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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시대 공시적 미술관과 세계도시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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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일_2018.02.10 심사기간_2018.03.01.-14 게재확정일_2018.03.15

글로컬 시대 공시적 미술관과 세계도시체제

Synchronic Museum in the Glocal Era and the World Urban System

김민지, 경북대학교 미술학과

Kim, Min Ji_Department of Fine Arts,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차례 1. 서론

2. 글로컬 시대 미술관의 도시적 맥락

2.1. 글로컬라이제이션과 세계도시체제의 미술관 2.2. 도시 체험으로서의 공시적 미술관

3. 미술관의 도시적 확산

3.1. 도시 브랜딩 매체로서의 미술관 3.2. 기업주의 도시 관광과 경험경제의 미학 3.3. 네트워크 모델의 미술관

4. 결론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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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시대 공시적 미술관과 세계도시체제

Synchronic Museum in the Glocal Era and the World Urban System

김민지, 경북대학교 미술학과

Kim, Min Ji_Department of Fine Arts,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요약 본 연구는 글로컬 시대 세계도시체제와 공간적 경험을 추구하는 공시적 미술관의 관계성에 대한 고찰을 목적으로 한 다. 미술관에 관한 선행연구들은 국가권력과의 연계성을 중심으로 전시제도에 내재한 이념적 측면을 분석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하지만 본 연구는 20세기 후반 세계화와 지역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국가단위의 미술관 연구가 간과해왔 던 도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국가 간 장벽이 약화되는 세계도치체제로 진입하면서 현대미술을 다루는 미술관이 공시적 미술관으로 변모하고 있는 양상을 조명하고자 했다. 연구대상은 1990년대 후반부터 21세기 초에 새롭게 건립된 공시적 미술관의 대표적인 사례들인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과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 술관이며, 이를 미술관에 대한 제도비평 및 글로컬라이제이션과 도시연구에 대한 예술사회과학적 접근법으로 분석했 다. 미니멀리즘 이 지향해온 현상학적 주체 모델은 세계도시체제에서 개별 도시에의 체험을 지향하는 도시 관광 산업 의 수요와 거대한 규모를 지향하는 공시적 미술관의 만남을 견인했다. 이에 글로컬 시대 도시정부들은 미술관을 도시 브랜딩의 전략적 매체로 기획했으며, 이 과정에서 도시 관광의 스펙터클한 경험이 랜드마크로서의 미술관 디자인과 효율적으로 결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기업주의 도시 경영의 대두는 체험을 판매하는 경험경 제의 원리와 맞물려 공시적 미술관의 대형화를 더욱 촉진시키며, 전세계 도시들을 연결하는 미술관 분관 건립의 네트 워크화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글로컬 시대의 미술관 연구는 향후 세계도시체제내의 미술관 문화가 경제적, 미학적 관 점에서 어떻게 조우하고 기능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보다 정밀한 분석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중심어

글로컬라이제이션 공시적 미술관 세계도시체제 도시 브랜딩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examine the relationship between global urban system in glocal era and synchronic gallery pursuing spatial experience. Preceding studies on museums tended to investigate the ideological aspects inherent in exhibition system with a focus on the connectivity with the power of the state. However, this study was intended to focus on the increased importance of cities that had been overlooked by previous studies on state-based museums amid globalization concurrent with localization in the latter part of the 20th century and to look into the patterns in which museums dealing with contemporary fine arts were being transformed into a synchronic museums in the midst of shift towards global urban system where international borders were being weakened. The subjects of this study were the Spain-based Museo Guggenheim Bilbao and London-based Tate Modern Museum, which were the most typical synchronic museums built newly in the period spanning from late 1990s to early 21st century. Those museums were analyzed based on artistic and sociological approach to glolocalization and urban study, along with institutional criticism of museums. The phenomenological subject model, pursued by minimalism, led to convergence between demands of urban tourism industry aiming to promote experiences that could be gained in individual cities under global urban system and synchronic museums aiming to evolve into a huge scale. Under those circumstances, urban governments in the glocal era have planned the museums as strategic media that can be leveraged for urban branding, and in the process, the spectacular experiences gained during urban tours were found to be being combined seamlessly with designs of museums serving as landmarks. Such emergence of urban management led by owners of corporations fits well into the principle of experiential economy that sells the experiences, further spurring the shift of synchronic museums towards larger scale, while serving as a network for establishment of branches of museums which connect the cities around the globe. Thus, the study on museums in glocal era would need to place the focus of analyses more precisely on the patterns and functionalities of convergence of museum cultures from economic and aesthetic perspective within global urban system in the period ahead.

Keyword

Glocalization

Synchronic Museum

World Urban System

City Bra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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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대중을 위한 공공 미술관의 탄생은 산업화에 따른 도시화 과정에서 비롯된 다양한 제도적 기관 의 발전에서 비롯되었다. 산업 박람회, 백화점과 같이 대도시에서 발전한 전시제도들과 더불어 현대 시각문화를 구축하는 중요한 하나의 축으로 기능하는 미술관은 역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도시 제도라 할 수 있다.1)하지만 이제까지 미술관 연구와 제도비평에 있어서 도시는 본격적인 분석범주로 설정되지 않았다. 미술관은 근대 국민국가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교육하는 협력적 제도기관으로서의 성격 때문에 대부분 도시보다 국가를 분석단위로 했다. 도시는 미술관이 소 재한 장소로서의 의미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작동하는 메커니즘과 지배적인 시각문 화의 패러다임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다. 특히 미술관은 20세기 후반 ‘세계화 (globalization)’라는 국가 간 장벽의 와해 이후, 세계 경제의 흐름이 도시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산업도시에서 후기 산업시대 문화ž예술도시로의 이행을 매개 하는 촉매제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공간적 장벽의 제거로 인해 전지구가 동질화되는 과정으 로 요약될 수 있는 세계화는 ‘지역화(localization)’에 대한 요구를 동반함으로 인해, 글로벌 문화를 지역적으로 변형된 양식으로 창조하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이라는 새 로운 전략과 신조어를 낳았다. 이 과정에서 도시는 중요한 경쟁단위로 부각되었고, 미술관은 개별 도시의 문화적 정체성을 상징하고 새로운 장소자산을 창출할 수 있는 매체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글로컬 시대 미술관은 후기 산업사회의 새로운 문화적 논리에 부응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본 논문은 이러한 맥락에서 미술관과 도시의 관계성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고자 한다. 닉 프리어(Nick Prior)의 논문 「속도, 리듬 그리고 시공간: 뮤지 엄과 도시(Speed, Rhythm, and Time-Space: Museums and Cities)」는 미술관 연구에서 근대 국민국가에 의한 문화적 지배양식의 구축과 운영에 초점을 맞추는 선행연구들에서 도외시 되어온 도시를 조명하면서, 도시 제도로서의 미술관을 분석한다.2)본 논문은 이러한 연구에서 제기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예술사회학적 방법론에 기반해, 글로컬 시대 미술관의 특성을 도시체제의 맥락에서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글로컬라이제이션의 개념이 대 두된 1980년대의 사회경제적 조건이 미술관 문화와 만나는 접점을 고찰함으로 도시체제의 관 점에서 미술관의 변모를 재맥락화할 것이다. 그리고 구체적인 미술관 사례분석과 그에 대한 제도비평적 관점의 이론들을 글로컬 시대 도시연구 관점에서 고찰할 것이다. 분석대상과 시기 는 도시화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미술관 문화에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기 시작한 1990년대의 미술관의 변모 양상을 대변하는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과 21세기로 진입하는 과정 에서 도시 차원의 기획에 의한 미술관 운영을 대표하는 런던의 테이트 모던의 사례를 상호 비교 분석으로써, 글로컬 시대 미술관의 문화적 논리가 도시적 맥락에서 재편되고 있는 현상의 의미 를 도출하고자 한다.

