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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신 인문과학연구 제42집 3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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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냉전기 비동맹 국제정치의 의미와 한계

1)

김 민 수

*

초 록

본 논문은 비동맹의 정치적 상상이 지니는 여러 의미 중에 특히 국제정치와 관련한 의미에 주목하고자 한다 비동맹 운동은 냉전을 구성하고 강제하고 있던 두 초강대국. 과 그들을 둘러싼 국제적 블록이 현실주의적 힘의 논리 이외에는 어떤 대안도 허락하 지 않을 것 같았던 시기에 현실주의와 구분되는 국제정치적 상상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하고자 했다 비동맹 운동은 동 서 어느 한 진영에도 속하지 않는 정치적 중립성. 을 표방하면서 동시에 국제사회에 대한 하나의 전망을 제시했다 비록 하나의 정치 이, . 론이나 정책 프로그램으로 정립되지는 못했지만 냉전 이후 등장한 전례 없는 세계 질, 서에 대한 새로운 정치적 상상(imaginary)의 시도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본 논. 문은 냉전기 비동맹 운동이 제시했던 국제사회에 대한 인식과 정치적 해법이 동시대의 다른 국제정치적 인식과 어떤 차별성을 지니는지 그리고 어떤 고유한 의미를 지니는, 지를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냉전이 심화되면서 비동맹운동이 더 이상 발전하. 지 못했던 이유를 외적 조건이 아닌 비동맹의 국제정치적 상상 내부에서 발견하고자 한다 새로운 국제질서를 확립고자 했던 비동맹의 국제정치적 상상은 베스트팔렌체계 . 이후 초국가적 규범과 보편적 질서를 구축하고자 하는 오랜 근대적 기획에 내재된 긴 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국민국가가 식민주의와 제국주의의 지배와 억압으로부터 . 벗어나기 위한 해방의 담지자로 상정될 수밖에 없었던 제 세계의 역사성은 국민국가3 와 국제적 규범 사이의 긴장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었다 본 논문은 이러한 관점에서 . 비동맹의 국제정치적 상상에 내재했던 한계를 지적하고 이를 통해 오늘날 새로운 국, 제정치적 상상의 의미를 가늠해보고자 한다.

주제어: 비동맹 운동 냉전 국제정치 국민국가 칸트, , , ,

고려대학교 교양교육원 강사

(2)

들어가며 1.

지난 년간 한반도에서 전쟁의 영구적 종식과 평화 공존의 가능성을 2 상상할 수 있었던 짧은 정치적 대화 국면이 지나고 다시 현실주의적 논 리가 지배하는 냉전적 대립의 시간이 찾아왔다 남과 북의 냉전적 대립. 이 지속되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이라는 글로벌 초강대국의 대결이라는 대외적 압력이 작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주의의 논리를 넘어서는 국 제정치적 상상을 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현실주의적 논리는 두 세력. 의 대립과 갈등을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치적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고 단순히 주어진 권력 구조를 재생산하는 행위 전, 략을 수립하도록 강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냉전이 한창 진행 중인 시기에 등장했던 비동맹 운 동(Non-Aligned Movement)은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비동맹 운동은 . 냉전을 구성하고 강제하고 있던 두 초강대국과 그들을 둘러싼 국제적 블록이 현실주의적 힘의 논리 이외에는 어떤 대안도 허락하지 않을 것 같았던 시기에 현실주의와 구분되는 국제정치적 상상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년 반둥 회의를 통해 본격화된 제 세계 진영의 정치 세력화는

1955 3

년 베오그라드 회의를 통해 비동맹 운동으로 발전한다 비동맹 운동

1961 .

은 동 서 어느 한 진영에도 속하지 않는 정치적 중립성을 표방하면서・ , 동시에 국제사회에 대한 하나의 전망을 제시했다 비록 하나의 정치 이. 론이나 정책 프로그램으로 정립되지는 못했지만 냉전 이후 등장한 전례 , 없는 세계 질서에 대한 새로운 정치적 상상(imaginary)의 시도로 볼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다 특히 . 1927년 브뤼셀에서 결성된 반제국주의‘ 연맹(League Against Imperialism: LAI)’에 역사적 뿌리를 두고 있는 제 3 세계가 식민주의와 제국주의를 타파하고 국제민족주의(internationalist

를 실현하기 위한 초국가적 연대의 아이디어에 기반하고 있 nationalism)

(3)

다는 점에서1) 이러한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비동맹 운 동의 시도는 미국과 소련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대한 하나의 도전이 었다고 볼 수 있다 비동맹 운동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인종주의 경제. , , 적 불평등 서구중심주의 핵전쟁의 위협 등에 맞서기 위한 대안적 문명, , 화 프로젝트로 발전했으며 신생국의 독립을 보장하는 새로운 국제질서, 를 위한 상상공동체의 구성을 위한 시도라는 의미를 남겼다.2)

본 논문은 비동맹의 정치적 상상이 지니는 여러 의미 중에 특히 국제 정치와 관련한 의미에 주목하고자 한다 흥미롭게도 비동맹의 국제정치. 적 상상은 이제 막 국제정치 이론으로 체계화되기 시작했던 현실주의 이론과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다.3) 어찌 보면 양차 대전과 핵무기의 사용 이라는 전례없는 경험 이후 새롭게 등장하고 있었던 양 강대국의 대립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여러 시도들 중 하나가 비동맹의 국제정치적 상 상이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따라서 비동맹 운동이 현실주의적 논리에 . 기반해서 국제질서를 재편하고자 했던 양 진영으로부터의 정치적 중립을 추구했던 것은 단순한 중립 외교가 아니라 국제질서의 새로운 원리를 제시하고 이에 기반해 대안적인 국제사회를 확립하고자 했던 원대한 기, 획의 측면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본 논문은 냉전기 . 비동맹 운동이 제시했던 국제사회에 대한 인식과 정치적 해법이 동시대

1) 김태균 이일청 반둥 이후 제 세계론의 쇠퇴와 남남협력의 정치세력화 , , 국제정치 논총 58집 호3 , 2018, 60- 쪽61 .

2) Christopher J. Lee, “Introduction Between a Moment and an Era: The Origins and Afterlives of Bandung.” in Christopher J. Lee (ed.), Making a World after Empire: The Bandung

Moment and its Political Afterlives, Ohio University Press, 2010, p.26.

3)1950년대 중반 이후 국제정치에서 현실주의이론이 본격적으로 체계화되기 시작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Hedley Bull, “The Theory of International Politics, 1919-1969.” in

International Theory: Critical Investigation. Ed. Derian, James Der. Palgrave Macmillan, UK.

