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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중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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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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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중앙선 을 탔나?

심승희 | 청주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 교수([email protected])

기차로 향하는 설레는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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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덕후’를 거느린 철도

기계비평가라는 흔치 않은 타이틀을 가진 이영준이 초대형 컨테이너선 페가서스를 타고 1만 마일을 항 해한 이유를 그의 책 「페가서스 10000마일(2012)」

에 나오는 다음 문구에서 짐작해볼 수 있다.

엔지니어링 스펙타클에도 분명히 문화의 차원이 있 다. 그것들이 우리들 삶을 지탱해주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은 일반인들로부터 차단된 문화이다. 유럽에는 많 은 사람들이 배, 항공기, 철도를 구경하고 기록하고 이 야깃거리로 삼는 문화가 있다. 한국에는 거의 없는 문 화다. 철도사진을 찍는 마니아는 좀 있는 편이다. 가장 가깝게 접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이영준의 지적처럼 기계에도 문화의 차원이 내재 하기에 사람들은 항공기, 배, 자동차, 기차 같은 ‘교 통 기계’에 공학적 원리 이상의 관심을 가지며, 그 관심이 마니아 수준이 되면 일명 ‘덕후’가 된다. 우리 나라에서는 항만이나 선박, 항공기는 접근이 어려워

상대적으로 자동차나 기차 덕후가 많다. 흥미롭게도 자동차는 자동차 덕후라고 하지만, 기차는 기 차 덕후라는 말보다 ‘철도 덕후’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바로 이 점이 기차가 다른 교통 기계와 차별 화되는 지점이고, 기계에는 거의 문외한인 필자가 중앙선 기차를 타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기차는 다른 교통 기계와 달리 철도를 벗어나서는 절대 이동할 수 없다. 기차와 철도는 철저히 한 몸이다. 자동차도 도로를 따라 이동하기는 하지만, 자동차와 도로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유연 하다. 자동차는 경우에 따라 도로가 아닌 벌판이나 사막을 달릴 수도 있고 좁은 골목길을 보행자 나 자전거 등과 부대끼며 설설 기다가 어느새 16차선 자동차 전용도로 위를 바람처럼 질주할 수 있다. 자동차는 일반적으로 아무데서나 타고 내릴 수 있지만 기차는 원칙적으로 일정 시설을 갖 춘 기차역에서만 타고 내릴 수 있다. 또 기차가 기술 혁신으로 증기기관차에서 디젤기차로, 다시 전기기차, 고속열차로 바뀔 때마다 철도와 기차역의 부대시설 또한 함께 바뀌어야 한다. 이렇게 기차가 철도를 품는 것이 아니라 철도가 기차를 품는 형국이라 기차 교통보다는 철도 교통, 기차 덕후보다 철도 덕후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중앙선이 출발하는 청량리역

중앙선 열차 안의 풍경 제2 종관철도_중앙선을 타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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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에 비해 철도 교통은 ‘어디에서 어디로 이어지는 노선’이라는 지리적 특색이 강하게 나타난 다. 이 같은 철도 노선의 고정성과 연결성이 같은 노선상에 있는 지역들을 하나의 권역으로 묶고, 이 권역 안에서 철도라는 물적 조건을 중심으로 인간 생활이 펼쳐진다.

지리를 전공한 필자는 이와 같은 배경에서 지역을 보다 역동적으로 탐색하기 위해 기차를 탔 다. 기차역마다 내리면서 철도 교통이 지역에 어떤 영향을 주었으며, 또 지역의 변화가 철도 교통 에 어떤 변화를 주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했다. 한 지역의 변화가 같은 노선상에 있는 다른 지역의 변화와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을 가지며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도 살펴보고자 했다. 그렇 다고 해서 필자가 지적 탐색에만 열중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자동차 여행과는 차별화되는 기 차 여행 특유의 아우라를 즐기고 기차역에 내릴 때마다 조우하게 되는 지역에의 탐닉이 몇 년에 걸친 기차 여행을 지속시킨 더 큰 힘이었다.

왜 중앙선인가?

