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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CERN 협력사업 10년, 또 다른 도약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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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CERN 협력사업 10년, 또 다른 도약을 향하여!

서울시립대학교 물리학과 박인규 교수

글/구성: 임수연 ([email protected])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원

오승환 ([email protected])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Q.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힉스입자 발견 후 CERN이 갖고 있는 연구 계획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요?

유럽이 세계대전을 겪는 동안 학자들이 미국으로 유출되었는데, 세계대전 이후 유럽 재건을 위해 유출 된 학자들을 다시 불러 모아야 된다는 것이 CERN이 만들어지게 된 첫 번째 계기입니다. 사실 1900년대 부터 1920년대까지 퀴리부인의 방사선, 러더포드의 원자핵, 닐스보어의 원자 구조, 양자역학과 상대성이 론에 이르기까지 많은 과학적 발견들이 유럽에서 이 루어졌습니다. 이처럼 과학적 자부심이 강한 유럽은 해외로 나가있는 브레인을 모으기 위해 연구소를 만 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물질파로 유명 한 루이 드 브로이가 ‘유럽공동연구소’를 제안합니다.

이후 UNESCO 회의가 열리고 그 결과 ‘핵연구를 위 한 유럽위원회’(불어로 ‘Conseil Européen pour la Recherche Nucléaire’)인 CERN을 만들자는 결의 안이 1951년 통과됩니다. 이후 12개국이 서명하면서 CERN이 탄생하였고 1954년에 스위스 제네바에 연

구소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이후부터 유럽이 핵입자물리학에 기득권을 가져 왔 고, 이후 60년 동안 많은 노벨상을 가져오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SPS가속기는 1980년대에 당시 약상호작 용을 매개하는 W보존, Z보존의 발견을 가져왔고, 그 결과 까를로루비아(Carlo Rubbia)와 반데흐미르 (Simon van der Meer)가 1984년 노벨상을 받게 됩니 다. 힉스입자 발견으로 유명한 LHC가속기는 2008년 에 완공되었고, 2010년부터 본격 가동하기 시작하여 2012년에 힉스입자를 발견하게 됩니다. 여기서 주목 할 것은 지난 60여 년간의 CERN 연구소 운영은 10~15년 전에 미리 계획을 세우고 준비한 결과물이라 는 것입니다. 현재 CERN은 LHC를 가동하고 있지만, 2030년에 가동할 슈퍼 LHC에 해당하는 가속기를 준 비 중인데 그 둘레가 100Km나 됩니다. 지금부터 준 비해서 승인 받으면 약 20년 동안 건설해서 2030년, 2040년에는 가동하게 됩니다. 이처럼 물리학 연구 분 야에서 선두주자인 CERN의 운영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우리 과학계에도 좋은 시사점을 줄 수 있다고 봅니다.

힉스입자 발견후, 현재 CERN에서는 에너지와 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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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11대학 입자 및 장 물리전공으로 이학박사 학위(1995년) 를 취득한 후, 스페인 고에너지물리연구소(IFAE) 박사후연구원, 미국 로체스터대학 연구교수를 거쳐, 2004년부터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물 리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도(Luminosity)1)를 높여 연구를 하는데, 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휘도를 늘리는 것은 힉스입 자를 더 많이 만들어서 더 정밀하게 힉스입자의 성 격을 알아내기 위함입니다. 즉 힉스입자를 찾았으 면, 그 입자의 스핀, 질량, 붕괴할 때의 양태 등이 이 론과 일치하는가를 살펴보아야 하는데 지금이 바로 그 단계입니다. 두 번째, 에너지를 높이는 것은 새로 운 입자를 찾기 위한 것입니다. 새로운 입자는 기존 입자보다 더 높은 질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높 은 에너지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 힉스입자의 질량 을 125GeV라고 하는데, 600GeV까지는 새로운 입 자가 없다는 것이 대부분 학자들의 의견입니다. 그 래서 1TeV(1조 전자볼트)까지 올려도 정말 새로운 입자가 생성되지 않는지 확인하고자 에너지를 높이 는 것입니다. 에너지를 올리다 보면, 600GeV를 넘 어 1TeV영역으로 가면서 새로운 입자가 생길 수 있 다는 것이고, 새로운 입자가 발견되는 순간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물리학 이론을 넘어서는 훨씬 복

잡하고 깊은 이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수 있습니 다. 기존의 이론이 예측하지 못했던 것을 설명해 주 는 새로운 이론이 만들어지면 우주에 대한 이해가 근본적으로 바뀌게 됩니다.