2. 글로컬 시대 미술관의 도시적 맥락

2.1. 글로컬라이제이션과 세계도시체제의 미술관

‘세방화(世方化)‘로 번역되는‘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은 ‘글로벌(global)’과 ‘로컬 (local)’의 과정명사인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의 합성으로 만들어진 신조어로서, ‘지 역적(local)’층위와 ‘세계적(global)’층위를 동시에 고려하는 비즈니스 실천상의 특징을 의미 한다.3)글로컬라이제이션이란 용어는 1980년대에 일본의 소니(Sony) 주식회사 창업자 모리 타 아키오(盛田昭夫)가 영농 기술을 현지화한다는 의미로 사용한 ‘전 지구적 지방화(global

1) Nick Prior, 「Speed, rhythm, and time-space: Museums and cities」, Space and Culture, 14.2, 2011, p.197 2) Nick Prior, 앞의 글, pp.197-213

3) https://en.oxforddictionaries.com/definition/glocalization(accessed April 2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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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lization)’란 표현에서 유래했으며, 1990년대 초부터는 마케팅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4) 이와 같이 글로컬라이제이션은 글로벌라이제이션이라는 경제현상과 결부되어 나타난 새로운 양상 및 그에 따른 경영방식상의 전략을 의미한다. 글로컬라이제이션이라는 용어 발생이 일본 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세계화에 대한 이해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유럽 국가들의 후발주자로서 서구화를 통해 근대화를 이룬 일본의 지정학적 조건은 동질성과 이질성의 문제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5)이러한 관점에서 글로컬라이제이션은 무엇보다 글 로벌라이제이션이라는 세계경제의 흐름. 즉 자본주의의 발전단계에서 1980년대부터 본격화 된 미국과 영국을 위시한 신자유주의의 영향력과 그 흐름에 적응하기 위한 지역 차원의 대응전 략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글로컬라이제이션은 글로벌라이제이션의 구체적인 증상이 국가 보다 하위 단위인 ‘지역’에서 발생됨을 강조한다.6)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세계화라는 거대한 흐름의 한 양상으로서 글로컬라이제이션의 의미와 기능에 대한 역사적 접근이 요구된다. 엄밀 히 말해, 전 지구적 상호의존성의 증가는 20세기 후반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다양한 디아스포라(diaspora)들을 비롯해 인류는 고대부터 종교, 무역 등의 교류를 통해 세계적 단위 에서 동일한 문화적 관념과 체제를 공유해왔다.7)임마누엘 월러스틴(Immauel Wallerstein)은

‘세계체제(world system)’론을 통해 사회 혹은 국가는 사회학의 적절한 분석단위가 아니며,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은 오직 원시시대의 소체제와 역사의 초기단계에서부터 적용되는 세계체 제임을 역설한다.8)그의 세계체제론은 자본주의에 대한 역사사회학적 접근을 통해 세계를 하나 의 사회체제로 파악함으로써 1980년대 이후 본격화된 세계화 담론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관점에서 20세기 후반 글로벌라이제이션의 특성은 현상 그 자체의 새로움에 있기보다 는 그것에 대한 인식과 강도(強度)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0세기 후반 전 지구적 흐름은 그 정도의 측면에서 이전과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증가했고, 신자유주의의 확산과 더불어 지배적 현상, 담론으로 부상했다. 이 과정에서 근대 국민국가라는 분석단위의 중요성은 재인식 을 요구하기에 이르렀고, 국가 간 장벽을 넘어 공유되는 글로벌 경제체제와 문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 범주가 대두되었다.

세계경제의 자본 흐름 외에 상호작용을 촉진하고 물리적 경계를 와해시키는 중요 요인 중 하나 는 뉴 미디어 시대의 정보화 기술이다. 미디어 이론가 마셜 맥루한(Herbert Marshall McLuhan)이 미디어 교류의 증가에 의해 촉진된 전 지구화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한 ‘지 구촌(global village)’은 실제적인 의미나 기능면에서 부족적 촌락을 지칭한다기보다는 세계 화 시대에 전 지구가 하나의 공동체로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사용한 비유적 표현이다.9)그런데 지구촌은 전통적 의미의 촌락이 아니라 이질적 문화, 사람들의 집합으로 형성되는 도시성이 전 지구적 차원으로 확대되는 현상을 뜻한다. 다시 말해, 지구촌이라는 표현은 전 세계가 실제 기능에 있어서 ‘전 지구적 도시(global city)’임을 의미한다.10)사스키아 사센(Saskia Sassen) 은 오늘날 전 세계적인 현상과 국지적인 것이 상호작용하는 접점, 즉 “범세계적 진행과정 (global process)”이 전개되는 구체적인 장소 단위로서의 도시를 강조한다.11)이러한 맥락에 서 앤소니 킹(Anthony King)은 도시를 중심으로 한 전 지구적 재구조화의 역사적 맥락을 “세계 도시체제(world urban system)”로 설명한다.12)세계도시체제란 역사적으로 세계의 주요도시 들 간에 사람, 지식뿐만 아니라 정도는 다르지만 자본, 노동, 상품도 이동한다는 의미에서 상호 의존적인 거대한 도시 시스템을 의미한다. 글로컬 시대의 도시는 단일한 물리적 공간으로서가

4) 최갑수, 「글로컬라이제이션의 역사학」, 『人文硏究』, 제57집, 2009, p.3

5) Roland Robertson, 「Glocalization: Time-space and homogeneity-heterogeneity」 in Mike Featherstone et. al., eds,

『Global modernities』, Sage, 1995, pp.28-32

6) 이승렬, 「글로컬리제이션, 세계화의 지역적 구현인가 세계화의 대안인가」, 『人文硏究』, 제57집, 2009, p.37 7) 빅토리아 D. 알렉산더, 최샛별 외 옮김, 『예술사회학』, 살림, 2010, p.308

8) Immanuel Wallerstein, 『The Modern World System』, Academic Press, 1974, pp.229-233 9) 마샬 맥루한, 임상원 옮김, 『구텐베르크의 은하계』, 커뮤니케이션북스, 2001, pp.69-71

10) 마샬 맥루한, 김상호 옮김, 『미디어의 이해: 인간의 확장』, 커뮤니케이션북스, 2012, pp.7-8

11) 사스키아 사센, 남기범, 이원호, 유환종 옮김, 『사스키아 사센의 세계경제와 도시』, 푸른길, 2016, pp.10-11 12) 앤소니 킹, 이무용 옮김, 『도시문화와 세계체제』, 시각과 언어, 1999,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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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 세계적 현상의 도시적 전개라는 체제의 양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도시의 문명성(文明性)을 가늠하는 준거로서의 미술관은 글로컬 시대 세계도시체제를 이해 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글로컬라이제이션은 20세기 후반 각 지역의 미술 실천과 제도가 갖는 특수성과 글로벌 경제의 흐름 간에 발생하는 긴장이 가시화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미술관 연구는 세계화 이후에도 주로 국가 단위를 중심으로 논의되는 경향 을 보여 왔다. 그 이유는 서구의 근대성 규정 과정에서 기능하는 국민국가의 상징체계들 중 하나 로서의 미술관이 강조되었기 때문이다.13)대표적으로 캐롤 던칸(Carol Duncan)과 앨런 왈락 (Allan Wallach)의 미술관 연구는 미술관의 컬렉션과 전시 디자인에 내포된 국가적 정체성이 나 이데올로기에 초점을 맞춘다.14)

