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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 이미지를 3D 입체로 물질화한 입체 작품의 특성 연구 - 무라카미 다카시와 피에르 위그의 작품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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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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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일_2019.04.10 심사기간_2019.05.01-14 게재확정일_2019.06.14

2D 이미지를 3D 입체로 물질화한 입체 작품의 특성 연구 - 무라카미 다카시와 피에르 위그의 작품을 중심으로 -

Study of the characteristics of works that materialize 2D images into 3D objects - focused on works by Takashi Murakami and Pierre Huyghe -

장유정_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Chang, Yujung_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nd Arts, Yonsei University

차례 1. 서론

2. 2D 이미지의 비물질성 2.1. 재연과 재현을 통한 모방 2.2. 2D 미디어 속의 이미지

3. 2D 이미지의 물질화 3.1. 시각과 촉각의 연관성

3.2. 비물질적 이미지를 닮은 물질적 사물

4. 2D 이미지에 물리적 존재감을 부여한 3D 입체 작품들 4.1. 무라카미 다카시

4.2. 피에르 위그

5. 결론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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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 이미지를 3D 입체로 물질화한 입체 작품의 특성 연구 - 무라카미 다카시와 피에르 위그의 작품을 중심으로 -

Study of the characteristics of works that materialize 2D images into 3D objects - focused on works by Takashi Murakami and Pierre Huyghe -

장유정_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Chang, Yujung_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nd Arts, Yonsei University

요약 본 연구는 시뮬라크르와 스펙타클의 시대를 겪어본 사람들이 오늘날 2차원의 이미지를 물질성을 가진 3차원의 입체로 재연하고 있음을 목격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드러내주는 무라카미 다카시, 피에 르 위그의 미술작품을 분석함으로써 비물질적 이미지가 포화된 오늘날에 있어서 물질적 대상과 그것의 물성이 어떠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가를 밝힌다. 이미지가 실재를 대신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뮬라크르의 시대를 지 나가는 시점에서 이미지와 사물은 상호간 영향을 주고 새롭게 문화를 형성해간다. 사물을 제작함에 있어서 모 방, 복제, 재현, 재연이라는 행위가 반복되는 가운데 2D 미디어 속 이미지를 3D 사물로 물질화 시켜 직접 만 지거나 실제로 소장할 수 있도록 하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비물질적인 시각이미지와 현실공간의 실 재 사물이 결합하는 현상으로서 ‘비물질적 이미지의 물질화’ 과정이다. 눈으로만 바라볼 수 있는 이미지가 주 는 경험과 손으로 직접 만질 수 있는 사물이 주는 경험의 차이는 시각에 비하여 촉각이 직접적 경험에 있어 서 더 큰 만족감을 준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오늘날 이미지의 물질화가 촉진되는 현상은 인간 이 ‘보는 것과 만지는 것’ 사이에서 존재성의 차이를 느낀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를 상업적 용도 혹은 예술적 의도에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비물질적인 이미지가 증가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물질 적인 것들이 축소되고 있음을 절감하여 나타나는 일종의 보상작용이기도 하다. 눈으로만 볼 수 있고 손에는 잡히지 않는 이미지를 현실 공간에서 확고하게 존재하는 실체인 사물로 만들고자 하는 이러한 현상들은 이미 지와 실재의 경계 사이에서 보다 실제에 가까워지기를 기원하는 인간의 오래된 존재론적 고민과 실존에 대한 염원이 투영된 것으로 본다.

This study began with the witness that those who have undergone the era of simulacra and spectacle today re-enact a two-dimensional image into a three-dimensional object with materiality. By analyzing works by Takashi Murakami and Pierre Huyghe, which present this situation, we reveal the characteristics of material objects and their physical properties in the present day of immaterial image saturation. It is not an exaggeration to say that images replace reality, but at the point of passing through the times of simulacre, images and objects have mutual influence and new culture is formed. In the production of objects, the phenomenon of imitation, duplication, reproduction, and reproduction are repeated, and the images in 2D media can be materialized into 3D objects so that they can be directly touched or actually possessed.

This is a process of combining the immaterial visual image with the real thing in the real space, which is the process of 'materialization of immaterial image'. The difference between the experience of an image that can be seen only by eyes and the experience of things that can be touched by hands can be found in that tactile feeling gives greater satisfaction to direct experience than visual. As a result, the phenomenon of facilitating the materialization of images today is acknowledging that human beings feel a difference of being between "seeing and touching", and can be seen as actively utilizing it for commercial purpose or artistic intention. It is also a kind of compensation that appears to reduce the reduction of relatively physical things as immaterial images increase. These phenomena, which can only be seen with eyes and which can not be caught by the hand, become objects that are firmly present in the real space reflect the old ontological desire of human beings who wish to be closer to the real on the border between image and reality.

중심어

2D 이미지 3D 입체 비물질 물질화 촉각 사물

ABSTRACT Keyword

2D Image 3D Object Dematerialization Materialization Tactile ob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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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영화 『곡성』1)은 다음과 같은 기독교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시작한 다. ‘그들이 놀라고 무서워하여 그 보는 것을 영으로 생각하는지라.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두려워하며 어찌하여 마음에 의심이 일 어나느냐. 내 손과 발을 보고 나인 줄 알라. 또 나를 만져 보라. 영은 살과 뼈가 없으되 너희가 보는 바와 같이 나는 있느니라.’ (누가복음 24장 37절-39절). 영화의 주인공은 눈앞에서 신神을 목격한 후 손으 로 직접 만져본 후에야 신의 존재에 대한 ‘의심과 현혹’을 거둔다. 무 엇인가를 믿고 인정하는데 있어서 손으로 만져 볼 수 있는 것은 눈으로만 바라볼 수 있는 것보 다 신빙성 경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디지털미디어는 우리가 갈 수 없는 세계에 대한 경험을 간접적으로나마 할 수 있도록 해주는 혜택을 주지만, 과잉 발생하는 이미지들의 포화는 어느새 피로와 허무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따라서 이미지를 제작하거나 복제하는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달하면서 더 나은 경험을 지향하 고 있다. 동시에 다른 방향으로 작용하는 반응들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이미 익숙해진 2D이미 지를 사물로 제작하는 현상의 증가이다. 이러한 최근의 상황을 염두 해 둔다면, ‘2D이미지의 3D물질화 현상’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오늘날 시각예술 분야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지 닌다.

