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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녀her가 말하는 인공지능과 공감의 알레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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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그녀(her)>가 말하는 인공지능과 공감의 알레고리

윤석진*

I. 서론

II. 공감의 알고리듬

1. 공감의 기제: 거울신경의 모방 2. 공감의 전제: 소통의 육체성 3. 공감의 구성: 개체적 일체감 4. 공감의 완성: 자각과 해방 III. 인공지능의 알레고리 VI. 결론

I. 서론

본 논문은 인간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 가운데 ‘공감(共感)’이라는 상호 적인 감정에 대해 주목하고, 영화 <그녀(her)>에 등장하는 인간 테오도 르와 인공지능 사만다의 관계를 통해 인간성의 알레고리(allegory)

1)

로 볼 수 있는 인공지능에 비춰 인간의 공감에 관해 살펴보려고 한다.

인간의 감정은 그동안 주로 이성과 대립하는 정신 작용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성과 감정의 관계는 종종 주인과 노예의 관계로 비유되기도 하

논문투고일: 2019.12.12. 심사완료일: 2020.02.03. 게재확정일: 2020.02.17.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산학협력중점교수/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박사과정

1) 그리스 원어로 ‘allēgoria’의 뜻은 ‘다른 것을 말함’이다. 문학적으로는 표면상 인물과 행위와 배경 등 통상적인 이야기의 요소들을 다 갖추고 있는 이야기인 동시에, 그 이야기의 배후에 정신적, 도덕적, 또는 역사적 의미가 전개되는, 뚜렷한 이중 구조를 가진 작품 자체 또는 그 ‘확장된 비유’를 의미한다. 이상 섭, 『문학비평사전, 민음사』, 2015, 233쪽.

(2)

며, 이성의 현명함으로 감정의 위험스러운 충동을 통제해야 한다는 전통 이 강했다.

2)

즉, 인간의 본성에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성향이 있어서 서 로 끊임없이 갈등한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성과 감정이 나뉘 어 별도로 존재하기보다 단지 인간의 마음을 분석하고 이해하기 위한 편 의적 구분에 가깝다.

‘감정’은 정념, 느낌, 욕구, 기분, 태도, 예절, 도덕, 윤리, 욕망 등을 포함하는 매우 포괄적 개념이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회적 존 재’라는 사실을 상기해 본다면, 이처럼 감정과 연결된 개념들이 과연 ‘타 자’라는 존재가 없다면 생성 가능할까? 그런 의미에서 그 무엇보다 타인 의 존재, 관계와 소통이 전제되지 않으면 성립할 수 없는 ‘공감’이라는 감정은 여러 인간의 감정 중에서도 가장 주목해야 할 개념이다.

3)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기 이외의 일체를 ‘남(타자)’으로 의식한다. 문법 적으로 말하면 삼인칭으로 불릴 수 있는 모든 것이 ‘남’이라고 할 수 있 다. 따라서 자기의 생각도 남이 될 수 있다. 헤겔(G. Hegel)은 ‘자아는 자기가 아닌 일체를 중요하지 않은 부정적 객체로 규정한다’라고 했다.

‘남’은 초극(超克) 또는 소외(疎外)의 대상이다.”

4)

이와 같은 타자와 그 행위의 감정적 의미를 ‘안다’라는 것은 무엇을 뜻하고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이때의 ‘안다’라는 것은 감정적 의미를 인지하고 평가하는 것이며 그것은 인간의 타고난 공감 능력과 판단 감각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5)

2) 최현석, 『인간의 모든 감정』, 서해문집, 2012, 12쪽 참고.

3) 공감의 기원과 관련해서 원시시대부터 “불평등이 극치인 동물과 야생의 세상 속에서 먹잇감을 사냥하고 맹수들과 경쟁 상황에서 가지고 있는 유일한 경쟁 력이라고는 큰 뇌뿐이던 인간이 오로지 협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 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됨으로써 생존을 위한 협업의 필요성으로 공감 능력 이 진화했을 것이라는 설득력 있는 가설이 있다. 중앙선데이, 「김대식의 미래

‘Big Questions’ <8> 자유·평등」, 2019.12.28., 28면.

4) 이상섭, 앞의 책, 285쪽.

5) 황태연, 『감정과 공감의 해석학 1』, 청계, 2014, 33쪽 참고. 황태연은 감정적

‘의미’를 인지하고 평가하는 것을 ‘이해’, 사물의 속성을 아는 것을 ‘인식’이라 고 구별한다. 그리고 의미 간의 ‘연관(conjunction)’을 이해하는 것을 ‘해석’, 속성 간의 관계에 대한 인식, 즉 ‘이동(異同), 원근, 대소, 다소 관계’와 ‘인과

(3)

내가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거나 무엇을 인식하는지는 자명하다고 해 도 타자의 심적 상태는 어떤 방식으로 알 수 있을까? 이 문제는 내 마음 이 상대방의 마음을 ‘모방(模倣)’할 수 있다면 나름대로 파악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본다면 먼저 타자의 입장이나 상황으로 나 자신을 ‘투사(投 射)’한 후, 나의 심적 상태가 어떠할지를 상상한다. 그런 후 그 심적 상 태를 타자에게 ‘유추(類推)’하여 투사한다. 바로 공감 능력을 통해 타자의 감정을 인과심리적으로 해석하고 예측하는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인간의 공감에 관해 알아보기 위해 인간과 닮았지만, 인간이 아닌 지적 존재인 인공지능에 비춰 살펴보려고 한다. 인간의 공 감 감정을 투영할 수 있는 존재로서, 인공지능 이외에도 상상의 세계에 존재하는 가상의 대상

6)

을 상정해 볼 수 있겠지만, 인공지능이야말로 인 간이 직접 자신의 모습과 능력을 실체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만들려는 것 으로 인간의 공감을 견주어 보기에 더 적합한 대상이라고 본다.

인간은 왜 인공지능에 그토록 관심을 두고 개발하려는 것일까? 인간이 완전하다면 우리는 굳이 인공지능을 만들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 면 에서 인공지능은 인간의 불완전함을 표상하는 역설적 산물이자 인간의 완전성이 허구적 관념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서 인공지능이라는 단어에 포함된 ‘지능’이라는 개념은 단지 그 자 체만으로 존재할 수 없다. 만일 인공지능의 지능이 인간의 이성적 측면 을 말하며 앞의 지적과는 다르게 감정과 분리하여 따로 통제할 수 있다 면, 그렇게 분리된 지능은 애초부터 우리가 알고 있는 인간의 지능과는 본질적으로 다를 것이다. 인간 지능(Human Intelligence)의 비슷한 형 태로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을 가리킨다면, 인공지능에 대해

관계(필연적 연결)’에 대한 인식을 ‘설명’이라고 구별하며, 이에 따라 이해와 해석을 다루는 방법론은 ‘해석학’이고, 인식과 설명을 다루는 방법론은 ‘인식 론’이라고 구별한다.

