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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이 해준 말을 시로 받아썼습니다”

- 김용택 시인

양진홍|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인터뷰)

김용택(金龍澤)

순창농림고등학교(1968) / 운암초등학교·덕치초등학교 교사(1970~2008) / 전북환경운동 공동의장(2002) / 제4대 전북작가회장(2003) 주요 상훈

제6회 김수영문학상(1986) / 제12회 소월시문화상(1997) / 제11회 소충사선문화상(2002) / 제7회 윤동주 문학대상(2012) 주요 시집

「섬진강」(1985) / 「맑은 날」(1986) / 「꽃산 가는 길」(1987) /「누이야 날이 저문다」(1988) / 「그리운 꽃편지」(1989) / 「그대, 거침없는 사랑」(1993) /

「강 같은 세월」(1995) / 「그 여자네 집」(1998) / 「인생」(2000) / 「나무」(2002) / 「연애시집」(2002) / 「참 좋은 당신」(2003) / 「그래서 당신」(2006) /

「수양버들」(2009) / 「속눈썹」(2011) 등

이 · 슈 · 와 · 사 · 람 · 92

2012. 6. 21. 도봉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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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마이산에서 발원한 섬진강은 임실, 순창, 남원, 지 리산, 구례를 지난다. 화개에 이르러 비로소 강의 모습을 드러내고 하동포구에서 장장 500리 물줄기를 마감하며 남해로 흘러든다. 굽이굽이 마을과 계곡을 돌아 넘실대 는 물결과 함께 사람들의 이야기를 안고 흘러온 섬진강.

이번 호 「국토」에서는 평생을 섬진강과 함께 살아온 김 용택 시인을 만났다.

▶양진홍(이하 ‘양’): 선생님께는 ‘섬진강 시인’이라는 별칭이 있습니다. 섬진강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기도 하 고, 섬진강이 길러낸 시인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선생님 께 섬진강은 어떤 의미입니까?

▶ ▶ 김용택(이하 ‘김’):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강입니다. 제 고향인 전북 임실군 덕치면은 어느 집이든 문만 나서면 바로 섬진강입니다. 태어나서 눈만 뜨면 강이 보였습니다. 여느 아이들처럼 초 여름부터 늦여름까지는 강에서 물놀이를 했습니 다. 강은 늘 제 곁에 있었고, 저는 강을 떠나본 적 이 없습니다. 강은 제 일상이었어요. 저와 강을 따

타났습니다. 제 머리맡에 강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제게 섬진강이 어떤 의미인지 자주 묻습니다. 하지만 어떤 의미라고 정의를 내리기가 어렵습니다. 강은 제 몸의 일부이고, 제 생각의 일 부입니다. 제 삶입니다. 강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저와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저는 글을 쓰는 사람 이니까 강을 표현할 수 있었을 뿐입니다. 강은 음 악이고, 시이며, 사진이고, 예술입니다. 음악을 하 는 사람, 시를 공부하는 사람에게 강은 중요한 모 티브를 제공해줍니다.

▶양: 선생님께서는 평생을 섬진강과 함께하셨습니다.

섬진강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언제였습니까?

▶ ▶ 김: 섬진강은 봄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봄에 이파리가 피어날 때, 온 산천이 연두색일 때가 되 면 강물도 연두색으로 변합니다. 그즈음에는 물고 기들의 움직임이 아주 활발해집니다. 연두색 강물 을 물고기들이 타고 오르며 튀어 오르는 그 순간 이 정말 아름답지요. 우리나라 5대강 중 하나인 섬 진강은 유일하게 1급수를 유지하며 깨끗한 자연환 경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속살이 보일 정도로 투 명한 강물에서 노니는 물고기들을 구경하고 있으 면 마음이 절로 즐거워집니다. 작은 생명체에게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인 것입니다. 늦가을의 섬진강도 소개하고 싶습니다. 섬진강의 양쪽에는 장중한 백운산과 지리산이 바짝 다가서 있습니다.

단풍이 흐드러질 때도 아름답지만 첫눈이 내려 하 얗게 변해버린 지리산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정 말 운치 있습니다. 눈송이가 강에 내려 강물과 하 나가 되는 모습도 절경입니다.

김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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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은 늘 고요하지만 매화가 필 무렵만큼은 그렇지 않습니다. 온 산을 하얗게 물들인 매화와 벚꽃이 섬진강을 화려하게 장식합니다. 섬진강 주 변의 산과 들이 모두 꽃바다가 됩니다. 섬진강과 어우러진 매화꽃을 보기 위해 매년 상춘객들이 섬 진강변을 찾습니다.

