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공공디자인 정책과 시사점
김정후|건축가, 런던대학교 도시계획학과(LSE Cities Programme) 튜터
몇 해 전부터 서울시를 포함하여 지방자치단체들 이‘공공디자인(Public Design)’의 중요성을 강조 하기 시작했다. 2008년 출범한 새 정부는 공공디 자인을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기에 이르 렀다. 따라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이 고, 건축에서 디자인 분야에 이르기까지 공공디자 인에 대한 열기는 그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폭발적이다.
공공디자인은‘공공’과‘디자인’이라는 두 분 야를 엮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하나의 의사소통 언어로서의 디자인은 특별히 강조하지 않더라도 이미 강한 공공성을 내포한다. 그러나 공공디자인 이라는 표현은 디자인의 사회적 측면을 보다 강조 한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개인이 점유한 최 소한의 사적 영역을 제외한 모든 영역을 포괄한 다. 이러한 관점에서 공공디자인에 대한 관심은
필연적으로 사회적(시민적) 성숙도에 비례해서 표출되게 마련이다. 사회의 선진화 정도에 비례한 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현재 우리 사회에서 증가하고 있는 공공디자인 열기가 비록 위에서부터 시작되었을지라도 일시적 현상이나 유행이라기보다는 가치관의 변화 및 사회적 기대 치의 상승과 함께 등장했다고 이해하는 것이 타당 하다.
영국은 넓은 의미의‘공공’과 연관된 디자인 논의에서 유럽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산업혁명 이후 등장한 시민사회 계층이 출발점을 만들었고, 이후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영국은 또 한번의 큰 전환점을 겪은 바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21세기 영국 공공디 자인의 흐름과 주요 관련 정책을 런던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1)
1) 본지 2007년 11월호에서 공공디자인의 한 축인‘공공공간’관련 정책을 분석한 바 있으므로, 이번 글에서는‘공공건물’및‘공공시설’관련 정 책을 주로 다루고자 한다
공공디자인의 개념과 도시 아젠다
1. 공공디자인의 범위 및 개념
원칙적으로 공공과 연관된 디자인이 다루는 범위 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가 로등, 간판, 표지판, 설치물, 거리 포장, 육교, 벤 치 등의 공공시설이다. 둘째 길, 광장, 공원, 정원, 놀이터, 시장 등의 공공공간이다. 셋째, 학교, 도 서관, 병원, 관공서, 박물관, 미술관, 역사, 공항 등의 공공건물이다. 이와 같은 세 가지를 다루는 분야를 우리는 공공디자인이라 일컫는다.
주목할 점은 유럽에서는 공공디자인이라는 용어 를 사용하지 않는다. 개념상 공공디자인과 근접한 용어는‘도시디자인(Urban Design)’, ‘경관디자인 (Landscape Design)’, ‘환경디자인(Environmental Design)’정도로 압축해 볼 수 있다. 특별한 수식 없이 사용하는‘디자인’도 사실상 유사한 의미다.
우리나라에서 공공디자인이라는 예외적인 용 어가 크게 부각된 데는 나름의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도시공간을 점유한 시설 및 건물의 재료, 형태, 색, 역할 등이 전문가는 물론이고 대중의 무 관심 속에서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는 비판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즉, 공공과 연관된 시설 및 건 물의 미학적, 기능적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한 것이 다. 이와 같은 관심은 관료사회와 언론을 중심으로 공공 시설과 건물을‘아름답게 꾸미는’디자인 개 념으로 크게 부각되었다. 용어의 적합성을 떠나서 공공디자인의 핵심이‘공공’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이 지나치게 강조된 것이다. 이러한 배경 하에 등장한 공공디자인은 마치 산업디자인의 한 분야나 형태로 취급되는 경향을 지방자치단체 주
도의 관련 사업에서 종종 목격할 수 있다.