본 연구의 배경은 시뮬라크르와 스펙타클의 시대를 겪은 사람들이 실재보다 더 실제 같다고 믿어온 이미지의 존재감을 더욱 명확하게 재확인하고 싶어 하는 현상, 즉 2차원의 이미지를 3차원의 구체적인 물성을 가진 덩어리로 재연 하는 것을 목격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이제 우리는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이상의 높은 수위를 체험하고 싶은 것일까? 시각문화의 역사에 서 모방, 복제, 재현, 재연이라는 행위가 서로 얽혀 이미지를 사물로 만들어내는 사례 중에 먼저 대중 미디어 속 이미지를 인간이 직접 만질 수 있거나 소유할 수 있는 실제 사물로 변환되 는 현상을 살펴보고 이와 같은 현상을 미술 작품으로써 드러내는 무라카미 다카시와 피에르 위그의 작품 사례를 통하여 연구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목적은 우리가 이미지가 실재를 대신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뮬라크르의 시대를 경험한 후, 오늘날에는 이미지에서 파생된 실제 사물이 나아가 인간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고 문화를 형성해 갈 수 있을 지까지 예측해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눈으로만 바라볼 수 있는 이미지에 대한 경험과 직접 만질 수 있는 대상에 대한 경험은 무엇이 다르고 그로 인해 어떠한 인식의 차이를 가져오는지를 알아보고자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실제 물질 세계에서의 경험에 대하여 분석을 가능하게 하여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예술적 경험에 대해 숙고해보려 한다.

본 연구의 범위와 방법은 먼저 시각문화의 역사에 있어서 ‘모방(mimesis)’을 통한 창작 과정 에서 창작자의 주관적 의도가 얼마만큼 개입되었는지, 그리고 시대에 따라 원본과 닮은 수준을 어느 정도로 요구해왔는지를 분석하고 정의한다. 그리고 그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2D미디어 속 이미지들이 어떻게 증가해왔고 비물질적인 존재로서 우리 삶에 어떻게 침투해왔는지를 알아본다.

다음으로는 이미지의 물질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원인들을 찾아보기 위하여 시대적 배경과 미디어 이론 중에서 인지와 감각에 관련된 부분들을 살펴보겠다. 이미지와 실재하는 사물이 서로를 끊임없이 모방하는 원인을 시각과 촉각이 밀접한 관계의 감각임을 밝히기 위하여 조나 단 크래리의 순수 시각 이론을 인용하고자 한다. 그리고 인간이 눈으로만 바라보는 경험에 비하여 실재 공간에서 존재하는 대상에 대한 체험을 추구하는 경우를 살펴보고 그 욕망에 대한 원인을 설명하기 위하여 구체적인 사례 또한 거론하고 분석하겠다.

마지막으로는 시각으로 경험하는 대상에 대한 직접 체험의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미술 작품에 대하여 고찰할 것이다. 무라카미 다카시와 피에르 위그는 대중문화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유형의 2D이미지를 현실의 3D공간을 점유하는 입체 작품으로 제작한 바 있다. 이 작품들을

1) 나홍진, 『곡성』, 20세기 폭스, 2016

<그림 1> 영화 『곡성』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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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펴봄으로써 이미지를 입체적인 사물로 물질화시키고자 하는 욕망이 증대되고 그것을 실현 시킬 수 있는 과학기술이 진보함에 따라 대중적, 예술적 향유 대상으로서 입체적 사물이 증가 하는 현상을 진단하고자 한다. 그리고 나아가 이러한 물질화 경향이 왜 가속되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통하여 앞으로의 시각적 경험과 물리적 경험의 발달의 방향까지 전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2. 2D이미지의 비물질성 2.1. 재연과 재현을 통한 모방

자연물을 인간의 육안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벽면이나 종이와 같은 평평한 면 위에 비슷하게 그려내는 활동은 선사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져왔다. 제의적 목적으로 시작한 주술적인 그 림을 그리는 것에서부터 단순히 닮은꼴을 만들어내는데서 느끼는 희열을 위하여 대상을 묘사 하는 것까지 다양한 이유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카메라를 비롯한 영상 기기들의 발명으로 손으로 직접 그리는 것보다 한층 쉬운 방법으로 인물이나 사물, 풍경 등을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랜 역사 속에서 시대에 따라 원본과 닮기를 요청하는 수위가 달라졌다. 크게 두 가지로 구별 할 수 있는데 제작자가 원본인 대상을 있는 그대로 충실하게 모사하는 것과 원래의 생태를 의도에 맞게 선별하거나 다듬어 표현하는 것이다. 원본과의 거리 즉, 현재 상태나 모습이 이데 아와 얼마나 비슷한지 혹은 창작자의 해석이나 변형이 추가 되었는지의 차이를 탐구하면 다음 과 같다.

‘미메시스mimesis’는 그리스어로 모방을 뜻하는데 플라톤(Platon)은『국가론』에서 "화가는 미술품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연으로부터 모방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반면 아리 스토텔레스(Aristoteles)는 예술적 모방은 사물이 있는 그대로 상태보다 더 아름답거나 반대 로 덜 아름답게 나타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게 있어서 모방은 충실한 복사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 실재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뜻하는 것이었다. 헬레니즘 및 로마시대에는 모방을 실재의 복제로서 해석하는 경향이 일반적이었다. 중세에는 예술이 무엇인가를 모방하는 것이 고 상징이라는 수단을 가지고서 가시적인 세계보다 더 완벽하고 영원하다고 여긴 비가시적인 세계를 모방해야 한다고 믿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모방은 예술 이론에서 기본 개념이 되었고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는 회화가 그 대상을 충실하게 묘사할수록 칭찬할 만하 다고 주장 하였다. 그러나 고대 예술의 모방이 유행한 이후로 점차적으로 예술가가 능동적으로 취사선택하고 상상력을 더하는 것을 이상적인 모방으로 추구하기 시작하였다.2)

그 이후, 고전주의 미술가는 다양성이나 개성의 표현 보다는 기계적인 학습과 전형의 숙달에 치중하였다. 반면 낭만주의는 기계적인 모방에 의지한 복제를 낮게 평가했다. 복제는 어느 정도 주관적 해석이 덧붙여지는 행위까지 아우르는 모방보다 좀 더 엄격하게 원본과의 일치를 추구한다.3) 18세기 후반에는 예술의 모방적 기능에 별반 관심을 두지 않으나 19세기에는 ‘사 실주의’, ‘자연주의’라는 이름으로 다시 이 주제로 돌아왔다. 19세기 인상주의자들은 사실주의 적인 자세를 따르긴 하였으나 그들의 작품은 변하고 사라지기 쉬운 주관적인 실재, 즉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실재를 제시하는 방법으로 모방하였다.4)

여기까지 모방의 역사를 살펴본 결과 과거에는 인간이 육안으로 관찰한 자연물 또는 사물을 2차원의 평면위에 모방을 하거나, 덩어리를 가진 재료를 이용하여 3차원적 조각을 만드는 일 들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주로 텔레비전, 영화, 컴퓨터, 스마트폰 등에서 재생되거 나 제시되는 이미지들을 위한 2D 이미지의 생산과 재생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익숙한 이미지들을 생산하고 또 재생산을 반복하는 오늘날의 사회 문화적 현상은 대상을 새롭게 해석 하는 것이 아니라 원본 이미지를 충실히 재연해내는 모방 혹은 복제 행위에 가깝다고 볼 수