1995; Stanley Hoffmann, “An American Social Science: International Relations.” in

International Theory: Critical Investigation. Ed. Derian, James Der. Palgrave Macmillan, UK.

1995; Brian Schmidt, The Political Discourse of Anarchy: A Disciplinary History of

International Relations. SUNY Press, 1998, 등을 참조

.

(4)

의 다른 국제정치적 인식과 어떤 차별성을 지니는지 그리고 어떤 고유, 한 의미를 지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냉전이 심화되면서 . 비동맹운동이 더 이상 발전하지 못했던 이유를 외적 조건이 아닌 비동 맹의 국제정치적 상상 내부에서 발견하고자 한다 새로운 국제질서를 확. 립고자 했던 비동맹의 국제정치적 상상은 베스트팔렌체계 이후 초국가적 규범과 보편적 질서를 구축하고자 하는 오랜 근대적 기획에 내재된 긴 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국민국가가 식민주의와 제국주의의 지배와 . 억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해방의 담지자로 상정될 수밖에 없었던 제 세계의 역사성은 국민국가와 국제적 규범 사이의 긴장을 심화시킬 수 3

밖에 없었다 본 논문은 이러한 관점에서 비동맹의 국제정치적 상상에 . 내재했던 한계를 지적하고 이를 통해 오늘날 새로운 국제정치적 상상의 , 의미를 가늠해보고자 한다.

냉전기 비동맹의 국제정치적 상상과 제도화 2.

비동맹이라는 명칭이 사용된 것은 1961년 베오그라드 정상회의였지만, 비동맹 운동의 국제사회에 대한 시각과 원칙이 정립된 것은 1955년 반 둥회의였다 반둥회의의 아시아. “ -아프리카 회의 최종의정서 에는 참가” “(

국 은 세계 핵전쟁의 위기를 안고 있는 국제적 긴장 현상에 대한 깊은 ) 우려를 표명하면서 보다 큰 자유 속에서 사회적 진보와 생활수준의 향 상을 누리기 위하여 요구되는”4) 7개의 조항과 10원칙을 선언한다는 내 용이 다음과 같이 담겨 있었다.

A. 경제협력(economic cooperation) B. 문화협력(cultural cooperation)

4) 서동진 박소현 엮음 비동맹 독본 현실문화 , , , 2020, 141 .

(5)

인권과 자결주의

C. (human rights and self-determination) 종속된 인민의 문제

D. (problems of dependent peoples) 식민주의의 흔적 지우기 E. 기타 문제(other problems): 팔레스타인 인도네시아 예멘에 대한 정치적 지지 선언, ,

세계평화와 협력 증진

F. (promotion of world peace and cooperation)

G. 세계평화와 협력 증진 선언(declaration on the promotion of world peace and cooperation)

보편적인 인권 존중 및 유엔헌장의 목표와 원칙 존중 1.

모든 국가의 주권과 영토 보전 존중 2.

모든 인종의 평등과 모든 국가의 평등 인정 3.

타국가의 국내문제 불간섭 4.

유엔헌장에 준거하여 개별 국가가 스스로 또는 집단으로 자위할 권리 존중 5.

강대국의 이해관계를 위하여 집단방위 사용 금지 6. (a)

타국가에 압력을 가하는 행위 금지 (b)

특정 국가의 영토보전 및 정치적 독립에 반한 침략행위 또는 위협 금지와 무력 7.

사용 금지

유엔헌장에 준거하여 모든 국제분쟁을 분쟁당사국의 평화적 방법과 협상 조정

8. , ,

중재 및 법적 조치를 통한 해결 상호이익과 협력 증진

9.

정의와 국제책무에 대한 존중

10. 5)

다소 산만하게 보이는 여러 열망과 신념들로 구성된 반둥회의의 원칙 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식민주의와 종속에서 벗어나 . 민족 자결 추구 둘째는 세계 평화를 위해 경제적 문화적 협력 추구 셋, , , 째는 보편적 인권과 정의에 대한 존중이다.

이러한 원칙의 도출에 가장 중요한 역할은 한 것은 국제 사회의 불균 등성에 대한 인식이었다 제 세계들이 공통으로 지니고 있었던 식민주. 3 의의 경험은 단순히 제 세계나 세계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1 2 립외교를 넘어서 반제국주의 반식민주의 그리고 나아가 민족 자결의 , ,

5) Ministry of Foreign Affairs Republic of Indonesia, Asia-Africa Speaks from Bandung, 1955, pp.161-69. 김태균 이일청 앞 논문 , , 66쪽에서 재인용.

(6)

원칙을 핵심적인 원칙으로 채택하도록 만들었다 더 나아가 이들에게 진. 정한 독립과 해방이란 단순히 강대국에 대한 종속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종속이 지속되도록 만들었던 불균등한 , 국제질서를 보다 평등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따라서 평화 공존을 위한 . 경제적 문화적 협력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강대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 , . 속에서 신생독립국들이 힘의 논리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평화 공존 의 원칙을 확립하는 것 뿐이었다 따라서 제 세계는 무력사용 침략행. 3 , 위의 금지는 물론이고 더 나아가 세계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경제적 문, 화적 협력 증진을 가장 중요한 국제사회의 원칙으로 제시하게 된다 그. 리고 이러한 협력 증진은 궁극적으로 보편적인 인권과 국제 정의의 실 현을 목표로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반둥회의의 주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비동맹 이라는 명칭이 ‘ ’ 처음으로 채택된 것은 1961년 베오그라드(Belgrade) 정상회의였다 이 회. 의는 새로운 국제질서 확립과 평화 공존이라는 비동맹의 국제정치적 상 상과 노력이 구체적으로 제시된 첫 번째 계기였다 개막 연설에서 인도. 네시아의 수카르노(Sukarno)는 비동맹의 의의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비동맹은 중립이 아닙니다 우리 여기에 혼동이 없도록 합시다 비동맹은 중립이 . . 아닙니다 비동맹은 홀로 떨어져 경건한 척하는 태도가 아닙니다. . (...) 비동맹 정책 은 전쟁이 나면 중립을 취하는 정책이 아니며 비동맹은 아무 색깔 없이 중립을 취, 하는 정책이 아닙니다 비동맹은 두 거대 진영 사이에서 완충 지대 역할을 하는 것. 이 아닙니다 비동맹은 독립 영구 평화 사회 정의 자유로워질 자유라는 대의에 . , , , 대한 적극적인 헌신을 말합니다 비동맹은 이런 대의에 복무하고 인류의 사회적 분. 별과 조화를 이룹니다.6)

비동맹은 이제 단순히 협력 민족자결 인권 존중의 원칙을 확인하는 , ,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원칙의 실현을 위한 정치적인 노력을

6) 서동진 박소현의 앞의 책 , 181 .

