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개성화의 관점에서 북한이탈주민 시의 그림자 형상화 문제

N/A
N/A
Protected

Academic year: 2022

Share "개성화의 관점에서 북한이탈주민 시의 그림자 형상화 문제"

Copied!
23
0
0

로드 중.... (전체 텍스트 보기)

전체 글

(1)

개성화의 관점에서

북한이탈주민 시의 그림자 형상화 문제 *

1 )

-백이무의 시를 중심으로

김지훈

**2 )

Kim, Jihun (2015). “Study on Shadow Embodiment Matter of the Poem of North Korean Refugees from the Viewpoint of Individuation –Focus on Baek Yimu’s Poetry.”

국문초록

이 논문은 북한이탈주민 시의 그림자 형상화 문제를 살펴보는 것이 목적이다.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인권 개선을 권고하지만 북한사회는 ‘우리식 인권론’을 주장하면서 이에 맞서고 있다. 백이무 의 시에서 주목할 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시에 나타난 정서적 변

* 이 연구는 2015학년도 단국대학교 대학연구비 지원으로 연구되었음. The present research was conducted by the research of Dankook University in 2015.

**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연구전담조교수.

(2)

화이다. 대게 슬픔과 분노, 그리움의 정서로 집약되었던 북한이탈주민의 시와는 달리 그의 시는 슬픔과 분노, 공포와 두려움이 자기성찰까지 이어지는 것이 특징 이다. 또한 그의 시는 상징과 원형 그리고 은유를 가로질러 현장을 고발하는 직 설적 화법의 시적 주체를 등장시키기도 한다. 이것은 무의식 속 잠재된 그림자를 피하거나 숨기지 않고 응시하고 직시함으로써 의식과의 균형과 조화를 통해 ‘자 기(自己)’를 찾고자 하는 개성화 과정으로 읽어낼 수 있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본고에서는 개성화의 관점에서 백이무 시의 그림자 형상화 문제에 대해 논 지를 전개했다.

주제어: 북한이탈주민, 분석심리학, 인권, 생존, 백이무

1. 머리말

2015년 3월 기준, 남한 내 북한이탈주민의 수는 2만 7810명이다.1) “남한 사회에서 북한이탈주민의 시집이나 수필을 비롯한 저작물이 활발하게 유통된 시점은 2000년대 이후이다.”2) 본고에서 살펴볼 텍스트의 저자인 백이무는 도피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집이 한국에서 출판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북한이탈주민의 자기표현 활동은 개인의 자존감을 높이 고 새로운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으로서 중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창작은

“파생된, 이차적인, 증상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의 상징으로서, 미지의 본질에

1) 입국현황(2015년 3월 기준) 부록 참조. *자료출처: 통일부

“북한이탈주민은 그동안 귀순자, 탈북자, 자유북한인, 새터민 등 여러 가지 용어들 로 일컬어져 왔으나, 1997년 7월 국회에서 제정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제2조)에서 법적으로 공식 규정된 용어이다.” 안상윤, 「북한이 탈주민의 행복지수 연구」, 평화학연구 14권 5호, 2013, 119면.

2) 박덕규ㆍ김지훈, 「북한이탈주민 시의 그림자 형상화 문제」, 한민족어문학(67호), 한민족어문학회, 2014, 525면.

(3)

대한 표현이다.”3) 이것은 궁극적으로 분석심리학의 핵심이론인 개성화(자기 실현)와 일맥상통한다.4) 북한이탈주민이 공통적으로 바라는 것은 탈북 체험 의 극심한 고통에서 벗어나 ‘지금 여기의 나’를 회복하는 일일 것이다. 하지 만 탈북체험의 고통은 단 시일에 사라지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것은 무의 식 속에 잠재되어 있다가 언제라도 발현될 수 있는 ‘그림자’와 상통한다. 분 석심리학자 융의 그림자 이론은 니체의 철학적 사상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5)

*그림자: 그런데 나도 네가 싫어하는 것과 똑같이 밤을 싫어해. 나는 인간들이 빛의 제자이기 때문에 그들을 사랑하고 또 지칠 줄 모르는 인식자와 발견자인 그들이 인식하고 발견할 때 그들의 눈 속에 반짝 이는 빛을 보고 무척 기뻐하지. 인식의 햇빛이 비치면, 모든 사물들 이 나타내 보여주는 그림자, ―그 그림자가 바로 나이기도 해.”6)

위에 인용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I에는 ‘그림자’의 속성이 잘 드 러나 있다. 그림자 또한 밤을 싫어한다는 전언과 햇빛이 비치면 모든 사물들 이 나타내 보여주는 그림자가, 그림자의 속성이라는 것은 융의 이론에서도

3) C.G. Jung, 한국융연구원 C.G. 융 저작 번역위원회, 인간과 문화(융 기본저작집9), 솔출판사, 2015, 166면.

4) “융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서양인의 집단심리뿐만 아니라 인간의 심리적 원형이 묘사되어 있다고 보며, 니체의 ‘자기’ 찾기의 철학적 작업에서 개성 화, 자기화, 자기실현의 개념을 추출해 심리학의 궁극적 목적을 자기실현의 기술 로 규정한다.” 김정현, 「제1부 니체와 현대 심층심리학, 그 영향사」, 철학과 마음 의 치유, 책세상, 2013, 68면.

