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도시재생 이야기 • 42
평범한 일상에서 머물고 싶은 풍경으로,
동해시 바닷가책방마을
유현우 동호지구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장 ([email protected])
첫 번째 장, 다시 묵호의 빛을 밝히다
강원도 동해시 동호지구 ‘바닷가책방마을’은 2017년 우리 동네 살리기 유형의 도시재생 뉴 딜사업으로 선정되어 올해 말까지 사업을 진행 중이다. 바닷가책방마을은 묵호가 번영하 던 시절의 배후지역으로서, 묵호의 흥망성쇠를 그대로 바라보았던 유일한 증언자이기도
<그림 1> 바닷가책방마을 그림지도
제481호 2021 November
하다. 1941년 개항한 묵호항은 이른바 동해안 제1의 어업 전진기지로서 항구와 덕장, 무연 탄 등으로 번영했던 항구였다. 그러나 도시를 이끌던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새로운 도심지가 형성되었고, 이로 인해 불이 꺼지지 않던 묵호의 풍경도 점차 쇠퇴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도시에 희망을 불어넣는 새로운 시도들이 생겨났다. 미미하지만 민간의 사업들 과 공공사업이 각자의 영역에서 또는 서로 결합하면서 유의미한 성과를 창출하였고, 이것 을 바탕으로 묵호의 감성이 가득한 순례길을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도약을 꿈꾸게 되었다. 바닷가책방마을도 그러한 변화의 과정에 한 페이지를 채워가고 있다.
바닷가책방마을이란 이름의 이미지는 어쩌면 감성적이고 많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일 지도 모르지만, 사실 묵호가 빛나던 그 시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곳은 과거 묵호역을 이용하던 사람들이 기차 시간을 기다리며 만화를 보던 책방들과 신문사, 인쇄소 등 관련 업종들이 성행했던 마을이다. 현재는 사업 대상지가 시립도서관과 공원 일대를 품고 있는 형태인데, 이러한 단초들을 근거로 ‘바닷가책방마을’이란 사업 타이틀을 기획하게 되었다.
두 번째 장, 공동체를 이루는 방법
바닷가책방마을 사업은 주거환경 개선 및 생활 인프라 확충, 그리고 공동체 회복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주요 사업들은 각각의 기능적 대안으로 계획한 것이 아닌 재생을 통한 공동 체 회복을 실현하고자 하는 통합적 관점에서 비롯되었다. 사업 초기에 지역을 분석하는 과 정에서 주목했던 부분은, 동호지구가 묵호항의 배후지역으로서 묵호의 번영을 누렸던 마 을이기도 하지만 원도심이 아닌 배후지역이라는 특성 때문에 공공을 통한 생활환경 개선 의 수혜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 결과 공공성을 바탕으로 공동체 활동의 경험과 성과가 원도심 주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미했고 노후한 주거환경의 쇠 퇴도 역시 더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마을의 지형적 특성에서도 근거를 찾을 수 있
<그림 2> 소방도로 개설 전, 후
평범한 일상에서 머물고 싶은 풍경으로,
동해시 바닷가책방마을
었는데, 언덕 지대의 모든 경사면에는 좁은 골목을 따라 빼곡하게 집들이 밀집되어 있어 주민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하기 어려웠다. 가령 운동시설이 있는 녹지공간이나 마을 회관 등의 거점공간이 있었다면 마을 고유의 정서나 공동체 의식과 같은 지역 가치들이 어 느 정도는 존재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형적 특성 때문에 주민 동선도 제한적이고 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우리는 세 가지 방안을 계획한 뒤 추 진하게 되었다.
첫 번째는 ‘바탕을 만드는 일’이다. 먼저 마을을 관통하는 소방도로를 개설하여 노후주 택을 정비하거나 연료를 공급하는 등 이전에 할 수 없었던 일들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차 량 통행이 이루어지면서 주차 및 마을로의 접근성이 편리해졌고, 주민 동선이 횡적으로 확 장되면서 마을의 범위도 넓어지게 되었다. 이로써 길 하나가 생기면서 주민의 일상도 변화 를 맞이하게 되었다.
두 번째는 ‘만남의 장을 만드는 일’이다. 마을 안 통행이 편리해지고 주민의 이동 범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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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커뮤니티센터
제481호 2021 November
이 아닌 방문자와 주민이 서로 만남을 이루고 화합할 수 있는 공간의 성격이 중요하게 작 용하였다. 또한 새로 개설된 소방도로와 맞닿아 있고 기존 도로와 연결된 지점에 위치하도 록 하여 접근성도 용이하게 설계되었다. 커뮤니티센터의 북 라운지는 책을 보고 휴식을 취 하며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동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으며, 별도의 코워킹 스페이스 공간을 확보하여 시립도서관 이용자 또는 지역 청년들에게 새로운 플랫폼 공간을 제공하 게 되었다. 여기에 로컬 비즈니스를 표방한 마을 디저트 카페를 구성하게 되면서 주민소득 증대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었다. 2층에 구성된 강의실은 도시재 생 역량강화뿐만 아니라 거버넌스조직과 중간지원조직이 진행하는 각종 교육 프로그램들 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삶을 지속하는 주거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면 서 대안의 부재로 사업의 진정성 또는 목적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순간이 더러 있다. 그 중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부지매입과 철거로 인한 토착민 이탈 발생이었다. 반세기 동안 터전을 이루고 삶을 이어가던 주민 일부가 사업과정에서 부득이하게 마을을 떠나야 했지 만 이들 중 대다수가 보상 여부와 관계없이 마을에서의 삶을 지속하는 것을 희망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인생 대부분을 보내며 일상에서 맺었던 다양한 관계를 어느 순간 단절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고령층의 주 민들이 감당할 수 있는 변화의 수준도 아니었다.