2) W.타타르키비츠(손효주 옮김), 『미학의 기본 개념사』, 미술문화, 1999, pp.232-349

3) 조인수, 『미술사에서의 독창성 창조와 모방, 그리고 기묘함』, 미술사학 28권, 2014, pp.257-260 4) W.타타르키비츠(손효주 옮김), 위의 책, pp.23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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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모방은 심미적인 경험과 인간 내면을 탐구하여 알려지지 않은 진리를 드러내도록 노력하는 일반적인 창조 활동에 비하여 독창성이 결여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방은 미디어 중심 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우리에게 여전히 매혹적이고 관심을 끄는 주요한 행위인데,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다른 점 중의 하나는 인간이 가장 모방을 잘하는 것이고, 우리가 지식을 습득하는 처음 단계는 모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은 모방을 통하여 즐거움을 느낀다. 인간은 태어 날 때부터 모방에 관하여 쾌감을 느끼는데 만약 보기에 매우 흉한 동물이나 시신의 모습을 눈앞에서 실물로 본다면 불쾌감을 느끼겠지만 그것들을 매우 정확하게 그리거나 만들어 놓은 것을 보았을 때에는 쾌감을 느낀다.5) 이처럼 독창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하더라도 재연과 모방 는 여전히 인간의 관심 주제이다.

W.타타르키비츠(W.Tatarkiewicz)는 1980년에 엮은 그의 저서 『미학의 기본개념사』에서

“오늘날에는 모방의 기능이 예전보다 훨씬 고려 대상에서 멀리 벗어나 있다. 예언해 보자면 미래의 예술은 모방의 기능을 잃었다가 되찾는 일을 번갈아 할 것이다. 미래의 예술이 그 기능 을 충실히 수행해 낼 것인지 그리고 그 충실성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다.”6) 고 주장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의 본능이라 일컬은 모방의 역사는 생산물과 원본과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는 가운데 갖가지 형태의 문화예술결과물을 창작해 내었는데, 이는 독창성의 유무와도 관련지을 수 있다. 2D미디어 중심의 시각문화에서는 대체로 창조적인 능력보다는 기계적인 복제 혹은 대중에게 쉽게 이해되는 이미지 재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생산된 이미지들은 독창성이 다소 결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독창적이라 고 평가 받는 재현의 결과물들과 마찬가지로 중요성을 띄고 우리 삶에 영향을 미쳐오고 있다.

비물질적인 환영 속 대상들이지만, 실재 환경에 깊숙이 침투해있다. 다음 절에서는 이러한 이미지들에 대하여 더욱 심도 있게 분석하겠다.

2.2. 2D 미디어 속 이미지

W.J.T.미첼(W.J.T. Mitchell)은 1994년 그의 저서 『Picture Theory』에서 그림적 전환(the pictorial turn)의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언급하였다. 그림적 전환(pictorial turn)은 스펙터클과 시뮬레이션 등이 두드러지는 이미지 중심 문화를 뜻하며, 이는 리차드 로티(Richard Rorty)가 철학의 역사를 ‘전환(turn)’으로 구분한데서 유래하였다. 로티는 1979년 당시 언어적 전환 (lingustic turn)을 가장 최종 단계로 보았는데 그 다음으로 오는 현상을 미첼이 그림적 전환의 시대라는 개념으로 접근하여 새롭게 분석한 것이다. 미첼은 그림적 전환의 시작점을 비트겐슈 타인(Ludwig Wittgenstein)이 “그림은 우리를 사로잡고, 우리는 여기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

그림은 언어에 자리 잡고 있고 언어는 우리에게 있어서 거침없이 반복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한 사상으로부터 찾는다. 미첼은 포스트모더니즘의 클리셰는 모든 언어를 이미지와 “시뮬 라크라”로 흡수시키는 시대라고 하였다.7)

1994년에 미첼이 제시했던 그림적 전환(pictorial turn)의 시기라고 진단한 시대적 특징은 2019년 현재 우리에게도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 이미지들은 대부분 텔레비전, 영화, 컴퓨터, 스마트폰 등의 2D 미디어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보여지고 있고 끊임없이 재가공 되어 우리의 실제 삶의 많은 부분을 대체하고 있다. 비물질적인 이미지가 실제 경험을 대체 하는 오늘날의 현상은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변모하게 될지는 사회적∙문화적 그리고 예술적 사례를 들여다 봄으로써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1980년대에 촉발하였던 원본 없는 세상에서 이미지가 실재를 지배하고 대체한다는 논리는 오늘날 어떻게 변화되어 왔을까? 이미지가 실재보다 더 실제 같게 여겨지는 세상에 대한 논의 에 관하여 대표적인 철학자인 쟝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1981)는 그의 저서 『시뮬라

5) 아리스토텔레스(천병희 옮김), 『시학』, 문예출판사, 2002, p.37

6) W.타타르키비츠(손효주 옮김), 『미학의 기본 개념사』, 미술문화, 1999, p.349

7) W.J.T.Mitchell, 『Picture Theory,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94, pp.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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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옹』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시뮬라시옹은 원본도 사실성도 없는 실재, 즉 파생실재 를 모델들을 이용해 산출하는 작업이다. 실재는 이제 조작적일 뿐이다. 실재는 대기도 없는 파생공간 속에서 조합적인 모델들로부터 발산되어 나온 합성물인 파생실재이다.”8) 즉, 이미지 는 실재와 관계가 없고, 그 자체로서 독립적인 시뮬라크럼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미지가 더 이상 실재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사실은 초기 사진의 역할과 존재감과는 매우 상반된 모습을 보여준다. 롤랑바르트는 “사진에서는 사물이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사진에서는 현실과 과거가 결합된다. 그리고 그러한 강제적인 상황은 사진에서만 일어나는 것이므로 우리는 그것을 사진의 본질 그 자체, 사진의 노에마(noéma, 현상학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사유의 대상을 의미)로 간주해야한다. 따라서 사진의 경우, 노에마는 ‘~존재 해 왔던 것’ 이라고 할 수 있다.”9)라고 하였는데, 이러한 사진의 특성은 이미지가 어디로부터 왔는지를 설명할 수 있었던 시절의 사진의 특성을 보여준다. 바르트는 영화 역시 배우가 존재 했던 것과 역할이 존재했음을 증명하고 있다고 하였으며, 사진은 사진에 찍혀진 대상이 현실이 었다는 사실이 누군가가 사진이 지시하는 대상물을 ‘직접’ 혹은 ‘몸소’ 보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 보았다10). 그러나 오늘날 미디어 속 이미지들은 그것의 원본이 되었던 대상물에 대한 호기 심을 잠재우고 그저 이미지 그 자체로만 존재하게 된다.

원시 사회의 경우, E.H. 곰브리치(1960)가 관찰했듯이 이미지와 현실의 사물은 뚜렷하게 구 분되지 않았다. 원시시대에는 사물 자체와 사물의 이미지는 물리적으로는 구분이 되었으나 서로 동일한 에너지나 기운을 지니므로 이미지도 실제 사물이 갖는 효력이 있다고 믿었다.

