 일본 도요타 자동차 그룹의 순환출자구조 /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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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약

1997~1998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와 일부 학자 및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기업지배구조의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s, 국제적 기준)가 존재하고 이를 준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었 다. 이 주장에 따르면, 기업지배구조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입하 는 것만이 외환위기를 초래한 이른바 ‘재벌의 문어발식’ 기업확장 문제를 해소할 수 있고, 또 이를 통해서만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본 연구는 과연 기업지배구조의 국제적 기준이라는 게 존재하 는지, 각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기업의 소유 및 지배관련 제도와 관행은 그 국제적 기준을 따라 같은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또, 기업의 의결권에 관한 국제적 기준처 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1주1의결권 주의가 과연 모든 국가에 적용 되고 있는 보편타당한 원칙인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본 연구는 기업지배구조의 국제적 기준으로 거론되고 있는 ‘영미 식 기업지배구조 관행’(Anglo-American Corporate Governance Practices) 은 미국과 영국 이외의 국가에서 지배적인 구조로 자리잡고 있지 않다고 인식한다. ‘영미식 기업지배구조 관행’이라는 것은 주식의 광범위한 분산, 전문경영인에 의한 기업의 지배, 다수의 사외이사 에 의한 이사회의 구성, 기업의 주된 목표로써 주가와 배당규모의 상승, 기업경영권 시장의 활성화 등의 제도와 행태를 말한다. 본 연구는 오랜 기간 동안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제발전을 이룩해 온 미국과 유럽 주요국가 등의 기업지배구조가 ‘국제적 기준’과 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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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상이한지, 각 국가별로 주요 글로벌 대기업의 지배구조는 어떠 한지를 살펴보고 그 이유에 대해서 분석한다.

본 연구는 미국 이외의 국가,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한 많은 선 진 자본주의 국가들이 영미식 기업지배구조와 상이한 기업지배구 조를 갖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해당 국가의 기업들의 소유구조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이 렇게 상이한 소유구조가 형성된 이유는 무엇보다도 기업을 둘러 싼 정치적․역사적 여건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인식한다. 각 국가 별로 금융자본-산업자본 간 역학관계가 상이하게 발달해 왔던 것 도 각국 기업의 소유구조를 상이하게 발전시킨 여건 중 하나이다.

기업 외부의 여건과 역학관계가 기업지배구조를 둘러싸고 각 나라별로 내부 주주와 외부 주주, 종업원, 외부 이해관계자(채권은 행 및 지역사회) 간의 힘의 균형이 상이하게 나타나게 만들었고, 그 결과물이 각 국가마다 고유한 기업지배구조를 형성한 것으로 본 연구는 파악한다.

경로의존성과 역사성이란 인식에 기초해서 현재 한국의 기업지 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을 살펴본다면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

(Global Standards, 국제적 기준)로 받아들여지는 영미식 기업지배구 조가 우리가 당연히 본받아야 할 규범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지 금 한국사회에서 기업지배구조의 글로벌 스탠더드로 인식되고 있 는 제도는 영․미 고유의 역사적 경험에서 비롯된 특수한 결과물 이기 때문이다. 그 제도는 미국과 영국의 기업소유 및 의결구조의 특수성과 그것을 만들어 낸 제반 정치․사회적 여건을 반영한 산 물일 뿐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영미식 기업지배구조를 본받아야 할 ‘좋은 관행’(Best Practices)으로 이해하고, 이를 ‘개혁’이라는 이 름으로 한국에 적용시키려 노력하는 것에는 근본적인 오류가 있 다고 인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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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성과를 진작시켜 궁극적으로 국민경제의 지속적인 성장 과 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이 진정한 개혁이라면 외환위기 이후 최근까지 기업지배구조를 둘러싼 개혁조치는 진정한 개혁과는 상 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 본 연구의 인식이다. 지난 2000년 이래 나타나고 있는 기업의 설비투자 부진현상과 단기적 안목의 경영행태 등은 외환위기 이후 시행된 잘못된 경제개혁에 기인하 는 바 크다. 때문에 본 연구는 기존의 경제개혁 작업에 대한 근본 적인 재인식이 필요하다는 정책적 함의를 제공한다.

본 연구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제2장에서는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지배적 이론(수렴이론)과 그에 대한 대안이론(경로의존성, 정치 적 역학관계 및 역사성 이론)을 소개하였다. 수렴이론에서는 각국의 기업지배구조를 수렴시키는 동력으로 제시되는 경제통합과 자본 시장으로부터의 압력이 어떻게 기업지배구조를 같은 방향으로 변 화시키고 있는가 그 주장을 살펴본다.

이후 수렴이론에 대한 대안이론으로 경로의존성 이론을 소개한 다. 기존의 지배구조이론이 소유자와 경영자 간의 계약관계로 초 점을 한정시키는 반면, 이 이론은 계약관계를 둘러싼 제반 역사 적․경제적․정치적 환경의 영향을 함께 분석한다는 점이 이 이 론의 특징이다. 구조추동형(Structure-Driven) 경로의존성과 규제추 동형(Rule-Driven) 경로의존성이란 두 가지 경로가 제시된다. 그리 고 또 다른 대안이론으로서 정치적․역사적 특수성 이론을 소개 한다. 이러한 시각은 무엇보다도 각 국가의 기업지배구조 관행이 각국의 정치적 역학관계를 반영한다는 인식에 근거하고 있다. 각 이해관계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규제와 제도가 형성되도 록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선호도에 따라 정치적 연합관계가 형성 되며 이것이 기업지배구조를 결정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러한 시각은 기본적으로 기업지배구조가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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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중요한 요인은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제3장에서는 세계 주요기업의 지배구조를 비교하였다. 특히 적 대적 M&A와 관련된 각 국가와 기업의 태도를 살펴보고 유럽국 가와 기업에서 1주1표주의(주주평등주의)와 상이한 의결권 제도가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발전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였다.