서구의 근대성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여러 제도적 공간들 중 하나로서 미술관을 조명 하는 이론의 중심에는 미셸 푸코(Michel Foucault)의 권력, 지식 이론이 있다. 푸코의 관점에 의하면 역사중심의 19세기 서구 문화를 대변하는 박물관은 시간의 바깥에 존재하는 듯 모든 시간 의 공간, 즉 “영원하고 무한한 시간의 축적을 구성하려는 계획”, 즉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 다.15)미술관은 전시 공간이라는 단일한 물리적 공간을 갖고 있지만, 상이한 시ž공간에서 추출된 사물들을 병렬시키고, 공존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헤테로토피아로서의 공간 개념에 부합한 다. 그리고 이러한 접근은 시간의 헤테로토피아를 가능하게 만드는 전시 공간에 재현된 지식의 헤게모니와 연결되며, 이 지점에서 권력의 주체로 부상하는 주체는 국가다. 서구 근대 국민국가 를 상징하는 매개체로서의 미술관은 통시적 역사성의 구축을 통해 국가 공동체의 유산을 구축 하며, 논리적 설득력을 얻는다.16)19세기에 이르러 박물관과 미술사의 결합을 통해 공고화된 미술관이라는 제도는 역사 중심 시대의 제도를 대표한다.17)이러한 이유에서 기존의 미술관 담 론은 국가와 역사주의적 관점을 중심으로 그에 대한 비판적 접근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토니 베넷(Tony Bennet)의 경우 ‘전시 복합체(The Exhibitionary Complex)’개념을 통해 미술관 을 박람회, 백화점 등 산업화된 대도시 전시제도의 보다 광범위한 맥락에서 조명함으로써 미술 관 연구에 도시적 맥락을 도입했다.18)베넷은 도시 대중이 권력의 하향식 전달방식에 의해서가 아니라 도시 스펙터클(spectacle)의 일부로 능동적으로 편입되는 과정을 통해 전시 제도에 개 입됨을 강조한다. 또한 19세기말 파리와 같은 대도시의 다양한 전시기술에서 발전한 도시적 시각성의 출현을 고찰한 바네사 슈와르츠(Vanessa R. Schwartz)는 현대성의 본질이 대로문 화에 기원한 대도시의 도시성에 근원하고 있음을 강조한다.19)이 연구들은 미술관이 구체적인 공간적 맥락이자 문화생산 체제로서의 도시와 맺는 관계성에 초점을 맞추며, 근대화 과정에서 국가 중심의 권력이론 사례로 해석되었던 미술관을 도시성의 역사적 전개라는 층위에서의 분 석 가능하게 한다. 특히 20세기 후반부터 미술관은 도시경제의 성장, 발전, 쇠퇴와 더불어 기획, 구현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새롭게 형성된 도시적 감각을 내면화한 관람객을 대상으 로 한 미술관 운영을 계획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20세기 후반 본격화된 글로컬 시대 세계도시체제는 국민국가의 역사성을 중심으로 한 미술관 연구 경향에 수정이 불가피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글로컬 시대를 맞아 새롭게 대두된 것이 아니라, 베넷과 슈와 르츠의 접근법이 제시하듯 19세기 서구의 대도시 문화에서부터 비롯된 양상이다. 다만 글로 컬라이제이션은 미술관 경영과 그것이 파생시키는 문화를 도시적 차원에서 보다 직접적으로 구체화하고, 가시화한다는 점에서 모더니즘 미술관과 구분된다. 따라서 글로컬 시대 세계도 시체제에서의 미술관 연구는 모더니즘 미술관의 담론이 지니고 있는 편향성에 대한 분석에서 부터 시작된다.

13) Donald Preziosi, 「Modernity again: the museum as trompe l'oeil」 In P. Brunette & D. Wills ed. 『Deconstruction and the visual art: Art, media and architecture』 ed.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4, pp.141-150

14) Duncan, Carol, and Alan Wallach, 「The universal survey museum」, Ariel 137, 1980, pp.212-199 15) 미셸 푸코, 이상길 옮김, 『헤테로토피아』, 문학과 지성사, 2014, p.20

16) 임승휘, 「프랑스 ‘문화유산’과 박물관의 탄생」, 역사와 문화 8, 2004, pp.9-28 17) 전진성, 『박물관의 탄생』, 살림, 2004, pp.58-59

18) 토니 베네트, 「도시복합체」, 『모더니즘 이후 미술의 화두 2: 전시의 담론』, 눈빛, 2007, pp.160-161 19) 바네사 슈와르츠, 노명우 옮김, 『구경꾼의 탄생』, 마티, 2006, pp.6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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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도시 체험으로서의 공시적 미술관

모더니즘 미술의 역사에서 미술관은 관조와 응시에 의한 정적인 관람 공간으로 규정되어왔다.

1909년 미래파 선언문은 “박물관, 도서관, 모든 종류의 아카데미를 파괴”하자고 선언했다.20) 테오도어 아도르노(Theodor W. Adorono)는 주지하다시피 “미술관(museum)과 무덤 (mausoleum)”은 발음상의 유사성 이상의 관계임을 강조했다.21) 브라이언 오도허티(Brian O'Doherty)가 전시 공간의 이데올로기적 특성을 분석하며 제시한 화이트 큐브(white cube) 는 현실과 유리된 종교적 체험의 신성하고 비활성적인 공간으로 요약된다.22)이과 같이 미술관 은 실제 맥락에서 탈각된 사물들의 집합, 즉 역동적인 현실의 공간으로부터 격리된 공간으로 규정되어왔다. 이렇듯 미술관 담론 현상에 내재한 통시성은 앞 장에서 언급한 푸코의 헤테로토 피아 개념, 그리고 감금의 군도 모델과 연결된다. 더글라스 크림프(Douglas Crimp)는 푸코의