그러면 영국의 경우와 비교해 보자. 앞서 언급 한 공공디자인이 다루는 공공시설, 공공공간, 공 공건물의 세 가지 영역에는 큰 차이가 없다. 그렇 지만 영국의 관련 정책에서는 공공디자인이라는 용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의미상 공공디자인을 대 신하는 가장 보편적인 용어는 도시디자인이다. 이 유는 분명하다. 도시는 공공성을 담는 가장 포괄 적 개념이고, 도시디자인은 결국 공공성을 담보한 모든 유형, 무형의 시설, 공간, 건물을 다루는 개 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시디자인은 단순히 도 시의 물리적 기반시설을 만드는 기술적 혹은 공학 적 행위가 아닌 가장 높은 단계의 예술적 행위로 간주된다(용어 사용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 이하 공공디자인은 모두 도시디자인으로 통일해서 사 용한다).
2. 르네상스와 최고 수준의 도시디자인
20세기 후반부터 영국의 건축 및 도시 정책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한 중요한 표현이 있다. ‘좋은 혹 은 보다 나은 디자인(Good or Better Design)’이 다. 목적에 부합하는 디자인을 하는 것에서 한걸 음 더 나아가서 디자인의 질을 추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1997년 수립된 중앙정부의 종합정책 인‘계획정책 지침서(Planning Policy Guidance:
PPG)’에서는 스물 다섯 개 세부정책들을 다루는
데, 좋은 디자인의 필요성과 가치를 최우선으로 강조한다. 케이브(Commission for Architecture and the Built Environment: CABE)2)의 경우 좋 은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나쁜 디자 인이 개인 및 지역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다. 예를 들어서‘나쁜 디자 인의 비용(The Cost of Bad Design), 2006’에서 는 나쁜 디자인은 무엇이, 왜, 어떻게 문제인가를 실질적으로 분석·제시했다.
한편 영국의 도시디자인과 연관된 정책의 전반 적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 후 도시개발을 이끌어온 아젠다의 변화과정을 살 펴봐야 한다.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전쟁 이 끝난 후인 1950년대는 폐허로 변한 도시의 재 건(Reconstruction)으로, 1960~70년대는 세계 금융 및 보험 산업 중심도시로서의 위상을 회복하 기 위한 재개발(Redevelopment)로, 1980~90년 대는 도시의 균형발전을 위한 재생(Regeneration) 으로, 마지막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는 건축, 도시, 삶의 질을 동시에 추구하는 르네상스 (Renaissance)로 정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도시 아젠다의 진화 속에서 재건과 재개발이 중심이었던 1970년대까지만 해도 질적 인 측면이 도시디자인의 핵심이 아니었다. 그러나 재생이 도시디자인의 중심으로 부각된 1980년대 이후부터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재건과 재개발이 사회 기반시설의 양적 확장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재생과 르네상스는 기존 시설의 질적 향상을 통한 효율성에 집중했다. 주목할 점은 재생과 르네상스 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들에서‘공공성’이 크게 부 각되었다. 세계도시인 런던의 위상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거주자, 방문 자, 투자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차원 의 공공부문에 대한 투자가 핵심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런던에서 도시 르네상스를 실현하기 위한 종합정책은 지난 2004년에 발표한‘런던계획(The London Plan)’이다. 런던계획에서는 21세기의 성 장을 위한 여섯 가지 목표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첫째, 기존의 오픈 스페이스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런던의 지속적 성장수용, 둘째, 런던을 보다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기, 셋째, 런던을 강하고 다양한 경제성장이 가능한 풍요로운 도시로 만들기, 넷째, 사회통합의 촉진과 빈곤과 차별의 억제, 다섯째, 런 던 접근성의 향상 도모, 여섯째, 런던을 보다 매력 적이고 디자인된 녹색도시로 만들기 등이다. 이상 의 여섯 가지 목표를 성취하기 위하여 런던계획에 서 강조한 것 또한 최고 수준의 도시디자인이며, 주 요 대상은 모두 공공부문과 밀접하게 연계된다.