철도는 근대의 문을 연 교통수 단으로 알려져 있다. 근대는 산 업혁명과 함께 도래했는데, 산 업혁명을 상징하는 것이 증기 기관의 발명이다. 증기기관은 기존의 동력원이었던 말, 소, 당나귀, 낙타처럼 무거운 물건 을 많이 나르지도 못하면서 때 가 되면 쉬고 자야 하는 생물에 너지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리

고 풍차나 물레방아처럼 바람이 안 불거나 물이 얼면 멈춰버리는 애물단지도 아니었다. 석탄만 계속 공급해주면 쉬지 않고 엄청난 힘을 내는 괴물 같은 동력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량 화 물 수송을 위해 앞서 발명된 마차 철도(Horse car, 말이 끄는 선로 위의 수레)에 말 대신 증기기 관을 부착시키면서 근대적 교통수단인 기차가 탄생했다. 이제 기차는 엄청난 양의 화물과 사람을 싣고 철도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쉬지 않고 갈 수 있게 되었다.

마차 철도

출처: Alfred Pearson 1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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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에서 태평양에 이르는 대륙 규모의 영토를 가진 미국에도 대륙횡단철도가 놓였다. 그런 데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다. 기차의 출발과 도착 시간을 미국 대륙의 모든 이용자들에 게 혼동 없이 공지해야 하고 이를 위해 그동안 지역마다 달랐던 시간을 하나의 표준체계로 정비 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이를 계기로 국제사회에서도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를 지나는 자오선을 본초자오선으로 삼는 세계표준시 체계가 완성되었다. 철도와 세계표준시는 세계를 하나의 공간 및 시간 체계로 포섭함으로써 전근대와는 완전히 다른 근대의 세계를 구축했던 것이다.

그러나 철도 교통은 뒤이은 자동차 교통의 눈부신 발전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최근에 와서야 국면 전환기를 맞이했다. 사회학자로서 현대 사회를 특징짓는 중요한 변수로 모빌리티에 주목한 존 어리(John Urry 2014)는 철도 시스템이 자동차 시스템에 대응할 수 있는 세 가지 방법 을 정리한 바 있다.

첫 번째는 고속철도의 개발과 건설을 통해 자동차 교통과의 속도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방 법이다. 우리나라도 고속철도 KTX의 건설을 위해 철도 관련 업무를 총괄하던 철도청과는 별도로 1992년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을 설립했다. 이는 우리나라 철도정책에 대대적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는데, 2004년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이 철도청의 철도시설 건설·관리 및 연구·개발 부문 까지 통합한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 확대 개편되었고, 철도청은 2005년 영업 업무를 전담하는 한 국철도공사(Korail)로 전환됨으로써 기업으로서의 성격이 강화되었다.

이러한 철도정책의 변화 속에서 2004년에는 KTX 경부선이, 2015년에는 KTX 호남선이, 2016년에는 코레일의 KTX와 경쟁할 ㈜SR의 SRT까지 개통되면서 본격적으로 고속철도시대가 열렸다. 이에 따라 장거리 이동에서는 고속철도가 자동차 교통을 압도할 뿐 아니라 국내선 항공 교통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렇게 고속철도는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을 낳을 정도로 모빌리티에 있 어 가장 영향력 있는 변수가 되었다.

두 번째는 시장원리를 더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소비자 지향의 철도 시스템 운영을 강화하는 방 법이다. 기차 승객에게 ‘소비자’라는 명칭을 부여하고 소비자의 다양한 유형에 맞춘 패키지 상품 을 공급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고속열차 개통에 맞춰 기존의 역사를 대규모 민자역사로 재 건설하면서 화려하고 거대한 백화점, 영화관, 쇼핑몰 등을 입점시켜 모빌리티와 원스톱 쇼핑 시 스템을 묶은 서울역과 용산역이다.

세 번째는 기차와 기차역이 버스, 지하철 등 다른 공공교통수단들과 연계되어 하나의 통합이동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는 방법이다.