<지식의 고고학>과의 관계성 속에서 “미술관과 미술사라는 규율”을 인식함으로써, 작품 자체 에서 미술관이라는 제도적 문맥으로의 전환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했다.23)이러한 분석 관점들 은 미술관을 보존을 위한 공간으로 간주함으로써, 빠른 속도감의 활력 있는 현실의 도시 공간과 대척점에 위치시킨다.24)이 지점에서 중요한 이항 대립이 부각되는데, 그것은 바로 느림과 빠름, 정체와 활성, 부동성과 유동성의 대조이다. 묘지로서의 미술관은 실제 변화의 속도와 무관한 비활성적 공간으로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도시 공간과 대조를 이룬다. 미술관은 이제까지 대도시의 스펙터클보다는 국가 권력의 판옵티콘(panopticon) 모델로 분류되어왔다. 물론 푸 코의 미술관 테제를 그의 저서 『말과 사물(Les mots et les choses)』(1966)에 전개된 에피스 테메(episteme)의 전환으로 확장해 볼 때, 미술관은 상이한 시대의 이질적 사물들의 묘지이기 보다는 그 사물들에 대한 해석의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는 담론의 공간이라는 분석도 가능하 다.25)하지만 할 포스터가 지적하고 있듯이 다양한 해석적 관점과 들의 아카이브(archive)로서 의 미술관 개념은 정보화 시대를 맞아 그 관점들이이 정보가 되면서 평준화되어버리는 상황에 직면했다.26)다시 말해, 정보 미디어와 세계경제가 전 세계를 도시체제로 재구성하고 있는 글로 컬 시대의 미술관은 1980년대 이후 본격화된 전 지구적 차원으로 진행되는 구조적 문제, 즉 공간적 재구조화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1980년대에 이루어진 미술관에 관한 논의 중 대표적으로 크림프의 진단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크림프는 그의 저서 『미술관의 폐허 위에서』에서 1960년대에 두드러진 현대미술의 비물질화 경향과 더불어 진행된 ‘회화의 종말’을 강조한 바 있다.27)아서 단토(Arthur C. Danto)는 크림프 의 이러한 진단이 레이거니즘(Reaganism)에 의한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로의 급속한 편입이 이루어진 1980년대 미술계 상황 하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을 지적했다.28)1980년대 미술에서 회화는 내용적으로 쇠퇴했을지 모르나 오히려 미술시장에서는 잉여자본의 수요 증가에 부응해 서 양적 거래는 증가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단토는 회화 작품 양산이 증가한 시기에 회화의 종말 을 선언하는 것은 회화가 지니는 계급적 연관성과 순수미술관의 제도적 함의 간의 관계를 왜곡 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미술관 담론의 전환점으로서 1960년대 미술은 순수미술에 서 문화정치학으로의 본격적인 변모를 가시화했다. 미니멀리즘(Minimalism)을 위시한 설치 미술, 장소 특정적 미술(site-specific art) 실천은 상업 갤러리가 매개하는 상품으로서의 미술,

20) 리처드 험프리스, 하계훈 옮김, 『미래주의』, 열화당, 2003, p.11

21) 테오도어 아도르노, 「발레리 프루스트 미술관」, 『모더니즘 이후 미술의 화두 2: 전시의 담론』, 눈빛, 2007, p.19 22) 브라이언 오 도허티, 김형숙 옮김, 『하얀 입방체 안에서』, 시공아트, 2006, pp.19-41

23) Douglas Crimp, 『On the museum's ruins』, MIT Press, 1993, pp.44-48 24) Nick Prior, 앞의 글, pp.197-213

25) 미셸 푸코, 이규현 옮김, 『말과 사물』, 민음사, 2012, pp.150-200

강정민, 김동일, 「미셸 푸코와 미술관에 대한 테제들」, 『人文硏究』 66, 2012, p.149

26) 할 포스터, 손희경, 이정우 옮김, 『디자인과 범죄, 그리고 그에 덧붙인 혹평들』, 시지락, 2006, p.206 27) Douglas Crimp, 앞의 글, pp.84-106

28) 아서 단토, 이성훈 옮김, 『예술의 종말 이후』, 미술문화, 2004,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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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도기관으로서의 미술관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전면화함으로써 회화라는 장르가 미술 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거래 가능한 상품으로서의 위치에 대한 대항으로서 스스로를 규정했다.

하지만 크로우가 지적하듯이 미니멀리즘 전시가 교회처럼 성스러운 기관에서 열렸던 것은 아니 며, 해프닝(Happening)과 플럭서스(Fluxus)이후 미니멀리즘은 실험적 예술의 혁신성이 상 업화랑과 순수미술관의 제도로 회귀한 현상을 대변한다.29)하지만 회화의 표면적 쇠퇴와 설치 미술의 증대 현상은 제도로서의 미술관을 쟁점화 했으며, 그에 따라 전시 공간 자체의 물리적 특성이 부각되었다. 이 과정에서 미니멀리즘을 위시한 1960년대 이후 미술 실천의 제양상의 실천적 특수성 및 그와 결부된 미술관 담론의 변화는 포스트모더니즘 문화이론에 영향 받은 제도비평의 생산을 통해 제기되기 시작했다. 특히 포스트모던 시ž공간 경험을 “패스티쉬 (pastiche)”와 “정신분열증”으로 대표되는 단선적 시간성의 파괴로 분석하는 프레드릭 제임슨 (Fredric Jameson)의 관점은 미술관 경험의 포스트모던적 변화상을 그리는데 중요한 준거가 되었다.30)제임슨의 「포스트모더니즘 혹은 후기 자본주의 시대 문화 논리」라는 논문의 직접적 인 영향으로 「후기 자본주의 시대 미술관의 문화적 논리」라는 논문을 쓴 로잘린드 크라우스 (Rosalind Krauss)에 의하면 후기 자본주의 시대 미술관은 “경험의 장이 더 이상 역사가 아니 라 공간 그 자체, 즉 초공간인 주체”를 요구한다.31)크라우스는 거대한 공간 규모로 현상학적 관람 모델을 극대화하는 미술관으로의 근본적인 변화를 미니멀리즘의 예를 통해 설명한다. 미 니멀리즘의 현상학적 주체는 작품을 단지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전시장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 고, 작품 사이를 오가고, 통과하며 움직이는 주체다. 이러한 지각방식의 변화는 백과사전적 미 술관의 종말로 요약된다. 아카이빙 공간으로서의 미술관에서 관람자의 동선은 통시적으로 배 열된 미술사의 흐름에 따르지만, 미니멀리즘 이후 촉발된 공시적(synchronic) 미술관에서는 공간적 경험의 강렬함을 추구한다. 이제 미술관은 통시성(通時性)에서 공시성(共時性)으로의 변화, 즉 공간 미학을 역사보다 우선한다.

움직이는 주체에 대한 강조는 주지하다시피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이 분석한 판타스 마고리아(phantasmagoria)로서의 대도시 지각 방식에 대한 분석에 연원을 두고 있다.32)대도 시인의 경험은 거리를 거니는 구경꾼의 산만한 지각에 의해 형성된다. 대도시 문화에 대한 이해 의 필요성을 피력한 게오르그 짐멜(Georg Simmel)과 페르디난트 퇴니스(Ferdinand Tönnies)에 의한 공동사회(Gemeinschaft)와 이익사회(Gesellschaft)의 구분은 공통적으로 현대적 시각성 규정에 있어 도시가 차지하는 위상을 강조한다.33)공간적 경험에로의 변화는 대 도시의 발생으로 촉진되었으며, 현대인의 지각방식을 규정하는데 있어 핵심이었던 반면, 이러 한 속성은 미술관 연구에서 도외시 되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 공시적 미술관으로의 이행은 미술관 담론의 축이 시간에서 공간으로 그리고 보다 구체적으로는 도시로 전이되어야 함을 보 여준다. 크라우스에 의하면 공시적 미술관은 메사추세스 현대미술관(Massachusetts Museum of Contemporary Art)<그림 1>과 같은 대규모 공간에 의해서만 달성될 수 있는 것인 데, 이는 미니멀리즘 이후 가속화된 현대미술 작품과 전시 공간의 대형화가 맞물려 있는 지점을 강조한다.34)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현재 미술관 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서구 미술관들 에 의한 기념비적 규모의 미술관 건립으로 이어지고 있다.