그래서 사업 초기부터 순환형 임대주택 또는 공공형 임대주택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었 고, 순환형의 일시적인 기능보다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공공형 임대주택을 조성하는 것 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의식과 대안 수립 그리고 실행까지는 여 러 가지 난관이 있었다. 도시재생형 공공임대주택의 사례가 많지 않아 나름의 매뉴얼을 만 들고 기획하는 일들이 까다롭게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 주 체는 바로 동해시 담당 부서였다. 사실 지자체 공공임대주택은 재정부담과 운영관리 측면
<그림 4> 공공임대주택 <그림 5> 도시재생 주민학교(진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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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부정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해당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그러한 예측 판단을 동반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동해시 담당 부서의 행정력과 선제 대응방안이 적극성을 보이면서 해당 사업을 궤도 위에 올려놓을 수 있었다. 주민의 내몰림을 방지하고 지속적이며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구축한다는 목적으로 조성된 공공임대주택은 총 8호가 공급되었고, 다시 마을로 돌아온 주민세대와 새로 이주할 청년 창업가 및 전문인력을 위한 주거지로 조성되었다.
주목할 부분은 주민의 삶을 이어주는 기존 목적과 기능에서 한발 더 나아가 새로운 주민 (이주민)의 삶을 이어주는 역할까지 동반했다는 점과, 경험하지 못한 사업을 구체화하기까 지 여러 경로를 통해 당위성을 마련한 행정력이 본 사업을 이끌었다는 점이다. 이 밖에 공 동체를 이루는 과정에서 다양한 소프트웨어 사업들이 병행되었는데, 도시재생의 개념부터 사회적 경제영역까지 일상적으로 운영되었던 ‘진심학교(도시재생 주민학교)’의 과정들이 추후 마을관리 사회적 협동조합을 구성함으로써 공동체의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세 번째 장, 머물고 싶은 풍경이 되다
집수리 지원사업으로 낡은 마을의 담장들은 새로 꾸며졌고 슬레이트 지붕도 강판 지붕으 로 교체되었다. 기존 어둡고 음침했던 골목들이 깨끗하고 화사하게 바뀌면서 주민들의 만 족도 역시 높아졌다. 이후 마을경관을 저해하는 요소를 분석하여 대응하기 시작했는데, 그 중 공(空)폐가를 활용하여 새로운 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이 주요 사업으로 진행되었다. 공 폐가의 안전도를 분석하여 리모델링이 가능한 대상지를 선정하고, 주변 주거환경과의 이 질감 등을 고려하여 로컬 스테이 공간을 조성했다.
바닷가책방마을의 로컬 스테이는 여느 마을 호텔 혹은 마을 게스트하우스 등의 관광형 수익사업 같은 일시적 형태보다는 중장기적으로 마을을 경험하고 그것을 계기로 정착까지 유도하는 목적으로 추진되었다. 직접 머물면서 주민이 되어보고 지역의 삶을 경험하는 과 정을 거쳐 정착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었는데, 이러한 계획은 동해시 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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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1호 2021 November
험단을 운영할 당시 머물렀던 도시재생 전문가, 언론 관계자, 작가 등이 재방문하거나, 지 속 사용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는 3개 동 전부 장기 입주로 채워져 운영되고 있다. 체험단 진행 후에는 설문조사를 통해 공간의 장점과 경쟁력에 관한 부분을 정리하였는데, 마을 주거환경과의 동질감,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 분위기 등이 우선순위 로 꼽혔다. 특히 커뮤니티센터, 마을 전망공원, 소방도로 산책길 등 새로 조성된 공간과의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측면에서 마을을 누리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의 장점이 강조되었다.
로컬 스테이가 마을 살이의 시작점이라면 커뮤니티센터는 생산적 활동을 경험하는 중 간지대 역할을 하는 것이었는데, 우리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새로운 볼거리와 콘텐츠로 경험을 확장시키는 활력거점에 대한 고민도 함께 했다. 당초 ‘파란발전소’라는 이름의 활 력 거점을 조성하는 사업이 계획되었으나 아티스트의 작업공간, 즉 레지던스(residence) 를 운영하면서 창작 또는 창의 협업을 이루는 목적의 실현가능성 및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한, 다른 사례를 살펴보더라도 공공영역의 레지던스 운영이 특정 중간조직의 지원 없이는 운영이 어렵다는 예측에 따라 공간의 성격을 수정하게 되었다. 그
<그림 6> 외부 집수리사업 전, 후
<그림 7> 로컬 스테이 조성 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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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 마을과 상생할 수 있는 민간전문가의 참여 또 는 협업이 사업의 지속성과 의외의 성과까지도 이끌 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었고, 이 후 우리는 바닷가책방마을에서만 보고 경험할 수 있 는 콘텐츠로 기획한다는 원칙을 갖게 되었다.
30년 넘게 세계 각지에서 연필을 수집한 민간전 문가의 사업제안을 통해 ‘연필 디자인뮤지엄’을 추 진하게 되었는데, 이로써 앞서 언급한 경험의 확장 을 충족시키는 활력 거점을 확보하게 되었다. 그러 면서 연필 디자인뮤지엄은 도시재생사업과는 별도 로 ‘동해 아트 비엔날레’라는 공식 행사를 개최하여 의외의 성과까지 거두게 되었다. 이 제 바닷가책방마을은 마을 축제와 더불어 대외적인 문화행사까지 진행하면서 그간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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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8> 마을 전경(사업 전, 후)
<그림 9> 연필 디자인뮤지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