(7)

촉구하고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기까지 한다 이러한 실천의 일환으로 , . 베오그라드 회의는 모스크바와 워싱턴에 비동맹을 대표하는 정치 지도자 들이었던 인도의 네루(Nehru), 가나의 은쿠루마(Nkrumah), 인도네시아의 수카르노 말리의 케이타, (Keita)를 파견하여 영구적인 핵군축을 요청하는 평화에 대한 호소 서한을 전달하게 된다 이 서한에는 우리는 당신

“ ” . “

둘 다 흐루시초프 케네디 세계 평화를 위해 헌신할 것이라는 것 그리( , ) , 고 당신들의 지속적인 협상을 통한 노력이 현재의 교착상태를 벗어나서 세계와 인류가 번영과 평화를 누리도록 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라는 도” 덕적 호소가 담겨 있었다.7)

그러나 평화공존과 세계평화에 대한 비동맹 운동의 열망의 기저에는 항상 국제적 종속과 지배를 철폐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존재하고 있었 다 따라서 비동맹 운동이 점차 회원국을 늘려가면서 영향력을 확대해가. 자 국제적 종속에 대한 문제제기가 본격화되기 시작한다 대표적으로 .

년 콜롬보 정상회의에서는 글로벌 경제 정의에 대한 요구 1976 (Colombo)

가 표면화되게 된다 이 회의에서 비동맹 운동은 부유한 국가들이 빈국. 에게 행하는 경제적 불평등과 부정의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새로운 국제“ 경제질서의 확립을 통한 국제경제 관계의 완전한 재구성 없이는 개발도 상국들이 수용할 수 있는 발전의 수준을 달성할 수 없을 것 이라고 선” 언한다.8) 새로운 국제경제질서에는 국제 무역의 근본적 재구성 새로운 “ , 국제분업에 기반한 세계 생산의 근본적 재구성 현존하는 국제 통화제도, 의 근본적 정비 자원의 충분한 이전 최빈국과 부채 위기를 경험하는 , , 국가들의 외채 문제 해결 개발 도상국의 농업 발전을 위한 재정적 기, , 술적 원조 등이 포함되는데 이는 평화 공존이 단순히 전쟁과 폭력의 ” 부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 정의의 실현을 통한 착취의 철폐와

7) Vijay Prashad, The Darker Nations: A People's History of the Third World. New York: New

Press. 2008, p.101.

8) Jayantanuja Bandyopadhyaya, “The Non-aligned Movement and International Relations”

India Quarterly 33(2), 1977, p.150.

(8)

경제적 평등의 실현을 의미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년 아바나 정상회의에 개 회원국 개의 옵서버국 1979 (Havana) 95 , 9 , 10 개의 초청국이 참여하면서 냉전기 비동맹 운동은 절정을 이룬다 이 회. 의에서는 본격적으로 비동맹 국가들간의 통합 연대 협력을 강화하는 , , 제도적 수단들이 채택되었고 회담장소 시간 아젠다 행정 재정 포함 을 , , , , ( ) 포함하여 정상회의의 절차와 관련된 문제들 그리고 심지어 정상회의 결, 의안 초안 작성을 담당하는 조정국(Co-ordinating Bureau)의 구성에 관한 결정들이 도출되기에 이른다.9) 조정국은 정상회의 장관급 회담 등에서 , 채택된 결정과 강령 실행을 위해 비동맹 국가들의 연합 활동을 조정하 는 역할을 담당했다. 36개국의 대표들이 참여하여 컨센서스에 기반하여 결정을 내리고 개별 국가들의 활동을 조율하는 조정국의 역할은 비동맹 , 운동의 제도화를 위한 시도였다 더구나 회원국 수가 늘어나면서 이데올. 로기적 다양성과 이질성 다루어야 하는 이익과 이슈가 끊임없이 확장되, 는 가운데 국가적 지역적 글로벌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문제가 비동맹 , , 운동의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되어 가고 있었다.

아바나 정상회의에서는 소비에트 진영으로 기울고자 했던 쿠바와 이 를 막으려는 티토 사이의 긴장 캄보디아 이집트 문제를 둘러싼 회원국, , 들 사이의 갈등 중재 등이 중요한 쟁점으로 부상했다.10) 온건파였던 인 도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유고슬라비아의 노력으로 소비에트 진영과의 , , , 협력을 강화하려고 했던 쿠바의 시도는 실패하게 되었지만 캄보디아와 , 이집트 문제를 두고 회원국들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문. 제에 대한 결의안이 다음 회의로 연기되면서 비동맹 회원국들 간의 견, 해 차이 이익 충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 모색되기 시작했다, . 이에 회원국들 사이에 이익이 충돌할 때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당

9) Malabika Banerji, “Institutionalization of the Non-Aligned Movement”, International Studies

20(3-4), 1981, p.553.

10) ibid, p.557.

(9)

사국 간의 회담이 개최되도록 해야 하며 이 회담은 다른 대표부들에게 , 공개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제정되었다 또한 회원국의 주권과 비동맹운. 동의 민주적 성격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결의안에 대한 유보 행위 가 인정되었다.11)

반둥회의에서부터 아바나 정상회의까지 이어지는 비동맹 운동의 전개 과정은 새로운 국제정치적 상상을 제시하고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이었, 다고 할 수 있다 비동맹 운동은 국제사회에 존재하는 힘의 불균등성과 . 종속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평화공존과 국제경제질서의 재구성이라는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국제적 통합 연대 협력의 노력을 , , , 제도화했다 비록 .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비동맹운동은 여러 외부적 요 인들과 맞물려 쇠퇴했지만 글로벌 헤게모니의 쇠퇴와 위기가 가시화될 , 때마다 그 기억이 소환될 만큼 비동맹의 국제정치적 상상은 나름대로의 성과와 의미를 남겼다고 할 수 있다.

비동맹 국제정치의 의미와 고유성 3.

일반적으로 국제정치분야에서 비동맹 운동의 전략은 중립외교의 관점 에서 평가되곤 한다 이러한 평가는 비동맹의 전략이 열강 간의 힘의 분. 배에 대처하기 위한 기교적 반응에 불과한 것이라는 지적12), 동 서 양 ・ 진영으로부터 경제적 이득을 얻음으로써 경제발전을 꾀하려는 전략이라 는 지적13)을 수반한다 이러한 관점은 비동맹이 주권 국가의 권력 추구. 와 권력 극대화를 불변의 보편적 행위 원리로 간주하는 현실주의적 인

11) ibid, p.558.