적대적 M&A와 관련하여 우선 기업의 지배형태를 지배주주 모델(Blockholder Model)과 분산형 모델(Widely Held Corporation Model)로 구분하였다. 세계 각국의 기업들은 대부분 지배주주에 의해 지배되는 소유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지배주주는 적어도 25%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을 말하는데, 여기서 의결권(Voting Rights)은 현금흐름권(Cash Flow Rights)과는 다른 개념이다. 1주1표주의가 관철된다면 현금흐 름권과 의결권 혹은 지배권(Voting Rights)은 동일하게 나타날 것 이지만, 영국을 포함한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1주1표주의와 다 른 형태의 의결권이 용인되고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을 살 펴보았다. 영국과 미국처럼 주식이 광범위하게 분산되고 1주1의 결권이 비교적 광범위하게 확립되어 있는 경우는 오히려 예외적 인 현상이라는 것을 확인하였다.

기업의 지배형태와 관련해 영국과 미국을 제외하곤 유럽 대부 분의 나라에서 기업이 상장 대기업의 과반수가 25% 이상 의결권 을 가진 지배주주를 갖고 있다. 특히 벨기에의 경우 상장기업의 대부분(93.6%)이 최소 25%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지배주주 를 갖고 있었고, 또 65.7%의 상장사들은 50%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지배주주가 존재했다. 이에 반해 영국의 경우 상장기업 중 15.9%만이 25%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지배주주가 존재했 고, 과반수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지배주주를 가진 기업의 수는 2.4%에 불과했다. 미국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욱 심했다. 뉴욕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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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상장된 기업 중 25%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지배주주를 가진 기업의 수는 7.6%에 불과했고, 50%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 하는 지배주주가 있는 기업은 2%에 지나지 않았다.

적대적 인수합병과 관련해 유럽의 대표적 기업들의 사례를 통 해 이들이 다양한 형태의 경영권 보호장치를 보존하고 있다는 사 실도 확인하였다. 주식이 분산되어 있더라도 사전적으로 의결권 을 제한(스페인의 BSCH 은행)하거나 지분의 거래를 제한(독일 알리 안츠생명과 뮌헨재보험), 특별권리를 가진 주식을 발행(네덜란드의 로 열더치셸)하는 등의 형태로 경영권을 보호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 면, 사후적인 방어장치를 통해 만약의 경우 백기사나 우호세력에 게 ‘백지수표’ 우선주를 발행하는 장치를 보유(네덜란드의 로열 어홀 드)한 기업의 사례를 살펴보았다. 민영화된 기업에서 발견되는 황 금주(독일의 폴크스바겐의 사례)도 대표적인 적대적 M&A 방어장치 라고 할 수 있다. 피라미드 시스템, 순환출자, 차등의결권 등을 통 해 지배주주의 지배권을 보장하는 사례(영국의 DMGT, 덴마크의 노 보 노르디스크, 스웨덴 발렌베리 그룹, 이탈리아의 텔레콤 이탈리아 그룹) 도 살펴보았다.

1주1표주의와 상이한 의결권 제도로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 고 있는 차등의결권의 경우 유럽의 5,162개 상장사(그리스, 네덜란 드, 룩셈부르크에 상장된 기업 제외) 중 1,035개의 회사가 이를 채택하 고 있다는 연구도 소개하였다. 유럽의 300대 상장기업으로 따져보 면 이중 30%에 해당하는 59개사가 차등의결권을 보유하고 있는 등 35%의 기업이 1주1표주의와 상이한 형태의 의결권 구조를 지 니고 있다는 사실을 소개했다. 시장에 따라 주주권에 상당한 차이 를 보이고 있는데, 특히 네덜란드와 스웨덴, 프랑스에서는 1주1표 원칙과 상이한 형태의 의결권 제도가 오히려 보편적이라는 사실 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스위스, 스페인, 이탈리아의 경우 1주1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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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를 채택하고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수가 대등하다는 점도 확인하였다.

차등의결권 외에 빈번하게 사용되는 1주1표주의 이외의 의결권 구조는 의결권 제한(Voting Rights Ceilings)이었고, 다음으로는 주식 소유상한제(Ownership Ceilings)가 자주 사용되는 제도였다.

제4장에서는 세계 주요국가(미국, 독일, 일본, 한국)의 기업지배구 조를 둘러싼 역사적․정치적 환경과 제도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비교연구의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이나 영국에서 나타나는 주주 가치 중심 주주자본주의는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극히 예외적인 현상이다. 세계 각국의 기업지배구조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가 족을 중심으로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형태이다. 일부 국가에서 독 특한 정치적․역사적 경험에 기초해 발전한 기업지배구조를 금과 옥조로 삼아 벤치마킹하려는 정책은 올바르지 않을 뿐 아니라 거 대한 저항에 부딪힘에 따라 실제 정책으로 실현될 가능성조차 갖 지 못한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대기업집단 문제의 모든 것이 소유지배구 조의 문제점에서 비롯된 것이며 정부가 이에 적극 개입하여 문제 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에는 외 환위기의 원인이 재벌의 방만한 차입경영에 있었고, 이것이 국가 를 위기로 내몰았기 때문에 재벌체제 자체를 죄악시하는 것이 당 연하게 여겨진 적도 있다. 돌이켜보면 이러한 주장은 학계에서도 일부의 시각이며 이와는 전혀 다른 외환위기의 원인과 발생에 대 한 다양한 설명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의 인식에 기 초해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집단 정책의 방향이 설정되었다.

