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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학-한시/수필
강의 최진형
한국한문학을 다루기 위한 몇 가지 전제
1. 한문학을 국문학으로 인정해야 하는가?
한문학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3. 載道論的 문학론(文以載道)
육두품 지식인의 限과 문학적 성취
秋風唯苦吟 가을 바람에 괴로이 읊조리는데, 世路少知音 세상엔 知音이 적다네.
窓外三更雨 창밖엔 깊은밤 비 내리는데, 燈前萬里心 등불 앞 마음은 만 리를 달리네.
<秋夜雨中>
黃金面色是其人 누런 탈을 쓴 바로 그 사람, 手抱珠鞭役鬼神 방울채 손에 쥐고 귀신을 쫓네.
疾步徐趨呈雅舞 잦은 몰이 느린 가락 한바탕 춤을 추니, 宛如丹鳳舞堯春 너울너울 봉황새 날아드는 듯.
최치원(857~?), <大面>, 『鄕樂雜詠』
이규보의 현실인식
帶雨鋤禾伏畝中 비 맞으며 밭이랑에 엎드려 김을 매니 形容醜黑豈人容 검고 추악한 몰골, 어찌 사람의 모습인가.
王孫公子休輕侮 왕손 공자여, 나를 업신여기지 마라.
富貴豪奢出自儂 그대들 부귀호사가 모두 나에게서 나오나니.
新穀靑靑猶在畝 새 곡식 아직도 퍼런 채 밭에 있는데, 縣胥官吏已徵租 수령, 아전들 벌써 조세를 조르네.
力耕富國關吾輩 힘껏 일해 나라 부유하게 함은 우리에게 달렸지만 何苦相侵剝及膚 어찌 이다지도 괴롭히며 살을 벗겨 가는가?
이규보(1168~1241), <代農夫吟>
이규보의 현실인식
- <이옥설(理屋說)>행랑채가 퇴락하여 지탱할 수 없게끔 된 것이 세 칸이었다. 나는 마지 못하여 이를 모두 수리하였다. 그런데 그 중의 두 칸은 앞서 장마에 비가 샌 지가 오래 되었으나 나는 그것을 알면서도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다가 손을 대지 못했던 것이고, 나머지 한 칸은 비를 한 번 맞고 샜던 것이어서 서둘러 기와를 갈았던 것이다. 이번에 수리하려고 본즉 비가 샌 지 오래 된 것은 그 서까래, 추녀, 기둥, 들보가 모두 썩어서 못쓰게 되었던 까닭으로 수리비가 엄청나게 들었고, 한 번밖에 비를 맞지 않았던 한 칸의 재목들은 완전하여 다시 쓸 수 있었기에 그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았다.
나는 이에 느낀 것이 있었다. 사람의 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잘못을 알고서도 바로 고치지 않으면 곧 그 자신이 나쁘게 되는 것이 마치 나무가 썩어서 못 쓰게 되는 것과 같으며, 잘못을 알고 고치기를 꺼리지 않으면 해(害)를 받지 않고 다시 착한 사람이 될 수 있으니, 저 집의 재목처럼 말끔하게 다시 쓸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나라의 정치도 이와 같다. 백성을 좀먹는 무리들을 내버려 두었다가는 백성들이 도탄에 빠지고 나라가 위태롭게 된다. 그런 연후에 급히 바로 잡으려 하면 이미 썩어버린 재목처럼 때는 늦은 것이다. 어찌 삼가지 않겠는가.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한국한시의 최고봉
雨歇長堤草色多 비 갠 긴 둑 풀빛 짙은데
送君南浦動悲歌 님 보내는 남쪽 포구엔 슬픈 노래 울리네 大洞江水何時盡 대동강물이 언제 마르겠는가
別淚年年添綠波 이별의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에 더해지는데
정지상(?~1135), <送人>
손곡 이달의 시세계
桐花夜烟落 오동나무 꽃은 밤안개에 지고 海樹春雲空 해당화는 봄구름에 쓸쓸하네.
