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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천재와 사회: 이론적 자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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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천재와 사회: 이론적 자원들

주요 수업 내용 수업자료 및 방법

- 카리스마 개념을 이해한다.

- 상징적 상호작용론에서 말하는 사회적 행위자의 적극성을 이해한다.

- 부르디외가 말하는 상징투쟁으로서의 창의성 개념을 이해한다.

막스 베버, 금종우 외 역, 『지배의 사회학』, 한길사, 1981

Pierre Bourdieu, 1994.

Sociology in Question, 신미경 역,

<사회학의 문제들>, 동 문선

강의, 토론

여러 가지면에서 창의성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라는 점에 사회학자들은 공감하 고 있다. 그러나 사회학에서 창의성을 다루는 방식은 문학이나 영화, 예술과는 차이가 많 다. 즉, 앞의 관점이 창의성과 천재를 독립적인 ‘그 자체’로 다룬다면, 사회학에서 창의 성은 행위자와 사회적 맥락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 ‘사이’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천재는 일종의 관계의 산물이며, 관계를 맺어나가는 과정에서 초래되는 것이다.

이 강좌에서 우리는 사회학의 기본 개념들 가운데 창의성과 천재를 설명하는 이론적 자 원들 몇몇을 배우게 될 것이다.

1. 카리스마

1) 카리스마의 개념

사회학에서 창의성과 천재에 가장 근접한 개념은 아마도 카리스마일 것이다. 카리스마 는 관료제에 대비되는 개인의 신비한 힘이다. 카리스마와 카리스마적인 지배에 관해 고전 적인 연구를 수행한 막스 베버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관료적 조직과는 달리 카리스마적인 구조는 임명이나 해임, 경력이나 승진 같은 형식이나 조직적 방법과 거리가 멀고, 봉급이나 카리스마 수탁자와 보조자의 전문교육도 전혀 알지 못하며, 감독기관도 청원기관도 없고 지역별 관할구역이나 순수 중립적인 재판소도 존재하지 않는다. 순수 개인적 카리스마의 인물이나 존 재와 무관한 관청과 같은 상설제도라는 것이 없다. 카리스마는 내적 확신에 차 있으면서 스스로의 한계를 인식한다. 카리스마의 소지자는 자신에게 알맞은 과업을 선택하고 자신의 사명을 내세워 사람들이 복종하 고 추종하기를 바란다. 복종과 추종은 결과에서 나타난다. 만약 자신이 그 사람들을 위해 보내졌다고 생각 되는데도 당사자들이 그의 사명을 인정하지 않으려 들면 그의 주장은 좌절된다. 만약 그들이 그의 사명을 인정하면 그는 자신의 증명을 통해 인정받음을 지속시키는 한 그들의 지배자인 것이다. 그러나 지배자로서 의 그의 권리는 선거와 같은 추종자들의 의지에서 유래되는 것이 아니다. 카리스마 자격의 승인이 사명이 겨냥하는 대상들의 의무가 된다.”(막스 베버, 금종우 외 역, “카리스마의 지배와 변형”, 『지배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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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 한길사, 1981, 216쪽)

카리스마는 신이 특정인에게 주는 초자연적인 능력으로, 지도자가 일반대중에게 신처럼 지지를 받는 초자연적 특성을 말한다. 고대그리스어로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하사품’을 말하며, '지혜의 언어, 지식의 언어, 신앙, 병의 치유력, 기적을 행하는 힘, 예언의 힘, 영 (靈)을 구분할 수 있는 힘, 다른 언어를 말하는 힘, 다른 언어를 해석하는 힘’을 의미한 다. 베버는 이를 사회과학 일반에 사용할 수 있는 개념으로 하였다. 우선 종교사회적으로 '특정의 사물이나 인물에게만 머무르는 비(非)일상적인 여러 능력’의 총칭이라고 규정한 다. 여기서 이른바 ‘타고난 카리스마’는 모든 창의성의 원형이며, 그러한 카리스마의 소유자는 바로 천재의 전형으로 나타난다. 카리스마적 지배란 곧 개인의 비범한 능력에 의한 지배를 의미하며, 역사적으로 정치적 지배의 한 형태를 이루어왔다. 카리스마의 원 천은 비일상성과 전대미문, 비범성과 비전통성, 따라서 이에 대한 신앙적 귀의이며, 대체 로 위기와 갈망에서 태동한다. 카리스마는 규칙과 전통을 부정하고 오랜 관습에 대한 외 경 대신 전대미문이자 절대적 유일성에, 다시 말해 신격성에 대한 충성스런 복종을 강제 한다. 그런 의미에서 카리스마는 사회학적으로 창조적 혁명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2)관료제와 가부장제 vs 카리스마