▶양: 최근 섬진강 일대는 매화꽃, 매실마을 등으로 많 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선 생님께서 어린 시절 바라보던 섬진강과 지금의 섬진강 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 ▶ 김: 제가 2008년 퇴직하기 전까지 교편을 잡았 던 덕치초등학교는 강변을 따라 걸어서 출퇴근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섬진강의 변화를 누구보다 빨리 느낄 수 있었습니다. 봄부터 늦가 을까지 강변에는 토끼풀, 자운영 등 풀꽃이 엄청 피어납니다. 저는 늘 풀꽃 사이를 걸어 다녔지요.

지금처럼 억새, 갈대는 없었습니다. 어릴 때 보던 섬진강은 지금과 달랐습니다. 산에 꽃이 없던 시 절도 있었습니다. 산에서 나무를 해 와 불을 때던 시절에는 나무가 꽃을 피울 수 있을 만큼 자라지 못했습니다. 1970년대를 넘어서면서 산에 꽃이 피고, 지금처럼 산벚꽃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자연이라는 게 늘 다르게 느껴집니다. 언 제 봐도 다르고 언제나 감동을 줍니다. 제가 시인 이기 때문에 이 같은 자연의 변화를 글로 옮겼습 니다. 사람의 훈기가 충만했던 시절의 논과 밭, 풀 과 꽃, 벌레, 그리고 이웃들의 얼굴과 몸짓을 기록 하고 싶었습니다. 정월초하루부터 섣달그믐까지 농촌사람들의 일과 놀이, 자연풍경에 대해 이야기 하였습니다. 이농, 저곡가, 부채 등 근대화 과정에 서 소외된 농민들의 아픔도 형상화하였습니다. 저

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그렇다고 현실에 빠지 지도 않는, 서정적이면서도 현실에 참여하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 시는 서정과 현실이 하나가 됩니다.

▶ 양: 선생님의 작품은 소박하고 단순하면서도 솔직 한 언어로 풀어낸 일상 이야기가 많습니다. 바로 그 점 이 시를 어려워하는 일반인들에게도 큰 공감을 얻었다 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서 가지고 계신 시에 대한 철 학은 무엇입니까?

▶ ▶ 김: 순창농고를 졸업하고 모교인 덕치초등학 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1982년에 등단하였 습니다. 시를 체계적으로 배운 적은 없습니다. 책 을 보고 생각을 정리하던 것이 시가 되었습니다.

억지로 시인이 되려고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저한테 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삶이 중요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시를 지어낸다고 생각합니다만 저는 시를 쓴다고 생각합니다. 자연 이 말해주는 것을 저는 받아썼습니다. 이 말은 제 양진홍 이 · 슈 · 와 · 사 · 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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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나고 자랐고 생활했기 때문에 농사꾼들의 이 야기를 받아서 썼습니다. 어머니를 통해 자연생태 적인 삶, 자연 순화적인 삶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 를 쓰면서 골치가 아프다거나 힘들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사는 것이 시가 되기 때문입니다.

제 일상은 모두 시가 됩니다.

▶양: 38년간 몸담았던 교단에서 2008년 정년 퇴임하 셨습니다. 오랫동안 아이들과 함께하셨기 때문에 학교 폭력, 자살 등이 횡행한 요즘의 교육현장에 안타까운 마 음이 많으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원인은 무엇이며, 해법 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 ▶ 김: 교육문제가 정말 심각합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한국 사회의 문제 가 총체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교육부문이라고 생 각됩니다. 몇 가지 중요한 사항이 있는데, 다들 간 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교육정책은 정권이 바 뀔 때마다 바뀝니다. 그래선 안 됩니다. 정권으로 부터 독립된 국가적 차원의 교육이 필요합니다.

우선 학교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나라는 학 급당 학생 수가 너무 많습니다. 30명이 넘으면 제 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아이들은 컴퓨터를 너무 가까이하기 때문에 모두 들 정서가 불안합니다. 교사들은 아이들을 하나하 나 파악해서 진정한 인성교육을 해야 합니다. 그 러려면 학급당 학생 수가 21명 정도가 적당하다 고 생각됩니다. 교육대학, 사범대학 학생들에게도 인격과 품성을 기르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금은 학생들이 임용고시 공부만 하고 있지 않습 니까? 교사가 먼저 바른 품성을 가진 인격체가 되

면 학교폭력, 왕따 등의 문제를 덮을 수 있을 정도 로 학교는 폐쇄적입니다. 관리자와 교육자를 따로 두는 개방적 체계가 필요합니다. 덕망 있고 능력 있는 외부인사가 관리자인 교장 자리로 올 수 있 어야 합니다. 교사, 교감, 교장, 장학사 등 교육과 는 상관없이 체계적으로 승진하는 지금의 제도는 문제가 있습니다.