지속적·다차원적 도시디자인 정책 개발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한 1999년부터 2000년대 초반에는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기 위한 도시디자인 정책 개발이 국가적 차원에서 이루어 졌다. 출발점은 부수상 존 프레스코와 건축가 리 차드 로저스가 주도하여 1999년 발간한‘도시 르 네 상 스 를 향 하 여 (Towards an Urban Renaissance, 1999)’와 케이브가 2000년 수립한
‘디자인에 의하여(By Design - Urban Design in the Planning System: Towards Better Practice)’
라 할 수 있다. 두 정책은 21세기 영국의 도시디 자인이 추구하는 방향과 더불어서 도시 내 공공
2) 케이브는 1999년 정부 주도하에 설립된 공공기관으로서 건축 및 도시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케이브가 추구하는 바는 높은 수준의 건 축, 디자인, 삶의 질을 성취하는 것이고, 이를 위하여 다음의 세 가지 역할을 수행한다. 첫째, 건조환경과 연관된 정책 연구 및 개발, 둘째, 감시 기능을 포함하여 전문가 집단이 높은 수준의 디자인을 할 수 있는 방향 및 정보 제공, 셋째, 디자인과 연관된 모든 활동에서 시민들을 직, 간접적 으로 지원 하는 것 등이다. 현재 영국에서는 케이브가 제시한 정책들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디자인 관련 프로젝트의 핵심으로 여겨지고 있다
영역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구체적인 가 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특히, 기존의 원론적인 정 책에서 탈피하여 영국적이고 지역적인 도시상황 에 초점을 맞추어 실현가능한 대안들을 제시했다 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3)
1. 디자인 대상으로의‘공공부문’
‘도시 르네상스를 향하여’와‘디자인에 의하여’가 국가적 차원에서 방향을 제시한 종합정책이라면 세부적인 도시디자인 정책개발은 런던이 주도했 다. 그중에서 영국 건축가협회와 리차드 로저스 (당시 런던 시장의 건축 및 도시디자인 자문 책임 건축가)가 2001년 주도한‘런던을 위한 디자인 (Design for a Greater London)’은 르네상스로 표 현된 21세기 도시 아젠다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방법론에 집중했다. 로저스는 그 어느 때보 다 높아진 삶의 질과 런던을 찾는 관광객 및 투자 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최고 수 준의 도시디자인이 21세기 런던의 성패를 좌우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러한 전제하에 도시디자인의 질적 향상을 위 하여 집중해야 하는‘공공부문’을 다음과 같은 열 네 가지로 분류, 제시했다. ① 거리, ② 근린, ③ 지역(구), ④ 스카이라인·특정 조망·가로경관,
⑤ 광장 및 보행로, ⑥ 거리 가구, ⑦ 횡단보도,
⑧ 산책로, ⑨ 공원과 정원, ⑩ 주요 건물, ⑪ 공공 건물, ⑫ 강과 운하, ⑬ 지하철과 기차역, ⑭ 교통 시스템과 교차로 등이다. 이상의 열 네 가지는 각 각 독자적인 특성을 갖지만 사실상 공공공간, 공
공건물, 거리 등의 세 가지 범주로 크게 묶어서 생 각할 수 있다. ‘런던을 위한 디자인’에서는 전문 가는 물론이고 일반인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작은 표지판에서 거리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최근 의 성공적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다음으로‘런던을 위한 디자인’에서는 높은 수 준의 도시디자인을 성취하기 위하여 필요한 제반 사항들을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디자인의 질 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최대한 객관성을 담보하고 다양한 대중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정책과 관련 연구를 수행하여 보다 나은 디자인을 위한 자 료를 제공하고, 규모에 관계 없이 공모전을 통하여 작품을 선정하고 디자인의 품질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그런가 하면 시민들이 쉽게 디자인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회와 공청회를 개최하고, 단순히 건물 의 질만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런던 나아가서 지 역 공동체의 미래를 위하여 어떤 공헌을 하는가를 판단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2. 공공건물과 좋은 디자인
