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과 시장
들어가는 글
지난 몇 년간 호황세를 보여온 부동산시장은 전반적으로 조정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택가격 상승폭이 둔화되었고 주택 거래와 공급 실적은 감소하였으며, 미분양 재고는 다시 소폭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는 거시경제여건이 악화되고,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공급과잉 우려 등 하방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상황으로 이해된다. 특히, 앞으로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시장주체들의 기대와 걱정이 혼재하고 있으며, 주요 정책 이슈들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되고 있다. 따라서 최근의 시장동향과 불안요인들을 살펴보고, 향후 부동산정책에 대한 대응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최근 부동산시장 동향과 불확실성 요인
주택매매가격은 이사철 성수기에 접어들며 3월의 상승률이 0.06%로 다소 높아졌으나, 1월 이후 누적상승률이 0.09%에 불과한 미미한 수준을 보였다. 주택매매거래실적도 3월 들어 7.7만건으로 전년동월대비 0.7% 감소하였고, 5년 평균과 비교해서는 -6.6%로 부진한 상황이다. 주택 공급실적은 감소세를 지속하며 3월까지 16.3만호가 인허가되어 전년동기간대비 13.4%나 감소하였다. 신규분양아파트에 대한 청약열기도 위축되면서
향후 정책과제
※ 외부 필자의 기고는 국토연구원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부동산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것은 수요, 공급, 정책 등 모든 측면에서 불안요인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급속히 진행되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시장패러다임이 변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가계부채대책의 일환으로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수요기반도 약화되고 있다. 2% 대의 낮은 경제성장률과 청년 실업, 자영업 붕괴 등 경제구조도 과거에 비해 매우 취약해져 있어 금리부담은 주택수요를 더욱 위축시킬 요인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지난 2~3년간 급증한 주택 인허가 실적으로 인해 지역적으로는 공급과잉 문제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신규아파트 입주물량은 지난해 29.2만호에서 2017년 37만호, 2018년 42.1만호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입주물량이 과도하게 늘어날 경우 미분양 급증, 건설업체 도산, 역전세난, 가계·금융 부실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지방 및 수도권 일부지역에서는 이미 입주물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가격하락 등의 위축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하방리스크가 많은 상황에서 향후 부동산정책 방향에 따른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공공임대주택 확충 등 주거복지가 강조되고 있으나, 전월세상한제 도입, 부동산 보유세 강화, 주택담보대출규제 개선 등 굵직한 현안들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정책들은 어느 하나만으로도 시장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영향력이 매우 큰 정책들이다. 따라서 향후 부동산정책 방향에 따라 향후 경제주체들의 의사결정이나 시장 흐름도 다른 양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새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저자
김용순
한국주택학회장
(LH 토지주택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시장상황에 대응하는 시장안정정책 추진
경제이론에 따르면 정부정책은 경기변동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경기 침체가 발생하면 특소세 감면이나 금리 인하, 재정 확대 등을 통해 내수를 진작시키고, 경기가 과열되면 특소세 강화, 금리 인상, 재정 축소 등을 통해 시장을 진정시켜야 한다. 이는 경제성장과 함께 경제안정이 중요한 정부의 정책 목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동산정책도 시장상황에 따라 정책기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물론 현재의 시장상황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정책방향은 결정될 것이다. 시장의 변화가 정상적인 경기국면에 의한 자연적인 현상이라면 정부의 개입은 제한적이어야 하나, 시장침체나 과열이 구조적 현상이거나 일반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면 어떠한 형태로든 정부의 시장개입은 필요하게 된다. 즉, 부동산시장이 안정적 국면이 지속된다면 현재의 정책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으나, 만약 침체 혹은 과열이 우려된다면 정책방향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향후 부동산시장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결론적으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체적으로 하방리스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경제회복 지연, 금리 인상 가능성, 대출규제, 공급과잉 우려 등 대내외 불안요인이 많은 상황이다. 주요기관들에서도 대부분 향후 부동산시장이 과거보다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시장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시장안정, 즉 연착륙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시장이 위축되는 국면에서 규제정책을 강화할 경우 자칫 시장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이 침체될 경우 미분양과 역전세난은 물론 주택담보가치 하락으로 금융건전성이 악화되고, 소비위축과 투자감소로 이어지면서 국민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다.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를 감안할 때 금융건전성 차원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기조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만, 가계부채 증가가 주택담보대출보다는
자영업자들의 생계형 대출에 기인하는 측면이 많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응하여 여신심사제도를 강화하고, 단기·변동금리를 장기·고정금리로 대출구조를 개선하는 금융건정성대책에 더욱 주력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주거복지재원을 확보하고 자산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하는 방향도 일면 타당하다. 그러나 정책추진 시점과 그 속도는 시장상황에 맞춰 탄력적·단계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한편, 전월세상한제 등과 같은 정책은 자칫 공급 위축, 품질 저하, 암시장 발생, 행정비용 증가 등의 부작용도 존재한다. 따라서 임차인의 주거안정과 함께 임대인의 입장도 균형적으로 고려하는 제도개선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무리한 가격규제보다는 오히려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전월세거래 등록제, 계약갱신권 등을 제한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부동산정책을 시장과 괴리되어 단편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시장을 안정화시키고 시장실패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하는 것이다.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수급관리가 중요하다.