5) “모든 것을 관통하는 그의 심리학적 판단은 내게 심리학이 수행할 수 있는 것이 무 엇인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주었다.”는 융의 편지글이 보여주고 있듯이, 융의 여러 사상들, 꿈, 원형, 그림자, 페르소나, 늙은 현자, 자아/자기, 개체화 등은 다소 변형 된 형태로 니체에게로 환원될 수 있는 것이었다. 김정현, 위의 책, 2013, 58면.

6) 니체, 김미기 옮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I (니체전집8), 2002, 책세상, 218면.

(4)

찾아볼 수 있다. 융에 따르면 그림자는 ‘무의식 속 잠재된 인격’으로 평생 사 라지지 않는 것으로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의식과의 균형과 조화의 문 제에서 접근하고 해결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임상 논 문에서 그림자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으로 ‘적극적 상상’7)을 제시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정신적 활동인 예술 활동을 통해서도 가능한데 가령, 시를 통해 그림자를 표현함으로써 의식과 무의식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정서 적 언어를 바탕으로 쓰인 시는 비교적 완성된 텍스트로서 상징과 은유를 통 해 직설적으로 말하기 힘든 것을 에둘러 말하기가 가능하다. 다시 말해 시는 숨기고 싶은 그림자를 형상화하기에 적합한 장르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북한 이탈주민의 시에 형상화된 그림자는 구체적으로 북에 남은 혈육에 대한 미안 함과 그리움, 탈북 과정 중 겪은 상처, 새로운 사회의 적응 과정에서 누적된 피로감과 괴리감 등으로 파악할 수 있다.

지금까지 북한이탈주민 시에 대한 선행연구는 장진성의 시집과 수기를 융 의 ‘그림자 이론’을 바탕으로 논지를 전개한 「북한이탈주민 시의 그림자 형상 화 문제」8)가 유일하다. 필자가 선행 논문 이후 ‘백이무’의 시에 주목하고 연 구 텍스트로 선정한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시집 두 권 이상 출판, 둘째, 문학적 가능성, 셋째, 학제 간 연계 가능성이 그것이다. 여기서 셋째 기준은 주지하다시피 시를 쓰는 주체가 북한이탈주민이라는 것과 우리 민족의 공통 과제인 ‘통일’을 염두에 둔 것이다. 다시 말해 문학은 물론 사회학과 심리학 적 관점에서 접근 가능하고 연구 가치 있는 것을 기준으로 했다. 본고는 선 행연구의 연구 텍스트인 장진성의 시집에 비해 직설적인 시적 화자가 등장하

7) 적극적 상상은 1916년 융의 논문 ≪초월적 기능≫에서 사용된 용어로 무의식을 있는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의식적 차원으로 끌어올려 형상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의식과 무의식의 조화와 균형을 통해 건강한 자기를 찾는 데 과정이다. 다시 말해 개인의 전일성(wholeness)을 개발하 는 과정으로, 개성화(자기실현)가 궁극적인 목적이다.

8) 박덕규ㆍ김지훈, 위의 책.

(5)

는 백이무의 시집에 주목했다. 구체적으로 그의 시는 고백과 고발의 형식으 로 북한 인민들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문학적 텍스트인 동시 에 사회ㆍ정치적, 심리학적 텍스트와 연계ㆍ활용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텍스트 분석에 앞서 북한이탈주민의 시집 현황을 살펴보면 표<1>과 같다.

표<1> 북한이탈주민 시집 현황 (이름 가나다 순)

저자 탈북시기 제목 출판년도 출판사 비고

김대호 1994

가장 슬픈 날의 일기 1997 동해

식당운영

행복 1998 진리와자유

벌거벗은 시의 고백 2003 리빙북스

김성민 1997 고향의 노래는 슬픈가 2004 다시 자유북한방송 대표

김옥애 2001 죽사발 소동 2005 삼우사

하나원 생활지도, 상담 통일부 상임 연구위원

백이무9) * 꽃제비의 소원 2013 글마당

이 나라에도 이제 봄이 오려는가 2013 글마당 *

이가연10) 2011 밥이 그리운 저녁 2014 마을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재학 엄마를 기다리며 밥을 짓는다 2015 시산맥사

장진성 2004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 2008 조갑제 닷컴

뉴포커스 대표 김정일의 마지막 여자 2009 강남지성사

9) 2015.05.29. 글마당 편집부(담당 하경숙 국장)와 통화한 결과 현재 시인의 신변 보호를 위해 탈북시기를 비롯한 개인정보는 기밀로 부치고 있음이 확인됨. 한편, 북한이탈주민 출신 문인들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백이무는 현재 남한에 거주하지 않고 실명 확인은 불가능하다고 함. 이와 더불어 국민일보(인터넷 쿠키 뉴스) 2013년7월23일 기사에는 “탈북 시인 백이무는 꽃제비 생활을 한 탈북 여 성시인이다. 최근 국제PEN클럽 망명북한PEN센터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백이무의 정식 회원 가입을 승인했다. 그는 북한 인민학교와 중학교 시절 ‘전국학생소년글 짓기대회’에서 6차례나 1등으로 뽑혀 ‘문학신동’으로 불렸다. 이후 부모가 아사하 자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탈출, 꽃제비가 됐다. 지금은 30대로, 제3국에서 시 작(詩作)으로 살아가며 북한의 친동생 등을 돕고 있다.”고 소개되고 있다.