반대로 오늘날에는 실제 사물이 이미지의 속성을 지닌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11) 이러한 현상 이 이미지와 사물의 관계에 끼치는 영향을 다음 장에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3. 2D 이미지의 물질화 3.1. 시각과 촉각의 연관성

오늘날 비물질적인 2D 이미지가 실재를 대신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현실의 물질 세계 안에서 직접 사물을 접하고 대상을 경험하는 체험을 한다. 때문에 시각적 이미지는 실재 사물 의 존재감을 끊임없이 의식한다. 인간의 물리적 직접체험에 대한 욕망과 사물이 지니는 강력한 힘에 이끌려 생겨나는 현상의 원인은 시각과 촉각의 연관성을 통하여 설명할 수 있다. 2D 미디어는 사물에 대한 즉각적인 접근을 차단하고 그 대상을 비물질화 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비물질과 물질은 시각적인 것과 촉각적인 것으로 차이점을 구분할 수 있다.12) 따라서 비물질 적인 이미지를 사물로 물질화하는 행위는 시각적인 것을 촉각적인 것으로 바꾸는 것이므로 결국 이미지와 현실을 연결해주는 일종의 매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눈으로만 바라볼 수 있는 이미지에 대한 경험과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대상이 주는 경험은 어떠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을까? 시각적 경험과 촉각적 경험은 대상을 인식하는데 있 어서 존재론적 무게감을 다르게 느끼도록 만든다. 철학사에서 오감의 구분과 위계를 맨 처음 설명한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동물들이 가지는 가장 근본적인 감각은 촉각이다.”라고 단언 한다. 그것은 모든 생물들에게 있는 영양섭취능력과 구별되는 “감각능력”이다. 후각, 시각, 청 각을 갖지 않는 동물들의 경우에도 촉각과 미각은 반드시 갖고 있기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는 촉각을 근원적이라고 보는 논의를 도출한다.13) 촉각은 사물이 물질로서 존재함을 인식하도록 하는 근원적인 감각이다. 실재와 가까워지고자 하는 인간의 존재론적 욕망의 근원이기도 다.

즉, 인간은 만져지는 대상으로부터 현실성을 확증할 수 있는 것이다. 비물질적인 이미지가 실재처럼 느껴지기를 기대한다면 그때부터 요구 되는 것은 촉각적이고 물질적인 대상이다.

8) 장 보드리야르(하태관 옮김), 『시뮬라시옹』, 민음사, 2001, p.12 9) 롤랑 바르트(송숙자 옮김), 『밝은방, 사진론』, 현대미학사, 1994, p.77 10) 롤랑 바르트(송숙자 옮김), 위의 책, 1994, p.79

11) 수전 손택(이재원 옮김), 『사진에 관하여』, 이후, 2005, pp.221-226 12) W.J.T. 미첼 외(정연심 외 옮김), 『미디어 비평용어21』, 미진사, 2015, p.81 13) 아리스토텔레스(유원기 옮김), 『영혼에 관하여』, 궁리, 2001, p.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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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터클과 시뮬레이션, 가상현실 등이 주도하는 시각 이미지 중심의 문화에서 자크 랑시에르 (Jacques Racière)(2014)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였다. “이제부터 리얼리티란 더 이상 존재 하지 않으며 그저 이미지만 있다고, 혹은 거꾸로 이제부터 이미지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스스로를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재현하는 리얼리티만이 존재한다고 주장될 때, 사람들은 무엇 에 대해, 정확히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일까?” 그는 이 두 담론은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담론 중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로 끊임없이 변형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즉 이미지 말고는 더 이상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미지의 타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뜻이다14). 랑시 에르의 이러한 질문들은 이미지와 실재는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며 공존 한다는 내용을 인정하 고 있다는 것 해석 할 수 있다. 즉, 아무리 이미지가 포화된 세상이라 할지라도 이미지는 실제 세계와 결코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강조하는 것이다.

조다난 크래리(Jonathan Crary)(2001)경우에는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순수시각’이라는 개 념은 19세기 근대성의 산물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사실상 그 이전에는 인간 신체에 있어서 시각과 촉각은 분리되지 않은 감각이었다. 크래리는 15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카메라 옵 스큐라의 모습은 관찰자와 세상간의 관계를 한정하고 정의하였고 시각이 이해되고 재현되는 필수적인 장소가 되었다고 하였다. 카메라 옵스큐라는 관찰자를 어두운 영역에 갇힌 고립되고 닫혀지고 자발적인 것으로 정의하였으며 보는 행위를 관찰자의 육체로부터 찢어 놓고, 시각을 탈육체화 시켰다고 보았다15). 18세기까지만 하여도 시각적 인지의 핵심 모델은 촉각이었다.

그 당시의 문제는 인간에게 있어서 감각의 한 질서에서 다른 질서로 넘어가는 경로가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한 것과 어떻게 감각들이 “다시모일”수 있는 가였다16). 그러나 크래리에 의하 면 19세기 초반 카메라 옵스큐라의 보급에 의하여 1739년경 샤르뎅(Jean Baptiste Siméon Chardin)의 그림 <풍선 부는 소년>에서 볼 수 있었던 것과 같은 시각과 촉각이 함께 작용하는 묘사에서 벗어나 세잔(Paul Cézanne)과 같은 19세기의 다른 예술가들이 “눈의 순수함”을 상 17)하는 것이 가능해 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순수시각의 개념이 카메라 옵스큐라의 발달로 인하여 이전에는 촉각과 분리되지 않았 던 시각이 독자적으로 고려되었기 때문에 탄생한 것이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오늘날 시각적 이미지와 촉각적 사물이 서로 간에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끊임없이 모방하며 재생산하는 현상을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3.2. 비물질적 이미지를 닮은 물질적 사물

종이나 모니터 속의 평면적인 이미지와 똑같이 닮은 입체물을 제작하여 물리적이고 촉각적인 체험이 가능한 사물이 되도록 만드는 일, 즉 가상의 이미지를 각기 다른 여러 차원의 매체로 복제하고 재연하는 일은 비단 오늘날만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일상에서 생활용 품, 기념품, 각종 기호 상품 등이 가상적인 현실의 디지털 이미지로부터 제공받는 시각경험에 서 파생되는 경우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그

14) 자크 랑시에르(김상운 옮김), 『이미지의 운명』, 현실문화, 2014, p.10 15) 조나단 크래리(임동근 옮김), 『관찰자의 기술』, 문학과학사, 2001, p.67 16) 조나단 크래리(임동근 옮김), 위의 책, p.94

17) 조나단 크래리(임동근 옮김), 위의 책, pp.102-105

<그림 2> 샤르뎅, 풍선부는 소 년, 1739

<그림3> 세잔느, 생 빅토와르 산,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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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들의 탄생과 쓰임은 우리가 속한 세상이 현재 어떠한 물질적 경험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를 시사하고 있다.