주택은 공급의 비탄력성과 위치의 고정성이라는 특징으로 인해 수급관리가 매우 어려운 재화이다. 따라서 잠재적 수요에 부합하는 적정 주택물량을 꾸준히 공급함으로써 시장안정을 도모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지난 몇 년간 연 70만호가 넘는 신규주택이 인허가 되어 국지적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더욱 수급관리가 중요하다. 재건축·재개발 이주수요가 늘어나면서 전월세난이 확대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별·유형별 수요와 공급의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무주택 서민을 위한 맞춤형 주거복지정책 추진
저성장과 양극화 등으로 부동산시장이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으며, 주택가격 상승과 전월세난으로 인해 무주택서민의 주거불안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주거안전망이라 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 재고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고, 청년, 신혼부부, 고령자 등 주거복지대상계층의 정책소요는 더욱 커지고 있다. ‘시장실패’를 보완하기 위한 주거복지정책의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우선, 주거복지 실현을 위해서는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한 수요맞춤형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계층간·세대간 주거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거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저소득 청년세대와 고령자의 주거안정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N포세대로 고통받는 청년층이 안정적으로 사회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고용안정과 함께 주거안정이 필수적이며, 소득수준이 낮은 고령층이나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들도 생계문제와 함께 주거불안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정책지원의 우선순위를 설정하여 어느 계층에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 것인지를 면밀히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대상계층의 주거실태와 니즈를 파악하는 조사체계를 강화해야 하며, 소득, 자산, 세대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한편, 정책혜택이 1분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분석된 2분위 가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모색되어야 한다.
주거복지정책은 경제적 관점에서 저소득층의 자활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입주민이 현재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주거상향이 가능하도록 주거급여, 공공임대, 공공분양 등의 프로그램을 설계해야 한다. 가능하면 자산 형성과 연계될 수 있도록 공공임대주택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공공임대주택은 기본적으로 저렴한 임대료를 통해 주거안정에 기여하나 도약의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자활서비스기능을 강화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하드웨어인 단순 주거 제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입주민의 자활지원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휴먼웨어의 제고가 필요하다.
아울러 주거복지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해야 한다. 영구임대, 국민임대 등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정부의 낮은 지원단가로 인해 공급과정에서의 손실은 물론 수선유지비, 임대료 인상 제약 등 운영과정에서의 손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사업주체의 재무적 부담을 가중시켜 임대주택 공급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막대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재정지원을 확대해야 할 뿐 아니라 다양한 부동산금융기법을 통해 연기금 출자, 민간자본 활용 등도 지속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 물론, 입주민의 주거비 부담능력을 고려하여 임대료를 차등화하거나, 상업시설, 분양주택과의 복합개발방식을 통해 공공임대주택의 수익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공공임대주택의 재고 증가와 노후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장기공공임대 주택재고가 이미 100만호를 넘어섰고, 2020년이면 과거 공급된 영구임대나 50년 공공임대가 법정 재건축연한에 도달하게 된다. 이를 방치할 경우 입주민들의 주거여건은 더욱 악화되며, 공적 인프라로서의 기능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극적인 수선유지와 시설개선을 통해 슬럼화를 방지하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하며, 장기적으로 재건축·리모델링 등의 공공임대주택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지역 활성화와 연계된 부동산정책 추진
인구증가세 둔화로 인해 도시환경과 공간구조가 급속히 변화하면서 일부 지방 및 도심지역의 경우 쇠퇴문제가 정책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도심지역의 경우 인프라 시설들이 노후화되고 기후변화가 심화되면서 안전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며, 일부 지방도시의 경우 산업구조 변화와 인구유출 등으로 인해 ‘축소도시’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도 도시재생특별법 재정과 주택도시기금의 신설 등을 통해 도시재생 선도지역을 지정하는 등 지역 활성화를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정책성과는 아직까지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며, 부동산시장 불안, 젠트리피케이션 등의 문제들이 오히려 우려되고 있다. 도시재생 등으로 주거환경이 개선되면 외부인이 유입되어
지역경제는 활성화되나 임대료 상승 등으로 원주민들이 쫓겨나는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대응하여 주민들의 실정에 맞는 사업계획이 수립될 수 있도록 하부계획 수립단계부처 지역주민의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세입자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등 이주대책을 마련하여 저소득 세입자의 주거안정방안도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재생사업의 부산물로 나타나는 개발이익의 사유화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가격이 상승하여 지주나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이익이 넘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발이익이 주민들에게 고르게 되돌아가도록 지역주민이 사업에 직접 참여하는 개발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에서 추진되고 있는 공동체토지신탁제도나 협동조합주택 등이 대안으로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대규모 개발방식보다는 소단위 가로정비사업 등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모색되어야 한다. 한편, 인구유출로 쇠퇴하는 농어촌 지역의 경우 마을정비형 임대사업과 같이 마을계획과 연계한 사업방식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지자체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사업의 경우 주민들의 반대와 지자체의 무관심으로 인해 예전과 같은 부지확보가 용이하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공공임대주택도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커뮤니티를 강화할 수 있도록 자자체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고 지역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입주자 선정과정에서부터 지자체의 권한을 확대하고, 지자체의 자발성을 유도하는 공모사업방식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NGO, 사회적 기업 등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여 주택뿐만 아니라 마을, 도시를 함께 고민하는 정책방안도 모색되어야 한다.
맺는 글
향후 부동산정책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서민주거안정을 실현하며,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큰 틀에서 추진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정책 수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통받는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위한 맞춤형 주거복지 지원체계도 구축되어야 하며, 도시재생과 지역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주민 참여형 개발방식도 도입되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새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저출산·고령화시대의 사회안전망으로서, 경제회복의 기반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