12) Rothstein, Robert L. The weak in the world of the strong: the developing countries in the

international system. Columbia University Press, 1977.

13) Durfey, R. W., and Robert E. Osgood. “Alliances and American Foreign Policy.” Naval War

College Review 22(5), 1969, p.16.

(10)

식을 그대로 수용하는 가운데 단순히 국가의 이익을 전략적으로 계산한 , 결과일 뿐이라는 평가와 연결된다 상당수의 비동맹 회원국들이 결과적. 으로 동 서 어느 한 진영으로 편입되거나 이익을 위해 양 진영 사이에서 ・ , 빈번히 진동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러한 평가가 일면 타당해 보인다.

비동맹 중립이 전시의 중립을 의미하는 전통적 의미의 중립 개념과 달리 일상적으로 협력과 타협을 통하여 국제적 영향력을 형성하고 이, , 를 통해 강대국과의 협상 능력을 강화하여 자립성과 국가 이익을 보호 하려는 적극적인 전략이라는 해석 역시 존재한다.14) 이는 비동맹이 동서 대립을 완화하고 조정하며 양 진영에 압력을 가하여 영향력을 행사함으, 로써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베오그라드 정상회의의 적극적 역할 론에 근거하는 것이다 이러한 평가 역시 비동맹의 중립 원칙이 자국의 .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현실주의적 전략이라는 해석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반둥회의 이후 비동맹 운동의 전개 과정을 살펴보면 이를 단 순히 현실주의적 논리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 다 비동맹이 가장 강조했던 평화 공존의 원칙은 국가의 자기결정권과 . 주권의 정당성을 지지하면서도 국가 권력의 증대를 위한 침략행위 또는 , 위협 금지와 무력사용 금지 평화적 방법과 협상 조정 중재 및 법적 조, , , 치를 통한 분쟁 해결 상호이익과 협력 증진 정의와 국제책무에 대한 , , 존중을 강조한다 이는 비동맹의 국제정치적 상상이 현실주의적 권력 추. 구 행위에 기반한다기보다 현존하는 현실주의적 국제관계와 질서를 변화 시키고자 하는 정치적 의지의 표명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강. 대국들이 힘의 논리를 앞세워 지배하고 있는 국제사회에서 국가의 권력 증대 행위에 일정한 규범적 한계를 만들기 위한 국제적 협력과 연대를 강조하는 것이 비동맹의 국제정치적 상상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실주 의와의 차별성은 좀 더 분명해진다.

14) 여정동 국제정치와 제 세계 나남, 3 , , 1996, 227 .

(11)

현실주의는 국제사회의 본질은 무정부 상태라고 간주하면서 자연상태 속에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정당화되는 것처럼 국제사회에서도 국가들의 무한한 권력추구 행위가 정당화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 . 과정에서 국가 간 타협과 협력은 권력과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일시 적 행위 전략일 뿐 규범적인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 반면 비동맹 운동. , 은 국제사회의 무정부성을 국제정치의 본질적 속성으로 간주하지 않았 다 만일 비동맹 운동이 무정부성을 국제정치의 본질적 속성으로 간주했. 다면 국가들의 권력증대 행위에 제약을 두어야 한다는 규범적 원칙을 , 제시하지 않았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가 간 협력과 연대를 통해 정의. 와 인권 평화와 같은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전망 역시 제시하지 못했, 을 것이다 콜롬보 정상회의에서 제기되었던 경제적 정치적 정의와 평등. ・ 이 실현되는 국제사회에 대한 요구는 현실주의적 국제사회의 모습과 가 장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새로운 국제사회를 건설하고자 했던 비동맹 운동의 시도는 국제질서 와 규범을 단순히 권력정치의 결과물이라고 간주하거나 기껏해야 국가들 간의 권력투쟁을 둘러싼 행위규범의 정당성(legitimacy)의 관점에서 이해 하는 현실주의 국제정치와 구분된다.15) 현실주의는 권력의 비대칭성을 주어진 행위 조건으로 인식하고 국제사회의 질서가 이러한 권력 구조로 부터 비롯되는 것으로 간주한다 이러한 인식에서 국제사회의 질서는 특. 정한 가치를 추구할 수 없고 해서도 안되며 개별 국가들은 국제 사회, , 의 권력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행위만을 할 수 있을 뿐이다 반면 비동맹 운동이 추. 구했던 새로운 국제사회는 연대와 정치적 공감을 바탕으로 추구할 만한 공동의 목표와 가치를 지닌 공동체적 성격을 지니고 있었으며 따라서 ,

15) 현실주의가 권력투쟁의 규칙과 규범의 관점에서 규범성 정당성을 지닌다는 주장으로 는 Matt Sleat, “Legitimacy in realist thought: Between moralism and realpolitik.” Political

Theory 42(3), 2014 참조

.

(12)

비동맹 운동은 공동체 구성원들의 상호작용은 물론이고 현존하는 국제질 서를 변화시키기 위해 추구해야 하는 공통의 규범과 질서를 제시했다. 반둥회의부터 아바나 정상회의까지 비동맹 운동이 강조해왔던 새로운 국 제질서의 원리나 이를 위한 회원국 간의 상호작용 원칙은 이러한 면을 잘 드러내준다.

비동맹의 국제정치적 상상이 현실주의와 구별되는 이러한 특징들에 주목하다 보면 국가간 협력과 타협을 통한 국제사회 질서의 추구라는 점에서 20세기 초에 등장했던 윌슨주의적 이상주의(Wilsonian Idealism) 와의 유사성을 떠올리게 된다 국제연맹. (LN)과 국제연합(UN)을 통해 시 도되었던 윌슨주의적 이상주의는 국가들의 권력 극대화 행위와 세력 균 형을 전쟁의 원인으로 보고 이를 규제하기 위해 국제사회에 고도로 조 직된 질서를 창출하려는 시도였다.16) 비동맹의 국제정치가 국제사회의 협력 가능성으로부터 특정한 국제질서를 형성할 수 있다고 본다는 점에 서 이상주의와 유사성을 지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비동맹의 국제정. 치는 권력의 불균등성이 작동하는 현실을 출발점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이상주의와 다른 인식 지평 속에 위치한다 비동맹 국제정치가 국제사회. 를 기본적으로 협력과 타협이 가능한 공간으로 인식하는 이유는 국제사 회가 무정부상태라는 현실주의적 인식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 나 이는 국제사회에 자연법적 규범이 존재한다고 보는 이상주의적 인식 때문이 아니다 비동맹 운동의 출발점은 제 세계가 강대국과의 위계적 . 3 관계 속에 놓여 있으며 국내의 정치과정을 결정하는 힘이 외부적 종속, 에 있다는 인식이다.17) 즉 국제사회에서 작동하는 힘의 원리를 부정하, 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힘의 원리와 권력관계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 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과 인식으로부터 국제사회의 변화 필요성을

16) David Armstrong, “The Evolution of International Society”, The Globalization of World

Politics, 2014. p.44.