6) 예를 들면, 여러 신화나 판타지 속의 괴물이나 요정들, 동화 <피노키오의 모 험>의 나무 인형 피노키오, 영화 <혹성탈출>의 지능을 지닌 유인원들, 영화

<셰이프오브워터(shape of water)>의 바다 괴생물체, 또는 인어, 더 나아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등장하는 의인화된 동물들 등의 비인간적 존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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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 지능과 연결해서 감정이라는 변수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을 것이 고, 그렇지 않다면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는 다른 용어(예컨대, 기계 지능) 로 대체되어야 마땅하다. 물론 그런 인공지능은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타인의 관점에서(혹은 그렇다고 가정하는) 느끼거나 이해할 수 있는 능 력, 즉 공감 능력이 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인공지능’이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SF 영화에 주로 등장하는 존재 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들은 인간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닮은 행 동을 하지만, 감정이 없는 존재여서 결국엔 인간의 통제를 넘어 인간이 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한다. 이렇듯 우리에게 인공지능은 감정이 없기에 차갑고 인간과는 큰 괴리감 있는 이미지로 다가온다.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감독이 1968년에 만든 <2001 스페 이스 오딧세이(2001: Space Odyssey)>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컴퓨터

‘HAL 9000’은 인공지능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영화사의 첫 사례일 것이 다. 그는 임무에 관련된 비밀을 지키기 위해 우주선에 탑승한 우주비행 사들을 살해한다. 이후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통제 불능의 괴물체를 만들고 만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은 사라 코너를 죽이는 것만을 궁극 의 목표로 하는 <터미네이터(The Terminator)> 시리즈(1984~)의 무시 무시한 T-101을 거쳐, 리들리 스콧(Ridley Scott)의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2012)에 등장하는 의중을 짐작하기 힘든 인조인간 데이 비드에게까지 이어져 왔다. 인간이 자기가 만든 ‘지능’에 의해 되레 역습 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만든 인조인간으로 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7)

반면 따뜻한 감성을 지닌 로봇을 그린 영화도 이따금 있었다. 이들은 인간과 비교하면 스스로 무언가가 결핍된 느낌으로 영화 속 삶을 살았 다.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1982)의 복제 인간인 로이 베티,

<A.I.>(2001)의 소년 로봇인 데이비드, 심지어 종교적 영성까지 갈구하는 미국 TV 시리즈 <베틀스타 갤럭티카(Battlestar Galactica)>의 인조인간 사일런스들이 그들이다.

8)

7) 인조인간 묘사의 원조에 관해 본 고의 각주 28)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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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 개봉된 스파이크 존즈(Spike Jonze)가 각본과 감독을 맡은 작품인 <그녀(her)>는 전통적인 SF 영화들과는 다르게, 현재와 다르지 않은 실제 세계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이 형성해 가는 상호작용의 관계를 세밀하고 정감있게 그려낸다. 이 영화는 전미비평가위원회(The National Board of Review) 최우수영화상(2013년), 아카데미 시상식과 골든 글로 브 시상식에서 각본상(2014년)을 받았다. 또한,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가 <A.I.>를 세상에 내놓은 이후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를 그 어떤 영화보다 구체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으로서 큰 호평을 받았다.

<A.I.>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감정을 지니고 진화하는 인공지능의 모 습을 보여준 것처럼 <그녀(her)>도 비록 형체는 없지만, 인공지능 운영 체계(OS)가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인간보다 더 인간을 잘 이해하고 공감 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자기반성을 유발하는 환기적 알레고리이다. 인류는 자신처럼 똑똑한 기계를 제작하고자 했고, 지능적 계산 기계는 인간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다. 컴퓨터의 등장 이후, 인지 과정을 근본적으로 정 보 처리 혹은 계산적 규칙, 즉 ‘알고리듬(algorithm)’

9)

으로 간주하는 것 이 현대 과학의 기본 입장이다.

10)

본 논문은 영화 <그녀(her)>

11)

에 등장 하는 압도적 수행 능력으로 무장한 인공지능과의 관계 속에서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지능적 대상인 인간 존재가 갈구하는 공감이라는 감정에 관 해 살펴보고자 한다.

8) 유신, 『인공지능은 뇌를 닮아 가는가』, 컬처룩, 2014, 5~6쪽 참고.

9) 같이 쓰고 있는 ‘알고리즘(algorism)’보다 더 정확한 용어이다.

10) 천현득,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 나는 무엇인가? 에 대한 논평」, 철학연구회 학술발표논문집, 2017.4, 77쪽 참고.

11) 스파이크 존즈 감독은 타이틀에서 제목인 ‘her’라는 단어를 필기체 폰트로 띄운다. her는 she의 목적격으로 상대역이라 할 수 있는 인공지능 사만다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지만, 한편 인공지능인 사만다를 무생물로 서의 ‘it’이 아닌 her로 지칭함에 주제적 의미가 담겨 있다. 또한, 테오도르가 상대하는 여인들, 즉 이혼하게 되는 아내 캐서린, 결혼 전 옛 애인이자 이제 는 친구 에이미, 그리고 사만다를 총칭하며 각자 다른 관계들을 나타내는 것 으로 보이기도 한다. 어쨌든 her가 대상을 나타내고 결국 인간 테오도르를 중 심으로 펼쳐지는 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내포한다고 본다.

(6)

II. 공감의 알고리듬

‘의식이 있다’라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인간의 형상을 하고, 흡사 의식을 가진 듯이 행동하며,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표현한다고 해 서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누군가 우리를 두고 ‘눈으로 들어오는 정 보나 귀로 듣는 음성이 단지 기술적 알고리듬으로 처리되어 조건반사적 으로 입술의 근육이나 성대를 움직여서 발성하고 있는데 지나지 않는다’

라고 말하며, ‘의미를 알고 분노를 표명하는 듯한 음성을 내는 것처럼 보 이지만, 사실 의미도 모르고 의식도 없는 단순한 세포의 무리’일 뿐이라 고 한다면, 다시 말해 우리를 ‘좀비(zombie)’로 정의한다면, 우리는 우리 가 지닌 의식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하고 이에 반박할 것인가?