29) 토마스 크로우, 조주연 역, 『토마스 크로 60년대 미술: 순수미술에서 문화정치학으로』, 현실문화, 2007, p.196 30) 프레드릭 제임슨, 「포스트모더니즘과 소비사회」, 할 포스터 엮음, 윤호병 옮김, 『반미학』, 현대미학사, 1993, p.179 31) 로잘린드 크라우스, 「후기자본주의 미술관의 문화적 논리」, 『모더니즘 이후 미술의 화두 2: 전시의 담론』, 눈빛, 2007, p.120 32) 발터 벤야민, 반성완 옮김,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 민음사, 2005, pp.197-231

33) 게오르그 짐멜, 김덕영 옮김, 『짐멜의 모더니티 읽기』, 새물결, 2006; Ferdinand Tönnies, C. P. Loomis, trans, 『Community and society: Gemeinschaft und Gesellschaft』, Routledge & Kegan Paul, 1955

34) 로잘린드 크라우스, 앞의 글, pp.108-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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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메사추세츠 현대미술관, 메사추세츠, 미국, 1999

196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현대미술의 전시 공간은 앉아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의자가 놓여 있는 가정의 실내와 같은 공간에서부터 점차 의자가 사라지고, 개조한 공장 건물 등 대형 전시 공간으로 변모했다.35)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Museum Bilbao)과 화력발전소 를 개조해 만든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Tate Modern)은 기념비적 규모로 변모한 공시적 미술관의 대표적인 사례로서, 전시 공간의 거대화가 글로컬 시대를 맞아 도시 규모의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증명한다. 대형 전시 공간을 갖춘 대규모 미술관의 탄생은 사실상 규모의 경제 논리를 따르는 자본과 도시 정부 차원의 기획이 결합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가능하다. 그리고 그러한 미술관 기획의 계기는 글로컬 시대의 로컬리티(locality)에 대한 수요 증가를 만나 극대 화된다. 이는 기업가주의 도시 정부의 본격적 출현과 더불어 촉진되고 있는 대형 미술관 건립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이다.

3. 미술관의 도시적 확산

3.1. 도시 브랜딩 매체로서의 미술관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는 그의 저서 『포스트모더니티의 조건(The condition of Postmodernity)』에서 “세계화 이후 공간 장벽의 중요성이 감소될수록 장소의 차이에 대한 자 본의 민감도가 높아짐에 따라 자본을 유인하기 위해 장소를 차별화하고자 하는 욕구도 커지는 것”임을 지적했다.36)이는 바로 국가 간 경계가 해체된 세계화가 지역적 정체성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는 현상을 잘 설명해준다. 이러한 맥락에서 글로컬 시대에는 국가보다 하위의 공간단 위인 도시의 지역경제 성공여부가 더욱 중요해진다고 보는 신지역주의(New Regionalism)가 등장하는데, 이 과정에서 장소 마케팅(place marketing)은 도시 단위의 고유한 문화를 발굴, 육성하고 이를 통해 도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두되었다. 장소 마케팅은 1970년대 서구의 지역개발 전략차원에서 활용되기 시작했으며, 통합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시 고유의 문 화적 상징 가치의 정립 및 확산을 위한 노력을 중심으로 변화해 왔다.37)장소 마케팅은 제품의 소비가 아닌 기호를 소비하는 후기 산업사회로의 변화과정에서 발생한 도시 문제를 만회하기 위한 발전 전략으로서, 해당 도시의 문화예술적 자산 발굴을 통한 새로운 가치창출이 중요한 도시 경영 방식으로 대두했음을 나타낸다.38)이 과정에서 장소 마케팅보다 한 단계 더 구체화된 개념이자 전략으로서 도시 브랜딩(city branding)이 대두되었다. 도시 경영 기법의 일환으로 출현한 도시 브랜딩은 주로 직접적인 전달력이 높은 이미지생산과 유통 전면에 내세운다. 구체 적으로는 장소에 대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랜드 마크(landmark)로서의 건축 건립과 이를 통한 각인효과 증대를 위한 시각적 이미지를 개발하고 홍보한다.39)

35) 리사 그린버그, 「전시의 재배치: 공간 재평가의 사례」, 『모더니즘 이후 미술의 화두 2: 전시의 담론』, 눈빛, 2007, pp.320-326 36) 데이비드 하비, 구동회, 박영민 역, 『포스트모더니티의 조건』, 한울, 2009, p.8

37) Mihalis Kavaratzis, Gregory J. Ashworth, 「City branding: an effective assertion of identity or a transitory marketing trick?」, 『Tijdschrift voor economische en sociale geografie』, 96.5, 2005, pp.506-514

38) 서우석, 「도시인문학의 등장: 학문적 담론과 실천」, 『도시인문학연구』, 제6집 2호, 2014,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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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스페인의 빌바오(Bilbao)에 개관한 구겐하임 미술관<그림 2>은 도시 브랜딩 매체로 부각한 미술관의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의 건립은 아반도리아 (Abandoria) 지역혁신을 위한 문화 클러스터(cluster) 조성 과정의 일환으로 기획되고, 빌바 오 도시재생 정책 사업으로 추진되었다. 1970년대 철강, 조선 산업의 중심이었던 빌바오는 산 업구조의 변화로 쇠퇴하는 과정에서 문화 재생을 통한 도시 부활의 전망을 가시화할 수 있는 매체로 부각되었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전시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 활동과 교육기능에 비해 미술관 건축 자체가 전면에 부각되었다는 특징을 보여준다.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디자인한 해체주의 건축양식의 비정형적 형태의 외관은 건축가가 지닌 국제적 명성 의 브랜드 가치와 결합되어 쇠락한 도시의 장소 자산을 새롭게 재구축하면서, 빌바오의 새로운 상징이 되었다.

<그림 2>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빌바오, 스페인, 1997

할 포스터의 표현에 의하면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건축은 “조각적 아이콘성”을 대표한다.40) 이는 스타(star)와 아키텍트(architect)의 합성어인 스타키텍트(starchitect), 즉 ‘스타급 건 축가’에 의해 디자인된 미술관의 명성이 건축가의 명성에 의해 규정되는 구조를 의미한다.41)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미술관의 평가 기준이 소장품과 전시에서 건축 자체로 이행하는 과 정을 대변한다. 미술관은 건축가, 기획자, 도시정부와 같은 주체들의 주도하에 미술관의 주요 형식이 화이트 큐브의 엘리트주의적 접근법을 초월하여 반복될 수 있는 이야기를 확장시킨 다.42)그리고 미술관의 전시 공간은 작품을 결정하는 맥락으로서의 기능을 넘어 그 자체를 상품 미학으로 재설정한다.43)거대한 조각으로서의 글로컬 시대 미술관이 도시 스펙터클의 핵심 요 소 중 하나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자본과 기술 그리고 도시정책의 결합에 의해 도시의 집합적

“재건”의 차원에서 작동하는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빌바오 효과(Guggenheim effect)’를 발생시켰다.44)한편, 글로컬 시대 도시 브랜딩 매체로 부상한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지방정 부 주도의 하향식 의사결정 구조 속에서 지역사회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경로가 차단되고, 지역의 정체성과 무관한 미국 구겐하임 분관이라는 탈 맥락적 성격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45)또한 이와 같은 미술관 건립 방식은 미술관 자체 수익 증대와 브랜드 가치 상승효과와는 반대로 도시경제 활성화의 논리로 주장되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를 실질적으로 기 대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46)이러한 관점에 의하면 빌바오 효과는

39) Mihalis Kavaratzis, Gregory J. Ashworth, 『Place marketing: how did we get here and where are we going?』, Journal of Place Management and Development 1.2, 2008, pp.150-165