17) Arlene Ticker, “Seeing IR Differently: Notes from the Third World”, Millenium: Journal of

International Studies 32(2), 2003.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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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하는 것이다 따라서 비동맹의 국제정치적 상상은 국가를 포함한 다. 양한 국제사회의 행위자들 사이의 협력 가능성을 제기하는 데 그치는 자유주의적 국제정치이론과 달리 근대 역사를 관통하면서 형성된 식민주 의와 제국주의 그리고 이로 인해 초래된 국가 간의 만성적인 불평등과 , 종속의 해결이라는 구체적 목표를 추구하는 정치적 강령이었다고 볼 수 있다.18)

이러한 의미에서 냉전기 비동맹 운동의 시도는 같은 시기에 서구 학 계에서 형성되고 있었던 국제정치적 상상과 일정한 차별성을 지닌 새로“ 운 국제 공동체에 대한 상상 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19) 여기서 새로운 국제 공동체(communitas)는 서구 제국주의의 경험과 미 소 양 진영이 이・ 미 형성하고 있던 현존하는 국민국가 중심의 국제 공동체(community)를 넘어 추구되었던 대안적 공동체를 의미한다 새로운 국제 공동체는 식민. 주의와 제국주의로부터 벗어나 정치 경제 사회적 아젠다를 스스로 설정・ ・ 할 수 있는 자결권(self-determination)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며 이 , 속에서 개별 주권 국가들은 주권의 침해없이 연대의식과 정치적 공감을 통해 상호작용함으로써 함께 대안을 모색해 가는 정치적 주체로 행위하 게 된다.20) 이런 관점에서 보면 반둥회의부터 지속적으로 강조되어 왔, 던 평화공존 식민주의로부터의 해방 주권 국가의 자율성이라는 원칙은 , , 냉전 구조가 강제하고 있던 국제 공동체의 규범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대안적 국제 공동체 설립 운동으로 이해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아바나 . 정상회의를 통해 구체화된 비동맹 운동의 제도화 역시 대안적 국제 사

18) 이러한 의미에서 비동맹의 국제정치적 상상은 대표적인 포스트식민주의(post- 적 기획으로 해석되곤 한다 비동맹 운동은 식민주의를 타파하기

colonialism) .

위한 국제 연대 활동이었으며 프랑스의 네그리튀드, (negritude) 운동 반제국주의운, 동 탈식민운동 등과 결합됨으로써 제 세계의 정체성을 재발견하고 대안적 문명화, 3 를 이루기 위한 다층적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 김태균 이일청 앞의 논문 , , 62쪽 참조.

19) Christopher J. Lee, ibid. p.26.

20) Christopher J. Lee, ibid. p.26.

(14)

회의 건설의 가장 구체화된 시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서구의 식민주의 제국주의에 대한 도전과 새로운 국제질서의 , 구축이라는 비동맹 국제정치의 목표 속에는 국민국가체계가 성립된 이래 로 초국가적 규범과 보편적 국제 질서를 구축하고자 했던 시도들이 직 면해왔던 곤란과 긴장이 마찬가지로 내재되어 있었다 다음 절에서는 이. 러한 긴장을 통해 비동맹 국제정치가 지녔던 한계를 살펴보도록 한다.

비동맹 국제정치의 한계 4.

현실주의나 이상주의와 일정한 차별성을 지니는 비동맹의 국제정치적 상상은 국제사회에서 도덕적 연대를 강조하는 독특한 국제정치사상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러한 입장은 주권 국가로 구성된 낡은 국제사회의 허. 상이 인류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를 더 이상 주권 국가들의 국 가이성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존엄성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새로운 원리로 재구성하는 것과 관련된다.21) 여기에는 중요한 두 가지 전제가 포함되어 있다 첫째는 주권 국가 간의 불균등한 권력으로 인해 . 지배와 종속이 만연하는 현존하는 국제사회가 유효하지도 정당하지도 , 않다는 점이고 둘째는 이런 상태가 일련의 과정을 통해 수정되고 일소, ,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22) 따라서 현존하는 국제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정 치적 노력은 인류 전체의 안전과 존엄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정의로운 국 제사회를 형성하고자 하는 도덕적 노력과 연결된다.23)

21) Martin Wight, “An Anatomy of International Thought”, Review of International Studies

13(3), 1987, p.224.

22) ibid, p.224.

23) 이는 오늘날 도덕적 코스모폴리타니즘(moral cosmopolitanism)의 문제의식을 상기시킨 다 도덕적 코스모폴리타니즘은 현존하는 국제 사회의 경제적 생태적 정치적 법적. , , , , 사회적 조건들의 부정의를 지적하면서 국제법과 규범의 결정 과정에서 모든 인간이 도덕적으로 동등하게 고려되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

(15)

국제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이러한 도덕적 노력은 계몽의 정신‘ (the 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바람직한 국제질서의 필요 spirit of Enlightenment)’

성을 주장했던 칸트적 기획과 동일한 문제의식을 지닌다 칸트의 계몽의 . 기획은 개인의 자유(freedom)와 자율성(autonomy)을 공동체의 보편적 법, 적 형식적 질서와 통합함으로써 완성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목표를 달, . 성하기 위해서 칸트는 주권과 자율성을 지닌 개별 공화국으로 구성된 세계 연방과 세계 시민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칸트에게 있어서 인간이 . 미성숙에서 벗어나 자유와 자율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시민 더 , 나아가 세계 시민으로 자신을 인식할 수 있는 외적 세계들이 요구된다. 칸트가 영구평화론 을 통해 공화정의 중요성을 제기했던 것은 그것이 자유와 자율성의 실현을 가능하게 하는 외적 세계로서의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었다.24)

칸트는 공화정의 보존과 유지를 위해 전쟁과 파괴의 행위가 일반화되 어 있는 국제사회를 변화시킬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쟁은 개인의 자유와 . 자율성의 객관화를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칸트는 공화정. 의 보존과 유지를 위해 국제법은 자유국 연방제에 근거해야 한다 는 국“ ” 제사회의 상을 제시한다 공화정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자유국들의 연방. 제가 결코 세계 국가(world state 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칸트는 평) 화연맹(foedus pacificum)으로서의 연방제를 추구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 연방제는 모든 전쟁을 영원히 종식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종류의 연맹은 . 어떤 국가 권력에 대한 지배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고 국가의 자유 그 자체와 연맹

A.R. Bernstein, “Moral Cosmopolitanism” in Chatterjee, D.K. (eds) Encyclopedia of Global

Justice

. Springer, Dordrecht, 2011. 참조.