공공건물 디자인 관련 세부정책은 다양한 민관 단 체들을 통하여 보다 심도 있게 연구되었다. 그중에 서 문화부가 2000년 발표한‘좋은 공공건물들, 미 래를 위한 자랑스러운 유산(Better Public Buildings: A proud legacy for the future)’상무부 와 케이브가 2001년에 공동으로 연구, 발표한‘공 공건물의 디자인 기준 향상시키기(Improving Standards of Design in the Procurement of Public
3) ‘도시 르네상스를 향하여’와‘디자인에 의하여’에서 다루는 공공공간 정책에 관해서는 본지 2007년 11월호에서 필자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으 므로 참조하기 바란다
Buildings)’, 케이브가 2002년, 2006년 각각 발표 한‘좋은 디자인의 가치(The Value of Good Design)’, ‘좋은 공공건물(Better Public Building)’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공공건물의 사회적 효과
21세기 런던에서 발간된 도시관련 정책에서 가장 다양하게 분석된 것 중의 하나는 공공건물의 사회 적 효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은 공공건물 들: 미래를 위한 자랑스러운 유산’은 그 출발점이 라 할 수 있다. 당시 수상인 토니 블레어는 좋은 디자인에 대한 일반적 인식을 환기시키고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공공건물이 우리의 삶과 생활을 구성하는 핵심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영국 역사상 가장 번영했던 시기인 빅토리아 시대 (1837~1901)에 지어진 공공건물의 대부분은 현
재까지 잘 사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문화 재의 중심이기도 하다. 아울러 이와 같은 공공건 물은 주민들이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지역 공동체를 구성하는 구심점 역할도 한다. 그러므로 공공건물의 사회적 효과를 강조하는 것은 단순히 매력적인 디자인을 통하여 아름다운 마을과 도시 를 가꾸기 위한 미학적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님 을 뜻한다. 또한 공공건물에 상대적으로 많은 예 산을 투자하여 높은 수준의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 이 몇몇 특정 목적만을 성취하기 위한 것이 아니 라 개인의 복지를 포함하여 지역 및 국가 발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잘 디자인된 공공건물은 사회 전부문에서 구체적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이 에 대해서는‘좋은 디자인의 가치’와‘좋은 공공 건물’에서 입증하고 있다(<그림 1> 참조). 권위 있
<그림 1> 런던 교육시설의 디자인 사례
자료: CABE. 2002. The Value of Good Design. London: CABE.
는 대학 및 연구소에 의하여 수행된 연구결과는 구체적인 통계를 통하여 좋은 공공건물이 왜 필요 한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특히‘좋은 공공건 물’은 그동안 진행된 공공건물 디자인의 성공 및 실패를 토대로 보다 분명한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좋은 공공건물 디자인이 유발하는 긍정적 효과를 다음의 세 가지로 제시했다.
첫째, 교육적 효과다. 디자인이 잘된 학교에서 는 교사와 학생의 만족도가 높고, 학습의욕 상승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의 평 균성적이 일반 학교와 비교하여 11% 가량 상승했 다. 또한 학생들이 디자인이 잘된 시설 및 공간에 서 높은 수준의 공동체 의식을 익히고, 교사들과 의 유대관계도 향상되었다. 보이지 않는 효과 중 의 하나는 학생들이 어려서부터 좋은 디자인의 가 치를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된다. 이와 같은 결과 는 디자인이 잘된 학교가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주장에서 벗어나서, 디자인의 가치가 구체적으로 측정 가능함을 보여준다. 따라서 많은 지방자치단 체들이 교육시설 디자인에 더욱 관심을 갖도록 하 는 데 기여했다.
둘째, 건강에 미치는 효과다. 의사, 간호사를 포함하여 건강관련 시설 종사자들은 디자인이 환 자에게 큰 영향이 있음을 지적했다. 교육시설과 마찬가지로 단순히 심리적 영향만을 의미하지 않 는다. 조사에 따르면 무려 90%에 달하는 의료 전 문가들이 디자인이 잘된 의료환경이 환자의 건강 회복에 기여함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서 동일한 수술 후에 좋은 디자인의 병원과 그렇지 못한 병 원에서의 회복기간을 비교해 본 결과 좋은 디자인 의 병원이 훨씬 짧음을 알 수 있었다. 이 같은 효 과는 환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디자인이 잘된
병원은 의사와 간호사를 고용하는 데 경쟁력이 있 으며, 업무 효율도 매우 높음을 통계자료로 알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의사 및 간호사 한 명당 진료 환자수와 진료시간 등이 증가했고, 반면에 기타 업무시간은 줄어들었다.