존 어리가 제시한 이 세 가지 방법의 적용이 대도시 지역들을 끼고 있는 철도 노선에 적합하다 는 것은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오히려 그런 조건을 턱없이 갖추지 못한 철도 노선와 그 연선 지역에 자꾸 눈이 갔다. 고속철도가 놓인 노선은 고속철도다운 주파 속도를 유지 하기 위해 그 수가 대폭 줄어든 정차역의 흡인력이 너무 커서 같은 노선상에는 있지만 통과하기

제2 종관철도_중앙선을 타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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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만 집중시켜 정작 철도 노선상에 있는 수많은 지역을 간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것이 제1 종관철도인 경부선(노선거리 441.7km)에 이어 건설된 제2 종관철도(386.6km)이자 5대 간선철도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고속철도는커녕 전철화와 복선화조차 아직 완료되지 못한 중앙선 철도를 탄 이유이다. 중앙선보다 짧은 호남선(252.5km), 전라선(185.2km)은 우리나라 사 람들 대부분이 그 노선을 어느 정도 짐작하며 동해 일출을 보려면 영동선을 타야 한다는 것도 알 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도대체 중앙선은 어디에서 어디를 잇는 노선인지 감이 잡히지 않을 것이 다. 그 정도로 우리는 중앙선에 무심했다. 학

계에서조차도 철도기술 관련 분야를 제외하 면 중앙선에 대한 연구가 거의 전무하다. 그 래서 필자는 상대적으로 소외된 중앙선에 눈 길을 주고 그 노선상에 있는 지역들이 과거 부터 지금까지 어떤 변화를 겪고 있으며 앞 으로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지 중앙선이란 렌즈를 통해 탐색하고자 했다.

우리가 중앙선에 무심했던 가장 큰 이유는 중앙선이 인구가 많고 저평한 한반도 서남부 를 지나지 않고, 남한 내에서 가장 험준하고 인구도 적은 태백 및 소백산맥 일대를 직·

간접적으로 연결하는 노선이라 여객 수송이 나 도시 및 산업 발달의 측면에서 주목 받

청량리

경주 양평

구리, 남양주

원주

제천 영주 단양

안동 의성 군위 영천

중앙선 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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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어려운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중앙선은 서울 청량리역에서 경기도 구리, 남양주, 양평, 강원 도 원주, 충청북도 제천, 단양, 경상북도 영주, 안동, 의성, 군위, 영천을 지나 경주역에서 끝나는 노선이다. 서울특별시를 제외해도 4개 도를 통과하는 꽤 긴 노선인데, 이 4개 도 노선상의 시·

군 인구를 모두 합해 봤자 214만 4583명(2014년 기준)으로, 경부선 노선인 대구광역시의 인구인 249만 3264명에도 못미친다. 그나마도 2005년 수도권 광역전철 중앙선의 개통으로 인구가 크게 증가한 구리, 양평, 남양주가 인구수를 끌어올린 덕분이며, 의성, 군위, 영천 같은 경북 내륙 지역 의 인구 감소는 거의 전국 최고 수준이다.

험준하고 인구도 적은 한반도 동부 내륙 지역에 일제강점기 말인 1942년에 중앙선이 완공된 이 유는 군사 목적 외에도 이 일대에서 채굴된 석탄, 석회석 같은 자원을 수송하기 위함이었다. 결국

<표 1> 노선별 여객분담률 (2015년 기준)