24) 칸트의 영구평화론 이 칸트의 도덕 철학에서 지니는 의미에 대해서는 장동진 장휘, 칸트와 롤즈의 세계시민주의 도덕적 기획과 정치적 기획 정치사상연구 제 집

: ,” 9

(2003), 195-222 , 쪽 김범수 칸트의 자유 개념과 평화론 국가의 자유와 국제 공법, “ : 의 양립 가능성을 중심으로,” 국제정치논총 59(3), 2019, 7- 쪽 참조54 .

(16)

안의 다른 국가의 자유를 보장하고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25)

평화연맹 속에서 공화정의 자유를 보장하고 유지하는 것은 개인의 자 율성을 공동체의 객관적 형식적 법적 질서와 통합킴으로써 공화정을 구, 성하고 있는 인민들의 자유를 보존하기 위해서다 칸트가 평화연맹의 실. 현 가능성을 주장하면서 개별 국가들이 자연상태에서의 개인과 같은 도 덕적 인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평화연맹을 수립할 것이라고 주장26)하 는 것은 국가를 개인의 도덕적 자유의 확장된 영역으로 간주하기 때문 에 가능한 것이었다 따라서 국가들 간의 평화 유지는 개별 국가들의 자. 율성을 제거하는 세계 국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가의 자유를 보장하는 세계 연방(World Federation 에 의해서 가능해진다 그리고 이들 국가들은 ) . 개인과 마찬가지로 도덕적 인격을 가지고 다른 국가들과 자유롭게 교류 하고 연합함으로써 칸트의 도덕적 기획의 궁극적 영역인 세계 시민으로 서의 도덕적 보편성을 획득해나갈 수 있도록 한다.

비동맹이 추구했던 평화 공존 주권 국가의 자율성과 독립 평등한 국, , 가 간 관계 그리고 인간 존엄성의 보장이라는 이상은 전혀 다른 역사적 , 시기와 맥락 상황에서 등장했지만 칸트의 계몽의 기획이 도달한 정치적 , 결론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물론 비동맹의 국제정치적 상상에 개인의 도. 덕적 자유나 자율성의 획득이라는 목표가 내재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랜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의 지배와 억압으로부터 벗어나 주체적 이고 자립적인 세계를 건설하겠다는 이상은 자유와 자율성의 실현을 가 로막는 파괴적인 국제사회의 질서를 변화시킴으로써 계몽의 정신을 실현 하려 했던 칸트의 도덕적 이상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반둥회의에서 제. 시된 개 조항과 7 10개 평화원칙은 비동맹이 꿈꿨던 지배와 억압으로부

25) I. Kant, Perpetual Peace, edited, with an introd., by Lewis White Beck, New York : Liberal Arts Press, 1957, p.18.

26) ibid, p.19.

(17)

터의 해방이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국가 주권의 보장을 의미 하며 동시에 식민지 민중들이 오랜 기간 서구의 제국주의적 지배에 의, 해 상실되었던 정치적 주체로서의 지위를 되찾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27)

주권 국가의 독립과 자율성에 대한 보장 그리고 이를 통한 평화공존 , 체제의 달성이라는 비동맹의 정치적 이상은 영구 평화론 의 핵심 아이 디어와 공명한다 그리고 이는 식민적 지배의 형식적 종식을 넘어 서구. 에 대한 정치 문화 사회적 종속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던 제 세계의 ・ ・ 3 포스트식민주의적 구상에 칸트의 계몽의 기획에 담겨 있는 곤란이 내재 되어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칸트의 영구 평화론 에 담긴 곤란은 평화를 보장해줄 국제사회의 형 태가 세계국가가 아닌 평화연맹 즉 연방의 형태라는 점이었다 세계 국, . 가 혹은 정부가 전제정(tyranny)을 행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제기된 세계 연방은 개별 공화국의 자율성과 주권을 보장해주는 국제질서였다 개별 . 공화국은 개인의 도덕적 자유가 확장된 영역이기 때문에 개별 국가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것은 개인의 도덕적 자유의 객관적 실현에 필수적 이다.

문제는 개별 국가들의 자율성이 칸트의 바람과 달리 평화를 위협하고 다른 국가 시민들의 도덕적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칸. 트는 개별 국가들이 사회의 구성원이 가진 자유의 원리 단일한 공동입, 법에 대한 모든 이들의 동등한 종속 평등의 원리에 의해 성립되는 공화, 정이어야 한다는 전제를 영구 평화론 의 첫 번째 확정조항으로 내세우 지만,28) 이러한 조항이 다른 국가나 세계 시민의 자유와 자율성 침해의

27) 비동맹 운동이 미 소 양 진영으로부터의 중립을 통한 민족주권의 보장과 동시에 아 시아적 민중 혹은 인민 주체의 형성 과정이었다는 주장으로는 백원담, 「아시아에서 1960- 년대 비동맹 제 세계 운동과 민족 민중 개념의 창신70 / 3 , 중국현대문학 (49), 2009, 127-190쪽 참조.

28) Kant, ibid., p.12.

(18)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칸트가 영구 평화론 에서 세계 . 시민으로서의 보편적 도덕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원리로 제시했던 보편적 환대 의 권리 가 개별 공화국의 주권에 의해 제한될

‘ (hospitality) ’

수 있음을 고려하면 이러한 우려는 오히려 더욱 커지게 된다.29)

칸트가 보편적 환대의 권리를 제한하고자 했던 이유는 주관적 자유의 객관화가 우선적으로 한 국가 내에서 일어난다고 보기 때문이었다 즉. , 자유의 객관화가 시작되는 원초적 계약(original contract 은 국가의 성립 ) 그 자체를 도덕적 인격체의 성립으로 간주하도록 하기 때문에 그러한 국가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보편적 권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국가란 국가 자신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명령이나 지배를 받지 않는 인간 사회이다 국가란 그 자체 뿌리를 지닌 줄기와 같다 나무의 접붙이기처럼 한 . . 국가를 다른 국가에 병합시킨다면 그것은 도덕적 인격체로서의 국가의 지위를 파, 하는 것이며 국가를 물건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그런 합병은 원초적 계약의 이념에 . 위배되는데 그런 이념이 없다면 국민에 대한 어떠한 법도 생각될 수 없을 것이다, .30)