하이데거(Martin Heidegger)에 의하면 만든다는 것, 제작한다는 것은 모습 자체가 자신과 다 른 것인 제작된 것에서 자신을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신은 이데아를 창조하고, 장인은 그 이데아를 물체 속에서 나타나도록 하고, 화가는 그림을 그려 이데아를 나타낸다. ‘원본’은 대체 로 이데아와 모습이 서로 일치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여전히 오늘날 복제관련 문화에서 개념 으로 주요한 근간이 된다.18) ‘이미지의 물질화’ 현상은 오늘날에 이데아의 개념과 원본의 역할 이 가상 이미지들로 인해 변화하고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고대 철학에서 정립한 이데아 개념에서 원본의 위치는 ‘원본 없는 사본’의 세계가 도래한 이후 가상 이미지가 대체한다.

이미지가 실제를 대신할 것만 같았던 시뮬라크르의 시대에도 사실상 우리는 사물에 둘러싸여 살아왔다. 사물이란 인공적으로 원료나 재료를 이용하여 만들거나 변형시킨 물건을 뜻한다.

물건은 추상적인 정신이나 관념과는 달리 구체적인 실체가 있어 인간이 오감으로 인식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 때문에 물질문화연구가 활발하기도 한데 이는 물건이 사회와 인간을 연결시 키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구축하며 여러 사회 집단을 소통하게 하는 매개체이므로 결국 문화가 물건을 통해서 형성되므로,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 물질성의 연구는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19) 물질과 사물에 대한 연구는 비물질적 이미지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물질적 실체가 어떻게 세상을 이루어가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지켜보고 있다.

오늘날의 사물과 물질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이미지를 닮은 사물들의 모습일 것이다.

우리가 이미지로부터 자극 받는 욕망의 대상은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만화나 게임 캐릭터 혹은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연예인 등이다. 이들을 소유하거나 실제로 만나고 싶은 욕망은 그들 의 모습을 최대한 흡사하게 모방한 장난감 혹은 밀납 인형을 접하거나, 그들이 미디어 속에서 살아가는 생활방식을 따라 하기 위하여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품을 손에 넣는 방법으로 해소되 는 사례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가상의 이미지를 보는데서 머무르지 않고 실제 로 접촉할 수 있는 사물들을 만들어내고 체험하는 구체적인 실제 사례들인 것이다.

'키덜트(kidult)'는 어린이를 뜻하는 '키드'(Kid)와 어른을 의미하는 '어덜트'(Adult)의 합성어 로, 주로 유년시절 즐기던 장난감이나 만화, 과자, 의복 등에 향수를 느껴 이를 다시 찾는 20대 이상의 성인계층을 칭한다. 최근 그들이 관심을 가지는 대표적인 장난감인 캐릭터 장난감은 만화주인공, 재미있는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캐릭터가 허상이 아닌 실제 모습을 하고 나타난 다.20) 앞의 3.1장에서 제시하였던 조나단 크래리가 주장한 촉각과 시각의 밀접한 관계 그리고 시각보다 촉각이 주는 직접적인 만족감은 여기에서 설명 될 수 있다. 어린이가 만화를 관람하 는데 시각적 감각을 이용하였다면 다음 단계로 촉각적 감각이 자극되어 만화 속 등장 인물이나 사물을 소유하고자 하는 현상은 예정된 것이라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은 모방 대상을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서 찾아내어 장난감을 만들어왔고 최근에는 더욱 활기를 띄고 있다.

<그림 4> 만화 주인공을 모방한 플라스틱 피규어 장난감들

18) 마커스 분(노승영 옮김), 『복제예찬』, 홍시, 2013, pp.36-37

19) 조인수, 『물질문화 연구와 동양미술』, 미술사와 시각문화 7권, 2008, pp.11-17 20) 김혁, 『나는 장난감에 탐닉한다』, 갤리온, 2007,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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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우 장난감과 만화가 결합된 피규어가 특히 인기를 끌고 있는데, 국내시장은 물론 미국과 일본 등에서 피규어 관련 상품을 구매하기 원하는 키덜트족들에 의해 해외 피규어 직구 시장의 규모까지 점차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21) 롯데마트의 전통적 장난감의 매출이 감소하 는 반면 성인들이 주요한 소비층인 피규어와 프라모델 등의 매출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17 년 롯데마트의 장난감 전문점 토이저러스 매출을 살펴보면 전체 매출이 7% 가량 감소했다.

신생아 완구, 유아 완구, 봉제인형 등 전통적인 장난감 카테고리의 매출은 두자릿수의 커다란 감소율을 보인 반면 피규어 카테고리의 매출은 5.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22)

구분 신생아완구 유아완구 봉제인형 피규어

매출신장률 -18.3 -14.1 -16.2 5.7

<표 1> 롯데마트 주요 완구 카테고리별 매출 신장률 현황

[단위: %]

※ 2017년 1월~11월 롯데마트 매출 기준 (전년 동기 대비)

키덜트족의 영역이 오프라인으로 넓어지면서부터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 들은 ‘덕후 모시기’에 앞 다투어 나서고 있다. <표 2>에서 볼 수 있듯이 신세계 이마트에 따르면 전년 대비 피규어 매출 성장률은 2016년도에 43%, 2017년에 98.9%라는 큰 폭의 증 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23) 만화 속 주인공을 소유하고 싶어지는 마음은 어린이는 물론 성인까 지 갖고 있으며 2D 화면에서 보던 이들을 3D의 현실 공간으로 불러내어 곁에 둔다.

또 다른 사례는 다음과 같이 살펴 볼 수 있다. 마담투소(Madame Tussaud’s) 박물관은 셀러브 리티(유명인)을 닮은 밀납 인형을 전시하는 런던의 관광 명소이다. 인기 있는 명사들의 신체를 실물에 가깝도록 정밀한 묘사력을 발휘하여 밀납으로 조각하여 관객들 앞에 제시함으로써 미 디어를 통하여 이미지에만 몰입하는 것으로만 충족되지 못한 부분을 촉각적인 부분으로 채워 준다. 이 박물관은 처음에는 1884년 런던에서 작은 전시장을 만든 것으로 시작되었는데, 최근 이스탄불, 홍콩, 상해 등 다른 문화권까지 분점을 확장시킬 만큼 많은 사람들의 기대감을 충족 시켜주고 있다. 이곳에 진열된 밀납 인형들은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과 그의 가족들, 축구선수 베컴, 헐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슈퍼 히어로로 분장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말쑥한 정장 차림 의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무대 공연 복장을 한 인기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등 미디어를 통해서 보던 유명인들의 모습을 그대로 본뜨고 있다.

<그림 5> 마담투소 박물관의 밀납 인형들

이는 미디어 이미지의 원본격인 유명인들을 직접 만나는 것과는 또 다른 경험이다. 밀납 으로 만들어진 인형들은 관객들이 기대하고 있는 미디어 속 이미지 그 모습 그대로 존재하기 때문이 다. 마치 미디어 속 유명인들이 화면 밖으로 튀어나와 함께 사진을 찍듯이 관람객들이 밀납 인형과 접촉하고 가까이서 함께 포즈를 취하는 것은 화면 안에서 보던 세상이 실재 공간과 시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과 유사한 경험인 것이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소비자 혹은 미디어의 수용자로서 겪는 게 대부분인데, 최근에는 대중들이 특별한 기술 없이도 직접 이미지를 닮은 사물들을 만들어 내는 게 가능해졌다.