주운행선/

여객유형

합계 일반 정기 건설

인원(명) 분담률 인원(명) 분담률 인원(명) 분담률 인원(명) 분담률

합 계 141,982,804 100.00% 129,448,102 91.17% 11,657,448 8.21% 877,254 0.62%

경부선 75,455,816 53.14% 68,199,530 48.03% 6,786,490 4.78% 469,796 0.33%

호남선 16,975,330 11.96% 15,770,038 11.11% 1,020,850 0.72% 184,442 0.13%

전라선 10,314,649 7.26% 9,839,580 6.93% 428,264 0.30% 46,805 0.03%

장항선 7,373,738 5.19% 6,684,526 4.71% 681,202 0.48% 8,010 0.01%

경춘선 6,476,673 4.56% 5,678,427 4.00% 786,952 0.55% 11,294 0.01%

경전선 6,444,229 4.54% 6,002,435 4.23% 354,220 0.25% 87,574 0.06%

동해남부선 4,190,508 2.95% 3,665,462 2.58% 515,078 0.36% 9,968 0.01%

중앙선 3,758,361 2.65% 3,420,109 2.41% 334,922 0.24% 3,330 0.00%

임시 2,395,238 1.69% 2,332,463 1.64% 34,970 0.02% 27,805 0.02%

충북선 2,293,728 1.62% 1,960,848 1.38% 312,040 0.22% 20,840 0.01%

태백선 2,271,403 1.60% 2,178,426 1.53% 90,482 0.06% 2,495 0.00%

경북선 2,002,631 1.41% 1,805,453 1.27% 196,014 0.14% 1,164 0.00%

영동선 1,010,827 0.71% 990,245 0.70% 20,446 0.01% 136 0.00%

경원선 553,704 0.39% 536,592 0.38% 17,110 0.01% 2 0.00%

대구선 404,966 0.29% 323,117 0.23% 78,282 0.06% 3,567 0.00%

경의선 32,974 0.02% 32,974 0.02% 0 0.00% 0 0.00%

진해선 13,276 0.01% 13,125 0.01% 126 0.00% 25 0.00%

공항철도 10,220 0.01% 10,219 0.01% 0 0.00% 1 0.00%

정선선 3,128 0.00% 3,128 0.00% 0 0.00% 0 0.00%

부전선 720 0.00% 720 0.00% 0 0.00% 0 0.00%

경부3선 685 0.00% 685 0.00% 0 0.00% 0 0.00%

출처: 철도산업정보센터 https://www.kric.or.kr/jsp/industry/rss/raillinepassdivList.jsp?q_fdate=2015.

제2 종관철도_중앙선을 타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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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 여러 노선이 교차하는 역이냐 아니냐에 따라 지역 간 차별적 성장도 있었다. 특히 1980년대 말부터 본격화된 석탄산업의 쇠퇴는 중앙선의 기능뿐 아니라 연선 지역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한편 중앙선이 화물수송 기능 중심이며 노선별 여객수송 분담률(2015년 기준)이 전체 노선의 2.65%로 8위에 그치고 있다 해도 여객수송 기능을 무시할 수는 없다. 현재 중앙선과 동서로 연결 된 영동선, 태백선(지선인 정선선 포함), 경북선, 대구선이 모두 벽지노선이라 정부의 정책적 지 원 없이는 여객 수송 기능이 제대로 유지되기 어렵고, 이는 그대로 중앙선에 부담을 주고 있는 상 황이다. 반면 2017년 1월 양평의 지평역까지 개통된 수도권 광역전철 중앙선 이용객의 급성장은 대조적이다. 또한 지금과 같은 관광산업의 성장시대에는 태백·소백산맥 지대가 자원산지가 아 닌 자연과 전통을 간직한 관광자원으로 부각되고, 2020년에 완료될 전철화·복선화와 함께 중앙 선 및 그 연선 지역이 관광열차와 관광지로 변신하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

이렇게 중앙선은 우리가 걸어온 길, 현재 직면한 문제, 앞으로 어떤 미래를 만들고 싶은지를 진 지하고 성찰적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중앙선을 계속 타야만 했다.

우리는 이렇게 중앙선을 탔다

대학 또는 중등학교에서 지리를 가르치는 우리가 맨 처음 중앙선 무궁화열차를 탄 것은 2013년 6월 29일이었다. 첫 번째 중앙선 답사였기 때문에 청량리역에서 종점인 경주역까지 가보기로 한 여정으로, 오전 8시 20분에 승차해 오후 2시 6분에 하차했다. 거의 5시간 40분이 걸린 셈이 다. 중앙선이 전철화와 복선화가 완료되지 않은 노선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고, 다음 날 돌아오는 기차표는 월요일 출근을 생각해 신경주역에서 출발하는 경부선 KTX로 예매해두길 잘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밤 경주의 숙소에서 미리 분담해 조사해온 중앙선 및 연선 지역 시·

군에 대한 자료를 공유하며 앞으로의 답사 계획을 세웠다. 그 후부터는 몇 달에 한 번씩 주말을 이용해 다시 청량리, 양평, 원주, 제천 순으로 당일 또는 1박 2일 일정의 중앙선 답사를 다녔다.