국가를 도덕적 인격체로 인정하고 국가의 자유를 중요하게 간주하는 , 것은 칸트가 세계 국가를 추구하지 않고 또한 보편적 환대의 권리를 제, 한적으로 규정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된다 그러나 도덕적 인격체로서의 . 국가의 자유로부터 도출되는 제한적인 환대의 권리는 세계 시민사회에서 의 도덕적 자유를 실현하려는 칸트의 궁극적인 기획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도덕적 자유를 세계시민사회에서 실현하기 위해서는 보편. 적 환대의 권리와 같은 외적인 규범이 세계 시민의 상호 교류 소통 결, ,

29) Kant, ibid., pp.22-23 환대의 권리란 타국의 거주민들로부터 적으로 취급받지 않음으. 로써 그들과 교류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도덕적 원칙이다 환대의 권리를 통해 모. 든 개별 국가의 시민들은 다른 국가의 시민들을 인류 공동체의 동질적 구성원으로 인식하고 이로써 타국의 시민들과의 교류를 더욱 촉진할 수 있다 그리고 타국의 시. 민들과의 교류는 세계 시민으로서의 보편적 도덕을 추구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30) Kant, ibid., p.4.

(19)

사를 가능하게 해주어야 하지만 이 외적인 규범을 도덕적 인격체로서의 , 국가가 판단하도록 함으로써 교류와 소통의 가능성이 불분명해지게 되기 때문이다.

보편적 도덕 원리를 실현하기 위해 오히려 주권 국가의 결정이 특권 화되는 칸트적 기획의 역설은 근대 국민국가의 역사 속에서 민주적 정 당성(democratic legitimacy)의 역설로 드러난다.31) 민주주의는 보편적 인 간의 존엄성과 권리에서 출발하지만 국민국가의 영토적 경계 속에서 민 주적 자기결정권으로 구체화되어 왔다 민주적 정당성이 보편적인 도덕 . 원칙을 압도하게 되는 것이 근대 민주주의의 역사였다는 점을 상기해보 면 칸트적 기획의 난점이 지닌 역사성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 난점은 비동맹의 국제정치에서 훨씬 더 심각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게 된다 비동맹의 국제정치에서 제시되는 독립과 주권에 대한 불간섭의 요. 구는 비록 도덕적 이유는 아니지만 민주적 정당성의 관점에서 강력한 , 설득력을 지닌다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운명을 스. 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된 제 세계 국가들에게 자결권3 (self-determination) 과 주권의 의미는 다른 가치들을 압도할 수밖에 없었다.32) 그리고 그것 은 때때로 평화 공존과 협력이라는 비동맹 국제정치의 핵심 원리보다 중요하게 간주되었고 강력한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었다, .

현존하는 국제질서를 변화시키기 위한 개별 국가들의 협력과 연대가 민주적 자기결정권 주권의 자율성과 양립하기를 원하지만 항상 실패할 ,

31) Seyla Benhabib, The rights of others: Aliens, residents, and citizens.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4. p.44.

32) 제 세계에 전통적인 민족국가와 민족주의에 기반한 주권 개념과는 다른 공동체와 3 주권 개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프란츠 파농(F. Fanon)의 포스트식민적 기획에서 제 기된 바 있다 그러나 민족해방을 보편적 가치를 발견하는 것과 연관시키고 국제주. , 의로 확장하고자 했던 파농의 아이디어는 파농이 직접 관여했던 알제리민족해방전선 에서도 배타적 민족주의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고 비동맹 운동의 국제정치적

(FLN) ,

기획에도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서는 서동진 박소현의 앞의 책. , 304-309 쪽 참조.

(20)

수밖에 없는 근대적 기획의 한계는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왔다 국제적 . 연대나 상호 협력의 원리가 국가의 주권과 자율성을 능가해서는 안된다 는 것이 입증될 때마다 개별 국가들은 주권과 자결권을 강화한다는 명 분으로 현실주의적 각자도생의 전략을 채택해왔다 이는 냉전 시기 내내 . 비동맹 진영에서 이탈하거나 비동맹 중립의 원칙을 위반하는 국가들이 빈번하게 등장했던 이유를 설명해주기도 하며 비동맹 운동이 냉전의 붕, 괴 이후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 속에서 오히려 그 힘이 약화되었던 이유 를 설명해주기도 한다.

개별 국가의 현실주의적 행위를 제약할 수 없는 평화 공존과 협력 원 칙의 무기력함은 단지 제 세계와 비동맹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는 근대3 . 국민국가라는 틀이 형성되었던 17세기 이후 평화를 달성하고 인류의 보 편적인 규범을 형성하고자 할 때 항상 부딪히는 근대적 인식의 한계 지 점이라고 할 수 있다.33) 오늘날 여전히 국제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현실 주의적 힘의 논리에서도 국제사회의 보편적 규범의 무기력함은 잘 드러 나고 있다 그것은 국민국가체계가 등장한 이래로 특권화되었던 주권이 . 만들어 낸 문제이자 제 세계의 등장과 함께 더욱 그 의미가 강조되었, 3 던 주권의 민주적 정당성이 만들어낸 문제이기도 하다.

비동맹은 분명 당대의 서구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었던 국제정치적 상 상과 구별되는 의미있는 시도였다 그러나 이 시도는 근대국민국가 체계. 를 획기적으로 넘어서는 상상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이는 칸트적 기획에, 서부터 시작되는 주권 국가와 보편적 국제 규범 사이의 긴장과 딜레마 를 벗어나지 못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날 .

33) 롤즈의 만민법(Law of peoples 은 이러한 과제를 풀기 위한 하나의 시도라고 할 수 ) 있다 롤즈는 이러한 민족. -국가 간 체계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국가이성(raison 의 정당성이 평화를 유지하고 보편적 규범을 마련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한다

d'Etat) ,

고 보기 때문에 국가(state)가 아닌 민족(people)을 대안적인 정치 공동체로 상정한다. 이에 대해서는 John Rawls, The Law of Peoples, Cambridge: Harvard University Press, 1999를 참조.

(21)

우리가 새로운 국제정치적 상상을 시도한다면 그 출발점은 근대의 국제, 정치적 상상의 전통과 그 실패의 지점이어야 할 것이다.

맺음말 5.