셋째, 환경에 미치는 효과다. 이미 오래전부터 환경문제는 분야를 막론하고 최우선의 화두로 자 리잡았다. 통계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전체 에너지 의 절반가량을 공공건물이 소비한다. 또한 런던에 서 새롭게 지어지는 공공건물은 에너지를 절감하 고, 친환경적인 디자인이 적용된다. 또한 모든 공 공건물 디자인에서는 재료, 기술, 공법 등에서 있 어서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이를 통하여 에너지 절감효과뿐만 아니라, 개인이 소유한 건물디자인 에서도 동일한 방식을 따르도록 장려한다.
최종적으로‘좋은 공공건물’에서는 높은 수준 의 공공건물을 디자인하기 위하여 클라이언트가 따라야 하는 열 가지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제안했 다. ① 디자인 역할의 이해, ② 좋은 디자인을 가 로막는 장애물의 인식, ③ 초기단계부터 공사단계 까지 디자인의 중요성 강조, ④ 장기적 관점에서 건물의 가치 인식, ⑤ 매년 행해지는 공공디자인 시상제도(The Prime Minister’s Better Public Building Award) 활용(<그림 2> 참조), ⑥ 지방의 각종 관련 전문단체와 상담, ⑦ 케이브 등의 전문 단체로부터 조언 구하기, ⑧ 디자인의 질을 평가 하는 기준 활용, ⑨ 공공의 가치를 고려, ⑩ 적합 한 사례를 직접 확인하기 등이다. 이와 같은 열 가 지 원칙은 높은 수준의 공공건물이 단순히 정부나 몇몇 디자이너의 협력에 의하여 성취되는 것이 아 니라, 관련된 모든 이해 당사자 간의 노력에 의해 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공공건물의 경제적 효용성
앞서 설명한 두 개의 정책이 좋은 공공건물의 사 회적 효과에 집중했다면‘공공건물의 디자인 기준 향상시키기’에서는‘경제적 효용성’을 강조한다.
일반 건물에 비하여 공공건물은 수명이 길고 관리 비용도 크다. 이러한 공공건물의 특성을 감안하여 사용 기간 동안의 총 비용을 산정해 볼 때, 디자인 비용은 전체의 0.3% 내외, 최대 0.5%를 초과하지 못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결국 높은 수준의 디자 인을 위하여 상대적으로 많은 예산을 투자하더라 도 장기적으로는 낭비가 아니다. 특히 좋은 디자 인에 의하여 건물의 유지, 관리 비용을 절감하고, 사용성을 높이면 그 효과는 초기 디자인에 투자한 비용을 훨씬 초과한다. 이는 공공건물 디자인이 당장의 쓰임새를 넘어서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루 어져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공공건물의 디자인 기준 향상시키기’에서 강 조하는 방식은 ‘PFI(The Private Finance Initiative)’이다. PFI는 민간자본을 활용하여 공 공시설을 확충하기 위하여 1992년에 영국에서 개 발되었다. 이는 최소한의 세금으로 시민들에게 높
은 수준의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공공사업의 새로운 방식이라 할 수 있다.
PFI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데 있 어서 계획 및 관리 기능만을 관이 주도하 고, 디자인과 건설 등 실제적 측면은 최대 한 민간이 책임진다. 이를 통하여 궁극적 으로는 공공관련 시설의 디자인이 발주자 중심에서 사용자 중심으로 전환되는 계기 를 만들었다.