카리스마의 특성으 관료제와 가부장제와 비교할 때 잘 나타난다. 관료제와 가부장제는 일 상조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가부장 지배는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필요의 충족을 위해 태 동한다. 가부장제는 경제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제도라 할 수 있다. 관료조직은 가부장 제를 합리적 형태로 전환시킨 모사물에 불과하다. 관료제 역시 합리적 규칙성을 지닌 항 구적 체제로서 일상적인 수단을 통해 예상된, 지속적인 욕구의 충족을 본질로 한다. 반면, 카리스마적 구조는 임명이나 해임, 경력이나 승진 같은 형식이나 조직적 방법과 거리가 멀고, 전문교육도 존재하지 않으며, 감독기관도 지역별 관할구역이나 순수 중립적인 재판 소도 존재하지 않는다. 순수 개인적 카리스마의 인물이나 존재와 무관한 관청과 같은 상 설제도라는 것이 없다. 카리스마는 내적 확신에 차 있으면서 스스로의 한계를 인식한다.

카리스마와 경제: 카리스마적인 지배는 관료적 지배와 다르다. 관료제는 지속적인 수입 을 바탕으로 하여 적어도 화폐경제와 세금을 기초로 하고 있다. 그러나 카리스마는 대체 로 화폐소유와 화폐소득을 아주 의식적으로 기피한다. 즉 합리적인 화폐소득, 다시 말해 모든 합리적 경제활동을 천박한 것으로 보고 외면하는 것이 보통이다 바로 여기에 카리 스마와 가계의 조직적 토대를 바탕으로 하는 가부장구조와의 날카로운 대조가 도사리고 있다. 순수한 카리스마는 모든 조직적 경제활동과 대조를 보인다. 순수한 카리스마는 강 력한 반경제성을 보인다. 카리스마는 경제외적인 파워이기 때문에 소득추구에 대한 욕망 에 의해 종말을 맞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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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카리스마의 종말:

순수한 의미에서 카리스마는 비정상적인 상황의 산물이다. 카리스마의 지배는 어떤 성 질의 것이건 이상 상태에 의해 흥분되었거나 어떤 성질의 것이건 영웅성에 대해 헌신하 는 인간 집단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일상의 순환에 끌려 사는 사람들을 카리스마의 영향 권으로 끌어올린 격동의 물결이 다시 정상의 궤도로 돌아가면 카리스마 지배는 대체로 무너지게 된다. 베버는 카리스마의 ‘제도화’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아주 특수한 의미에서 순수한 카리스마 지배는 항시 불안정하며 그의 모든 변질은 하나의 동일한 원인에 서 시발한다. 대체로 지배자 자신의 뜻이 그렇고, 참모들의 의향도 항시 그런가 하면 무엇보다도 추종자들 의 간절한 소망이 바로 카리스마 또는 피지배자에 대한 카리스마적 축복이 비상시대나 특이한 인물의 일시 적, 예외적으로 얻어진 우연한 은총이 아니라 일상의 항구적인 것으로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카리스마 구조의 내용이 변화를 일으키기 마련이다. 카리스마는 일상성과 일상을 지배하는 힘, 특 히 경제적 이해의 구속을 지속적으로 받게 된다. 카리스마는 어쩔 수 없이 도그마, 학설, 이론, 규범이 되고 화석화된 전통이 되어 버린다. 카리스마의 격정적 신앙성과 순수 개인적 지지를 상실하게 된다.”(막스 베 버, 금종우 외 역, “카리스마의 지배와 변형”, 『지배의 사회학』, 한길사, 1981, 228쪽)