40) 할 포스터, 김정혜 옮김, 『콤플렉스: 미술을 소비하는 현대 건축의 스펙터클』, 현실문화, 2014, p.69 41) 『모더니즘 이후 미술의 화두 2: 전시의 담론』, 눈빛, 2007, pp.336-337

42) Victoria Newhouse, 『Towards a new museum』, Monacelli Press, 1998, pp.250-341 43) Nick Prior, 앞의 글, p.203

44) 할 포스터, 「현대 디자인의 ABC」, 『디자인 앤솔러지』, 시공사, 2004, p.138

45) 이은해, 「유럽의 전통산업도시에서 문화ž예술도시로의 변모: 빌바오(Bilbao)에서의 ‘구겐하임효과(Guggenheim Effect)’에 대한 비 판적 고찰」, 『EU 연구』 25, 2009, p.117

46) Diana Crane et al., eds, 『Global culture: Media, arts, policy, and globalization』, Routledge, 2002, pp.9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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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과 로컬의 대립, 나아가 하이 브로(high brow)와 로브로(low brow)의 계층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경계를 탈경계화해서 희석된 이미지를 창출하는 것에 있다.47)화력 발전소를 개조한 데이트 모던 미술관 또한 미술관이 본래 지니고 있는 고급예술의 성소(聖所) 로서의 이미지를 세속적 공간 연출로 희석시킨 사례로 간주될 수 있다. 이와 같이 구겐하임 미술 관의 유럽 도시 분관 건립을 통한 공시적 미술관으로의 변모는 전 지구적으로 생산되고, 지역적 으로 유통되는 글로컬 시대 미술관의 산업화 현상을 대변한다. 미술관은 세계도시체제하에서 기업경영의 방식을 택하는 도시 정부 차원의 기획과 공모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주목해야 할 측면은 미술관이 채택하는 기업주의 자체라기보다는 그것이 도시정부 및 도시 문화와 결부되는 방식에 있다.

3.2. 기업주의 도시 관광과 경험경제의 미학

글로컬 시대 기업주의에 입각한 도시들은 미술관 입지 선정에서 공통적으로 도시의 기능적, 상징적 구심적이라 할 수 있는 강 주변 지역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문명의 발생이 도시의 강을 중심으로 고대부터 이루어졌다면 세계화 시대의 대도시 강은 미술관을 보다 더 유동적이 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도시 공간의 이미지로 탈바꿈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과 런던의 테이트 모던 신관은 모두 수변 공간과 연계된 일종의 문화지구를 형성하면서 수립되었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스페인 아반도리아 지역 내 문화 클러스터(cluster) 조성과정에서 계획되었으며, 런던 템즈강변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그림 3>은 서더크 재개발 지역 내 구 뱅크사이드(Bankside) 발전소를 개조해서 만들어졌다. 이 두 미술관은 모두 도시 브랜딩 차원의 일환으로 기획되었으며, 다리를 통해 도심의 수변 공간과 미술관 진입로를 연결 하여, 지역의 장소적 특성과 미술관을 연계시키고자 한다.48)수변 공간은 필연적으로 도시 관광 사업과 연계되어 구경하기 좋은 도시 경관 창출을 촉진시킨다. 미술관은 이 과정에서 강의 흐름 에 따라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도시 스펙터클의 정점으로 자리매김한다.

<그림 3> 테이트 모던, 런던, 영국, 2000

공시적 미술관은 거대한 전시 공간을 통해 공간적 강렬함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아이콘으로서 의 미술관 건축을 통해 그 자체가 도시 관광의 중요한 경로를 구성하면서 ‘봄’과 동시에 ‘보여 지는’ 시선의 동시적 작용을 작동시킨다.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는 에펠탑이 구현하는 시각 작용의 특징이 “보는 것과 보여 지는 것 사이의 습관적인 분리를 극복”하는 것에 있다고 보았다.49)토니 베넷(Tony Bennett)은 롤랑 바르트가 분석한 에펠탑 시각 구조의 특성에 근거

47) Joan Ockman, 「New politics of the spectacle:'Bilbao' and the global imagination」 in D. Medina Lasansky ed, 『Architecture and tourism』, Berg, 2004, p.227

48) 이금진, 「운동성 개념을 통해 본 수변 문화공간 디자인 특성: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및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 분석」, 대한건축학회 논문집, 25.11, 2009,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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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전시 복합체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판옵티콘과 파노라마(panorama)의 결합에 의해 창출 되는 새로운 시각기술의 핵심은 “군중을 분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군중을 통제하고 그 스스로 를 볼 수 있게 해서, 군중 자체를 스펙터클로 만든 기술”임을 지적했다.50)이러한 시각 체제는 도시 전체를 조망하도록 고안된, 유명 장소를 구경하는 도시 관광의 시각성이며, 도시를 구성 하는 기관과 구조물, 상징물의 관람을 통해 도시를 알아간다는 느낌을 주도록 설계된다. 도시 관광은 도시에 대한 허구적 지배력, 즉 실재하기보다는 가공의 지배적인 시선을 부여함으로써 경험을 상품화하며, 이 과정에서 도시 관광객의 시선은 무엇인가에 관한 기호로부터 ‘그 자체 의 기호’로 대상을 변질시킨다.51)관광은 실재하는 장소들에의 방문과 경험을 유명한 이미지로 변모한 랜드마크들의 성지순례로 변모시키며, 이러한 시각체제는 도심의 수변공간에서 더욱 강화된다.

인류학자 마크 오제(Marc Augé)는 센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쿠르즈 관광의 핵심인 ‘바토 뮤수 (Bateaux Mouches)’를 통해서 도시 경관이 관광객들이 소비하는 무대세트와 같이 변모되어 가는 과정에 주목했다.52)거대한 수변조명들로 장착된 배는 강변의 기념물들을 비추면서 오르 세 미술관, 노트르담 성당, 에펠탑 등을 ‘낡은 응시’들로 처리해버린다.53) 네르비온강 페드로 아루페 브리지로부터 접근하는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과 템즈강 북부 런던 도심 및 밀레니엄 브리지로 연결되는 테이트 모던도 강을 끼고 움직이는 유람선 상의 동적 시선으로 구성된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건축의 매끄럽고 반짝이는 티타늄 표면은 수면에 반사되면서, 도시 관광의 찰나적이고, 순간적인 역동성을 강조한다. 이러한 도시 관광의 시각은 항상 유동적이고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특정의 이미지로 고정된 분위기를 거대한 스펙터클로 통합시킨다. 도시 관광과 수변 공간을 활용한 공시적 전시 공간을 보유한 아이콘적 미술관은 도시 전체에 대한 조망과, 강렬한 공간 체험을 효과적으로 혼합한다.