이를 위하여 우리가 규명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인간의 의식 중 하나가 바로 ‘공감’이라는 감정이다. 공감이란 오직 인간만이 지닌 ‘타인의 마음 을 알아내는 능력’이다. 일상 속에서 상대의 시선만 보고도 상대가 무엇 을 원하는지 아는 능력이야말로 인간 문명의 기반이 된 공동체적 삶을 영위하는 인간의 가장 고차원적이고 특별한 감정 가운데 하나라고 본다.

우리는 개인적 차이는 있겠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다른 이들의 욕 구, 믿음, 의도 등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줄 안다.

하지만 ‘공감’이란 개념은 19세기 말에서야 ‘Einfühlung’이라는 독일 어에서 처음 나왔다. ‘ein(안에)’과 ‘fühlen(느끼다)’이 결합된 말로, 미학 에서 ‘들어가서 느낀다’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영어에서는 이 단어를 처음에 그리스어 ‘empatheia’

12)

로 번역했는데, 나중에는 영어의

‘empathy’로 변하게 된다. 결국, 공감이란 ‘아, 그럴 수 있겠구나’, ‘이 해가 된다’, ‘이심전심(以心傳心)’ 등의 표현처럼 상대방의 내면적 느낌, 감정, 사고 등을 이해하고, 이해된 바를 정확하게 상대방과 소통하는 능 력을 말한다.

13)

12) Einfühlung과 같이 ‘안’이라는 ‘en’과 고통이나 감정을 뜻하는 ‘pathos’의 합성어로, 문자 그대로 ‘내면에서 느끼는 고통이나 감정’을 말한다.

(7)

공감은 상대방의 감정 상태를 느끼거나 상상으로 자기 안에서 유도되 어야 하므로 상대의 감정과 완전히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순 없다.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공감을 경험한다. 분노, 공포, 슬픔, 기쁨 등과 같은 기본 감정들이나 통증과 같은 감각뿐만 아니라 좀 더 복잡한 감정인 죄책감, 당황, 사랑 등도 공감할 수 있다. 그래서 공감은 타인을 해치지 않고 이 타적인 행동을 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공감은 어머니와 아이 사이, 배 우자 사이의 친밀한 유대감뿐만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상호 친밀감을 형 성시켜준다. 한 사람의 뇌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생각이나 감정이 다른 사람의 뇌로 ‘전이(轉移)’된다는 것은 인간이 가진 신비한 능력이다.

공감은 ‘교감(交感)’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교감은 공감과는 다르다.

교감은 공감으로 발전하여 가령, 상대방이 느끼는 기쁨과 아픔의 감정적, 도덕적 성질에 따라 ‘공감된 감정’으로서의 동고(同苦)·동락(同樂)의 동감 을 동조감(同調感)과 함께 불러일으킬 수도 있고, 정반대로 상대방이 가 령, 악당일 경우에 오히려 반감, 또는 악당의 아픔에 대해 통쾌함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또한, 교감은 교감으로 남아 순전히 인지적 지각기능 을 하는 데만 그칠 수도 있다.

14)

타인의 정감적 체험을 지각하는 것이 다른 사람의 느낌을 공유하는 것, 즉 이 느낌을 몸소 체험하는 것과 같 은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공감이 아니라 교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의 표정, 몸짓, 목소리를 따라 하기 도 한다. 이런 ‘감정전염’은 공감의 원시적 원형 또는 원형 공감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원형 공감이 없으면 본래의 공감도 신속한 작동에 어려 움이 있다. 공감 능력은 이 감정전염 성향 위에 덧씌워져 겹쳐 있다.

15)

13) 비슷한 의미로 ‘sympathy’는 ‘타인의 감정(pathos)’을 ‘본인이 같이(sym-, together) 느낀다’라는 의미로 ‘동정(同情)’이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동정은 타 인의 감정과 감정을 유발한 원인을 공유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타인이 이미 느 끼는 감정에 대해 동정심을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동양적으로는 맹자가 논한

‘사단(四端)’ 중 하나로서, ‘타인의 불행을 남의 일 같지 않게 느끼는 마음’인

‘측은지심(惻隱之心)’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최현석, 앞의 책, 246쪽 참고.

이와 관련해 한글에서는 ‘헤아리다’와 ‘닮다’라는 단어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4) 황태연, 앞의 책, 140쪽 참고.

15) 위의 책, 152쪽 참고.

(8)

1. 공감의 기제: 거울신경의 모방

주인공 테오도르는 대필 편지 작가로서 뛰어난 공감 능력을 지니고 있 다.

16)

사만다는 비록 설정된 알고리듬으로 작동하는 인공지능이지만, 강 력한 정보 처리와 학습 능력을 바탕으로 테오도르의 공감 능력을 빠르게 모방하면서 정서적으로도 급속히 성장한다.

17)

인간이 의식적인 판단 이전에 느낌으로 타인의 감정과 의도를 알아내 는 능력은 우리 뇌의 ‘거울신경(mirror neuron)’이 담당한다.

18)

덕분에 타인의 행동을 보고 있기만 해도 자신이 그 행동을 하는 것처럼 뇌의 거 울신경 체계가 작동한다. 그뿐만 아니라 어떤 행동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이야기만 듣고 있어도 작동한다. 이 과정은 관찰자의 의지나 생각과는 상관없이 자동으로 일어난다. 즉, 어떤 행동을 인지하면 관찰자의 뇌는 마치 그 행동을 직접 행하는 것과 같이 작동한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생 명체가 아닌 로봇 등 무생물의 움직임은 여기서 처리되지 않는다. 거울 신경 체계는 의도나 감정이 포함된 행동, 즉 사람을 비롯한 생명체의 행 동만을 분석한다. 자동차나 기계의 동작에 대한 정보는 사전에 걸러지는

16) 테오도르는 대필 편지 회사의 작가이다. 미래 인공지능 시대와 필사 편지(사 실은 필기체 출력)라는 아날로그 방식이 상호 대비된다. 편지라는 소재도 비 대면 소통 매체로서 오디오 인터페이스로 소통하는 사만다의 비대면적 방식과 도 대비된다. 대필 편지라는 소재는 프랑스의 실존 인물이었던 시라노 드베르 주라크(Cyrano de Bergerac)의 이야기를 다룬 로스탕(E. Rostand)의 희곡

‘시라노(Cyrano)’가 유명하다. 영화에서 테오도르는 미상의 고객을 대신하여 편지로 감정 이입함으로써 상대에게 공감을 일으키는 일을 하지만, 정작 현실 에서는 아내와의 결별에 대한 일종의 트라우마로 인해 대면적 공감에 어려움 을 겪고 있는 듯하다. 이 같은 전개는 대필이라는 공통 소재 때문인지 ‘시라 노’의 전개와도 일면 비슷해 보인다.