Q. 우리나라가 CERN의 국제 공동연구에 참여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내용을 간단히 소 개해 주세요. 또한 한국측에서 향후 계획하 시고 있는 내용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 지는 교수님들이 CERN에 개별적인 방문을 통해 연 구에 참여하였습니다. 이후 2001년 당시 과학기술 부 서정욱 장관이 CERN과의 프로그램을 국제적이 고 다양한 활동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셔서 전체 과 제비로 수년간에 걸쳐서 약 20억이 지원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고려대학교 박성근교수님이 연구책임자 가 되어 뮤온검출기를 개발하여 CERN의 CMS실험

서울시립대학교 물리학과 박인규 교수

1) 휘도(Luminosity)는 예를 들어 100와트 전구를 켰을 때 나오는 빛에 비해 200와트 전구를 켰을 때 빛이 2배로 환해지는 것처럼, 휘도를 높이는 것 은 가속기안에 돌아가는 빔의 양을 증가하는 것을 의미함(인터뷰 중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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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계속 공급하였고, 그 결과 CERN에서도 어느 정 도 한국과학자들에 대한 인지가 생겼지요. 정부가 본 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한 시점은 2006년으로 볼 수 있는데, 당시 제네바에 계시던 박원화 주 스위스대사 를 통해 한-CERN협력사업 양해각서를 체결하게 됩 니다. 이후 2007년에 한-CERN 협력사업이 시작되 는데 연간 10억 예산으로 한국CMS실험사업단, 한국 ALICE실험사업단이 만들어 지면서 국내 핵, 입자물 리하는 사람들이 CERN에 파견되어 연구를 시작하 게 되었습니다. CMS사업의 경우 1기 사업기간인 2007~2010년에는 CERN에서 가속기가 운영되지 않을 때여서 그 3년동안 준비기간을 가졌던 시기였 으며, 2기 사업기간인 2010~2013년은 LHC가 본격 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한 시기로 당시 제가 한국 연 구팀 팀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2기 사업기간 중 2012년 7월 4일 힉스입자가 발견되었고, 2013년 10 월에 피터 힉스가 노벨상을 받게 됩니다. 이후 3기 사업기간인 2013년~2016년까지는 고려대학교 최 수용 교수님이 팀장을 맡으셨고, 현재는 서울대학교 양운기 교수님이 팀장을 맡아 미래를 준비하고 계십 니다.

CMS사업단의 경우 국내 참여연구자가 교수 15 명, 박사급 연구원을 합치면 35명, 학생과 엔지니어 들까지 합치면 100명 정도인데, 엄밀하게 등록된 사 람은 80명 정도이고, 이분들이 굉장히 조직적으로 일 사 불 란 하 게 활 동 하 고 있 습 니 다 . 올 해 가 한-CERN협력사업 양해각서를 체결한 지 10주년을 맞는 해인데, 이처럼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연구자 들이 흩어지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조직을 꾸려 공동 연구를 수행하는 경험은 국내에서는 굉장히 드문 경 우에 해당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현재는 사업이 다양화되어 한국CMS실험사업단

이 입자물리실험을, ALICE실험사업단이 핵물리실 험도 하고, 그리고 이론물리사업이 있어서 국내의 가장 유능한 핵, 입자물리를 전공하는 차세대 이론 물리학자들을 CERN에 파견합니다. CERN Fellow 라고 해서 직접 CERN에 가서 세계적인 학자들과 함께 연구를 하는데, 그렇게 해서 벌써 CERN Fellow를 거쳐왔던 분들이 중앙대 이현민 교수, 서 울과기대 김철 교수 등등 한국에서 교수가 되어 계 속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사라졌는 데, 국내 고등학교 과학교사 20여명을 뽑아 여름에 CERN이 제공하는 교사양성 프로그램에 파견하였 습니다. 유럽도 마찬가지로 각 나라마다 약 20명씩 과학교사들이 CERN에 오는데 국내에서 파견된 과 학교사들이 같이 모여 검출기에 대한 강의도 듣고 하면서 물리학의 최첨단을 배우고 오는 프로그램이 었습니다. 큰 예산이 들지 않는 이러한 프로그램이 중단된 것은 너무 아쉬운 부분이긴 합니다.

