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만 하더라도 서비 스업은 선진국에서, 일부 첨단산업을 제외한 제 조업은 중국 등 개발도상국가가 발전을 주도하는 양상으로 글로벌 분업현상이 진행되었다. 그렇지 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독일을 비롯한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가들이 그렇지 않은 국가들에 비 하여 상대적으로 빠르게 위기를 극복하면서 제조 업의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6월 26일 개최된 “한-독 국제 컨퍼런스”에 서는 수출경쟁력을 갖춘 강력한 중소중견 제조기 업들에 기반한 독일경제의 성장경험을 접할 수 있었으며, 7월 15일 개최된 “제조업의 현재와 미 래” 세미나에서는 산업혁명의 발상지였던 영국이 과거 제조업 강국의 시대를 재현하고자 펼치고 있는 혁신드라이브 정책이 소개되었다.
두 세미나에서는 국가 경제성장에 있어 제조 업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었을 뿐만 아
니라 정보기술을 비롯한 첨단 융합기술의 발달 에 따라 제조업의 발전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 는 것에도 발표의 초점이 맞추어졌다. 스마트폰 이 진화를 거듭하며 카메라, MP3, 내비게이션 등 여러 업종을 흡수하고 있고, 3D프린터의 등장으 로 공장이 필요 없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또한 빅 데이터가 제조업에 폭넓게 활용되어 생산성 향상뿐만 아니라 제조업의 서비스화 및 첨단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제조업의 가치 창출 방 식과 필요한 역량이 과거와 전혀 달라져 단순 제 조능력보다는 혁신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도래하 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제조업 르네상스’라는 용 어가 나올 정도로 주요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제 조업 혁신을 위한 여러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
미국의 ‘리메이킹 아메리카’,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일본의 ‘산업재흥플랜’ 등이 그것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발 표하였으나 아직 제조 부문의 혁신 활동은 독일,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제조업 혁신 방안
전수봉 본부장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
정 책 과 이 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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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우 리 제조업체 중 혁신업체 비중은 일본의 76%, 독 일의 46%에 불과하며, 기업들은 혁신하고 싶어 도 방법을 모르고 혁신역량도 부족한 것이 현실 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을 추격하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제조 강국으로 올라섰으나, 최근 제조 업 부흥에 나서고 있는 선진국의 역습과 산업구 조 고도화를 추진 중인 신흥국의 도전으로 新샌 드위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제조업의 성장정체 는 곧 우리 경제 저성장의 장기화를 야기할 수 있 는 만큼 제조업 발전을 위해 보다 혁신적인 방안 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 제조업 현황
한국이 제조업 강국이라고 하지만 주요 선진 국과 비교해보면 세계시장에서 한국 제조업의 상황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 2012년 세계 제조 업 부가가치액 중 한국의 점유율은 2.8%로 미국 17.6%의 1/6 수준에 불과하다. 일본과 독일도 각
각 9.8%, 6.1%로 한국에 크게 앞서 있다.1) 전 세계 수출점유율도 2000년 3.3%에서 2012 년 4%로 올라섰지만 미국(9.6%), 독일(10.4%)의 절반 이하에 지나지 않으며 일본(6.2%)에 비해서 도 낮은 수준이다.2)
우리나라 제조업의 현재 위상에 대한 평가와 미래 전망에 대한 조사 자료를 살펴보면 이러한 부분이 더 확실하게 드러난다. 딜로이트와 미국 경쟁력 위원회가 전 세계 CEO 550여 명을 대상으 로 조사하여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은 지난해 5위를 기록했는데 2010년 3위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볼 때 3년 사이에 2단계나 하 락하였다. 그리고 같은 조사에서 5년 뒤의 경쟁력 에 대해서도 물어봤는데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은 중국, 인도, 브라질 등에 밀리며 6위까지 떨어지 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경영여건 이 악화되고 있다. 최근 정년 60세가 의무화되고 육아휴직이 확대된 데 이어 근로시간 단축, 정리 해고 요건 강화, 사내하도급 사용규제 등 노동 관 련 규제가 연달아 도입 추진 중에 있다. 또 내년 이면 화평법, 화관법, 배출권 거래제 등의 환경규 제가 일제히 시행되고 자원순환사회전환촉진법, 환경오염피해구제법 등 신규 규제도 대거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 단위노동비용 역시 미국, 일본, 독 일 등 경쟁국은 하락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오히 려 늘어나고 있어 국내기업환경이 전반적으로 악 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규제와 부담, 비용 등의 증가로 인해 국
1) UN.
2) WTO.
<표 1> 제조업 경쟁력 순위
순위 2010 2013 2018
1 중국 중국 중국
2 인도 독일 인도
3 한국 미국 브라질
4 미국 인도 독일
5 브라질 한국 미국
6 일본 대만 한국
자료 : 미국 경쟁력 위원회&딜로이트, 2013 Global Manufacturing Com- petitiveness Index, 2012.