카리스마에 대한 베버의 설명은 사회학 내에서 창의성과 천재에 대한 이론적 설명의 원형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카리스마로서의 창의성은 이 과목의 전반부에서 학습했던 기존 창의성 개념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즉 카리스마는 비범하고 비일상적이며, 합 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소수의 독창적 능력에 해당한다. 나아가 카리스마는 파괴적이고 반권력적이라는 점에서 반 사회적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카리스마의 혁명적 속성이 사회 변화의 원동력으로서 창의성이 갖는 속성을 제한적인 한에서 설명해줄 수 있다 하더라도 보다 건설적이고 적극적인 다중의 능력으로서 창의성에 대한 요구를 만족해주지 못한다.

그런 대안적 창의성에 대한 설명으로 우리는 또 다른 사회학 이론인 상징적 상호작용론 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제기된다.

2. 상징적 상호작용론: 개인의 창조적 상상력에 관한 고찰

주지하는 것처럼 실증주의와 구조기능주의는 사회과학 이론의 성립과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생물학적 유기체의 발상을 도입하여 사회과학적으로 변용한 ‘구조’

개념은 개인으로 환원되지 않는 실체로서 사회의 존재를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또 다른 방향에서 사회에 대한 전체주의적, 자연과학(생물학, 물리학)적 관점을 거부하고, 인간은 단순한 자연대상이 아니라 자율적 주체임을 강조하는 사회과 학의 또 다른 방향을 제시되었다. 그 가운데서 특히 미드와 블루머의 상징적 상호작용 론(symbolic interactionism)과 가핑클이 제기한 민속방법론(ethnomethodology)은 구조기 능주의가 전체로서의 사회에 대한 지나친 강조를 통해 개인의 능력을 과소평가했다면 서, 사회란 개인들이 서로의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면서 만들어낸 공동의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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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물임을 주장하고 있다. 개인은 사회에 의해 결정되거나 전체 사회의 부속품이 아니 라, 또 다른 개인과 상호작용을 통해 소통의 그물망을 형성하면서 사회를 ‘창조’해 나가는 주체라는 것이다.

이처럼 개인의 창조적 능력을 중시하는 상징적 상호작용과 민속방법론은 주로 독일 사회과학계에서 시작된 해석학적 사회과학의 전통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특히 짐멜 (1859~1918)은 사회를 주어진 실체가 아니라, 개인의 관계망으로 보았다. 사회는 개인 과 개인이 상호작용에 의해 집단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고, 그 집단의 존재에 의해 결정된다. 짐멜에 따르면, 개인은 전체 사회의 부속품이 아니라 사회를 만들어나 가는 주체로 보았고, 자신의 연구를 “사회적 원자들 간의 상호작용”에 국한시켰다.

짐멜에 따르면, 사회는 “일정한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개인들 간의 복합적 관례로 이 루어진 복잡한 관계망”51)일 뿐이다. 짐멜에게 사회학의 가장 중요한 연구 영역은 <사 회성 sociation>, 다시 말해 사람들이 서로 연합하고 상호작용하는 특수한 유형이나 형 식을 다루는 일인 것이다.52)

짐멜과 마찬가지로 베버 역시 분석의 초점을 개별 인간행위자에 두었다. 베버는 무 엇보다 인간 행위자가 특정한 사회·역사적 맥락에서 상호작용하는 동안 자신의 행위 에 부여하는 주관적 의미를 강조했다. 베버는 자신의 사회학의 과제를 행위자들이 자 신의 행위나 남의 행위에 부여하는 주관적 의미를 깊이 관찰하고 파악하는 것으로 보 았고, 이를 소위 ‘이해사회학’으로 규정했다. 사회과학은 인간과 사회를 사물 혹은 생물학적 유기체로 볼 것이 아니라, 인간 행위의 주관적 측면, 의미와 동기의 영역에 접근해야 한다고 보았다.