답사의 방식은 청량리와 경기도 지역을 제외하면 다음과 같이 거의 동일했다. 청량리역에서 모여 중앙선 기차를 타고 계획했던 지역에 하차해 렌트한 차량으로 그 지역의 주요 기차역과 주변 지 역을 답사하였고, 밤에는 숙소에서 중앙선의 기능과 지역의 관계에 대해 관찰하고 조사한 내용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영주의 무섬이나 부석사 같은 지역 명소나 맛집 탐방도 빼 놓을 수 없는 답사 코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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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에 가까운 인원이 주말을 이용해 다니는 1박 2일 답사인지라 욕심만큼 많은 횟수의 답사를 하지는 못했지만, 2016년 1월까지 10여 차례의 답사에서 우리는 답사의 가치를 진지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그중 한 일화는 지금 생각해봐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중앙선이 험준한 산악지형을 횡단 하다 보니 원주의 치악산 부근에서는 급경사 지역을 완만하게 오르기 위해 뱀이 똬리를 틀 듯 둥글 게 돌아 올라가는 똬리굴 형태로 철도를 뚫었다. 우리는 이 똬리굴이 내려다 보이는 치악역에서 기 차가 똬리굴을 들어갔다 나오는 신기한 모습을 확인하려고 기차가 올 때까지 힘들게 기다렸지만 나무들이 시야를 많이 가려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보니 어떤 철 도 덕후가 아주 좋은 위치에서 선명하게 잘 찍은 동영상을 떡하니 올려놓은 것이 아닌가? 그 때 일 행 중 누군가가 “인터넷에서 찾으면 답이 다 나오는데, 왜 우리는 힘들게 답사를 온 거지?”라고 심 각한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또 누군가가 “나와서 봐야 궁금한 것이 생기지”라고 대답했다. 우리는 그 명답에 깔깔거리며 박수를 쳤지만 머리와 가슴에는 진지한 깨달음이 새겨졌다.

이후 그동안의 답사자료와 문헌조사를 토대로 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은 중앙선의 매력에 더 욱더 빠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논문은 분량 및 서술 형식상의 제약 때문에 우리가 중앙선 기차를 타면서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풍부하게 담아내기 어려웠다. 그래서 다른 형태의 글쓰기 방식을 고민하던 차에 「국토」에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 연재물의 1, 2회차는 도입글의 성격으로, 이 글을 연재하게 된 배경과 의미, 그리고 중 앙선과 주요 연결노선이 형성되는 과정에 대해 소개할 예정이다. 그리고 3회부터 11회까지 는 청량리를 시작으로 중앙선 노선상의 주요 지역별로 한 회씩 연재할 계획이다. 첫 답사를 시작할 때부터 지역마다 담당 필자를 정했기 때문에, 지역별 필자는 거의 매회 바뀌며 연재 기간 중에도 보충답사를 병행할 예정이다. 글을 쓰다 보면 다시 답사에서 확인해야 할 궁금 증이 비집고 올라올 테니까.

연재의 마지막 지역은 중앙선의 종착역인 경주가 아니라 영천이 될 것이라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중앙선의 실질적인 종착역은 경주가 아니라 영천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궁금 하다면 다음 회를 기대하시라. 떡밥 하나 투~척!

참고문헌

심승희, 한지은, 이미란. 2016. 제2종관 철도 중앙선과 주요 연결노선의 형성 과정 및 기능 변화. 문화역사지리 28권 3호: 36-61.

이영준. 2012. 페가서스 10000마일. 서울: 워크룸프레스.

Alfred Pearson. 1889. Horse streetcar. San Francisco: Wikimedia Commons.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Two_

horse_car_at_old_North_Toronto_station.jpg (2017년 5월 30일 검색).

John Urry. 2014. 모빌리티(Mobilities). 강현수, 이희상 역. 대전: 아카넷.

제2 종관철도_중앙선을 타다 1

참조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