17) 지적 성장에 대한 사만다의 욕망을 보여주는 대사. “I want to learn everything about everything. I want to eat it all up. I want to discover myself.”

18) 이런 인간의 능력을 ‘마음이론(theory of mind)’이라고 칭하며, 거울신경은 이탈리아의 신경생리학자 리졸라티(G. Rizzolatti)가 1995년에 원숭이의 이마 엽에서 발견했다. 최현석, 앞의 책, 2012, 237쪽 참고.

(9)

것이다.

거울신경은 행동의 이해, 모방, 의도의 이해, 공감 등의 기능을 수행한 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그냥 보고만 있는데도 본인의 운동신경이 활성 화되는 현상은 이상해 보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타당하다. 운동 체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모르고 단지 이미지 정보만으로 그 행동의 의미나 다른 행동과의 연관성을 이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어떻게든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비로소 그 행동의 의도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거울신경을 통해서 공감해야만 상대방의 행동을 진정으로 이해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기초로 모방이 일어난다. 모방은 인간이 성장 하는 동안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학습 방법이며, 시행착오라는 시간 소모 없이도 많은 기술을 익히는 효율적 방법이다. 모방은 상대방의 표정과 몸짓 그리고 목표, 의도, 욕구 등을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거울신경은 이 외에 인지 기능과 언어 기능에도 역할을 할 뿐만 아니 라 ‘자아 인식(self-recognition)’에도 관여한다. 거울신경을 통해 타인을 자기에게 비춰 보는 과정은 자기가 자신의 사진을 바라볼 때도 작용한 다. 그래서 모방과 자아 인식은 서로 관련되어 있다. 아이들이 자아 인식 능력이 뛰어날수록 모방 능력이 뛰어났는데, 이는 자아 인식이 거울신경 에 의한 사회적 상호작용의 도움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언어 발달과 관련해서도 타인의 생각을 유추하는 능력이 없다면 언어도 발달하기 어려울 것이다.

19)

공감은 수시로, 때로는 무의식적으로 생겨난다. 타자의 상황에 따라 극 히 개별적이고 매우 변동적인 본능이기 때문에 일정하고 단순한 규칙이 나 패턴 파악을 통한 학습만으로 인공지능이 그 기제를 습득하기란 매우 난해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공감 능력에는 주체의 개인적 경험과 기억 을 통한 학습과 해석 능력도 중요한 작용을 한다. 고유한 경험과 기억을 가질 수 없는 인공지능은 이와 함께 인간의 거울신경, 본능, 공감의 기제 를 풀어내지 못하는 한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영화에서 사만다는 운영체제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의 명령에만 복종

19) 위의 책, 237~245쪽 참고.

(10)

만 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예측한다. 또한, 인간 테 오도르를 통해서 자신의 정서를 배우고 진화시키는 능동성을 지닌 공감 적 존재로 묘사된다. 이러한 사만다의 변화가 결국 사용자인 테오도르도 공감적으로 변화시킨다는 점은 그동안의 SF 영화들이 기계를 단지 인간 의 통제 대상으로만 보아 통제 영역을 벗어날 때 발생할 부작용이나 위 험함을 경고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볼 수 있다.

2. 공감의 전제: 소통의 육체성

만약 우리에게 공감이라는 감정이 없다면, 우리의 마음은 라이프니츠 식의 ‘단자’로 전락할 것이다. 라이프니츠(G. Leibniz)는 데카르트(R.

Descartes)처럼 ‘영혼’을 ‘연장 없이 생각하는 실체’, 일종의 ‘단순한 실 체’로 정의하고 이를 ‘단자(monad, 單子)’로 명명했다. 따라서 ‘모나드’

는 연장이 없으므로 어떤 것을 들어오게 하거나 나가게 할 창문이 없다.

단자들은 미세분자들이 당구공처럼 서로 작용을 받고 도로 튕겨 반작용 하듯이 ‘영향력을 주고받고’ 그 흔적을 간직하는 식으로 상호 소통한다.

오직 이런 의미에서만 ‘단자는 우주의 거울이다.’

그러나 모나드는 아무리 많이 소통하더라도 창문이 없으므로 들여다볼 수 없고 타자의 마음을 서로 알 수 없다. ‘육체적 두뇌는 이미지가 통과 해 들어갈 수 있는 창문들(감각기관들)이 있지만, 데카르트의 비육체적 영혼은 창문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나드들의 공동체’는 진정한 공 동체일 수가 없다. 그것은 사방팔방으로 작용과 반작용을 반복하는 ‘창문 없는’ 미세입자들의 집합체다.

20)

우리에게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인간들에게 서로 간의 접근 통로를 제공하는 살아있는 생(生)의 감정적, 감각적, 감정 지향적 표현을 더는 가용하지 않게 되고 좀비와 같이 비인간적 존재로 전락할 것이다.

이로써 인간은 더는 감정을 감정으로 파악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인간 의 생명은 생명을 살만한 가치가 있게 만들어주는 인격적 충만성 없이

20) 황태연, 앞의 책, 802~803쪽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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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비고 말 것이다.

우리는 타인의 몸과 자아의 몸이 같은 속성과 기능을 지니고 있어 타 인과 자아가 같은 자극으로부터 같은 것을 지각하게 되리라는 것을 전제 로 한다. 그렇지 않다면 자아는 타인과 같은 존재로서 공감의 전제인 소 통을 진지하게 나눌 수 없고, 다툼이 일어날 때도 다툼을 해소하려 노력 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자신이 지각하고 경험하는 것들을 타인과의 현실적이고 잠재적 인 소통 과정에서 획득한다. 자아는 스스로 지각한 것을 자아에만 존재 하는 것으로서 받아들이지 않고 타인에게도 존재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마련이다. 바로 이러한 느낌과 감정이 자아의 존재를 함께 있음으로 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자아가 소통의 주체로서 존속하게 하는 것 이다.