21) 디지털 타임즈, ‘`피규어` 시장 성장과 일본 구매 대행’, 2016년 4월 16일자

22) 머니투데이, ‘토이저러스, 낮은 출산율에 체질 개선…성인용 완구 강화’, 2017년 12월 03일자 23) 매일경제, ‘1700만원짜리 아이언맨도 덥석…못말리는 `덕후 본능`’, 2017년 6월 7일자 <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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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3D프린터로 만든 피규어와 무료 배포 도면

사람들이 수동적인 소비자가 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원하는 이미지를 스스로 선택하고 이를 물질화 시키고자 할 때 가장 손쉽게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은 3D프린터를 이용하는 것이다.

3D프린터는 2D 프린터가 활자나 그림을 인쇄하듯이 입력한 도면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3차원 의 입체 물품을 만들어내는 기계이다. 최근 3D 스캐너와 함께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취급이 쉽고 합리적인 가격이 책정되어 각자가 원하는 형태의 맞춤형 조각상을 만들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원하는 모양대로 입체물을 탄생시키는 작업은 이제 더 이상 조각가나 장인들처럼 특수한 기술이나 재능을 가진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화된 상품이다. 덕분에 2D이미지 를 시각적으로만 보는 것에 만족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이제 손쉽게 3D조형물로 형상을 만들어 시각뿐만 아니라 촉각이라는 보다 직접적인 경험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3D 프린터는 플라스 틱, 나일론, 금속 소재 등의 액체를 굳혀 입체 물품을 만들어내는데 잉크젯프린터에서 디지털 화된 파일이 전송되면 잉크를 종이 표면에 분사하여 2D 이미지를 인쇄하는 원리와 같다.24) 그리고 원하는 형태를 만들고자 하면 도면을 직접 그리거나 이미 준비된 기성도면을 사거나 무료로 다운받아서 실행시키면 되기 때문에, 간단한 훈련을 통해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이미지를 입체적인 사물로 만드는 기술이 대중적으로 널리 보급되는 일은 가상의 세계 의 이미지를 물질화시키는 경향이 촉진되는 배경이 된다. 그리고 원하는 이미지를 누구나 입체 화 시킬 수 있는 환경이 준비되어 있다는 현실은 앞으로 물질화된 사물을 제작하는 행위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비물질적인 이미지로 포화된 오늘날의 환경에서 ‘주체’와 ‘대상’이 ‘지금, 여기’의 현실 공간 속에서 공존하고 있다는 느낌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촉각적이고 물리적인 접족이 가능한 대상의 존재감이 필요하기 때문이 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이미지가 많아질수록 그것을 물질화 시키려는 욕구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방법 중 하나가 3D프린터의 대중화이다. 원하는 대로 이미지를 사물로 만들 수 있다는 매력적인 가능성은 인간이 가진 직접 경험에 대한 원초 적인 욕망을 원활하게 충족 시켜줄 것이다.

4. 2D 이미지에 물리적 존재감을 부여한 3D 입체작품들

실체 없는 이미지, 만질 수 없는 비물질적 이미지를 손에 넣고자 하는 욕망은 이들을 실제로 우리 곁에 존재하여 곁에 둘 수 있는 사물을 낳게 하였다. 트리스탄 차라(Tristan Tzara)는 우리가 자궁 속 태아였던 시절에 느꼈던 ‘안정적인 상태의 기억’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고, 이것 때문에 미술작품 감상을 통한 만질 수 있고, 입으로 핥고 빨 수 있으며, 피부와 눈꺼풀에 따뜻함, 어두움, 축축함 상태 등으로 닿을 수 있는 물질에 대한 경험을 필요로 한다25)고 하였다.

또한 인간의 소유욕은 이러한 현상의 증가를 더욱 자극 시킨다. 소비사회는 일정한 생산과 소비를 하는 상품 문화 형성에 있어서 이미지에 의존한다. 광고 이미지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욕망을 제공함으로써 행복한 삶이란 어떤 것인가에 관한 사회적 가치와 기준점을 제시한다. 소비자에게 약속하는 잠재적 장소나 상태를 보여주고, 그들이 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26)을 제안한다. 소비사회의 상품 문화는 미디어에서 매혹적인

24)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978613&cid=40942&categoryId=32374, 두산백과

25) Adam Jolles, 『The Curatorial Avant-Garde』, Pennsylvania State University Press, 2013, pp.139-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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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들을 만들어내고 그것들을 촉각적 성질을 가진 사물로 만드는 과정에 관여함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배경들을 고려하면 앞서 제시하였던 이미지를 유아기적 소유물인 인형이나 로봇 같은 장난감, 밀납 인형 등으로 만들어 직접 접촉하고자 하는 사례들을 다시 한 번 이해 할 수 있다 된다. 여기까지 살펴본 2D 이미지의 3D 물질화 과정이라는 오늘날의 사회 문화적 현상이 미술 작품으로서 드러나는 경우들은 무라카미 다카시, 피에르 위그의 작업 중에서 물리적으로 만질 수 있는 즉, 촉각성이라는 특성을 가진 입체 작업에서 확인할 수 있다.

4.1. 무라카미 다카시

무라카미 다카시(むらかみたかし, 1962~ ,일본)는 예술, 미디어, 시장이 수렴하는 지점을 철 저하게 파고든 작가이다. 그는 일본 하위문화에 해당하는 오타쿠에서 영감을 얻어 자신의 브랜 드 이미지를 개발하였다. 오타쿠는 흔히 망가(만화)나 아니메(TV 만화 프로그램이나 만화영 화)의 특정 캐릭터에 열중하는 성인 남성을 지칭한다. 그들은 자신을 액션 영웅과 동일시하는 가 하면, 순종적인 미소녀 캐릭터에 자신들의 환상을 투사하기도 한다.

무라카미의 초기작품 중 <미스코코>(1997) 는 금발머리에 리본 장식을 한 소녀와 커다란 가슴에 딱 달라붙는 웨이트리스 복장을 한 포 르노 스타가 조합된 캐릭터이다. 당시 코코양 은 오타쿠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캐릭터는 아 니었다. 그렇지만 무라카미는 하위 여성성에 서 유래한 ‘가와이’라는 하위 개념을 발전시키 며 이 캐릭터를 부각시켰다. 이는 만화책 속 캐 릭터를 입체 작품으로 만듦으로써 만든 그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로 대중적 이미지 를 미술관 안으로 끌어들인 사례로 손꼽힌다.

이밖에도 성깔 있어 보이는 버섯들, 미소 짓는 꽃 등을 캐릭터화 시켰다. 이 캐릭터들은 만화책이라는 2D미디어에서 존재하도록 탄생하였으 나 무라카미는 이들을 입체적인 조각 작품으로도 제작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캐릭터들을 더욱 생생하게 접하도록 만들었다.