한국사업이 지난 10년 동안 진행해 오며, 연간 사 업비가 36~37억 정도로 커져있는데, 한-CERN 협 력사업이 도약을 일으켜 한 단계 더 발전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주변국을 보더라도 일본은 30Km 규모의 ILC(International Linear Collider) 힉스 입 자 공장을 건설하고 있고, 중국 역시 54Km 규모의 CEPC(Circular Electron Positron Collider) 힉스 입 자 공장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 에서 우리는 인접한 두 국가가 만들고 있는 세계 최 대의 가속기를 잘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현재 한-CERN 협력사업의 연구원들이 독립된 집단이 되 어 일본의 ILC와 중국의 CEPC실험에 주도적인 역할 을 하는 팀으로 커나가야 합니다. 지난 10년간이 다 른 국가의 실험에 참여하여 배우는 단계였다면 향후 10년은 인근 두 개 국가의 가속기를 활용하여 주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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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대형 가속기를 만들고 있는 일 본, 중국이 내세우는 바가 그 시설을 세계가 공동으 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장기 적인 플랜 이외에 단기적인 플랜으로 현재 한국CMS 사업단이 개발하고 있는 검출기인 GEM(Gas Electron Multiplier, 기체전자증배관)을 CERN에 공 급하는 계획이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한국이 개발 한 검출기가 CERN실험에 사용되는 것을 목표로 삼 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Q. 현재 진행하는 CERN의 국제 공동연구와 국내에서 운영 및 구축 중인 대형 인프라 가속기 사업들*, 그리고 IBS의 관련연구단 들**과의 차이점/연계점은 무엇인가요?(시 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 등)

*양성자가속기, 포항방사광가속기, 중이온가속기, 의료용중입자가속기 등

**IBS 지하실험연구단, IBS 순수물리이론단, RENO 검출기의 공동연구팀 등

국내 가속기 사업의 경우는 대부분 서비스를 그 목 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즉, 엄밀하게 말하면 CERN에 서 하는 입자물리를 위한 가속기가 아닙니다. CERN 의 국제 공동연구는 물질의 근본은 무엇이고, 빅뱅이 무엇이었고 같은 순수기초 연구인데, 이러한 점에서 기존의 국내 가속기사업과는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연관 관계가 없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CERN에 필요한 검출기를 국내에서 만들면 테스트 빔(test beam)이라고 테스트 할 수 있는 빔이 필요한데, 그 빔은 양성자가속기에서 테 스트 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이온가속기의 경 우 커뮤니티 자체가 핵물리 분들이라 거의 비슷한

(KOBRA)와 램스(LAMPS) 실험에 저희가 양성한 인력들이 가서 일을 하고 있고 또한 중이온가속기 실험에서 양성된 인력들이 저희 실험에 오고 있어서 인적자원의 연계가 큰 편입니다. 또한, 실험적인 인 프라도 비슷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CERN사업 과 중이온가속기사업은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고 생각합니다. RENO 검출기의 공동연구팀, IBS의 지하실험연구단이나 저희들도 다 같은 입자물리학 분야라서 이미 인적자원을 교환하고 있고, 서로 상 대방이 무엇을 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RENO 공동연구팀, IBS 지하실험단, IBS 순수이론물리연구단, 중이온가속기와 우리의 CERN사업이 한 울타리 안에서 가까이 일을 하면 더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CERN사업 은 대학에서 하고, RENO도 대학에 있고, 지하실험단 은 IBS에 있고, 순수이론물리연구단도 IBS에 있는 등 관련 연구자들이 다 흩어져서 있기 때문에 시너지를 낼 수가 없지요. 이미 인적자원은 서로 교환되고 있기 때문에 한 울타리에서 일할 수 있는 조직이 만들어지 면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현재 국내 연구자들이 CERN과의 국제 공 동연구에 참여하는 경험을 통해 어떤 장단 점을 가질 수 있고, 국내에서 어떻게 활용 될 수 있는지요?