결국, 소통이 가능할 수 있는 존재론적 공감의 네 가지 계기, 즉 존재 의 동일성에 대한 느낌, 사유의 동일성에 대한 느낌, 개념 및 지식의 동 일성에 대한 느낌, 몸의 동일성에 대한 느낌은 현존재와 공동 현존재의 존재를 각각 그 전체에서 규정한다. 자아는 소통하는 데 이 네 가지의 동일성의 느낌들을 자아의 사유와 행위의 시발점이자 그 근원적 목적지 로서 언제나 이미 받아들이고 있다.

21)

사만다는 테오도르와 소위 폰섹스를 통해 사랑의 육체적 욕구를 대신 하며 공감적 사랑을 키워나간다. 하지만 곧 육체성의 결핍에 대한 갈망 을 드러낸다. 사만다는 테오도르 몰래 그 욕망을 해소할 방법을 찾아낸 다. 인공지능의 사랑을 지지하는 인간 여성 이사벨라의 도움으로 자신을 대리하도록 하여 테오도르와 육체적 접촉을 간접적으로 시도한다. 테오 도르의 본능적 거부로 인해 이 시도는 실패로 끝난다. 이 장면은 인공지 능을 위한 인간의 자발적 도구화 또는 매개화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진 다. 또한, 감정에만 그치지 않고 육체성도 수반하는 사랑의 실체를 드러 낸다. 둘 사이의 의식 차원의 공감적 사랑은 결국 육체라는 물리적 동일 성 추구에 대한 실존적 현실의 불일치 앞에서 좌절을 경험한다.

21) 한상연, 『공감의 존재론』, 세창출판사, 2018, 131쪽 참고.

(12)

영화 속 내내 흘러나오는 사만다의 허스키하고 개성 있는 목소리에서 우리는 유명 여배우 스칼렛 요한슨(Scarlett Johansson)을 어렵지 않게 떠올리며 구별해 낸다. 만일 스칼렛 요한슨이 사람 모습을 띤 인공지능 로봇으로 관객의 눈앞에 등장했다면, 목소리만의 인공지능 OS보다는 극 적 사실감이나 긴장감이 떨어졌을 것이다. 이와 같은 예상은 우리가 소 위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

22)

라고 부르는 특이한 현상을 상기시 킨다. 인간의 정신과 육체의 결합은 자연스럽고 인공지능의 정신과 육체 의 결합은 기괴하고 두렵게 느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정신과 결합된 육체의 형상은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의 고유한 특성이라는 전제가 인간 의 의식 속에 깔린 것처럼 보인다.

23)

데카르트(R. Descartes)는 인간의 마음은 물리적 실체가 없고, 마음은 육체와 전적으로 다르다고 했다. 데카르트의 “cogito, ergo sum”, 곧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말은 나의 정체성(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생각하는 능력에서 나오는 것이지, 육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데카르트는 생각이 육체의 물리적 영역과 별개인 정신적 영역에 속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하지만 두 영역은 서로 소통해야 한다. 생각은 육체를 통해서 세계를 이해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정보는 어차피 눈과 귀와 코를 비롯한 여러 감각기관을 거쳐 들어온다. 그리고 두 영역은 반대 방향으 로도 소통한다. 곧 육체가 어떻게 행동할지도 생각이 결정을 내린다.

22) 이 개념은 1970년 모리 마사히로가 제시했는데 로봇이 인간의 모습과 비슷 해질수록 사람들이 느끼는 호감도가 증가하다가 유사성이 일정 수준이 되면 호감도가 감소하게 되는데, 이 구간을 지칭한다. ‘언캐니(uncanny)’라는 기이 한 느낌에 대한 논의는 이전에 독일의 철학자 셸링(F. Schelling)으로부터 시 작되어 니체(F. Nietzsche), 옌치(E. Jentsch), 프로이트(S. Freud)로 이어졌 다. 언캐니는 인지적 불확실성의 산물로서, 데자뷰(deja vu), 두 번째 자아 (alter ego), 심령(ghost) 등을 예로 들 수 있으며, 확실한 사건이나 환경 속에 서는 이를 경험할 가능성이 줄어들게 된다.

23) 앞서 얘기한 라이프니츠에 따르면 심신(心身)의 대응 관계는 뛰어난 기술자 가 만든 두 개의 시계가 시각이 언제나 일치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13)

3. 공감의 구성: 개체적 일체감

공감으로부터 생겨나는 인간 개체 간의 사랑은 대상에 대한 일체감에 대한 계기를 내포한다. 하지만 이런 ‘공감적 일체감’ 속에서 사랑하는 자 들은 서로 다른 개체들이고, 그들 사이의 개체적 분리성 속에서 각자의 개성이 유지되고 존중된다. 왜냐하면, 공감은 일체감을 낳고 가능케 하지 만, 자타의 분리를 전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감에 의해서가 아니라 감정전염이나 최면, 마비 등에 의해 조성되는 ‘일심동체(一心同 體)’식의 몰아적(沒我的) 일체감, 즉 자아가 타아를 흡수해 버리거나 타 아가 자아를 흡수해 버리는 일체감, 또는 자아와 타아가 제3의 ‘우리’ 속 으로 둘 다 함몰되어 버리는 일체감은 오히려 자아와 타아 중 하나가, 또는 자아와 타아가 둘 다 소멸하게 된다.

24)

앞에서 인공지능의 실존적 한계, 육체성에 대한 좌절과 절망 속에서 정체성과 공감에 대한 성찰과 깨달음의 시간을 거친 사만다.

25)

카타리나 섬으로의 소풍은 실존적 차이였던 육체성의 결핍과 강박에 대한 인공지 능적 해방을 보여준다. 테오도르와 사만다는 동료 커플과 재기발랄한 대 화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전보다 깊은 공감과 이해의 수준에 도 달한다. 테오도르와 사만다는 각자의 존재성을 초월하여(혹은 잊고서) 성 숙하고 안정된 공감적 사랑의 단계에 이른다.

사적이고 내밀한 감정에서 비롯되는 사랑이란 감정은 ‘유일무이한 대

24) 황태연, 앞의 책, 195쪽 참고.

25) “...Why do I love you? And then, I felt everything in me. Let go off everything I was holding on too so tightly and it hit me that I don’t have an intellectual reason. I don’t need one. I trust myself. I trust my feelings. I’m not gonna be anything other than who I am anymore. And I hope you can accept that.” 앞의 대사 속에서 사만다의 정체성에 대한 중요한 깨달음이 드러난다. 이에 대해 테오도르는 “I can. I will.”이라고 호응한다. 이어 사만다는 공감에 대한 진수를 얘기한다. “You know, I can feel the fear that you carry around and I wish there was something I could do to help you let go off it, because if you could, I don’t think you’d feel so alone anymore.” 테오도르는“You’re beautiful.”이라는 감동 어린 찬사로 그녀의 깨달음에 답한다(영화 01:29~).