따라서‘공공건물의 디자인 기준 향상 시키기’에서는 PFI 방식을 이해하고 효율 적인 활용방안을 위한 설명에 집중하고 있으며, 최 종적으로 다음과 같은 열 한 가지를 제안했다. ① 모든 공공부문의 클라이언트는 반드시 프로젝트 를 위한 최고의 디자인 책임자를 임명, ② 모든 해 당 부처는 일정 수준의 디자인을 갖추지 못한 계획 에 공적 자금이 투여될 수 없음을 분명히 명시, ③ 정부 부처는 디자인 및 지속가능성과 연계된 정책 을 지속적으로 개발, ④ 상무부는 모든 디자인 과 정을 지속적으로 검토, ⑤ 해당 부처는 클라이언트 가 적절한 디자인 기준을 적용하도록 유도, ⑥ 정 부 부처는 민간 클라이언트에게 어떤 전문적 도움 을 줄 수 있는지를 설명, ⑦ 정부 부처는 클라이언 트가 PFI방식을 적합한 프로젝트에 사용할 수 있 도록 유도, ⑧ 케이브와 상무부는 모든 단계와 연 관된 구체적인 정책 안내서를 발간, ⑨ 공공부분 클라이언트는 프로젝트와 연관된 해당 부처에 디 자인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 ⑩ 케이브와 상무 부는 해당 디자인과 연관된 사례 활용의 장단점을 조사, ⑪ 해당 부처는 프로젝트 선정 시 높은 수준 의 디자인이 핵심임을 강조하는 것 등이다.
<그림 2> 지난 2005년에‘The Prime Minister’s Better Public Building Award’를 수상한 브라이튼의 주빌리 도서관
3. 공공시설 디자인 핵심으로서의‘거리디자인’
■기반시설이 아닌 문화재로서의 거리
앞서 설명한‘런던을 위한 디자인’에서 제시한 열 네 가지 공공영역 중에서 거리, 근린, 지역, 가로경 관, 광장 및 보행로, 거리 가구, 횡단보도, 산책로, 교통시스템과 교차로 등의 아홉 가지는 직간접적 으로‘거리’와 연관된다. 특히‘공공시설’의 경우 거리 디자인의 필수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따 라서 현재 런던에서 좋은 도시디자인을 위하여 가 장 심혈을 기울이는 것 중의 하나는‘거리디자인’
이다.
현재 런던의 거리와 연관된 종합정책은 영국 헤리티지 재단(English Heritage)에서 2000년 발 간한‘모두를 위한 거리(Streets for All)’이다.4) 이는 전문가와 일반인 모두가
쉽게 참조할 수 있는 디자인 지 침서로서 자세한 설명과 기술적 조언까지 포함되어 있다. 여기 서 한 가지 중요하게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영국 헤리티지 재단 의 주요 역할은 국가 및 지역 문 화재의 관리 및 보호다. 이와 같 은 헤리티지 재단이 거리와 연 관된 정책을 개발한다는 것은 거리를 문화재 수준으로 여긴다 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거리 는 사실상 국가 및 지방의 모든 부처가 연관될 정도로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놓여 있다. 이러
한 상황에서 거리 계획, 관리, 조율의 핵심 역할을 영국 헤리티지 재단이 맡고 있다는 것은 큰 의미 가 있다.
‘모두를 위한 거리’에서는 지면, 거리 가구, 새 로운 설치물, 교통 정온화 장치, 환경 향상 등의 다섯 가지로 구분하여, 각각에 대한 원칙과 방법 을 설명한다.
첫째, 지면은 주로 거리 포장에 관한 내용을 다 룬다. 거리 포장은 거리의 특성 및 도시경관을 형 성하는 핵심으로서 도시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함 에도 불구하고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전 통적 거리 포장 재료, 형태, 색깔, 방식 등을 설명 하고, 잘된 사례와 잘못된 사례를 비교, 제시했다.
포장 교체작업 시 참조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시 공방식까지 제시했다(<그림 3> 참조). 또한 역사
<그림 3> ‘모두를 위한 거리’에서 제시한 거리 포장 교체작업 지침
자료: English Heritage. 2000. ‘Streets for All’. London: English Heritage
4) 영국 헤리티지 재단에서 발간한‘모두를 위한 거리’는 영국 전체를 아홉 개 권역으로 크게 나누어서 각각의 지역적 특성에 적합한 가이드라인 을 제시하고 있다.
지역에 사용된 재료와 포장방식 등을 존중해야 함 을 강조하며, 교체나 수리가 불가피할 경우 반드 시 관련 전문가와의 협의하에 이루어져야 함을 강 조한다.