기업의 내부 지배구조와 기업의 조직형태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전략적 선택사안이다. 정부 일각과 일부 지식인들은 재벌을 우리 나라에만 있는 후진적, 비효율적인 경제조직으로 단정하고 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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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경영체제나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을 정책대안으로 제시하 고 있다 그러나 기업집단체제라는 것은 영국과 미국을 제외한 대 부분의 선진국에서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기업조직형태이며, 각 나라마다 독특한 자본주의 발전의 역사와 제도적 환경하에서 다 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 할 것이다.

영미식 기업지배구조와 이에 따른 주주가치의 극대화는 한국에 서 실현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고 실현될 경우 심각한 문제점 을 노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기업이 주주가치의 극대화를 추 구하여 주주의 이익만을 우선시할 경우 그렇지 않을 경우에 비해 과소한 투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며, 비즈니스 사이클에 따른 경 기 하강기에 상시적인 고용의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 업의 양산을 한국경제가 감내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심각하게는 노사간의 계급적 갈등을 격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최적의 선택이라고 하기 어렵다. 또 기업이 주주의 이익을 앞세우 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용인되고 있는 기업관과 갈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을 주주의 재산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산물로 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또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기 업의 오너 스스로가 강조하고 있는 현실임을 감안할 때 영미식 주주가치 극대화 전략은 주주를 제외한 다른 이해관계자와 강력 한 충돌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쥐꼬리만한 지분으로 거대기업을 지배한다’는 비판 은 일견 그럴 듯해 보이지만 한국자본주의의 발달과정에 대한 이 해가 부족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정부가 금과옥조로 삼았거나 삼고 있는 전문경영인 중심, 단일 기업 중심, 사외이사 중심의 기업지배구조가 과연 우리 기업들에 적용되어야 할 최적의 지배구조인지 그 이유를 알기 어렵다. 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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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권과 지배권 사이의 간격을 문제시하고 그 간격이 크다고 해 서, 경제정의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거나 투명하지 못하고 후진적 인 지배구조라고 말할 수도 없다. 본 연구는 기업지배구조의 역사 성과 공간적 다양성을 보여 주는 데 주력했다. 기업의 지배구조를 외부 주주와 내부 주주 간의 몫 나누기 차원에서 협소하게 바라 볼 것이 아니라, 과연 국민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과 안정을 위한 투자와 고용에 어떤 식의 기업지배구조가 도움이 되느냐는 각도 에서 기업지배구조를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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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서 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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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지배구조를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이고, 그 방향은 어떠한 가? 각국의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는 동일한 방향으로 수렴하는가? ‘1주 1의결권’은 보편타당한 원칙인가?

1997~1998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와 일부 학자 및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기업지배구조의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s, 국제적 기준)가 존재하고 이를 준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었 다. 이 주장에 따르면 기업지배구조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입하 는 것만이 외환위기를 초래한 이른바 ‘재벌의 문어발식’ 기업확장 문제를 해소할 수 있고, 또 이를 통해서만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1)

이 같은 주장은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국제금융기구, 월 스트리트 저널(WSJ), 파이낸셜 타임즈(FT), CNN 등 주요 외국 언론, 그리고 주식투자자의 권리를 강화함으로써 자신의 이익을 증가시킬 수 있는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 등에 의해 되풀이되고 있다. 주요 외국계 컨설팅 업체들, 주요 국제금융 관련 회계 및 법률법인들도 이 같은 시각을 지지한다.2) 이들 외국계 투자관계 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한 규제(Regulation) 또는 탈규제 (Deregulation) 조치가 있을 때 ‘이는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것으 로 정부의 경제개혁이 진전을 보이고 있는 증거’라는 찬사를 보

1) 외환위기 발생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명이 존재한다. 대기업집단의 다각화된 투자가 그 원인이라는 설명은 그 중 한 가지에 불과하다. 사실 기업투자의 ‘다각 화’는 미국에서 20세기 초반 이후 1960년대까지 리스크의 분산이라는 측면에서 올바른 기업경영방식으로 받아들여진 개념이다. 또 코리아 디스카운트(주가의 상 대적인 저 평가)가 한국기업의 지배구조가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야기된 것이라는 주장도 과학적 근거가 없다. 주가가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도구 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2) 기업지배구조는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지배구조를 측정 하는 것을 주요한 비즈니스 모델로 삼고 있는 기구가 새롭게 생겨나는가 하면 (예: Asia Corporate Governance Institute, Deminor Ratings), 기존의 금융관련 서비스 기관들은 이를 새로운 비즈니스 분야로 추가하고 있다(예: S&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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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왔다. 반면 자신들이 선호하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한국정부 의 정책이 추진되는 것처럼 보일 때는 그것을 ‘개혁의 후퇴’라고 비판했다. 가령 주식시장과 관련한 대표적인 시장제도 중 하나인 5% 공시제도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2005 년 초에 강화된 새로운 5%룰 공시제도에 의하면, 외부 투자자가 특정 기업의 주식 5% 이상을 보유했을 때 일정기간 동안 주식 의 추가구입이 제한받게 되는데, 이 기간 중 기존의 대주주는 독 약(Poison Pill) 제도 등을 도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주식시 장을 통한 기업에 대한 규율을 방해할 수 있다고 이들은 주장한 다(예: CLSA & ACGA(2005), p.56).