첫째, CERN은 유럽 연구자를 비롯한 아시아, 미 국 등 전세계에서 온 각국 연구자들이 다같이 모여 연구하고 있는 다국적 연구소입니다. 이러한 연구 환경에서 서로 협력하여 일을 하다 보면 국제화된 경험을 얻을 수 있게 되어 많은 부분에서 자신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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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게 됩니다. 두 번째는 CERN에서 데이터분석을 많이 하는데, 이곳에서 훈련받은 사람들 대다수가 산업에서 데이터과학자(data scientist)로 일하고 있 고, 또한 검출기나 하드웨어나 IT 분야로 진출하게 됩니다. 국내에서 양성된 인력이 교수가 될 확률은 1 년에 1~2명 정도이고, 대다수 인력은 데이터과학자 등 각 분야에 전문인력으로 활동하게 되어 이러한 인력양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CERN사 업에 참여하면서 우리 자체적으로 검출기를 만드는 데, 이렇게 만들어진 검출기는 핵의학, 방사선 산업 분야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Q. CERN에서도 산업계에 성공적으로 활용된 사례들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고, 국내에서 는 어떤 방향으로 활용될 수 있을까요?

1989년 정도에 CERN에서 근무하던 팀 버너스리 (Tim Berners-Lee)와 로베르트까이요(Robert Cailliau) 두 사람이 만든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 WWW)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폭발적으 로 정보화 혁명을 일으키게 된 유명한 사례라 할 수 있는데, WWW의 컨소시엄 센터가 아직

도 CERN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리드 컴 퓨팅, 드롭박스, 클라우드 컴퓨팅 같은 개념들은 다 CERN에서 1990년대 추구 한 개념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CERN 주변에는 구글, HP 같 은 IT 기업들이 위치하고 있는데, 이들 이 CERN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 어 CERN 옆에 공장이 있는 HP는 CERN이 프린트를 굉장히 많이 활용하 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CERN에 프린

터를 무상지원하고 스트레스 테스트를 수행하고 있 습니다. 재미있게도 CERN에서 3개월간 프린터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는 것은 수 만장을 프린트 했다 는 자격(certificate)을 갖는 것에 해당합니다. 그래 서 HP가 다른 회사에 프린터를 공급할 때 활용실적 으로 ‘이 기종은 CERN에서 3개월 동안 잘 작동했 다’를 적어서 신뢰를 받게 됩니다. 특히 슈퍼컴퓨터 의 경우 CERN이 페타바이트(Petabyte, 1015byte) 정도의 데이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HP나 Dell 같은 스토리지업체들은 스토리지를 CERN에게 사용하도 록 제공하여 나중에 CERN에서 활용했다는 것을 case study로 해서 신뢰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도 한-CERN 협력사업을 하면서 GEM검출 기를 개발했는데 저희 기술을 ㈜메카로라는 회사에 이전하여 제작을 했습니다. 그 회사가 제작한 GEM 검출기가 중이온가속기 사업단과 IBS의 다른 사업 단에서도 사용하고 있고, 일본의 KEK(국립고에너 지가속기연구소)에서도 이 검출기를 구매해갔습니 다. 즉, 한국 CMS사업에서 개발된 검출기 기술이 일본까지 진출하였고, 최근에는 중국에서도 의뢰가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초과학분야의 기술이

CERN 현지에 파견된 한국 CMS 연구진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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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할 수 있습니다.

Q. 2015년 12월에 검출된 에너지 피크(750Gev) 신호에 전세계 연구자들이 500여 편 이상 의 논문을 발표했었고, 이후 지난 8월에는 통계적인 잡음이라는 발표가 났는데, 이러 한 과정에서 우리과학기술계에 던지는 메 시지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어떤 분들은 750GeV를 열심히 연구했더니 에너 지 범프(bump)가 입자가 아니라 통계적인 요동 (fluctuation)이어서 실망했다면서 그 당시에 논문 을 쓴 사람들을 너무 호들갑 떤 것 아니냐라는 식으 로 안 좋게 표현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제 생각은 다 릅니다.

과거 10년 전과 비교하면 입자물리에서 새로운 입 자가 발견되는 일이 있을 때 이를 이론적으로 증명 하고자 하는 한국 연구자들의 논문이 거의 없었습니 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국 연구자들의 논문이 10편 정도 나왔고, 그 중 한 논문은 100개 이상의 인용 (citation)이 달렸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즉, 이 론 물리 분야의 국내연구자들이 이 분야에서 중심 (main trend)에 섰다고 볼 수 있고, 이 분야에 전문 가 집단이 생긴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록 새로운 입자가 아니어서 실망일수는 있으나, 새로운 입자가 발견되면 우리 과학자들이 그 입자를 설명할 수 있 는 논문을 써서 투고하는 실력을 완전히 인정받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과정이 우리 이론물 리학자들의 수준을 판가름 할 수 있는 엄청나게 좋 은 사례라고 생각하고, 고에너지 물리분야에서 이론 연구를 하는 연구자들이 세계적인 수준까지 올라왔

할 수 있습니다.

