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9
9. 이슬람 문화와 관습 II (나눔과 단식)
1)베품과 나눔: 공동체 정신
‘나는 존재한다. 우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내가 존재한다’. 공동체 일원으로서 존재감을 확인하는 이슬람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이다. 개인주의가 성행한 서구사회 와 가장 뚜렷하게 구분되는 삶의 특징이다. 이슬람 사회의 공동체정신과 가족중심주의는 동양 적 전통과 많은 부분 공유하면서 이슬람이 아시아 사회에 뿌리를 내리는 기초가 되었다. 이슬 람이 아랍에서 아랍인 예언자에 의해, 아랍어로 계시되었지만, 현재 이슬람 인구의 약 70%가 아시아(인도네시아, 인도, 파키스탄, 방골라데시,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우즈베키스탄, 카자흐 스탄 등)에 거주하고 있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무엇보다 남녀내외 관습, 연장자나 선배, 교수, 상사에 대한 존중과 배려, 대가족 제도, 상부 상조의 공동체 정신은 아시아 문화 나아가 다른 세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슬람의 이러한 공동체 정신과 가족중심주의는 평범한 일상에서도 강하게 발현되고 있다. 우 선 경제관에서도 자본주의와 사유재산이 인정되지만 개인이 축적한 부는 어디까지나 신의 영 역에 속한다는 절대한계를 가진다. 자신이 이룩한 부와 재산은 신이 현세에서 위탁한 것에 불 과하며 다른 사회 구성원의 협력과 희생위에 얻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이런 정신은 ‘삼분상속’
관습에서도 나타난다. 유산의 1/3은 국가에 헌납하고(일종의 상속세), 1/3은 자선단체나 가난 한 이웃에게 희사하고, 나머지 1/3을 자신의 가족들에게 물려주는 오랜 이슬람 전통이다. 자 식들의 몫조차도 전부 상속하기 보다는 본인의 자발적 의사에 따라 다른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기부금들이 모여 이슬람 국가에서는 와카프(waqf)라는 자선단체가 대규모로 조직적으 로 운영된다. 1천년 이상 내려오는 가난한 사람들의 구호와 복지를 위한 가장 이상적이고 실 질적인 이슬람 기구다. 현대사회에서 와카프는 거의 많은 이슬람 정부에서 하나의 부처로 승 격되었다. 일부 국가에서는 종교성과 겸하고 있기도 하지만 와카프는 정부 부처 중에서도 가 장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와카프야말로 오늘날 서구사회에서 일반화된 복지재단이나 구호자선단체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제도가 좋아도 시민들의 진정한 참여가 없으면 지속가능한 역할을 상실하기가 쉽다.
단순히 물질을 나누어주는 것만으로 나눔과 복지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면 진정성이 역하다.
이슬람은 이를 참여형 복지, 물질적 나눔을 뛰어넘어 고통을 분담하고 영적인 교감을 통해 진 정한 공동체 하나됨을 확인하고 서로 감사하는 단계로 승화시켰다. 그것이 라마단(단식)의식이 다.
2)라마단 단식-나누는 고통을 통한 진정한 공동체 정신
모든 무슬림은 매일 5번의 예배와 함께 매년 라마단 달, 한 달 동안 단식을 한다. 이 기간 중 에는 새벽부터 해가 질 때까지 아무 것도 먹고 마시지 아니하면서 자신을 인내하고 정화한다.
해가 있는 낮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으면서 철저히 금식하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서 음식 을 만들어 먹고 해가 진 뒤에는 충분한 식사를 할 수 있다. 사실 점심 한끼 굶는 셈이지만,
더운 날씨에 한 달간 물까지 마시지 못하니 그 고통이 매우 크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음식준 비를 하고 미리 새벽식사를 한다. 꾸란에는 ‘흰실과 검은 실이 구분되는 시점부터 단식을 시 작하라“고 가르치고 있으니 사실상 해가 뜨기 훨씬 이전의 여명기부터 단식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슬람 국가에서는 새벽이 되면 모스크에서 나온 북치기가 동네를 돌면서 북을 두드려 사람들을 깨워준다. 일상적인 일을 라마다 기간에도 계속하기 때문에 자칫 늦잠을 자 서 음식을 조금도 먹지 못하고 단식을 맞으면 건강 문제뿐만 아니라 일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아침 일찍 식사를 한 다음 해가 뜬 후 부터는 금식을 하고, 해가 지는 순간 일몰을 알 리는 예배 아잔1) 소리와 함께 단식이 깨어진다. 아잔이 울리면 물과 우유같은 가벼운 음료로 입을 적시고 대추야자나 가벼운 죽으로 시작한다. 저녁 예배를 마친 후 밤 늦도록 정찬을 즐 긴다. 정찬 후에는 따라위 예배라 하여 기나긴 단식 예배를 드리면서 운동과 종교적 열정을 불태운다.