내에 투자할 유인이 줄어들면서 해외로 빠져나 가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투자 대비 해 외투자비율을 살펴보면 2004년 9.3%에서 지난해 27.2%로 약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국 내 제조업의 공동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근 대한상의에서 오피니언리더들을 대상으로 조사 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제조업 공동화는 현 재 진행 중에 있으며, 3년 후부터 본격화될 것으 로 전망하고 있다.
제조업의 사회기여도 역시 낮아지고 있다. 제 조업계의 매출증가율은 2010년 18.7%에서 2013 년 0.7%로 4년 사이에 급격히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제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 리 경제의 성장률 역시 2010년 6.5%에서 2013년 3.0%로 절반이 넘게 하락하였다.
주요국의 제조업 혁신 정책 사례
(1) 미국
제조업 혁신에 가장 적극적인 미국의 경우 우 선 기업들에 가장 부담이 되는 법인세의 상한선을 35%에서 28%(제조업체 25%)로 낮추고 첨단제조 부문의 세금 공제 및 U턴 기업 세제지원을 추진하 고 있다. 또 각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감시하고 대응할 범부처 통상 강화센터 ITEC(Interagency Trade Enforcement Center)를 설치하여 자국 기 업의 수출을 지원하고 있다.
고품질 일자리 창출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가져올 신기술 분야에 대한 산업계, 학계, 정부의 협력체인 첨단제조파트너십 조정위원회를 설치 하고, 제조업 혁신 가속화와 상업화 지원을 위한
국가제조업 혁신 네트워크도 구축하였다. 이 밖 에도 첨단제조업을 포함한 고성장 산업의 인재 훈 련을 위해 지역대학과 산업계를 지원하는 펀드를 조성하고 인력 육성을 위한 민관 컨소시엄인 제조 혁신기관을 건립하였다.3)
(2) 독일
제조업 강국인 독일도 기업부담을 완화하기 위 해 2007년에 법인세율을 39%에서 29%대로 인하 했으며, 고용보험요율을 6.5%에서 3.3%로 하향 조정하였다.
또 주요 첨단산업 부문에서의 독일의 글로벌 입지 강화를 위해 나노 기술, 바이오 기술, 생산 기 술 등 17개의 핵심 기술을 선정하여 지원하는 ‘독 일 첨단 기술 전략 2020(High Tech Strategy 2020)’
을 추진하고 있다. 유무선 IT기술을 활용한 스마 트공장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는 ‘Industry 4.0’
도 그중 하나이다.
3) 현대경제연구원, 「제조업 혁신 정책의 현황 평가와 시사점」, 2014. 7. 6.
<표 2> 최근 10년간 단위노동비용 변화(2002~2011)
단위 : % 일본 미국 독일 한국 단위노동비용 증감률 -30.2 -14.3 -2.5 1.8 자료 : 미국노동통계국(www.bls.gov/fls, 자국통화 기준).
<표 3> 국내투자 대비 해외투자 비중
단위 : % 2004 2006 2008 2010 2012 2013
9.3 12.9 25.7 23.3 22.1 27.2 자료 : 한국은행, 수출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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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산학연 R&D 협력 프로그램과 중소기 업에 특화된 R&D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 에 더해 제조업에 숙련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 하기 위해서 현장 학습형 직업교육 체계의 해외 협력을 강화하고 고숙련 인력의 이민 유입도 장 려하고 있다.
(3) 일본
세계시장에서 우리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에도 2015년부터 법인세 실효세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할 방침이며, 첨단 설비 도입, 생 산라인 개선 등 질적 향상 투자에 대해 세액 공제 를 신설하였다. 또한 산업경쟁력강화법을 제정하 여 신규 사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사업재편 추 진기업에 대해 상법상 절차 완화, 금융·세제상 지 원 등 맞춤형 지원도 제공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하는 글로벌 경쟁력 보고 서의 기술력 순위를 현재 세계 5위에서 향후 5년 내 1위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추 진할 조직으로서 범부처 차원의 과학기술 및 혁신 정책을 기획하고 종합예산을 책정하는 ‘종합과학 기술회의’의 기능을 강화하였다.
산업, 사회에 커다한 변혁을 줄 혁신적인 과학 기술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고위험-고영향의 과 제도 지원하고 있다. 혁신적 연구개발 지원 프로 그램이 그것인데 현재 후보 과제로 ‘극한 환경하 의 고도 기동력 발휘’, ‘초간편-초고감도 감지’ 등 이 선정되어 있다. 이와 함께 보다 효과적인 인력 활용을 위해 노동 이동 촉진을 지원하는 노동이동 지원조성금을 확충하고 고도의 전문 인력을 위한 장기의 유기고용계약제도도 도입하였다.