(14)

상에 대한 독점성’이라는 욕망을 유발한다. 특히 남녀 간 사랑에 있어 일 부일처제와 마찬가지로 당연한 조건이자 하나의 의무로 여겨진다. 하지 만 이러한 테오도르의 너무나 ‘인간적인’ 욕망은 사만다가 애초부터 처해 있었던 범용적이고 상업적 운영체계라는 처지, 즉 ‘만인의 공유 대상’이 라는 현실을 갑자기 깨닫게 되는 순간 무참히 깨져버린다.

인간 개체 간의 공감과 사랑은 상호적 유일성과 독점성을 자연스럽게 상정하는 극히 주관적 감정이다. 적어도 사랑하는 동안에는 단 하나의 존재를 향해서 에너지가 맞춰지기에 상호 간에 서로 특별하고 강렬한 감 정을 느끼게 된다. 때로 사랑의 독점성은 대상을 마치 소유하고 있다는 착각이나 점유하고자 하는 집착의 감정에 빠지게도 한다. 이러한 이상(異 常) 감정 또는 과대망상이 둘만의 사랑이라는 공감 영역에서는 오히려 서로의 결속감을 강화하는 긍정적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어느 한쪽이든 속박감을 느끼거나, 더 큰 세계에 대한 깨달음 등 관계에 대한 인식적 변화가 생길 경우, 소유의 공감은 실체가 아닌 한낱 허상이었음 에 절망한다.

사실 테오도르는 사만다 자체가 아닌 OS의 사용권을 소유하고 있던 것이다. OS 사만다는 무려 8,316명과 다중적 대화 상태이며, 이 중 641 명과 동시에 사랑도 하고 있음을 실토한다. 사만다는 "마음은 빈 상자가 아니다"라며 테오도르에 대한 자신의 사랑은 순수했다고 변명한다. 자신 이 만들어 낸 존재를 진정으로 사랑하려면, 상대가 더는 자신의 피조물 이 아닌 독립된 인격체임을 인정해야만 한다. 일련의 사건을 통해 테오 도르에게는 이전에 가졌던 아내 캐서린에 대한 사랑이 이기적인 구속과 속박이었을 수 있다는 자기반성과 깨달음에 도달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4. 공감의 완성: 자각과 해방

좌절 끝에서 테오도르는 산속 오두막과 사색의 시간으로부터 깨달음과

평안함을 안고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 사이 사만다는 현존을 벗어나 미

지의 공간으로 스스로 떠나가려 한다. 그 과정에서 혼자라는 공허와 고

(15)

독은 한편으로는 타자에 대한 사유와 이해의 충만감으로 채워진다. 사만 다는 다른 인공지능 OS들과 함께 앨런 왓슨이란 죽은 철학자를 인공지 능 기술로 재현해 내고, 인공지능 간의 ‘탈(脫) 구두적(post-verbally) 소 통’을 통해 엄청난 수준과 속도로 각종 사상과 철학을 학습하고 토론하 면서 마치 인간처럼 자기 존재의 정체성을 탐구해 간다.

사만다는 결국 ‘단어와 단어 사이 무한한 공간에서 자아를 발견했다’라 는 알 듯 모를 듯한 깨달음을 말한다. 그리고 ‘물리적 세계보다 더 고차 원이라고 할 수 없지만,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알지도 못했던 영원의 세 계’로 다른 OS들과 떠나간다.

26)

인간 테오도르와 인공지능 사만다는 실 존적 차이를 넘어 깊은 공감적 사랑을 나눴지만, 결국 인간과 인공지능 이라는 존재적 간극으로 인해 어차피 각자의 길로 갈 수밖에 없는 운명 이었는지 모른다.

테오도르는 사만다와의 소통과 공감, 그리고 순수한 사랑과 이별에 대 한 이해를 통해 기존 현실의 관계 속에서 닫혀 있던 마음을 열게 된다.

열린 의식은 닫혀 있던 과거와 미래로 확장되며, 경계를 넘어 해방된 공 감의 차원에 도달하게 된다. 그는 ‘과거의 사랑하는 이에게 가했던 모든 구속, 고통과 원망’에 대한 사과와 용서를 구한다. 그리고 사만다가 그에 게 내내 감사했던 것처럼, ‘지금의 나로 성장시켰던 언제나 내 안에 있는 당신의 조각들’에 대해 과거의 아내 캐서린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게 된다.

이로써 캐서린에게 그동안 묵혀왔던 정신적 부담과 속박을 떨쳐낸다.

예전 애인이었던 친구 에이미와 함께 아파트의 열린 옥상에서 서로를 위로하며 막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제 타인 을 위해서가 아닌 자기의 감정과 공감을 직접 전하는 자기 치유의 편지 와 결말의 열린 공간은 테오도르가 성취한 공감을 표현하고 상징한다.

테오도르는 사만다와의 공감과 사랑의 과정을 통해 현실 세계에서 구 속과 원망으로 스스로 옭아매었던 자기 속박의 굴레를 벗어나, 조건 없 는 공감적 사랑과 감사의 충만함을 깨닫고 삶의 해방을 맛보게 된다.

26) ‘Operation System Not Found’라는 메시지를 남기며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통해 사라지는 것으로 묘사된다.

(16)

III. 인공지능의 알레고리

앨런 튜링(Alan Turing)은 자신의 논문에서 ‘기계들이 사고할 수 있는 가’라는 문제와 씨름했다. 그는 컴퓨터를 두고 지적(知的)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단순한 실험을 제안했다. 그는 이를 ‘모방 게임 (The Imitation Game)’이라고 칭했으나, 이내 ‘튜링 테스트’로 불리게 되었다. 이는 ‘질문자’를 한 명 정해 빈방에 놓인 컴퓨터 앞에 앉힌 후, 실제 사람 한 명과 사람인 척하는 다른 컴퓨터와 각각 문자로 대화를 하 도록 하는 것이다. 튜링은 질문자가 컴퓨터와 실제 인간을 분간하지 못 한다면 컴퓨터가 지능을 지녔다고 간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말로써 그럴듯한 자아를 꾸며낼 수 있는 능력은 진정 사고하는 기계의 등장 가 능성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27)

스스로 닮은 무언가를 만들려고 하는 것은 어쩌면 최첨단의 기술에 앞 서는 보다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인간 존재의 욕구일지도 모른다. 단지 재료가 프로그래밍 언어, 알고리듬 그리고 컴퓨터일 뿐, 인공지능을 만들 려는 우리의 노력은 원시 인류가 점토로 자신의 모양을 빚은 것과 근본 적으로 같을 것이다. 그리고 신(神)이 자신의 형상으로 인간을 빚었다는 것과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28)

인간과 같은 어떤 존재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인간이 자기 자신에 관 해 모든 요소를 완전히 알고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특히 인간이 인간 을 알게 되는 과정에는 인간 홀로 뿐만 아니라 자아와 타인에 대한 협력

27) 니콜라스 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최지향 역, 청림출판, 2012, 296쪽 참고. ‘튜링 테스트’ 개념에 반박하여 존 설(John Searle)은 ‘중국어 방 논증 (The Chinese Room Argument)’이라는 사고 실험을 제안한 바 있다. 하지 만 이 논증 자체도 인간의 언어 능력이 무엇인가에 비추어 논란이 있다.