Q. 입자물리 분야에서 연구 활동을 수행하시 면서 느낀 애로사항은 무엇이며, 이에 대한 개선점은 무엇인가요?

앞서 잠시 언급한 것처럼 가장 큰 애로사항은 한 마디로 ‘집 없는 슬픔’입니다. 거대과학에서 활동 할 때는 거대과학을 주관하는(hosting) 국가기관이 필 요합니다. 국제 학회를 나가보면 일본은 KEK 연구 소장, 중국은 IHEP(Institute of High Energy Physics) 연구소장, 미국 페르미랩 연구소장들이 오 는데, 한국은 대학의 물리학과 교수들이 대부분입니 다. 소위 국가에서 지원하는 기관에서 온 것과 대학 에서 출장 온 것은 천지차이입니다. 750GeV 사례에 서도 본 것과 같이 한국이 이 분야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역량이 키워졌는데, 현재 이러한 역량을 집약 할 수 있는 조직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애로사항입 니다.

사실 국가마다 이 분야를 연구하는 국립연구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은 1970년 초에 KEK이라 는 국립고에너지가속기연구소를 만들고, 이후 노벨 상을 받은 고시바, 가지타 이런 분들은 이 곳 출신입 니다. 미국은 고에너지물리연구소가 매우 많은데, 페르미국립연구소, 브룩헤이븐국립연구소, SLAC이 라고 해서 스탠포드국립가속기연구소, 버클리연구 소 등 큰 규모의 고에너지물리국립연구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탈리아에는 INFN이라는 국립핵물리연 구소가, 프랑스에는 IN2P3라고 국립핵입자물리연 구소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에너지물리 분 야는 모든 연구비를 잘라서 나누어 주는 방식을 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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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구재단의 개인기초사 업, 중견핵심사업 이런 곳에 넣어 나눠주고 있는 것 이지요. 또한, RENO 사업, IBS의 100억 규모의 사 업단, 고등과학원과 APCTP(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 센터), 한-CERN 협력사업 등 다 합치면 거의 300 억 정도 되는 돈을 이 분야에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즉, 사실상 상당한 규모의 정부 지원이 있 다는 것이죠. 그래서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제언은 정부의 지원방식을 기존 방식에서 이탈리아가 하는 INFN방식이나 프랑스의 IN2P3와 같은 방식으로 변경하자는 것입니다.

이탈리아의 INFN은 대학들과 연구소들의 연합 체인데 정부가 예산을 통째로 INFN에게 주면 그 내부에서 경쟁을 통해 중요한 과학적 이슈들에 연 구비를 배분하게 됩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우리 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이탈리아의 INFN 같은 조 직을 만들어서 한국 INFN 소장에게 예산을 주어 중요한 연구들을 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나아갈 필 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정부는 정부대로 이 분야에 300억 정도를 사용하는데 별로 결과가 나오 지 않고, 연구자는 정말 중요한 연구를 해야 되는데 과제를 가져오기 위해 소위 ‘보장되는 연구’밖에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INFN과 같이 큰 상위조직 (umbrella)이 생기면 좀 더 창의적이고, 위험을 감 수하는 연구를 할 수 있겠지요. 사실상 가장 좋은 방법은 고에너지물리연구소를 설립하는 것인데, 연 구소를 만들기 이전에 이탈리아의 INFN과 같은 조 직기구를 만들어서 핵, 입자, 천체물리 분야의 사람 들이 같이 일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Q. 기초, 거대공공 연구를 정부에서 지원해야 된다는 것에 대해 수 많은 논쟁들도 있고, 사실 정부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교수님께 서 기초, 거대공공 연구 현장에 계시니깐 여쭤 보고 싶은 것은 기초과학, 거대공공연 구는 왜 해야 될까요?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우선 과학과 공학을 정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습 니다. 저는 과학은 돈은 사용하여 지식을 창출하는 것이고, 공학은 지식을 사용해서 돈을 창출하는 것이 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원천기술개발을