10) 확인 결과 이가연의 소속이 2014년 한국외국어대 행정학과에서 2015년 현재,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학년으로 입학했다고 함.

(6)

표<1>에서 확인되는 바와 같이 백이무에 대한 정보는 제한적이다. 북한이 탈주민 출신 문인들에 정통한 기자는 시집에 표기된 그의 이름도 실명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없으며 쫓기고 있다고 했다. 그의 시가 “다른 북한이탈주 민의 시에 비해 북한의 실상을 낱낱이 드러냈기 때문일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고서라도 국제펜클럽 망명북한펜센터 사무국장 도명학이 시집 이 나라에도 이제 봄이 오려는가에 쓴 발간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정보를 알 수 있다.

“백이무는 제1차 ‘전국글짓기경연대회’부터 제3차까지 참가해 각각, 1,2,3등을 한바 있다. 고등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대학선택을 고민하 던 때, 김정일이 김일성종합대학 조선어문학부 실태를 요해했다. 요 해 결과는 김정일을 실망시켰다. 김정일은 대학생 실력이 고등중학생 보다 낮다며 질책했고 그 때문에 덩치 커다란 대학생들이 전국글짓기 경연대회 작품을 통독하며 반성해야 했다. 김정일은 개선책으로 해마 다 진행되는 전국글짓기경연에서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여 김일성종 합대학 조선어문학부에 입학시키라는 특별지시까지 내렸다. 그녀는 그 첫 번째 수혜자였다. 그때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도 이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 경험으로 보아 여섯 번이나 1등을 따낸 백이무 학생 이 김일성종합대학에 가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너무도 잔혹했다. 때를 맞춘 듯 찾아든 북한의 소위 ‘고난의 행군’은 장래가 촉망되는 어린 소녀에게 사정없이 찬 서리를 들씌웠 다. 무려 300만 명이 아사한 그 엄혹한 시절, 부모를 잃고 동생들을 돌보며 꽃제비의 삶을 산 그에게 문학은 한갓 꿈으로만 남았다.”11)

인간이라면 누구나 희로애락의 ‘자기서사’를 가지고 있다. “자기서사란 인 간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작용하여 삶을 구조화하고 운영하는 근원적인 서사

11) 도명학, 「이 가련한 ‘꽃제비 시인’과 함께 울어주세요!」, 이 나라에도 봄이 오려 는가, 글마당, 2013, 6면.

(7)

를 지칭한다.”12) 이러한 자기서사에는 공통적으로 선택과 갈등의 문제가 존 재한다. 이것은 곧 양심의 문제와도 연관된다. 양심의 문제를 ‘사회적 양심’과

‘개인적 양심’으로 나누어 볼 때, 양자가 늘 일치하지 않는다는 데서 대극13) 이 발생한다. 이는 곧 자기표현으로서 글쓰기 과정에서 그림자 형상화 문제 와 직결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백이무의 시 이전에 발표된 북한이탈주민의 시가 특이할만한 사항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령 실화를 바탕으로 쓴 장진 성의 김정일의 마지막 여자는 김정일의 여성 편력과 권력남용을 고발함으 로써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자기서사로서 그 림자 형상화 방법과 그것의 의의를 찾는 것이다.

2. 그림자 형상화 방법

백이무의 시는 내용적 측면에서 크게 ‘생존과 인권’, ‘금기와 고문’으로 나 누어 볼 수 있다. 전자의 경우 인간의 기본적 욕구, 구체적으로는 생존에 필 요한 최소한의 음식마저 먹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문제이며, 후자의 경우 전 자의 문제를 풀고자 하는 주체에 가해지는 억압과 금기 그리고 고문을 그림 자로 형상화한 것이다. 시에서 그림자 형상화의 문제는 정서적 언어를 중심 으로 의식과 무의식의 총합으로서 ‘자기 찾기’ 즉, ‘개성화 과정’의 관점에서 읽어낼 수 있다. 표<2>를 통해 시집의 구성을 살펴보자.

12) 정운채, 「문학치료학의 서사이론」, 문학치료연구(제9집), 한국문학치료학회, 2008.8, 250면.

13) “대극이란 어떤 상태의 극단적인 성질이다. 이 성질 덕분에 대극은 실제로 지각 될 수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잠재능력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정신은 여러 대극 의 조정을 통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과정들로 이루어져 있다.” C.G. Jung, 한국 융연구원 C.G. 융 저작 번역위원회, 원형과 무의식(융 기본저작집2), 솔출판사, 2006, 71면.