일본은 현대의 서구를 특징짓는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았는데 무라카 미는 전례 없는 방식으로 이 부분의 사회 경제 폭까지 확장시켰다. 그의 <Mr.

DOB>(2016)를 비롯한 깜찍한 돌연변이 캐 릭터들은 고가의 회화 및 조각 작품은 물론 스 티커, 단추, 열쇠고리, 인형 등 값싼 상품으로 도 출시되었다. 따라서 그의 작품들은 주요 미 술관에서는 물론 편의점에서도 찾아 볼 수 있 다.

무라카미는 광고, 포장, 애니메이션 제작, 전시 개발, 웹사이트 제작 등을 취급하는 회사를 설 립하고 자신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제작하는 등의 작업을 병행하였다. 그는 예술/상업, 고급/

저급, 희소/대량, 고가/저렴함을 뒤섞는 혼란을 일으켰다27). 미디어의 주목을 경제적 이득으로 전환 시키며 논란을 자처한 무라카미는 평면적인 화면 속에 존재하던 캐릭터들을 미술 작품이

26) 마리타 스터르큰, 리사카트라이트(윤태진외 옮김), 『영상문화의 이해』, 커뮤니케이션 북스, 2008, p.180 27) 할 포스터 외(배수희 외 옮김), 『1900년 이후의 미술사』, 세미콜론, 2016, pp.802-803

<그림 8> 무라카미 다카시, Mr. DOB, 레진 위에 물감 채 색, 27.5 × 23.5cm, 2016

<그림 7> 무라카미 다카시, 미스 코코, 유화물감, 아크릴 물감, 합성 레진, 파이버 글라스, 철, 187.9x88.9x6.3cm,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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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범위 안에서 상품화 하면서, 이미지를 현실에서 직접적으로 만지고 소유하고자 하는 대중 들의 욕망을 자극하였다.

무라카미는 한 인터뷰에서 “겉과 속을 나누고 살아가는 세상이다. 그로 인해 서로 다투기도 쉽고 그런 만큼 치유 받고자 하는 욕구도 커진다. 이런 사회에서 아티스트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사람들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좀 더 원활해지도록 유도해야 하지 않을까. 다양한 표정 의 이미지 아이콘을 돈 주고 사서 쓰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일이 늘고 있다는 의미일 테니.”28) 라고 SNS에 관한 관심을 표현한바 있다. 그가 단순히 비물질적 인 이미지만을 보여주는 미디어 속의 환상들을 실제 세상으로 끄집어내고자 하였던 시도는 그의 작가로서의 태도에 대한 의문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무라카미가 만화책의 지면이나 만화영화 화면 속에서 존재하는 캐릭터를 다양한 물질로 입체 화 시켜 제작함으로써 대중들의 삶을 진단하고 그에 따르는 인간들의 하위문화를 이해하고자 하였다면, 이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미지의 물질화를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실제 사람에 게 대중문화의 이미지를 부여한 사례를 피에르 위그를 주축으로 여러 아티스트들의 협업 프로 젝트에 의해서였다. 이들은 스펙터클 사회에서 허구와 실재의 구조를 밝혀내고 자본주의와 유통체계에 저항하는 태도를 취하기 위하여 게임 속 허구 캐릭터를 실재의 공간과 시간 속으로 끌어내어 관객들과 조우하도록 만든다.

4.2. 페에르 위그

<No Ghost Just a Shell>(1999-2003) 프 로젝트는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 1962~ , 프랑스)의 대표적인 협업 작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위그와 그의 동료 작가인 필립 파레노(Philippe Parreno, 164~ , 알제 리)가 1999년에 일본의 K워크(Kwork) 회 사로부터 잊혀져가고있던 만화 캐릭터인 ‘안 리(Ann Lee)’의 저작권을 사는 것으로 시작 되어, 몇 년에 걸쳐 여러 작가들이 이 프로젝 트에 참여하였다.

위그와 그의 동료들은 안리를 단순히 게임 속 캐릭터가 아닌 마치 ‘실재하는 사람’처럼 대하는데, 허구와 실재의 관계를 전복하려는 의도가 돋보인다. 위그는 허구와 실재의 관계, 저작권의 문제 등의 고찰을 통하여 스펙터클 사회에 저항하고자 하였고, 이때에 안리의 다양한 ‘존재감’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안리의 실재감을 상 징하는 설치 작품과 관객 참여 퍼포먼스 작업에서 안리를 닮은 소녀 퍼포머를 등장시켰다.

2D 화면 안에 존재하는 게임 캐릭터인 안리의 저작권을 구입한 뒤 위그와 파레노는 그를 애니 메이션, 포스터, 회화, 광고, 비디오 게임 등의 방식으로 사용하였다. 또한 위그와 파레노는 자신들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가들에게 이 캐릭터를 사용하도록 요청하여 30여명의 작가들이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안리를 활용하여 작품을 제작하였다.

위그는 2002년 취리히 쿤스트할레(Kunsthalle) 에서 시작하여 샌프란스코 모마(SF MOMA), 에인트호번 반야베미술관(Van Abbemuseum) 등에서의 안리를 사용한 작가들의 다양한 작 업을 한 데 모아 <No Ghost Just a Shell>이라 는 제목의 순회 전시를 열었다. 그리고, 이 전시 를 끝으로 안리는 안식에 들어갔다. 순회 전시 에서 위그와 협업한 조 스캔런(Joe Scanlan,

28) 중앙 선데이, 『두께 없고 깊이 없는 세상 대놓고 조롱하다』, 2013년 7월12일자

<그림 9> 피에르 위그, Still from Anywhere Out of The World, 2000

<그림 10> 조 스캔런, DIY, 설치 전경,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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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 , 미국)은 안리의 죽음을 애도하는 장례식 모습을 연출하며 안리를 위한 관과 꽃을 준비 해 마치 진짜 사람의 장례식처럼 연출 하였다.

그리고, 실제 공간과 시간 속에서 비물질적 캐릭터를 물 질적으로 존재하게 한 작업은 티노 세갈(Tino Seghal, 1976~ ,영국)에 의해서 실현 되었다. 세갈은 팔레 드 도 쿄(Palais de Tokyo)에서 있었던 파레노의 개인전인

<Anywhere, Anywhere out of the World> (2013- 014)에서 안리를 다시 불러들여 애니메이션 작품을 제 작하였고, 스크린에서 상영하였다. 영상이 끝나면 관객 앞에 한 꼬마가 나타나 로봇처럼 행동하면서 자신이 안 리 라고 소개하며, 관객들을 향하여 “당신은 당신의 시각 (eyes) 아니면 언어(words), 무엇을 믿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는 애니메이션으로 만 들고 그림으로 그려진 캐릭터가 던질 수도 있었던 질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갈은 안리 라는 캐릭터를 부여받고 겉모습이 비슷하도록 분장하고 몸가짐이 비슷하도록 연기하는 실제 소녀를 관객 앞에 나타나도록 만든다.

