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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유학의 높은 규범적 의의와 선비정신을 가장 경건하고 철저하게 계승시켜온 경북 북부유교문화권의 산 실 영주. 풍기읍에서 931번 지방도를 따라 자동차로 20여 분쯤 가면 순흥면(順興面)에 이른다. 이 일대는 소 백산 비로봉에서 시작되는 죽계천(죽계구곡)이 순흥의 중앙을 관통하여 풍광도 빼어나지만, 지관(풍수가)들은 소수서원 주변을 영귀포란형(靈龜抱卵形)이라 하여 길지복지로 꼽는다. 당시 이 지방에서 가장 유서 깊은 교육 기관이자 훌륭한 배움의 터전이었던 소수서원은 ‘이미 무너진 교학을 다시 이어 닦는다’라는 유학부흥의 깊은 뜻 과 성리학 통달의 굳은 의지가 담겨 있다. 조선 중종 37년(1542년), 주세붕 풍기군수가 이 고장 출신 유학자인 안 향 선생을 배향하기 위해 사묘(祠廟)를 건립했고, 이듬해 양반가 자제들의 교육을 위한 백운동서원을 설립한 것 이 소수서원의 시초다. 이후 퇴계 이황 선생이 풍기군수로 부임하면서 조정에 진언을 올려 1550년 명종이 조선 최초의 사액(賜額)서원을 허락한 것. ‘사액서원’은 임금으로부터 책, 토지, 노비 등을 하사 받고 면역의 특권 도 가진다. 서원 입구 아름드리 소나무 숲(학자수림)과 숙수사지당간지주를 지나 경내에 들어서면 유생들이 강의를 듣던 강학당, 직방재와 일신재, 학구재와 지락재, 문성공묘, 장서각 등 옛 건물에는 공부방도 많다. 강 학당은 정면 4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으로 배흘림기둥을 따라 사방에 놓인 툇마루가 특이하며, 사당(문성공 묘)에는 안향, 안보, 안축, 주세붕을 함께 배향하고 있다. 한편, 소수서원 주변에는 금성대군신단을 비롯해 유 교문화 전통과 선비(양반)들의 생활상을 재현한 선비촌, 선비문화수련원, 소수박물관, 순흥향교, 저자거리가 함께 모여 있다. 선비촌에는 유서 깊은 고택과 지역문화재 등 양반가 생활모습을 체험할 수 있는 부속건물들 이 꽉 들어차 있다. 이 밖에도 순흥(주변)에는 순흥도호부관아터, 순흥읍성터, 벽화고분, 어숙묘, 비봉산성이 볼 만하고 이 고장 특산물인 영주사과, 단산포도, 풍기인삼축제(매년 10월) 등이 유명하다.
박영순|수필가
선비의 고장 영주, 소수서원(紹修書院)과 선비촌
영주시 순흥면 소백로(내죽리)에 자리한 소수서원의 강학당(왼편)과 일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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