냉전기 비동맹의 국제정치적 상상이 단지 근대국민국가 체계를 넘어 서지 못하는 내적 한계 때문에 주목할만한 성과를 얻지 못하고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 1970년대 후반 시작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정책이 글 로벌 거버넌스를 형성하는 가운데 제 세계에 불어 닥친 외채위기와 경3 제위기는 비동맹의 정치적 입지를 제한하는 직접적인 외적 조건이었 다.34) 여기에 1980년대 후반 냉전의 한 축이었던 제 세계가 붕괴됨에 , 2 따라 비동맹은 사실상 그 정치적 의미를 상실하게 되었다 비동맹의 국. 제정치적 상상이 네루 나세르 수카르노와 같은 카리스마있는 정치 지, , 도자들에 의해 주도되었기 때문에 이들이 정치적 권력을 상실한 뒤에 비동맹의 이상이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는 점은 이러한 외적 조건들 에 비하면 부수적으로 보일 정도다.

그러나 비동맹 운동이 실패하는 데 영향을 미친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제 세계 그룹 자체에 존재하는 이질성이었다 식민주의와 제국3 . 주의에 맞선다는 공동의 목적으로 결성된 국제적 연대는 개별 국가들이 처한 독특한 정치 사회 경제적 상황과 이해관계로 인해 지속적으로 약・ ・

34) 여기서 신자유주의의 확립이 결과적으로 전통적 의미의 주권을 약화시켰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국제질서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국민국가들은 발전과 . 생존을 명분으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정당화함으로써 신자유주의적 통치성을 확 립하는데 기여했다 신자유주의적 국제질서는 다수의 국민국가를 필요로 했으며 주. , 권의 자발성을 외양으로 하고 등장했다 이런 의미에서 국민국가의 주권은 신자유주. 의와 공명했으며 신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공고화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 국민국가와 신자유주의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는 I. Wallerstein, The Politics of the

World - Economy: The State, the Movement and the Civilizations,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4. 참조.

(22)

화되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식민주의와 제국주의 자체를 부정하지 않, 는 구엘리트 계급과 대중의 타협 속에서 형성된 기형적인 민족주의의 등장과 같은 내적 분열을 맞이해야 했다.35) 이러한 상황에서 현존하는 국제질서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겠다는 공동의 목표가 개별 국가들의 이익과 충돌할 때 이를 해결해줄 정치적 기제가 존재하지 않 았던 것이 이러한 분열을 가속화시켰다.

그러나 이는 비동맹 운동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오늘날 인류가 직면하. 고 있는 명확한 공동의 위기들에도 불구하고 만족할만한 국제적 연대나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 역시 근대국민국가 체계 위에서 초국가적 규범과 보편적 질서를 구축하고자 하는 근대적 기획에 내재된 구조적 한계를 잘 보여준다 따라서 우리는 근대 국제질서를 여전히 지탱하고 . 있는 베스트팔렌체계를 다시 사유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기에 와있는지도 모르겠다 냉전이 시작되면서 국제정치의 본질과 의미를 새롭게 규정하. 고 새로운 국제정치적 상상을 시도했던 비동맹 운동이 오늘날 지니는 의미는 역설적으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비동맹 운동은 식민주의. 와 제국주의로부터 벗어나 정치 경제 사회적 아젠다를 스스로 설정하고・ ・ , 이 속에서 개별 주권 국가들이 주권의 침해없이 연대의식과 정치적 공 감을 바탕으로 대안적 국제 공동체를 설립한다는 것은 근대 국민국가체 계를 완전히 재구성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교훈을 남겨주고 있다.

오늘날 냉전적 대립이 지속되고 있는 한반도에서 냉전을 넘어서기 위 한 정치적 해법은 비동맹이 남긴 교훈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 한 교훈은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권력투쟁을 주어진 정치적 조건 으로 인식하면서도 현실주의적 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협력과 타협을 통 해 새로운 동북아시아 국제질서를 창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

35) 아랍사회주의 아프리카사회주의 인도의 사르보다야, , (Sarvodaya), 인도네시아의 나사 (NASAKOM) 등의 교조적 사회주의가 대표적이다 김태균 이일청 앞의 논문. , , 78 .

(23)

다 남북 간의 긴장을 완화하고 주변국들과 평화공존의 국제질서를 확립. 할 수 있는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국제적 현실과 힘의 불균등 성을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동북아시. 아의 새로운 국제질서가 근대 국민국가체계의 한계 속에 머물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는 민주주의와 주권 사이에 존재하는 근. 대적 의미를 새롭게 재구성하는 노력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즉 민주적 . , 자기결정권이 주권 국가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local) 공동체 및 국제 공동체의 범위에서 재규정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적 상상이 필요 한 것이다.

여전히 전쟁의 영구적 종식과 평화 공존을 가장 시급한 국제정치적 현안으로 다루어야 하는 한반도의 냉전적 대립 당사국들에게 현실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국제정치적 상상은 어쩌면 그 어떤 지역에서보다 더 어려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평화와 전쟁 종식을 위한 우리의 정치적 . 시도가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비동맹 운동의 국제정치적 상상이 남 긴 교훈을 되새겨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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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The Meaning and Limitations of International Politics in the Non-Alignment Movement during the Cold War

Kim, MinSoo

(Korea Univ.)

This paper focuses on meaning of international politics of the political imagination in the Non-Alignment Movement(NAM). The NAM attempted to present an international political imagination that was distinguished from realism as an alternative at a time when the two superpowers and the international block surrounding them that constituted and enforced the Cold War would not allow any alternatives other than the logic of realist power. The NAM advocated a political neutrality that did not belong to either the East or the West, and at the same time presented a perspective for the international community.

Although not established as a single political theory or policy program, it can be viewed as an attempt at a new political imaginary about the unprecedented world order that emerged after the Cold War. In this sense, this paper will examine how the perceptions and political solutions proposed by the NAM differ from other contemporary international political perceptions, and what unique meanings they have. And at the same time, I would like to discover the reason why the NAM no longer developed as the Cold War deepened, not in the external conditions, but in the international political imagination of non-alignment. The international political imagination of the NAM who sought to establish a new international order could not escape the tension inherent in the long-standing modern plan to establish a transnational norm and universal order after the Westphalia system. In particular, the historicality of the Third World, in which the nation-state was supposed to be a bearer of liberation to escape from colonialism and imperialism, had no choice but to intensify the tension between the nation-state and international norms. From this point of view, this paper points out the limitations inherent in the international political imagination of the NAM, and tries to gauge the meaning of a new international political imagination through this.

Key words : Non-Aligned Movement, Cold War, international politics, nation-state,

K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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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완료일: 2020 07 01년 월 일 심사완료일: 2020 08 11년 월 일 게재확정일: 2020 08 25년 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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