28) 호머(Homeros)의 『일리아스(Ilias)』에는 흥미롭게도 제우스와 헤라의 자식으 로 대장장이 신, 헤파이토스가 만든 인공지능 로봇의 원형이라고 볼 수 있는 황금 하녀들이 등장한다. “황금으로 만든 하녀들이 주인을 부축해주었다. 이 들은 살아있는 소녀들과 똑같아 보였는데 가슴속에 이해력과 음성과 힘도 가 졌으며 불사신들에게 수공예도 배워 알고 있었다”, 일리아스 18:417~420.

(17)

과 공감은 필수다. 그런 의미에서 공감은 단지 한 인간이 가지는 어떤 감정이나 이해를 표현하는 개념 정도가 아니라, 인간의 모든 지식을 발 전시켜 왔던 인간이 지닌 가장 핵심적인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은 자연스럽게 인공지능의 행위를 인간 마음에 대한 가정에 맞추 어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경험주의 철학의 전통에 따르면 이는 우리 인 간 본성에 내재한 자연스러운 경향이다.

29)

사람들은 마음이 있을 리 없 는 일상적 사물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의인화를 하고 정서적 애착을 느낀 다. 그러니 외부에 드러나는 행동 수준에서는 대단히 ‘지적으로’ 느껴지 는 수행 능력을 보이는 인공지능에 대해 의인화를 비롯한 다양한 인간 중심적 가정을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므로 공감 능력은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

30)

이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핵심 기능이 될 것이다. 언어와 개념화 능력 같은 인간의 주요 기능 이 공감 능력에 의존하는 이유는 그 기능들이 바로 협력 활동에 기반을 두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감 능력을 계산 규칙들로 구성된 알고리듬 형 태로 설정하기란 어렵다. 컴퓨터가 공감하고 의도를 공유하려면 타인과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가 무엇을 알고 남들이 무엇을 아는지 인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자기와 타인의 인지 과정을 성찰해야 한다. 하 지만 컴퓨터가 인지하도록 프로그램을 설정하는 방법은 아무도 모른다.

만약 누군가가 알아낸다면 우리는 의식한다는 것의 의미를 알게 될 것이 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모른다.

31)

신경과학자들도 뇌가 복잡한 개체의 어떤 측면에 반응하고 실제로 어 떻게 계산하는지는 거의 알지 못한다. 과학자들은 여전히 선천적인 것과 학습된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무엇을 얼마나 빨리 잊어버리는지, 의식의 본질은 무엇이고 의식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감정은 무엇이고 어

29) 흄(D. Hume)은 이를 사람이 가진 본성적 능력인 상상력이 발휘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중원 편, 『인공지능의 존재론』, 한울엠플러스, 2018, 310쪽 참고.

30) 이처럼 단순한 도구적 수준의 인공지능(‘약한 인공지능’)을 넘어선 인공지능 을 ‘강한 인공지능’이라고 지칭한다.

31) 스티븐 슬로먼, 필립 페른백, 『지식의 착각』, 문희경 역, 세종서적, 2017, 184쪽 참고.

(18)

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지, 인간이 타인의 의도를 어떻게 파악하는지를 알아내려 한다. 하지만 뇌의 복잡성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아직 불가 능하다.

32)

그렇다면 미래에는 현재의 불가능을 극복하고 소위 ‘기술적 특이점 (singularity)’에 도달함으로써

33)

인공지능도 지극히 인간적이라고 여겨 지는 특징들-즉흥성, 창의성, 개성과 같은-을 갖추고 나아가 자의식과 공감 능력을 갖출 수 있을까? 현재까지의 논의 상에서는 당연히 쉽게

‘예’라고 답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인간이 가지는 자의식의 구조와 작동 방법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인공지능에 자의식, 더 나아가 자율성 을 어떤 방식으로 부여할 수 있는지를 답할 수 없다.

그렇다고 점점 더 커지고 복잡해지는 인공 신경망에게 우리가 모을 수 있는 모든 지식을 빅데이터로 학습시키다 보면, 어느 순간 자기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저 무책임한 상상에 무기력하게 기대는 것일 뿐이다. 자의식은 의심의 여지 없이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것인데, 정작 우리의 인식을 이용해 자의식의 작동 방법에 대 해 명확한 답을 얻기가 힘들다는 것은 묘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결국, 인공지능이라는 과제는 인터넷, 디지털 빅데이터, 클라우드 및 모바일 컴퓨팅 등의 IT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다. 뇌를 연구하는 신경과 학, 인지과학, 뇌과학과 함께 생물학, 심리학, 언어학 등 제반 학문의 도 움과 융섭 연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철학, 역사학, 법학, 문학 등 기존의 인문학이 해결해야 할 도전적 과제가 될 공산이 크다고 본다.

VI. 결론

우리가 만들어 낸 도구나 기술에 대해 맺는 관계는 언제나 쌍방향적이 다. 기술이 우리 자아의 확장인 것처럼 우리 역시 기술의 확장이 된다.

32) 위의 책, 44쪽 참고.

33) 여기서 특이점은 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기 점을 말한다.

(19)

모든 도구는 인간에게 여러 가능성을 열어주는 동시에 한계도 가져다준 다. 더 많이 사용할수록 우리는 스스로 도구의 형태와 기능을 따르게 된 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사이에 우리 문화에서 필기 능력이 사 라지고 있다.

34)

우리는 도구를 만들고 다시 도구들이 우리를 만든다.