본 연구는 과연 기업지배구조의 국제적 기준이라는 것이 존재 하는지, 각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기업의 소유 및 지배관련 제도와 관행은 그 국제적 기준을 따라 같은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또, 기업의 의결권에 관한 국제적 기준처 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1주1의결권 주의가 과연 모든 국가에 적용 되고 있는 보편타당한 원칙인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본 연구는 기업지배구조의 국제적 기준으로 거론되고 있는 ‘영미 식 기업지배구조 관행’(Anglo-American Corporate Governance Practices) 은 미국과 영국 이외의 국가에서는 지배적인 구조로 자리잡고 있 지 않다고 인식한다. ‘영미식 기업지배구조 관행’이라는 것은 주식 의 광범위한 분산, 전문경영인에 의한 기업의 지배, 다수의 사외이 사에 의한 이사회의 구성, 기업의 주된 목표로써 주가와 배당규모 의 상승, 기업경영권 시장의 활성화 등의 제도와 행태를 말한다.

이 연구는 오랜 기간 동안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제발전을 이룩해 온 미국과 유럽 주요국가 등의 기업지배구조가 이른바 ‘국제적 기 준’과 어떻게 상이한지, 각 국가별로 주요기업의 지배구조는 어떠 한 지를 살펴보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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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미국 이외의 국가,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한 많은 선 진 자본주의 국가들이 영미식 기업지배구조와 상이한 기업지배구 조를 갖고 있는데, 그 이유는 우선 해당 국가의 기업들의 소유구 조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그렇게 상 이한 소유구조가 형성된 이유는 무엇보다도 기업을 둘러싼 정치 적․역사적 여건이 달랐고, 그에 따라 각 국가별로 금융자본-산업 자본 간 역학관계가 상이하게 발달해 왔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한 다. 이러한 기업 외부의 여건과 역학관계가 기업지배구조를 둘러 싸고 각 나라별로 내부 주주와 외부 주주, 종업원, 외부 이해관계 자(채권은행 및 지역사회) 간의 힘의 균형이 상이하게 나타나게 만 들었고, 그 결과물이 각 국가마다 고유한 기업지배구조를 형성한 것으로 본 연구는 파악한다.

일회적으로 발생한 사건, 말하자면 되풀이되어 다시 발생할 성 싶지 않은 역사적 경험, 예컨대 1920년대 말 미국 주식시장의 대 폭락과 30년대 초 대공황, 그 이후 루스벨트의 개혁 등과 같은 정 치․사회적 사건이야말로 미국과 유럽국가 간에 판이한 기업의 소유구조를 초래한 주요한 원인이었다. 그 결과 미국에서는 20세 기 초반까지 특정 개인이나 가문, 특정 집단(예: 금융기관)을 중심 으로 의결권이 집중되어 있던 기업의 소유구조는 사라지기 시작 했다. 반면, 유럽에서는 1인 지배주주 혹은 집단적인 블록 중심의 소유구조가 지속되어 왔다.

이렇게 경로의존성과 역사성이란 인식에 기초해서 현재 한국의 기업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을 살펴본다면, 이른바 ‘글로벌 스탠 더드’(Global Standards, 국제적 기준)로 받아들여지는 영미식 기업지 배구조는 우리가 당연히 본받아야 할 규범이라고 단정하기 어렵 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기업지배구조의 글로벌 스탠더드로 인식 되고 있는 제도는 영․미 고유의 역사적 경험에서 비롯된 특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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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 제도는 미국과 영국의 기업소유 및 의결 구조의 특수성과 그것을 만들어 낸 제반 정치․사회적 여건을 반 영한 산물일 뿐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영미식 기업지배구조를 본 받아야 할 ‘좋은 관행’(Best Practices)으로 이해하고, 이를 ‘개혁’이 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적용시키려 노력하는 것에는 근본적인 오 류가 있다고 인식한다.3)

기업의 성과를 진작시켜 궁극적으로 국민경제의 지속적인 성장 과 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이 진정한 개혁이라면 외환위기 이후 최근까지 기업지배구조를 둘러싼 개혁조치는 진정한 개혁과는 상 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 본 연구의 인식이다. 지난 2000년 이래 나타나고 있는 기업의 설비투자 부진현상과 단기적 안목의 경영행태 등은 외환위기 이후 시행된 잘못된 경제개혁에 기인하 는 바 크다. 때문에 본 연구는 기존의 경제개혁 작업에 대한 근본 적인 재인식이 필요하다는 정책적 함의를 제공한다.

연구의 방법론과 관련해 본 연구는 주요문헌 조사와 함께 각국 의 기업지배 관련 법제도와 관행, 주요기업들의 소유 및 지배구조 를 비교하는 비교제도분석(Comparative Institutional Analysis)의 방법 론을 사용한다. 한국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연구는 11대 경제대국 으로서 한국이 외환위기 이후 대단히 빠른 속도로 영미식 제도를 도입해 왔고, 이를 둘러싼 찬반양론이 최근 들어 치열하게 제기되 고 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중요한 사례연구(Crucial Case Study) 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또한 본 연구는 기업지배구조의 여러 가지 영역 중에서 특히 최근 현안이 되고 있는 적대적 인수합병 관련 제도와 1주1표주의(주주평등주의)에 대한 각 국가간의 제도적 차이

3) ‘개혁’이라는 말에는 긍정적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영어의 ‘Reform’을 번역한 것으로 보이는데 본래 영어에서 ‘Reform’은 가치중립적 인 언어라 한다. 그렇다면 제도의 변화에 대해 적절한 우리말은 ‘개혁’이라기보다 는 ‘개편’이라는 말이 더욱 어울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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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집중적으로 비교함으로서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그간의 연구에 기여코자 한다.