둘째, 거리 가구는 안전과 미적 기준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한다. 거리 가구는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통행을 방해하지 말아야 하며, 도시경 관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 한편 표지판은 그 자체 가 도시경관의 일부이므로 지역의 특성을 나타낼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하다. 기존에 있는 분수, 모 뉴멘트, 기둥, 명판, 램프, 우체통, 간판, 벤치와 같은 역사적 의미를 지닌 거리 가구들은 지역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요소로서 철저히 관리되어야 한다. 교통 표지판, 가드 레일, 가로등, 경계석 등 은 기능적 목적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하지만 위 치, 크기, 모양, 색깔, 설치방식 등이 철저하게 연 구되어야 한다(<사진 4> 참조).
셋째, 거리는 상업, 안전, 교통 등과 연관해서 지속적으로 새로운 설치물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기존 시설과 새로운
시설이 조화를 이루는 방법이 신중하게 고려 되어야 한다. 특히 강 조하는 것은 거리를 실내공간처럼 생각하 고 공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필 요할 때마다 각기 다 른 형태와 디자인의 설치물이 무분별하게 들어설 공산이 크다.
따라서 새로운 거리 설치물은 자체의 기능적 목적 과는 별개로 기존 거리 가구들과의 종합적 조화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서, 주차지불기계, 재활용 수 거함, 보안 카메라 등의 소규모 시설에서 버스 정 류장, 공중화장실 등과 같은 건축적 시설에 이르 는 다양한 것들을 포함한다.
넷째, 교통정온화 장치는 차로부터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하지만 거리의 미적 측면이 동시에 고려되어야 한다. 교통정온화 장치 는 최소로 설치하되 정해진 원칙을 무조건 따를 것이 아니라 지역의 콘텍스트를 고려하여 재료, 형태, 색 등을 선택해야 한다. 자연지형, 라운드어 바웃, 분수, 정원, 건물 등을 활용하여 자연스럽게 차량의 속도를 억제하는 방법이 우선적으로 고려 되어야 한다.
다섯째, 거리의 건조환경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식들이 고안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거리에서 건전하며, 다양한 행위가 유발될 수 있도록 노상 카페, 마켓, 이벤트 등을 활성화시
<그림 4> 영국 헤리티지 재단이 제시한 도로 표지판의 잘된 예와 잘못된 예.
자료: English Heritage. 2000. Streets for All. London: English Heritage.
킨다. 또한 신문, 꽃, 과일 등을 판매하는 소규모 상점 역시 런던 거리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으 므로 억제하기보다는 좋은 디자인을 제안하고, 따 르도록 유도한다. 또한 런던거리는 그 자체로 조 각, 동상, 분수 등을 포함한 공공예술의 경연장이 기도 하다. 이러한 장점을 더욱 부각시킬 수 있는 공공예술 작업을 지원한다. 이와 더불어서 거리의 가로수 및 정원도 거리를 아름답게 꾸미는 요소로 잘 관리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야간 조명은 관 광객 유치 및 범죄 예방을 위한 핵심 중 하나이므 로 종합적으로 계획되어야 한다.
■시민들의 자발적 평가와 교육
거리와 공공시설은 지역, 연령, 계 층에 상관 없이 시민들의 일상생활 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따라서 시민 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시민들이 시설을 아끼고 존중하도 록 장려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 다. 이러한 관점에서 좋은 사례 중 하나는 영국 헤리티지 재단의‘우리 의 거리 구하기(Save Our Streets)’
제도다. 이 제도는 시민들이 자신들 이 거주하는 지역의 공공시설을 직 접 평가하여 헤리티지 재단에 알림 으로써 적절한 개선을 요구하는 시 민 참여 제도다. 한 페이지로 작성 된 용지에는 도로 포장, 사인, 가드 레일, 전화부스, 경계석, 쓰레기통, 버스 정류장 및 휴게소, 광고판, 가 로등, 벤치, 화단 등의 열한 가지 공 공시설의 상태를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원하는 경우에 열 한 가지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만의 특수한 시설에 대해서도 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그림 5> 참조).