이와 같이 관광객의 응시에서 실제 장소는 디즈니랜드에서의 경험 즉, 모조품(simulacrum)으 로 변모한다.54)부어스틴(Boorstin)은 관광객이 여행할 때 예측할 수 없는 불쾌한 경험으로부 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환경적 잔여 효과(environmental bubble)’를 추구한다고 보는 데, 그 결과로 관광객은 실제가 아닌 ‘의사사건(pesudo-event)’을 경험한다.55)이러한 분석은 주지하다시피 미국 자체를 꿈도 아니고 실재도 아닌, 마치 실현된 것처럼 체험되어온 유토피아, 즉 “하이퍼리얼리티(hyperréalité)”로 분석하는 장 보들리야르(Jean Baudrillard)의 관점과 연결된다.56)그리고 공시적 미술관이 강조하는 공간 경험의 강렬함과 도시 관광의 체험은 크라 우스가 표현한 바와 같이 “하이퍼스페이스(hyperspace)”으로 기능한다.57) 현상학적 주체의 강조를 통한 장소 특정적 기획으로서의 공시적 미술관이 추구하는 공간적 강렬함은 도시 관광 의 경험과 결부되고, 이 과정은 세계경제에 대한 미술관의 미학적 대응이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준다. 20세기 후반 본격화된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대표되는 공시적 미술관으로의 변화는 제품이 아닌 경험을 소비하는 ‘경험경제(experience economy)’의 수요에 부응하는 미술관의 변화를 예시한다.58)문화와 경제가 더 이상 분리될 수 없는 관계구도에 놓인 현대자본 주의의 특징에 기반 해서 미술관은 이제 경험경제의 원리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 행한다.59)이와 같이 글로컬 시대의 공시적 미술관은 공간, 장소가 상품이 되는 시대의 미술관을

49) Roland Barthes, 『The Eiffel Tower, and other mythologies』, Hill & Wang, 1979, p.4 50) 토니 베넷, 「전시복합체」, 『모더니즘 이후 미술의 화두 2: 전시의 담론』, 눈빛, 2007, p.171

51) Urry John, 『The Tourist Gaze: Leisure and Travel in Contemporary Societies』, Sage, 1990, p.3

52) Marc Augé, 「Paris and the Ethnography of the Contemporary World」 in M. Sheringham, ed., 『Parisian fields』, Reaktion Books, 1996, pp.175-181

53) Richard Koeck, Les Roberts, eds, 『The City and the Moving Image: Urban Projections』, 2010. Palgrave Macmillan p.183 54) 빅토리아 D. 알렉산더, 최샛별 외 옮김, 『예술사회학』, 살림, 2010, p.330

55) Daniel J. Boorstin, 『The image: A guide to pseudo-events in America』, Harper & Row, 1964, pp.49-56 56) 장 보들리야르, 주은우 옮김, 『아메리카』, 산책자, 2009, p.58

57) 로잘린드 크라우스, 앞의 글, p.120

58) Pine, B. Joseph, and James H. Gilmore, 「Welcome to the experience economy」 Harvard business review 76, 1998, pp.97-105 알렉스 콜스 편, 장문정 옮김, 『디자인과 미술: 1945년 이후의 관계와 실천』, 워크룸프레스, 2013, p.123

59) 할 포스터, 앞의 글,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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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하며, 현실 도시 공간을 경영의 대상으로 하는 기업주의 도시의 확산과 미학을 닮아가는 경험경제와 연동되고 있다.

3.3. 네트워크 모델의 미술관

구겐하임 재단은 뉴욕(New York), 베니스(Venice)에 이은 구겐하임 빌바오의 경제적 성공에 뒤이어 유사한 시기에 구겐하임 리오(Rio) 계획을 발표했으며 지속적인 확장 계획을 통해 전 세계로 보급되는 브랜드 자산을 보유한 기업 경영을 선보이고 있다.60)글로컬 시대 세계도시체 제하에서 구겐하임미술관은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방식을 보여주는데, 이는 국민 국가 체제 를 벗어나 전 지구적 네트워크망에 접속된 도시 차원의 전략적 매체로 역할을 변경한 미술관의 모습이다. 공시적 미술관은 역설적으로 글로벌 브랜딩을 통해 특정한 장소가 제공하는 경험을 전 세계 네트워크 체제로 재생산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네트워크 구조란 어떤 관계모델에 기반 한 것인가? 세계화 시대 초국가적 문화 현상의 유동성을 분석하는 아르준 아파두라이(Arjun Appadurai)는 “전자매체”와 “대량 이주”를 통해 지구화 시대 현대인의 삶의 ‘풍경(scape)’은 중심-주변의 권력관계에서 벗어나 보다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질서로 재편됨을 강조한다.61) 아파두라이의 분석에 의하면 글로벌화된 세계경제 질서의 문화적 파급력은 미국 주도의 문화 제국주의로만 귀결되지 않으며, 그에 따른 소비는 보다 긍정적인 가능성을 얻는다. 아파두라이 의 관점은 전 세계 도시들로 분점 건립을 확대하고 있는 구겐하임 재단의 미술관 경영을 다국적 기업 주도의 자본 논리와는 다른 각도에서 해석가능하게 한다. 글로벌 도시 관광산업의 맥락에 서 구겐하임 재단의 운영과 전시는 미술관이 주도하는 고급예술 권위의 하향식 전달이 아니라 전 세계 관광객들의 수요와 미적 취향, 그리고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62)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글로벌 경제에서 문화소비는 자본에 종속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역동적인 도시 관광은 도시 스펙터클의 수동적 소비자로서의 관광객을 양산한다기보다는 관광객의 체험 안에서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는 유동적 경험과 권위에의 복종에서 자유로운 새로운 소비문화의 탄생일 수 있다.

세계화 시대에 국가와 기업에 편입되지 않는 능동적 주체의 가능성은 아파두라이가 강조하는

“상상된 세계들(imagined worlds)”에서 실현될 수 있다.63)상상된 세계란 세계시민들의 상상 력에 의해 역사적 상황 하에서 공유되고 있는 복수의 영역들을 뜻한다. 베네딕트 앤더슨 (Benedict Anderson)의 “상상의 공동체(imagined community)” 개념을 전용한 상상된 세 계들은 전 지구적으로 편재한 세계의 시민들이 정부와 기업에서 벗어나 저항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담지하고 있는 개념이다.64)

상상적 영역의 가능성에 기반 한다면, 글로벌 관광산업의 맥락에서 전개되고 있는 세계적 미술 관 분관 건립은 식민주의적 관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차원의 의미를 획득할 수 있다. 하지만 동질 성에의 동화가 아니라 ‘차이’를 발생시킬 수 있는 근원으로서의 상상된 세계라는 인식은 아파두 라이가 분석하듯이 주체의 유동성을 통해 식민성을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식민성을 구축하는 것일 수도 있다.65)킹은 현재 세계경제의 도시적 토대를 이루는 기원을 19세 기와 20세기 초 식민시대에 정립된 제국 교역으로 보고, 런던을 토대로 해서 북쪽 도시들로 확 장되고 있는 테이트 갤러리 분관 건립<표 1>의 성격을 식민교역에 근거한 것으로 해석한다.66)

60) Darla J. Decker, 「Urban development, cultural clusters: The Guggenheim Museum and its global distribution strategies」, Dissertation, New York University, 2008, pp.88-89

61) 아르준 아파두라이, 차원현 옮김, 『고삐 풀린 현대성』, 현실문화연구, 2004, p.60

62) Keith Moxey, 「Gehry's Bilbao: visits and visions」, in Guasch, Anna Maria, et al. Guggenheim Learning from the Bilbao, Center for Basque Studies Conference Papers Series, No.2, 2005, p.181

63) 아르준 아파두라이, 앞의 책, p.62

64) 베네딕트 앤더슨, 윤형숙 옮김, 『상상의 공동체』, 나남, 2004, pp.211-238

65) 김은중, 「포스트식민주의를 거쳐, 모더니티를 넘어, 트랜스모더니티로」, 이베로아메리카 연구, Vol.21 No.1, 2010, pp.6-7 66) 앤소니 킹, 앞의 글,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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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칭 위치 미술관 디자인 개관일