(8)

표<2> 백이무 시집 구성

제1시집 제2시집

꽃제비의 소원 (편수) 이 나라에도 이제 봄이 오려는가 (편수) 제1부 최후의 몸부림(20) 제1부 아, 정치범 수용소(24) 제2부 눈을 감지 못한 아이(17) 제2부 희기종 ‘뼈지렁이’(22) 제3부 천국에다 쓴 편지(16) 제3부 통일의 문이 열리는 그날까지(23) 제4부 마지막 기도(17) 제4부 조선의 봄아 오라 빈다!(24) 제5부 족제비와 꽃제비(17)

제6부 꽃제비의 소원(14)

백이무의 시집은 제1시집 꽃제비의 소원 총6부, 101편, 제2시집 이 나 라에도 이제 봄이 오려는가 총4부, 93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시집은 ‘고 백 형식’, 제2시집은 ‘고발 형식’의 시가 주를 이룬다. 한 편의 시를 어느 한 형식이나 경향으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의 시에서 어느 한 형식이 우세할 때 시적 정서나 분위기는 사뭇 달라진다. 제1시집에서 시적 주체 꽃 제비의 ‘슬픔과 분노’의 정서가 ‘나눔과 희망’의 정서로 승화되는 것이 특징이 라면, 제2시집은 ‘공포와 두려움’이 ‘슬픔과 분노’로 전이되며, 이는 ‘자기 성 찰’로 이어진다. 개성화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무의식 속 그림자를 응시하고 직시함으로써 진정한 자기를 회복하는 데 있다.

2-1. 생존과 인권의 그림자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인권 개선을 권 고하고 있지만, 북한 당국은 소위 ‘우리식 인권론’을 주장하면서 이에 맞서고 있다.”14) 북한에서 표방하는 ‘인권은 곧 국권’의 논리로 사회주의 진영의 그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1957년에 발행된 대중정치용어사전은 인권을 “정 치, 경제, 문화 등등 온갖 사회활동 분야에 있어서 사람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14) 이무철, 「북한 인권문제와 북한의 인권관」, 현대북한연구(14권1호), 2011, 145면.

(9)

할 자유, 평등의 권리”15)로 정의하고 있으며, 1970년에 발행된 정치용어사 전에서는 인권을 “인민이 응당 가져야 할 정치적ㆍ경제적ㆍ문화적 및 사회 적 제반 권리”라고 정의하면서, 인권은 “튼튼한 물질적 조건에 의해 담보”되 며 “계급적 원쑤들에게는 철저한 독재를 실시.”16)하는 것이라 정의하고 있 다. 이러한 이론은 생존과 인권에 위협을 주며 우리가 말하는 보편적 인권과 는 거리가 멀다. 어느 사회든지 간에 그 사회가 정한 규율이 있다. 그런데 삶 의 기본적 욕구마저 박탈당하는 사회에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이전에 구 제되어야 할 대상이 된다. 본장에서 살펴볼 텍스트에는 생존권 박탈과 인권 유린의 그림자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앞마을 굶어죽은 늙은이와 뒷마을 얼어 죽은 늙은이를 서로 바꿔치기 해 먹었다는 이야기

윗집의 굶어 죽은 애기와 아랫집 앓아 죽은 애기를 역시 맞바꾸어 먹었다는 이야기

―중략―

사람이 사람을 먹어야 사는 그 처절한 최후의 몸부림 앞에 사람들은 저마다 할말을 잃어간다 사람들은 이미 더는 사람이 아니다.

「최후의 몸부림」 부분, 꽃제비의 소원, 26-27면.

15) 대중정치용어사전, (평양, 조선로동당출판사, 1957), 213면.

16) 정치용어사전,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1970), 718면.

(10)

아기를 꼭 껴안고 엄마는

눈을 감지 못하고 크게 뜬 채 누워서 죽고

텅 빈 가슴 헤치고 아기는

그 위에 엎드려 젖을 문채 그 채로 죽고

「억이 막혀」 부분, 꽃제비의 소원, 102면.

위에 제시된 두 편의 시에서는 ‘먹고 사는 문제’ 즉, 기본적 욕구조차 해결 할 수 없는 북한사회의 실상이 고발 형식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것은 북한 주 민과 북한이탈주민이 공통적으로 가진 그림자의 속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것 은 집단적 무의식17)의 그림자로서 “사람들은 이미 더는 사람이 아니다.”, “억 이 막혀”에서처럼 어떠한 논리나 양심의 잣대로도 용서 받거나 구원 받을 수 없는 슬픔과 억울함의 정서를 형상화한 것이다. 이러한 집단적 무의식에서 비 롯된 그림자 원형은 장진성과 이가연의 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가령 전자 의 경우 “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그 종이를 목에 건 채/어린 딸 옆에 세운 채 /시장에 서 있던 그 여인은//그는 벙어리였다(「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 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 84면.).”에서 딸을 굶겨죽이지 않기 위해 딸을 팔아야

17) “집단적 무의식은 개인적 무의식과 달리 어디서나 누구에게서나 같은 것으로서 모든 다른 생물학적 기본 기능이나 본능이 같은 양상을 내포하고 있는 것과 같 다.” C.G. 융 저작번역위원회, 인간과 문화(융 기본저작집9), 솔출판사, 2015, 127면.