‘원천기초’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개발된 원 천기술을 갖고 산업에 활용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이 역시 공학적인 개념이 더 많이 들어가 있는 연 구입니다. 반면에 저는 ‘순수기초(pure basic)’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싶은데, 순수기초는 산업응용에 상 관없이 사실은 순전히 지적호기심을 위한 연구입니 다. 예를 들어 ‘우주의 나이가 얼마인지 알고 싶다’와 같은 연구들이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데, 표면 적으로 보았을 때 이런 연구는 전혀 산업적인 가치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좀 더 긴 안목에서 바라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설명하는 중력이론 에 따르면 중력에 의해 시간지연이 발생한다는 지식 을 얻게 됩니다. 어찌보면 산업적인 가치가 없어 보 이는 이 지식이 현재 GPS기술에 적용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은 1915년이고, GPS에서 시간보정이 적용된 것은 2000년대 이니깐 80여년이 지나서 그 이론이 사용된 경우입니다. 비 슷한 예로, 1897년에 전자가 발견되었는데, 그 당시 에는 전자를 어디에 사용할지를 몰랐으나, 지금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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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순수기초’ 연구를 우리가 해야 되는가? 라는 질문 에 저는 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현재에도 창출 되는 지식들은 사실 다 외국 것들입니다. 제 연구실 에 물리학 교과서들이 엄청나게 많은데, 사실 이 모 든 것들은 외국사람들이 창출한 지식들입니다. 그러 니깐 제 생각에는 이곳에 꽂을 수 있는 지식, 즉, 우 리가 창출한 지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의 경우를 보면 유가와 히데끼로부터 시작해서 일본 만의 지식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도 동양 의학으로 노벨상 받은 것을 보면 자신들의 지식을 창 출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한국도 지식창출의 방향으 로 나아가야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거대과학에 대해 말씀 드리면, 거대과학 연구는 개인적으로 어떤 소규모 창의성을 갖고 하는 연구와는 완전 다릅니다. 유일하게 국가가 주도할 수 있는 분야는 거대과학인데, 그 이유는 대규모 예산이 필요하고 소위 공적사업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 다. 우리나라도 거대과학 얘기가 오래 전부터 나와서 거대과학을 하게 되면 공적사업적인 성격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거대과학 연구를 정부가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명확한 과학적인 목적(Scientific Goal)이 설정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CERN의 LHC가속기는 ‘힉스입자의 발견’이라는 목표 하에서 필요한 가속기와 검출기를 만들었고, 이를 위해 세계 각국의 인재들도 모이게 된 것입니다. 명확한 과학적 인 목적이 있으면 외국에서도 참여하겠다고 나서면 서 추진력이 생기게 됩니다. 즉, CERN의 경우 항상 모든 계획을 세울 때 항상 우선으로 두는 것은 ‘무엇 을 할 것인가?’ 라는 의문에 대한 답인 최종 목적 (Goal)을 먼저 정합니다.

하고 있는 후배 연구자들이나 이 분야를 꿈꾸는 어린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 야기가 있으신지요?

지금은 힉스입자가 발견된 상태에서 힉스입자의 성격을 찾는 것과 새로운 입자를 찾는 것 때문에 일 본과 중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대형 가속기를 새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속기들이 완공 되는 2040년이 되면 지금보다 규모가 10배 커진 실 험들을 하게 될 겁니다. 그래서 우리 어린 학생들에 게 있어서 고에너지물리학 분야는 이제 시작 단계 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고에너지물리학 분야에서 생 각해보면 지금 우리는 일본의 1970년대 인 것 같습 니다. 1970년대 한창 공부하던 일본의 고시바가 노 벨상을 받은 시점이 2002년이라는 점에서 보았을 때, 지금 좋은 인재들이 이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한 다면 2040년대에는 이들 중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오늘 제가 소셜미디 어에서 찾은 한 분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강봉수 전 법원장님이신데, 40년 동안 법원장 하시다가 퇴직 하시고 65세에 다시 물리학 공부를 시작하셨습니 다. 유학 가셔서 7년동안 물리학 공부를 하시고 70 세가 넘어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셨고, 얼마 전 KAIST 물리학과에서 중력파 연구에 대해 세미 나를 하셨습니다. 이분의 말에 따르면 자신은 진실 한 삶의 재미를 물리학 공부를 통해 찾으셨다고 하 십니다. 우리 젊은 친구들은 미래를 두려워하지 말 고 저희 입자물리 분야 쪽으로 뛰어 들어도 후회는 절대 없을 겁니다.

참조

관련 문서