제조업 혁신 3.0 전략의 기본방향과 주요 내용
제조업 혁신 3.0 전략은 IT·SW 융합으로 융합 신산업을 창출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고 선 진국 추격형 전략에서 선도형 전략으로 전환하여 우리 제조업만의 경쟁우위를 확보해나가는 것을 목표로 수립되었다.
기업이 제조업 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정부 는 환경조성에 주력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융합 형 신제조업 창출, 주력산업 핵심역량 강화, 제조 혁신기반 고도화 등 3대 전략을 중심으로 6대 과 제가 추진될 계획이다.
3대 전략을 간략히 살펴보면, 우선 ‘융합형 신제 조업 창출’ 차원에서 IT·SW·사물인터넷 융합을 통해 2020년까지 1만개의 공장을 스마트화하고, 자율주행자동차나 무인항공기 등 혁신제품의 경 우에는 ‘실증 시범특구’를 조성해 사업화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할 예정이다. 이어 ‘주력사업의 핵 심역량 강화’를 위해 세계 일류 수준의 10대 핵심 소재를 2019년까지 조기 개발하는 한편 한중 FTA 를 활용하여 글로벌 소재·부품 기업의 국내 유치 와 M&A를 활성화할 예정이다. 동시에 우리 제조 업의 취약분야인 엔지니어링·디자인·임베디드 SW 등 제조업 3대 소프트파워를 ‘제2의 소재·부 품’으로 집중 육성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핵심인력 을 양성할 계획이다. 아울러 ‘제조혁신기반 고도 화’ 차원에서 제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산업단지와 산업인력양성체계를 혁신하 고, 우리나라가 동북아 R&D 허브로 도약할 수 있 도록 글로벌 기업 R&D센터, 외국계 공대를 적극 유치하여 우리 R&D프로그램에 대한 참여를 유도
할 예정이다.
제조업 혁신을 위한 정책방안
내수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서비스 산업의 특성상 시장규모가 작은 우리나라에서는 그 성장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 경제가 저성장을 탈피하고 다시 한 번 도약하기 위해서는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조업을 육 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3D 프린팅·스마트 공장 등 새로운 생산방식의 등장, 제조업과 IT·서 비스·타 산업 간 융복합 확산 등 제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제조업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보다 발전하기 위해서 는 이러한 변화에 발맞춘 정부의 혁신 지원 정책 이 필요하다.
우선 주요국의 법인세 인하 추이를 고려하여 법인세 실효세율이 올라가지 않는 방향으로 세제 정책을 운영해야 한다. 이에 더해 제조 혁신을 위 한 연구개발, 설비투자, 인력양성 등에 대한 세제 지원을 확대하여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제조업체의 R&D 투자 확대 및 혁신활동을 장려하여야 한다. 장기 R&D가 요구되는 국가 차 원의 차세대 R&D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이를 정부 와 민간이 공동으로 수행하는 등의 방안이 추진되 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부족한 혁신역량을 강화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기업이 혁신하려면 연구인력과 전문노하우가 중요하다. 그러나 이공 계 석박사는 대부분 대학과 연구기관에 소속되어 있으며, 제조업 혁신을 지원할 지식서비스산업은
선진국에 비해 낙후되어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산학연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제조업 지원서비스 산업을 선진국 수준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제조혁신의 팀플레이와 선순환 생태 계 구축이 필요하다. 최근 국제사회의 경쟁은 개 별기업 차원의 경쟁에서 국가 간 경쟁, 기업네트 워크 간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부품·뿌리산업 육 성, 제조지원 서비스 산업 육성, 산학연 협력 강 화 등을 통해 참여그룹 간 팀플레이와 선순환 생 태계 구축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제조업의 경영여건도 경쟁국 수준 이상으로 개선되어야 한 다. 우리 제조업은 경쟁국에 비해 정부의 고강도 규제를 받고 있는 것은 물론 주입식 교육시스템 으로 인해 창의적 인재의 충원에도 어려움을 겪 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인력운영 측면에서도 다 양한 고용형태를 사용하는 데 제약이 많고, 특히 제조업 생산공정에 파견이 금지되어 있어 상대적 으로 경쟁국보다 시장수요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진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정책들이 산업 간 불균형 을 심화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무선통신·디스플레이 분야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반면, 소프트웨 어·바이오 분야는 경쟁력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 는 등 산업 간 경쟁력과 발전 수준의 격차가 크다.
많은 산업군들이 고루 높은 수준에 있는 국가가 산업간 융합을 통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신 산업을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우리나라 의 제조업 내 쏠림현상이나 제조업과 서비스산업 간 격차 등 불균형이 완화되는 방향의 정책적 노 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