이슬람의 단식은 사움(Saum)이라고 불리지만 단식하는 달 이름을 그대로 따서 라마단으로도 불린다. 그 의미는 참으로 깊고도 공동체적이다.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가는 구성원들이부자이 건, 가난하건, 권력자이건, 평범한 시민이건 모두가 똑같은 조건에서 하느님이 명하신 고통을 직접 체험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함께 굶고 함께 나누는 과정을 통해 말로서가 아닌 1차적 인 실천과 경험을 통해 억울한 자, 가난한 자, 빼앗긴 자의 고통과 소외와 배고픔을 직접 느 끼게 된다. 진정한 공동체의 영적 나눔의 행사라고 할 수 있다. 1400년 동안 매해 되풀이 라 마단을 통해 신자들은 보다 공평하고 보다 공정한 사회를 꿈꾸고 실천해 나가려 한다. 실제로 라마단 단식이 끝난 후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기부(자카 트)를 하고 선행이 집중되는 현실은 이러한 취지를 잘 대변해 준다.
종교적으로도 단식은 무슬림들에게 도덕적 절제와 과욕을 다스리는 훈련의 장이다. 그래서 무 슬림들은 라마단 기간이 아니더라도 부정이나 유혹에 흔들릴 때 단식을 곧잘 한다. 특히 단식 을 제대로 하면 잃어버린 건강을 되찾는 소중한 기회로도 활용한다. 더운 지역에서 육식과 기 름진 식사를 하고 운동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생태환경에서 단식은 체중 조절에 탁월한 이점을 가져다 준다. 나아가 규칙적인 단식은 자질구레한 잔병을 치료해 주어 무슬림들의 수명연장에 도 크게 기여하게 된다. 단식이 끝나면 그들은 서로가 체중 감량을 자랑하며 단식의 또 다른 열매를 맛보게 된다. 이 시기는 문화적으로 일종의 국민 다이어트 기간인 셈이다. 혼자서는 잘 안되는 음식 조절을 사회 전체가 함께 하고, 알라께도 좋은 점수를 딸 수도 있으니 무슬림 들에게는 일거양득인 셈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평소에는 예배도 잘 안보고 이슬람 계율을 지 키지 않던 신자들도 라마단 기간 동안만은 철저하게 단식을 하게 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 다. 물론 최근 들어 신성한 단식의무가 일부 아랍 사회에서 급속히 변질되어 가는 현상도 보 인다.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면서 단식 준비에 과도한 재정 지출을 하고, 소비가 급증되어 오 히려 단식 이전보다 생활비가 더 많이 드는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다.
단식월은 항상 정해진 것은 아니다. 이슬람 종교의례는 태음력인 이슬람력에 따라 정해지는 데, 9번째 달인 라마단은 1년 내내 찾아온다. 서양력의 1년 길이가 365일인데 비해, 태음력인
1) 아잔은 하루 다섯 번의 예배를 알리는 것으로 예배가 시작됨을 알리고 예배보러 오라고 외치는 낭송 이다. 아잔을 부르는 사람을 무아진이라고 하고 전통시대에는 모스크 첨탑 위에서 육성으로 아잔을 불렀다.
이슬람력 1년 길이는 354일 정도다. 매년 이슬람력이 11일 정도씩 짧아진다. 2013년 라마단 이 7월 9일부터 시작되었으니, 2014년 라마단 단식은 6월 28일경 시작된다. 33년이 지나면 사계절을 돌아 제자리로 오게 된다.
고통과 인내가 따르는 라마단 단식은 모든 무슬림들이 꼭 그 시간에 지켜야 하는 절대의무는 아니다. 14세 이하의 아이들과 자기행위에 책임을 질 수 없는 정신이상자들, 노약자들, 단식 하면 건강이 악화될 환자들, 장거리 여행자들, 임산부와 수유기의 산모, 생리기간중인 여인들 에게는 모든 조건이 정상화 될 때까지 단식 수행이 연기된다. 또한 단식을 거행하다가 무심코 위반되는 행위를 한 경우, 자기가 하는 행위가 잘못된 것임을 깨닫는 순간에 그 행위를 멈추 면 단식은 그대로 유효하다. 물론 고의적으로 먹거나, 마시거나, 흡연하거나 성적 접촉을 하게 되면 그날의 단식은 무효가 된다. 여러 이유로 인해 단식을 못할 상황이 생기면 라마단 달이 끝난 후에 자신이 편리한 날을 잡아 부족한 날만큼 채우면 된다.
단식은 육체적 절제와 고통을 주려는 것만이 아닌 진정한 나눔의 가치와 철학을 담고 있기에 21세기 물질팽창의 시대에 더욱 빛을 발하며, 인류 사회 전체에 함께 사는 진정한 길을 제시 하고 있다.
참고도서 : 이슬람문화(살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