가정의 역할도 큽니다. 요즘의 가정은 사랑과 애정으로 뭉친 공동체가 아닙니다. 아빠는 돈 벌 어 오고, 엄마는 정보를 모으고, 아이는 공부만 하 는 일종의 사회조직처럼 되어버렸습니다. 기업체 에서 인재를 선발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이 적성이 아니라 학벌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모 대학에 특강을 하러 갔습니다. 대학 생들에게 대학을 왜 왔냐고 물었습니다. 대답을 잘 하지 못했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직종이 있는 데 점수에 맞춰 관심도 없는 학과에 들어오기도 했 답니다. 너무 소모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대 학은 공부를 하려는 사람들만 가면 됩니다. 젊은 이들이 대기업 월급쟁이 생활을 원하는데, 안정된 직장에 가도 나이 예순 먹으면 퇴직해야 합니다.

직장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뭘 좋아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일류대학 나와서 좋은 직장 다니는 게 성공이 아니라 나이 60살 먹고도 내가 좋아하 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 진정 성공한 삶입니다.

▶양: 선생님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 어머니였다고 들었습니다. 지난 5월 ‘어머니’란 제목의 산문집도 발간하셨는데, 가장 중점을 두고 집필하신 부 분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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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 자기 어머니를 말하는 것은 두려운 일입니 다. 어머니를 나쁘게 말할 수도 없고, 무조건 좋게 만 말할 수도 없습니다. 오해를 살 수도 있으니까 요. 고민이 많아서 책을 만들자고 하는 걸 2년 동 안 미뤘습니다. 우리 어머니도 다른 동네 어머니 들이랑 똑같거든요. 저랑 말다툼도 하고, 질투도 하고 굳이 내세울 만한 게 없었어요. 그러다가 나 이 열여덟에 시골로 시집와서 평생 농사짓고 산 아낙네의 삶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 다. 글자도 모르는 무식한 농민들의 세상은 어떨 까요? 전형적인 농사꾼 이야기나 가난한 사람들 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1년 동안 친구가 어머니 사진을 찍고 제가 글을 써서 올해 봄에 책 을 냈습니다.

요즘은 어머니가 무척 속을 썩입니다. 만나면 어디가 아프다는 말씀만 하시거든요. 속상한 일 이지요.

▶양: 선생님을 사랑하는 독자들을 위해서 향후 선생님 의 작품활동이나 계획에 대해서 들려주십시오.

▶ ▶ 김: 퇴직하고 나서 일정한 직장이 없다 보니 할 일이 더 많아졌습니다. 주변에서 강연요청이 많아 한 달에 스무 번 정도 나가고 있습니다. 현 재 SBS 방송국과 도랑 살리기라는 프로그램을 촬영하고 있습니다. 9월부터는 한국의 재발견이 라는 프로그램도 촬영할 예정이고요. 바쁘게 지내 고는 있지만 시인이 시를 안 쓰면 가난해 보입니 다. 내년 초에는 시집을 한 권 낼 생각입니다. 지난 2년 동안 저를 인터뷰한 책자도 준비 중이고, 우리 마을에 대한 소개를 8권으로 구성한 책자도 발간 할 예정입니다.

▶ 양: 환경과 생태에 대한 관심이 많으신 것으로 알 고 있습니다. 국토자원의 효율적인 이용·개발·보전 에 관한 정책을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국토연구원 연구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 ▶ 김: 저는 자연 속에서 계속 살아왔기 때문에 국토관리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국토관리는 국 가적인 차원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교육과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토정 책이 바뀐다면 국토는 엉망이 되고 말 것입니다.

저는 국토지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 다. 제가 사는 임실군을 예로 들면 보호해야 할 바 위, 강 구비, 경치, 나무 등을 지도에 그려서 전문 가들이 관리를 해야 할 것입니다. 길을 하나 내더 라도 국가에서 전문가들이 나와서 국토지도에 옛 날 길, 새로 난 길을 그려놓고 보호해야 할 것은 보 호하고 지역의 특성에 맞도록 조치를 해야 합니 다. 그러나 지자체에서 독단적으로 국토개발을 하 면 난개발이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습니다. 관 광개발 등 수익사업에만 너무 몰두한 까닭입니다.

우리나라 국토만큼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곳 은 없습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국토를 잘 보전해 서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합니다. 모두가 함 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섬진강은 김용택 시인의 시를 통해 단순히 평화롭고 아 름다운 곳에서 도시적 삶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지친 마 음을 어루만져주는 어머니 같은 강이 되었다. 섬진강은 우리 모두의 고향 같은 강이 되었다.

이 · 슈 · 와 · 사 · 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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