그런가 하면 런던의 지방자치단체들은 대학 및 연구소와 연계하여 거리, 공공시설, 나아가서 지역 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를 통하여 지역의 특성을 이해하고 디자인의 옳 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배우게 된다. 특 히,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핵심을 이룬다.
예를 들어서 케이브가 2007년 발표한‘우리의 길 (Our Street: Learning to see)’은 지방자치단체들 이 교육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안내서로서 풍부한
<그림 5> 영국 헤리티지 재단에서 만든 공공시설 시민 평가 용지
자료: English Heritage
사례와 자료를 담고 있다(<사 진 6, 7> 참조). 간략히 요약하 면, 먼저 어린이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을 답사한다.
다음으로 어떻게 지역의 건조 환경 및 관련 시설들이 이루 어졌는가를 충분히 이해하고, 토론, 분석, 평가한다. 최종적 으로는 환경을 향상시키기 위 한 디자인 대안을 함께 고민 해 본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을 통하여 어린이들은 어려서 부터 좋은 디자인의 가치와 필요성을 체험하고 인식하게 된다.
생산적 공공디자인 전개를 위한 제안
공공디자인이 다루는 대상은 도시의 진화와 함께 변한다.
공공디자인에 대한 사회적 요구 또한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다양해진다. 영국은 정책 연구 및 개발 은 물론이고 구체적 실행을 통하여 끊임없이 생산 적인 결과물을 도출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이상에서 살펴본 영국의 상황을 토대로 생 산적 공공디자인 전개를 위한 세 가지 접근 방식 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위계적 접근이다. 위계란 도시, 건축, 디 자인으로 중요성의 정도가 아니라, 규모의 차이를 의미한다. 도시, 건축, 디자인을 몇몇 전문가나 특 정한 집단에서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
하다. 영국의 정책들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공공 디자인은 특정 분야의 전유물이 아니다. 도시, 건 축, 디자인을 중심으로 해서 여러 분야 전문가들과 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 특히, 도시적 맥락, 건 축적 맥락, 디자인적 맥락에 부합되는 각기 다른 방법들이 필요하므로 상호 간의 역할 분담과 조정 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건축 계와 디자인계의 공공디자인 적임자 논쟁은 양자 의 주장이 모두 설득력이 없다.
둘째, 단계적 접근이다. 공공디자인은 다양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시설, 공간, 건물을 다
<그림 6> 케이브에서 교육용으로 제공하는 거리 가구 이미지
자료: CABE. 2007. Our Street: Learning to see. London: CABE.
<그림 7> 케이브는 잘못된 디자인에 대한 토론을 통하여 대안도출을 유도한다
자료: CABE. 2007. Our Street: Learning to see. London: CABE.
룬다는 점에서 빠른 시간 안에 만족할 만한 결과 를 얻는 것이 어렵다. 따라서 여러 단계로 나누어 서 기초적인 것에서부터 세부적인 것에 이르기까 지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안전성도 갖춰지 지 않은 상태에서 디자인의 재료, 형태, 색 등을 논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말이다. 앞서 설명 한 도시, 건축, 디자인 영역을 다시 몇 개의 단계 로 세분화하고, 각각의 단계에서 필요한 디자인 원리와 방법을 찾아서 적용해야 한다. 많은 것이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질 경우 사용자는 당연히 혼란에 빠지고, 결과는 아무리 좋은 디자인일지라 도 올바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셋째, 정책적 접근이다. 가장 중요하면서 동시 에 어려운 부분이다. 충분한 정책적 연구가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공공디자인은 실행 주체의 주 관적 선호와 디자이너의 일방적 창의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공공디자인은 특정한 개인을 대상으로 하지 않으므로 이러한 경 우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보이는 결과물 을 만들기에 앞서 충분한 연구와 조사를 통하여 정책을 개발하고, 정책의 테두리 안에서 디자이너 가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발전시키는 시스템을 구 축해야 한다. 치밀한 정책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 된 공공디자인은 그럴듯한 시각적 효과만 있을 뿐 삶의 질에는 전혀 기여할 수 없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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