본 연구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우선 제2장은 기존 연구에 대한 간략한 재검토이다.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과거의 연구동향이 어 떠했는지를 정리한다. 특히 1990년대에 부상하여 현재 보편적으 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기업지배구조 수렴론’(Convergence theory) 에 대해 살펴본다. 그리고 수렴론에 대한 대안이론으로서 경로의 존성 이론과 역사적․정치적 특수성을 강조하는 이론에 대해 소 개한다. 제3장과 제4장에서는 세계 주요기업과 국가의 기업지배 구조를 상세하게 살펴본다. 마지막 제5장은 본 연구의 요약과 시 사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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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기존의 연구에 대한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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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과거의 연구

1. 1970, 1980년대의 미국의 연구동향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비교연구(Comparative Corporate Governance) 는 1980년대까지는 상당히 제한되어 있었다. 기업지배구조에 관 한 연구는 미국 중심적이었다. 예를 들어 법학도들의 비교기업지 배구조론에 대한 관심은 기업지배구조의 형식적인 구조를 비교하 는 것이었다. 이사회 구성원은 어떻게 선출돼야 좋을지, 배당금의 수준을 결정하는 기준은 무엇이어야 할지, 또 이사회 역할은 무엇 이 되는 게 적당한지 등 돌이켜보면 비교적 중요성이 덜한 문제 에 한정되었다.

금융경제학 분야에서의 비교기업지배구조론에 대한 관심도 제 한적이었다.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 지배구조시스템에 대한 관심 이 적었을 뿐 아니라, 타국의 주식시장 가격에 관한 충분한 자료 자체가 부족했다. 또한 1970년대 미국 증권거래위(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와 미국 법원은 외국 정부관리들에 대한 미 국기업들의 뇌물공여와 같은 스캔들과 부패에 초점을 맞추는 경 향이 있었다. 게다가 미국경제가 세계를 주도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의 비즈니스 제도, 말하자면 은행에 비해 주식시장이 활발하 게 기능을 한다든가 대기업의 경우 소유가 분산되어 있는 것과 같은 관행과 제도는 불가피한 것이고 효율적인 것이라고 자연스 럽게 인식하고 있었다(Newman, Milgate, and Eatwell(1992), p.340).

1980년대 들어 이 같은 생각에 변화가 생겼다. 유럽과 일본 기 업들이 미국에서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미국시장에서 미국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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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 국가 기업들과의 경쟁이 확대되면서 미국정부는 외국기업들의 지배구조나 소유구조가 산업성과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예: Competitiveness Policy Council(1993)). 적어도 외국기업들의 지배구조가 미국의 지배구조와 다르기는 하지만 그 지배구조가 그 나라의 경제구조나 성과를 왜곡시키고 있지 않는 다는 사실을 미국 학자들은 인식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서 일부 학자들은 은행이나 기업, 가족을 중심으로 형성된 유럽의 지배주주가 극도로 분산된 주식의 일부를 보유하 고 있는 미국 주주들에 비해 훨씬 효과적으로 기업의 경영진을 감시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기업 내부의 기술적으로 복잡하고 독점적인 정보는 주식시장에서 거래되지 않 지만, 이들 지배주주들에게는 전달되고, 이들 지배주주는 이러한 정보에 기초하여 기업의 경영이나 정책을 바꿀 수 있는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이들 지배주주에 의해 지배되는 기업들이 미국 기업에 비해 해당 기업의 노조와도 훨씬 좋은 신뢰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특히 지배주주가 은행일 경우 독일이나 일본에서 잘 나타 나는 것처럼 채권과 주식의 동시 보유자로서 순수하게 채권만을 보유하거나 주식만을 보유한 투자자보다 비즈니스의 부침(浮沈)에 훨씬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게 되었다.4)

2. 1990년대의 변화된 연구동향

하지만 1980년대에 있었던 미국 이외 국가의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평가가 지나치게 장밋빛이었다는 비판적 시각이 1990년대

4) 순수 채권보유자는 일반적으로 리스크를 회피하며, 순수하게 주식만을 보유한 자 는 리스크 감수를 선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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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 제기되었다.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의 기업성과가 상대적으 로 부진해진 반면 미국경제의 부상이 두드러졌던 시점이었다. 비 판적 시각의 핵심은 지배권이 소수 지배주주에게 집중된 기업은 기술과 시장이 급속하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특히 은행이 지배주주로 존재하는 경우, 신용과 자본 의 공급자로서 은행의 역할과 이를 수취하는 자로서 이사회를 지 배하는 역할 간에 이익의 충돌이 생기게 된다는 시각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경제성과를 설명하는 주요한 변수로 기업지배구 조가 작동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세계적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1992년 캐드베리(Cadbury) 보고서, 미국의 1993년 경쟁력정책위 보고서, 독일의 1996년 뮬베르트(Mulbert) 보고서, 그리고 1997년 OECD 보고서 등이 그것이다.