方草一盃別 꽃잎 띄워 한 잔 술로 헤어지지만
想逢京落中 서울 가는 길목에서 다시 만나겠지. <別李禮長>
獨鶴望遙空 학 한 마리 먼 하늘 바라보며 夜寒擧一足 밤도 찬데 한쪽 다리 들고 있네.
西風苦竹叢 서풍은 참대숲에 불어오는데
滿身秋露滴 온몸은 가을 이슬로 젖었구나. <畵鶴>
田家少婦無夜食 시골집 젊은 아낙 저녁 거리가 없어 雨中刈麥林中歸 빗속에 보리 베어 숲속으로 돌아오네.
生薪帶濕煙不起 생나무는 습기 먹어 불길도 일지 않고
入門兒女啼牽衣 문에 들어서니 어린 딸은 옷자락 잡고 우는구나. <刈麥謠>
손곡 이달(1539?~1609?)
천재 여류 시인 허난설헌
抛梁東 어영차, 동쪽으로 대들보를 올리세.
曉騎仙鳳入珠宮 새벽에 봉황 타고 진주 궁궐에 들어가, 平明日出扶桑底 날이 밝자 해가 부상 밑에서 솟아올라, 萬縷丹霞射海紅 일만 가닥 붉은 노을 바다에 비쳐 붉네.
抛梁南 어영차, 남쪽으로 대들보를 올리세.
玉龍無事飮珠池 옥룡이 하염없이 구슬 연못의 물 마시는데.
銀床睡起花陰午 은평상에 잠자다가 꽃그늘 짙은 한 낯에 일어나, 笑喚瑤姬脫壁衫 웃으며 아름다운 미녀 불러, 푸른 적삼 벗기네.
抛梁西 어영차, 대들보를 서쪽으로 올리세.
壁花零落彩鸞啼 푸른 꽃 시들어 떨어지고 오색 난새 우짖는데, 春羅玉字邀王母 비단 천에 아름다운 글씨로 서왕모 맞으니, 鶴馭催歸日已低 날 저문 뒤에 학 타고 돌아가길 재촉하네.
抛梁北 어영차, 대들보를 북 쪽으로 올리세.
溟海茫洋浸斗極 북해 아득하여 북극성에 젖어드는데,
鳳翼擊天風力掀 봉새 날개 하늘 치니 그 바람 힘으로 물 높이 치솟아, 九霄雲垂雨氣黑 구만리 하늘에 구름 드리워 비의 기운 어둑하네.
허초희(1563~1589)<廣寒展白玉樓上樑文>
이옥의 시적 형상화 능력
四更起梳頭 한밤중 일어나 머리 빗고,
五更候公 첫 새벽에 시부모님 문안 여쭤요.
誓將歸家後 친정에 가는 날 오기만 하면,
不食眠日午 밥 안 먹고 대낮까지 잠잘 테야요.
謂君似羅海 당신이 사나이라고 女子是托身 여자가 몸을 맡겼는데
縱不可憐我 나를 어여삐 보지 못할망정 如何虐我頻 어쩌자고 구박이란 말이요.
이옥(1760~1812), <俚言>
한시에 나타난 우리말 표현
山有花兮皐有蘭 산유화여, 고란초요.
皐蘭長翠山花丹 고란초는 길고 푸른데, 산유화는 붉구나.
千年萬歲君無老 천년 만년 님이여 늙지마소서.
暮暮朝朝看復看 저녁마다 아침마다 다시 보고파라.
於難難 얼럴럴
이사질(李思質, 1705~?), <어난난곡(於難難曲)>
腰下佩기역 허리에 ㄱ모습을 한 낫을 차고, 牛鼻穿이응 소 코에는 ㅇ 코뚜레를 뀄구나.
歸家修리을 집에 돌아가서 ㄹ 모양을 한 '몸 己'자를 닦아라.