미국의 심리학자 허버트 미드(George Herbert Mead)는 짐멜과 베버의 해석학적 사회 이론의 전통을 미국적 맥락에서 수용하여 상징적 상호작용론으로 발전시켰다. 미드는 짐멜이나 베버와 마찬가지로 개인의 경험을 중시했으며, 사회를 독립된 실체가 아니라 개인들 사이의 의사소통의 관점에서 다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드에 따르면, 사회는 의사소통적인 사회적 행위의 지속적 과정을 통해, 서로에 대해 적응하고 조정하는 사 람들 사이의 교류를 통해 출현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은

‘상징’을 통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징적 상호작용은 사람들이 서로의 태도 를 상징으로 보고 서로 해석하는 과정으로 구성되며, 그러한 해석과정 속에서 공동의 의미의 그물망을 만들어나간다.

인간의 의사소통과정은 행위자가 다른 사람의 행위에 대해 끊임없이 의식적으로 조 정해가는 과정이다. 즉 해석과 재해석, 정의와 재정의를 통해 행동의 노선을 끊임없이 서로 맞추어가는 과정이다. 미드는 개인을 수동적인 객체가 아니라 적극적이고 능동적 이며 성찰적인 존재로 파악한다. 개인은 세계에 반응할 뿐 아니라, 세계를 변화시키는 사회적 주체이다.

51) 코저, 위의 책, 216쪽 52) 코저, 위의 책, 2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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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에 따르면, 자아의 본질은 성찰성에 있다. 개인적 자아가 개인적인 것은 단지 타자와 관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상상력으로 타자의 태도를 취해 볼 수 있는 능력을 통해서, 개인의 자아는 자신의 성찰 대상이 된다. 주체임과 동시에 객체인 자아는 사회적 존재의 본질이다. 각 자아의 개인성은 일 반화된 타자를 형성하는 타자들의 태도들이 결합한 특수한-결코 똑같은 사람이 없는-조합의 결과이 다.53)

상징적 상호작용론은 사회구조가 밖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행위자들의 상호작 용 내부에서 이루어진 성취임을 주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는 행위자들의 공동의 창조물이라는 것이다. 사회구조는 개인들이 서로 주고받는 집합적 상징을 통해 조직된 다.

• 행위자들의 대면 만남이 사회생활의 중심 특징이다.

• 사람들은 창조적이고 지적이며, 식견이 있다.

• 사회질서는 행위자들이 서로의 만남들을 잘 다루고 그것을 예측가능하고, 성 공적이며 그리고 상호 간에 이해 가능한 것으로 만들 수 있을 때 그 성취의 결과로 생겨난다.

• 어떻게 사회가 작동하는지 연구하기 위해 행위자들의 상황정의(definition of the situation)를 포착하고자 하는 해석적 방법론이 필요하다.54)

상징적 상호작용론자들은 사람들을 사회의 부속품, 혹은 ‘판단미숙자’(judgemental dope)로 격하시키는 구조기능주의에 대해 끊임없이 저항했다. 그들은 행위자들의 성취 로 발현되는 사회질서에 주목했다. 사람들은 수동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타 인들의 행위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그들 자신의 구체적인 맥락의 행위들을 다른 사람 들이 이해할 수 있게끔 만든다. 상징적 상호작용론자들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 추상 적인 단일이론을 거부하고, 구체적인 맥락에 대한 집중적인 경험적 연구 강조했다.

상징적 상호작용론은 사회질서가 행위자들이 ‘상징’을 통한 ‘상호작용’ 즉 언어 적 대화를 통해 ‘구성’되어져 나간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행위자들은 사회를 창 조해 나가는 주체이며, 또한 사회의 주체로서 행위자들의 실천을 통해 사회는 얼마든 지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고 달라질 수 있다.