특정 국가의 기업 지배구조시스템이 다른 나라에 비해 열등하 게 가동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의식이 이런 연구를 하게 만들었다(Newman, Milgate, and Eatwell(1992),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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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지배적 이론으로서의 수렴이론(Convergence Theory)

1990년대 이후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이론 중 가장 지배적인 것 으로 떠오른 것이 수렴이론이다. 이에 따르면 세계경제의 통합으 로 인해 각국의 기업지배구조는 하나의 형태로 모아지게 된다. 세 계경제가 통합됨에 따라 첫째, 법과 제도의 경쟁이 야기되고, 둘 째, 자본시장의 압력이 증대됨에 따라 각 국가의 관련제도와 기업 의 지배구조가 한 방향으로 수렴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지역이나 국가별로 경제의 범위가 한정되었다. 하지 만 이제는 다자적 무역협정과 지역적 경제블록(예: 유럽연합)이 형 성됨에 따라 생산과 자본, 경영 그리고 정도는 다소 덜하지만 노 동시장이 통합됨에 따라 각기 상이한 지배구조를 갖춘 기업들이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되었다. 이러한 경쟁은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상이한 경로를 통해 기업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고 수렴이론 주창자들은 말한다.

1. 경제통합과 기업지배구조 수렴

우선 첫째, 특별한 기업지배구조가 경쟁의 우위를 초래하는지 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게 된다. 어떤 기업의 성과는 이전과는 달 리 국제적인 기준에 근거해서 쉽게 평가되고 서열화된다. 또 경쟁 자가 시장점유율을 상승시키고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게 되면 이 와 경쟁하고 있는 기업의 경영이 뒤떨어진다는 평가가 쉽게 내려 진다. 이에 따라 정책당국 또한 자국에서 시행 중인 법과 제도가 생산시장이나 금융시장을 통해 자국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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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Competitiveness Policy Council (1993), Gordon and Roe(2004)).

1980년대에는 미국에서는 독일과 일본의 이른바 은행 중심 금 융제도(Bank-Oriented Financial System)가 미국에서 발달한 자본시 장 중심 금융제도(Capital Market-Oriented Financial System)보다 경 영진을 잘 규율(Discipline)하고 효율적이며 장기적인 투자를 증진 시킨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MIT)의 리처드 레스터 교수와 로버트 소로우 교수 등이 쓴 미국 경제에 대한 진단서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

Regaining the Productive Edge)는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미국기업의 단기성과 위주의 경영태도를 설명할 수 있는 또 다 른 사실은 기업과 관련한 금융관행 문제이다. 일본이나 유럽기업 들은 투자재원 조달을 은행 등의 금융기관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주식시장을 통한 직접 금융시장 의존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 다. 일본의 은행이나 보험회사들은 미국 금융기관과는 달리 기업 에 대해 원활한 장기융자를 제공하고 있다(Dertouzos, Lester and Solow(1989)).

로라 타이슨 교수의 󰡔누가 누구를 후려치는가󰡕(Who Bashing Whom?)도 같은 문제의식의 저서이다. 나중에 클린턴 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로라 타이슨은 이 책에서 미국 반도체산업이 일본에 의해 추월당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장 기자본 조달상의 애로가 미국 제조업체 경쟁력 약화의 주요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Tyson(1992)). 하지만 1990년대 이후에 미 국의 경제적 우위가 두드러지면서 미국식 지배구조와 금융제도가 오히려 우월성을 지닌 것으로 인식되게 되었다.

초점은 다르지만 최근 한국의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논란도 같 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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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은 한국 재벌의 지배구조가 지속 가능하지 않은 외부차입에 의존해 확장경영을 하였고 이것이 외환위기를 야기했다고 진단했 다.5) 경제성과에 대한 국제적 비교에 기초해 한국의 기업지배구 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시각이었다.

2. 자본시장으로부터의 압력

수렴이론 주창자들이 세계적인 경제통합으로 인해 각국의 기업 지배구조가 같은 방향으로 수렴될 것이라고 믿는 두 번째 이유는 자본시장으로부터의 압력이다. 첨단기술기업의 경우 자본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초기 기술개발과정에 종자돈(Seed Money)을 제공한 벤처 캐피털은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기에 회수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주식시장이 발달해야 한다. 또, 세계적 경쟁에 나서는 기업의 경우 생산 및 영업망의 확장과 신기술의 도입을 위해 인수합병에 나설 필요성이 높아졌는데, 이 경우 현금 을 동원하기보다 신규 주식을 발행하여 이를 인수대금으로 지급 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본시장이 중요하게 된다.

자본시장으로부터의 압력은 또한 다국적인 투자자로부터 야기 된다. 국제적인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선호하는 기업지배구조의 형태를 갖고 있고, 자신에게 편리하고 친숙한 지배구조 관행이 관 철될 수 있도록 압력을 행사한다. 1990년대 후반에 미국의 투자자

5) 당시 IMF 부총재였던 스탠리 피셔는 2001년 런던 정경대(London School of Economics, LSE)에서 행한 강연을 통해 IMF 차관공여조건은 일반적으로 금융부 문의 구조조정에 한정되었으나, 한국의 경우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차관공여조건 에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특수했다고 밝혔다. 또 IMF 내부의 독립평가국(IEO)은 2003년 말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한국에 대한 차관공여조건에 기업지배구조 개혁 이 포함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밝혔다. IEO의 시각은 기업지배구조 개혁은 한국이 결정해야 할 문제이지 외부에서 방향을 제시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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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국가의 기업지배구조를 과거에 비해 훨씬 미국적인 기업지배구조 패턴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다. 특히 미국 의 공공연기금 투자자들이 그러했다. 또한 자국에 잘 발달된 주식 시장을 갖지 못한 나라의 기업이 영국 런던이나 미국 나스닥에 상장을 하게 되면, 상장의 관철과 유지를 영국이나 미국의 금융시 장 관련규제를 준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국식 지배구조로의 수렴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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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수렴이론에 대한 대안(代案)이론

수렴을 뒷받침하는 힘이 아무리 강력하다 할지라도 이를 견제 하는 대항력이 존재한다. 제도라는 것은 결국 각국 정부나 의회에 의해 정해지게 된다. 그런데 각국의 역사적 경험과 기업지배구조 에 이해관계를 갖는 이해당사자 간의 역학관계에 차이가 존재하 고 이것이 정치권과 정부의 정책방향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각 국의 기업지배구조가 동일한 방향으로 수렴한다는 주장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안이론의 시각이다. 경로의존성 이론 을 중심으로 대안이론에 대해 살펴본다.