(11)

만 하는 어머니의 모성애(집단적 무의식)에서 비롯된 슬픔과 분노, 죄책감 등 을 읽어낼 수 있으며, 후자는 “그 땅에는 구호가 많아/구호에 깔려 죽은 사람 이 얼마인지(「구호가 많은 나라」, 밥이 그리운 저녁, 12면.).”에서처럼 인권 보다 구호가 인간과 세상을 지배하는 인권유린의 그림자가 드러나 있다.

위의 시에서 “크게 뜬 채 누워서 죽고//젖을 문채 그 채로 죽고.”에서 종결 형이 아닌 “죽고”에 주목해보자. 이러한 표현은 ‘죽다.’라는 종결형과는 달리 현장감과 시적 긴장감을 높이는 기능을 하는 동시에 여전히 자행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한편, 백이무의 시 작품 중에는 ‘고백’의 성격이 강하면서도 ‘서정 적 경향’을 띄는 작품도 있다. 이러한 작품은 시적 주체로 ‘어린이’, 구체적으 로는 ‘꽃제비’가 등장한다. 시에서 시적 주체로 어린이가 형상화되는 경우는 여타의 시적 주체가 할 수 없는 심리적 이행을 하고자하는 시인의 개성화 과 정으로 볼 수 있으며 주체 지향적 시18)로 분류할 수 있다. 이것은 궁극적으 로 ‘초월’19)을 통한 자기실현이 목적이다. 융은 “어린이 주제는 잊혀진 우리 의 어린 시절의 특정한 것들을 나타낸 상(像)이며, 진실에 이미 다가간 것이 된다. 그런데 원형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단순히 개인에 속하는 상이 아니라 항상 전체 인류이기 때문에 어린이 주제는 집단정신의 전前의식적 유ㆍ소아 기의 측면을 나타낸다.”20)고 진술한다. 이러한 융의 진술에 비추어볼 때 백 이무의 시에 형상화된 어린이 원형은 근원 표상으로서 “대극들의 건설적 합 일의 상징”21)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집단무의식을 통해 서정성을 형성하는

18) 시적 경향에 따라 ‘주체 지향적’, ‘대상 지향적’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전자는 시에 ‘나’가 단어가 직접적으로 언급되거나, ‘나’가 언급되지 않더라도 시적 주체 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즉, 술어적 주체를 형상화한 시를 의미하며, 후자는 ‘나’가 아닌 대상을 통해 처음부터 시적 주체와 대상의 거리감을 가시화하고 주제를 전 달하는 경향의 시를 의미한다.

19) “초월은 신비로운 것, 초감각적이거나 형이상학적인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심 리학적인 기능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심리학적으로 초월적 기능은 의식적ㆍ무의 식적 내용의 합일에서 생겨난다.” C.G.Jung, 위의 책, 339면.

20) C.G.Jung, 위의 책, 265면.

(12)

원리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생존권 박탈과 인권 유린의 현장 속에서 형상 화된 집단적 무의식의 그림자, 구체적으로 ‘어린이’는 표층적ㆍ현실적으로는 수동적 위치에서 주체성이 완전히 함몰된 주체의 표상으로 읽어낼 수 있지만, 심층적으로는 역동적ㆍ낭만적 의지의 표상으로 읽어낼 수 있다.

제비 제비 무슨 제비?

청제비 구제비도 아닌 우린 꽃제비

—중략—

눈 오는 이 추운 겨울밤 어디서 잘까

낯설은 이국땅 차가운 네거리에서

오락가락 정처없이 헤매인다…

「제비」 부분, 꽃제비의 소원, 155면.

생존에 위협 받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천진난만하게 “제비 제비 무슨 제 비?”라고 묻고 답할 수 있는 것은 시적 주체가 ‘어린이’이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그의 시에서 시적 주체, 꽃제비는 고발 형식의 시에서 형성되는 불안 과 긴장과는 달리 낭만적 슬픔의 정서와 울림을 지닌 고백적ㆍ서정적 주체로 분석된다.

21) C.G.Jung, 위의 책, 265면.

(13)

꽃제비의 소원은

언제나 텅—빈 손을 내밀어

남에게서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래요 꽃제비의 소원은

두 손 가득 무엇인가 듬뿍 쥐여 언젠가 남에게 주고 싶어요

「꽃제비의 소원」 부분, 꽃제비의 소원, 102면.

어린이 즉, 꽃제비를 통해 바라본 세상은 북한 체제가 추구하는 ‘우리식 인 권’과 거리가 있다. 이것은 ‘우리식 인권’의 이론적 토대를 뒤집는 힘과 정서 를 가진 ‘정복할 수 없는 어린이 원형’22)을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해 동냥과 도둑질이 아닌 ‘나눔’의 서정적 주체로서 꽃제비가 형상화 되었다. 이것은 융 이 그림자를 긍ㆍ부정의 이분법적 사고로 나누는 것을 경계한 것과 일맥상통 한다. 요컨대 백이무의 시에 형상화된 그림자, 꽃제비는 더불어 살고자 하는 의지의 표상이며, 고발이 아닌 고백의 형식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주 체이다. 또한 개성화의 관점에서 무의식 속 그림자를 직시하고 의식과의 조 화와 균형을 위한 심리적 이행을 위한 초월적 주체로 읽어낼 수 있다.

