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 News, Volume 23, No. 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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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강 정 원 교수 (고려대학교)
<지휘자 라파엘 쿠벨릭>
아주 오래전에 영국의 칼럼니스트가 미국 사람들의 다른 나라 문화의 이해 수준에 관하여 쓴 신문 사 설이 생각난다. 그의 의견에 의하면, 미국은 땅덩어리가 너무 넓고 자연의 풍광이 변화무쌍하므로 굳이 해외여행을 가지 않아도 국내에서 충분히 여가 생활이 가능하여서 유럽이나 아시아 사람들과 비교하면 해외여행을 많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통계로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상황 때문에, 미국 사람 들은 유럽 사람들과 비교하면 이질적인 문화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해서 전 세계를 이끌어 나가는 데 적합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다분히 영국 사람다운 해석이지만 나름대로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된다.
안톤 드보르작(Anton Dvorak)은 체코 출신의 작곡가로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일하게 되는데, 1892년 부터 1895년까지 3년간은 미국에서 음악원 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미국의 원주민 민요 등을 접하고 교향 곡 9번 (신세계로부터), 첼로 협주곡, 현악 4중주 12번 <아메리카> 등 후기의 대작들을 작곡한다. 특히 교향곡 9번 - 신세계로부터(From the New World) -는 제목에서 시사하 듯 드보르작이 신대륙인 아메 리카 땅을 밟으면서 느낀 감동을 잘 표현한 곡으로 최고의 명작으로 알려져 있다.
내가 만일 1890년대 배를 타고 미국에 도착했다면 첫인상이 어땠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배를 타고 뉴욕항에 도착하면서 맞이한 거대한 자유의 여신상(1886년 완공)과 압도적인 풍광의 자연, 신도시를 구 축하기 위한 많은 사람의 활력 등에 커다란 감명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향 보헤미아의 아늑한 자연을 떠올리며 다시 돌아가고 싶은 향수에도 시달렸을 것이다. 교향곡 9번은 이런 감정들이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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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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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화학 전망, 제23권 제6호, 2020절히 혼화되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 되었다. 1악장과 3악장, 4악장에서는 미국의 웅 대한 자연과 사람들 노력의 결실에 대해 경이로움이 아주 잘 표현되어 있다. 2악장에서는 아름다운 신세 계에 있지만, 자신의 소박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간절한 향수의 느낌을 표현했다. 영화 <반지 의 제왕>에서 프로도가 고향 샤이어를 떠올리면서 목가적인 음악이 등장하는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미국을 여행할 때, 광활한 풍광을 배경으로 운전할 때 가장 잘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이 바로 <신세계 교향곡>이 아닐까 생각한다. 드보르작의 아메리카대륙에 대한 1890년대의 경이로움을 떠올리며 그의 감 정을 공감하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미국의 콜로라도-유타-아리조나-네바다주 등을 여행 하다 보면 압도적이고 아름다운 경치를 즐길 수 있는데,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이나 팝송으로 클래식 록에 해당하는 America의 <Ventura Highway>, Deep Purple의 <Highway Star> 또는 Lynyrd Skynard 의 <Free Bird> 같은 곡들을 차에서 들으면 즐거움이 배가되는 듯하다.
신세계 교향곡은 워낙 유명한 곡이므로, 연주도 많고 연주마다 개성이 뚜렷해서 특히 어떤 음반이 최 고의 명반이라고 꼽는 것이 무의미하지만, 연주자의 성향이나 오케스트라의 특징을 생각하면서 비교 감 상하면 매우 재미있는 음악 여행이 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나라별로 체코/이탈리아/오스트리아/미국 지휘자의 연주들을 비교해서 들어보자. 만일 이들 지휘자가 당시의 드보르작이었다면, 미국을 방문하고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상상해보자. 비교적 솔직한 체코/이탈리아인의 경우에는 경이로움을 숨기지 않았 을 것이고, 오스트리아/독일인의 경우에는 경이롭다고 생각하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신의 감정을 숨길 것이며, 미국인이라면 이미 살고 있으므로 경이로움은 커녕 그냥 무덤덤 하리라 생각된다.
음반의 연주도 이런 경향이 조금은 반영된 듯, 연주의 결과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체코 출신의 연주자인 라파엘 쿠벨릭이 베를린 필을 지휘한 연주는 가장 많이 언급되고, 가장 훌륭한 음반으로 거론되는 연주다. 베를린 필의 조직적인 합주 실력과 쿠벨릭의 보헤미아적인 정서가 적절히 어 우러져서 박력과 우수를 겸비한 훌륭한 연주다. 벼락을 맞은 듯한(?) 헤어스타일로 연주하는 흑백 동영 상이 유튜브에 업로드 되어 있어서 더욱 즐거운 감상을 할 수 있다.
같은 체코 출신이지만 바츨라프 노이만의 연주(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쿠벨릭의 연주와는 다른 정서를 보여준다. 경이로움보다는 향수에 더 초점을 맞춘 듯, 2악장의 연주가 특히 아름답고 느릿한 박 자 속에서 부드럽고 정교한 연주를 선사한다. 2악장만을 별도의 음악으로 본다면 이 연주가 가장 훌륭한 연주라고 생각된다.
이탈리아 출신의 지휘자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가 시카고 심포니를 지휘한 음반은 거의 모든 사람이 수 긍할 수 있는 좋은 음반이라고 생각된다. 보헤미안의 정서는 다소 부족하지만 적당한 빠르기와 모든 문 화를 아우르는 듯한 보편타당성은 이 곡의 해석에 있어서 가장 모범적이라고 생각된다.
오스트리아-독일을 대표하는 카라얀의 연주도 훌륭하지만, 감정이 절제되어 다소 기계적이라는 생각 이 들 정도로 메커니즘에 충실한 연주를 들려준다. 낭만적인 부분이나 박력 있는 부분에서 특별한 감정 을 드러내지 않아서 밋밋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중용의 미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2악장은 고향으로 돌아 가고 싶은 간절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번스타인의 뉴욕필 연주는 미국인의 연주라 그런지 유럽인들의 감정과는 다소 다른 해석을 보여준다.
번스타인 지휘의 뉴욕필은 전 세계에서 이 곡을 가장 잘 연주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을 것이다. 1악 장은 아주 느리게 시작하지만, 제1주제가 등장한 이후로는 폭풍같이 몰아쳐서 주제를 음미할 시간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2악장은 감정을 절제하여 보헤미안적인 향수는 느낄 수 없지만, 감성에 호소하지 않고 절대 음악의 아름다움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3/4악장 역시 몰아치는 레너드 번스타인 의 스타일이 돋보인다. 미국인으로서 클리블랜드 사운드를 대표하는 조지 셀의 연주도 매우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