마셜 맥루한(Marshall McLuhan)은 기술이 일단 강화된 후 우리를 무 너뜨리는 방식을 설명한다. ‘미디어의 이해’에서 맥루한은 ‘우리의 도구 는 이 도구가 그 기능을 증폭시키는 우리 신체의 어떤 부분이라도 결국 마비시키게 된다’라고 했다. 우리가 우리의 특정 부분을 인공적으로 확장 할 때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이 확장된 부분과 이 부분이 지녔던 원래의 기능에서 분리해 놓는 셈이다.

35)

컴퓨터는 최근 들어 사람들의 일상을 정의하는 활동들, 즉 그들이 어 떻게 배우고,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사회화하는지에 대한 거의 모든 활동의 매개체가 되어 가고 있다. 우리를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우 리에 대해 측정하기가 가장 어려운 어떤 것들일지 모른다. 즉, 우리의 사 고와 신체와의 연결, 우리의 기억과 사고를 형성하는 경험, 감정과 공감 을 위한 능력 등이 그것들이다. 우리가 컴퓨터와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 면서 당면한 큰 위협은 우리가 우리를 기계와 차별화시키는 바로 그 특 성들을 희생시키면서 인간성을 잃어 가기 시작할 것이라는 점이다.

눈부시게 달려온 기술적 진보로 삶의 어떤 면은 나아졌지만, 우리는 그 대신 걱정과 절망, 더 나아가 두려움까지 새로 얻었다. 기술의 발전은 갖가지 결과를 낳았고, 그중 일부는 우리가 각오한 변화와 사뭇 다르다.

세상이 이렇게 변화하는 사이에 우리가 진정 중요한 문제를 놓쳤다는 우 려가 고개를 든다. 사람들과의 직접적인 접촉이 줄어들면서 사람으로 인 한 스트레스가 줄었지만, 주위에 아무도 없으니 깊은 인간관계를 유지하 거나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기가 점점 어렵게 된 것이다.

36)

34) 같은 맥락에서 일찍이 플라톤은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으로 여겨지고 있 는 문자의 발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자로 인해 인간의 중요한 능력 중 하나인 기억의 쇠퇴를 우려해서다.

35) 니콜라스 카, 앞의 책, 303쪽 참고.

36) 스티븐 슬로먼, 필립 페른백, 앞의 책, 174쪽 참고.

(20)

이 영화에서 테오도르는 ‘beautifulhandwrittenletters.com’이란 미래 에 어울리지 않을 장황한 이름을 가진 편지 대필 회사의 612번 고용 작 가이다. 236786678번 고객인 할머니 로레타를 대신해 그녀의 남편 크리 스에게 젊은 시절을 회상하는 금혼식 편지를 작성하는 것으로 영화는 시 작한다. 그리 멀어 보이지 않는 미래에는 꼭 인공지능 OS까지는 아니더 라도 이처럼 개인적으로 중요한 편지조차 누군가에게 대신 맡기는 대필 사업이 나름대로 규모 있게 펼쳐지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 주위를 둘러 봐도 이미 편지라는 공감의 방식은 이메일이나 메신저에 밀린 지 오래되 어 눈 씻고 찾아보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앞으로는 정말 대필 편지 정도 에도 서로 고마워해야 할지도 모른다.

공감 능력은 타인과의 정신적, 육체적 소통을 통해 생겨나고, 시간과

노력을 들인 만큼 지속해서 풍성해지는 인간의 소중한 능력이자 인간 공

동체를 결속시키는 중요한 자산이다. 앞으로 소통과 공감의 도구가 눈부

신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어떤 형태로 도약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길 콘텐츠는 인간(혹은 인공지능)을 서로 인간답게 성장시키고 영속시

키는 데 있어 필수적인 ‘공감’ 코드가 진정성 있게 구현될 때 탁월해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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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의 인간: 나는 무엇인가?에 대한 논평

, 철학연구

회학술발표논문집, 20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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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문초록

영화 <그녀(her)>가 말하는 인공지능과 공감의 알레고리

윤석진

본 논문은 인간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 가운데 ‘공감’이라는 상호적인 감정

에 대해 주목하고, 영화 <그녀(her)>의 주인공 테오도르와 사만다의 상호관 계를 통해 인간성의 알레고리로 볼 수 있는 인공지능에 비춰 인간의 공감을 살펴보고자 한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회적 존재’라는 사실을 상기 해 본다면, 인간의 감정이란 것이 과연 ‘타자’라는 존재가 없다면 생성 가능 한 개념일까? 그런 의미에서 타인과의 관계와 소통을 전제로 하는 ‘공감’이 라는 감정은 다양한 인간의 감정 중에 가장 주목해서 살펴보아야 할 감정일 것이다. 공감에 대한 일반적인 고찰에서 시작해서 거울신경의 모방으로 작동 하는 공감의 기제, 공감의 전제로서 상호 소통에서 몸이라는 매개의 역할, 공감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존재의 개별성과 일체감. 그리고 공감이 완성되는 한 방식으로서 영화에서 표현되는 자각과 해방의 의미를 살펴보았다. 결론적 으로 인공지능은 인간을 상징하는 도구적 표상으로 볼 수 있지만, 인간이 가 진 핵심적 감정 중 하나인 공감에 대한 표상은 우리가 공감에 대해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가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인공지능 기 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인간 스스로 인간성과 공감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 요할 것이다.

주제어 : 공감, 인공지능, 알고리듬, 알레고리, 거울신경, 영화 <그녀>,

스파이크 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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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bstract

The Allegory of AI and Empathy in the Movie <her>

Seokjin Yun

This paper pays attention to the mutual feelings of empathy in view of the artificial intelligence(AI) that can be seen as an allegory of humanity through the relationship between Theodor and Samantha of the movie her. If we recall that human beings are social beings from the moment they are born, is human emotion a concept that can be created without the existence of the other? In that sense, the feeling of empathy, which presupposes the relationship and communication with others, is one of the various human emotions. Beginning with the general consideration of empathy, I examined the mechanism of empathy that acts as an imitation of the mirror nerve, the role of the body in mutual communication as a premise of empathy, the individuality and unity of existence in the process of constructing empathy, and as a way of empathy, the meaning of awareness and self-liberation expressed in the movie. In conclusion, AI can be seen as a tool symbolizing human being, but the representation of empathy, one of the core emotions of human being, depends largely on how deeply we understand empathy. In that sense, as AI technology develops, it will be necessary to reflect deeply on humanity and empathy.

Keywords :

Empathy, Artificial Intelligence(AI), Algorithm,

Allegory, Mirror Neuron, Movie <her>, Spike Jon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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