2-2. 금기와 고문의 그림자

문학작품을 비롯해 드라마나 영화에서 ‘금기’는 흥미로운 주제이다. ‘금기’

는 분석심리학적 관점에서 ‘그림자’의 속성과 일맥상통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것이 실화를 바탕으로 과거가 아닌 현재진행형이라면 호기심이나 흥

22) “어린이는 모든 자연스런 본능의 힘으로 무장된, 다르게 할 수 없음을 말한다. 반 면 의식은 항상 자칭 다르게 할 수 있음에 빠져 있다. 자기실현을 하려는 충동과 강박은 자연의 법칙이므로 비록 처음에 그 힘이 보잘 것 없고 있을 법하지 않은 것일지라도 당해낼 수 없는 큰 힘을 가지고 있다.” C.G. Jung. 위의 책, 261면.

(14)

미의 차원에서 끝낼 문제가 아니다. 북한사회에서 금기는 당의 신념이나 체 제를 거스르는 행위에 해당된다. 다시 말해 인간의 보편적 정서나 심리적 토 대 위에 형성된 인권에 반하는 행위가 아닌, 사회주의 건설에 반하는 행위가 금기이다. 이것은 개인보다 사회가 먼저라는 의식에서 비롯된 편향된 사고방 식이다. 본 장에서 주목할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자기서사와 밀접한 가 족서사를 중심으로 그림자가 형상화 된다는 것 둘째, 당의 신념이나 체제를 거슬렀기 때문에 가해지는 처벌과 고문이 금기의 악순환 구조를 만들어 결국 인간성 상실까지 야기하는 상황이 그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모순과 갈등은 인간에게 ‘공포와 두려움’, ‘슬픔과 분노’의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백 이무의 시에서는 이러한 정서가 고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기성찰의 과정 으로 승화된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자간이 들어붙고 부녀간이 뒤엉키고 오누이간 물고 빨고 절대로 강간이 아니다 서로간 원해서 통하는 화간 밀려가고 밀려오는 밀물 썰물 저절로 일어나는 자연의 조화다!

당이 베푼 후더운 배려로 신비한 하모니카집에서 막무가내 행해지는 근친통간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어 짐승조차 얼굴을 붉히지만 당사자 그들은 마비되어 후―하고 한숨만 내쉴 뿐이다

「하모니카집 근친통간」 부분, 이 나라에도 이제 봄이 오려는가, 115-117면.

(15)

위의 시에서 “하모니카집”은 감시 시설 즉, ‘수용소’를 의미한다. 이곳의 규율은 폐쇄성이 강하다. “당이 베푼 후더운 배려로 //모자간이 들어붙고/부 녀간이 뒤엉키고 /오누이간 물고 빨고 /절대로 강간이 아니다.”는 전언은 슬 픔과 분노의 정서를 함의한 강한 역설이다. 시적 주체가 고발형식의 역설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주제는 인간성 상실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어/짐승조차 얼굴을 붉히지만.”에서처럼 고발이 고발로써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기성찰의 태도를 형성한다는 점이다.

한편, 백이무의 시에서 리듬이 주는 경쾌하고 안정된 음악성은 시의 기저 에 흐르는 슬픔과 분노의 정서와 상충한다. 가령 “모자간이 들어붙고/부녀간 이 뒤엉키고/오누이간 물고 빨고/”에서처럼 안정된 리듬은 비극적 내용과 정 서와는 거리가 멀다. 그의 시에서 리듬의 회복은 곧 역설의 정서를 함의한다.

이것은 성적 수치심이나 죄책감의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을 의미하는 것 은 아니지만, ‘적극적 상상’을 통해 의식과 무의식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자 하는 개성화의 실천 의지와 과정으로 읽어낼 수 있다.

한 줄은 순식간

잽싸게 그 다섯 마리 코를 꿰고 또 다른 한 줄은 손바닥을 뚫고 나와 명실공히 ‘물고기뀀’이 되었다

낚시꾼이 다 잡은 물고기를 한 꼬챙이에 꿰여서 차고 가듯 득의양양 보위원이 시위나 하듯

‘반동’들을 한데 꿰여 끌고 간다…

부언: 지난 20세기 70~80년대 북-중 국경연선에서는 늘 위와 같은 일들이 발생했다. 처음에는 북조선 보위원들이 통지를 받고 건너와 중국 땅에서 아예 직접 쇠줄로 죄인들의 코와 손바닥을 꿰여 끌고 갔지만, 그 현장을 보다못한

(16)

중국당국이 거세게 항의하자 후에는 국경을 넘은 다음 ‘물고기뀀’을 만들어 데리고 갔다.

「물고기뀀」 부분, 이 나라에도 이제 봄이 오려는가, 63-64면.