테이트 브리튼 런던 밀뱅크 1897

테이트 리버풀 머지 사이드주

리버풀 앨버트 독 1988

테이트 세인트아이브스 잉글랜드 콘월 주

세인트아이브스 1993

<표 1> 테이트 미술관의 분관

킹의 관점을 구겐하임 미술관과 테이트 모던 미술관의 분관 확장 방식에 적용하면, 이는 세계화 의 문화적 층위가 제국주의적 방식 통해 도시적 맥락으로 확산되는 현상에 다름 아니다. 성장과 발전, 쇠퇴에 이르는 도시 생태계의 주기는 세계도시체제하에서 공시적 미술관이 구성해내는 글로벌 도시 관광의 경험 경제를 통해 기획되고 구현된다. 따라서 글로컬 시대의 지역주의는 세계체제의 효과라기보다는 필수적인 구성요소라 할 수 있을 것이다.67)

네트워크는 세계 전역에 고르게 분포되기 힘들며, 자연환경, 정보기술의 인프라 구축 문제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상호 작용의 권역 안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68)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네트워크 모델의 글로컬 미술관은 도시 경관의 스펙터클 재생산에 기여한다. 기 드보르(Guy Debord)가 스펙터클을 “고도로 축적되어 이미지가 된 자본”이라 보았다면, 할 포스터는 미술 관 건축이 스펙터클화되는 현상을 “이미지가 축적되어 자본”이 된 경우로 본다.69)포스터의 비 평적 관점은 글로컬 시대 공시적 미술관이 제공하는 경험이 건축 이미지로 집적되고, 궁극에는 그 자체가 자본이 됨으로써 전 지구화 시대의 도시화 과정이 그의 표현대로 “복합체”로 작용하 고 있음을 강조한다. 에드워드 소자(Edward Soja)가 지적하듯이 세계화 시대의 도시는 하나의 도시 주변에 다양한 층위의 공간들이 분산, 연결되는 “도시복합체”로 구현된다.70)이러한 맥락 에서 대형화와 분점 건립을 지향하는 글로컬 미술관 복합체의 네트워크 모델은 글로컬 시대 세계도시체제와 미술관 문화가 어떻게 조우하고 있는지를 예시한다. 미술관의 모델은 세계 미 술계의 헤게모니가 거대 미술관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위계적인 수직구조임을 드러냄과 동시에 개별 도시를 연결하는 수평적 네트워크의 형식적 관계로 표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67) Leo Ching, "Globalizing the regional, regionalizing the global: mass culture and Asianism in the age of late capital." in Globalization, ed. Arjun Appadurai, (London: Duke University, 2001, p.283

68) 위르겐 오스터함멜, 닐스 P. 페테르손, 배윤기 옮김, 『글로벌화의 역사』, 에코리브르, 2013, p.45

69) 기 드보르, 유재흥 옮김, 『스펙타클의 사회』, 울력, 2014, p.34; 할 포스터, 김정혜 옮김, 『콤플렉스: 미술을 소비하는 현대건축의 스펙 타클』, 현실문화, 2014, p.62

70) Soja, Edward W, 『Seeking spatial justice』,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2010,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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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결론

20세기 후반 세계화와 지역화의 동시적 작용으로 인한 글로컬 시대로의 진입은 개별 도시의 장소성을 중요한 문화경제의 화두로 부각시켰고, 이 과정에서 현대 미술관은 국가간 경제, 문화 적 장벽이 제거된 세계도시체제의 메커니즘과 긴밀하게 연동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니멀리 즘 이후 공간의 강렬함을 추구하는 현대미술 경향은 전시 공간의 대형화를 견인하면서 공시적 미술관으로 변모했다.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과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은 20세 기 후반부터 21세기에 이르는 시기에 미술관이 도시 체험으로서의 공시적 미술관으로 변모하 는 양상을 대변한다. 글로컬 시대 공시적 미술관으로서의 이 미술관들은 기업주의 도시 경영 전략의 관점에 기반한 장소 마케팅과 도시 브랜딩의 도시 경영 전략에 의해 도시 자체를 극실재 로 만드는데 기여한다. 이 지점에서 주목해야 할 측면은 미술관이 채택하는 기업주의 자체라기 보다는 그것이 도시정부 및 도시 문화와 결부되는 방식에 있다.

공시적 미술관은 단순히 자본주의에 종속된 기업주의형 도시 경영과 그에 따른 미술관 경영의 수동적 결과물이기보다는 1960년대 이후 현대미술이 표방한 공간적 체험의 강렬함이라는 예 술적 실험과 긴밀하게 연동되어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경험경제의 부상은 미니멀리즘 에서부터 강조된 현상학적 주체 모델을 글로컬 시대 활성화된 도시 관광객의 체험으로 구현하 기에 적합한 경제적 토양이 된 것이다. 따라서 글로컬 시대 세계도시체제내의 공시적 미술관 양상에 대한 해석은 상업주의에의 결탁과 글로벌 자본의 로컬적 재현으로서의 해석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를 지니고 있으면서, 동시에 현대미술 내부에 미술관의 대형화 경향을 충족시킬 수 있는 미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었다는 점이 분명하게 지적되어야 한다. 공시적 미술관은 본 연구에서 고찰한 바와 같이 지역적 특수성이 세계적 동질성에 편입되는 상황, 즉 세계화의 지역 적 구현임을 보여준다. 빌바오와 구겐하임에 비해 런던의 테이트 모던은 산업화의 유물을 재사 용하는 방식을 통해 그 지역의 역사성을 되살리는 듯한 이미지를 주지만, 테이트 모던의 거대한 터빈홀이 관람객에게 제공하는 경험은 역사적 경험과 무관하다. 이 미술관이 제공하는 경험과 건축 디자인은 미술관이 입지한 도시와의 지정학적 연계성이 미약하다고 평가될 수 있다. 하지 만 이와 동시에 이들 공시적 미술관이 제시하는 공간경험 중심의 체험이 세계화로 인한 획일화 과정의 새로운 문화 소비 형태로 해석될 수 있다. 공시적 미술관은 글로벌과 로컬, 국가와 도시, 순수예술과 상업주의, 건축과 미술, 중심과 주변의 끊임없는 교호작용을 보여준다. 전 세계 도 시로 뻗어나가는 구겐하임 재단의 지속적인 분관건립과 영국에서 테이트 미술관이 도시들을 연결하는 방식은 최근 한국 미술관이 기업 후원을 매개로 해외 미술관들과 연속적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현상을 해석하는데 있어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해준다. 글로컬 시대 공시적 미술관이 구축해내는 네트워크 모델의 확장성은 무엇보다 세계도시체제의 구조와 원리가 어떻게 구현되 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향후 미술관 연구는 세계도시체제 내와 미술관이 맺고 있는 관계구도에 대한 문화경제적 관점과 미학적 해석간의 관계에 대한 정밀한 분석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

게오르그 짐멜, 김덕영 옮김, 『짐멜의 모더니티 읽기』, 새물결, 2006 기 드보르, 유재홍 옮김, 『스펙터클의 사회』, 울력, 2014

데이비드 하비, 구동회, 박영민 옮김, 『포스트모더니티의 조건』, 한울, 2009 리처드 험프리스, 하계훈 옮김, 『미래주의』, 열화당,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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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천, 박노영, 윤원화 편, 『디자인 앤솔러지』, 서울: 시공사, 2004

발터 벤야민, 반성완 옮김,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 민음사, 2005

참조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