천재와 창의성의 관점에서 상징적 상호작용론이 평범한 사회적 행위자들의 창조적 능력을 조명하고 있는 것은 중요한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학적 측면에서 창 의적 혁신은 늘 기존 사회와 갈등을 유발해 왔다. 천재란 곧 그러한 갈등에서 혁신을 위한 자신의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던 투쟁자라 할 수 있다. 창의성은 곧 과거와의 투 쟁을 통해 실현되며, 나아가 그 실현을 통해 사회는 조금 더 유익한 방향으로 변화된 다. 그런 의미에서 천재와 창의성을 조명함에 있어서, 좀 더 갈등적이고 투쟁적인 형태 의 사회학 이론의 자원들을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이 때 부르디외 사회이론의 몇몇

53) 코저, 위의 책, 409쪽

54) 필립 스미스, <문화이론>, 살림, 2004. 1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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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들을 매우 유용해 보인다.

3. 피에르 부르디외의 장 이론 1) 아비튀스와 장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앞에서 다룬 상징적 상호작용론이 주장하는 행위자의 적극적 실천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재조직한다. 부르디외에 의한 실 천의 재조직은 크게 두 가지 과정으로 수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행위자의 실천에 ‘질서와 방향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행위자의 실천은 미분 (微分)된 다양한 세팅에서 무한히 가변적이고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 나름의 논리를 따 라 조직된다. 부르디외는 이러한 ‘질서지워진 실천의 논리’(logic of practice)를 ‘아 비튀스’로 호명한다. 아비튀스란, 다양한 실천들을 산출하는 ‘성향의 체계’(system of disposition)이라 할 수 있다.

둘째, 부르디외는 실천의 논리로서 아비튀스를 그가 ‘장’이라고 호명하는 특정한 객관적 조건 위에 위치시킨다. 실천을 특정한 방식으로 산출하고 조직하는 아비튀스는 장의 요구 속에서 형성되고, 또한 장은 아비튀스에 의해 유지되거나 변형될 수 있다.

부르디외는 아비튀스와 장을 서로 찢어낼 수 없는 유기적인 관계로 설정하며, 이러한 유기적 관계성을 기술하기 위해 ‘공모’(complicity)라는 어휘를 사용한다. 부르디외에 게 민방론이 가정하는 행위자의 실천은 아비튀스와 장의 공모가 유발되는 그 지점에서 수행되는 현상이다.

부르디외는 아비튀스와 장의 공모를 통해 동시대 사회학 이론 내에서 객관주의와 주 관주의 사이의 대립을 극복, 종합하고자 시도했으며, 가장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 성과는 충분히 천재와 창의성의 관점에서 중요한 이론적 설명을 제공해 준다.55) 부 르디외의 사회이론에서 가장 핵심적인 개념은 무엇보다 ‘장’이다. “장은 (개인들 또 는 제도들에 의해 점유되어진) 위치들(positions) 사이의, 객관적인 관계들의--지배 또는 종속의, 협력의 또는 대립의--연결망이다”(Bourdieu, 1996: 231).

고도로 분업화된 사회에서 사회적 우주(social cosmos)는 수많은 상대적으로 자율적인 소우주(micro cosmos)로 구 성되어 있다. 이 사회적 소우주는 다른 장으로 환원될 수 없는 독특한 논리와 필요를 갖는 객관적 관계들의 공 간이다. 예를 들어 예술장, 종교장, 경제장은 모두 특수한 논리를 따른다. 예술장은 물질적 이익의 법칙을 거부 하거나, 전환하면서 자체적으로 구성된 반면, 경제장은 역사적으로 우리가 보통 “사업은 사업이다”(business is business)라고 말하는 세계의 창조를 통해 나타났다. 경제장에서 우정과 사랑은 원칙적으로 배제되어진다 (Bourdieu and Wacquant, 1992: 97~98).