백이무의 ‘금기와 고문’ 시편에서는 ‘부언’이 눈에 띈다. 이러한 특징은 백 이무뿐만 아니라 북한이탈주민 장진성의 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고난의 행군 시기 우리 마을에서는 날이 밝으면 아침인사가 “그 집 은 무사하요?”였다. 하루밤새에도 매일 몇 명씩 죽곤 하여 우리 마을 뒤 산엔 공동묘지가 생기기도 하였다) 장진성, 「나의 옆집」 부분,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 조갑제닷컴, 32면.

(나는 고난의 행군 시기 직장에 출근할 때마다 거리에 누워있는 시체 들 옆을 지나곤 했다) 위의 책, 「나는 살인자」, 53면.

(북한에서는 극심한 생활난으로 가정해체 현상이 증가하면서 고아들 만이 아닌 부모 있는 아이들도 거리를 방황한다. 일명 꽃제비라 불리 는 이러한 아이들의 수는 중앙당 내부강연회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통 계에 의하면 25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거지의 소원」, 60면.

주지하다시피 북한이탈주민의 시에서 ‘부언’은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쓰인 것이다. 이것은 시의 장르적 특성상 주관적 정서나 감상, 사실의 전 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적 진실’을 표명하고자 하는 의도로 분석된 다.

당의 지시와 검열 하에 창작되는 북한시의 경우 ‘문학성’보다는 ‘당성’이 우위에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점이 북한 체제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북한이탈주민의 시를 연구할 때 문학성보다는 현실 반

(17)

영의 관점에 천착하는 까닭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백이무의 시는 상징과 은 유, 시적 리듬 등의 문학적 요소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물고기뀀”이라 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에는 기쁨과 슬픔이라는 정서가 내포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물고기를 꿰듯 인간의 코와 손바닥을 뚫은 것을 ‘물고기뀀’에 비유함 으로써 인륜을 저버린 극악무도한 고문에 대한 분노와 슬픔 그리고 고통의 정서를 극대화하고 있다. 특히, 가족서사 속에서 자기서사가 전개되는 시에서

‘금기와 고문의 그림자’는 생존과 인권을 위협하는 구체적인 그림자로 읽어낼 수 있다.

죄인은 스무 세 살 빈궁한 처녀 죄명은 집식구들 생계를 위해 남몰래 라체사진 찍어서 중국에다 내다 판 날라리 죄―

―중략―

인민의 적이 된 계급적 원수 그 죄인과 계선을 가르고 나서 실신한 죄인의 가족들더러 강제로 직접 불을 달게 한다

활활활 타래치는 불길 속에서 고통스레 세차게 몸부림치다 새까맣게 그슬은 사체개마냥 처참하게 타죽은 가련한 처녀

「화형식」 부분, 이 나라에도 이제 봄이 오려는가, 65-66면.

(18)

위의 시는 ‘가족서사’를 중심으로 사회 고발적 성격이 두드러지는 것이 특 징이다. 인간사에서 가족서사는 자기서사를 이루는 근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 니다. 또한 가족서사를 통해 형상화된 ‘금기와 고문의 그림자’는 시적주체의 슬픔, 두려움, 공포 등의 정서를 극대화시키며 ‘자기서사’를 형성하는 데 밀접 한 관련성이 있다. 다시 말해 ‘가족서사’는 북한이탈주민의 시에서 ‘자기서사’

를 전개할 때 공통적인 특성으로 규정할 수 있다. 이것은 대게 죄책감으로 드러난다. “죄책감의 유형은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나눌 수 있다. 구체적으로 개인적 죄책감과 집단적 죄책감, 실제적 죄책감과 상상적 죄책감, 생존자(선 택 받은 자)의 죄책감, 페르소나에 대한 죄책감 등이 그것이다.”23)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둘 때, 북한이탈주민의 시에서 그림자 형상화 문제는 크게 두 가지 심리적 단서를 제공한다. 첫째,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심리 둘째, 새로운 세계에서 정착 의지가 그것이다.

3. 맺음말

백이무의 시는 분단국가의 역사적 기록인 동시에 자기서사로서 그림자 형 상화의 특징적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 특히, 북한이탈주민 시의 그림자 형 상화 문제는 인권과 정착 더 나아가 ‘자기실현’의 차원에서 연구할 필요가 있 다. 선행연구에서 장진성의 시가 은유적 성격이 강했다면, 본고에서 살펴본 백이무의 시는 은유와 상징, 역설은 물론 ‘직설적 화법’이 특징이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론에서는 백이무의 시를 내용적 특징을 중심으로 ‘생존과 인권’,

‘금기와 고문’의 주제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① ‘생존과 인권’ 시편에서는 북한의 ‘우리식 인권’과 상충하는 보편적 인권을 지닌 시적 주체로 ‘꽃제비’가 등장했다. 여기서는 ‘어린이 원형’의

23) 박덕규ㆍ김지훈, 위의 책, 539면.