不然占디긋 그렇지 않으면 ㄷ 같이 생긴 '망할 亡'자가 되리라.
김병연(1807~1863)
현실 비판의식의 정점 -
정약용의 시 애절양(哀絶陽)갈밭마을 젊은 여인 울음도 서러워라
현문(縣門) 향해 울부짖다 하늘 보고 호소하네
군인 남편 못 돌아옴은 있을 법도 한 일이나 예부터 남절양(男絶陽)은 들어보지 못했노라
시아버지 죽어서 이미 상복 입었고 갓난 아인 배냇물도 안 말랐는데 삼대의 이름이 군적에 실리다니
달려가서 억울함을 호소하려도 범같은 문지기 버티고 있고
이정(里正)이 호통하여 단벌 소만 끌려갔네
남편 문득 칼을 갈아 방안으로 뛰어들자 붉은 피 자리에 낭자하구나
스스로 한탄하네 "아이 낳은 죄로구나"
잠실궁형(蠶室宮刑) 이 또한 지나친 형벌이고 민 땅 자식 거세함도 가엾은 일이거든
자식 낳고 사는 건 하늘이 내린 이치 하늘 땅 어울려서 아들 되고 딸 되는 것
말, 돼지 거세함도 가엾다 이르는데 하물며 뒤를 잇는 사람에 있어서랴
부자들은 한평생 풍악이나 즐기면서 한알 쌀, 한 치 베도 바치는 일 없으니
다같은 백성인데 이다지 불공한고
객창에서 거듭거듭 시구편을 읊노라. 정약용(1762~1836)
현실 비판의식의 정점 -
정약용의 시해학과 풍자의 한국형 한시-
김삿갓의 시(1)還甲宴
彼坐老人不似人 疑是天上降眞仙 其中七子皆爲盜 偸得王桃獻壽筵
저기 앉은 노인 인간같지 않은데,
의심컨대 천상에서 내려온 신선같다네.
그 일곱 아들은 모두 도적놈이니 왕도를 훔쳐다 잔치상에 바쳤구나.
김병연(1807~1863)
해학과 풍자의 한국형 한시-
김삿갓의 시(2)許多韻字何呼覓 彼覓有難況此覓 一夜宿寢懸於覓 山村訓長但知覓
허다한 운자 중 하필이면 멱자인가 저 멱자도 어려운데 이 멱자까지.
하룻밤 잠자리가 멱자에 달렸는데 산촌 훈장은 멱자밖에 모른다네.
해학과 풍자의 한국형 한시-
김삿갓의 시(3)사면기둥 붉었타(다) 석양행객 시장타.
네절인심 고약타.
지옥가기 십상타.(이다)
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
by Robert Frost(1874-1963)
Whose woods these are I think I know.
His house is in the village though;
He will not see me stopping here
To watch his woods fill up with snow.
해학과 풍자의 한국형 한시-
김삿갓의 시(4)二十樹下
二十樹下三十客 四十家中五十食 人間豈有七十事 不如歸家三十食
스므나무 아래 설흔(슬픈)객 마흔(망할)집 에서 쉰밥을 주네.
세상에 어찌 일흔(이런)일이
집에 가서 설흔(설은)밥 먹는 것만도 못하네.
해학과 풍자의 한국형 한시-
김삿갓의 시(5)辱說某書堂
書堂乃早知 房中皆尊物
生徒諸未十 先生來不謁
서당은 이미 알만하구나
방안에는 모두 존귀한 것들만 있네.
생도는 열 명도 되지 않는데 선생은 나와 보지도 않네.
매천 황현의 절명시(
絶命詩)鳥獸哀鳴海岳嚬 槿花世界已沈淪 秋燈掩卷懷千古 難作人間識字人
새 짐승도 슬피 울고 강산도 찡그리네.
무궁화 온 세상이 이젠 망해 버렸어라.
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지난날 생각하니,
인간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노릇하기 어렵기만 하구나.
황현(1855~1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