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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 은 글 긴 생 각
누구나 할 말 많은 집값 이야기
이휘정 |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어느 자리에나 빠지지 않는 화제가 있다. 최근 유독 그렇다. 예전 같으면 어려운 얘기는 집어치우라고 면박 이나 듣기 딱 좋았을 LTV니, DTI니 하는 단어들은 이제 전 국민이 다 아는 용어가 되어버렸다. 어디는 벌써 얼마가 올랐네, 아니야 집값은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걸 등 주장하는 목소리마다 힘이 잔뜩 실려 있다.
어째서 이토록 뜨거운 걸까. 각자 처한 입장에 따라 현 상황을 바라보는 방식이 다르다보니, 당연히 시장 에 대한 예측도 제각각이다. 집 가진 사람과 집 없는 사람, 사야 할 사람과 팔아야 할 사람. 저마다의 다른 경 험과 기대가 상황에 대한 인식과 뒤엉켜 다양한 주장이 펼쳐진다. 게다가 다른 것도 아닌 ‘집’ 아닌가. 누구나 어느 정도 나이가 차면 스스로 주거를 해결해야 하고, 거기에 드는 돈을 마련하기란 만만치가 않다. 모든 이의 일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고 특히나 우리나라에선 집값이 높고 다른 투자처가 마땅치 않아 가계자산이 대부 분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에 치우쳐 있다. 그만큼 집값 논쟁에서 자유로울 이가 드물단 얘기다.
이쯤되면 시장의 향배를 예측하기는 물론이고 정책을 펴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시장수급에 영향을 미치 는 요인, 이를 테면 인구구조나 공급물량 측면의 변화는 매우 느리고 꾸준하게 진행되는 반면, 새로운 정책 은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정부 입장에선 정책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시장이라 부담스럽다.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내야 하는데, 이해관계가 다양한데다 다른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있다보니 말처럼 쉽지 않다. 그야말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장이다.
이럴수록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데 있어 보다 긴 호흡의 접근이 필요하다. 물론 시시각각 빠르게 진 행되는 시장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일시적인 반응에 휘둘려 구조적인 변화와 흐름을 놓치게 되면 자칫 엉뚱한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고, 문제를 바로잡는 데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할 수 도 있다.
최근 몇 달 사이에 주위에서 집을 샀단 이야기가 부쩍 늘었다. 그중에는 평소 집값 하락을 주장하던 이들 이 꽤 있기에 놀리듯이 물었다. 마음이 변해 집값이 좀 오를 것 같으냐고. 그들의 한결 같은 대답은 집값이 오를 거란 기대는 하지 않는단다. 하지만 전셋값 올려주기에도 지쳤는데, 그나마도 월세로 달라고 하니 결국 비용이 적게 드는 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전세관행은 점차 사라져 가고, 거주와 동시에 투자를 병 행하려던 수요자의 인식은 비용최소화의 관점으로 바뀌고 있다. 큰 틀이 바뀌고 있으니, 당연히 정책도 변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