(19)

시적 주체의 초월 즉, 심리적 이행이 활발하게 이루어짐을 확인할 수 있었 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시적 주체 ‘어린이’가 표층적으로는 수동적 위치에 서 자괴감을 함의하지만, 심층적으로는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역동적ㆍ 낭만적 주체로 읽어낼 수 있었다. 또한 이러한 시적 주체가 등장하는 경우

‘고발’보다는 ‘고백’의 형식이 주를 이루었으며, ‘슬픔과 분노’의 정서가 ‘낭 만과 서정’의 정서로 치환되는 것이 특징이었다. 다시 말해 시적 주체 ‘꽃 제비’는 공포와 불안을 극복하고자 하는 심리적 이행의 원형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앞서 ‘생존과 인권’ 시편에서 고백 형식의 시가 주를 이루었다면, ② ‘금기 와 고문’ 시편에서는 시적 주체가 현장의 관찰자로서 주로 ‘고발’ 형식의 주 체로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여기서는 구체적으로 자기서사의 근간이 되 는 가족서사를 통해 ‘슬픔과 분노’, ‘공포와 불안’ 등의 정서가 그림자로 형상 화 되었다. 여기서 고발은 부언을 통해 객관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자기성찰 을 통해 구원받고 용서받고자 하는 양심적 태도로서 그림자를 형상화하는 것 이 특징이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북한이탈주민 시의 그림자 형상화 문제는 그들 의 내면을 심층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이다. 이것은 시에서 상징 과 원형 그리고 은유 등의 기법을 통해 무의식 속 그림자를 드러낼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필자는 후속 연구에서 북 한이탈주민 시는 물론 수필과 소설 등 장르를 확대하여 연구를 진행할 계획 이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북한이탈주민의 그림자를 이해하고 함께 해결할 방 안을 마련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20)

<부록>

구분 ’10 ’11 ’12 ’13 ’14 15.3월(잠정) 합계

남(명) 591 795 404 369 304 51 8,302

여(명) 1,811 1,911 1,098 1,145 1,092 241 19,508 합계(명) 2,402 2,706 1,502 1,514 1,396 292 27,810

여성비율 75% 70% 72% 76% 78% 83% 70%

*북한이탈주민 입국현황(2015년 3월 기준) *자료출처: 통일부

참고문헌

◻기본자료◻

백이무, 꽃제비의 소원, 글마당, 2013.

______, 이 나라에도 이제 봄이 오려는가, 글마당, 2013.

◻논문 및 일반자료◻

김대호, 가장 슬픈 날의 일기, 동해, 1997.

______, 행복, 진리와자유, 1998.

______, 벌거벗은 시의 고백, 리빙북스, 2003.

김성민, 고향의 노래는 슬픈가, 다시, 2004.

김옥애, 죽사발 소동, 삼우사, 2001.

김정현, 철학과 마음의 치유, 책세상, 2013.

박덕규ㆍ김지훈, 「북한이탈주민 시의 그림자 형상화 문제」, 한민족어문학67 호, 한민족어문학회, 2014.

이가연, 밥이 그리운 저녁, 마을, 2014.

______, 엄마를 기다리며 밥을 짓는다, 시산맥사, 2015.

이무철, 「북한 인권문제와 북한의 인권관」, 현대북한연구 14권1호, 2011.

(21)

장진성,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 조갑제닷컴, 2008.

______, 김정일의 마지막 여자, 강남지성사, 2009.

정운채, 「문학치료학의 서사이론」, 문학치료연구 제9집, 한국문학치료학회, 2008.

Nietzsche, 김미기 옮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I (니체전집8), 책세상, 2002.

C.G.Jung, 한국융연구원, 원형과 무의식(융 기본저작집2), 솔출판사, 2015.

______, 한국융연구원, 인간과 문화(융 기본저작집9), 솔출판사, 2015.

◻북한자료◻

대중정치용어사전, 조선로동당출판사, 1957.

정치용어사전, 사회과학출판사, 1970.

(22)

ABSTRACT

Kim, Jihun

This research aimed at investigating shadow embodiment matter of the poem of North Korean refugees. International society consistently expresses concern about human rights state of North Korea and advises human rights improvement, however North Korean society opposes this by insisting ‘theory of human rights in our style.’ The remarkable points in Baek Yimu’s poem are summarized largely in two ways. One is emotional change in the poem. Differently from other North Korean refugees’ poems that are mostly integrated with the emotion as sorrow, anger, and longing, the characteristic of his poem includes sorrow, anger, fear, and anxiety, which are connected to self reflection and introspection. The other point is degree of literary completion. His poem has also appeared the poetic subject in a straightforward narrative to accuse the scene across symbol, the archetype and metaphor. This can be said to be the individuation process to find ‘self(自己)’ through balance and harmony with consciousness by looking and facing the shadow hidden in unconsciousness without avoiding or hiding. Based on this point, this research developed a research point on shadow embodiment matter in Baek, yimu’s poem from the viewpoint of individuation.

Key Words: North Korean refugees, Baek Yimu, Poetry, Individuationanalytic, psychology

(23)

논문 접수일 : 2015년 7월 30일 심사 완료일 : 2015년 8월 31일 게재 확정일 : 2015년 9월 4일

참조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