55) 아비튀스 개념에 관해 부르디외는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아비튀스’는 지속가능하고, 변형가능한 성향이며, 구조들의 구조화 (structuring structure) 기능을 수행하도록 예정된 구조화된 구조(structured structure)이다. 즉 목표를 획득하기 위해 필요 한 작동에 대한 습득을 표현하거나, 목표들에 대한 의식적인 지향을 없이도 그들의 산출에 객관적으로 적응될 수 있는 재현 과 실천을 조직하고 발생시키는 원칙이다(Bourdieu, 1990: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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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 실천과 사회구조, 혹은 객관적 조건이라는 거대한 세계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만들어지는 위치들의 공간이다. 만약 실천을 차별적인 일정한 논리, 즉 아비튀스로 엮 어 낼 수 있다면, 그러한 차별적인 실천이 유발되는 위치들의 공간 역시 다른 위치들 의 공간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율적인 영역으로 구성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실천 의 양상을, 예컨대, 과학, 예술, 경제, 정치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면, 과학의 장, 예술 의 장, 경제의 장, 정치의 장 등의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각 장은 행위자가 장 내에 서 차지하는 위치에 따라 특정한 실천의 논리를 부여한다. 장은 개별 점유자들의 특성 과는 독립적으로 분석될 수 있는, '위치들의 구조화된 공간'으로 파악된다.

2) 상징투쟁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장이 사회적 행위자들의 협력과 동의의 공간이 아니라 투쟁의 공간이라는 점이다. 이 투쟁은 물리적인 투쟁이 아니라 지배자와 저항자 사이에서 이 른바 장 내에서만 생산되는 인정과 명예를 획득하기 위한 투쟁, 곧 ‘인정투쟁’의 형 태로 나타난다. “모든 장에서는 하나의 투쟁을 발견할 수 있으며, 독점권을 주장하면 경쟁을 배제하려는 지배자와 장에의 입장을 금지하는 빗장을 터뜨리고자 하는 새로운 신참자들 사이의 투쟁이 띠게 되는 특수형태를 규명하는 것이 [사회학]연구의 관건이 된다”(Bourdieu, 1994: 125~126).

따라서 장의 구성을 이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장은 고유한 이해관계와 내깃물, 그리고 그러한 내깃물을 차지하기 위한 투쟁에 기꺼이 참여하는 행위자들로 이루어진 다.56)

하나의 장은 다른 장에 고유한 이해관계와, 내기물로 환원될 수 없는 고유한 내기물과 특수한 이해 관계를 정의함으로써 그 스스로를 정의한다. 지리학에서 거는 내기물을 걸고 철학자로 하여금 일하 게 할 수는 없다. 장에 고유한 내기물과 특수한 이해관계는 장에 입장하도록 만들어지지 못한 사람 들에게는 인식되지 않는다. 각각의 이해관계의 범주는 다른 이해관계, 다른 투자에 대한 무관심을 내 포한다. 따라서 다른 이해관계들과 다른 투자들은 부조리하거나 상식 밖의 것으로, 혹은 이해관계를 초탈한 지고한 것으로 간주된다. 하나의 장이 기능하기 위해서는 내기물과 유희를 할 준비가 된 사 람들, 즉 유희의 내재적 법칙들과 내기물들에 대한 지식, 그리고 내기물들이 지닌 사회적 가치를 인 정할 수 있는 아비튀스의 보유자들을 필요로 한다(Bourdieu, 1994: 126).