1. 경로의존성 이론

벱척과 로(Bebchuk & Roe)는 「기업지배구조와 오너십에 있어 경로의존성 이론」(“A Theory of Path Dependence in Corporate Governance and Ownership”)이라는 1999년도 논문에서 선진 각 국들의 기업지배구조가 상이한 이유는 각국 기업의 지배구조가 그 나라의 과거 경제구조와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각국의 기업지배구조와 소유구조의 형태를 크 게 세 가지로 구분했다. 소유가 광범위하게 분산된 형, 소유가 집 중된 형, 그리고 피고용자들이 기업의 경영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 는 유형 등이 그것이다.

경로의존성 이론은 기업의 소유구조와 지배구조가 일부 유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본질적으로 상이한 형 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대안이론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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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꼽힌다. 이 이론은 기존 금융경제학 이론이 지배구조를 단순히 소유자와 경영자 간의 계약관계로 파악하는 것과는 달리 이 계약 관계를 둘러싼 제반 역사적․경제적․정치적 환경의 영향을 함께 분석한다는 점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다.

이에 따르면 우선 특정 국가 경제의 기업소유구조는 그 나라 경제가 이전에 유지해 왔던 구조에 의해서 좌우된다. 과거 그 나 라의 경제는 특정한 형태의 환경(가령 낮은 저축률)을 경험했고, 그 나라가 겪었던 역사적 경험(가령 고속성장의 필요성)도 특수하기 때 문에 자본주의라는 큰 틀에서 본다면 비슷한 경제시스템을 공유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기업의 소유구조 등의 구체적 차이는 여전히 존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로의존성이 관철되는 방식은 크게 구조추동형과 규제추동형 두 가지로 구분된다.

(1) 구조추동형(Structure-Driven) 경로의존성

어떤 새로운 소유 및 지배구조가 기존의 소유 및 지배구조보다 효율적일 수 있을지라도, 기존 소유구조가 생성되고 유지되는 데 투여된 이제까지의 비용을 감안해 볼 때(또 새로운 소유 및 지배구조 를 도입할 때 소요될 비용을 감안할 때) 기존의 소유 및 지배구조를 유 지하는 것이 차라리 효율적이라는 게 구조추동형 경로의존성의 시각이다.

제도적 정합성(Complementarities)이라는 개념도 이러한 시각에서 비롯된다. 기존의 소유 및 지배구조는 그 나라 경제에 존재하고 있는 다른 제도, 말하자면 자본시장 혹은 노사관계 등과의 관계 속에서 발전하고 정착된 것이다. A라는 국가에서 발생한 여러 제 도가 온존하고 있는 상태에서 B라는 국가(환경)에서 발달한 일부 제도, 말하자면 기업지배구조를 모방하려고 할 때 B라는 국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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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도입된 제도는 기존 A라는 환경에서 발달한 다른 제도와 마찰 을 일으키게 된다는 것이다.

정합성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본다면, 가령 독일의 경우 공동결정 제나 지배 대주주가 존재한다는 장점이 있고, 반면 미국의 경우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의 경영진에 대해 시장의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제3국이 미국과 독 일의 그러한 강점을 흉내 내는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 다. 각 국가의 강점들은 특정 제도 자체에 있기보다는 여러 제도 간의 정합성 내에 정착되어(Embedded) 있기 때문에 특정한 제도 를 분리시켜 일부의 제도를 모방하는 것은 유용하지 않을 뿐 아 니라 심지어 부작용을 유발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참고:

Milgrom and Roberts(1994)).

1980년대 미국에서 빈번하게 발생한 기업의 인수합병은 좋은 예이다.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들은 그간의 다각화된 사업영역을 줄일 수 있었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고통은 미국 노동시장의 특성 덕분에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었다. 왜냐하면 미국 노동시장 의 경우 기대수준을 낮추면 쉽게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표준화 된 저임금 일자리가 광범위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기 소르망 (2004)). 만약 이렇게 유연한 노동시장(고용측면)이 존재하지 않았 더라면 인수합병에 따른 실업의 고통은 훨씬 커졌을 것이고, 결국 광범위한 인수합병이 사회적으로 발생하지 않았거나 거센 사회적 저항에 직면했을 것이다.

독일의 공동결정제가 노사안정에 기여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이 같은 제도가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왜냐하면 우선, 공동결 정이 이뤄지고 있는 독일의 감독이사회는 미국의 이사회와 같이 광범위한 일을 하지 않고, 둘째, 독일의 경우 기업에서 차지하는 노동자의 긍정적인 역할이 잘 나타나지만, 미국 내에서는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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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역할을 증진시킨다고 해서 독일과 같은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독일 제도의 특성을 보면, 독일의 지배주주인 금융기관은 역사적으로 독일 기업에 대한 신 용의 공여자이자 주식의 보유자로서 미국의 금융기관과는 확연히 다른 역할을 해 오고 있다. 독일 금융기관들은 비공식적인 정보와 권위를 가지고 기업 내부에서 경영진에 대해 규율을 행사해 왔다.