인체의 물리적 존재감을 이용한 이 작업은 일종 의 입체적 작품으로 볼 수 있는데 디지털 게임 으로 존재하던 비물질적 캐릭터를 실존하는 사 람으로 육화 시킨 것이다. 안리는 여러 작가들 의 다양한 작품 속에서 각기 다른 맥락화를 거 쳐 새로운 기호로 창출되었다. 따라서 안리 시 리즈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어떤 작가의의 작품인지 구분하기 힘들었기때문에 다양한 작 가들과의 협업은 저작권과 저자성에 관련된 문 제를 발생시켰다. 이에 따라 위그와 파레노는 변호사를 고용하여 안리에 관한 소유권을 안리 스스로가 가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29) 다시 말해, 안리에 대한 작업들과 전시 도록의 이미지의 저작권을 실재하는 작가들이 아닌 허구의 이미지로 존재하는 안리 자신에게 귀속시켜버린 것이다. 위그는 단순히 안리를 작업의 도구로 서의 이미지로 이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물 그 자체로 보았고, 안리가 마치 살아있는 사람과 같은 자율적 존재가 되었다고 주장하였다.30)

이들의 작품은 스펙터클 사회에서의 허구와 실재의 구조를 상기시킨다. 그는 기존의 문화적 산물인 안리와 허구와 실재의 경계를 지우는 스펙터클 사회의 구조를 전용하며 자본주의 사회 의 유통체계에 저항할 수 있는 상황을 구축하고자 하였다31). 피에르 위그가 여러 작가들에게 요청하여 이 프로젝트에서 다양한 포맷을 통해 정보를 움직이고 처음의 조건을 잊지 않는 것은 현재를 살아간다는 것의 불가능함과 재현에 대한 질문에 맞서는 방법 중 하나이다. 그 대답을 위해 이들은 관객들의 참여와 현재에 대한 이해를 가능32)하게 하도록 하였다.

위그와 작가들은 2차원의 만화 캐릭터인 안리를 실재하는 인물처럼 설정하여 전시장에서 마주 할 수 있는 살아있는 사람의 육체와, 안리에 관련된 실제 사물들을 등장 시켰다. 이들은 미디어의 비물질적 이미지와 실존하는 신체와 사물의 물질적 존재감을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실재와 허구의 경계를 흐트러뜨렸다.

29) Amelia Barkin, 『Parallel Project』, MIT Press, 2013, p.124

30) Tom McDonough, ‘No Ghost’, October, NO. 110, MIT Press, 2004, p.125

31) 이효선,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 작품에서 보는 ‘스펙터클 사회’에 대한 저항의 전략』, 홍익대학교 학위논문, 2015, 44p.

32) Amelia Barkin, 위의 책 p.138

<그림 11> 티노 세갈, 안리, 퍼포먼스, 2015

<그림 12> 안리의 소유권에 관한 계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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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결론

본 연구에서는 미디어로 인해 탄생한 2차원적인 이미지가 만질 수 있고 소유할 수 있는 3차원 의 사물로 물질화하여 변환되는 현상을 일상의 사물들과 무라카미 다카시, 피에르 위그의 작품 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2D 미디어 속 이미지의 물질화’에 대한 관심은 오늘날 이미지의 포화라는 환경 속에서 제작되는 사물이 어떻게 세상을 이루어 가는지에 대한 궁금증이다. 이미 지가 실재를 대신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뮬라크르의 시대를 거쳐 온 오늘날의 시점에서 이미지, 사물, 그리고 인간이 상호간에 끊임없이 모방함으로써 영향을 주고받는 상황을 사회 문화적 사례 조사 및 미술작품 분석을 통하여 정의해 보았다.

인간은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고 그것을 인정함과 동시에 그것을 부정하거나 전복하면서 발전 해나간다. 이 과정에서 이미 이전에 있었던 이미지를 모방하거나 더 이전의 상태로 회귀하기도 하고 전혀 새로운 개념의 이미지를 만들어가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이미지와 현실 속 사물의 관계 역시 오랜 시간 동안 서로가 서로를 선망하기도 하고 부정하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우위를 선점하려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인간이 육안으로 자연물이나 사물을 관찰한 후 만들어내는 이미지, 기계적으로 쉽게 복제하는 이미지, 복제할 것을 미리 염두 해 두고 고안된 이미지, 기존의 이미지를 모방하는 이미지 등 미디어 속 이미지의 다양한 속성들을 점검하였다. 그리고 그 이미지들의 닮은꼴 사물들이 현실의 공간과 실재 시간 속에서 탄생하는 물질세계에서 일들을 분석하였다. 멀지 않은 미래에는 이러한 이미지를 모방한 실재 사물들이 인간이 사는 세상을 채울 것이고 또, 더 먼 미래에는 그렇게 만들어진 사물들을 또다시 이미지 로 만들어버리는 일들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반복된다면 이미지와 사물의 관계는 끊임없이 서로를 모방하는 순환 관계가 되는 것이다.

시각과 촉각의 긴밀한 관계는 본문에서 살펴보았듯이 2D이미지를 반영한 3D 사물이 탄생하게 끔 유도함으로써 인간을 새로운 환경에 놓이도록 만든다. 비물질적인 이미지는 인간이 그것을 단지 눈으로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현실 공간에서 실제로 마주치고 손으로도 만져보고 싶어지 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이는 이미지와 실재의 경계 사이에서 보다 더 실제적인 존재감을 성취 하고자하는 욕망, 즉 인간의 실존에 대한 희망이 원인이라는 결론 내릴 수 있다.

눈으로만 바라볼 수 있는 이미지에 대한 경험과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대상이 주는 경험의 차이 는 시각에 비하여 촉각이 인간에게 주는 ‘직접경험의 만족감’이 더욱 큰데서 연유한다. 바라만 보는 비물질적 이미지보다 그것과 같은 형태를 가지면서도 실제로 만지거나 소유할 수 있는 물질적 사물이 인간에게 더욱 큰 존재성을 발휘한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본 연구자는 이번 연구가 인간의 ‘실존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이미지를 사물로 물질화’시키고 자 하는 욕구가 증대하고 그것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과학 기술과 관련 시장이 진보함으로써 미래에 펼쳐지게 될 ‘시각과 촉각 사이의 새로운 경험’이 더욱 빠르게 활성화 될 것임을 전망하 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미지의 물질화가 촉진되는 현상은 비물질적인 이미지를 통한 경험에 익숙해져버린 사람들 이 ‘보는 것과 만지는 것’ 사이의 존재감의 차이를 물질세계에서 경험하고 인식하는데서 온다.

따라서 이러한 인식의 차이의 결과물에는 실제에 가까워지기를 원하는 인간의 오래된 존재론 적 고민과 ‘지금, 여기’에 실존하기를 기대하는 염원이 투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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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978613&cid=40942&categoryId=32374,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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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