장의 구조는, “투쟁 속에 가담한 제도들 사이의, 참여한 행위자들 사이의 역학관계

56) 각각의 장은 다른 장으로 환원될 수 없는 나름의 목적, 이해관계를 갖는다. ‘내깃물’(stakes)이란, 부르디외가 이러한 이해관 계를 게임에 빗대어 부르는 은유적 어휘라 할 수 있다. “각각의 장은, 파스칼의 질서처럼, 장의 행위자들을 장내의 내기물들 (stakes) 속으로 끌어들인다. 다른 관점 또는 다른 게임의 관점에서 보면 그것[장내의 내기물]은 보이지 않거나, 기껏해야 하 찮은 것이거나, 심지어 환상에 불과한 것이다. [...] 예를 들어 고위 공무원의 성공에 대한 열망은 학자들에게는 무관심하고, 예술가들의 무모한 투자와 신문 1면을 차지하기 위한 저널리스트들의 투쟁은 은행가, 그리고 또한 의심할 것 없이 종종 피상 적인 관찰자를 의미하는 장의 외부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거의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Bourdieu, 2001[2000]: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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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한 상태, 혹은 과거의 투쟁에서 축적되어 향후의 전략방향을 결정하는 특수자본의 한 분포상태”(Bourdieu, 1994: 126)로 정의될 수 있으며, 이러한 특수자본의 분포는 장 내에서 합법적인 폭력[상징권력]이 행사되는 상황을 결정한다. 장을 투쟁의 공간으로 정의하는 것은, 이러한 합법적 폭력의 독점을 위해 경쟁하는 참여자들의 투쟁에 의해 장이 작동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따라서 투쟁은 곧 장의 작동을 가능하게 하는 동력 에 해당한다.

여기서 장의 역학을 좀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장은 균질한 상태가 아니라, 유동 적이고 상호 대립하면서, 집중, 혹은 확산하는 역할과 지위들의 불균등한 지형을 이룬 다. 장의 역학은 장 내의 대립하고 경쟁하는 위치 단위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투쟁이다.

그런 의미에서 장은 정적이라기 보단 투쟁적 힘들의 동적인 공간이며, 이 투쟁적 힘들 은 장의 유지 혹은 재편을 초래한다. 이러한 보존 및 전복을 위한 투쟁은 그 장에서 가치를 인정받는 특정자본의 이해관계를 옹호하는 자들과 전복하려는 자들이 차지하는 경쟁적 위치들의 대립을 전제로 한다. 그런 의미에서, 투쟁은 가핑클의 실천개념의 부 르디외적인 변용이라 할 수 있다. 부르디외에게 실천이 특정한 조건인 장 위에서만 가 능하다면, 그 장은 대립적 위치들의 공간이며, 그러한 대립적 공간에서 가장 합리적인 실천은, 바로 장의 현재 상태를 보전하거나 전복하려는 투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힘의 역학관계로 결정된 한 상태 속에서 장을 특징 짓는 특수한 권위나 권력의 토대가 되는 특수자 본을 독점하고 있는 사람들은 보전전략을 지향하는 경향이 있다. 문화적 재화의 생산장에 있어서 그 들은 정통을 방어하고자 한다. 반면, 자본이 가장 결여된 사람들[이들은 장에 들어온지 얼마 안되는 신참자인 경우가 많고, 특히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다]은 전복의 전략, 이단의 전략을 추구하는 경향 이 있다(Bourdieu, 1994: 127).

흥미로운 것은, 부르디외에 있어서 이러한 투쟁이 장의 작동에 관한 일반법칙임에도 불구하고, 이 투쟁은 사회를 전복시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장에 입장하는 모 든 이들은 사회의 존재와 관련된 근본적인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의 모든 참여자들, 심지어 장 내에서 서로 상극적인 대립의 위치에 있는 참여자들조차 사 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데 서로 동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 내 투쟁은 사회의 영속 을 전제하고 있다. 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신참자들 역시 이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러한 동의와 인정으로 인해 장에 입장하기 위한 비용이 크면 클수록, 장 내 투쟁은 근본적 인 혁명보다는 특정한 한계 속에서 사회를 변화시키는 혁신으로 나아간다.

<생각해 보자>

1. 카리스마의 관점에서 이전에 배운 천재들을 이해해 보자.

2. 상징적 상호작용론과 소통하는 천재, 공동체적인 천재에 관해 생각해 보자.

3. 장 이론의 관점에서 다양한 천재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자.

참조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