게임 이론가들은 정합성을 설명하면서 남녀간의 데이트를 예로 든다. 가령 데이트를 앞두고 남성이 포도주를 사고 여성은 음식을 준비하기로 한다. 남성은 소고기와 붉은 포도주(패키지 A)를 선호 하는 반면 여성은 닭고기와 흰 포도주(패키지 B)를 좋아한다. 남녀 모두 패키지를 원하지만 남녀가 원하는 패키지는 각각 다르다는 것이다. 이럴 때 남성은 만약 여자 친구가 준비하는 음식이 닭고 기라는 것을 알게 되면, 자신이 좋아하는 붉은 포도주를 살 수 없 게 된다. 붉은 포도주는 소고기와 궁합이 맞을 것이지만, 이미 음 식이 닭고기로 정해졌기 때문에 닭고기와 궁합이 맞는 흰 포도주 를 사게 된다. 즉 사전적(Ex Ante)으로 볼 때는 여러 가지의 균형 (Equilibrium)이 있을 수 있지만, 패키지의 한 부분이 결정되면 그 에 맞는 패키지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지, 다른 패키지를 선택하기 어렵다. 궁합이 맞지 않는 패키지(닭고기와 붉은 포도주)보다는 차선 이더라도 궁합이 맞는 패키지(닭고기와 흰 포도주)를 원하기 때문이 다(참고: Young(1996)).

네트워크 외부효과(Network Externalities)도 새로운 기업지배구조 를 도입하는 데 따른 효율성의 제고를 가로막는 요소로 지적된다.

특정한 기업이 특정 국가에 존재하는 일반적인 소유 및 지배구조 와 상이한 소유 및 지배구조를 도입하려 할 경우 해당 국가의 다 른 기업과 상이한 형태의 경영행태를 보이게 됨에 따라 효율적이 지 않을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유럽 각국의 지배구조를 살펴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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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면 각 나라 별로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고유의 관행 이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뒷장에서 살펴보겠지만 가령 이탈리아와 스위스 기업에서 소유 권 상한제가 집중적으로 나타나며, 프랑스에서는 일정기간 이상 을 보유한 주식에 1주2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특정한 형태의 차 등의결권이 많은 주요기업들에 존재한다. 이렇게 보면 결국 기업 지배구조의 최적의 형태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각 소유 및 지배구조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함께 지니고 있다. 때문에 기존의 것을 굳이 변화시킬 필 요성이 줄어들게 된다.

구조추동형 경로의존성을 말할 때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지대 추구(Rent-Seeking)의 측면이다. 기존의 소유 및 지배구조가 효율 적이지 않더라도 기존의 소유 및 지배구조가 상당기간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기존에 기업을 지배하고 있는 자들은 기존의 지배형태를 유지하는 데 유인(Incentive)을 갖고 기존 소유 및 지 배구조를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에 대해 저항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소유 및 지배구조의 변화가 설사 이전의 소유 및 지배구조에 비해 효율적이라고 하더라도 현재 소유 및 지배구 조에 이해를 가진 집단이 반드시 그 소유 및 지배구조의 변화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변화가 기존 지배집단의 사적 이익을 감소시 키는 것이라면, 그래서 변화가 기존 지배집단이 아닌 다른 집단으 로 이익을 이전시키는 것이라면 기존 지배집단은 변화에 대해 반 대하게 된다. 때문에 기존의 소유 및 지배구조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Stacey Kole & Kenneth Lehn(1997)).

지배구조의 변화에 반대하는 일이 집중형 소유구조를 통해 지 배주주를 가진 기업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가령 분산된 소 유구조를 가진 기업의 경영진의 경우에도 똑같이 나타난다.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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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해당 기업이 집중된 소유구조로 변화하는 것이 효율적일지라 도 이를 막을 것이다. 이를테면 한국에서 과거에 공기업이었지만 지금은 민영화된 기업의 경영진들은 외환위기 이후 새롭게 도입 된 영미형 지배구조를 유지하려는 강한 유인(Incentive)을 갖는다.

은행도 마찬가지이다. 정부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고 어떤 지배 주주를 통해서도 견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배주주가 존재 하는 기업의 지배주주보다 훨씬 강력한 전문경영자의 기업지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의 지도부도 이 점에 관한 한 다르지 않다. 노조의 구성원이 기존 지배구조의 유지에 따른 비효율성과 그에 수반한 비용을 개인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것이 아닌 한, 또 효율적인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전환할 때 이전의 지배구조에 따 른 이익을 자신이 상당 부분 확보하는 것이 보장되지 않는 한, 기 존 지배구조를 변화시키는 데 찬성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2) 규제추동형(Rule-Driven) 경로의존성

기업지배구조 관련법규는 증권관계법, 노동 및 금융관련법 그 리고 기업의 청산과 관련된 법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효 율성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볼 때 기존의 법과 제도는 기존의 경제환경에 맞추어 나름대로 효율적으로 발전해 왔다. 그런데 새 로운 제도의 도입은 기존의 제도에 맞춰 형성된 제도와, 그 제도 에 맞춰 형성된 인적 자원의 상당 부분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새 로운 규제를 도입할 때 이에 맞춰 투자와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새로운 그룹과 자원을 필요로 하게 된다는 점에서 특정 제도만의 변화는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다. 또한 기존 소유구조에 의해 이 익을 누리는 집단은 자신들이 동원할 수 있는 물적 자원을 통해 제도변화의 주체인 정당이나 정치권에 변화를 막을 수 있는 인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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